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W-Beast

출간일: 2019.10.03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형, 섹스 원래 좋아했어?"

술을 아예 병째로 챙긴 규빈이 2층 계단으로 향했다.

"응"

"왜?"

"기분 좋잖아."

"상대는 전부 여자였잖아. 넣고 흔들고 싸는 게 기분 좋았어?"

"네가 그래서 문제야. 그 행위가 아니라 무드나 상대방 반응과 체온이 좋은 거지."

"그럼 나와의 섹스는 어때."

규빈은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 대신 베이스가 되는 술 그대로를 입에 댔다. 도수 높은 술을 꿀꺽, 한 모금 삼키면서 계단을 올라오는 은빈에게 웃어줬다.

"넌 그 반대네. 섹스 자체에 열중하게 해주잖아."

point 2 줄거리

기: 조규빈은 금수저 집 안에서 뛰어난 동생과 차별 당하며 문제아 취급을 받아 왔다. 스스로는 독립, 주변에서는 가출이라 부르는 거사 당일, 엄친아 동생 조은빈이 규빈을 잡는다. 아버지의 SUV차를 훔쳐 나갈 생각이었던 규빈은, 그 차 키를 주지 않으려는 동생 은빈과 실랑이를 하다, 은빈이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깨어난 은빈은 8살로 퇴보해 있었다. 은빈은 미국 명문 대학원 입락 예정이었고, 어머니의 마음은 급해진다.

승: 규빈은 은빈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은빈의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돌보기로 한다. 은빈과 규빈은 초등학교 시절까지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친한 형제였지만, 이후 은빈에게 열등감을 느낀 규빈이 열심히 피해 다니면서 근 10년간은 대면 대면한 사이로 지냈다. 8살 규빈 껌딱지인 은빈은 형을 졸졸 따라다니고, 갑자기 변해버린 몸과 환경에 무서워한다. 규빈은 은빈을 달래며, 은빈의 자위까지 도와주는 처지에 이른다.

전: 그러면서 규빈은 은빈과의 성교에 호기심을 느낀다. 콘돔을 들고 간 정신연령 8살 은빈의 방, 하지만 오히려 거구의 은빈에게 당하게 되고, 새로운 스타일의 쾌감을 느낀다. 그 후 규빈과 은빈의 욕망 행각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다양(?) 해지고, 장내배뇨에 현타를 맞은 규빈은 친구 최형민의 거제 펜션으로 피난을 간다. 한편, 은빈은 기억을 되찾고, 어머니에게 형과 함께 미국을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결: 친구 형민은 규빈의 자유분방함, 은빈의 학력을 가진 금수저로 화려한 파티를 즐겼고, 규빈은 형민의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뜨밤을 보내려 한다. 하지만, 그 방엔 은빈이 있었다. 처음 어린아이인 척하던 은빈은, 돌연 어른의 모습으로 규빈을 압박한다. 규빈은 은빈이 기억상실을 가장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규빈의 몸은 은빈과의 섹스에 길들여져 있었다. 규빈은 은빈을 따라 미국에 가고, 욕망에 충실한 나날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서 오세요! 따뜻한 쓰레기통으로~

하드코어 BL은 무엇인가? 두둥! 어렵습니다. 피폐물과는 좀 다릅니다. '피폐물'은 말 그대로 '피폐'해지는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끝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라도, 누군가는 가해자의, 누군가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피폐물을 포함하는 큰 개념이 하드코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드코어'면서도 '피폐'하지 않은 작품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초고수위와 하드코어는 같은 개념일까? 요것도 조금 다릅니다. 초고수위는 말 그대로 성교의 수위가 높다는 건데, 하드코어는 성교뿐만 아니라 성교와 관련되어 있는 '설정'이 정상 범위 벗어난다고 볼 수 있어요. 양성의 성기를 다 가지고 있는 신체나, oo드립 시리즈, 장내배설 등 말이에요. 그런점에서, 초고수위와 하드코어는 교집합이 있는, 다른 영역의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하드코어 BL의 대표적 작품은 무엇인가? 저는 '호박곰' 작가님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같은 곰이여도 '망고곰'아닙니다! 망고곰님은 달달~합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호박곰님의 소설을 리뷰해야 할 것 같지만, 오늘 리뷰 할 작품은 망태기님의 '욕망형제'입니다. 커버 일러스트도, 제목도 모두 레트로 스타일! 인, 피폐 없는 하드코어 BL입니다.

