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

출간일: 2015.08.18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아무것도 모르면서!"

굳은 표정으로 마사히코가 소리쳤다.

"애완동물이라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을 테지. 하지만 넌 다르잖아. ... 섹스를 좋아하잖아."

덜컹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마사히코가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키사와는 그대로 무릎을 굻고 바닥에 네 발로 엎드렸다. 그리고 주인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종처럼 마사히코의 운동화 끝에 입을 맞추었다.

"날 거세해도 좋아."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정말 애완동물로도 충분해."

곁에 있는 것 그이상,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 사랑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참을 수 있어. 떨면서, 울먹이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그 손을 내밀어 준 마사리코가 사랑스러웠다. 애뜻해서 견딜 수가 없다. 목 위로 미적지근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마사히코는 '나도 구제불능이지만, 너도 머리가 이상해.'라며 빨개진 눈가를 팔로 가렸다.

point 2 줄거리

기: 떠오르는 수제 악세서리 브랜드 CRUX의 창업자인 형 마사히코 마사미츠와 동생 쿠스다는 CRUX 전속 모델을 찾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날 드라마DVD를 보던 쿠스다는 아역 연기자 아키사와 카이토를 보고 관심을 갖지만, 성인이 된 아키사와는 영화감독 도몬 요이치과 다툰 후 변변치 않은 역만 전전한 패배자로 살고 있었다. 좌절한 남성을 이미지로 작업하고 있었던 마사미츠는 그런 아키사와에 영감을 받아 슬럼프를 끝내고, 다사다난한 작업이었지만 아키사와는 CRUX 모델을 계기로 제기에 성공한다.

승: 한편, 연기 천재인 아키사와는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성도 전혀 없는 '날 것' 그 자체로, 쉽게 폭주해서 다루기 어려웠다. CRUX 모델로서 물의를 일으켜 화제가 되는 것 만큼은 막고 싶었던 쿠스다는, 도몬 요이치와 다투는 아키사와를 달래기위해 우발적으로 키스를 한다. 쿠스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 아키사와는, 쿠스다에게 욕구와 애정을 숨기지 않고 급발진 고속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 아키사와에게 휩쓸려 얼떨결에 쿠사다는 그의 연인이 된다.

전: 아키사와는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쿠스다에게만 의지하고, 자제 없이 쿠사마를 탐한다.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힘들어하면서도, 쿠스다는 순수한 아키사와의 애정에 아키사와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중 오키나와에 촬영 중이던 아키사와의 스캔들이 터지고, 추궁하는 쿠스다에게 아키사와는 여자 배우와 잤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한다. 화가 난 쿠스다는 연락을 끊고, 아키사와는 촬영을 때려치고 도쿄로 온다. 아키사와는 오키나와라 안 가겠다며 쿠스다를 협박하며 공항 화장실에서 강제로 안는다.

결: 결국, 쿠스다는 아키사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흥분한 아키사와는 쿠스다를 폭행하고, 감금한채 강간하고, 낯선사람에게 쿠스다를 강간토록 시킨다. 다행히 쿠스다는 아키사와의 매니저에게 구출되지만, 트라우마가 생기고, 죽은척 아키사와를 속이고 뉴욕으로 떠난다. 연기자로 성공한 아키사와는 3년 뒤, 쿠스다를 찾아 뉴욕으로 간다. 쿠스다는 아키사와를 거부하고, 아키사와는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한채 떠난다. 하지만 그 후 매일 사과 편지를 보내는 아키사와를, 결국 쿠스다는 용서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COLD HEART 시리즈'는, 토오루에 든든한 아군이자 조언자인 쿠스다가 주인공인 'COLD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COLD 시리즈 Short story에 나온 후지시마와 토오루의 나체 사진 포스터가 히트하면서, CRUX 포스터 모델이라는 것이 주목받는 자리가 됩니다. 반면, 회사가 커지고, 큰 관심을 받으면서 '사장'으로서 부담을 느낀 마사미츠는 '디자이너'로서 위기를 맞습니다. 마사미츠는 나이가 들어가고,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어가죠. 그래서 마사미츠는 자신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변하는 디자인처럼, 함께 나이들어 갈 CRUX 전속 모델을 찾습니다. 그리고 절망적인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이번 시즌 작품에 어울리는 아키사와가 선택 되죠.

아키사와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연기자였지만, 일찍이 연기를 시작해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도 못했고 주변에 변변한 인간관계도 없었어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아키사와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합니다. 도몬 요이치의 방해로 오디션에 줄줄이 낙방하지만, 그런 아키사와는 연기 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고, 아키사와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반면, 쿠스다는 전형적인 '사교형' 사람이었어요. 후지시마와의 대화처럼, 토오루나 아키사와 같은 천재적 재능은 없지만,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보조자였죠. '그' 토오루마저 마음을 열게 만든 이해심 갑, 인성 갑, 사회성 갑! 그런 쿠스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 보다는, 무엇이 가장 원만한 해결책인가에 따라 움직입니다.

