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모드
출간일: 2018.03.05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폐하께서 용왕이 아니고, 제가 용왕비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만났더라고 하더라도 친구가 되었을 겁니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귀엽지 않은 사내에게 어찌 연심을 품겠습니까. 전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시얀은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반편이 왕족으로 태어나 온갖 구박을 받고 자라면서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런데도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랑한다고 고백을 받고, 또 그런 그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끌어안을 수 있어서 눈물이 날 만큼 기쁘니 말이다.
point 2 줄거리
기: 치엔리운 왕세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기녀인 어머니와 불길한 검은 머리를 타고난 반편이 왕족 세시얀은, 로말쉰에서 차별을 받으며 궁핍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붉은 사막 너머에 국가 랑쿤이 로말쉰의 요충지 유스투안을 공격하고 점령한다. 랑쿤은 유스투안의 반환 조건으로 국혼을 요구하고, 그 대상으로 세시얀을 지목한다. 로말쉰은 치욕스러운 조건이지만 거부하지 못하고, 세시얀은 자예린 한 명만을 데리고 이국의 왕비로 팔려간다.
승: 세시얀은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며 제대로 된 설명도 없는 호위대장에게 폭발하고, 랑쿤에 도착해서야 그가 왕인 슈카이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용의 나라 랑쿤은, 호수에 깃든 용이 선택한 용왕비가 없으면 비가 내리지 않는다. 세시얀과 슈카이란이 혼례를 올리자, 3년간 비가 내리지 않은 랑쿤에 단비가 내린다. 로말쉰에서 냉대 받던 세시얀은 랑쿤에서는 너무도 귀한 사람이었고, 만인의 호의 속에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전: 슈카이란과 세시얀은 랑쿤의 평화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결실로 부부다운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슈카이란은 세시얀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고, 세시얀은 그 점이 늘 불만이었다. 한편, 로말쉰은 남자로서 타국의 왕비가 된 세시얀이 수치라며 자살을 종용하는 사신을 보내고, 슈카이란은 상처 입은 세시얀을 위로하고 보호한다. 로말쉰은 자살을 거부한 세시얀을 죽이기 위해 계략을 세우고, 두 사람은 위기에 빠진다.
결: 미래를 보는 보석안을 가진 세시얀은 슈카이란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알려주지만, 슈카이란은 또 설명 없이 세시얀의 조언을 무시한 채 궁을 비우고, 그 틈을 노린 암살자를 피해 달아나던 세시얀은 오른손을 잃는다. 한편, 세시얀이 죽었다고 생각한 슈카이란은 용의 본신으로 폭주하고, 그런 슈카이란을 세시얀은 따뜻하게 안아준다. 슈카이란은 세시얀을 위험에 몰아넣은 로말쉰과 전쟁을 하고, 승전보를 울린다. 그리고, 용신은 세시얀의 오른손을 돌려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른들을 위한 동화
불면증을 앓은지도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소싯적 머리만 대면 기절하는 능력으로 많이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숙면 도우미들은 많지만, 제가 애용하는 것은 수면유도제도 라벤더 티도 아닌 바로, 이 책 '꿈꾸는 용이 잠든 나라'입니다. 지루하다고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좋은 꿈을 가져다줄 것 같은, 포근한 이야기거든요! 누워 읽다 보면 소록소록 잠에 빠져들어요.
'꿈꾸는 용이 잠든 나라'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예쁜 동화도 아니고, 현실의 이면을 풍자한 신랄한 글도 아닙니다. 비정한 환경에, 현실적 이득을 계기로, 눈치 보고 노력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다만, 색골 오골계가 사과 덕후이고, 용왕비가 용왕에게 원펀치를 날려요. 태양신에게 받은 보석안으로 미래를 보고, 손짓으로 만든 태양신의 화살을 쏘며, 절대 무적 신체를 가지고 있는 용왕이 나오죠.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제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시얀의 아버지는 비극적 죽음을 맞고, 어머니에게 한 아버지의 언약을 지켜지지 못해요. 천한 신분의 어머니는 왕족의 아이인 세시얀을 낳습니다. 하지만, 세시얀은 불길한 검은 머리와, 신성한 보석안을 가지고 태어나죠. 혼란과 갈등은 있었지만, 세시얀은 왕족으로 인정받고 로말쉰 왕자에게 입양됩니다. 그리고, 그 전날 증인 없는 사고로 어머니는 죽어요. 그 후, 떼쟁이 공주에 의해 세시얀의 출생이 폭로되면서, 반편이 왕족으로 조롱당하며 삽니다.
세시얀은 로말쉰 왕국의 계륵이었고, 그래서 왕족이었지만 가난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웠지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죠. 심지어, 세시얀이 국익을 위해 타국에 팔려 국혼을 맺을 때도, 로말쉰 왕은 세시얀을 비난하고 상처 줘요. 랑쿤의 왕비가 된 이후에도, 스스로 자진하라며 여러 번 단도를 보냅니다.
세시얀은 스스로 태생을 선택한 적이 없고, 미움받을 행동을 저지른 적도 없지만, 불길하고 수치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슈카이란도, 세시얀이란 사람이 아니라 비를 내리는 용왕비가 필요했던 거였죠. 슈카이란이 세시얀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것은, 사과농장의 풍작을 바라고, 랑쿤의 평강과 안녕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어요.
그 자체로 귀한 존재,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 일편단심 연심을 받고, 노력하면 끝내 인정받고 살 수 있는 세계! 아이들에겐 동화 속 현실, 어른들에겐 현실 속 동화죠. 어쩌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은, 그 유통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치열한 행복이 삭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시얀은 랑쿤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이유가 비 때문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계기는 이득이라도, 세시얀이 얼마나 현명한고 귀여운지 알게 된 사람들은, 어느 순간 용왕비가 아닌 세시얀을 좋아해요.
슈카이란은 용왕비가 랑쿤을 버릴까봐, 많은 것들을 숨깁니다. 알을 낳아야 한다는 것도, 용신의 가호를 받은 괴물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말이에요. 또,
슈카이란은 연애 경험이 많았고, 세시얀은 외롭고 차별받으며 자랐으니, 굉장히 쉽게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시얀이 바란 건 크리스탈 성과 황금 드레스가 아니었고, 신뢰와 진실이었어요. 사람은 쉽지 않고, 사랑하기는 더 쉽지 않아요. 세시얀과 슈카이란은, 서로 맞춰가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시얀은 아플 정도로 강력하게 느껴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해요.
세시얀과 슈카이란은 완벽한 용왕비와 용왕이 아니었고, 그들 주변의 사람들 역시 내기를 하고, 질투하고, 실수하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따뜻한 볕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지며, 나른한 기분이 들어요. 분명 이 세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구의 연애담처럼 저 세상의 이야기도 아니죠. 물론, 왕자님이 엑스칼리버를 뽑고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색골 오골계는 겁이 많습니다.
그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 계단을 밟아 수면에 세계로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 끝에는 랑쿤의 일상이 있을 것 같은...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꿈을 꾼 적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꿈꾸게 된다면, 용왕과 용왕비의 동침 내기판이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결론을 알고 있고, 판돈은 크니, 그곳에라도 부자가 되지 않을까요? 어른의 해석법이라고 구차한 변명을 첨언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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