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연필

출간일: 2019.06.03

분량: 본편 4권

 

 

 

point 1 책갈피

"폐하, 이렇게 살아 폐하를 다시 뵈니 너무나도 기쁘지만...... 만일 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후회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우희, 어리석구나. 어찌 그런 말을 하지."

"......"

"네가 짐이었다면, 그때도 그리 생각했을 것 같으냐."

"폐하, 어찌...... 어찌 제가 그렇게 생각하겠습니까."

단우가 당치도 않다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화인은 그를 더욱 자신의 품으로 끌어당기며 몸을 단단히 붙였다.

"한데 어찌 짐의 마음이 다르리라 생각하느냐."

"...... 저는 폐하를 연모하기 때문에, 저는 그 어떤 상황에서도 폐하를 먼저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기에 저는 폐하처럼, 대단한 분이 될 수 없는 것이겠지요."

그 말에 화인은 한숨처럼 웃었다. 어떤 상황에서도 그를 먼저 생각한다면, 그것이 연모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화진 국왕에게 그런 전갈을 받았을 때 그를 버린다는 선택지는 처음부터 배제하고 구할 방법부터 생각했던 자신의 마음은 무엇일까.

가장 특별히 아끼던 수집품을 잃은 자가 할만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그것은 자신도 끔찍하리만큼 노골적으로 느껴왔다.

"...... 그렇다면, 우희."

"......"

"짐 역시 너를 연모하는 모양이다."

point 2 줄거리

기: 소국 화진과 대국 창이 화친을 맺으며, 화진의 창녕대군 위단우는 창의 볼모로 가게 된다. 그 후 청운궁에 머물게 된 단우는 하인들의 박대 속에서, 제대로 된 섭식, 관계, 배움도 없이, 고립된 채 서러운 생활을 한다. 그런 단우는 간혹 청운궁을 찾다가 아예 발길을 끊어버린 2황자에 대한 그리움을 품고, 8년을 보낸다. 한편, 화진의 국왕이 화친을 깨고 창의 땅을 침범함하자 창의 황제는 단우를 불러 죄를 묻고 죽이려고 한다. 그때, 태자가 된 2황자가 나타난다.

승: 소국 화진은 제갈량의 현신이라 불리는 학자 한맹위를 얻고 창을 쳐 창의 땅을 얻었다. 태자는 이 한맹위를 창으로 데리고 온 상으로 단우를 요구하고, 화진의 대군 신분을 버린 단우는 동궁 내 연위궁에 머문다. 그러던 어느 날 태자의 정사를 엿보게 되고, 얼떨결에 함께 하게(?) 된 후, 단우는 태자의 총자가 된다. 그리고 태자의 지밀에서 나신으로 목줄을 차고 태자만을 기다리며, 성적으로 길들여지고 통제받는다. 그러던 중 황제와 태자는 광보성으로 떠난다.

전: 4황자는 그 틈에 연위궁을 찾아 단우를 모욕하고, 태자가 묶어준 정조대를 훼손시킨다. 한편, 황제는 정신을 잃어 급히 환궁한다. 황제의 병인은 중독이었고, 황제는 곧 병사한다. 그리고, 4황자의 친모인 귀비가 준 다식판에서 독이 발견되면서, 4황자는 모반죄로 죽는다. 황제가 된 태자는 단우를 은밀한 낙랑궁으로 옮기고 탐한다. 그때, 화진 왕비의 무사였던 윤상궁이 단우를 화진으로 도피시키려다 잡히는 사건이 발생하고, 단우는 황제의 계략을 알게 된다.

결: 불행한 인생의 원인이 황제라는 것을 알게 된 단우는 그를 거부하고, 황제는 폐가와 다름없는 영수궁으로 단우를 유폐한다. 단우는 반성하고 황제에게 돌아가지만, 곧 한맹위를 찾기 위해 창으로 온 화진의 사신단에 의해 붙잡혀 화진으로 간다. 황제는 한맹위의 신분으로 화진에 가 단우를 구하고, 단우는 천둥 트라우마 이면에 숨겨진 친부의 비극사를 기억해 낸다. 단우와 황제의 도움으로 화진은 새로운 왕을 맞는다. 창으로 돌아온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불가역'과 '화중매'

베스트셀러 혹은 스테디셀러는 많고, 무공진님의 작품들 중에도 유명한 작품이 많지만, 세계관 주인공 서사 모두를 인정받는 작품은 많지 않을 것 같아요. 그런점에서 무공진님의 '불가역'은 명작 중에 명작이죠.

'화중매'는 '불가역' 그 이후 창의 황실을 배경으로 합니다. 태조가 기틀을 잡았던 창천성, 태조의 마지막 전투가 있었던 광보성, 글과 그림에 빠져 있던 태조... '불가역'의 내용이 소록소록 떠오르죠. 또, 직접적이진 않지만, 탈 많았던 희매성, 매위가 좋아했던 하미과, 산이 피운 남령초 등 소재들도 간간이 등장해 소소한 재미를 선사해 줍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화인을 보며 산을 오버랩하게 되는 부분들도 제법 있었어요.

그러면, '화중매'는 '불가역'의 후속작이나 아류작처럼 느껴지는가? 물으신다면, 아닙니다! '화중매'에는 '화중매'만의 매력이 있습니다.

일단, 산과 강은 감정적으로 건강했습니다. 화가 나면 화를 내고, 슬프면 울고, 기쁘면 웃을 수 있었죠. 다만, 그들 사이엔 '과거'의 역린이 아슬아슬하게 돋아 있었어요. 하지만, '화중매'에 두 사람은 감정적으로 건강하지 않습니다. 화인의 단우에 대한 소유욕은 아름다움에 대한 수집욕으로 시작해서, 통제욕을 거쳐, 마지막에서야 연심에 다다릅니다. 그 대상이 된 단우는, 화인의 총자일때도 연인일때도, 절대적 맹종을 보이죠.

