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M

출간일: 2018.05.04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저야 올림픽에 나가는 것만도 감지덕지지만 선배는 다르잖아요. 선배는 세계에서 가장 잘하는 선수니까.... 혹시 1등을 놓치거나 하면. 걱정되지 않으세요?

충동적이었지만, 한 번쯤 꼭 묻고 싶던 것이기도 했다. 내 물음에 액정만 내려다보던 선배가 눈을 들었다. 선배가 말했다.

"진천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팀이 어딘지 알아?"

"어디인데요......?"

"우리야. 쇼트트랙 스피드 스케이팅."

"......"

"그리고 우리팀에서 가장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나야."

"......"

"훈련장에 마지막까지 남는 사람도 나고."

"......"

"내가 가장 잘하는데, 내가 1위인데. 나보다 오래 하는 사람이 없어. 다들 나보다 늦게 일어나고 일찍 훈련장을 떠나지. 다른 나라 선수라고 다르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내가 계속 1등일 수밖에 없는거고"

자랑이 아니었다. 사실에 대한 담담한 기술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연이은 우연과 행운으로 '어쩌다 국대'가 된 이여준은 금메달리스트 남지훈과 룸메이트가 된다. 동계올림픽 첫 출전인 여준은 스타 선수이자 무수한 메달의 주인공인 지훈을 보며 긴장하지만, 지훈은 '형'이라고 부르라며 무심한듯 여준을 챙겨준다. 여준을 무시하며 메달을 반쯤은 포기한 감독을 대신해, 지훈은 여준에게 귀한 노하우를 알려주며 족집게 과외를 해준다.

승: 지훈의 코치와 함께 노력형 천재인 지훈의 훈련 모습에 자극받은 여준은 죽을 듯 훈련하기 시작하고, 그런 여준을 말리며 지훈은 음험한 스킨쉽을 시도한다. 지훈에게 몸이 반응한 여준은 부끄러움과 혼란스러움에 지훈을 피하지만, 지훈은 별거 아니라고 되려 쿨하게 다독여준다. 이윽고 올림픽은 개막하고 올림픽 선수촌에서 역시 지훈과 여준은 같은 방을 쓰게 된다.

전: 1500m 개인전, 여준은 캐나다 리트리버의 더티 플레이에 넘어지고, 동료 선수의 진로방해를 해 실격당한다. 남지훈은 여유롭게 금메달을 딴다. 낙담해 땅까지 파고 드는 여준을 반드시 금메달리스트로 만들겠다는 지훈은, 여준에게 특효약이라며 사심이 가득한 '그런 짓'을 한다. 그 효과(?)로 여준은 쇼트트랙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다.

결: 한편, 게이인 캐나다 리트리버는 여준에게 접근한다. 순진한 여준은 홀랑 잡아 먹힐 뻔 하지만, 지훈에 의해 건져진다. 그리고, 여준은 미친 줄 알았던 지훈에게 고백을 받는다. 여준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 위해, 지훈은 여준을 꼭 금메달리스트로 만들어야 했던 것이었다. 여준은 지훈과 사귀고, 그의 집착과 변태끼 충만한 연애를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올림픽

저는 스포츠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사실, 잘 모릅니다. 주변에 야구 광팬들이 많아, 가끔 끌려가서 치킨을 먹고 오긴 하지만, 규칙도 잘 모릅니다. 올림픽과 월드컵도 역시 잘 챙겨보지 않습니다. 결과만 뉴스로 접하는 정도랄까요. 금메달 숫자는 기억해도, 종목과 선수이름은 잘 외우지 못합니다. 오히려 BL소설에서, 가장 열심히 스포츠를 공부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 얼마 전 뉴스를 보며, 1년에 한 번 있는 수능시험인데 올해 수험생들 마음이 참 고되겠다. 생각하고 있자니 문득, 올림픽은 4년에 한 번 열리지.... 떠오르더군요. 30살이면 사회초년생까지는 아니라도 어디서 전문가라고 듣기는 힘든 나인데, 그 나이면 선수들은 은퇴를 하죠. 그렇게 수명 짧은 일에 전력을 다 받혀, 4년에 한 번 오는 기회에 평가를 받고, 남은 생에 그 결과를 꼬리표로 달고 살아야 한다니... 참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0수를 할지언정, 적어도 수능은 매년 보고싶은만큼 볼 수있을테니까요.

그래서 스포츠에서 드라마 같은 극적 순간들이 펼쳐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절실함이 주는 감동은 분명 큰 울림이 있겠죠.

하지만, 일단 BL 스포츠물에 공수는 대게 '천재성' '수려한 외모'를 디폴트 값으로 가지다 보니, 그런 감동은 미미한 한 편입니다. 천재도 이 만큼 열심히 한다! 와 범재가 열등감과 한계를 극복 해 나가는 이야기는 분명히 다를테니까요.

여준의 국가대표 선발전 최고 성적은 8등입니다. 올림픽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죠. 그래서, 여준이 얼떨결에 국가대표가 된 후 누구도 여준이 금메달을 딸거라고 기대하지 않습니다. 효자 종목 메달 하나가 날라간 것을 아쉬워하는 사람들만 가득했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거의 유일한 사람이 있었으니, 천재, 금메달, 아이돌 외모, 선망의 대상 모두 혼자하는 지훈이었습니다.

