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10.31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걱정하지마. 무서워 할 거 없어. 우리 엄마는 등대야. 우리가 죽음의 강에 빠지기 직전에 빛을 밝혀주는 존재야."
point 2 줄거리
기: 짐승의 피를 타고난 이들에게 '힐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등대'가 멸종하고, 제왕의 피를 타고난 강한 짐승들은 성체가 되기 전에 죽었다. 드물게 제왕의 피를 타고난 태국영과 멸종한 줄 알았던 등대 이승도의 만남은 고립된 생체실험실에서 이루어졌다. 5살 어린 짐승과 16살 엄마를 잃은 등대는 13년간 오로지 둘 뿐인 세상에 갖혀 살았다. 그리고 태국영이 17세 되던 해, 발정기를 견디지 못한 태국영은 이승도를 겁탈하고 그 사건으로 이승도는 아들 태이경을 낳는다.
승: 태국영은 성체가 되자마자 자신들을 가둔 일족을 도륙하고 등대를 모욕한 윤가 역시 멸문시킨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심한 이승도는 태국영을 떠나 수의사가 되어 홀로 산다. 그러던 어느날 제왕의 피를 타고난 여은태는 집에서 도망쳐 이승도의 집으로 숨어든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에서 여은태는 등대를 만나고, 어린 태국영을 떠올린 이승도는 여은태를 사랑으로 키운다. 그리고 상처를 조금 씩 극복한 이승도는 태국영과 태이경에게 다가간다.
전: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던 중, 매춘을 가업으로 하는 최가에서 등대로 매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종주 여군호에게 알려진다. 여군호는 종주 은퇴 전 여가의 불순물들을 제거하고 최가의 멸문시키기 위해 태국영을 끌어 들이고, 이 과정에서 이승도와 태이경은 휘말리게 된다. 태국영은 여군호의 말이 된 것을 알면서도, 종주후보가 된 다른 가문들과 종주후보 사퇴를 조건으로 협력하여 관련된 여가 일당과 최가를 도륙한다.
결: 태국영에 의해 멸문 당한 윤가의 생존자 윤봄은, 사건이 일단락 되어 안심한 찰나를 노려 이승도를 찌른다. 숨쉬지 않는 이승도를 안고, 모든걸 잃어버린 태국영은 폭주한다. 그때, 제왕의 피를 타고난 이승도의 뱃속 태아가 모체를 살리려한다. 태이경은 뱃 속 동생에게 엄마를 살릴 방법을 알려준다. 다시 숨쉬기 시작한 이승도는 태국영을 부른다. 모든 것을 되 찾은 태국영은 이승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미숙한 가해자
BL도 트렌드가 있어서 특정 클리셰가 독점적 포지션을 취하기도 합니다. 한때는 오메가 버스가, 환생물과 빙의물이, 피폐물과 강공 광공의 시절도 있었죠. 요즘은 애매한 것 같아요. 두루두루의 시절 같습니다.
지금이라면 오메가버스도 익숙하고 왠만큼 미치지 않고서 찐광공이 되기도 힘들지만, 광야가 나올 때는 등대가 임신을 하고 강간한 가해자와 함께 사는 것이 많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발매 당시에는 유교 공자님들이 많이 등장을 하시죠. 이게 왜 BL이냐, 가해자 두둔 심하다... 이런 평이 공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BL을 읽으면서 '난 윤리적(?)이지 않다.'는 자아발견을 한 저로서는, 광야는 인생작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지뢰는 있습니다. 눈 먼 애정에 무엇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상처입히기 바뻤던 공이 갑자기 환골탈퇴한 캐붕을 보면... 속이 좀 안좋아요. 후회공은 참 잘쓰기 어려운 캐릭터죠. 열심히 사랑 할 때도 절대 알 수 없던 것이 '돈오'처럼 깨달을 수 있다니... 사람은 변하기 어렵고, 깨달음은 지켜가기가 힘들죠. 그런면에서, 광야는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국영은 5살, 승도를 본 순간부터 오로지 승도가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태국영은 첫 만남부터 계속 승도에게 가해자였죠. 어린 짐승 태국영은 승도의 어머니를 뭅니다. 치료하면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당시 태가의 가주는 치료를 해주지 않고, 승도의 어머니는 죽습니다. 어렸던 승도는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그 원인이 된 태국영과 밀실에 갖히게 됩니다. 서로가 도망 칠 수 없는 공간, 승도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원망이란 외면 뿐이었죠.
타인을 대하는 법도, 자신의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배우지 못했던 태국영은 그런 승도를 물고, 올라타고, 할퀴죠. 그리고 보름이 되어 몸이 뒤틀리고 아플 때, 자신을 외면하지 못하는 승도를 보며 안도합니다. 발정기 때도 괴로워 하는 태국영을 방치하지 못했던 이승도는 섣불리 다가가고 불행한 사태를 겪습니다. 승도에게도 이 위험한 짐승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알려 준 적이 없었으닌까요. 이런 비극 중 아이가 태어나고, 이승도는 그 아이보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성체가 되어 승도의 복수를 한 태국영은, 자신이 상처입힌 이승도를 잡지 못해요. 태이경은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도 엄마와 살지 못하죠.
위기라는 동전의 뒷면은 기회라고 하던가요. 제왕의 피를 타고한 여은태의 등장이 그렇습니다. 집 안의 감금과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온 은태는, 끌리는듯 등대가 있는 집을 찾습니다. 그리고 이승도는 그 가련한 짐승을 어른의 눈이 되어 봅니다. 미숙했던 자신과, 서툴렀던 태국영이 아니라, 불혹이 다가오는 어른과 12살의 어린 짐승으로서 은태의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어린 태국영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 왔는지, 그 외면했던 진심을 직시하게 되죠.
이승도는 태국영을 용서하려 하지만, 태국영은 용서를 구하지 않습니다. 이승도가 아이들과 태국영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동안에도, 태국영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관대해 졌다고 해도 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는 유모의 대사처럼, 태국영은 그 오만함과 더티토크로 보여지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다가도 '그 날'에 대해서는 고개숙인 가해자가 되죠.
'광야'는 볼모지 입니다. 하지만, 많은 시와 소설들은 그 광야로 나아가자고 말합니다. 그 황량한 땅에서 피어난 생명을 보고 희망을 얻기 위해서 일 겁니다. 짐승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감화 할 수 있고, 보름이 되어 아픈 몸이 낮게 해 줄 수 있는 존재... 저는 엘프 힐러가 유독 생각이 많이났습니다. 하지만, 이승도와 같은 존재는 그런 풍요롭게 평화로운 존재 일 수 없었죠. 태국영이 광야였기 때문에, 이승도는 등대여야만 했습니다. 짝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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