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터애플

출간일: 2019.07.03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나는 병이 났다, 바얀."

"뭐?"

황제가 벼락같이 고개를 들어 되물었다. 그의 깊은 두 눈은 대번에 절망으로 물들어 움축 꺼졌다. 병이 난 것은 황제도 마찬가지인 것 같았다. 말도 하지 못하고 덜덜 떨며 손으로 희교의 얼굴을 모듬는 상태가 확실히 이상했다. 희교는 기이한 쾌감을 느끼며 말을 이었다.

"병이 났어. 과거에 네가 보여준 다정함에 매달린 탓에. 너는 날 배신하고 연극의 종말을 고했지만, 나는 아직도 빠져나오지 못했다."

 

 

 

point 2 줄거리

 

 

기: 초원의 유목민 하르착이 세운 교제국은 부패한 연나라를 멸망시킨다. 연국의 먼 황친으로 쇄락을 예견했던 손희교는 자결을 하려하나, 교제국의 황제이자 옛친우 바얀에게 저지당하고 교제국으로 끌려간다. 바얀은 희교에게 사죄의 부역을 강요하며, 고문 같은 폭행, 모욕, 겁탈과 감금 등을 자행한다. 희교는 죽고자 하나 바얀은 희교에게 자비를 배풀지 않는다.

 

승: 과거 교 제국의 황제는 자신의 아들인 바얀과 딸 오윤치메그를 연나라의 첩보원으로 보낸다. 이들은 상서령의 집에 묵으며 아들인 희교와 절친이 된다. 설죽공자 희교는 썩어가는 나라와 숨통을 조여오는 어머니의 통제에 항상 죽고 싶었지만, 바얀과 만나며 살고 싶어졌다. 바얀은 희교를 데리고 고향에 돌아 가려하고, 거절하던 희교도 끝내 허락한다. 두 사람의 애정이 깊어지고 있을 때, 하인 하도의 계략으로 둘은 비극적 이별을 맞는다.

 

전: 희교를 시기하던 상서령의 하인 하도는 바얀의 생일, 바얀과 희교가 서로 배신한 것처럼 오해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었었다. 교 제국에 함께 온 하도는 다시 계략을 꾸며, 희교가 바얀으로부터 도망치게 만든다. 다행히, 희교는 바얀에게 구해지긴 하지만, 도망친 대가로 절름발이가 되고 황후로 책봉된다. 교제국의 원로 충신인 담딜촐론은 그런 희교에게 맹독인 살구씨를 보내고, 희교는 웃으며 그것을 먹는다.

 

결: 바얀에게 증오와 사랑을 고백한 희교는 그대로 정신을 잃는다. 바얀은 깨어나지 않는 희교의 영혼과 묶이기 위해, 영혼석이 되려한다. 오윤치메그는 자살하려는 바얀을 구했지만, 큰 화상을 입은 바얀은 황제자리에서 물러나 상황이 되고, 깨어난 희교는 태수이자 선대 황제들의 사적 기록물을 보관하는 장서관이 된다. 그곳에서 오해의 진실을 알게 된 희교는 바얀과 지독하게 엉킨 매듭을 조금씩 풀려고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직 어린 송골매, 누가 그를 쏘았나

 

저에게 '파언'은 동양풍 시대 피폐물 중에 정말 잘 쓰여진 작품으로 손에 꼽히는 작품인데, 생각보다 많이 안 읽힌 작품이라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비교적 짧은 2권의 분량과 열린 결말 때문인가 싶기도 하지만, 더 길어졌거나 해피엔딩이었더라면 그건 그것대로 아쉬웠을 것 같아요.

 

후회공의 후회 해야 할 일은, 상대방에게 단순히 아프거나 모욕적인 일이 아니라, 마음에 세겨져 매일 덧나는 생채기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가까이만 있어도, 떠올리기만 해도 해집게 되는 상처를, 공이 후회하고 다정해지는 것만으로 다시 함께 할 수 있는 걸까요? 정말 수의 강철멘탈이란 전설의 동물 유니콘 같아요. 그래서 피폐의 정도가 강할 수록, 독자의 입장에서 해피엔딩이 깔끔함에도 완성도 면에서 좀 섭섭한 면이 있죠.

