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Lab(비랩코믹스)

분량: 본편 2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기: 나츠카는 고등학교 때부터 하쿠시마를 좋아해, 대학까지 따라간다. 하지만, 과거 '그릇'에 대해 고민하는 하쿠시마를 보고 섣불리 고백하지 못한 채, 섹파 세노와 욕구를 풀며 하쿠시마의 친구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느 날, 사소한 잔소리에 빈정 상한 나츠카는 집으로 찾아온 하쿠시마를 돌려보내고, 돌아가는 길 하쿠시마는 세노의 오토바이에 치인다. 그리고, 먼저 정신이 든 세노는 자신이 '하쿠시마 히로'라고 말하고, 하쿠시마는 의식불명에 빠진다.

승: 세노의 몸에 들어간 하쿠시마는 집으로 가지 못하고, 나츠키의 집으로 찾아간다. 나츠키는 세노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지만, 둘만의 추억인 '루바이야트'시를 암송하자, 하쿠시마의 말을 믿게 된다. 그렇게 두 사람의 동거는 시작되고, 나츠키는 하쿠시마의 몸을 돌릴 방법을 찾는다. 그러던 어느 날, 하쿠시마에게 게이라는 사실을 들킨 나츠키는 폭주해서 하쿠시마를 안으려 하지만, 하쿠시마는 거부한다. 한편, 나츠카의 아버지가 쓰러지셨다는 연락을 받는다.

전: 하쿠시마와 나츠카는 함께 본가로 가고, 나츠카는 입양 사실을 고백한다. 나츠카는 다시 하쿠시마에게 고백을 하고, 하쿠시마는 나츠카를 받아들인다. 한편, 의식불명의 '하쿠시마'가 깨어난다. 혼란을 느낀 나츠카는 세노의 몸에 들어간 하쿠시마를 믿고 계속 사랑한다고 고백하지만, 그는 하쿠시마를 연기해 나츠카를 속인 세노였고, 사실을 밝힌 세노는 나츠카의 집을 떠난다. 한편, 나츠카는 진짜 하쿠시마가 그날 사고를 낸 이유를 듣고, '친구'로서 위로해 준다.

결: 세노가 고등학교 동창임을 알게 된 나츠카는 세노를 찾아 고향으로 내려간다. 세노는 오랫동안 나츠카를 좋아했지만, 하쿠시마만을 바라보던 나츠카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나츠카는 세노의 하숙집에서 굶고 있는 세노를 발견해 병원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그곳으로 찾아온 하쿠시마에게 커밍아웃하고 세노와 함께 살 계획에 대해서 알린다. 하쿠시마는 나츠카를 격려해 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뻐꾸기 3마리

타메코우님은 개성이 강한 작가님입니다. 정확히 정의하기는 힘들지만, 다양한 소재와 연출을 사용했음에도, 각 작품들에서 '일관성'이 느껴져요. 그것이 스타일 때문인지, 아니면 어떤 동일한 메세지가 함의 되어 있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습니다. 꿈보다 해몽이라고, 생각의 꼬리가 꼬리를 물어고 늘어지면, 그 자체로 소설이 될 것도 같고 말이에요. 다만, 타메코우 풍의 감각적 표현법이 있고, 비정상적 주인공들의 보편적 정서에 대해서 말하고 있긴 한 것 같습니다.

제가 타메코우님 작품 중에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라라의 결혼'입니다. 정발은 1권까지 됐고, 일본에서는 3권까지 발간된 것으로 알고 있는, 미완결 작품이죠. 'ZE'처럼 일본 발간과 정발 사이에 시차가 벌어지는 것 같아, 내심 언젠가는 다 보겠지... 마음을 내려놓고 있습니다.....(훌쩍 ㅠ.ㅜ)

'뻐꾸기의 꿈'은 뻐꾸기 3마리가 꾸는 꿈에 대한 이야기예요. 묘~하죠. 본디, 뻐꾸기라는 새는 원래 둥지의 주인을 몰아내고, 그 주인이 받았어야 하는 애정과 안락을 훔쳐 주인 행세를 하는 악역을 빗댈 때 사용되잖아요. 분명, 정상적이지 않고, 윤리적이지도 않죠. 하지만, '뻐꾸기의 꿈' 속 3마리 뻐꾸기를 보면, 뻐꾸기로 살아가는 그들이 안쓰럽고 치열해 보입니다. 그 안에는 가장 순수한 애정을 갈구하지만, 그 순수성에 대해서 결코 단정할 수 없는, 보편적 갈등이 담겨있기 때문일지도요.

