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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노력으로 세상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시도조차 않아 놓고 그저 핑계를 대며 타인을 미워하는 것만큼 못난 것도 없다. 자청. 네가 진정으로 원해서 시도했다면 나는 너와 경쟁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내가 세 번 국시를 시도하는 동안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지."

당연한 일이었다. 자청은 당연히, 우문단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 우문가의 가주 자리는 자신의 것이라 여겼다.

"나는, 나는 방계라..."

"그래. 너는 방계다. 하지만 문가장의 자식이지. 만약 네가 진정으로 바랐다면 본가에서는 너를 위해 방계인 너도 국시를 볼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네 나름대로 나라에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왔겠지. 분가라고 하나 그 역시 우문가. 가문을 빛내고 나라에 충성하는데 어찌 분가와 본가가 있겠느냐?"

"......"

"너에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너는 방계라는 이유 하나에 얽매여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지."

"......"

"너는 그 어떤 노력도 않고, 그저 내 실수와 실패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네 자리라 당연하게 여기며 말이다. 비열하고 모자란 놈."

point 2 줄거리

기: 패현왕의 반란이 진압되고, 황제 염과 우문단, 화와 섭청은 화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건이 동시에 터진다. 하나는 무향현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러 간 관리들마저 연이어 실종되었던 것! 다른 하나는 과거 범인 체포에 도움을 준 화산파 장문인이 섬서성 조사관으로 섭청을 요청한 것! 우문단은 장문인 요청을 거절하는 대신 섭청으로 하여금 선물을 보내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모르는 화는 섭청과 싸우고 만다.

승: 한편, 무향현 살인사건을 맡게 된 섭청은 화와 오해를 풀지 못하고, 급하게 길을 떠난다. 설상가상 무향현은 섬서성에 있었고... 화는 불타는 질투심에 무향현으로 섭청을 찾아 나선다. 이때, 섭청은 무향현으로 향하는 배에서 귀편랑 송명을 만난다. 송명은 과거 독에 당해 폐를 크게 상했지만, 의형제인 문가장 가주인 우문자청이 준 약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섭청은 배에 들이닥친 수적에게 우문단이 준 우문가의 홍패를 잃어버린다.

전: 섭청이 도착해 목격한 무향현의 모습은 실로 가관이었다. 관리가 없는 무향현에는 문가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재판을 하며 잔인한 형벌을 내리고 거액의 벌금을 갈취하고 있었다. 더불어, 주변에 날뛰는 수적과 댐 붕괴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은 애달프게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더불어, 시중에 폭약은 씨가 마르고 있었다. 섭청은 이상한 징후들 모두가 문가장의 가주 자청을 향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결: 한편, 섭청을 따라온 화와, 섭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화산파 장문인 설영은, 섭청의 사건을 돕는 한편 서로를 경계하며 신경전을 펼친다.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우문자청의 잔혹성에 치를 떤다. 그러던 중 변장한 섭청과 화가 문가장에 잠입하고, 화가 섭청을 대신해 독을 마시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독 '목식'의 정체가 알려진다. 자청을 대신해 송명은 죄를 뒤집어쓰고 죽지만, 무향현에 나타난 우문단은 우문자청의 죄상을 낱낱이 밝힌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남 탓

매우 격렬하게 남 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자주 그러는 것 같아요. 원치 않은 결과를 인정해야만 할 때,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던 과정에 관여한 모든 것들을 탓하고 싶습니다. 거기엔, 사람도 있고, 제도도 있고, 문화나 시스템도 있지만... 솔직히 사람 탓을 제일 많이 하게 돼요. "그랬었어야지! 이랬었어야지!" 하면서요. 그 작은 타인의 거슬림이 나의 중요한 미래를 망친 것 같다! 꿈에도 나오고, 호흡 곤란도 일으키죠.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많고, 억울함은 사람을 포악하게 만드는 맹독이라, 안하려 하지만 자꾸 하게 됩니다.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것은 엄청 희귀하고 드문 일인데, 요행과 행운이 모두 투입된 그 상태를 기대하게 돼요. 그러니, 요행과 행운은 고사하고 뜻하지 않은 장애와 불운이 겹치게 되면,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가 생깁니다. 물론, 어떤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의 경지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모두가 우문자청이 되지는 않습니다. 동정할 이유도 되지 못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송생원의 땅을 얻기 위해, 고의로 도난 사건을 조작한 사건이 충격적이었어요. 공개 재판에서 자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마치 자혜로운 재판관인 양 말도 안 되는 벌금을 부가하죠. 그 벌금을 내기 위해 선산인, 그 땅을 팔 수밖에 없게 말이에요. 하지만, 선산만은 팔 수 없는 송생원은 곤장을 선택하지만, 곤죽이 되어가는 아버지를 본 아들이 결국 선산을 팔겠다 외칩니다. 송생원은 후유증으로 하반신 불구가 되고, 억울한 마음에 새로 부임한 정문에게 상소를 하려 하자, 자살을 가장해 살해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메인은 고사하고, 우문자청의 수많은 수작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문자청은 무관한 이들을 잡아와, 약을 먹이고, 산 채로 피를 뽑아 죽입니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온 수사관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또, 주변 현에서 무향현에 관여할 여유가 없도록, 수적 때를 이용해 수탈을 일삼고, 폭죽으로 둑을 터트려 물난리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섬서성 화산파에 수적떼를 토벌해 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요. 물론, 화산파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번번이 놓치게끔 만들어 놓은 덫이었으니까요.