 

파언은 시작부터 임팩트가 있어요. 칼로 쑤시고, 상처를 벌리고, 때려서 한 쪽귀는 멀지, 밟혀서 손톱빠지지, 기어서 도망치는데 발목 아작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순 폭력이라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바얀이 희교에게 희구하는 것의 비틀린 표현이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예요.

 

어린 바얀은 희교의 선물을 기대하며 자신의 생일을 기다립니다. 그리고, 그 날 자신을 죽이려는 희교에 대한 배신감에 몸서리치며 교국으로 도망쳐오죠. 희교가 바얀이 교국의 첩자였다는 것을 알고, 집안의 보물인 수보옥을 훔치려 어머니를 활로 쏜 것을 본, 그 날 말입니다. 그럼에도, 그를 살려달라고 빌 만큼, 역시 어린 희교의 모든 것은 바얀이었습니다.

 

파언은 희교가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면 다시 사랑하겠노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희교에게 용서를 강요하고, 배신을 상기시키죠. 스스로 나에게 오라는 간절한 바람이지만, 희교에게는 무의미한 폭력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 못했느냐는 희교의 원망은, 파언에게 우리가 사랑했던 시절의 부정처럼 느껴졌을 거예요. 희교에게도, 바얀에게도 잔혹한 시간이지만 바얀은 희교를 놓지 못합니다. 갈피를 못 잡는 두 사람의 절실함을 보면 '미치겠다. 너희를 어쩌냐?'하며 동동거리게 되요.

 

파언에는 '영혼석'이 나옵니다. 절대 잊어서는 안되는 사람을 화장 후 뼈로 만든 진주가 영혼석입니다. 영혼석을 먹으면, 자기 배 안에 상대를 영원히 가두어, 억겁의 세월이 지나도 절대 떨어지지 않는 저주가 된다죠. 바얀은 희교를 영혼석을 만들어 먹고자 바를락을 쌓습니다. 하지만, 희교가 자신을 배신한 것이 아님을 알고 난 뒤 본인이 영혼석이 되어 희교에게 먹히고자 합니다. 늘 죽고 싶었노라 고백하는 희교에게, 잘 해줄 테니 살으라 말했던 것 처럼, 살아 있는 희교에 부분이 되어서라도 함께 하려하죠. 영혼석이 아닌 자신은 희교에게 이미 지옥이 되었을 테닌까요.

 

원망과 오해를 내려 놓은 두 사람은 어느 눈 오는 날 마주합니다. 희교는 이제 바얀을 용서하지만, 둘은 너무 멀리 왔죠. 바얀은 이제 희교에게 가기 위해서 스스로를 용서 하기 위한 힘든 길을 떠나야 할 겁니다. 하지만, 긴 시간이 지나 송골매를 쏜 사수의 이야기가 바얀에게 전해진 것 처럼, 송골매 또한 사수에게 돌아올 거라는 희망을 마지막으로 이야기는 끝나죠.

 

이대로도 좋은 이야기겠지만, 그래도 둘이 잘 사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은 나머지 외전을 기다린지도 제법 되네요. 작가 가님.. 쓰고 계신가요?

 

왜 말 한 마디를 못해서 저렇게 오해가 번지나 싶은 이야기도 있습니다. 그런데, 말로 풀 기회 조차 없이, 잊지 못하고 원망이 쌓이고 마음이 헤져서야 만나게 된 인연을 보면, 운명이 각박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풀지 못한 오해를 유일한 현실인 것 처럼 만들죠. 의심하지 않는 원한이 잔인함을 피하긴 어렵고요. 참... 몇 번을 재탕하면서도, 안타까운 두 사람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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