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민트BL

출간일: 2021.04.02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퇴원은 그렇다 쳐도, 침대에서도 못 내려올 만큼 아픈 곳은 하나도 없다니까요."

"절대로 안 돼. 너, 내 말 잘 듣겠다며. 맛있는 거로 잘 골라 올 테니까 착하게 기다리고 있어. 할 수 있지?"

"...와. 형, 진짜 치사하...아니요, 아무 말도 안 했습니다. 하하. 제가 설마 하늘 같은 형님께 치사하단 말을 했겠어요? 후. 알겠어요. 형 말대로 얌전하게 침대에 누워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얼른 다녀와요."

민서는 부루퉁한 얼굴로 보란 듯이 죄 없는 이불만 끌어다 주물럭거리며 무언의 시위를 했다. 승원은 그의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민서가 황급히 승원의 팔을 잡았다.

"한 번만 더 해줘요. 아니, 두 번만 더 해 주세요. 이마에만 하지 말고 입술에도 해 주세요."

"착하게 있으면 갔다 와서 해 줄게.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형이요."

point 2 줄거리

기: 승원은 오토바이 사고로 두 팔이 마비되는 장애를 얻는다. 명문대를 다니는, 성실하고 착한 아들의 비극에 부모님은 슬퍼하지만, 기초 생활 수급자로 생활하는 가난한 살림에 승원의 큰 수술비를 댈 수 없었다. 수술을 포기한 승원은 어머니의 수발을 받으며, 절망 역시 마주해야 했다. 결국, 승원은 중증 장애인 시설로 도망치듯 입소하고, 그곳에서 자원봉사를 나온 민서를 만난다. 그리고, 유독 승원에게만 곰살맞게 구는 민서가 오는 날을, 승원은 기다린다.

승: 장애인인 형의 자살 이후, 3월이면 악몽에 시달리던 민서는 자원봉사 차 방문한 시설에서 형과 분위기가 비슷한 승원을 만난다. 낯을 가리고 쌀쌀맞은 민서지만, 승원에게만은 살뜰히 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승원의 부모님은 교통사고로 사망하고, 연이은 불행에 승원은 힘들어한다. 그 모습이 꼭 자살 전에 형 같았던 민서는 승원을 책임질 방법을 찾는다. 한편, 민서는 승원과 특별한 사이가 되기 위해 사귀자고 고백하지만, 승원에게 단칼에 거절당한다.

전: 이후 민서의 서툰 시도들은 승원을 비참하게 만들고, 충동적으로 승원의 자위를 도운 날, 승원은 폭발하고 만다. 하지만, 민서가 너무 소중했던 승원은 결국 민서를 용서하는 한편, 민서는 그 날 승원에 대한 애정이 '성애'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한 번 큰 실수를 한 민서는 승원의 눈치를 보며, 승원을 애정을 얻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 기울인다. 민서는 승원의 수술비를 지원하려 하고, 그를 알게 된 주변인들의 도움이 더해지면, 승원은 수술을 받고 회복한다.

결: 승원은 일상을 되찾는다. 그리고 그 일상에는 민서가 있었다. 시설에 나온 이후 승원의 곁을 민서는 떨어지지 않고, 승원 역시 그런 민서에게 이성적 애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날 승원은 3월의 악몽에 시달리며 괴로워하는 민서에게 키스한다. 이후 용기를 얻은 민서는 승원에게 고백하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한편, 민서는 교통사고를 당하고, 승원은 민서가 자신에게 얼마나 큰 존재인지 깨닫는다. 민서의 입대 전날, 승원은 청혼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봄을 찾아서

빗물에 떨어진 벚꽃잎이 흐르는 물길을 따라 길게 띠를 이루고 있는 모습은 처연하면서도 화사해 보입니다. 봉우리가 움 틀 때는 '곧 봄이구나!' 봄 마중에 설레었던 것 같은데, 언제 할 일을 모두 마치고 고개를 떨구고 있는 걸까요? 꽃은 어느 날 문득 만개해 있다가, 알아차릴만하면 지는 것 같아요. 좋은 것들은 그렇게 오고, 그렇게 가는 것 같죠? 그래서인지 '봄' 소설도 그 양가적 심상을 모두 지니고 있는 듯합니다.