하드코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소재라 시도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①피폐물이나 키잡, 역키잡물을 제법 읽어봤다. ②모럴리스나 근친물에 거부 반응이 없다. 고 생각하신다면, 이제는 하드코어에 도전할 때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포! 인! 트! 지뢰 요소를 잘 피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 '성 학대'는 거북하더라고요. 수위나 사패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L이 없는 작품 자체를 피하는 편입니다.

규빈과 은빈은 상극입니다. 규빈은 자유로운 영혼, 은빈은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죠. 은빈은 거침없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형을 선망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그렇게 우애 좋은 형제였지만, 어느 시점부터 규빈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규빈은 자신보다 덩치도 커지고, 잘생긴 데다가 인기도 많고, 성적도 우수한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했던 어머니는, 은빈을 편애하고 규빈은 더욱 겉돌기 시작합니다.

은빈은 늘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이었던 은빈은 규빈을 잡을 방법이 없었고, 언제나 규빈을 눈으로 좇으며 형이 사라 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집을 나가려는 규빈을 보며, 은빈은 친한 동생에서 형식상 동생으로 변한 지금, 같은 집에서조차 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은 미국으로 가고, 규빈은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새로운 가족을 만든 채, 자신을 잊을 거라고요. 그래서, 은빈은 기억상실을 연기합니다.

계략공의 계획에 휘말려, 공이 유도하는 결말로 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수... 하지만, 적어도 '욕망형제'에서 모든 트리거는 다 '규빈'이 제공합니다. 은빈은 분명 도덕성이 없고, 형에게 집착하며, 수치를 모르는 능욕공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형의 애정을 절실하게 갈구하죠. 퇴화해 8살을 연기한 은빈은 형을 붙들어 둘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런 은빈을 한 번 따먹어보자고, 콘돔을 들고 가 유혹한 것은 규빈이었죠. 어차피, 기억이 돌아오면 미국을 갈 것이니, 남자랑 붙어먹는 재미 좀 보자는 심정이었어요.

은빈은 10년 동안 표현도 못 하고 꾹꾹 눌러 온 애정을, 욕망이라는 파이프로 분출시킵니다. 규빈은 일회성 관계를 원했지만, 은빈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도망칠수록 빨려 드는 은빈과의 정사를 통해, 규빈은 처음으로 충만한 사랑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 미칠 것 같은, 은빈의 몸짓에 더 열광하고 취하게 되죠. 규빈은 분명 은빈과 같은 '사랑'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고, 욕망이 그 홈을 메우고 있죠.

은빈은 육체적 관계에서, 좀 더 깊은 관계로 넘어가려는 시점에서 주저하는 규빈을 봅니다. 규빈은 천덕꾸러기였고, 타인의 이목만이 중요했던 어머니에게 늘 짐 같은 존재였죠. 어머니의 미소와 관심은 모두, 친아들도 아닌 은빈에게 향합니다. 하지만, 규빈은 그런 것들을 잘난 동생은 마땅히 받을만하다고 여기면서, 본인은 애정결핍에 허덕이는 줄도 모르고 방황해요. 그런 규빈이라 '가족'에 대해서만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죠. 반면, 은빈은 약점을 드러낸 규빈이, 도망치거나 길들여지거나, 둘 중 하나의 기로에 섰다고 확신합니다.

규빈을 길들이지 못하면, 이 정사가 끝나는 대로 규빈은 자신을 떠나고 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량처럼 살아온 규빈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어줍지 않은 협박이나 달콤한 협상이 아니라, 자신이 아니면 욕망이 해갈되지 않은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규빈을 장내배뇨에 절정감은 느끼는 몸으로 만듭니다.

미국 유학을 결정하면서도 규빈은, 은빈만큼이나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은빈과의 관계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딱, 흥미를 잃을 때까지라는 규빈의 의도를 은빈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만들지 않으리라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죠. 두 사람의 욕망은 분명 다른 색을 띠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은빈의 욕망이 좀 더 음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이 가지는 한계지만, 특히나 장르소설을 클리셰를 뛰어넘기 힘들고, 그 변형도 너무 유사합니다. 주인공과 약간의 디테일만 다를 뿐, 찍어낸 것 같은 작품들이 산재해 있죠. 물론, 하드코어도 그 자체의 클리셰가 정형화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상상하고 보여 줄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하드코어는 그 흔함과, 뻔함의 경계를 쉽게 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단,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뢰요소를 잘 피하세요! 지뢰요소는 노력해도 극복이 안되더라고요. 다양성이라고 감당하기에는 정말 개취의 영역입니다. 잘만 고른다면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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