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4.18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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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햇살 조각."

"햇살 조각이요?"

"햇살 줄기가 떨어지는 땅에 마법진을 그리면 햇살의 일부를 봉인할 수 있지. 그것을 지붕에 매달아 두어서 바람에 말려 둔 뒤 칼로 조각낸 거다."

쥬드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렇다면 아까 우유에 넣었던 것이 햇살이군요!"

"4월 햇살이라고 말했잖아. 4월의 가장 볕이 좋을 때 모아 둔 조각 중 하나지."

블레어는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햇살 조각을 하나 꺼내 들었다. 쥬드는 "우아" 하고 탄성을 내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 얹혀진 조각은 샛노랗게 반짝거렸다.

쥬드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헉, 따뜻해. 꼭 햇볕 쬐고 있는 병아리 솜털 같아요."

병아리를 만져 본 적 없는 블레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쥬드는 온기가 흐르는 조각을 만지작대다 그것을 코에 가져다 대었다.

놀랍게도 햇살에서는 좋은 향이 났다. 촉촉한 흙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 본 적 있는 이름 모를 꽃향기, 그리고 땅콩 잼 같은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3세 쥬드 워커, 카스티야 마법 학교의 촉망받는 장학생, 남은 졸업요건은 하나! 바로 대마법사 밑에서 1년간 조수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쥬드 워커는 빛의 마법사, 블레어 애틀리를 찾아 먼 북쪽 마을로 떠나고, 블레어의 저택으로 가는 길에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줍는다. 한편, 까칠한 블레어는 조수는 필요 없다며 쥬드를 돌려보내려 하는데, 그때 눈치 없이 알이 깨지고 아가 용이 나온다. 아가 용은 처음 본 쥬드와 블레어를 아버지들로 각인했다.

승: 블레어는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은 두 동거인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쥬드는 보면 볼수록 착하고 성실했고, 아가 용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늘 굳어 있던 블레어는 간간이 웃게 됐고, 곧 따뜻하게 변한 집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블레어의 집에 물건을 배달하러 온 루시의 썰매를 타고 아가 용이 탈출한다. 블레어와 쥬드는 식겁해 그 뒤를 쫓고,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용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회의를 통해 아가 용을 기르는데 힘을 보태기로 한다.

전: 서툰 아빠들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아가 용은 '루비'란 이름을 가진 '마을의 아기'가 된다. 한편, 용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펠로데르스 황국의 황제는 거금을 들여 용을 찾지만, 총책임자 앨런 우드가 고용한 용병들이 알을 빼돌리려다 눈사태 맞으면서, 알은 분실된다. 그 알이 바로 '루비'였다. 앨런 우드는 홀로 눈사태가 일어난 마을을 찾아가고, 블레어의 자택에도 도착한다. 그날은 블레어가 그토록 기다리던, 여신의 드레스, 오로라가 내려온 날이었다.

결: 하지만, 블레어는 오로라 조각을 모으는 것을 포기하고, 앨런 우드로부터 루비와 쥬드를 지킨다. 앨런 우드는 격전 끝에 절벽으로 떨어지고, 블레어는 루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블레어는 사라지려는 오로라 조각을 간신히 모아 학회의 인정을 받고, 쥬드는 졸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블레어는 다시 북쪽 마을로 돌아가고, 졸업을 마친 쥬드 역시 블레어에게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용은 진짜 가족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여신의 치맛단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햇살 세 스푼'을 동화 같은 BL 소설이라고 구매하시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쥬드와 블레어는 사제에서 연인으로, 결국 부부(?)가 되죠. 파란 표지를 가르는 빨간 딱지가 예고하듯, 씬도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트러플 오일 파스타에 들어간 트러플 버섯만큼입니다. 데코 수준이라는 거죠. 동화를 일부 차용한게 아니라 , 전체 플롯 자체가 동화 서사로 전개되거든요. 물론 저는 훈훈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용을 무찌르러 떠난 기사의 모험담... 크고 나서 보면 좀 이상합니다. 기사는 용의 집에 무단 침입해, 강도, 방화, 살해를 저지르고 돌아와 영웅이 되죠. 그전에 왕이 약속을 어겨 공주가 끌려간 거니, 왕은 의도에 따라 계약 위반자나 사기범이 될테고요. 이렇게 잔인하고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이들의 배게 맡에서 읽히고 있다는 게 불편할 때가 있어요. 만약, 진짜 동화라면, 그건 '빼앗는'자가 아니라 '지키는'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점에서 '햇살 세 스푼'은 정말 아! 동화! 였어요. 내용은 위기에 빠진 용을 구해 악당으로부터 지켜낸 빛의 마법사와 그의 조수! 정도 일 거예요. 하지만, '햇살 세 스푼'의 진짜 재미는, 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그 용을 지키는 과정이에요.

