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9.1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나뭇가지는 잘라도 그 뿌리에서 타고난 성질과 같다. 밤나무에서 자란 나뭇가지가 감나무가 될 순 없는 법이다.
point 2 줄거리
기: 이서요는 양인으로 발현되어 황태자에 오를 것이라는 예상을 뒤엎고, 평인이 되어 궁에서 쫒겨나 비참한 인생을 산다. 어느날 자신의 음인으로 삼아주겠노라 약속했던 나르예가, 극양인이자 강한 왕부의 주인이 되어 이서요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그 날 술에 취한 자신을 강간하고, 자신의 왕부로 데려가 감금한다.
승: 군왕을 타락시킨 요물이 되어버린 이서요, 그는 이복동생과의 관계를 견디지 못하고 미쳐간다. 나르예는 도망치는 이서요의 발목에 활을 쏜다. 돌아온 서요는 식음을 전폐하고, 누가 죽어 나가든 반응하지 않게 된다. 쌓은 원한이 부메랑이 되어, 왕부에서 죽어간 의원의 아비 계략에 의해 이서요는 죽는다. 나르예는 사술을 부려 다섯번의 구(九)를 지나 환생하여 이서요를 만난다.
전: 다시 태어난 '윤서요'는 전생에서 그가 평인으로 발현되었던 13살에 '이서요'의 기억을 찾는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 나르예와 너무나도 닮은 권차헌을 경계하지만, 친구도 없고 몸도 약한 윤서요를 인기 많고 성격 좋은 권차헌은 살뜰히 챙겨준다. 윤서요는 나르예와 전혀 다른 권차헌과 불편한 친구 관계를 이어간다.
결: 그러던 어느날 자신이 '나르예'라는 사람이 나타나, 윤서요를 납치한다. 공포에 떨고 있는 윤서요를 권차헌은 구하고, 그가 더 이상 나르예가 아닌 나를 오랫동안 챙겨주고, 좋아하는 권차헌임을 확신한다. 둘은 연인이 된다. 멀고 먼 세월을 돌아 비로서 '나르예'는 망가지지 않고 죽지 않은 '이서요'를 손에 넣는데 성공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비와 당신
'여백의 흔적' 외전이 나왔습니다! 저는 외전을 읽는 것을 좋아하지만, 외전에 큰 비중을 두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줄거리 에도 굳이 외전을 넣지 않습니다. 외전은 말 그대로 외전이죠. 그런데, 외전이 본편과 별개의 이야기를 하거나 상반된 톤&무드 만드는 경우가 있는데요, 좀 더 극단적인 경우에는, 본편의 줄거리나 메세지를 뒤엎는 경우도 있어요. 저는 꼬리로 머리를 치는 경우라고 보기 때문에, 좋게 보진 않아요. 그런 경우 연작 혹은 2부 형식으로 본편과 분리 시켜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여백의 흔적이 '극단적인 경우'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2부 형식으로 ㅇㅇ의 흔적으로 나왔으면 더 좋았었겠다는 아쉬움은 생기네요. 외전은 서요와 차헌이 함께 하고 있으니, 더 이상 '여백'도 아니기도 하고...
본편의 내용이 '나르예'가 운명과 시간을 거슬러 '서요'를 집요하게 갖기 위한 여정이었다면, 외전은 '서요'를 가진 후에 '나르예'가 그 현실에 '정착'하는 모습입니다. 본편에서 나르예는 강한 정복자의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외전에서 나르예는 불안하고 서툴죠.
본편은 촘촘하게 장치를 배열한 서스펜스 영화, 외전은 서정적인 풍경화 같았습니다. 서늘한 북방의 바람, 사락사락 눈 밝히는 소리, 을씨년스럽고 날카롭게 솟은 자작나무 숲, 시야를 흐리는 안개비, 건조한 모래성처럼 흩어지는 차헌의 윤회 속 기억, 외전은 영상기가 돌려 독자에게 서요와 나르예가 있는 정경을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그 흐리고 젓어드는 장면 속에 서 있는 서요는 마치, 나르예에게 '잡을 수 없는 것' 같은 그립고, 불안한 느낌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부수는 것보다 세우고 지키는 어렵다고 합니다. 열두 갑자가 다섯 번 돌아 육십년에 한번 돌아오는 환생을 아홉번이나 거친 나르예의 윤회는 쉽지 않았을 듯 합니다. 서요를 만난 마지막 환생 전까지, 나르예는 서요를 가진 거짓 환상 속에서 멈추지 않고, 서요를 만날 수 있는 날이 가까워졌음을 기꺼워 하며, 스스로를 계속 죽이죠. 그리고, '윤서요'를 만났을 때, 다시는 결코 실패하지 않겠노라 다짐합니다. 물론, 주변 사람을 정리하고 납치극을 조작한 것을 조심스럽다고 말하긴 그시기하지만, 이외 기타등등은 매우 애썼다고 인정 해 줘야겠죠? 하지만, 나르예는 '서요를 잃어버리지 않는 방법'에 골몰한 나머지, '서요와 함께 행복하게 사는 법'을 놓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생하고 착해진 집착 광공이 몇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과 나르예의 가장 큰 차이는 나르예는 후회하지는 않는다는 겁니다. '내가 서요에게 어떻게 그렇게 잔혹한 일을 할 수 있었을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둘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는 결론과는 달라보입니다. 이제 서요는 더 이상 괴로워 하지 않습니다. 많이 웃고, 편안해 지고, 행복해 졌어요. 하지만, 나르예가 보는 서요는 늘 신기루 같은 풍경 속에 있습니다.
비와 당신, 그 당신을 하염 없이 바라보는 '나'는 어디에 있나요?
분명히, 공이 수 발목을 아작내는 전형적인 피폐물인데, 이렇게 공이 안스럽다니... 이것도 다 이모의 마음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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