지훈은 과거 동계체육대회에서 여준을 봅니다. 여리여리한 체구에 예쁜 얼굴, 보는 순간 한 눈에 반합니다. 그리고 일부러 반칙의 경계선을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푸쉬로 여준을 넘어트리죠. 여준은 그런 지훈에게 원망은 고사하고 순진하고 동그란 눈을 껌뻑이고, 지훈은 이 연두부 같은 매력에 빠져들기 시작해요.

지훈은 여준이 가능성 없는 선수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여준의 미진한 성적은, 그의 지나친 배려심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여준은 상대가 휘청하면 받쳐주고, 추월을 시도하다가도 상대가 넘어 질 것 같으면 주저하다 기회를 빼앗기죠. 짧은 시간 승부를 내야하는 쇼트트랙에서, 성공하기 힘든 성격이었습니다. 오히려, 이기적이고, 승부욕 강하고, 자애심 강한 지훈이 더 좋은 선수의 자질을 가진 셈입니다.

하지만 그런 지훈조차도 여준과 함께 이기고 싶어 집니다. 올림픽 금메달은 있지만 '올림픽 정신'은 없었던 지훈이, 메달은 없지만 '올림픽 정신'만은 충만한 여준을 통해 변하죠. 그래서, 결코 누구에게도 알려주지 않았던 노하우를 전부 방출하며, 여준의 가능성을 깨워줍니다. 물론, 몸싸움에 약한 여준은 개인전에서 실격을 받지만, 여준이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딸 수 있었던 것은 지훈의 독주때문만은 아니었을 거예요. 충분히 국가대표 한사람 몫을 할 수 있을 만큼의 능력과, 지훈의 충격 요법(?)... 큼큼

지는 법을 모르는 지훈은 기어코 여준을 가집니다. 솔찍히, 여준이 그냥 끌려가는 것 같긴 하지만... 늘 지켜봤던, 존경해마지 않는 지훈이 불도저처럼 밀고 들어 오는데, 막을 방법은 없죠. 이미, 결혼해서 낳을 아기 이름까지 생각하는 직진 집착남! 잠시 오메가버스인가 생각하다 오메가버스가 아닌데도 너무 자연스러워 더 소름 돋은!

뭐.. 그래도 금메달도 따고, 손해보고 살던 순둥이 곁에서 평생 함께 하겠다는 이기주의자 연인도 얻고, 여준도 해피엔딩입니다. 아마도...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12 - [BL 소설] - [서양풍/피폐물/개그물] 세헤라자데 - 한여름

 

[서양풍/피폐물/개그물] 세헤라자데 - 한여름

출판사: 이색 출간일: 2017.10.30 분량: 본편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어느새 이스엘 프레이저가 내 거가 됐는지. ​ 태자가 반응 없는 내 거를 슬쩍 쳐다보았다. 사타구니를 조물조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20.12.04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미래의 존재를 지극히 불신하는 저 대신 목아가 그 존재를 강하게 믿고 있으니, 구태여 그 허상을 현실로 끌어와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희망을 필요로 하고 저에게는 그 희망이 필요 없었으나 목아가 가진 희망은 그 영롱함 그대로 제 곁에 있었으면 했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낸 연무강이 지켜내고 싶은 작은 것이었다.

point 2 줄거리

: 별호를 얻을 정도로 강한 대요괴가 다섯 있었다. 여와, 이량, 태선, 검선, 의선, 이 중 여와와 이량은 요마도에 빠졌고, 태선, 검선, 의선 셋만이 신선의 경지에 이른다. 창조의 권능을 지닌 여와는 150년 전 요마도에 들어, 인세에 요괴들을 뿌리며 살생을 거듭했고, 나머지 4명의 대요괴는 합심하여 여와를 멸했다. 그 후, 황실에 의해 아내와 자식을 잃은 이량은 살생을 저지르고 황실에 주술을 걸며 요마도에 빠지고, 남은 세 요괴는 그런 이량을 멸한다.

: 시간이 흘러, 어린 요괴에게 의술과 그림을 가르치며 선산에 조용히 살고 있는 의선은, 이량의 주술에 걸린 태자의 치료를 맞게 된다. 태자 무강은 의선의 제자가 되어 학당에 머물며, 귀찮은 요괴들을 떼어내기 위해 요괴들이 제일 싫어하는 의선의 건목 목아를 가까이 한다. 탈피가 늦은 목아는 흉한 몰골 때문에 따돌림 당하지만, 곧고 순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외롭던 목아는 무강과 지내며 즐거웠고, 무강은 목아의 맑고 고운 마음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전: 한편, 다시 태어난 여와는 오래 산 노요괴 만큼의 힘이 없었기에, 지옥에서 염라마 영백을 불러 복수를 계획한다. 동시에 노요괴를 멸할 운명을 타고난 인간인 무강의 뱃속에 자신의 요괴 구술을 넣은 이량은 어쩌다 영백과 친구가 된다. 여와는 모략을 꾸며 태선과 검선을 천운세가로 이끌고, 홀로 남은 의선에게 영백을 보낸다. 다행히 태선과 무강의 빠른 복귀로 의선은 살지만 큰 부상을 입고, 의선을 살리기 위해 무강은 요마독에 찌든 의선의 요괴구술을 품는다.