첫 번째 뻐꾸기, 나츠카는 친동생의 자리를 차지한 뻐꾸기예요. 슈퍼 사장인 양부모에게 입양되어 자라는 동안 친동생이 생기지만, 집 안에서는 여전히 나츠카를 후계자로 여깁니다. 나츠카의 가족들은 나츠카를 다정하고 격식없이 대해주고, 언제나 '가족' 속 그의 자리를 비워둡니다. 하지만, 나츠카는 그 둥지 안에서 이질감을 느끼며, 권리 없는 행복과 자격 없는 자리를 받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거칠어졌고, 학교에서 트러블이 생겼습니다. 그런 나츠카를 도와주고, 친구로서 함께해 준 사람이 바로 하쿠시마였어요.

나츠카는 하쿠시마를 좋아하고, 어쩌면 자신이 주인이 둥지를 함께 만들 수도 있을 거라고 바랐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나츠카는 후쿠시마에게 고백도 하지 못하고, 자신이 게이라는 사실도 밝히지 못하며, 친구로서 만족해야 했죠.

그 이유는, 하쿠시마가 이런 외모, 이런 집안, 이런 성적, 이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그렇다고 하더라도 나를 좋아 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무엇을 그 사람으로 정의해야 하는지는 난해한 문제지만, 그럼에도 끊임없이 반문하게 되는 질문입니다. 사고로 외모를 잃어도, 집안이 망해도, 내가 더 이상 우수한 인기인이 아니어도, 지금처럼 한결같이 사랑받고 싶다. 사람은 그런 소망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물론, 정답은 없고, 그래서 아직도 돌고 도는 듯 합니다. 나츠카에게도 그랬을 테고요.

하지만, 상황이 바뀝니다. 하쿠시마의 영혼이 세노의 몸으로 들어갑니다. 세노의 육체를 지닌 하쿠시마는, 담배를 피우고, 문신을 했고, 닳고 닳은 게이였지만, 나츠카는 여전히 하쿠시마를 사랑하고 있었어요. 나츠카는, 과거 하지 못한 질문에 대해 확실한 답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하쿠시마가 '그' 그릇이 아니어도, 난 하쿠시마의 영혼, 그 자체의 본질을 사랑하고 있어!라고 말이죠.

두 번째 뻐꾸기, 바로 하쿠시마를 연기한 세노입니다. 나츠카는 한 사람을 사랑하면, 올인하는 스타일이었어요. 하쿠시마가 모르는 것이 이상 할 정도로, 언제나 하쿠시마를 바라보고 있었죠. 그래서, 하쿠시마 이외의 것들은, 하쿠시마와의 비교 대상일 뿐 그 자체로서 비치지 않습니다. 섹파인 세노에게도, 하쿠시마에게는 없고 세노만 있는 것들을, 무의식적으로 거부할 정도로 말이에요.

하지만, 세노는 하쿠시마에게 향하는 나츠키의 애정이 탐났습니다. 그 올곧은 시선을 받고 싶었죠. 하쿠시마는 '그릇'에 대해 고민하고 있었지만, 세노는 그 애정이 주는 행복에 참과 거짓을 따질 필요가 없다고 말합니다. 내가 사랑을 받아 행복하다면, 그 소중한 것을 감사히 아껴주리라... 어쩌면, 하쿠시마의 고민은, 세노에게는 가진 것이 많은 자의 배부른 고민처럼 여겨졌을지도 몰라요.

그럼에도, 세노는 그렇게 그리고 그리던 나츠카의 다정한 손길을 거부합니다. 욕구만 해갈되면 그만이었던 그간의 정사와, 전혀 다른 그 몸짓을 견딜 수 없었죠. 세노는 세노로서 사랑받고 싶었으니까요. 세노는 이 둥지에서 자신이 불청객이라는 사실을, 스스로 지워내지 못합니다.

