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1.02.09

분량: 본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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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네가 이렇게 날 받아들여 주면 난 또 미쳐서 날뛸지 몰라. 그러니까......"

"그럴 때 브레이크 밟을게요."

"...... 뭐?"

"맞아요, 그날 아저씨 평소랑 다르게 과속하셔서 엄청 위험했어요. 솔직히 조금 무섭기도 했어요. 근데 제가 브레이크 밟으니까 아저씨 멈추셨잖아요. 그래서 결국은 안 다쳤고요."

"결아, 그건......"

운이 좋아서였다. 자신이 제정신이 들지 않았다면 절대 멈출 수 없었고 정말고 끔찍한 일이 벌어졌을 터였다.

"그러니까, 지금 확실하게 약속해 주세요. 앞으로도 제가 브레이크 밟으면 멈춰 주실 거라고."

아이처럼 말간 얼굴로 웃으며 손을 내미는 결을, 주언이 거절할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는 닿지 못할 거라고, 이렇게 마주할 수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이 작은 약속 하나로 그를 다시 품에 안을 수 있다는데. 망설일 틈이 어디 있을까.

"마지막으로 도장도 꾹."

손가락을 마주 걸고 엄지까지 야무지게 맞부딪치는 결을 보며 주언은 웃음을 삼켰다. 일주일 만에 처음 짓는 웃음이라 그런지 어쩐지 어색하게 입가가 떨리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눈가까지 진동이 번지는 느낌에 손을 들어 눈꺼풀을 누를 때였다.

"그럼요, 아저씨."

"...... 응."

간신히 눈가를 진정시킨 주언이 결을 향해 시선을 던졌다. 무엇이든 말해 보라는 듯 다정한 미소와 함께. 그를 잠시 멍한 눈으로 바라보던 결이 문득 주언에게 성큼 다가왔다.

"오늘 브레이크 실험해 봐도 돼요?"

point 2 줄거리

기: 중학생 때부터 소형 기획사 연습생을 시작한 백결은, 몇 번의 데뷔 기회를 물먹으니 20살 되었다. 떡볶이를 팔고 폐지를 주워가며 결을 키워준 할머니의 병원비는 부족하고, 데뷔 가능성도 점점 희박해져갔다. 그때 결에게 스폰서 제의가 들어오고, 결은 어쩔 수 없이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가게 된 펜트하우스에서 화보 속 모델처럼 근사한 조폭 아저씨, 기주언을 만난다.

승: 매서운 눈빛을 가진 위험한 분위기의 아저씨는 결에게 다정했다. 결은 그런 아저씨에게 사랑에 빠진다. 한편, 결은 아저씨가 투자한 보이그룹 프리즘 멤버로 데뷔, 큰 인기를 얻는다. 또, 할머니도 아저씨가 준 무제한 블랙카드로 무사히 병원비를 결제하고 퇴원한다. 결은 아저씨와 만나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아저씨가 오래전부터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 결은 낙담한다.

전: 한편, 주언은 결에게 차를 선물하고, 운전면허가 없는 결은 아저씨에 운전을 배우기 시작한다. 아저씨와 함께 있는 시간이 늘어 날 수록, 결은 더더 아저씨가 좋아지고, 그래서 먼저 키스도 하지만 아저씨는 무서운 얼굴을 한다. 상처 입은 결은 스폰을 그만두자고 말하고, 당황한 아저씨는 결이 바라는 대로, 이성의 고삐를 풀고 결을 끈적지근한 신세계로 안내한다. 아저씨와 몽롱한 날들을 보내던 결은 정줄을 놓고, 방송 중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대답한다.

결: 아저씨는 대노하여 결을 소환한다. 결은 또 무서운 얼굴을 한 아저씨를 보자 서러운 마음에 대들고, 아저씨는 결을 거칠게 다룬다. 물론, 아저씨는 곧 결에게 사과하지만, 결은 돌아가 연락을 끊는다. 그러다 결은 주언의 동료, 석중에 연락을 받고 아저씨가 식음을 전폐하고 술에 빠져 산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리고 아저씨가 좋아하는 사람이 자신이라는 것도, 아주 오래전부터 자신의 키다리 아저씨였다는 것도 알게 된다. 삽질을 끝나고, 해피엔딩!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저씨의 순정

'아저씨와 나'가 왜 많은 독자에게 읽히지 않았을까? 이렇게까지... 그래서, 올해 2월 저의 모습을 떠올려 봤어요. 아... 표지 일러스트! 저는 대부분 표지에 관한 감상이 제로 포인트에 가까운데, 굉장히 드물게 표지 일러스트에 끌려 읽게 되거나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안 읽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요즘은 원체 훌륭한 일러스트가 많아서 전자가 월등한 편이지만, 유감스럽게도 '아저씨와 나'는 후자였나 봐요. 차라리 꽃이나 단색으로 하시지...

