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8.11.07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

point 1 책갈피

​"근데 제가 아무것도 아니지 않더라고요."

처음에는 손마디가 아파서 제대로 잘 수도 없었다. 그러나 굳은살이 박이고 몇 번 눈물이 쏟어지도록 혼난 뒤부터, 그렇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은 뒤 애쉬는 카펫 무늬를 만들 수 있었다. 손놀림은 더 빨라졌다. 애쉬의 신원이 불분명하다는 이유로 턱없이 후려쳐지던 급료도 올랐다. 그리고 잠은 매일 푹 잤다. 꿈도 없이 잤다. 그러다 어느 날 아침에는 발레를 하고 매일 끙끙대며 잠을 청하던 밤이 아주 먼 옛날처럼 느껴졌다.

" 저 카펫도 만들 줄 알고 콘크리트 녹여서 평편하게 펴는 것도 할 줄 알아요. 빵도 만들 줄 알고 제 주제에 아이들에게 발레도 가르쳐봤어요. 알아요. 어머니에게는 다 하찮고 보잘것없는 일들이죠.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지랄 떤다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늘 교양 있는 말투와 단어를 구사하는 카밀라 아래에서 절대 배울 수 없었던 단어들을 섞으며 애쉬가 느리지만 한 번도 더듬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리고 고개를 들었다. 카밀라는 설핏 눈살을 구겼다. 저애가 저런 인상이었던가. 늘 제 앞에서 주눅 들어 고갤 숙이고 있으니 어떤 얼굴이었는지, 어떤 인상이었는지조차 흐리다. 원래 이런 이목구비였다고 하기에는 너무 달라 보였다. 심지어 육 년 전 스완 별채에서 보던 때와 완전 다른 사람처럼 보이기까지 했다.

제이슨은 이제 팔짱을 끼고 애쉬를 지켜보고 있었다. 패트릭의 걱정이 과했다. 자신은 이곳에 있을 필요가 없었다.

"그런데 어머니는 이런 거 다 하실 수 있으세요? 아니, 궁금해해보신 적은 있으세요?"

대답을 바라고 물은 게 아니니 애쉬는 굳이 카밀라가 입술을 열길 기다리지 않았다.

"그냥 말하고 싶었어요. 제가 할 줄 아는 것도 잘하는 것도 많다는 사실을."

애쉬는 입술을 달싹거렸다 덧붙였다.

"저는 '아무것도 아닌 놈(nothing)'도 바이런의 안목이 발바닥에 붙어 있어 엉겁결에 반한 그런 존재도 아니에요. 저는 별거(something)인 존재예요."

point 2 줄거리

기: 자유로운 영혼 바이런 맥마흔은 전통이 빛나는, 시골 대학에, 늦은 나이에, 입학한다. 놀기 위해 어머니와 한 가벼운 약속의 대가였다. 그렇게 적성도 흥미도 없이, 가업을 잇기 위해 입학한 첫날, 바이런은 우연히 폭행 현장을 목격한다. 그 피해자는 자신이 새로운 룸메이트 애쉬 스완이었다. 지친 듯, 무심한 듯, 가녀린 애쉬! 하지만 그의 유두는 핑크빛이었고... 바이런은 그곳(?)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관심의 시작! 하지만, 그의 룸메이트는 매우 까칠했다.

승: 그러던 어느 날 바이런은 애쉬의 몽유병을 알게 되고, 애쉬를 돕기 위해(?) 같은 침대에서 잠들기 시작한다. 바이런과 애쉬는 가까워졌고, 서로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애쉬는 바이런과의 연애를 한사코 거부하며, 바이런에게 가출 계획을 고백한다. 바이런은 스완가가 애쉬를 학대해 왔고, 애쉬가 바보인 척 당해주며 간신히 이곳으로 올 수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바이런의 마음은 깊어지고, 결국 둘은 풋풋한 연애를 시작한다.

