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고렘팩토리
출간일: 2020.07.03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열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경기를 운용할 때는 한 가지 자세를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인파이팅만 하기에는 경기가 너무 길고, 아웃파이팅만 하기에는 링이 너무 넓어. 상대에 따라서 또 상황에 따라서, 치고 들어갈 때가 있는가 하면 빠져야 할 때도 있어.
상대가 강한 펀치를 날리면 쓰러질 수도 있어. 괜찮아. 녹다운된다고 해서 진 게 아니야.
물론 일어나는 건 힘들지. 링 위에서 다시 일어난다는 건 앞으로의 라운드, 거기에 맞을 펀치를 다 감수하겠다는 뜻이니까. 무겁지.
그래도 일어날 때는 일어나는 것만 생각해야 해. 링 밖에 네 팬들, 상금, 앞으로 이어질 라운드...... 다른 건 다 일어나고 생각해. 일어날 건지 아닐 건지, 그것만 생각하는 거야.
point 2 줄거리
기: 정열의 여자친구 이유진은 졸업식 날, 정열에게 정열의 소꿉친구이자 슈퍼스타 최수호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정열의 첫 연애는 장열하게 끝나고, 정열은 쿨한 척 수호에게 유진을 부탁한다. 하지만, 수호는 그 이유진을 까고 정열에게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수호의 뒤 공작(?)을 깨달은 정열은 수호에게 펀치를 날린다. 그 후, 수호는 정열에게 폭주하듯 구애하고, 정열은 가족과 다름없는 수호를 매몰차게 밀어내지 못한다.
승: 수호는 홍희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어머니 윤서화가 제작한 대형작을, 성인으로서 참여하는 첫 작품으로 선택한다. 수호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수호 친부에게 버림받은 후 어렵게 재기에 성공한 윤서화는 좋은 어머니가 되어 주지 못했다. 한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열의 형, 정진이 경기 중 사고로 장애를 입고, 가족들은 정열이 복싱하는 것을 반대한다. 결국, 전도 유망한 복서였던 정열은, 재수학원을 등록한다.
전: 그러던 어느 날 황춘식 감독이, 주인공이 복서인 퀴어 영화 <록키 키드> 시나리오를 들고 정열과 수호 앞에 나타난다. 황춘식 감독은 홍희백 감독에게 아웃팅 후 절교 당했고, 그 후 계속 영화를 만들지 못하다가,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다룬 <록키 키드>로 복귀하려 한 것이었다. 때마침 수호를 좋아하기 시작한 정열과, 일편단심 직진남 수호의 연애 상담사가 되어 준다. 삽질과 밀당을 반복한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전제로 한 예비(?) 연인이 된다.
결: 정열은 복싱을 포기하지 못하고, 가출 해 천관장의 체육관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메달을 따고 수호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한다. 수호는 홍희백 감독의 영화가 아닌 황춘식 감독의 영화를 찍기로 결정하고, 어머니 윤서화에게 제작을 요청한다. 그리고 두 모자는 묵은 대화를 하고, 윤서화는 수호의 부탁을 수락한다. 정열과 수호는 서로의 가족과 상견례(?)를 마치고, 정열은 복서로서, 수호는 배우로서 치열한 삶을 함께 살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boys be ambitious!
성장 소설을 읽다 보면, 심장이 간질간질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 신뢰와 애정을 받으며, 시련을 극복하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자의 뒷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다만, 쏟아지는 명언들과 소나기처럼 내리붓는 애정의 말들은... 조금 쑥스럽습니다. 광대를 치솟게 하는 뿌듯함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 그 어느 즈음에 있는 듯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치한 응원이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동기부여가 간절한 순간이 있습니다. 무기력에 한없이 가라앉는 시간들 말이에요. 이럴 때 불끈하는 소년들의 성장담은, 극약처방으로 꾀나 효험이 있습니다.
<록키>를 대 놓고 오마주 삼은 <록키 키드>! 이 소설은 바닥에서 일어난 인물들의 감동 스토리를 쓰겠노라 강한 의지를 보입니다. 물론, 성장하는 주인공은 정열과 수호지만, 성공신화의 대상은 비단 이 두 사람만이 아닙니다. 황춘식, 윤서화, 정진 같은 꾀 굴직한 조연들도 포진해 있거든요.