제갈량의 버금가는 지략가이자 계략가, 하지만 그 우수한 이성의 산물도 결국은 감정을 가진 인간입니다. 화인은 심리적 허기를 심미적 만족으로 채우려고 합니다. 도자기, 보석, 심지어 사람까지도 아름다운 것들을 모아요. 겁 먹은 10살의 단우 역시 그렇게 눈에 띕니다. 화인은 단우를 진심으로 아끼는 윤영을 8년간 단우와 격리시켜 놓고, 청운궁에 단우를 방치한 채 간간이 찾아가 오아시스 같은 다정함을 쏟아부어 줍니다.

화진의 왕비와 밀약을 했으면서도, 유일한 구세주인 마냥 단우를 구해요. 그리고, 고립되어 제대로 배우지도, 사람을 사귀지도 못한 채, 백치가 된 단우을 성 노리개처럼 조련하죠. 그렇게 아낌 받는 것이, 단우가 받을 수 있는 최고이자 유일무이한 상량함인 것처럼 말이에요. 화인이 도자기를 닦는데 들이는 시간은 줄어들고, 단우를 길들이는 시간은 늘어납니다. 그리고, 단우가 '진정한' 총자가 되자, 화인은 더 이상 도자기와 보석을 모으지 않죠.

또 다른 차이이자, 가장 큰 차이는 바로 수 포지션입니다. '불가역'에 능력수, 얼마나 능력이 있느냐 하면 공을 덜덜 떨게 할 정도의 능력이죠. 천리안을 가지고 있고, 장서각의 책은 모조리 읽고도 결코 잊지 않는 비망의 재주를 가진,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귀한 신분! 아름다운 외모와 서화에 능한 사기캐예요. 강은 산에게 천하를 얻게 해 준 책사이자 치세를 돕는 든든한 내조자였어요. 두 명의 수 모두 똑같이 냉궁에 갇히지만, '불가역'에서 공이 사정해서 수를 데리고 왔다면, '화중매'에서는 수가 사정해서 공이 용서해 주는 모양새였죠.

반면, '화중매'는 수가 너무 백치 같다, 답답하다, 고구마다, 라는 리뷰를 심심찮게 볼 수 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어요. 그리고, 아마도 작가님은 그렇게 보이도록 의도하셨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단우가 암굴에 갇혀 있다가 화인을 만났어도, 절대자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하지만, 단우가 있었던 환경은 암굴보다 훨씬 냉혹했죠. 신분이 낮은 이들에게 음식과 같은 기본적 욕구를 저당잡힌 채 조롱당했고, 이런 서러운 삶에 유일한 출구였던 귀국의 꿈은 아버지가 자신을 버림으로써 끝났습니다. 사람은 있었지만, 자신과 대화해 줄 사람은 없었고, 문밖에 세상은 있었지만, 문을 열 수는 없었어요. 비록 이 모든 것이 화인이 꾸몄다 하더라도, 단우가 따뜻하게 대해 준 단 한 사람을 절대적으로 의존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계략공의 레벨이 업! 합니다. '불가역'에서 산 역시, 처음부터 모든 '진실'을 알고 있었지만, 모르는 척 일을 꾸미고 상황을 유도합니다. 하지만, 건국황인 산은 전쟁에서 칼을 들고 싸우는 황제였고, 화인은 무능한 선황을 몰아내고 창의 번영을 되찾아야 하는 지능형 암투가였죠. 산이 명민한 야수였다면, 화인은 괴물을 품은 선비라고 볼 수 있어요. 화인은 긴 시간 공을 들여, 어떠한 불필요한 손실 없이, 원하는 것을 모두 가집니다. 무시무시해요.

그 대표적인 설정이 '한맹위'예요. 강건한 창은 무능하고 여색만 밝은 황제로 인해 지고 있고, 주변 소국들은 호시탐탐 기회를 노립니다. 소국의 황자들을 볼모로 잡고 있지만, 창의 근본적인 내실 문제는 나아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화인은 트리거를 당겨요. 바로, 한맹위로 위장해서 화진의 황제에게 천하를 가질 수 있는 천기를 누설한 것! 화진은 청천성까지 창의 땅을 삼키고, 야심가인 화진의 국왕은 단꿈에 젖어들죠.

그때, 한맹위가 창에 억류됩니다. 그로부터 10년, 화진은 창과 화친이 깨진 상황에서, 더 이상 진격도 하지 못하는 사면초가에 빠져요. 한편, 화진에 영토를 빼앗기면서 창의 실태가 면면히 드러나고, 선황의 권위는 땅으로 떨어집니다. 하지만, 화인은 태사는 양위를 권고에도 불구하고, 되려 이를 사양하며 황제를 천천히 독살합니다. 주변국의 승냥이떼가 기회를 노리는 시국에, 내부에서 갑론을박의 양분화를 막아야 했으니, 효자로서 무탈히 황제에 오를 수를 노린 셈이죠.

단순히 SM을 동양풍으로 각색한 자극물이라기엔 볼거리도 풍성하고, 흥미진진한 서사도 '불가역' 못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천둥과 악몽이라는 복선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움이 남습니다. 화진의 혁명에 명분을 제공하기 위해서든, 단우가 친부에게 버림받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든, 아니면 황제를 영수궁으로 가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서든, 뭔가 쓰이다 만 느낌입니다. 초반부터 너무 의미심장하게 여러 번 등장한 것치고는, 살짝 바람 빠지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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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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