본능에 충실한 아키사와, 양보가 삶 그자체인 쿠스다... 참 상극의 만남이죠. 천재를 다루는 작품에서 등장한 갈등은 일상성을 벗어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반면, 결론을 맺기위해 갑자기 '그' 천재가 인간성을 회복하는 캐붕이 일어나기 쉽죠. 그런면에서 'COLD HEART 시리즈'에서 쿠스다 캐릭터는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키사와 역시 노력으로 변할 수 없는 것 처럼, 쿠스다 역시 바뀔 수 없는 본질이 있습니다.

'폐를 끼치지 않는다.' 정확히 '양보'와 '배려'라기 보다는, 일본 문화 특유의, 교육 된 금기라고 할까요. 왜 아키사와의 폭주를 단호히 제지하지 못하고 받아 줄 수 밖에 없었나? 왜 아키사와를 신고하지 않고 도망 갈 수 밖에 없었나? 왜 아키사와를 피하고, 또 용서 할 수 있는나? 모두 정말 그런 쿠스다다운 결정이었다고 수긍가게 만들죠.

아키사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COLD HEART 시리즈는 읽으면서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가 생각이 났어요. 자기상실 상태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젊은 영혼들에게 남은 것은 질주하는 본능 뿐이죠. 왜 질주하는 본능이 섹스와 마약 밖에 없냐!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나 한국 영화 '청춘'처럼 젊은이들의 방황을 다룬 작품들을 많이 받는 비판이긴 합니다. 뭐... 그런데 깊은 무기력과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불안, 그래서 뭘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는 방황하는 자아들이, 폭식이나 폭면을 선택하긴 힘들지 않을까요. 상실감을 덮을 수 있을 만큼, 더 강한 쾌락을 쫒아야 하는 원초적 동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키사와는 타인의 역할에 완벽히 빠져 연기 할 수 있는 천재 연기자지만, 그런 연기자 아키사와는 이해 받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연기하지 않는 아키사와는 초라하고, 겁이 많고, 늘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되어 살 수 있는 재능을 가졌으면, '아키사와'로 사는 방법은 알지 못합니다. 아키사와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이 아키사와다운가? 오로지 '그 사람'만은 제대로 연기 할 수 없습니다. 아키사와에게 아키사와의 삶은 혼돈 그 자체였죠.

상식적인 쿠스다를 대하는 비상식적인 아키사와를 보면, 정말 뭐 이런 미친놈이 있나 싶습니다. 개아가공도 유형을 달리한다지만, 이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벽창호가 따로 없죠. 그런데, 아키사와는 정말 최선을 다해 쿠스다를 사랑합니다. 때리고 싶어도 참고, 오키나와를 가기 싫어도 가고, 용서 할 수 없는 일이어도 용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할 줄 알아도 '소중히 여기는 법'은 알지 못한 아키사와는 결국 쿠스다를 놓치고 맙니다. 그건, 아키사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결국 도달 할 수 밖에 없는 실패였죠.

가끔, 청춘의 방황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 '비극은 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실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지, 실패 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나는 시기만 다를 뿐이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고통스러운 실패를 하고 되돌아 보면, 그건 '나'이기에 피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실패를 통해서만, 너무 익숙해서 직시 할 수 없었던 나의 '근본적 결함'을 발견하죠. 차이는, 그래서 계속 생긴대로 사느냐? 사람은 바뀔 수 없다지만 그래도 바뀌려고 노력하고 사느냐?인 것 같습니다.

아키사와는 바뀔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합니다. "날 거세해도 좋다." 아키사와는 '본능'을 포기하고 '본능이 아닌것'을 선택하죠. 아이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저는 '포기하는 법을 배울 때'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건 체념이라기 보다는, 내 안에 있는 것보다 내 밖에 더 소중한 것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것을 갖는 법을 알고 있다는 의미 일테니까요.

도서 후기에 코노하라 나리세 작가님이 남겨 주신 코멘트 처럼, 1년 뒤에는 쿠스다의 트라우마도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실패하고, 아파하고, 시도하고, 성공하는 스토리를 보고 싶은 독자1의 희망입니다.

아! COLD HEART시리즈에서 쿠스다에게 조언하는 토오루를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토오루... 그 이후에도 행복하게 잘 사는 구나. 주변을 돌아보고, 소신을 가질 정도로 안정되었구나... 상황은 심각한데, 묘하게 흐뭇해진달까요. 토오루와 후지시마... 정말 아끼는 이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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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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