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블래스트

출간일: 2020.05.07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나한테는... 가족이 중요해요."

맥주 캔을 쥔 인위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럼 그렇지. 씁쓸한 마음에 맥주를 마시며 반대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준원이 고기를 다시 뒤집는다. 기름이 떨어지며 숯에서 불이 후루룩 올라왔고, 익은 고기는 능숙하게 한쪽으로 옮겨 놨다.

"그래도 만약 그런 일이 생기면..."

인우가 다시 고개를 돌려 준원을 바라봤다. 준원은 익은 고기를 접시에 덜어 놓은 뒤 눈을 맞추고 웃었다.

"인우씨 옆에 있을게요."

인우는 눈조차 깜빡일 수 없었다. 준원의 미소가 조금 더 짙어졌다.

"무조건 인우씨 편들어 줄게요. 내가 많이 좋아하니까."

그는 곧 아무렇지 않게 남은 고기를 올려놨다. 치이익- 고기 익어가는 소리가 사랑의 세레나데처럼 들렸다. 인우가 위로 올라가는 입술을 애써 감쳐물고 맥주를 입으로 가져갔다. 괜히 민망해져 하늘을 올려다봤다. 별이 반짝반짝 수두룩했다. 아, 왜 이러지? 이럴 리가 없는데. 서울 하늘에 저렇게 별이 많을 리가 없는데. 매일 보던 하늘도 땅도 나무들도 왜 달라 보이지. 결국 참지 못하고 웃음이 터져 나왔다.

point 2 줄거리

기: 엔조이 게이 라이프를 즐기며 살고 있던, 톱스타 배우 김인우는 야구 시구 차 야구장을 찾는다. 인우는 얼굴을 붉히며 팬을 자처하는 서준원을 보고, 호기롭게 자신의 시구볼을 치라고 요구한다. 그리고, 서준원이 친 볼은 인우의 중요 부위로 직진하고, 인우는 국민 고자(?)가 된다. 준원은 사과하기 위해 인우가 입원한 병원을 찾는다. 그리고, 인우의 빨간(?) 요구를 받게 되고, 이런 자극을 처음 맞본 준원은 기절한다. 그 후 재도전(?) 끝에, 무사히 뜨밤을 보낸다.

승: 인원의 오랜 팬이었고, 인우를 많이 좋아했던 준원은 바로 고백한다. 하지만, 인우는 준원을 거절하고, 준원은 상처 입는다. 한편, 준원의 은퇴 소식이 터지고, 은퇴 사유로 인우가 거론되면서, 인우는 여론의 뭇매를 맞는다. 어쩔 수 없이 인우는 준원을 만나 해명을 부탁한다. 하지만, 인우의 예상과 다르게 준원은 사과를 했고, 그런 순수한 모습을 본 인우는 준원과 만날 수 없는 이유를 솔직히 고백하고, 개의치 않는다면 만나자고 제의한다.

전: 두 사람의 연애는 시작되었다. 인우는 11자리 번호로만 저장되어 있는 수많은 섹파들을 정리하고 준원에게 정착하려 한다. 반면, 은퇴 후 제빵을 배우기 위해 유학을 떠날 예정했던 준원은, 한국에 빵집을 차리기로 계획을 선회한다. 한편, 인우는 오랜 염원인 윤태용 감독 작품 출연을 위해, 강원도에 은둔한 윤감독을 찾아가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곳에서 사고를 당해 쓰러진 윤감독을 구하게 되고, 우여곡절 끝에 김원기와 윤감독 영화를 함께 찍게 된다.

결: 게이인 김원기는 인우의 난잡한 생활을 알고 있었고, 흥미 삼아 인우와 즐겨보려 수작질을 부린다. 한편, 인우의 전 섹파이자 준원의 친형인 영민은 둘 사이를 반대하지만, 준원은 오히려 가족들에게 인우와의 관계를 당당히 밝힌다. 그때, 인우의 섹스 동영상과 스토커가 나타나고, 윤감독 영화 캐스팅의 비밀이 드러나는 등의 사건사고가 발생하지만, 두 사람은 큰 영향을 받지 않고 알콩달콩 사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What for?

사회생활은 무데뽀, 사생활은 동물남, 하지만 겉과 속이 똑같아서 도무지 미워할 수 없는 백치수! 이런 인우가 저의 생활에 비타민이었을 때가 있었죠. 물론,한결같은 인우쟁이 준원이야 말할 것도 없고요. 어쩌면, 인우가 이렇게 투명하기 때문에, 연기를 잘 할 수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알람이 안 울려도, '그' 시간이면 눈이 떠지는 것처럼, 다른 일을 하다가도 업댓 시간이 되면 자연스럽게 접속할 정도로, 열심히 챙겨 봤던 연재작이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마지막에 fin이라는 글자를 봤을 때는 정말 어이가 없었습니다. 순간 fin tech인가?라는 엉뚱한 생각까지 들었을 정도였어요. 갑자기, 준원과 사랑을 외치며 끝납니다. 준원 집안과의 갈등이나, 의미심장한 서영민의 경고, 온갖 고초를 겪어가며 찍게 된 영화에 대한 마무리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연재작이란 작가의 일신상 혹은 출판사 사정이나, 단순히 새로운 작품에 필이 꽂혀서 등등 여러 이유로 허망하게 끝날 때가 있습니다. 그때마다 실망은, 그 요일, 그 시간을 기다려 읽었던 독자의 몫입니다.

