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9.01.04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남자들의 성기가 입안과 배 속을 후비고 그들의 손이 재경의 유두며 성기를 장난감처럼 주무르는 동안, 재경의 눈동자는 열심히 굴러가며 방안을 훑었다. 거의 생존본능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방에는 시계가 없었다. 시간제한도, 단서도 없었다. 그저 벽에 걸린 합성사진과 지독한 약품냄새가 전부였다. 재경은 그저 그를 범하는 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죽을 것 같은 기분과 죽고 싶은 기분 사이에서 헤매었다. 동창들은 죄다 미쳐버린 것 같았고, 지금 그들이 재경을 범하고 있는 것은 이 방을 탈출하는 것과는 완전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재경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4명의 동창들이 있었다. 두루두루 원만했던 송우진, 반장 이준환, 체대를 다닌다는 김태우와 정영호, 모두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밀실에 갇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눈을 뜬 재경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타이머와 방의 구조를 보고 방탈출 게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힌트를 찾기 시작한다. 그때 재경은 자신의 주머니에 든 백신을 발견하고, 혼자 마신다.

 

승: 한편, 4명의 동창들은 본인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그리고, 재경이 섹스 토이에 농락당하는 사진이 추가로 발견되자, 탈출을 명분으로 재경을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든다. 재경은 격렬히 거부하지만 중과부적이었고, 그 고통의 시간이 끝나자 탈출구는 개방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또 다른 방이었다. 그곳은 더 노골적인 퇴폐의 장소였고, 이미 광기 어린 4명의 동창들은 앞다퉈 재경을 유린한다.

 

전: 두 번째 방의 미션이 끝나자 또다시 탈출구가 개방되고, 그들은 세 번째 방에 도착한다. 두 개의 방에서 미미했던 약품 냄새가 심하게 진동했다. 순간, 재경은 Poison이라는 표시, 자신만 먹은 백신을 떠올리고, 4명의 동창을 미치게 한 것이 이 냄새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약품에 강하게 노출된 4명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고 재경은 강간한다. 그때 3번째 방의 탈출구가 열리며 들어온 누군가는 강간 당하고 있는 재경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웃으며...

 

결: 그는 고등학교 학폭 피해자 김건우였다. 재경은 건우를 때리거나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집단 폭행 당하는 건우의 사진을, 지금의 건우처럼 찍은 적 있었다. 건우는 웃으며 자신의 사진을 찍는 재경을 보며 꼴렸고, 재경을 위해(?) 방탈출 게임을 계획한 것이었다. 건우는 강간 당하는 재경의 입에 키스하며 알약을 밀어 넣는다. 재경은 정신을 잃고, 건우의 집에서 깨어난다. 건우는 참아 온 욕구는 재경에게 무참히 푼다. 그리고, 그곳은 탈출이 불가능한 방이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에 비해, 점점 싱거워지는...

 

 

하드코어물에 대해 리뷰하면서, '하드코어'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클리셰가 있지만, 결국 비일상, 비상식, 초자극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하드코어라고 불리는 걸 거예요. 확실히 하드코어를 무난한 장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마크다운 백포백에서 하드코어 작품들의 등장 빈도가 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놀랍습니다. 사실, 백포백은 생각 없이 결재하는 사람으로서, '방 탈출 게임'이 하드코어인지 모르고 봤어요. 다 읽고 보니, 제목이 제법 의미심장하더라고요.

 

원래 하드코어는 따지지 않고 봅니다. 상식을 기준으로 하드코어 작품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면, 카오스에 빠질 거예요. 애당초, 그게 그 장르의 재미이고 기발함이니까요. 그럼에도, '방 탈출 게임'은 좀 잉?스럽긴 합니다. 상황과 인물을 납득시키려는 설명이 공연히 아귀가 엇나가게 만든 것 같달까요. 그럴 거면 차라리 분량을 늘리고, 설정을 좀 더 촘촘히 다져서 스릴러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드코어치고는 수위나 배덕감은 낮기도 하고 말이죠.