'봄의 열쇠'는 연상수의 비극과 연하공의 악몽으로 시작합니다. 주변엔 모두 착한 사람들뿐이지만, 두 사람은 홀로 분노, 혼란, 체념, 죄책감을 이겨내야 했죠. 그래서 초반 분위기는 회색 도화지에 그려진 도시처럼, 차갑고 외롭습니다. 승원은 친구의 어거지로 오토바이를 타게 되고, 사고로 두 팔에 심각한 장애를 얻습니다. 원망해야 할 친구는 즉사하고, 남은 승원만이 어머니의 오열과 아버지의 줄담배, 비참한 미래를 감당해야 했어요.

가난으로 받지 못한 수술, 생리적 현상조차 처리할 수 없는 무력감, 비통함에 젖은 어머니의 얼굴... 승원은 화나고 슬프고 답답하지만, 삭혀야만 하는 생활로부터 도망치고 싶었어요. 그래서, 교회의 도움으로 장애인 시설에 들어갈 수 있게 되자, 그 도피처를 고민 없이 선택합니다. 부모님의 뒷모습을 보고 후련하다고 생각하죠. 그리고, 얼마 뒤... 부모님은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고, 장례식장을 지키는 승원은 그 순간을 떠올립니다.

승원에게 남은 건, 혈혈단신 장애인으로서 살아야 할 삶이었어요. 그리고, 민서에게 위태로운 승원은 자살 전날의 형의 모습과 겹쳐졌어요. 민서는 삶을 지긋지긋하다고 말하는 형에게, 형이 더 지긋지긋하다고 모진 말을 내뱉고 학교를 가요. 하지만, 내내 미안한 마음에 사과를 하려 하지만, 집에 돌아왔을 때 이미 형은 돌아올 수 없는 사림이 되어 있었고, 민서에게 3월은 악몽의 달이 되었죠. 문자 그대로 말이에요.

민서는 과거의 실수를 다시 반복할 수 없었어요. 이때부터 민서의 고군분투기가 이어집니다. 소설 초반의 무거운 분위기가 유쾌하게 바뀌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할리킹인듯 할리킹 아닌 전개와 함께 말이에요. 무려 증여받은 건물로 임대료를 받는 민서는 승원을 책임지고 싶어 합니다. 친한 형 동생보다, 더 끊어 낼 수 없는 강한 유대를 원하죠. 하지만, 만 19세도 되지 않은 민서는, 결국 승원의 수술비를 지원하는 것밖에 할 수 없었어요. 그래서, 민서는 엉뚱하게도 승원의 연인이 되려 합니다.

BL 소설이기에, 이 발상은 '해프닝'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민서가 충동적으로 승원의 자위를 도와준 날, 민서는 손이 발이 되도록 용서를 빌고 승원에게 거부당하는 경험을 하지만, 승원에 대한 마음을 확신하기도 합니다. 민서는 승원도 자신을 좋아하게 만들기 위해, 동생계(?)와 우렁각시 전략을 구사하며, 정말 부지런히 뻐꾸기(?)를 날리고 가자미 눈이 되도록 눈치를 봅니다.

그리고, 민서의 노력은 성공을 거둡니다. 하지만, 승원은 자신의 처지에 민서에게 마음을 밝힌다는 것이, 이미 받은 엄청난 은혜를 악의로 갚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역시 BL 소설이기에, 악몽을 꾸며 애절하게 매달리는 민서를 쳐내지 못하고, 교통사고로 민서를 잃을 뻔한 위기를 겪으면서, 바뀝니다. 승원은 적극적으로 구애하고, 끝내 청혼까지 합니다. 시린 겨울 만난 두 사람은, 서로에게 봄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되어 주죠.

'봄의 열쇠'에서 공수의 심리와 일상의 묘사는 잔잔합니다. 그리고 연하공의 연상수에 대한 치댐은 달달해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할리킹, 구원물, 일상물, 성장물 등등 키워드로 특정하기에는, 다들 어느 정도는 있지만 완전하지 않아요. 저의 경우, 잔잔한 힐링물을 읽고 싶었는데, 승원의 수술이 성공하자 밝고 액티브한 캠퍼스물로 바뀐 것 같아 아쉬웠어요. 서정적 분위기가 안개처럼 깔려 있다가, 뚝 끊어진 느낌이랄까요.

민서는 승원과 애매한 관계일 때 미뤘던 입대를, 연인이 된 후 반년 뒤에 합니다.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보기엔 다소 가혹한 결말이죠. 입대 전날 승원이 민서에게 청혼하긴 합니다만, 결혼 반지 한 번 껴보고 군대에 못 가져간다며 다시 승원에게 맡기는 모습이... 제대 후 알콩달콩 사는 모습을 봐야만 이 찜찜함을 떨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저는 작가님이 외전을 쓰고 계실 거라고 믿습니다. 진심으로...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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