결: 의선은 긴 안면에 들고, 학당의 요괴들은 하산한다. 태선은 여와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선산을 떠나고, 무강과 목아만이 학당에 남는다. 무강이 언제나 좋았던 목아와, 오로지 목아만을 '가진' 무강은 연인의 밤을 보낸다. 탈피가 끝나지 않아 함께 떠 날 수 없는 목아에게, 무강은 탈피가 끝나면 꼭 자신의 왕부로 찾아오라 당부한다. 목아는 알았다고 하고 약속하며, 실제로 찾아가기도 하지만, 끝내 무강을 만나지 않는다. 그 후 검선이 목아를 찾아 올 때까지...

point 3 진지충의 Review: ... 이런 느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신작 캘린더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4일 만리연가를 영접했죠. 하지만, 소개 페이지에 크게 적힌 "1부"라는 안내를 보고 멈짓 했습니다. 과연, 내가 완결이 아닌 이 글을 보고 2부가 나올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 차라리, 2부가 나오면 한꺼번에 보는 것이, 부족한 나의 인내력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리라... 하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만리연가'의 첫 페이지를 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분명 "1부"라는 사실을 알고 봤는데! 그것 때문에 망설이기까지 했는데! 3권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데... 왜 당혹감과 배신감이 드는 걸까요? '텐시엘님... 정말 이렇게 절단신공... 어떻게 참으라고!!!' 독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3권은 재미도 '중상'정도로 맞춰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3권 마지막 줄을 읽는데, 목아가 45도 각도로 상공을 바라보고 있는 비장한 시선과 함께, 보일리 없는 카페베네 문구가 보이고, 들릴리 없는 '커즈 유얼~' BGM이 들리더군요.

제가 텐시엘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약하지만 곧고, 상처 입어 움추려도 지지 않는, 강한 "수" 때문입니다. 여기서 "곧다"는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곧음 뿐만이니라, 모호한 세상을 '바로 비출' 곧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극강의 지위를 가진 "공"들이 이런 "수"의 면모에 감화 되기에 이르죠. 그런데, 그 모습이 단순히 '능력수'나 '외유내강수'의 차원을 떠나, 독자에게도 공감을 일으킵니다. 이런 시선, 시각, 해석이, 책 밖의 세상에서도 강한 끌림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 많이 애정하고 있어요.

'만리연가' 목아 역시 텐시엘님 '수'다운 사랑스러움을 뿜뿜하죠. 하지만, '만리연가'는 이전의 다른 작품들에과 비교 해 볼 때, '공''수'에만 집중하지 않고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로 시야를 확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계관과 이해관계도 촘촘히 날실한 씨실처럼 맞물려 있어요. 게다가, 특유의 위트와 유쾌함이 녹아 있는 서술은, 무거운 줄거리에도 너무 쳐지거나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의선은 선산, 어린 요괴들이 아웅다웅 사는 학당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저면에 꼬인 실타래는 요마도에 빠진 여와로부터 이어지죠. 창조의 권능을 가진 여와는 모든 요괴의 어머니입니다. 당연히 4명의 대요괴 역시 여와에 의해 만들어졌죠. 하지만, 여와의 능력은 창조일 뿐, 창조 된 요괴들의 권능을 이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150년 전 인세에 요괴를 뿌리지만, 이미 도를 닦아 신선의 반열에 든 4명의 대요괴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노요괴가 일으킨 환란을 경험한 인간은, 그 4명의 요괴에게 감사함보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황실은 네 요괴 중 가장 순한 이량의 아내와 아이를 잔혹하게 죽입니다. 분노한 이량은 살생을 저질러 요마도에 빠져들고, 황제들이 더 이상 후사를 가질 수 없도록 주술을 걸죠. 태선, 의선, 검선은 이량을 멸하고, 이 것은 이 들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 황가와 남은 대요괴의 관계는 회복 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요. 한편, 황가는 이량의 주술에도 불구하고 후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급한 마물과 통정하는 모멸감을 감수하고 황제의 씨를 이어가죠.

그러나, 이를 참지 못한 현 황제는 사랑하는 황후에게서 자식을 보기 위해 주술사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든 이량에 의해 무강을 낳습니다. 무강의 탄생은 백성들에게 길한 징조로 받들어졌지만, 무강 자신은 죽음을 가까이 둔 일생을 살게 됩니다. 결국, 황제는 의선을 찾아가기에 이르죠. 이량은 황후가 황제의 씨인 무강을 낳게 해줬지만, 인간이 감당 할 수 없는 요괴구술을 넣어 독에 취하게 합니다. 이로 인해, 대요괴를 멸할 무강의 운명은 변합니다. 어쩌며, 이량은 자신의 힘과 생명을 걸고 누이들과 형을 지키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랑 길을 바꿔도 가지가지 굽어 예상치 못한 길로 뻗어 나가는 법이죠. 의선은 명이 다한 무강을 살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난 무강은 죽어가는 의선을 살려요. 인간 무강은 이량의 요괴구술이 뿜어낸 요마독에 의해 죽지 않았고, 대요괴의 요괴구술을 두 개나 몸에 품은채 요괴가 되었죠. 태자의 자리에 물러나 왕부로 나온 무강은, 인세의 황실보다는 요괴에 더 가까운 '무엇'인가가 됩니다. 그리고, 힘은 쎄지만 전투력은 0에 가깝고, 재주는 많지만 머리는 조금 맹한 나무요괴를 사랑해요. 집착 광공의 향기가 폴폴나는 무강이지만, 1부에서는 오로지 풋풋한 첫사랑의 연심만이 애절하게 나옵니다.

2부에서는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만 했던 목아와 무강의 뒷이야기가..... 그려 질 리가 없죠!!! 뜨밤을 보내고, 오매불망 기다린 목아가, 실은 자신에게 도망쳐 숨아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낸 무강이!!! 그래서 의선바라기 검선을 협박(?)해 기어이 목아를 찾고 속여 왕부로 데려온 무강이!!! 어떤 미친 집착질(?)을 할지 심히 기대가 됩니다.