 

'방 탈출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시작합니다. 밀실에 갇힌, 서로의 학창 시절 치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대면 대면한 동창들이, 합성 사진 속 잔인하게 죽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그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흥분성 마약에 노출됩니다. 줄어드는 시간과, 미션을 완료해야만 탈출할 수 있다는 압박감... 첫 번째 방에서 4명의 동창들은, 법률 조각 사유를 들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경을 섹스토이에 앉히고 유린해요. 방을 탈출하기 위해, 미션이 요구한 사진 속 재현에 충실하면서요.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을 때, 4명의 동창들은 장시간 마약에 노출된 상태였고, 이미 첫 번째 방에서 평소라면 감히 시도도 못할 자극적 쾌락을 맛본 뒤였죠. 게다가, 두 번째 방은 완벽한 퇴폐의 방이었어요. 그곳에는 번호가 매겨진 섹스토이와, 합성된 재경의 사진이 놓여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사진을 재현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호스트가 요구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섹스토이를 사용하며, 괴로워하는 재경의 모습을 즐기다가, 준환을 시작으로 재경을 강간하기 시작하죠.

 

넝마가 된 재경이 세 번째 방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먹은 백신의 정체를 확신해요. 그리고, 세 번째 방에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마약에 취한 4명의 동창들은 미션도 없이 재경에 달려들어요. 오로지 재경만이, 맑은 정신으로 그 고통을 당하고 있었죠. 그 백신은 재경에게 진짜 Poison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등장하는 이 게임을 만든 호스트! 바로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글을 그다음부터는 좀 싱거워집니다.

 

'방탈출 게임'은 하드코어치고는 씬의 특이점이 없어요. 24세 청년들은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폭행당하는 자신을 찍는 재경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는 것이 방 탈출 게임을 기획한 이유였다는, 호스트 건우도 좀 허무했습니다. 차라리, 짧게 끝내야 했다면, 호스트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는 것이 더 완결성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방 탈출 이후 건우의 집으로 이동한 후 이야기는 긴장감도 없고, 의미도 없고... 건우는 절륜하고, 재경은 갇혔다.라는 말을 늘려 쓴 것 같달까요.

 

게다가, 고등학생인 건우가 따돌림당했던 이유는 아버지가 낙선한 의원이었고, 선거 자금을 많이 소진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는데, 24살의 건우는 엄청난 재력가이고 약지가 잘린 동창의 고용주예요. 그 연결고리가 너무 헐거웠어요. 차라리 건우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학폭 피해자였던 찌질이가 사실은 사이코였다! 면 미싱 링크는 없었을 듯해요. 잘 조작된 장소, 모호한 관계, 생존 본능과 폭력적 욕구가 가학적 행위를 합리화해주는 '미션'이라는 설정... 정말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작품인데, 아쉬워요. 뒷부분에서 너무 많이 희석됐어요.

 

'방탈출 게임'의 외전 격인 '방탈출 게인-보너스 트랩'는 정말 사족이었습니다. 재경이 건우의 집에서 탈출하는 내용인데, 긴장감도 없고, 예상하다시피 건우는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고 있었죠. 그리고 재경은 건우에게 길들여진 자신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결국 다시 건우에게 안착합니다. 건우는 손쉽게 재경을 다시 감금하고, 재경은 탈출의 의지를 완전히 포기해요.

 

본권 2/3까지가 좋았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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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돔성 본편 Review

 

2020.08.31 - [BL 소설] - [현대물/피폐물] 소돔성 - Dips

 

[현대물/피폐물] 소돔성 - Dips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2.19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뒤로는 빽빽한 산림과 앞에는 축축한 물안개가 올라오는 호수 사이에 숨겨진 별장만은 성도와 우진의 것이다. 이 눈 덮인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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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걸음을 돌릴까 망설이던 우진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홀린 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성도가 있었다. 그는 미친 듯이 별장 안을 헤집으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우진은 헛숨을 삼키며 이성을 잃은 성도와 별장의 내부를 응시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낭자했고, 충혈된 눈으로 성도는 바짓단에 피가 묻은지도 모르고 별장의 모든 방을 들쑤셨다. 우진과 함께 잠들었던 침실, 서재, 거실, 화장실 그리고 옷방까지. 바지에 이어 웃옷까지 전부 피범벅이 된 그는 이내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꼭 이 눈 덮인 별장에 갇힌 것만 같았다. 흡사 광인처럼 빈 정원을 홀로 걸으며 연신 사람을 찾았다. 돌아가려던 우진은 망설여졌다. 온동 눈으로 휩싸인 이곳의 풍경이 어느 전설 속의 장면처럼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황폐한 호수, 삭막하기만 하던 별장 건물이 눈부실 정도로 고독하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나를 찾고 있는지도 몰라. 우진은 제 품에서 꼬물거리는 아이의 온기를 느끼고 이내 그곳에서 걸음을 돌렸다. 아니야. 저쪽으로 가면 나와 아이에게 너무 추울 거야.