마지막 뻐꾸기, 하쿠시마예요. 하쿠시마는 형의 형수와 부정한 관계를 맺습니다. 실제로, 작품 내에는 자세히 나와있지 않지만, 하쿠시마의 집에 있는 형수의 물건들과 그 물건을 돌려 달라는 형수를 뻔뻔하다 분노하는 하쿠시마의 모습, 그리고 고등학교 시절부터 이어져 온 그릇에 대한 고민 역시, 두 사람이 '좀 친한'관계는 아님을 추측하게 하죠. 무엇보다, 사건의 발단이 된 교통사고가 하쿠시마의 자해였다는 것만으로도 하쿠시마의 절박함을 알 수 있습니다.

하쿠시마는 형이 주인인 둥지에서, 형의 여자를 탐낸 뻐꾸기였던 셈이죠. 후쿠시마는 교통사고가 나서 자신이 많이 다치게 되면, 예정된 형과 형수의 결혼식이 성사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깨어난 후쿠시마는 형수 노릇을 하기 위해 집을 찾은 '진짜' 형수를 만나게 됩니다. 그녀가 있는 둥지는 형의 둥지였고, 형수도 형의 것이었으니, 그것을 빼앗긴다고 해도 객은 억울해 할 수 없습니다. 후쿠시마가 할 수 있는 일이 고작 자해였던 것처럼요.

원래 내 것이라고 주장할 수 있는 것은 뭐가 있을까요? 누구 말대로 좋은 부모 아래 태어난 것도 나의 운이니, 부모의 재산도, 그로 인한 기회도, 마땅히 나의 것일까요? 틀리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딘가 반발감이 느껴지긴 하죠. 그 이유는, 노력 없이 우연히 얻은 것을 당연히 독점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해서, Crystal Clear한 답변이 아직까지 없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어쨌든, 나의 것이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분명 껄끄러운 일일 거예요.

그래서인지, 저는 이 장면이 많이 인상 깊었습니다. 후끈하지도, 절절하지도, 유쾌하지도 않은데, 잠시 멍~ 때리고 봤던 것 같아요.

왜 그럴까? 생각해 봤더니, 이 장면에는 '뻐꾸기'가 없더라고요. 세노와 나츠카가 있을 때는 세노가, 나츠카와 하쿠시마가 있을 때는 나츠카가, 거짓으로 자신의 것이 아닌 것을 연기합니다. 하지만, 이 병실은 속여야 하는 자도 없고, 속이고 싶은 자도 없는, 그냥 그 자체로 있어도 상관없는 장소였고, 그래서 이곳이 뻐꾸기가 주인인 둥지가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뻐꾸기들은 이제 그 불편한 둥지에서 독립을 선언합니다. 나츠카는 슈퍼 후계자 자리를 고사하고, 세노와 함께 동거하며, 하쿠시마에게 게이라는 사실을 밝혀요. 세노는 '나츠카 스토커'에서 은퇴하고, 세노로서 나츠카의 흔들림 없는 시선을 받습니다.

세노는 하쿠시마에게 나츠카의 애정을 정말 몰랐냐고 묻습니다. 대답을 하지 못한 하쿠시마는 세노에게 다정한 나츠카의 모습을 바라보죠. 하쿠시마는 편안한 표정으로 웃으며 그들의 보금자리를 떠납니다. 나츠카의 애정도, 형수에 대한 연심도, 결국은 나의 것이 아니었다는 듯이 말이에요.

예전에 안젤리나 졸리가 영화 시상식에서, '왜 나는 나이고, 난민은 난민인지 모르겠다.' 말한 것을 들은 적 있습니다. 왜 그들은 굶주리고 위협받고 있으며, 나는 이 화려한 시상식에서 스포트라이트와 갈채를 받고 있는가... 어쩌면, 뻐꾸기들은 억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도 뻐꾸기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어! 태어나 보니 뻐꾸기였고, 뻐꾸기로 살았을 뿐이야!라고 할지도요.

다만, '왜'라는 질문은 너무 현학적이니, 좀 더 쉬운 길을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 '무엇을'이라는 말이에요. 세 뻐꾸기들이 그랬던 것처럼요. '뻐꾸기의 꿈'은 이 세 명의 뻐꾸기가 꾼 꿈 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모든 뻐꾸기들의 바람을 뜻하는 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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