더불어, 1부를 통해 노출 된 장기말들의 행로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특히나, 1부에서 여와의 존재는 비교적 자세히 나오지만, 이량에 관해서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 다섯 요괴의 대치인 줄 알았지만, 판세의 키는 운명이 몇번이고 뒤바껴 버린 무강이 쥐고 있을테고, 그 사패 소패 무강의 관심은 오로지 목아에게 향해 있으니, 실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탱탱볼 같은 상황이기도 하죠.

그래서... 언제 2부가 냐오나는 건데말이죠... 글쎄요... 이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좋은 작품을 읽어 기쁘고 감사한 한편, 무기약 2부를 기다려야 하는 막연한 절망감과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이라는 원망도 드는데 말이예요. 저는 기다림를 설렘이라 부르는 감수성따윈 없습니다. 부디, 빠른 2부를... 어지럽단 말입니다! ㅠ.ㅜ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08/25 - [BL 소설] - [수인물/애절물] 광야 - 텐시엘

 

[수인물/애절물] 광야 - 텐시엘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10.31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걱정하지마. 무서워 할 거 없어. 우리 엄마는 등대야. 우리가 죽음의 강에 빠지기 직전에 빛을 밝혀주는 존재야." point

b-garden.tistory.com

2020/10/05 - [BL 소설] - [할리킹/연예계/시리어스물] 찬란한 어둠 - 텐시엘

 

[할리킹/연예계/시리어스물] 찬란한 어둠 - 텐시엘

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6.11.11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미련 한줌 안 남게 원 없이 뛰었다. 그렇지?" 에녹이 귓가에서 나지막이 웃으며 물었다. 정난우는 울 것 같은 얼굴로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B&M

출간일: 2019.05.08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속마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 것도 모르고 은형은 말갛게 태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체를 완전히 기댄 탓에 높은 코끝이 턱 아래에 닿았다. 태범의 턱에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

짧은 숨을 내쉰 강태범이 얇은 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밀었다. 덕분에 은형의 발뒤꿈치는 바닥에 닿았지만, 뒤로 물러나며 태범의 목을 붙잡는 바람에 이제는 코끝이 맞닿았다. 정은형은 눈을 깜빡거리며 강태범의 눈동자를 보았다. 지금 막 생각난 말이 입 밖으로 툭 던져졌다.

"진짜 나를 좋아하면 어떡하지?"

"말했잖아."

"생각 안 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아래로 내리 깔린 태범의 눈동자가 은형의 얼굴을 바삐 담았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낮은 목소리가 은형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좋아해 줘."

"......"

"나 좀 좋아해 줘, 은형아."

point 2 줄거리

기: 잘 생기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인싸 강태범과 이불 밖은 위험한 앗싸 정은형은 베프다.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집, 심지어 듣는 수업도 모두 같을뿐만 아니라, 어디든 붙어 다닌다. 하지만, 이 들의 속 사정은 좀 다르다. 강태범에게 정은형은 공부시켜 대학까지 합격시킨 짝사랑 상대였고, 정은형에게 강태범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신을 방셔틀, 부하로 부리다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부하 같은 친구로 승격시켜 준 무서운 친구였다.

승: 사실, 일찍이 자신의 성향을 깨달은 은형에게 태범은 첫사랑이었다. 반면, 태범은 은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어느날 태범은 장난을 치는 은형을 위압적으로 대하고, 은형은 갑자기 변한 태범을 무서워하며 그만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은형과 계속 같이 있고 싶었던 태범은, 은형과 같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은형을 공부시키고, 체력을 보충시키기 위해 아침 운동과 먹을 것을 챙겨 준다. 물론, 은형에게는 모두 태범의 괴롭힘 일 뿐이었다.

전: 은형은 태범 몰래 입대를 하고, 제대 후 태범의 노력(?)으로 태범과 동거하게 된다. 은형은 본격적인 게이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게이바를 가고, 그곳에서 대학동기인 박원진을 만난다. 한편, 은형이 게이인 줄 모르는 태범은 원진과 게이바를 다니는 은형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오해를 한다. 그 사이 원진은 은형을 꼬시지만, 은형은 뒤늦게 난 춤바람에 본 목적(?)을 잊는다. 태범의 마음 고생은 점점 심해지던 어느날, 은형은 게이라는 사실을 들킨다.

결: 태범은 바로 은형에게 고백하지만, 은형은 노멀인 태범이 게이인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다가, 태범의 신체적 변화(?)를 목격하나서야 고백의 진실성을 믿어준다. 하지만, 첫사랑 태범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경험한 적 있던 은형은, 태범을 선뜻 받아드리지 못한다. 태범은 묵묵히 직진하고, 술에 취한 은형은 고등학교 시절 태범에게 받았던 상처의 기억들을 토로한다. 태범은 은형에게 용서를 구하고, 오해를 푼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그 날, 그 한마디

'오래된 오해'는 정말 제목에 충실한 소설입니다. 주제이자, 소재이자, 줄거리이자, 심지어 메세지까지 '오해'로 함축하죠. 은형과 태범의 시점이 무차별적으로 섞여 있어,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오해들을 병렬적으로 보여줍니다. '오해인 것 같은데...' 추측 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도 남겨 두지 않아요. 그래서, 고조감과 긴장감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장점은 삽질물 치고는 목막힘이 적고, 달달함이 많다는 거예요. 은형의 시점에서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태범을 피해다니게 되는 사건이, 바로 태범의 시점에서는 눈물겨운 희생의 스토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단지, 챕터나 섹터가 별도로 나누어 져 있지 않은채 시점이 섞여 있기 때문에, 다소 번잡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큰 줄기는 '오해로 삽질해 온 두 사람이 오해를 풀고 서로에 대한 오랜 사랑을 확인 하는 것'이지만, 에피소드로 전개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낱알처럼 흩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오해'의 감상 포인트는, 그냥 이 삽질 자체를 귀엽다! 깜찍하다! 풋풋하다! 즐기셔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폼리스'에 희운이가 술 먹고 하는 요망짓만 모아 놓으면 '정은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희운이가 처한 극한 상황이나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매력은 좀 떨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단짠과 단단의 차이랄까요.