별장에서 등을 돌린 채 우진이 다시 눈보라를 헤치고 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경이 뒤바뀌더니 따뜻한 실내로 변했다.

살을 엘 듯 휘몰아치던 바람도 몸에 올라앉아 쌓이던 눈송이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대신 따뜻한 공기와 침대, 그 옆 의자에 앉은 남자가 보였다.

이번에도 성도였다. 성도는 병실에 가만히 누운 자신을 보며 애원하고 있었다. 그가 뚝뚝 흘리는 눈물이 침대에 누운 제 볼 위로 떨어지자, 뒤에서 지켜보던 우진의 볼에도 따뜻한 액체가 묻어 나왔다.

우진은 그것을 손으로 닦아 만져 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형이 널... 네가...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예뻐서...'

절망으로 타들어 가는 목소리는 끝을 맺지 못했다. 우진은 슬프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꿈이란 것을 깨달았다.

point 2 줄거리

기: 남성 임신이 늘고 있는 시대, 남성 임신 테스트가 버젓이 약국에서 팔리고 있었지만, 우진은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임신 테스트기와 다수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우진이 임신한 것이 맞다고 재차 확인해 주었고, 곧 우진도 성도와의 아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문제는, 우진이 산부인과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성도가, 우진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성도는 우진이 어떤 여자를 임신시킨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 성도는 매정하게 아이를 지우라고 말하자, 우진은 상처 입은채 가출한다. 성도는 결국, 여자에게 양육권을 받아와 자신과 키우자고 빌게 되고, 그제서야 우진은 성도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도는 오해를 풀고 헌신적으로 우진의 임신 수발을 든다. 하지만, 남자의 몸으로 임신을 한 우진은 많이 아팠고 불안정했다. 성도는 남자 임신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는 한편, 우진의 상태는 자연히 호전된다.

전: 다시 평화로운 생활, 그러던 어느날 돌연 주양그룹 본부장인 이성도의 결혼 발표가 방송 된다. 패닉에 빠진 우진은 성도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성도는 결혼은 그저 프로젝트라며 우진을 달랜다. 분노해 성도를 떠나려는 우진을, 성도는 강제로 집에 가두고, 그 안에서 우진의 배는 부풀어만 갔다. 결국, 우진은 쓰러지고 의식불명에 빠진다. 그때, 우진은 꿈을 꾼다. 성남 별장에서 괴로움과 광기에 삼켜진 성도의 모습을, 성도는 울고 있었다.

결: 한편, 성도는 피 웅덩이에 빠진 우진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후 우진이 쓰러지고 깨어나지 않자, 성도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성도는 우진이 깨어나자, 우진에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주양그룹 입지가 좁아진다고 말하며, 그래도 나를 사랑 해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우진은 성도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빈털터리여도 사랑한다고, 그걸 여태 몰랐냐고 면박을 주며... 그 후 성도는 파혼 당하고, 우진과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그때는 몰랐던, 아주 사소한 것

소돔성 외전이 나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외전이었죠. 작가님께서 SNS에 외전 계획이 없다고 밝히셨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바라고 바랬던 외전이었습니다. 그러니, 외전 발매일 13일 시작과 함께, 무한 새로 고침을 하며 외전 영접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죠. 사실, 5월 캘린더에 소돔성 외전이 나온다는 것을 보고, 저는 계속 13일을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소돔성 외전의 첫인상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임신 AU라는 거... 본편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그 후의 이야기를 고대했지만, AU! 게다가, 이 임신 AU는 작가님이 블로그에 올리신 적도 있었어요. 물론, 마무리가 되지 못한채 중간에 끊기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본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입꼬리가 3mm 정도 쳐진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로 작가님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더라고요.