그 사이, 아들을 잃어 미친 어머니가 길거리를 헤매고, 약 한 첩 쓸 수 없어 다리가 썩어가는 여동생을 움막에 둘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생겨나요. 섭청은 이것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그보다 더 뿌리 깊은 원한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짐작하죠. 그리고, 의외로 뚝심 있고 실력 있는 검시관과 두 강호 명문 문파의 수장들의 도움으로 사건은 실체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그 이면에는 열등감에 절어 있는 우문자청이 있었어요.

우문가의 방계 문가장의 우문자청은, 본가에 입양되어 우문가의 가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문단은 여자란 이유만으로 가주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도 클리어합니다. 능력을 증명한 우문단은 당당히 가주가 되고, 우문자청은 닭 쫓던 개가 됐죠. 우문자청은 모든것이 우문단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괴한 사건을 일으켜 도성에 있는 우문단을 불러와, 무향현에서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거였어요. 참... 허무하기 그지없죠?

물론, 우문자청이 사람들의 피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송영에게 줄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어찌 보면, 송영이 다치게 된 건 우문자청 탓이기도 합니다. 우문자청이 일으킨 수적 때가, 우문자청이 제조한 목식으로 송영을 중독시킨 거니까요. 하지만, 분명 우문자청은 송영에게, 다른 이에게 열지 않았던 마음을 보여줍니다. 후에 송영이 우문자청을 의심할 때에도, 학살자 답지 않게 머뭇거리죠. 그러나, 자신을 위해 오명을 뒤집어 쓰고 죽은 송영을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전전반측 1부와 2부는 완전히 다른 풍의, 연결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전반측 1부를 보지 않은 독자는, 전전반측 2부의 갈등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전반측 1부를 근거 삼아, 전전반측 2부의 분위기를 추측하셔도 곤란합니다. 물론, 전전반측 1부에도 패현왕의 반란군에 맞선 사건이 있었지만, 메인은 화와 섭청의 숨바꼭질 같은 연애담이었죠. 하지만, 전전반측 2부는 1부와 다르게 무겁고 진중하게 살인사건을 쫓습니다.

2부 이야기의 시작은 화와 섭청의 다툼입니다. 섭청을 포기하지 못한 화산파 장문인 설영은, 범죄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을 세운 대가로 섭청을 섬서성 관리로 보내 줄 것을 요구하죠. 하지만, 우문단은 그 요청을 거절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섭청은 백옥을 세공해 설영에게 보냅니다. 하지만,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화는, 당연히 섭청이 자신을 위해 몰래 준비한 선물이라고 들떠하죠. 그러나, 그 선물에 진짜 주인을 알고 난 후 폭발합니다.

이유는, 1부에서 이어져 온 '설영'과 '선물'이라는 트리거 때문이었어요. 1부에서 섭청은 화 앞에서 무심결에 설영의 이름을 읖조립니다. 그리고, 화가 설영이 누구인지 묻자, 이화를 화의 연인으로 오해하고 있던 터라, 모난 마음에 대답을 피하죠. 그때부터 이화는 '설영'에 대한 질투심을 키웠어요.

그러다, 설영이 섭청에게 과일 사탕을 선물하자, 동굴 연공실 분노의 정사씬이 펼쳐집니다. 그 후, 천신만고 끝에 부부가 되지만, 그 후에 또 설영은 섭청의 생일 선물로 녹두고를 보냅니다. 그리하야, 비 오는 날 2차 대삐짐 사건이 발발하죠. 그러니, 2부 시작과 동시에 발발한 '백옥 선물 사건'은 3차 선물 사태라고 볼 수 있어요. 화는 섭청이 설영에게 선물을 준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았어요. 결국, 섭청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뱉어 내죠.

더불어, 엽하와 정문의 팬심도요. 1부에서 천뢰검은 부패한 관리들을 타도하는 정의의 협객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천뢰검의 정체는 섭청의 사매였던 엽하였고, 우문단은 자신을 죽이러 온 엽하의 능력을 인정해 중책을 맡깁니다. 하지만, 천뢰검의 명성은 여전한데 비해,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우문자청 역시 자신이 일으킨 살인사건을 천뢰검의 소행으로 조작하려 합니다. 어차피 죽은 무향현 관리들이 정직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무향현에서는 천뢰검 굿즈가 대유행합니다. 덕분에 무향현 관리로 발령 받은, 원조 천뢰검빠 정문의 덕질은 호황을 맞이하죠. 그리고, 첫 사건을 훌륭하게 처리한 정문에게, 우문단은 선물인 듯 엽하를 정문의 호위이자 수사관으로 발령 내 줍니다. 정문이 성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1부를 떠올릴 만한 소재나 인물은 자주 등장합니다.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어도 좋지만, 1부를 먼저 읽고 2부를 읽는 것이 더 풍부한 재미를 맛보 실 수 있을 거예요. 다만, 1부가 19세인데 비해 2부는 15세... 절륜 집착공 화와 순진 떡대수 섭청의 알콩달콩 스토리가 아쉬웠어요. 염병 첨병이 트레이드 마크인 화에게 사건을 쫓으라니... 참으로 가혹하죠. 3부가 나온다면, 화와 섭청의 달달한 애정행각이 듬뿍! 담겼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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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유펜비 출간일: 2020.01.2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그는 섭청에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 "섭청." ​ 그리고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섭청을 불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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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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