윤서화는 유부남이었지만, 그 사실을 속인 수호의 친부를 믿고, 수호를 가집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제기 불능한 여배우로서의 삶과 아들 수호였죠. 미숙한 엄마였던 윤서화는 수호의 친부가 받았어야 하는 원망을 어린 수호에게 내뱉어요. 그래서, 수호는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사랑받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수호는 애정에 늘 목말랐고, 그런 수호에게 정열은 오아시스였죠. 수호는 정열에게 정말 미움받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백하지 못한 채 친구의 자리를 지킵니다.
하지만, 정열이 여자친구를 사귀고 졸업이 가까워오면서, 수호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그 절박함에 수호는 오래 참아 왔던 고삐를 풀고, 무소의 뿔처럼 정열을 향해 돌진합니다. 정열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라기에, 좋아해 보려 노력은 하지만, 결국은 더 뜨거워진 애정을 가지고 정열에게 돌아가죠. 물론, 중간에 열이 들뜬 정열의 고백을 듣고 착각한 정진에 의해, 잠시 나쁜 남자(?)가 되기도 하지만... 웃픈 에피소드로 끝납니다.
황춘식 감독의 <록키 키드>는, 작게 보면 홍희백 감독에 대한 황춘식 감독의 대답이었고, 크게 보면 수호와 정열에게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준 '오답노트'였습니다. 황춘식 감독은 수호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지만, 실상 수호와 황춘식 감독에게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황춘식 감독이 가지지 못한 '정열'이 수호에게는 있었고, 황춘식 감독은 수호와 정열의 해피엔딩을 감히 꿈꿀 수도 없었죠.
물론, 황춘식 감독은 제기에 성공합니다. 홍희백 감독에게 인정받는 영화를 만들죠.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기도 합니다. 크리스천인 홍희백 감독이 황춘식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세계는 없을지라도, 그것이 황춘식 감독이 당당히 살아갈 세계를 부정한 것 아닐 테니 말이에요. 황춘식 감독은 홍희백 감독 앞에서 바로 서기 위해, 스스로를 숨기지 않기로 합니다.
스포츠물은 역경을 이겨낸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스윗하게 녹다운' 역시 사각 링 안에서 벌어지는 한 판 승부를 통해, 링 밖에 세상에 문제를 해결하는, 극적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정열이 재수학원 낙제를 받고 돌아서는 장면이 유독 기억이 남았습니다.
정열은 형이자 영웅이었던 정진의 추락, 뇌출혈, 재활, 장애, 그리고 은퇴를 지켜봅니다. 정열은 사고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위험보다, 복서 동생을 바라보는 형의 마음을 걱정해요. 물론, 눈물로 결사반대를 외치는 어머니도 마음에 걸렸지만요. 결국, 전도 유망한 복싱 선수는 생전 해 본 적 없는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는 '일반' 학생의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받은 성적표는 '낙제'였죠. 복싱의 '녹다운'말이에요.
물론, 녹다운은 경기의 끝이 아니고, 일어나서 다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죠.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내가 '선택'한 경기에 한 합니다. 일어 날 의지가 없는 선수에게 녹다운은 패배의 다른 말일지도 모릅니다. 재수학원은 정열이 선택한 경기장이 아니었고, 정열은 그곳에서 어떠한 투지도 느끼지 못해요. 배우인 수호를 위해 좋아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는 것처럼, 가족들을 위해 복싱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수호와 복싱은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쌈빡한 진실을 발견해요.
노력하면 성공한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진다. 관대하고 여유로운 사람의 주변엔 사람이 모인다. 안다구욧!!!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정말 의지만 있으면 되는 걸까요? 정열도 낙제로 들어간 재수학원에서 수능 대박을 이룬, 전설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두근거리지도, 뿌듯하지도 않을 거예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의지보다 중요한 건 야망일지도 모릅니다. 수없이 녹다운 되고 일어나고 싶은 원동력 말이에요.
소년은 아니어도 야망이 필요합니다. 심장박동이 불안이 아닌 설렘으로 가열하게 운동을 해봤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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