우진은 성도가 준 돈으로 사치를 부리지만, 친구의 안부도 확인 할 수 없고, 아끼던 강아지를 돌볼 수도 없었죠. 성도가 허락 한 곳에만 있을 수 있었고, 물건을 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우진이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성도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어요. 그의 공간에 찾아와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상냥한 연인을 위해, 우진은 욕을 하면서도 성도의 곁에 머물러요.

하지만, 성도는 우진이 오로지 돈 때문에 자신의 곁에 있는거라고 믿습니다. 과거 우진은 돈 때문에 성도의 형 현도에게 접근했고, 집안에서 더 큰 보상을 제시하자 현도를 떠났죠. 이를 경험한 성도는 우진을 잃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돈을 우진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는 아주 강해져야 했고, 그러려면 정략결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성도가 그 결혼을 선택한 순간!'소돔성'은 극피폐로 치닫게 되죠.

외전에서도 성도는 같은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외전은 결코 피폐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시리어스물과 달달물 중에서 갈등하긴 했지만, 역시 달달물로 ... 아무리 생각해도 외전은 달달물이 맞아요.(끄덕끄덕)

외전에서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기억의 단편을 봤고, 그 영상들은 끔찍하거나 고통스러웠죠. 우진은 결혼을 하겠다면 자신을 집에 가둔 성도가 미웠지만, 꿈속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성도의 모습과 자신 품 안에 안긴 '우리 아기'를 보며 그 차가운 땅으로 건너가지 않습니다. 성도는 피 범벅이 된 우진을 보며, 우진을 완전히 가지기 위해 우진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너무 묻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회피해 온 질문, 더 강해지고 나면 덜 무서워질 거라며 미뤄왔던 질문을, 드디어 합니다. 나를 사랑하냐는 그 한마디요.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참 바보 같습니다. 본편에서 우진은, 그렇게 열심히 도망치다가 잡히고, 약 맞고, 감금되고, 결국 자살할 때까지, 왜 사랑한다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을까? 헤어지지 못해서가 아니라 널 사랑해서 괴로운 거라고... 성도 역시 우진에게 어차피 돈 때문에 나랑 만나는 거 아니냐고 쏘아붙이기 전에, 돈이 없어도 나랑 만날 거냐고 빈정 되지조차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두 사람은 쿨하게 '응!'하고 행복해졌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역사 속에서도 사람은 아주 당연한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게 당연한건지, 여자가 재산으로 취급받는 게 당연한 건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존재하는게 당연한건지, 그리고 물을 때는 놓쳤던 기간만큼 많은 사람들은 죽거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 사소한 질문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분명 그 이전과 이후는 같지 않죠. 그래서 그때는 몰랐던 아주 사소한 깨달음 하나를 알고 나면, 많은 감회가 소용돌이 칩니다.

외전에서 성도와 우진은, 다른 평행 우주 어딘가에서, 그 사소한 질문을 하지 못해 불행해진 두 사람의 기억을 건네 받습니다. 그 작은 언지를 받고, 두 사람은 곧 해야 할 말을 찾아요. 더불어, 본편에는 없었던 성도와 우진의 아이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두 사람을 묶은 닻 줄이 되어 주고, 극단적인 우진이 머뭇거릴 수 있도록 브레이크가 되어 주죠. 드디어 소돔성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도와 우진이 아픔을 딛고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기대했습니다. AU에서 행복해진 이야기는, 반대로 AU가 아니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본편에 남겨진 두 사람은 복구 불가능!인건가 싶어 찜찜했어요. 불행을 막을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만약 놓친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랬나 봅니다. 아쉬움 반, 만족감 반의, 묘한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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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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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BLYNUE 블리뉴

출간일: 2020.03.25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형은 나밖에 모르잖아. 나만 보면 발정하고. 아니야?"

"맞...아."

"내가 아니면 말라죽을 거지? 불쌍하게."

채우를 불쌍하다 말하는 이현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이미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채우와는 대조적인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신과 신도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이 비록 만들어진 신이라고 하더라도 믿는 자 앞에서 그 신은 진실된 신이었다.

"으흑..."

"그러니 내가 형을 가져줄게. 형은 그냥 지금처럼, 나만 원하면 돼. 쉽지?"

