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LYNUE 블리뉴
출간일: 2019.09.19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강은 화원에서 가장 어여쁜 자태를 하고 있다고 자부 할 수 있는 홍염을 향해 걸어갔다. 어둠 속에서도 붉게 타오르는 불꽃 같은 형태를 하고 있다해서 홍염이라는 이름을 가졌고, 꽃말은 끝이 없는 사랑이었다. 강은 홈염에 코를 박고 향을 힘껏 맡았다.
눈이 멀 거 같다. 향이 독해서 코가 무뎌져야 했는데 이상하게 꽃을 오래동안 볼 수 없었다. 강은 초점이 멀어진 눈으로 홍염들을 보았다. 햇빛 아래에서 불타오르고 있었다. 한곳에 모여 있으니 정말로 이곳에 불이 옮겨 붙은 듯했다.
강은 황제의 은발에 올라갈 붉은 화관을 떠올렸다.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강은 화관을 장식하고 있던 시든 꽃들을 뽑아내고, 홍염을 뜯어내 화관을 장식했다. 가시에 찔린 손이 아팠지만, 이걸 쓰고 기뻐할 황제를 생각하자 가슴이 벅차 올랐다.
point 2 줄거리
기: 하늘의 비호아래, 신탁으로 황통이 정해지는 늑대의 나라의 황제 연혼에게 새로운 후궁으로 영현왕 연강이 결정되었다는 천명이 내려온다. 강은 아버지의 비가 되는 것을 받아드리지 못하지만 황제는 기꺼워하며 강을 희비로 맞이한다. 황제에게는 많은 황자와 황녀가 있었지만, 강을 제외한 자식들은 죽거나 산 속에 묻혔다. 황제는 강에게 아버지의 아이를 낳아 태자를 만들고, 황후가 되라며 정사를 강요한다. 황후의 궁인 예월궁에서 강은 희비가 되어 갇혀 지낸다.
승: 황제는 늑대로 변한 자신을 강아지라 부르는 4살의 강을 만났다. 이후, 감기에 걸려 사경을 해메는 강을 보고, 태의를 불러 치료하게 한다. 그리고, 다른 자식들고 달리 오로지 강에게만 애뜻한 감정을 느끼고, 강을 황제의 지밀인 천금궁에서 키운다. 황제가 키운 강은, 황제에게 길들여진다. 게다가, 강에게만 너그러운 황제의 화를 잠재우기 위해, 신료와 비빈들은 그런 강을 이용한다. 강은 영현왕으로 봉호를 받은 이후에도, 형제들과 다르게 혼례도 출사도 하지 못한채 황제의 애첩처럼 지낸다.
전: 반면, 황제는 강에게 연정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강에게 몇 년 간 태를 만드는 약을 먹이고, 강을 비로 맞아 드릴 준비를 한다. 하늘에게 강을 후궁으로 내려 달라고 요구하고, 강의 낳을 아이가 태자가 되는데 걸림돌이 될 황자들을 제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강은 희비가 된다. 강의 어머니 여소의는 괴로워하는 강을 도망시킬 계획을 세우고, 경빈과 장애인이 된 경혜왕은 그런 여소의를 도와주겠다고 하며 강을 제거하려한다. 강은 다행히 도망치는데 성공하고, 곧 신탁을 확인하기 위해 만백산으로 떠난다.
결: 황제는 강이 도망쳤다는 사실에 충격을 받아 황궁을 떠나 강을 찾고, 황제가 버린 나라에는 폭설이 몰아친다. 황제는 만백산에 도착하기 전 강을 잡아 두 다리를 부러트리고, 황궁으로 데려와 직접 제사를 지내 신에게 강을 가지기 위해 형제를 죽이고 신탁을 요청했다는 대답을 듣게 해준다. 강은 집요한 황제의 애정을 받아드리고, 후궁을 비워 달라고 한다. 강은 지아버지로서 황제와 해로하며, 쌍둥이 아들과 딸을 낳는다. 쌍둥이 형인 영이 태자로 봉해지고 강은 황후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에 미치다.
유아르님의 신작 '폐월'이 나왔습니다. 두둥! 그런데, 왜 저는 '폐월'을 보며 '홍염'이 리뷰하고 싶은 걸까요? 음... 저에게 유아르님의 작품은 징검다리 같습니다. 이전에 리뷰한 것 처럼, 유아르님은 근친간 키잡, 역키잡의 명가이신 만큼, 신작에 대한 기대치가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유사 소재임에도 한 작품 건너 한 작품 단위로 기대치에 맞는 느낌이랄까요. 물론, 그럼에도 저의 최애는 '둘만의 밤'과 '홍염'입니다.