태범과 은형의 관계에서, 태범은 늘 손해만 봅니다. 하지만, 태범의 희생과 배려에도, 은형은 늘 괴롭힘 당한다고 생각하죠. 그 갈림길의 시초는 고등학교 교실, 사소한 장난으로 폭팔한 첫사랑의 혼란이었어요. 단 하루, 한 순간, 태범이 도망쳐버린, 은형이 태범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날 말이예요.

태범의 시련은 그 날 하루 은형의 손목을 세게 쥐고, 밀친 죄의 대가로는 가혹했을지도 모릅니다. 태범은 은형을 공부시키기 위해 함께 과외를 하고, 다닐 필요 없는 과학 학원도 다녔죠. 이미 취미인 운동으로 넘치는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부 할 체력도 없는 은형을 위해 매일 새벽 일어나 은형을 깨워 운동을 시킵니다. 그리하여 8등급 은형을 기어이 명문대에 합격시키고만 기적을 일으킵니다. 그런 태범이 은형을 챙겨 먹이고, 어지르기 바쁜 은형의 뒷 정리를 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태범이 좀 더 솔찍했더라면, 태범의 속 앓이는 좀 더 일찍 끝낼 수 있었겠지만, 결국은 그 하루에 대한 대가를 치루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 거예요. 은형이 게이이고 심지어 태범이 은형의 첫사랑이라는 것 역시 밝혀 진 후에도, 태범은 은형과 사귀지 못합니다. 은형은 늘 다정하게 웃어주던 태범이 폭력을 휘두를 것 처럼 무시무시한 기운으로 자신을 위협했던 순간을 기억해요. 그리고 은형은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어요. 혼자 좋아했던 그 시절보다, 서로 좋아하는 지금, 돌연 사나워지는 태범의 변화가 더 큰 상처로 남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태범은 자신이 그 날 도망치지 않았다면, 5년의 기나긴 오해는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후회의 눈물을 흘리죠. 다행히, 은형은 태범의 셔틀로 살았던 불우한 학창시절의 기억을 가볍게 드러냈고, 태범은 켜켜이 쌓인 오해를 한 장씩 풀고 용서를 구합니다.

그 날 이후 갈래길에 나뉘어 진 채 점점 멀어지던 두 사람은, 다시 하나의 기점에서 새롭게 출발합니다. 연인이 되어서요.

가끔 천청벽력 같은 사건을 맞닥드릴 때가 있습니다. 부지불식 간에 들이 닥쳐 무슨 사태인지 파악하기 전에, 나의 멘탈을 탈탈 털고 폭풍처럼 지나가는... 정신이 들면 떨리는 손으로 소주 한 잔을 쥐고 있죠. 물론, 기가 빨린 그 날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원인인지 따져보면, 의외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시초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뭔가 삐그덕거리는 사소한 불협화음, 그 이후 같은 사건을 겪어도 해석이 다르고, 그래서 다른 감정이 쌓이게 되죠. 그 발전 과정은 예측 할 수 없습니다. 태범이 본인의 배려와 인내를 은형이 괴롭힘으로 여기고 고통 받았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알 수 있는 건, 그 '시초'뿐입니다. 살짝 불편하고, 달그닥 거리는 마음을 무시했던 그 날, 그 한마디가 긴 시간이 지나면 불어난 눈덩이가 일으키는 산사태처럼 재난이 되곤 합니다. 춤바람 난 은형을 기다렸던, 태범에게는 눈에 핏줄서도록 지옥같았던 밤처럼요.

외전에서 태범은 그 날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태범은 바로 은형에게 사과하고 고백하죠. 물론, 꿈에서 깨어난 태범 옆에도, 은형은 사부작거리며 한껏 귀여움을 난발하고 있습니다. 같은 결말이지만, 그래도 꿈 밖에 33살 태범은 꿈 속 17살 태범에게 머리를 쥐어 박으며 이렇게 소리치고 싶지 않았을까요. "너는 하루 용기를 못 낸 값으로 5년의 행복을 놓쳤다! 멍청아!"라고요. 멍충수와 더불어 멍충공 키워드도 추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08/04 - [BL 소설] - [현대물/피폐물] 폼리스(Formless) - 원리드

 

[현대물/피폐물] 폼리스(Formless) - 원리드

출판사: BLYNUE 출간일: 2020.05.13 분량: 본편 3권 ​ ​ point 1 책갈피 ​ 자잘한 유리 조각들은 천장에 달린 화려한 조명을 반사하며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렸다. 희운은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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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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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2화 + 외전 7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작은 동네, 군인 아버지와 엘리트 형을 둔 김지성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채 공기업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결혼을 강요 당하자 참지 못하고 가출을 단행한다. 그 후 진지한 사랑을 바라던 모범생 지성은 게이바에서 상기를 만나고 강간당한다. 상기는 지성에게 돈을 주고, 빈손으로 가출한 지성은 상기의 돈을 받고 계속 잠자리를 이어간다. 지성은 원래 하고 싶었던 애견 미용에 관련 된 일은 하지 못하고, 경력을 살려 사무직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대리를 만난다.