이현의 손이 머리를 쓸어 넘기곤 이내 이마에 입을 가볍게 맞춰주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소유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지금처럼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채우에게 이현을 원하는 것은 쉼 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당연하게 살아있으면 자신을 소유해 주겠다고 하는 이현은 채우에게 있어 다정한 신이나 다름없었다.

point 2 줄거리

기: 16살 채우는 10살의 이현을 만난다. 채우는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세상에, 단 하나에 아름답고 찬란한 존재를 발견한다. 그 후 채우는 오로지 이현에게만 집착하며 가까이 지낸다. 이성적 애정이나 형제의 우애로 설명할 수 없는 맹목적인 관계였지만, 이현의 친누나 우현을 제외하고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나마 우현마저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채우와 이현의 이런 관계를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23살의 이현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승: 채우는 이현에게 최면을 통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전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도록 암시를 건다. 하지만, 최면 중 이현과 키스하게 되고, 채우는 성적 쾌락에 빠져든다. 채우는 완벽한 생명체인 이현의 온몸을 핥고, 이현에게 하인처럼 복종하면서, 사랑을 구걸한다. 그리고, 최면에 깨어난 이현과는 일상적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성애의 열락에 들뜬 몸은, 최면이라는 무기를 얻어, 점점 깊은 쾌락의 늪으로 빠지기만한다.

전: 채우는 최면에 걸린 이현과 섹스를 하며, 완벽한 피조물을 받아들이는 황홀감에 느낀다. 그 뒤 채우는 기구를 사용한 야외 섹스부터, BDSM, 여장 코스튬 섹스까지, 다양한 섹스를 시도한다. 그리고 암시에 걸린 이현 역시, 채우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진다. 한편, 채우는 이현에게 최면을 걸고 섹스하는 것에 중독돼 그만두지 못하면서도, 완벽한 이현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결: 채우는 이런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최면상태의 이현에게 죽을 것처럼 때려달라고 요청한다. 늘 암시에 따르던 이현은, 채우에게 못한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이현을 만나지 않은 채우는 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이현에게 최면을 걸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 하지만, 우현에 의해 실패하고, 이현이 최면에 걸린 적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채우를 소유하겠다는 이현에게, 채우는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드디어 호!박!곰!

하드코어의 명가, 호박곰님의 작품을 드디어 리뷰하게 되었네요! 두둥! 진지충의 Review로 하드코어를 써봐야지~ 생각했을 때, 당연히 호박곰님 작품을 먼저 떠올렸지만, 결국 망태기님의 '욕망 형제'를 썼었죠. 그 이유는 호박곰님의 작품에 지뢰가 많기 때문이었어요. 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하드코어 작품 선택의 최대 난제는, 바로 호불호와 개취가 지나치게 강한 '지뢰요소'를 잘 가려내는 것입니다.

호박곰님 작품의 총체적 지뢰요소 활용(?)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지뢰요소는 '자보드립'입니다. 핥고, 먹고, 맞는 것은 당연하고, 에그나 요도 플래그 같은 기구 사용이나, 처녀드립도 있어요. 장내배설은 없는, 배설 플레이는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것이 10만 자, 단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중 나의 지뢰가 없다면, 제대로 된 하드코어물을 즐기 실 수 있습니다. 하드코어의 매력은 비일상적이고 특이한 소재를, 자극적이고 빻빻한 빨간맛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씁쓸한 현실을 반추하게 되는 피폐는 싫지만 빨간맛은 좋다!라고 생각하신다면, It's 따뜻한 쓰레기통 time!

'만들어진 신'은 L이 꼭 필요한 독자나 스토리가 중요한 독자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듯합니다. 일단, 채우가 최면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현이 최면에 안 걸렸다는 결말이 예상됩니다. 그러면, 최면에 걸리지 않은 이현과의 대화와 최면에 걸린 이현과의 대화를 보고, 이현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결국, 최면이라는 설정은 더 이상 배덕감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채우의 감정 변화선을 따라가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채우는 무기력, 무관심, 무반응의 정서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부모도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로 맺지 못하고 살았죠. 그런 채우의 눈에, 처음으로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완벽한 피조물이 나타납니다. 그건 나르시스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나르시시즘을 느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신 이외의 존재를 하등하게 여기던 채우에게, 자신보다 우월한 절대자가 등장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현이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느끼는 채우의 절박함은, 사랑을 빼앗긴 고통이라기보다는 완벽한 존재의 훼손 혹은 이현을 만나기 전 무채색의 세계로의 회귀였을지도 모릅니다. 채우가 바란 것은, 이전처럼 '나만의 이현'으로 돌리는 일뿐이었어요. 하지만, 암시에 걸린 이현과 키스를 하게 되고, 채우의 성욕은 깨어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키스만 했다는 이현의 말을 듣고, 입술 이외 이현의 '처음'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느낍니다.

