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6.11.11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미련 한줌 안 남게 원 없이 뛰었다. 그렇지?"

 

에녹이 귓가에서 나지막이 웃으며 물었다. 정난우는 울 것 같은 얼굴로 미소를 지으며 눈을 감았다. 눈부신 햇살에 섞인 그의 살냄새와 뜨끈한 체온이 기분 좋게 전신에 젖어 들었다.

 

-달려보고 싶었어요.

 

그 간절한 마음이 하얗게 부서져 가루처럼 흩날린다. 그의 말대로 미련 한 줌 남지 않고.

 

-숨이 가뻐서 쓰러질 만큼 전력으로, 뛰어 보고 싶었던 적, 있었어요.

 

 

 

point 2 줄거리

 

 

기: 천재 바이올린리스트 정난우는 불우한 가정사와 16살까지 맹인으로 살았던 경험으로 인해 극도로 낯을 가리며,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날 난우는 유명 헐리우드 배우 에녹과 마주치지만 그를 알아보지 못하고, 오히려 그의 동행 은퇴가수이자 현프로듀서 루스의 팬이라고 한다. 자신을 '기억'하지도, '알'지도 못하는 난우를 보고 오기가 생긴 에녹 불손한 동기로 정난우에 연주회에 참석하지만, 오히려 난우의 연주에 홀려버린다.

 

승: 한편, 루스는 난우의 삶을 영화화하려한다. 에녹은 자신이 난우를 연기하겠다고 어필하고, 루스는 그를 주연으로 시나리오를 쓴다. 에녹은 난우의 옆에 껌딱지처럼 붙어 지내고, 무대 위가 아닌 '정난우'라는 사람에게 빠져든다. 그리고, 정난우에게 '신'같은 강도영과 '족쇄'같은 17세 납치사건, '종양'같은 친척의 존재를 알게 된다. 그는 불도저 직진공답게 장애를 제거하며, 난우를 트라우마 밖으로 끌어낸다.

 

전: 정난우를 발견하고 데뷔하고 지원을 아끼지 않은 강도영은 9년전, 난우의 납치사건에 대한 죄책감으로 난우를 멀리하며 뒤에서 보호한다. 난우는 과거 납치사건에 자신을 구했던 소년이 에녹이었음을 기억해 낸다. 강도영은 자신으로 인해 잃은 것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사람이 에녹임을 알고, '키다리아저씨'역할을 에녹에게 위임한다. 에녹은 훌륭하게 그 역할을 이행하여 해충을 제거한다.

 

결: 한편, 난우를 키워 온 양어머니는 쓰레기 고모로 인해 쓰러진다. 동시에 난우의 오랜 스토커는 사고를 위장하고, 그 과정에서 난우가 다치고, 흥분한 에녹에 의해 둘은 관계가 언론에 공표된다. 한국에 돌아온 난우는 이웃주민이자 정우의 어머니가 자신의 '친모'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난우는 오래 미뤄든 꼬인 가족사를 정리하고 에녹의 곁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난우'역으로 에녹은 남우주연상을 받고, 난우에게 공개 프로포즈한다. 둘은 성대한 결혼식을 치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무너진'신'과 그저뜨는'태양'

 

 

할리킹에 나오는 '공'은 천하무적입니다. 그 맛에 할리킹을 봅니다. 하지만, '수'는 어떨까요? 한떨기의 가녀린 장미꽃같은 미인수를 좋아하시나요? 분명, 할리킹의 '수'들이 '공'의 무한 보호본능과 '수어메'들의 모성애를 끌어내야겠지만, 그래도 저는 그 속에 '공'조차 꺾지 못하는 강단이 있는 수가 좋습니다. 텐시엘님의 '수'들처럼요. 소중한 '하나'를 절대 손에서 놓지 않는 끈질긴 독종들... 트라우마를 한 발 내딛는 것 만으로 공에게 무한찬사를 받아 마땅한 용기 있는 '약자'들 말입니다.

 

태어나는 순간 짐이 되어버린 아이가 있습니다. 피아노를 치는 모습이 너무 예뻐서 어머니를 납치 해 온 아버지는, 그 어머니를 감금하고 협박하기 위해 난우를 낳습니다. 어머니는 아버지의 폭력과 집착을 견디지 못하고 자살을 시도합니다. 그 후 아버지는 난우와 동반자살을 시도하지만, 다행히 난우는 옆집 부부에게 구해집니다. 하지만, 난우는 시력을 잃죠. 친척들이 모두 키우기를 거부한 맹인 난우를 그 옆집 노부부는 거둡니다. 폐지를 주워 생활하던 노부부가 난우에게 해 줄 수 있는 것은, 아들을 자랑하는 것 뿐이었죠.

