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2.2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아직 안 잡아먹어."
그 말에 나는 안심을 해야 할지 아쉬워해야 할지 구분할 수 없었다. 돌이켜보면 아쉬움이 조금 더 컸던 것 같기도 하다.
사장님은 손가락 끝으로 내 턱을 부드럽게 쓸어 갔다. 차갑던 손은 나를 자극하던 혀끝만큼이나 뜨거워져 있었다. 뜨거운 손은 목덜미를 타고 쇄골로, 쇄골을 타고 가슴으로, 가슴에서 다시 옆구리와 배꼽을 지나 골반 근처에 머물렀다. 나는 그 손을 따라 느리게 시선을 옮겼다.
양손으로 내 골반을 쥔 사장님이 자신의 허리 짓에 맞춰 내 허리도 살살 돌렸다. 아찔한 자극이다. 얇은 천 하나를 두고 사장님의 것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형태도, 열감도.
사장님은 다시 한번 내 이마와 코, 그리고 입술에 입을 맞췄다. 꼭 나를 안심시키려는 사람 같았다. 고개를 들어 사장님을 바라봤다. 사장님이 예쁘게 웃는다. 그래서 눈치채지 못했다. 시각적인 자극에 정신이 팔려, 육체적인 자극에 정신이 팔려, 사장님의 입에서 흘러나온 소리가 무슨 의미인지를.
"대신 맛만 볼께."
point 2 줄거리
기: 더운 여름, 3개월 남짓 남은 입대를 핑계로 주유소 알바를 그만둔 강승태! 승태는 카페를 지나다 우연히 아르바이트 모집공고가 붙은 것을 본다. 그리고 홀린 듯 조건도 맞지 않는 알바를 충동적으로 지원한다. 당연히 면접은 순탄치 않았다. 그때, 한량 같은 사장이 나타나, 덜컹 승태를 채용하고, 승태는 매니저의 한숨과 함께 카페 알바를 시작한다. 서툰 승태를 언제나 미소로 지켜보며, 늘 피곤한 듯 게으름을 피우는 사장! 승태는 그가 궁금했다.
승: 일이 익숙해지자, 까칠하고 꼼꼼한 매니저는 승태를 남동생처럼 챙겨주는 정 많은 누나가 되었고, 사장에 대해서도 조금씩 알게 된다. 부티 나게 팔리는, 많은 양의 디저트를 새벽같이 나와 혼자 만들고, 그 와중에도 푸드뱅크에 기부할 빵까지도 챙긴다는 것, 그리고 커피를 마시면 취한다는 것, 그리고 고등학교 때 아웃팅 후 집에서 쫓겨나 바닥부터 시작한 자수성가형 사업가는 것까지! 의외로 사장은 성실하고 멋졌다. 그리고, 자상하고 다정했다.
전: 승태는 물 흐르듯 사장 신이헌을 좋아하게 된다. 누가 봐도 첫사랑에 빠진 소년이었지만, 고작 스무 살, 한 번도 사랑을 해 보지 않은 순둥이는 그 감정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그저, 카페로 찾아온 이헌의 옛 연인이 불쾌하고, 사장님의 '날 좋아해?'라는 질문에 콩닥거릴 뿐! 그렇게 카페의 나날들은 계속되고, 이윽고 승태의 입대 날이 다가온다. 마지막 회식, 술 취한 승태는 이헌과 제대로 대화를 마무리 짓지 못한 채 도망치듯 카페를 나온다.
결: 드디어 자신의 마음을 깨달은 승태! 하지만, 입대 일주일 전... 뒤숭숭한 승태는 만취해 카페로 가고, 눈을 떴을 때 곁에 이헌이 있었다. 그리고 승태는 술에 취해, 제발 기다려 달라고 빌며, 나오면 정말 잘 해주겠다고 고백을 했던 것을 기억해 낸다. 승태는 흑역사가 생겼지만, 덕분에 연인을 얻는다. 그렇게 이헌의 곰신 라이프는 시작되고, 1년 반이 지나 제대한 승태는 이헌에게 어른들의 연애를 배워나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연상과 연하의 연애란...
마음이 흑화 할 것 같은 날, 판타지급 달달한 일편단심 순애보와 저세상급 귀욤쿤의 재롱으로 백화하고 싶어집니다. 마침, 얼마 전 이웃 블로거님의 리뷰를 보고 흥미가 생겨서 장바구니에 담아 놓은 소설이 마크다운 행사에 나왔더군요. 그래서 냅다 구매를 했죠. 물론, 기대와는 약~간 달랐지만, 나쁘지 않았습니다. 디저트로 비유하자면, 달콤하고 퐁실한 수플레를 먹고 싶었는데, 제법 잘 만들어진 새콤한 레몬 타르트를 먹은 기분! 음료로 비유하자면, 휘핑이 잔뜩 올라간 프라푸치노도 아니고 향이 짙은 에스프레소도 아닌, 카페라테!
