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6.07.1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어쩌면......

"그러니까 같이 가요."

꿈결같은 목소리 하나가 맴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네."

"밥 다 먹고."

"네."

"제가 사 온 파이도 먹고."

"아......네"

어쩌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생각하기를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알거야.' 미소는 그렇게 말했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언제, 어떻게 알 수 있게 되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생선 냄새가 다 빠져나가지 않은 자그마한 방 안에서, 몇 달이나 봐 왔는데도 여전히 자신을 조금쯤 어색해 하는 듯 보이는 덤덤한 남자의 얼굴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문득 알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은,

미처 몰랐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서승혁은 조직 보스의 동생인 김경우가 저지른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복역했다. 출소 후 조직이 있었던 건물로 찾아가지만,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곳에는 '서정 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히 승혁에게 우산을 씌워 준 사람이 그 책방의 주인 서정이었고, 그 인연으로 승혁은 책방에서 일하게 된다. 전과자인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편안한 쉴 공간을 준 사람... 서승혁은 서정을 좋은 사람이라고, 고마워하고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사랑이 된다.

승: 대기업 재벌3세 서정은 탐욕스러운 집 안 권력싸움에 신물을 느끼고 도망친다. 그리고, 도망친 곳에서 술집 여자 윤미소를 만난다.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는 미소와의 만남은 지속되고, 미소는 서정에게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서정이 편안한 삶을 원하는 미소를 위해 책방을 준비하는 사이, 미소는 잔인하게 살해 되어 쓰레기처럼 버려졌고,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무마되었다. 서정은 복수를 위해 끔찍히 여긴 아버지 사업을 돕고, 그 범인 후보 중 하나인 서승혁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전: 서정은 서승혁이 윤미소와 애뜻한 남매관계였고, 미소를 죽인 김경우에게 이용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승혁은 윤미소가 죽었고, 자신이 뒤집어 쓴 범죄가 그 살인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서정은 그런 서승혁을 위로해 준다. 한편, 서정은 김경우가 밀엽꾼에게 잔인하게 죽었고, 그 밀엽꾼은 서승혁을 버린 친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승혁에게 계속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서정은 김경우가 죽었다는 것 이외에 모든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서정은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 한편, 서정의 약점을 찾고 싶었던 그의 사촌은 책방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서승혁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퍼트린다. 서정은 증거인멸을 위해 책방을 불태우고, 그 장면을 본 서승혁은 충격을 받는다. 서정은 책방을 불태우게 된 이유와, 서승혁에게 마약과 도박장을 하고 있으며,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고백한다. 그런 서정조차도 좋았던 서승혁과, 그런 승혁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서정을 뜨밤을 보낸다. 서정은 집안의 권력구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고, 승혁은 북카페를 새로 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본격적 독서 권장 BL소설! 김모래님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이 맘때면 꼭 한번씩 재탕하게 되는 책입니다.

승혁은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김경우에 괴롭힘과 집단따돌림을 경험했죠. 우직하고, 순하기만 승혁을 챙긴 건 승혁의 누나 정승희뿐이었어요. 정승희를 좋아했던 김경우는 조직 두목인 형을 만나고, 고아원에서 승희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죠. 그리고, 승희는 승혁이 함께가는 조건으로 김경우를 따라갑니다. 김경우는 승희에게 집착하면서도, 승희를 이용해서 술집을 운영하고, 승희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승혁을 눈에 가시처럼 여깁니다. 승희에게는 승혁이 인질이었고, 승혁에게는 승희가 인질이었죠. 불행했던 남매는 이곳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합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승혁은 승희가 술집에서 일하기 위해 만든 가명이 '윤미소'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김경우가 승희를 돌봐주겠다는 말만 믿고, '윤미소'의 살인죄를 뒤집어 쓴 채 감옥에 가게 되죠. 고아원에서도, 김경우의 꼬봉으로 일하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승혁은, 교도소에서 처음 책을 읽게 됩니다. 교도소 내 작은 도서관, 사서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독서는 승혁의 인생을 '서정적'이게 만들죠.

출소 한 후 서정 책방에 일하면서, 승혁은 헌책방을 체운 책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서정이 추천해 준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서정을 떠올리고, 책을 낭독하는 서정의 목소리를 즐기게 되죠.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에는 여러권의 책이 나옵니다. '어린왕자'나 '빈 집'처럼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책들도 있지만, 스치는 듯 분위기를 형성하는 책들도 제법 나옵니다. 책 속에 '책'인 셈이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는 마음으로 보면, 종이 냄새와 창으로부터 밀려드는 빛 속 둥둥 떠다니는 책먼지가 연상되요. 하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이 중요하다면 다소 텐션이 떨어지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책'이라는 것이 승혁과 서정의 간접적 연결고리가 됩니다. 만약, 승혁이 교도소에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무리 갈 곳이 없어도 '책 방'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 승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서정은 승혁을 '범인 후보'로만 여겼을테니까요. 교도관 사서가 조언대로 승혁은 계속 책을 읽었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던거죠. 물론, 승혁과 서정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 승희에 관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혁은 몰라서 불행하지 않고 서정은 숨겨서 얻은 평화를 누렸으니까 좌우지간, 해피엔딩입니다!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책의 한 구절 처럼, 책 속 주인공들은 사랑을 한 후 '서정적'이 됩니다. 암울한 현실이 장밋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죠. 승혁과 서정의 삶은 조금도 서정적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정적 연애를 하고 있어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당신의 단단하고 안락한, 그 작은 세계 속에서, 세상 이토록 서정적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커버 문구처럼, 서정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승혁의, 승혁에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서정의 세상은 서정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정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서정시'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련하고 아련한, 미려한 단어들로 나열 되어있는 '시'말입니다. 가을이면, 시를 읽고 싶은 이유는, 한해의 끝자락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에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바람에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내 세계를 서정적이게 만들기 위해서요.

승혁도, 서정도 없는 현생에 대체품인 셈이죠. 물론,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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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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