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8.06.18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그러는 도중에도 작은 손에 담긴 잉어는 끊임없이 아가미를 벌름거리며 숨을 쉬려 노력했다. 바둥거리는 지느러미가 점점 힘없어지는 것이 보였다. 감지 못하는 눈동자는 마치 먹물을 한 방을 떨어뜨린 것처럼 그저 까맣고 깊었다.

......

"형님이랑 똑같네."

 

 

 

point 2 줄거리

 

 

기: 제3왕자의 꿈은 어머니인 중전과 함께 궁을 나가 평화롭게 사는 것이다. 제3왕자에게는 양인으로 발현한 제1왕자와, 미발현한 제2왕자가 있었고, 그 중 제1황자가 세자가 될 것이라 믿는다. 그러던 어느날 대비는 제4왕자를 건청궁으로 데리고 들어 온다. 제3왕자는 깡마른, 잠만 자는 동생의 방에 드나들며 혼잣말로 대화도 하고 어여삐 만져주기도 한다. 하지만, 제4왕자가 깨어난 후 궁의 판도는 바뀐다.

 

승: 제4왕자는 양인으로 발현했으며, 대비의 비호아래 단숨에 세자 후보로 등극한다. 제1왕자는 내내 전장을 돌아다니다 큰 화상을 입은채 궁으로 돌아온다. 제3왕자는 제1왕자를 세자로 추대하고, 제1왕자 세자등극을 위한 사냥연에서 제2왕자가 습격 받는 사건이 생긴다. 한편, 제4왕자는 제3왕자에게 '어떤 약'을 먹을걸 강요하며 매일밤 겁탈하기 시작한다. 더불어 오래 앓았던 중전은 죽는다.

 

전: 제3왕자는 제4왕자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더불어, 주상인 아바마마를 통해 자신의 전대에 일어난 끔찍한 비극 역시 듣는다. 흥분한 제3왕자는 대비를 찾아가고 난동을 부리다 옥에 갇힌다. 옥에 나오니, 제3왕자는 세자가 되어 있었다. 제2왕자 시해 범인으로 제1왕자는 유폐되고, 도와 준 제4왕자는 변방에, 사주한 대비는 사찰로 간다. 그 후 2년 뒤 제3왕자는 음인으로 발현한다.

 

결: 양인만 왕이 될 수 있었기에, 세자는 왕이 되지 못한다. 세자의 반려에게 양위하겠다는 왕의 선언에, 궁은 혼란에 빠진다. 이때, 제4왕자는 쿠테타를 일으켜 제1왕자를 죽이고, 제3왕자는 진실을 듣게 된다. 충격을 받은 제3왕자는 말더듬이가 된다. 그리고 이 모든 배후에 제2왕자가 존재했음을 알게된다. 제3왕자는 제2왕자를 칼로 찌르고, 궁에서 나온다. 왕자로서의 삶에서 스스로 벗어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Death Match

 

 

추리소설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나 미국이나 영국 추리 소설보다는 일본 추리 소설을 읽는 것을 좋아하는데, 범인을 찾는 것보다는 그 뒤의 깔려 있는 스토리를 더 좋아합니다. 같은 시간과 같은 공간을 살고 있었도, 다른 맥락 속에서 살고 있기에 눈치채지 못했던 진실... 그것을 알아 채는 순간이 스릴러가 주는 쾌감의 절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BL 스릴러 장르에는 많은 기대를 하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일단, '비밀'과 '피폐'라는 것에 과몰입 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분위기에 비해 스토리가 별 것 없는 경우가 많죠. 솔찍히, '왕자죽이기'를 보자마자 제3왕자가 제 정신이 아니겠구나 싶었습니다. 일단, 제3왕자 단일시점인데, 제3왕자가 보는 모든 사람들이 모두 자기 할 말만 하는 것 처럼 보였거든요. 

 

상대방이 똑같은 말만 한다고 느낀다면, 그건 내가 똑같은 것만 묻거나 혹은 내가 듣고 싶은 말만 선별적으로 듣고 있는 것일 확률이 높죠.  만약 내가 같은 질문을 하고 있지 않는데 같은 말을 계속 듣고 있는다면, 내가 유독 그 대답에만 예민하게 반응하고 나머지를 배제하는 경우 일 것입니다. 

 

제3왕자가 제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읽기 시작하니, 그 다음부터 제3왕자가 생각을 반대로 읽게 되요. 그러다 보니, 진실에 접근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굳이 왜 제4왕자가 진실을 알려주는 방법으로 제3왕자를 그렇게 잔인하게 매일밤 겁탈해야 했는지... 궁인들이 제3왕자가 완전히 미칠까와 묵인했으면서 겁탈 당할 때 모른척 한건 뭔가 싶었습니다. 부분적으로, 독자의 "그랬으닌까, 그랬겠지~"라는 자체 보정효과가 필요한 부분이 있었죠.