승: 친절한 이대리를 좋아하게 된 지성은 곧 그가 게이이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성은 꿈꾸던 진지하고 행복한 연애를 하며 동물병원 취직도 성공한다. 지성은 상기에게 받은 돈을 갚고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만나고, 그 장면을 본 전 회사 직원은 이대리에게 고자질한다. 이대리는 지성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상기는 대놓은 두 사람을 훼방논다. 지성은 이대리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쓰지만 고열로 쓰러져 건내지 못한채 헤어지고, 상기는 아픈 지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전: 상기는 약과 섹스로 지성을 길들이며 집에 붙잡아 둔다. 그리고 아웃팅을 두려워하는 지성과 그런 지성이 섭섭한 상기는 갈등을 겪지만,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상기는 지성이 과거를 물을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고, 결국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지성은 상기의 얼굴을 칼로 긋는다. 둘은 헤어지고 지성은 고향으로 돌아가려하지만, 결국 지성은 다시 상기를 찾아가고 둘은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런 두 사람에게 상기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결: 죽은 친부의 연인이었던 '아버지'는 어린 상기를 학대하고, 성인인 된 후 돈을 뜯어냈다. 한편, 이대리는 지성에게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지성은 거절한다. 그리고 이대리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 상기는 지성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둘은 헤어진다. 하지만 헤어진 뒤로도 상기와 지성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나고, 그때 상기에게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런 상기의 곁에 지성이 함께 있어준다. 두 사람은 용기내어, 서로의 가족이 되어 준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더 나은 사람이 되다.

'나쁜 버릇'은 하드코어합니다. 보면서도 덜덜덜 떨려요. 소심한 모범생, 아직까지 운명의 상대를 믿는 순정남 지성이 상기를 만나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모습이 숨 막히기도 하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기가 지성을 협박하고 모욕적 행동을 강요하는 것 보면 흠짓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동차 탈출씬은... 탈출씬이 아니라 잠금씬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강도 피폐씬으로 손꼽을만 합니다. 그럼에도, '나쁜 버릇' 자체가 그렇게까지 피폐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결론이 완벽한 해피엔딩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퍼즐이 맞춰지는 것 처럼, 서로에게 꼭 맞는 진정한 운명의 상대로 마무리되거든요. 게다가 달달한 외전은 보너스!

압력이라는 것은 무섭습니다. 본래 성질을 바꿔버릴 만큼의 힘이 있어요. 수면을 노닐던 어종이 가라앉아 심해어가 되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눈이 튀어나오고 몸이 변경되어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이 됩니다. 심지어 퇴적암도 열과 압력으로 변성암이 되면 성질이 변하게 되죠. 하지만, 이것도 엄청한 스트레스를 견뎌내 살아남은 경우에 이야기 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생에서 멀어지거나 소멸할거예요.

지성은 오랜세월,집 안에 압력에 숨막힌 생활을 해왔습니다. 아버지를 화나게 만들고,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 못 된 것 같았죠. 그래서, 형을 따라 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지성이 이성애자가 될 순 없었습니다. 한번도 일탈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없는 순둥이는, 압사 당하기 직전에 살기위해 집을 뛰쳐 나옵니다. 월급 통장, 핸드폰 명의도, 본인의 것이란 없는 의존적인 삶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란 지성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어요.

상기는 게이인 아버지가 결혼을 해서 낳은 아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속여야 했던 아버지를 지켜본, 그의 연인은 상기가 미웠어요. 꼭, 결혼식에 만난 그 여자를 떠올리게 했죠. 하지만, 상기는 두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조금씩 친구들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요. 그건, 상기를 폭력적이고 감정적이게 만들었죠. 그리고, 친부가 죽자마자 남은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고 떠납니다. 텅 비어버린 집을 보며, 상기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바로, '혼자 남겨지는 것' 말이예요. 그래서 상기는 관계를 만들지 않고, 즐기는 생활만을 이어갑니다.

그런 상기는 주변에 절대 없을 신기한 유형의 사람을 만납니다.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다는, 좋은회사 출신의 순진한 지성... 지성은 술김에 잘생긴 상기에게 입맞춤을 하고, 그 간질거리는 스킨쉽은 상기에게 욕망이 섞이지 않은 최초의 스킨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기는 지성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돈도 없고, 겁도 많은 지성을 손에 넣는건 쉬운 일이었죠. 지성은 처음엔 상기에 돈에, 그 다음은 상기와의 섹스에, 마지막엔 게이인 자신이 돌아갈 유일한 장소라는 것 때문에 상기를 찾습니다.

문제는 상기였어요. 너무나 바랐지만 바란적 없는 것 처럼 살았던, 자신을 기다려 주는 존재를 만나요. 상기는 행복해하지만, 그런 지성의 존재는 곧 트리거가 되어 자신을 눌러옵니다. 지성도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공포감 말이예요. 그 압력은 상기를 폭주시킬만큼 무거웠고, 지성은 그 때마다 큰 상처를 입어요. 상기와 지성은 몇 번이고 그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고 다시 만납니다. 상처주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때마다 지성은 울고, 우는 지성을 보면서 상기는 지성을 놓아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기혐오의 순간들이 상기에게 쌓여갔을 때, '아버지'와 이대리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상기는 '작은 오해'를 풀지 않고 이별을 선택하죠. 몇번이고 매달리는 지성을 모질게 떼어냅니다. 하지만, 상기에게도 지성에게도 서로는 끝나지 않은 상처이고 사랑이었어요. 다시 만났을 때, 상기는 지성에게 주지 못했던 커플링을 건내줍니다. 그렇게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순간에도, 상기는 지성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하지 못해요.

