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09.21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 소백아. 소백아. 숲에 돌아가지 말고 나랑 평생 같이 살자. 응?"

무흔이 소백의 귓가에 속삭였다. 소백은 그런 무흔의 까만 눈을 말끄러미 응시했다. 무흔의 깊고 맑은 눈동자에 비친 소백은 이름처럼 티끌 하나 없이 희고 풍성한 털을 가진 작은 여우였다.

사람들은 소백의 흰털과 푸른 눈을 보며 어여쁘다 창찬했지만 기실 소백은 자신이 무흔과 같은 생김새를 가진 짐승이라면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응, 그러마. 너랑 평생 같이 살테다. 네가 커서 다 큰 짐승이 되어도 나는 너랑 같이 살 테다.'

소백은 그 소리 없는 대답을, 무흔이 금세 알아듣고 해사하니 웃음을 지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꼬리가 일곱인 흰여우, 영물인 소백은 무흔의 환생을 기다리며 무너진 이가장에 살고 있다. 이가 식구들의 무덤에 매일 꽃과 열매를 놓고 '아미타불'을 외며 이가장을 지키던 소백 앞에, 이가장의 새로운 주인이라며 집문서를 들고 온 장정4명이 나타나 집을 고치기 시작한다. 소백은 그들을 내쫒으려 했지만 중과부적이었고, 결국 그들과 소백은 이가장에서 함께 사는 것으로 타협을 본다.

승: 자신을 만두도둑이라 부르면서도, 장에가는 날이면 소백이 잡은 뱀을 사주던 사내를 보며 소백은 그가 무흔의 환생이라고 의심한다. 하지만, 장정 중 우두머리인 그 사내는 어느날 이가장을 떠나 무림으로 돌아간다. 소백은 환생한 무흔이 또 죽을까 두려워 무림으로 그를 찾아가고, 그가 혈교 교주의 양아들인 우일랑이고, 혈교가 와해된 후 교주로 추대되어 압박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안다.

전: 우일랑은 혈교의 교주가 사술을 부려 기억을 지우고 무림을 제패하기 위해 키웠던 아이들 중 하나였다. 우일랑은 사술을 풀어 과거 자신이 '무흔'이었다는 기억을 찾고, 교주를 죽인 후 이가장으로 다시 돌아온 것이었다. 그리고 그 곳에 자신을 기다리고 있던 맹랑한 소년이 소백임을 알게 된다. 무흔은 소백과 함께 살기 위해 혈교과 마교의 일을 정리해야 했고, 또 다시 소백을 떠난다.

결: 무흔의 환생을 기다린 시간 70년, 사내를 기다린 시간 10년, 그 긴 기다림 끝에 소백은 드디어 진짜 무흔을 만나게 된다. 사내는 자신이 무흔임을 고백하고, 소백과 함께 평생 살겠노라 말해준다. 눈물의 재회 후 어릴 적처럼 자신에게 떨어지지 않는, 청년의 모습을 한 소백에게 무흔은 욕정을 느낀다. 그저 무흔이면 좋았던 소백은 무흔과 짝짓기를 하고, 알콩달콜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외로움을 잔득 머금은 귀여움

'소백전'은 비쌉니다. 15만자에 5300원이라니... 이거 뭐지? 얼마나 비싼 값을 하나 보자! 정말 충동적으로 구매했었죠. 결과적으로 저는 소백이의 귀여움에 잇몸이 말라버렸습니다. 산삼보다 귀하다는 'BL무협물'!, 하지만, 저는 그저 '소백이'를 보는 즐거움만으로도 값을 다 했다고 생각합니다. 100년간 제자를 받지 않은 풍월진인도 홀린 사랑스러움인 걸, 말해 뭐하겠습니까.

BL무협물은 정말 귀합니다. 그 수도 적지만, '엄청 강한 문파'에 '전도유망한 고수'가 강호를 싹쓸이 하고, '미인수'를 구함. 수준에는 그치는 경우도 많죠. 문파의 역사나 무공 디테일, 고수들 간의 결투 장면을 두리뭉실 퉁치는 경우가 많아, 그냥 주인공이 강호인인 연애물이 되고 말아요. 그런면에서, 소백전은 제법 제대로 된 무협 냄새가 납니다. 물론, '의천도룡기'나 '설산강호'를 떠올리시만 안 되겠지만요.