 

하지만, 플러스 마이너스 합산, 저는 플러스가 훨씬 높은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스릴러에서 자주 등장하는 문장이 '무대에 오르다.'라는 말 입니다. 시작 버튼은 누르고, 타임 리미트는 작동하고, 참여자들은 결말을 향해 나아가죠. 가지 말라는 장소를 가거나, 이상한 사람을 만나거나, 혹은 직업상 묘한 사건에 휘말리는 순간 무대에 오르게 됩니다. 끝날 때까지 내려 올 수 없죠. 일종에 데스매치인 셈입니다.

 

근데, '왕자 죽이기'에서 많은 사람들은 무대에 오른 줄도 모르고 데스매치가 시작이 됩니다. 그건 그들의 겜블링 테이블에 장막이 드리워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 장막은 일종의 '기만'입니다. '가족'이라는 기만이죠. 부부 서로 사랑해서 아이를 낳고, 그렇게 낳은 아이를 부모는 사랑하고, 아이는 부모를 따른다는 아름다운 '거짓말'이요.

 

첫번째 데스매치는 '양인 만들기'였습니다.  왕이 되고 싶었던 양인 왕자들은 서로 전쟁을 했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중에 살아 남은 것은 평인 왕자였습니다. 그래서 그는 양인 여인을 얻어, 수렴청정을 하며 양인 왕노릇을 합니다. 하지만, 양인 여인은 그 결과로 자신이 사랑한 음인을 잃게 됩니다. 모든 걸 잃은 '양인'은 독한 마음을 먹고, 비가 되겠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끔찍한 평인왕과 많은 아이를 낳고 단 한 명의 양인을 '만듭'니다. 양인이 아닌 아이들은 모두 죽이죠. 양인 아들은 왕이 되고 본인은 대비가 됩니다.

 

양인 아들도, 양인 아들의 후궁들도 모두 어장에 풀어 놓은 잉 떼였습니다. 어떻게 접붙혀 양인을 만들지만 중요했지, 그것이 누구의 아인지는 중요하지 않았어요. 그 어장 속에 잉어 후궁들은 양인 왕보다 더 강한 양인 대비의 선택을 바랐죠. 제3왕자의 어머니인 중전 역시 그랬지만, 불행(?)히도 그녀는 왕의 아이를 낳게 됩니다. 그리고, 대비 역시 왕의 아이를 낳게 되죠. 양인과 양인이 낳은 더 강한 양인인 제4왕자는 그렇게 태어납니다.

 

두번째 데스매치는 '왕 되기'였습니다. 왕이 되고 싶은 사람은 제1왕자 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그의 어머니 집 안은 반역으로 도륙이 나 있었죠. 그리고 누가봐도 약간은 미쳐있지만, 너무나 사랑스럽게 생겨 궁의 모든 사람에게 동정받는 제3왕자가 완벽한 세자후보였어요. 양인으로 발현만 된다면, 이미 끝난 게임이었죠. 그랬기 때문에, 이 게임에는 촉진제가 필요했습니다. 그게 바로 제2왕자였어요. 

 

원래, 전통적(?)으로 웃는상은 음험한 캐릭터가 많아요. 그저 왕의 객기로 들여 온, 왕자가 아닌 왕자, 그는 그저 이 게임을 망치고 싶습니다. 그래서, 궁을 탈출하고 싶은 제4왕자를 회유하고, 주제를 모르는 제1왕자를 부추기고, 외로운 제3왕자를 이용하죠. 그리고 그 계획은 제법 성공한 것 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원치 않게 무대에 오른 사람이 있다만, 뜻밖에 등장한 복병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게 제4왕자가 그토록 원하던 자유를 포기하게 만든 제3왕자에 대한 애정이었죠. 

 

궁에 있는 사람들은 제3왕자를 사랑합니다. 하지만, 고쳐쓰려고는 하지 않습니다. 너무 많이 망가지지 않을 만큼만 잘 속여서, 양인으로 발현되면 세자가 되고 왕이 되리라 생각하죠. 물론,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사람도 있지만, 확실한 것은 왕의 자리에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서 여겨집니다. 제4왕자와 제3왕자는 매우 닮았습니다. 차이는 제4왕자는 본인이 하고 있는 게임판을 알고 있었고, 제3왕자는 자신이 게임 안에 있는 줄도 몰랐다는 것입니다. 제4왕자는 그걸 제3왕자에게 알려주려고 합니다. 왜냐면, 그래야 이 게임이 끝날 거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선우휘의 '불꽃'에도 나오죠. '살아 있지 않았으니 죽을 수도 없다.' 게임을 끝낼 수 있는 사람은 오로지 그 게임을 시작한 사람 뿐일 겁니다.

 

'이것은 왕자인 나를 죽인 이야기다.'... 그것을 용기라고 보아야 할 지, 도망이라고 봐야 할 지, 무책임이라고 봐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제3왕자가 왕자를 죽인 이야기는, 제3왕자가 끝낸 길고 긴 데스매치의 종결임은 확실 한 듯 하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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