그래서 채우는 이현의 몸을 핥고, 타인이라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조차도 쾌락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현의 첫 섹스를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스스로의 성감대를 키우죠. 최면이라는 베일 아래 채우의 시도는 점점 과감해지고, 이에 비례해서 현실 속 이현을 보는 죄책감과 괴리감도 커지기만 해요. 결국, 채우는 이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의 고통과 공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린 이현에게 폭행을 요구해요.

물론, 나름 반전이지만 반전스럽지 않게도, 이현은 암시에 걸린 상태에서도 채우의 요청을 거부합니다. 또, 자신에게서 도망가려는, 최면 아래 가감 없이 드러낸 날것의 욕구를 끊어내려는, 채우를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이현이 채우의 어설픈 연기에 동참해 준 동기는 채우의 절실함이었지만, 이현 역시 채우에 대한 지독한 소유욕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채우는 '완벽한 예술품'인 이현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현이 채우를 사랑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단호하게 아니라고도, 기라고도 대답하긴 힘들 것 같아요. 채우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그저 이현의 사랑과 자신의 사랑이 결이 다를 뿐이라고 단정합니다.

만약, 이성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채우와 이현은 '사랑'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채우의 사랑은 신에 대한 경외적 사랑이었고, 이현은 자신의 것에 대한 독점적 사랑일 테니 말이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보지 않으면 살 수 없고, 같이 있으면 쉴세 없이 요동치는, 심리적 울림이라고 한다면, 두 사람은 격정적 사랑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피폐든 하드코어든, 마지막은 달달이길 바라는 독자의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장르든 사랑이 넘치는 알콩달콩 외전이 사랑받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에 다정한 이현이 채우와 상량한 섹스를 한다면, 그것대로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드코어의 묘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길 주저하는 음습한 욕구를, 비틀어진 주인공을 통해 엿보여주는 거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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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레드피치

출간일: 2021.01.06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가수 생활, 참 좋아하지 않았습니까? 나지막한 물음에 사랑도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했죠. 지금도 좋아해요. 돌아가고 싶고. 언젠가 돌아가야겠다고 생각을 해요. 그런데 다만 마음에 걸리는 건, 일이 이렇게 돼 버렸을 때요. 난 아무것도 잃기 싫었어요."

"..."

"우성씨도, 멤버들도, 대중들의 관심도. 회사와 재계약도 곧 해야 하니까, 관계를 망치고 싶지 않았고요. 그땐 아니라고 했지만, 나는 아이도 잃고 싶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러니까, 다 놓고 싶지 않아서, 결국 잃어버렸고 상처 주게 된 것들이 참 많아요. 아이돌이 임신 스캔들이라니 팬들도 엄청 놀라고 실망했을 거고요. 멤버들 유닛 활동도 저 때문에 다 망친 것 같아서 미안하고. 하다에게는요, 평생 미안할 거예요. 내가 죽이려고 했던 거잖아요."

덤덤하게 말하면서도 끝이 떨려오는 사랑의 목소리를 들으며 우성은 머뭇머뭇 입술을 달싹였다.

point 2 줄거리

기: 오메가 멤버로만 이루진 아이돌 그룹, 오메가 식스의 리더 천사랑은 영화 시상식에서 톱 배우 강우성과 같은 테이블에 앉는다. 30살, 6년 차 가수인 사랑은, 신인상 수상 소감 대신 오메가 식스 공연을 하고, 강우성은 노래하는 사랑에게 반한다. 배우로는 신인인 사랑은 시상식 후 대배우 우성의 초대를 거절하지 못하고, 와인을 마시다가 뜨밤을 보낸다. 그 후, 우성은 집착적으로 사랑에게 연락하며 대시하지만, 사랑은 그런 모습에 질리고, 우성의 고백도 거절한다.