그러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매번 돈을 뜯어가는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친부의 기일에 찾게 되는 이유는, 그가 상기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이었죠. 상기는 친부의 납골당 근처에 정착 할 정도로 '가족'을 바랐지만, 더 이상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럴때 연상의 힘이 발휘 됩니다. 지성은 상기의 곁에 남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되어주죠. 상기는 여전히 지성에게 집착하지만, 지성은 더 이상 휘둘리지 않습니다. 상기의 집착보다, 상기의 불안함을 달래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제일 통쾌한 것은, 드디어 지성이 집에서 월급 통장을 가지고 온다는 것! 성인 샐러리맨의 월급을 부모가 관리한다니... 저로서는 절래절래한 설정이었어요. 어쨌든, 지성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집과는 완전히 절연하죠.

지성과 상기는 자신들을 누르는 무거운 압력으로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순두부 지성은 단단해지고, 천둥벌거숭이 상기는 소중한 걸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요. 지성의 가족은 여전히 지성을 불량품이라고 생각하고, 상기가 가족이라 여겼던 두 사람은 모두 죽고 없습니다. 압력이 없어진 것이아니라, 압력을 이기지 못했던 과거로부터 변한거죠. 그래서,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처 입고 암울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서로를 만나 행복을 찾은 이야기라 '힐링물'로 분류 될 법도 하지만.... 그 피폐한 장면들을 보았던 저로서는, 도저히 '힐링'이라는 글자가 써지지 않더라고요. 중간 부분에는 정말 심장이 뜁니다. '상기야 제발 그만해!' 그런데, 다음 편은 더 심한 씬이 나오고... 그래서, 한 동안 심호흡한 뒤 보곤했습니다. 저 같은 독자1를 위해 한컷 남깁니다. 고 구간을 넘으면, 상기는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답니다. 안심 안심!

봄툰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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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유펜비

출간일: 2020.01.2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그는 섭청에게서 한걸음 물러났다.

"섭청."

그리고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로 섭청을 불렀다.

"이별은 짧을 수록 좋지. 그러니 헤어지기 전 마지막 선물로 설영이라 다시 불러다오. 나는 네게 영백윤이 아니라 설영이고 싶다."

섭청은 입술을 꾹 씹었다. 일부러 설영의 이름을 부르고 있지 않았던 것을 들킨 탓이었다. 헤어짐이 아쉽기도 했고 이제 한 문파의 장문인이 된 설영과 거리를 두어야 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서였다.

"... 설영."

그 부름에 설영이 환하게 웃었다.

"응. 나리. 나 여깄소."

point 2 줄거리

기: 흰 백발, 얼굴을 가로지는 큰 상처를 가진 거구의 섭청은 야차로 불린다. 하지만, 속은 누구보다 따뜻하고 성실한 정해현의 수사관으로, 우문단의 충실한 호위다. 과거 강소성 동진무관의 뛰어난 무림인이었으나, 설영을 보호하기 위해 벌어진 싸움에서 단전이 파훼되어 무공을 잃고 무림을 떠났다. 죄책감을 느낀 설영은 화산파의 후계자 영백윤의 신분을 숨기고, 섭청의 곁에서 그를 보필한다. 한편, 섭청의 은밀한 취미는 검은사립을 쓴 화라는 사내와 함께 차관에서 당과를 먹는 것이었다.

 

승: 화는 정보수집에 능한 천이문의 문주로, 월정각 기녀 '이화'로 가장하여 정해현에서 우문단과 함께 황제를 돕고 있었다. 황숙인 폐현왕은 황위를 노리고 있었다. 어느날 폐현왕 일파가 월정각에서 살인을 벌이고, 섭청은 그 사건을 수사를 하며 '이화'를 만난다. '이화'는 아름다운 외모에도 과묵히 일하는 섭청을 마음에 품고, 대놓고 꼬시지만 번번히 실패한다. 그러던 어느날 차관에서 화와 차를 마시던 섭청은 이화에 대한 연심을 비치고, '이화'는 음월설고를 미끼로 섭청을 덥썩 잡아 먹는다.

전: 폐현왕은 무림의 화산파와 함께 모반을 꾸미고, 화는 섭청에게 '이화'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황실로 떠난다. 섭청은 소문과 몇가지 사건을 통해 '이화'와 화가 야반도주를 했다고 오해한다. 한편, 설영은 혼란한 화산파를 정리하기 위해 섭청을 떠나고, 우문단은 폐현왕을 속이기 위해 그의 측근을 가장한다. 섭청은 화와 함께 황제를 호위하는 역할을 맡는다. 화는 섭청에게 호의를 표하지만, '이화'에 대한 연정을 품은 섭청은 화가 불편했다. 한편, 설영과 섭청의 관계를 오해한 화는 섭청을 또 잡아먹는다.