근친물의 경우, 쌍방 애정의 균형이 잘 맞지 않습니다. 보통 한쪽이 과하게 무겁죠. 그래서, 반대쪽이 관계를 거부하고 혼란스러워 하는 부정기 동안, 한쪽은 반대쪽의 선택지가 하나만 남도록 고립시켜 기어이 가지고 마는 스토리가 메인이 되곤 합니다. 물론, 쌍방 모럴리스도 있습니다만, 그런 경우 도망, 감금의 요소가 빠지다 보니 텐션도 떨어지고 배덕감도 덜하죠. 이 소재를 굳이 선택하는 독자입장에선, 좀 싱거워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홍염도 황제의 일방적이고, 지독한 애정으로 관계가 시작 됩니다. 황제를 결정하는 신은, 자신의 아들이 건국한 나라가 강건히 유지되는 것에만 관심이 있습니다. 그래서, 황제가 현명하게 그 역할을 수행한다면, 살인자거나 냉혈한이어도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리고, 황제 연혼은 냉혹하지만 뛰어난 군주였죠. 황제는 자식들을 죽이고, 신은 죽은 자식들을 벌충하기 위해 후궁을 점지하고, 후궁들이 낳은 아이를 황제는 또 무심히 방치하고 죽입니다.
기질적으로 잔인하고 냉혹한 황제는 4살의 강을 보고 처음으로 '애착'을 경험해요. 황제는 강을 매일 보고 싶었고, 강이 자신만 봤으면 좋겠다는 독점욕을 느낍니다. 이런 황제의 애정과 통제 속에서 강은 세상과 단절 된 채 성장하죠. 아들에 대한 지극한 사랑으로 여겨졌던 감정이, 정욕이라는 것을 깨달은 후에 황제의 집착은 가속도로 직진합니다. 강의 몸에 아이가 들어 설 수 있는 태를 만들고, 강이 따르는 진영왕을 서서히 죽이고, 강의 아이를 위협 할 수 있는 황통을 모두 제거합니다. 그리고 신탁으로 맞이한 희비, 강을 열혈히 탐하죠.
'홍염'의 매력은, 이 과정이 가랑비에 옷 젓듯, 사박사박하게 이루어졌다는 거예요. 황제의 품에서 자란 강이, 황제의 감정변화에 기민하게 반응하고 예쁨받도록 훈련 된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강은 늑대인 황제와 만났을 때 부터, 은색털 강아지가 좋았어요. 다정한 아버지가 좋았고, 그것은 사랑이라고 불리만큼 짙고 뚜렷한 감정이었죠.
황제는 어린 강을 내내 안고 다니며 아껴주었고, 강은 그런 황제에게 화관을 선물합니다. 아버지를 기다리며 정원에서 어여쁜 꽃으로 화관을 만들다 붉고 향이 짙은 홍염을 보죠. 다른 꽃들을 빼고 눈이 멀 것 같은 화려한 빛갈의 홍염으로 화관을 만들며, 가시에 찔리면서도 황제의 은발에 어울리는 화관을 상상하며 신나하죠. 결국, 만들어진 홍염 화관은 엉성했지만, 황제는 강이 씌워준 화관을 기뻐했고 오랫동안 함에 보관합니다.
황제는 강을 비로 맞이 하는 순간까지 인내합니다. 하지만, 강 앞에서는 황제는 연심에 흔들리는 남자 연혼 일 뿐이었죠. 황제는 자신의 품에 덥석 안기는, 강의 습관화 된 행동에도 걷잡을 수 없는 감정의 동요를 느껴요. 볼을 세게 물어 우는 강에게 쩔쩔맨 후로 살살 물려고 조심하는 모습이, 주체 못한 감정에 황제고 뭐고 버리고 도망가자고 강에게 속삭이는 모습이, 점점 깊고 음습해지는 황제의 욕정을 보여주는 듯 합니다.
이런 묘사 때문에, 늑대의 모습으로 공개적은 초야를 치르거나 양 발목을 부러트리고 궁에 감금하는 장면에서도 '노골적인' 배덕감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또, 홍염 속 채도 높은 색채 대비도 인상적이었어요. 눈부신 빛과 붉은 꽃, 은발에 금색눈과 흑발에 검은 눈, 하얀 설원과 푸른 우림 같이 선명하게 연상되는 풍경을 통해, 소설 속 분위기의 세련미와 풍미를 고양시킨달까요.
이런 문장들은 그 자체로 읽는 맛이 있습니다. 테니스 잘 치려고 좋은 테니스채를 샀는데, 그 도구가 너무 좋으면 테니스채를 사용하기 위해서 테니스를 치게 되죠. 좋은 문장도 그런 것 같습니다.
1.2권에 주로 집중된 이러한 텐션이 3,4권에서는 좀 약해지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었어요. 그때부터는 아들을 잡수시느라, 황제폐하께서 꾀나 정신을 못차리시죠. 그럼에도 플러스 마이너스 합산 충분히 좋은 글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변증법을 꺼내자니 면구스럽긴 합니다만, 좋고 나쁘고 더 좋고의 반복 긍정적 상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독자1은 계속 읽습니다. 언젠가 만나게 될 미친 명작을 위해서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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