빛을 형상화하는 마법을 구사하는 블레어는, 계절마다, 매달, 매일 달라지는 각각의 햇살을 모으고 말려 종이처럼 굳히죠. 그 조각들은 세면대 바닥에서 따끈하게 물을 데우고, 우유에 넣어 포근하고 따뜻한 양식이 돼요.

블레어가 마법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북쪽 마을까지 오게 된 건 희귀한 빛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어요. 바로, 여신님의 드레스라고 불리는 오로라 말이에요. 하지만, 오로라는 그 마을 주민 루시도 3번 경험한 귀한 순간이었죠. 달과 해가 동시에 뜨고 은빛 늑대들이 설원에 춤을 추는 날이 지나면, 여신님의 드레스가 검은 밤 하늘에 살포시 내려앉아요. 블레어는 그 오로라 조각을 학회에 가져가야 했기에, 몇 년을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 지루한 기다림에 선물처럼, 쥬드와 루비가 찾아옵니다. 블레어는 햇살 같은 쥬드를, 사고뭉치 루비를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흉포한 용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위협이었고, 둘은 루비를 숨깁니다. 물론, 늘 그렇듯 아기들이 부모(?) 마음대로 되진 않죠. 누군가가 해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 아가에 불과하다. 마을 사람들은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결국 '선의'가 '불안'을 이기고 루비는 마을의 귀염둥이가 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꾀 긴 시간을요.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우는 아이를 볼 때, 공공장소에서 뛰는 아이들을 볼 때, 도대체 부모는 뭐하고 있나? 기를 능력이 없으면 낳질 말던가? 인상을 썼어요. 물론, 아이를 가장 안전하고, 주위에 폐 끼치지 않게 키우는 법은 있습니다. 집에 감금해 키우는 거죠. 하지만 그건 '사람'을 기르는 법이 될 수 없고, 결국 아이는 세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때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지 않는다면, 아이의 안위는 위태롭겠죠. 가령, 쏘카 사태도, 콜 센터 직원은 매뉴얼을 어긴 적 없고, 그 매뉴얼이 부도덕하진 않았겠지만, 아이의 무사함을 바라는 마음에 관해선 의문이에요. 잘 못한 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아이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애당초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루비'는 태어나자마자 수없이 위기를 겪습니다. 루비의 어머니는 앨런 우드에게 살해당해요. 성인 용은 길들이기 힘들다는 황제와, 헤츨링을 연구하고 싶다는 앨런 우드의 필요때문에요. 그렇게 남겨진 루비는 돈에 눈먼 용병에 의해 팔릴 뻔 하다가, 눈사태가 일어나면서 설원에 내버려지죠. 자연스럽게 물범의 먹이가 될 위험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쥬드에게 발견되고, 블레어의 허락을 받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라나요.

물론, 최대 위기는 앨런 우드였어요. 앨런은 쥬드를 만신창이로 만들지만, 곧 나타난 루시와 그의 썰매견 로빈에게 공격 당해, 블레어의 집에 불을 지른 채 도망칩니다. 또, 그가 탄 썰매의 썰매꾼은 밧줄에 묶여 숨을 쉬지 못하는 루비를 발견하고, 앨런에게 풀어 달라고 빌어요. 동시에 앨런 우드를 수상히 여긴 이장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저지하고, 그동안 블레어가 앨런에게서 루비를 되찾죠. 그리고 그런 블레어를 또 루비가 구합니다.

황제가 루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모두 루비를 숨겨줘요. 루비가 자라서 축제가 가고 싶은 나이가 되자, 마을 아이들은 쥬드와 블레어 몰래 루비를 축제에 데리고 갑니다. 용이라는 걸 들키지 않게, 뿔을 가릴 수 있는 고양이 귀 모자를 씌워서요. 물론, 아이들의 이런 노력 때문에, 쥬드와 블레어, 마을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용 한마리를 기르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애정이 필요해요.

이들에겐 전리품이 없습니다. 유명세도 없고, 영웅의 칭호도 없죠. 루비가 사랑스럽게 밝은 용으로 자라났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 뻔하고 흔한 결말이 진짜 동화가 아닌가싶어요. 다시 말하지만, 쥬드와 블레어의 러브라인이나 씬은... 네...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내 이모 미소로 볼 수 있었던 건, 오로라보다 찬란한 사람들을 때문인것 같아요. 그럼 전 이제 성인이 된 루비를 봐야겠습니다. 금발의 황자와 사랑한다던데, 곧 '용의 황자님'도 리뷰하겠습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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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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