승: 우성은 주연으로 캐스팅된 드라마에 비중 있는 조연으로 사랑을 추천한다. 그리고 사랑에게 다시 기회를 달라고 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자기 히트가 터진 사랑은 우성에게 도움을 받게 되고, 이 계기로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우성은 강한 통제광 기질을 가지고 있었지만, 의사소통은 매우 서툴렀다. 결국, 연애는 순항하지 못하고, 마음고생이 심했던 사랑은 콘서트 중 쓰러진다. 병원에 찾아온 우성과 사랑은 오해를 풀고, 눈물의 하룻밤을 보낸다.

전: 그날 사랑은 임신한다. 오메가인 팀 컨셉과 끝나지 않은 계약, 다른 팀원들의 활동을 고려한 사랑은 아이를 지우려 한다. 하지만, 결국 많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막막한 출산을 선택한다. 우성은 사랑과 결혼하고, 사랑의 회사와 팀원들에게 어마무시한 배상금을 지급한다.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활동 중단과 우성에게 걸려 있는 스캔들 거래건 등으로 문제는 끊이지 않고, 수습하려하면 할수록 새로운 사건들이 터진다. 결국, 사랑은 결환과 임신 사실을 밝힌다.

결: 우여곡절 끝에 사랑은 출산을 한다. 우성을 닮은 하다가 태어나고, 행복한 나날을 보내지만 사랑은 가수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다. 그런 사랑은 하다의 돌잔치에 오메가 식스 공연을 하고, 그 직찍이 대중의 관심을 받는다. 결국 하다 나이 5살, 사랑은 오메가 식스로 무대에 선다. 그 후 오메가 식스는 재계약을 하지 않으며 해체의 길을 걷는다. 사랑은 둘째 하람을 출산하고 우성과 알콩달콩 잘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뜻밖에 구매, 예상밖에 성공!

가끔 그럴 때가 있습니다. 인터넷 쇼핑을 하다, 지하철 매장 가판대를 지니다가, 술 마시고 귀가하는 길 열린 상점에 들어가서, 아묻따 구매를 할 때요. 왜 샀는지,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어디에 필요한 건지, 모르겠지만 이미 물건의 주인이 되어있는 거죠.

'우당탕탕 출산기'도 그랬습니다. '결재 완료'를 보고, '내가 뭘 한 거지?' 정신이 들었지만, 이미 제 손가락은 익숙한듯 자동으로 다운로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정말 뭐에 홀린 듯 말이에요.

그 다음 시놉시스를 확인했어요. 공은 돈 많고, 능력 있고, 외모는 저세상급일 것이며, 수는 예쁘고 착하고 소심하지만, 공의 절대적인 사랑을 받을 것을 예상! 게다가, 그룹 이름이 오메가 식스라니... 임신, 출산, 육아... 안 봤는데 이미 본 것 같은 내용! 정말 기대감 0로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그래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대 이상이었고, 그 자체로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특히 통제광에 휘둘리는 수가 아니라, 덜덜덜 떨면서도 원하는 바를 관철시키고, 어려운 노선을 선택하더라고 최선을 강구하는 알짜배기 캐릭터였어요. 또, 제목 그대로 임신 후 출산까지 아이돌이 겪어야만 하는, 우당탕탕 사건들이 쉴 새 없이 쏟아지죠. 그저, 수는 힘들어하고, 사기캐 공은 그 문제를 한큐에 해결 해 주는 할리킹이 아니었습니다.

당당히 가수를 하고 싶었던 오메가 식스 팀원들은, 오메가라는 것을 숨긴 채 활동하는 다른 아이돌들과 달리, 자신들이 모두 오메가라는 것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리는 법이 없다는 슬픈 진리에 따라, 온갖 차별과 성희롱, 악플에 시달리게 돼요. 그렇게 꿋꿋이 버텨 온 7년, 나름대로 자리 잡힌 아이돌 그룹이 됩니다. 그 리더였던 천사랑은, 어린 동생들이 한 번씩은 거쳤던 스캔들, 흔한 구설수 한 번 없이 조심, 신중, 자중의 자세를 지켜오죠.