분위기는 잔잔과 달달 사이, 인물은 발랄과 진지 사이였어요. 유명 디저트 카페의 일상, 스물살 대학생의 순수 라이프, 외유내강 사장의 씁쓸한 과거가, 플래터처럼 단권의 책에 모두 들어있고, 또, 애정사가 늦게, 서서히 전개 됩니다. 그리고, 수와 공의 온도차도 좀 납니다. 이헌은 승태의 감정을 알고 계속 힌트를 주지만, 적극적인 액션은 취하지 않고 관조하죠. 만약, 승태가 그대로 군대에 갔다고 하더라도, 굳이 상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집착하는 연상, 순진순수 연하의 조합이 만들어내는 꽁냥, 귀욤, 므흣은 아니었어요.
하지만, 오히려, 그 자체로만 보면 더 이상적인 연상 연하의 조합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연상은 여유롭고, 연하는 호기심이 많죠. 연상은 선을 지킬 줄 아는 겁쟁이고, 연하는 선이 뭔지 모르는 무대포구요. 표현은 다양하겠지만, 별별 일을 다 겪으면서 교훈과 상처를 적립하는 것이 '나이가 든다.'라는 걸 테니, 미지의 미래가 불안하면서도 기대되고, 교훈이든 상처든 적립할 에너지가 넘쳐나는 연하와의 온도차는, 어쩌면 당연한지도 모르겠습니다.
'레몬트리'는 입대 3개월 전, 운명처럼 시작된 아르바이트로 사랑을 발견한 승태의 이야기입니다. 대부분의 일들이 처음인 승태 일상은, 서툴면서 풋풋하고, 동공 지진과 두근두근의 반복이죠. 그런 승태의 눈에 사장 이헌은, 커피를 마시면 취하고, 알바생이 자신의 카드를 허락 없이 긁어도 관여치 않고, 나무 늘보 마냥 게으르면서도 훌륭한 카페를 가지고 있는, 신비의 생명체였죠. 시작은 순수한 호기심이었습니다.
고작 2개월 남짓 밖에 일하지 못하면서, 카페 알바 경험은 없어 가르칠 것은 많은, 0점짜리 알바생을 뽑았을 때부터 시작이었어요. 심지어, 그 다음날은 자신이 뽑았다는 사실도 기억 못 하는 이 남자! 하지만, 의외로 자상하고 상냥했어요. 실수도 너그럽게 넘겨주고, 날씨가 궂은 날에는 부러 카페까지 돌아와 집까지 데려다줍니다. 매일 새벽 엄청난 양의 디저트를 직접 만들고, 강의도 나가면서 봉사활동도 하는, 부지런쟁이에 능력자였고요. 승태의 호기심은 점점 관심으로 바뀌죠.
승태는, 대부분이 '처음'이었어요. 이헌의 전 남자친구에게 느끼는 이 불편함이 질투라는 것도, 눈이 가고 생각이 늘어가는 현상이 사랑이라는 것도 말이에요. 하지만, 사람의 무의식에는 '정답지'라도 있는 걸까요? 술에 취한 승태는 용기를 냅니다. 이헌을 찾아가고, 기다려 달라고 빌죠. 염치없고, 이기적이지만, 기꺼이 자존심을 버리고 온 힘을 다해 매달릴 수 있는 순수! 이것이 바로 연하 파워 아니겠습니까? 이헌은 기꺼이 곰신의 대열에 합류합니다.
다만,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해 줄 것처럼, 떡밥도 깔고 카페도 찾아온 전 남친에 대한 언급 없이 본편이 끝납니다. 승태는 궁금해하지만 묻지 않고, 이헌은 굳이 말하지 않아요. 외전에서 이헌이 승태에게 전 남친의 이야기를 말해주긴 하지만, 다소 수습성 설명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분량을 좀 더 늘려, 승태의 좌충우돌 카페 알바기와 우여곡절 많은 사장님의 진면모를 좀 더 깊이 다뤘다면, 훨씬 풍부한 이야기가 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았어요.
이헌의 카페에 베스트셀러 디저트가, 무설탕 스콘인데 말이죠... 왠지, 소설과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담백한 디저트처럼, 크게 호불호 갈리지 않는 무난한 소설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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