'아저씨와 나'는 유사품 '아기와 나'나 '왕과 나'와 다르게, '나'보다는 '아저씨'의 노고가 대단히 큰 작품이었어요. 저는 이 작품의 부제로 '아저씨의 순정'을 외치겠습니다! 물론, 결은 매우 착하고 성실합니다. 번번이 눈앞에서 데뷔의 기회를 빼앗겨 놓고도, 스폰이 들어와 데뷔와 확정되었을 때, 혹시 누군가의 데뷔 기회를 빼앗은 걸까 봐 걱정할 정도로 착해요. 네... 그렇습니다. 순수한 백지! perfectly whtie paper! 그래서 이름도 백결인가요?

13년 차 백결 스토커, 아니 키다리 아저씨는 입맞춤도 처음이라며 얼굴을 붉히는 어린 양과 먼~ 길을 가야 했어요. 입술 세 번 가져다 댔더니, 너무 많이 하는 것 같다며 당황하는 백결! 아저씨는 백결이 어린애인 것이 원망스러웠죠. 하지만, 이런 아저씨의 고민도 모른 채 홀로 삽질 짝사랑 중인 한결은, 아저씨를 좋아하면 좋아할수록 스폰 관계라는 사실이 힘들었고, 그래서 아저씨에게도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어요. 그렇게 참고 있는 아저씨를 계속 자극합니다.

건드렸으면 책임을 져 줄래? 하지만, 아저씨는 어른이었어요. 출장도 가고, 술도 마시고, 혼자 해결(?) 하면서, 결의 속도를 배려해 진도를 밟습니다. 문제는, 마지막 단계가 아가에게 고통을 주는, 하나 됨의 단계! 아저씨는 그다음이 뭔지도 모르고, 어여쁘게 엉겨 붙는 결을 보며 자기 수양을 하죠. 그러던 어느 날, 결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고 인터뷰를 해요. 질투에 불탄 아저씨는 결을 몰아붙이지만, 아파하는 결을 보고는 중간에 멈춥니다. 아저씨는 초인이었어요.

그 후 두 사람은 삽질물의 클리셰에 따라, 오해를 풀죠. 베프의 전제 조건은 기가 막히게 타이밍을 캐치하는 눈치와 친구의 비밀을 적당히 흘릴 줄 아는 가벼운 입이죠. 그리고 석호는 주언의 이상적 베프였어요. 결을 되찾은 주언과, 주언의 연인이 된 결! 두 사람은 브레이크를 뽑고 고지를 넘습니다. 그런데 이 순간에도 한 큐에 넘지는 않아요. 아저씨는 그 격정적 화해의 순간에도, 절제를 아는 참 성인이었거든요.

물론, '아저씨와 나'는 설명이 많이 부족하죠. 24살 주언은 모시던 형님에게 배신 당하고 부상을 입은 채 7살 결을 만나요. 그때 딱히 결이 별말을 하진 않았는데도, 주언은 결의 말을 힘으로 삶의 의지를 다 잡죠. 그 후 할머니 떡볶이집의 단골로 대량 구매를 해주고, 가수가 될까 말까 망설이는 결에게 용기를 줘요. 그러다 처음 데뷔에 미끄러지고 우는 결을 보고 사랑에 빠지죠. 왜, 어떤 점이, 무슨 배경에서, 어떻게 그런 건지는 독자의 상상력에 양보합니다.

결국 할머니의 떡볶이 집 건물주도 주언이었고, 위험한 투자가 들어간 결의 데뷔를 막은 것도 주언이었다는 건 알겠는데... 키다리 아저씨를 해 주려면 더 좋은 방법이 많지 않았을까요? 손회장이란 연줄도 있는데, 결이 스폰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급박한 상황까지 내 몰 필요가 있었을까요? 이래저래 아저씨에게 따지고 싶은 부분은 많습니다. 그리고 손회장님과 할머니의 인연도, 수습 안 된 깝툭튀 중 하나죠.

결이 20살이니, '아고물'이라고 부르기는 애매하지만, 어쨌든 아고물의 묘~미~는 '어른의 포용력'과 '아가의 순진함'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면서에서, '아저씨와 나'는 우수한 아고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저씨는 매우 어른이었고, 결은 백설기보다 새하았거든요. 마무리를 비롯해 아쉬운 점은 많지만, 메인 디시는 훌륭하고 사이드 디시가 부족한 정찬이라는 생각에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물론, 작가님이 외전으로 A/S 해 주셨으면... 미리 감사합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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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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