그러다 우연치 않게, 단행본을 읽게 되었습니다. 외전 형식으로나마 벌려 놓은 떡밥들을 회수해 놓으셨더라고요. 그나마 다행입니다. 김원기는 마약에 강간 미수, 동물 학대까지 했는데, 녹취 하나 약점으로 남겨 놓고 눈치 보며 종결! 영화는 그럭저럭 찍고 있음! 우리만 사랑하면 장땡이지! 가 아니라, 단행본 발간과 함께 더해진 외전에는, 옴팡지게 고생하는 김원기와 순항하고 있는 촬영, 인우의 선물공세에 한풀 꺾인 회장님을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영민의 경고가 암시했던 사건들은 나오지 않습니다. 그저 순수한 염려였던 것으로...

인우는 아마도, 이렇게까지 누군가를 사랑하게 될 줄 몰랐을 거예요. 인우는 아름다운 외모를 지닌 성공한 배우였고, 충분히 안전하게 즐길 수 있는 섹파들이 많이 있었죠. 욕구에 충실한 단세포 동물! 조금 부족한 지식과 상식, 더 부족한 수치심까지, 엔조이 게이 라이프를 부추겼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과 전혀 다른 순정 곰탱이 서준원을 만납니다. 형과 섹파라고 해도, 동영상이 있다고 해도, 김원기가 인우의 난잡한 성생활을 고자질해도, 심지어 집안의 반대가 있어도, 흔들리는 척 조차 하지 않는 직진 순정 다정남말이에요.

인우가 운명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지금까지와의 다른 삶이 시작됩니다. 하나는 연인으로서, 다른 하나는 배우로서의 삶이었죠. 성욕은 있어도 애욕은 없었던 인우는 한 사람에게 정착하려 합니다. 그러자, 지금까지 없었던 시련이 찾아와요. 젠틀한 섹파였던 영민은 인우를 걸레라고 부르며 무시하고, 섹스 동영상을 이유로 광고를 해지하려 하죠. 흔적도 없었던 과거 섹파는 스토킹을 시작합니다. 그리고, 연예계에는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지뢰들이 깔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즐기는 생활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약점과 비난의 대상이 돼요.

배우로서 인우는 나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윤감독의 영화에는 도무지 캐스팅되지 않았죠. 쫓아가면, 도망가는 윤감독이란 사람! 인우는 그럼에도 포기하지 못하고, 윤감독이 은신해 있는 강원도까지 찾아갑니다. 윤감독은 집에 없었고, 기다려도 오지 않았죠. 그때, 준원이 미심쩍은 흔적을 발견하고 윤감독의 사고를 추측합니다. 그뿐만 아니라 입원부터 보호자 소환까지, 놀라 덜덜 떠는 인우를 달래며 처리해 줘요. 물론, 깨어난 윤감독이, 생명의 은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역할을 주진 않지만, 중요한 계기가 되긴 하죠.

더불어, 김원기가 마약사건을 덮기 위해 인우의 소속사와 계약하면서, 인우는 윤감독 작품의 무려 주연이 됩니다. 작은 역이라도 그저 감사했던 인우로서는, 고진감래라고 할밖에요. 그 애타는 구애의 몸짓이 빛을 봅니다. 그랬기 때문에, 이 역이 오롯이 자신의 노력이 아니라, 김원기와 양대표의 찜찜한 거래가 있었다는 사실에 상처받습니다. 김원기는 웃는 낯으로 인우를 비웃고, 인우는 영화를 안 찍으려 하죠. 물론, 준원의 설득이 있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살던 대로만 살 수 있으면, 편하지만 재미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절대적 다수는 살던 대로 살죠. 그래서, 정 반대의 사람을 만나, 살던 대로 살지 않으면서, 살던 대로의 방식으로부터 난관을 겪는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게다가, 그 당사자가 우월한 외모와 재력을 지닌, 똘끼 충만한 육식남이라니! 저는 '순정 곰탱이'가 그런 에피소드를 들려주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이 이야기가 인우가 사랑을 깨닫는 과정이었나? 그럼 그간에 사랑을 느껴온 장면들은 뭐였지? 그냥 어느 날 보니, 생각보다 큰 사랑이었나? 연예계 일상물도 아니고... 뭘 쓰고 싶었던 거지? 제가 멘붕에 빠졌습니다.

캐릭터가 너무 사랑스럽고 매력적인이라, 더더 아쉬움이 짙은 작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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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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