 

그러던 난우는 성당에 봉사온 강도영에 의해 '발굴'됩니다. 난우와 다르게, 가지고 태어난 것이 많았던 강도영에게 재능은 감옥이었어요. 즐거움도 선택도 없이 그저 피아노를 치게 되었으닌까요. 하지만, 난우를 발견하고, 난우의 연주를 듣고, 난우와 협연하는 것은 강도영에게 생에 처음 조우한 '가슴 뛰는 것'이었죠. 도영은 자신이 가진 것을 어렵지 않게 난우에게 나눕니다. 난우는 강도영을 만나고 삶이 바뀌었고, 마치 도영을 신처럼 의지했죠.

 

도영은 그런 난우를 통해 도취감을 느낍니다. 불세출의 천재, 그 천재가 신봉하는 나, 그리고 사랑으로 성장중인 호감, 이렇게 즐거운 나날들을 즐기며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형이 아닌 이름으로 난우를 독점 할 수 있는 시간이 오리라고 믿으면서요. 하지만, 도영도 어렸어요. 그리고 늘 첫번째란 서투르기 마련인가 봅니다. 도영은 무섭다고 말하는 난우를 납치범에게 스스로 걸어가게 만듭니다. 아주 사소하고, 생각없이, 쉽게 한 조언으로 말이죠.

 

납치에서 풀린 난우가 본 건 무너진 '신'이었어요. 나도 인간인데 어떻게 맹신하냐는 도영을 보며, 난우는 자신이 '또' 도도하고 완벽했던 신을 망쳤다고 생각합니다. 난우는 아름다운 엄마를 죽게 만든 자신의 존재을 상기합니다.

 

17세, 난우는 잠시 찾았던 빛을 반납하고, 다시 어둠으로 돌아가죠.

 

하지만, 무신론자는 있어도, 태양이 없는 세상은 없습니다. 태양은 유익을 묻지 않고, 그저 떠오릅니다. 그래서, 태양은 만인에게 '빚'지지 않는 '빛'을 마땅히 선사합니다. 그곳에는 '믿음', 심지어 '십일조'조차도 필요 없어요.

 

에녹은 적어도 난우에게 완벽과 거리가 먼 사람입니다. 우왕좌왕, 전전긍긍, 감정과 성욕의 노예인 이 남자... 하지만, 나타나기만 하면 난우를 숨긴 그림자를 몰아내고 그 자리를 반짝반짝 체웁니다. 모두가, 다칠까 때론 불쌍해서 건드리지도 다가가지도 못하는 난우의 선을 훌쩍 넘어가, 외로움과 체념의 늪에서 쑥~ 빼 옵니다.

 

9년전에도 그랬죠. 파티에서 만취해 비틀거리던 에녹은, 우연히 주차된 차와 부딪치고 트렁크에 납치된 난우도 만납니다. 경찰에 신고했지만, 취객의 말을 믿어주지 않았어요. 주변에서는 포기하라고 했지만, 에녹은 비슷하게 생긴 차만보면 트렁크를 두드리며 미련하고 끈질기게 난우를 찾아냅니다.

 

에녹에게 어떻게 그럴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그냥'이라고 대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길을 걷다가 누가 어둠에 빠져 있길래 건져 올렸더니 그게 정난우였어!라고 말이죠. 구원이라는 것은 그런 '태양'같은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전 무신론자가 그런지, 가끔 전지전능한 신이 왜 인간의 신봉이 필요한지 모르겠습니다. 만약, 인간을 사랑해서 희생했다면, 왜 이제와 자신을 위해 건물을 짓고 춤을 추고 무릎꿇고 빌라는지도요. 부모는, 아양을 떠는 자식보다 열심히 자신을 삶을 사는 자식을 키우는 것이 더 보람있지 않나요? 스스로를 드러내는 그 고귀함이, 그 아래 누군가에게 대가 없는 구원이 될 순 없죠.

 

난우의 어둠은 그의 연주를 풍성하게 만듭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어둠은 '찬란한 어둠'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아무도 인간 난우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죠. 에녹은 난우에게 처음으로 인간 난우가 세상에 살아가는 방법을 생각하게 만들어 준 사람입니다. 26살에 성교육도 처음으로 시켜주죠.

예술가로서 찬란한 어둠 속에 삶도 나쁘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역시 '찬란함'은 '빛'이랑 더 어울리는 것 같아요. 위대하지 않아도 괜찮아. 그냥, 행복하면 되! 헐리우드 배우가 하기 적절한 대사는 아닙니다만... 적어도, 에녹이 바란건 위대한 음악가가 아니라, 숨차도록 뛰는 난우를 보는 것이었으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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