소백은 어렷을 적 어미를 잃고, 무흔에게 거두어져 이가장에서 살게 됩니다. 무흔은 소백이 산으로 돌아갈 것이 염려되어, 한 시도 떼어 놓지 않고 놀때도 잘때도 꼭 곁에 두며, '산에 돌아가지 말고 나랑 평생 같이 살자.' 속삭입니다. 그런 무흔에게 소백은 '그러마.'라고 대답해주고 싶었습니다. 소백은 늘 무흔과 함께 살기를 같이 바라고 있었죠.

어느날 소백은 홀로 사냥을 나간 산 속에서 산신 백호를 만나고, 인간이 되는 법을 알려 달라고 떼를 씁니다. 그리고 그 시간, 이가장은 습격을 받아 불타고 살아 있는 것들은 모두 죽은 폐허가 됩니다. 검게 타버린 무흔의 시체을 보며, 소백은 이제 무흔에게 대답을 해주기 위해서 아니라, 무흔의 환생을 기다리기 위해 인간이 되고자 합니다. 영물인 흰색 여우 소백은 선호가 되어, 언젠가 다시 태어날 무흔을 만나기 위해 긴 시간을 살아야 했으니까요.

무흔과 지냈던 시절에 곱절에 곱절을 곱한 시간보다 더 긴 시간을 기다리면서, 소백은 인간으로 둔갑을 할 수 있게 되지만, 마음이 자라지 않아 소년의 모습을 하고 있죠. 만두와 당과를 좋아하고, 벌레 먹지 않은 싱싱한 꽃과 열매를 위패에 앞에 늘어놓고 어설픈 불경을 읊는, 물에 넣은 고기보다 구운 고기를 좋아하고, 구운고기보다 젖 마시는 것을 더 좋아하는... 티 없는 소년의 모습으로 이가장을 지킵니다.

소백의 순수하고 사랑스러운 모습은 귀엽지만, 한편으로 가슴이 아파요. 글을 모르는 소백이 흐려진 위패 위에 글자를 다시 써 달라고 떼쓰는 모습이, 먹이 마모되는 긴 시간 동안 홀로 위패를 바라봐야만 했던 소백의 외로움이 느껴지기 때문이겠죠.

소백의 철 없는 행동은 절로 입꼬리를 올라가게 만들지만, 한편으로 마음이 찌릿합니다. 외롭고 고독한 기다림을 원망 할 줄 모르고, 다만 무흔이 오지 않을까 불안하고, 함께 죽어 태어나지 못한 것이 미안해하기만 흰 여우... 소백은 사람보다 더 사람 냄새가 나는 영물이예요.

무흔은 기억을 빼앗긴 채, 혈파의 교주의 양아들이 되어 살인을 저지릅니다. 사술을 풀고 찾은 그 불완전한 기억 조각 속에서도 '무흔'보다 먼저 '소백'의 이름을 떠올립니다. 작은 새끼 여우로 소백을 기억한 무흔은, 사람으로 둔갑한 소백을 알아보지 못합니다. 하지만, 만두를 훔치던 만두 도둑, 뱀 한마리를 덜렁 들고가 팔겠다고 강짜를 부리는 뱀 장수에게 눈을 땔 수 없었죠. 오로지 눈길을 잡아끄는 것은 그 어린 소년뿐이었어요. 무흔은 그 소년이 소백이라 안 뒤로, 평생 함께 하자던 소백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천살성의 운명을 지우러 또 다시 이가장을 떠납니다.

50년간 소년의 모습이었던 소백은, 무흔이 다시 돌아오는 10년의 시간 동안 성인이 됩니다. 사람과 지냈던 2년의 시간, 그리고 무흔이 아닌 사내에게 정을 주고 기다리는 고민의 시간이 소백을 어른으로 만들었죠. 아이는 늘 어른이 되고 싶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참 고된일인 것 같습니다.

무흔은 자신이 무흔이라는 사실을 소백에게 고백하죠. 소백은 무흔이 기억을 잃고 혈교에서 원치 않는 살인을 저질렀다는 이야기에, 진즉 구하러가지 못한 스스로가 바보같다고 자책합니다. 이 애절하고 귀여운 커플은 80년을 돌고 돌아 드디어 짝이 됩죠.

외전은 두 사람의 고생을 보상하려는 듯, 알콩달콩합니다. 잡아 먹는다는 농담도 못 알아 듣던 소백은, 제법 요망스러워지죠.. 다만, 소백이 무흔이 아이를 가지게 되는데... 그 걸로 끝나요. ㅠ.ㅜ 새끼 여우들과 소백 커플의 아기자기한 육아를 보지 못한 한(?)이 있습니다. 그래도, 저는 작가님이 이 깨소금 커플과 귀요미 아가 여우들의 일상물을 쓰고 계시리라는 것을 의심하지 않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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