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기억의 무게

작가: 샤샤슈슈

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6.09.09

분량: 본편 2권 + 외전 2편

 

 

 

 

 

 

 

 

 

 

 point 1 책갈피

 

 

매번 울음기가 맺혀 있던 제보 전화, 누군가 뒤에서 쫓아오기라도 하는 듯 속삭이며 필요한 정보만을 꼳아 내고 끊어 버리던, 아무런 이득이 없음에도 그저 사람 하나를 더 살리려고 본인의 정의를 행하던 그 전화들.

 

"그렇게 무서워하면서도 사람을 구하기 위해 애쓰던 너를..."

"너를 어떻게 사랑하지 않을 수가 있어."

 

 

 

point 2 줄거리

 

 

기: 대학생 유은형은 사물이나 사람과 접촉하면 기억의 잔상을 볼 수 있다. 조절 할 수 없는 능력을 일시적으로 정지 시킬 수 있는 방법은 정액을 받는 방법이기에, 잔상이 발동하여 시각을 잃는 날이면 바에서 자신에게 접근한 남자와 무조건 잠을 잔다. 그리고, 잔상을 본 어느날 연쇄강간살인사건을 조사중이던 강력계 팀장 강성한과 잔다. 강성한은 자신의 이상형 유은한에 관심을 갖는다.

 

승: 한편 연쇄강간살인사건의 피해자가 유은형의 인근주인으로 밝혀지면서 유은형 역시 조사를 받는다. 그리고 돌아오는 길, 유은형은 사건의 잔상을 본다. 은형은 고민을 하지만, 납치된 여자를 살리기 위해 목격사실을 증언한다. 하지만, 오히려 은형은 용의자로 몰리며 경찰에게 폭행당하고, 범인에 의해 범인으로 조작당한다. 하지만, 3번째 살인 당시 은형과 모텔에서 있었던 성한은 은형의 무고를 믿는다.

 

전: 결국, 성한은 다친 은형을 집으로 데리고 오고, 두 사람은 '보호'의 이름 아래 동거를 시작한다. 성한은 마음을 열지 않은 은형을 사랑하게 되지만, 은형의 상황은 점점 수세에 몰린다. 은형은 다시 용의자에 오른다. 그리고 조사를 받던 과정에서 은형은 최형사와 접촉하게 되고 그가 범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형은 성한에게 자신의 비밀을 말하고 최형사가 범인임을 밝힌다.

 

결: 성한은 은형의 말을 믿는다. 그리고 2년 전 사건과의 연결고리를 찾은 성한은 최형사를 체포하는데 성공하지만, 그 과정에서 은형은 칼에 찔리고 은형이 가족에게 버림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깨어난 은형과 성한은 진실한 동거를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당신의 무게

 

 

9월에 나온 외전들은 전체적으로 달달합니다. 본편들은 '살짝' 무거운 경향이 있음에도 말이지요.

 

기억의 무게는 '사이코메트리' 초능력을 가진 수가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게 되면서 형사인 공과 사랑하게 되는, 어찌 보면 흔한 클리셴데요... '정액'을 받아야 한다는 설정에 경악했던 기억이 납니다. 초능력의 부작용이나 반사작용으로 성적흥분을 하거나 성행위를 해야하는 설정은 많지만, 꼭 집어 정액을 받아야 한다니... 신녀가 신의 정자를 받는 것도 아니고... 그때는 헉 뭥미? 하면서도 샀으니 마저 보자 했었죠.

 

재미의 포인트는 소심하지만 결코 소심하게 행동하지 않은 은형의 태도 였습니다. 기억이라는 것은 참 무섭습니다. 뜻하지 않게 생겨서 마음대로 사라지지 않죠. 그런데, 그것이 내가 아닌 남의 것, 혹은 사물의 것까지 해당 된다면 그것은 매일 지뢰밭을 살아가는 기분일거예요. 소설 중 은형의 말 처럼, 그렇다고 젊은 나이에 죽고싶지는 않으니 어떻게든 살아야만 합니다. 하지만, 구태여 은형은 제대로 보이지도 않은 눈으로 112를 눌러, 시야를 뒤덮는 기억의 잔상을 신고합니다.

 

그것이 의심 받는 행동이라는 것도, 아주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꺼리게 되는 행동이라는 것도, 가족에게 버림받고 이용당하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것을 잘 알고도 그렇게 행동합니다. 은형은 바보가 아니고, 영민하게 상황을 파악 할 수 있지만, 늘 그렇게 행동합니다. 그리고 끝내 그런 행동으로 인해 위협당하죠.

 

연쇄살인사건 용의자로 몰리면서도 은형은 억울해하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원망하거나 탓하지 않죠. 충분히 그럴 수 있고, 예상했던 일이 단지 발생 했을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소설은 '자신이 아닌 것의 기억'의 무게를 감당해야 하는 은형의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 듯 합니다. 하지만, 저는 오히려, 그 무게를 담담하게 받아드리는 은형을 지켜 봐야하는 성한의 이야기처럼 보였습니다.

 

성한은 늘 뛰어다닙니다. 은형이 걱정되서, 은형이 보고 싶어서, 늘 걷지 못하고 뛰죠. 자신과 함께 있었던 알리바이조차 말하지 않은 채 용의자가 되어 버린 은형을 위해 대신 대변인을 자처하고, 무식한 팀장한테 맞아 피를 흘리는 은형을 병원에 데려가고, 진단서 떼서 그 놈도 대신 혼내 주죠. 혹시 자신으로부터 안 좋은 기억을 볼 까 걱정 되는 날에는 꽃을 사갑니다. 

 

어느날 나의 이상형을 모두 한 곳에 몰아 넣은 것 같은 사람을 만났는데, 심지어 그 사람이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는 장소에 약자의 위치에 있습니다. 사랑은 아래로 흐른다고 하던가요? 쏟아지는 걸 막을 방도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그 사람이 매우 특별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어떻해야 할까요?

 

일단, 주변에 이해는 둘째치고, 내가 제대로 이 사람의 상황을 이해하고 있는걸까? 불안하기 시작할 것 같아요. 이 사람이 겪었던 일 중에 용납하기 힘든 일도 혹시 이 사람의 특수한 능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는 것이 었을까? 화를 내야 할지 덮고 넘어가야 할지, 아니면 위로를 해야 할지 고민하겠죠.

 

그래서 저는 이런점에서 은형의 형이 굉장히 중요한 시사점을 남길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은형은 단순히 가족에게 버림 받거나 게이가 된 경우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그것이 굉장히 악질적인 반인륜적 범죄자를 통해 최악의 방법으로 밝혀지게 되었죠. 그런데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 버려 개인적으로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다르다'는 것은 제법 무겁습니다. 누가 그러더군요. 사람은 모두 비슷한 것을 통해 비슷한 것을 찾는다고요. 심지어 여행가서 새로운 음식을 먹어도 비슷한 맛을 찾는데요. '아! 이건 김치에 설탕을 넣은 맛이네. 이건 지중해에 단 김치야!'

 

그러기에 '다르다'라는 것을 사랑하는 것 역시 아주 무거울 것 같습니다. 이번 외전에서 역시 '일가족 연쇄살인사건'에 휘말리는데, 차이가 있다면 은형은 무방비한 위험에 자신을 노출하지 않고, 성한이라는 안전장치는 언제나 은형을 지키고 있다는 겁니다.

 

그건 아마 은형이 지고 있는 기억의 무게와 더불어 성한이 지고 있는 무게가 함께 균형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바로, '당신을 사랑하는 무게'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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