전: 두 사람은 기숙사를 나와, 둘만의 보금자리에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스완가에서 애쉬와 바이런의 사이를 눈치채고, 애쉬가 임신을 하면서, 애쉬는 바이런을 떠나 스완가로 돌아간다. 스완가는 한 대에 한 명씩 날개를 단 수인이 태어나고, 그 아름다운 생명체를 팔아 부정하게 부를 쌓아왔다. 그러나 여자가 아닌 남자 수인 애쉬가 태어나고, 대가 끊길 것을 염려한 스완가는 애쉬를 신체적 정신적으로 학대하며, 실험을 자행해 임신할 수 있게 만든다.

결: 애쉬는 스완가에서 출산하자마자, 아이를 데리고 도망친다. 바이런은 애쉬를 간절히 찾고, 스완가는 실종된 애쉬를 이용해 바이런에게 손쉽게 이득을 얻는다. 바이런은 수모를 감수하고서라도 애쉬를 찾으려 고군분투하고, 6년이 흐른 뒤에서 간신히 재회한다. 바이런은 그간 애쉬가 겪었던 고생과 너무도 사랑스러운 아들 로엘의 존재를 알고, 애쉬를 대신해 스완가를 뭉개 놓는다. 스완가는 제대로 망하고, 애쉬는 새로운 가족들과 함께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짠짠짠 단단단

아니... 이 시국... 이거 정말 실환가요? 약 2달... 21세기 신 암굴왕의 생활이 끝나면, 속 편히 숨 쉴 수 있을 거라 기대했습니다. 그런데...백신 없던 시절에도 상상 못한 확진자 숫자가... 더불어, 암굴에 들어가기 전 세상에는 없었던 불타는 열돔까지... 인간 세상과의 조우 2시간 만에 다시 암굴이 그리워졌습니다. 제발 이번 고비가 비정상에서 정상으로 돌아가는 마지막 분수령이 되길 바랍니다. 흑... 어쨌든 올해도 휴가는 책 속으로...

그래서일까요? 한없이 밝고, 이가 썩을 정도로 달달하고, 가슴 한편이 간질간질한! 러브 스토리가 땡깁니다! 존재하지 않지만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꿈과 희망을 주는 유니콘처럼, 한 입에 기분 좋아지는 초콜릿 퐁듀 같은 로맨스 말이죠. 하지만, 제가 진조님이 쓰셨다는 걸 잠시 간과했습니다. 분명히, '미운 백조 새끼'는 제가 바랐던 달달물은 아니었습니다. 성깔 있는 아싸와 엄친아 아싸의 티키타카 연애담이라고 하기엔, 그 이면이 다소 무겁습니다.

'미운 백조 새끼' 속 악의 축은 '스완가'예요. 동정의 여지없는, 완벽한 악역들이죠. 스완가는 이름대로 고고한 백조들입니다. 뛰어난 미색과 은발, 오랫동안 사교계를 주름 잡는 귀족 집안이자 발레 명가죠. 물론, 진짜 주업은 따로 있습니다. 스완가는 모계로 이어지고, 그들 모두가 '어머니들'이에요. 스완가는 한 대에 한 명씩 날개가 달린 여자 수인이 태어나고, 아름다운 희귀품은 '손님'들에게 비싸게 팔립니다. 날개 달린 수인들은 가업(?) 연장을 위해 아이를 낳아야만 하고, 스완가의 어머니들은 그 아이를 빼앗아요.

그러다, 무사태평하고 음습하게 이어져 오던 스완가의 비밀에 문제가 생깁니다. 날개 달린 '남자' 수인이 태어난 거죠. 회색 머리카락에 쳐진 눈, 발레에 재능도 없는 미운 오래 새끼, 애쉬는 그렇게 스완가의 이물질이 됩니다. 물론, 스완가는 포기하지 않습니다. 애쉬는 실험실인지, 연구실인지, 병실인지도 모르는 밀실에 갇혀 개조 당해요. 그렇게 애쉬는 스완가에 유령이 되어, 날개 달린 여자 수인을 낳고, 이미 준비된 리스트 속 '손님'에게 장식품처럼 팔릴 예정이었죠. 스완가의 어머님들은 애쉬의 애정결핍을 이용해 끊임없이 가스라이팅 하며, 그 불합리한 처우마저 기꺼워하길 바랍니다.