결: 폐현왕의 지시를 받은 화산파 공격에 섭청은 크게 다치고, 깨어난 섭청에서 화는 자신이 '이화'라고 고백한다. 한편, 설영은 화산파를 통합하여 장문인이 되고, 황제와 우문단의 협공으로 폐현왕의 모반은 실패한다. 우문단은 병부상서가 되고, 설영은 자신과 함께 화산파가 있는 섬서로 가자고 한다. 하지만, 섭청은 정해현에 머물며 이화와 부부가 되는 것을 선택한다. 섭청은 정기를 잃고 행복을 얻었고, 이화는 모든 것을 얻은채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포기하지 못한 나의 비상장주식

BL은 유독, 섭공과 주인수가 맺어질 확률이 낮습니다. 아무래도 후회공 클리셰가 많아, 개아가공이 아무리 패악질을 부려도 처절하게 후회하고 돌아와면, 수가 딴 눈 안 팔고 받아주죠. 덕분에 비운의 섭공들도 참 많습니다. '여우다루'에 "나와 산책해주오.", 전전반측에 "마음을 놓고왔다."... 긴 시간이 지나도 놓을 수 없는 저의 대표적인 비상장 주식들입니다.

훈남 설영과 미인 화, 얼빠 섭청이 고양이과보다 개과를 좋아했다면 아마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해 봅니다.

무림인이었던 영백윤과 섭청은 강호에서 우연히 만나게 됩니다. 그 짧은 만남에도 섭청은 자신을 설영이라고 소개한 영백윤에게 의리를 지켜요. 영백윤은 화산파의 유력한 후계자였지만, 자유가 좋아 문파를 나와 설영으로 살아갑니다. 하지만, 화산파의 장문인을 살해하고 권력을 탐했던 세력들은, 설영의 존재가 불편했죠. 그래서, 그를 찾아 죽이려 하지만, 섭청은 끝내 설영에 대해 일언반구하지 않습니다. 덕분에 무림인으로서 삶을 잃습니다.

섭청이 무공을 잃었다는 사실에 크게 실망한 동진무관 장문인은 섭청을 쫒아내고, 섭청은 일반인이 되어 작은현의 수사관이 됩니다. 설영은 그런 섭청에 대한 연정을 품고도, 진죄가 많아 감히 밝히지 못하죠. 그래서, 섭청이 부디 안전 할 수 있도록 그의 곁을 묵묵히 지키려고 합니다. 바로, 월정각 살인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는 말이죠.

월정각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조사하던 중, 현 황위를 노리는 폐현왕과 화산파가 연관되어 있음을 알게 됩니다. 설영은 화산파로 돌아가고, 그간 자신이 모른척 해 온 책임을 져야 할 시간이 왔음을 알게 됩니다. '이화'와 뜨밤을 보내고 눈 쌓인 길거리에 쓰려져 있던 섭청을 안아 들고 그의 방으로 오면서, 설영은 '나리의 호위 설영'다운 미소를 짓고, 아무것도 묻지 않습니다. 떠나야 할 시간을 받아 둔 설영에게는, 섭청과의 시간 자체로 천금이었을테니까요. 설영은 섭청이 메어준 붕대를 풀지도 못하고, 섭청에게 놓고 온 마음과 섭청을 계속 떠올립니다.

그때, 이화는 자신의 외모에 무덤덤한 섭청을 얻고자 갖은 요망을 떨고 있었고, 끝내 섭청의 마음을 얻어냅니다. 하나밖에 할 줄 모르는 우직한 사내 섭청은, 그 연정을 묵묵히 지킵니다. 더 오랫동안 섭청의 곁에 있었고, 더 먼저 연심을 품었지만, 섭청에게 무공을 빼앗았다는 죄책감에 감히 건내지 못했던 말을, 이화는 몇 번이고 섭청에게 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맺어진 두 사람을 설영은 지켜보기만 하죠.

설영은 구증을 바라는 마음으로, 간절히 섭청에게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귀하게 당신을 여겨 줄 기회를, 내가 당신에게 잘 할 수 있는 기회를 말입니다. 하지만, 섭청은 단호히 거절합니다. 그래서 그런 섭청에서 설영은 마지막으로 '설영'이라 불러 달라고 부탁합니다. 영백윤으로 살아갈 삶에는 더 이상 없겠지만, 설영으로 살았던 시간 동안에는 늘 섭청 곁에 머무를 수 있었던 그 사람으로, 그 기억으로, 남고 남겨달라고 바라죠.

이루지 못한 사랑은 가슴이 아픕니다. 물론, 치열하게 노력 했으나 실패한 이야기도 아쉽습니다. 하지만, 노력을 할 수도 없는 상실이 더 많이 아쉬운 것 같습니다.

과유불급이라고도 하고, 중도라고도 하죠. '적당히'의 미덕 말입니다. 하지만, 멈추고 싶어도 넘쳐흐르고, 그만하고 싶어도 질주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인 것 같습니다. 입을 막아도 나오는 기침처럼, 숨을 참아도 비집고 나오는 딸꾹질처럼, 불가항력인 연정은 하얗게 탈 때까지 시간을 흘려보내는 수 밖에 없어요.

외전에서 설영이 보낸 녹두고에 이화는 질투 하지만, 어쨌든 달래 주는 섭청이 있어 달달한 밤을 보냅니다. 하지만, 이 녹두고와 함께 보낼 편지를 쓰던 설영은, 몇 번이고 창을 보며 사념에 잠기다, 다시 먹을 갈고, 또 몇 장의 서편을 찢고 다시 쓰기를 반복하고 나서야, 이 생일 선물을 가는편에 띠울 수 있었을 것 같습니다. 설영과 섭청... 정말 놓을 수 없는 저의 비상장 주식이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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