애쉬는 지옥 속에서 불가능에 가까운 가출을 꿈꾸고, 기적적으로 기회를 잡습니다. 바로 대학에 가게 되죠. 그리고 운명처럼 바이런을 만납니다. 바이런은 애쉬에게 처음이자 유일한, 조건 없는 시혜자였죠. 바이런은 애쉬에게 무엇이든 주고 싶었고, 어떤 애쉬든 사랑스러웠어요. 애쉬는 한결같은 바이런의 애정공세에,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바이런과 사귀기로 합니다. 물론, 애쉬의 가출 계획을 알게 된 바이런은, 당연히 함께 떠나기로 결정하죠. 애쉬에게 유용한 도망 노하우도 전수해 줘요. 이 조언들이, 애쉬를 6년간이나 꽁꽁 숨게 할 줄 모르고 말이에요.

애쉬는 임신을 합니다. 애쉬는 당황하죠. 실험이야 당했지만, 실제로 가능할 줄도 몰랐고, 병원은 더더욱 갈 수 없었어요. 결국, 애쉬는 아이를 낳기 위해, 그토록 바라던 자유와 사랑하는 바이런을 포기하고, 스스로 스완가에 돌아갑니다. 스완가 역시 남자 수인의 출산은 처음이었고, 예상과 다르지 않게 애쉬는 고통과 조롱 속에서 노엘을 낳습니다. 설상가상, 아이의 아버지가 맥마흔가의 외아들임을 알게 된 스완가의 어머니들은, 바이런의 등골까지 빼먹을 계획을 세워요. 애쉬는 출산 직후 회복되지 않은 몸을 이끌고, 처절하게 탈출해요.

애쉬의 찌롱은 계속되요. 애쉬는 투잡, 쓰리잡을 뛰며, 바이런과 똑 닮은 아들을 키웁니다. 쫓고 쫓기는 스완가와의 숨바꼭질도 멈추지 않죠. 그러던 중 스완가는 도망치려는 애쉬의 발목을 분지르고, 발레리노인 애쉬는 다리를 절게 됩니다. 노엘에게 늘 미안한 아빠, 그러면서도 아이들에게 발레를 알려주는 무대 뒤의 발레리노...애쉬의 6년이 그랬어요. 물론, 애쉬를 찾기 위한 바이런의 6년도 찌롱이긴 마찬가지예요.

하지만,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미운 백조 새끼'는 확실한! 달달물입니다. 원앤온리 '너에게만 친절한 나' 바이런과, 까칠하고 서툴지만 '널 위해선 다 할 수 있어' 애쉬, 두 사람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똘똘이 노엘... 말해 뭐 하겠습니까? 특히, 외전은 상처(?) 입은 독자들 마음에 후시딘이예요.

짠날이 있으면, 단날도 있겠죠. 단짠의 진리를 믿습니다. 어쩌면, 짠짠짠 할수록 달달달 할지도 모릅니다. 네...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달달한 날이 오면, 그때 짰던 날들에 대해 수다를 떨어 보고 싶습니다. 달달한 해피엔딩을 믿기에 견디는 고구마 구간처럼, 현생 또한 그러리라 희망하며...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10.24 - [BL 소설] - [오메가버스/현대물/삽질물] 폴 투 윈(Pole To Win) - 진조

 

[오메가버스/현대물/삽질물] 폴 투 윈(Pole To Win) - 진조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9.11 분량: 본편 1권 ​ ​ ​ ​ point 1 책갈피 ​ ​ 폴 포지션. 요한은 자신에게 폴포지션과 같았다. 요한이 자신을 발견하고 자신도 요한을 찾았다. 고카트 하는

b-garden.tistory.com

2020.08.12 - [BL 소설] - [환생물/동양풍/피폐물] 여백의 흔적 - 진조

 

[환생물/동양풍/피폐물] 여백의 흔적 - 진조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9.1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나뭇가지는 잘라도 그 뿌리에서 타고난 성질과 같다. 밤나무에서 자란 나뭇가지가 감나무가 될 순 없는 법이다. point 2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