그러던 천사랑이 톱스타 강우성의 눈에 띕니다. 대체불가능한 외모와 천만 영화에 다수 출연한, 명실상부 최고의 배우이자 엄청난 부동산 재벌인 강우성은 타인에게 관심이 없었어요. 그래서, 모든 일을 계획대로 밀어붙여야 성이 풀리는 통제광 우성의 애정은 서툴렀고, 사랑은 처음에 거부합니다. 하지만, 우성은 사랑에게 맞추려고 노력하고, 그 결실로 두 사람은 연인이 되요. 물론, 사람이 바뀌는 건 쉽지 않습니다. 우성은 엄청난 일들을 사랑에게 숨긴채 진행하고, 사랑은 그저 자신이 제시한 최선의 솔루션대로 움직여 주길 바라요. 모든 갈등은 그곳에서 시작합니다.

임신 사실을 알자마자, 사랑은 조금의 고민도 없이 수술을 결정하려 합니다. 오메가 식스 리더의 임신, 이미지로 먹고사는 아이돌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일뿐더러, 오메가라는 사실로 힘든 시절을 버텨낸 팀원들에게도 못할 일이었어요. 게다가 어디를 가더라도 주목받는 우성과, 활동 중인 사랑이 9개월의 임신 사실을 숨길 수 있을 리도 없었죠. 물론, 오메가 식스 한 팀만으로 먹고 사는 소속사 입장에서는 더 답 안 나오는 상황이었습니다.

설상가상 사랑은 친한 여배우와 그녀의 소속사 간의 분쟁에 휘말릴뻔한 했고, 그런 사랑을 구하고자 우성은 그녀와 사귄다고 발표한 상황이었죠. 묶여 있는 사람도 많고, 해결 방법도 망막하며, 무엇보다 오메가 식스 팬텀의 CSI를 넘나드는 지독한 관심이, 사랑에게 '출산 불가'가 유일한 답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래서 그렇게 결정하지만, 병원에 가는 차 안에서 사랑은 결국 아이를 포기하는 선택을 번복하죠.

사랑은 아이를 건강하게 낳아야 했고, 우성의 그 통제벽도 고쳐야 했어요. 대중의 눈도 피해야 하지만, 팀원, 회사, 그리고 모든 걸 뒤칩어 쓴 채 싱가폴로 도피한 그 여배우의 피해도 보상해야만 했죠. 우성은 이성적인 선택을 하지만, 그건 법적인 차원의 문제지 사랑이 바라는 '최선'의 선택을 아니었어요. 정말, 사랑은 출산기는 고뇌와 용기와 눈물로 메꿔져 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첫 장부터 임신으로 어그로를 끌었음에도 '출산기'가 비교적 늦게 나온다는 거예요. 대략 1/3정도는 임신까지의 과정입니다. 정확히는 우성과 사랑의 만남, 밀당, 드라마, 연예계의 복잡한 뒷이야기들이 포진해 있어요. 처음에 '임신 6주'로 프레임을 씌우지 않았다면 그 부분들도 쳐진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다소 길고 일부는 사족처럼도 느껴졌습니다.

기본적으로 분위기는 무겁지 않습니다. 좋은 사람들의 유쾌하고 위트있는 서사, 의리 있는 우군 오메가 식스 팬덤... 하지만, 중간중간 냉정한 연예계의 이면이 추처럼 무게의 중심을 잡아 주기도 해요. 물론, 육아와 부부생활은, 정말 이상향에 가깝습니다. 그래도 예쁘고 귀여운데 사랑스럽게까지 한 아이들의 이야기는 랜선이모를 웃게 하죠. 뜻하지 않은 구매였지만, 만족스러웠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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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어떤 귀족들. 어떤 평민들. 헤베 덕분에 목숨을 건진 이들.

어떤 반골 기질의 일종인지, 소문은 황제가 헤베 뮨을 북국으로 유배 보냈다는 소식이 퍼지면서 시작되었다. 일부러 소문을 널리 퍼뜨려 헤베 뮨의 이미지를 쇄신하겠다는 거창한 목적도 없이. 자연이 스스로 정화하듯이 그렇게 퍼져나간 것이었다.

'흑마법사로서 본색을 드러내기 시작했다고. 그런 소문이나 퍼졌으면 좋겠어.'

언젠가 헤베가 퍼지길 바랐던 소문과는 정반대였다.

헤베에게도 그 사실을 알렸으나 저택에만 머물러 실감이 나지 않는지 반응은 미미했다. 반대로 테이든은 일상생활을 하다가도 울컥할 정도로 큰 감동을 받았다. 같이 빵을 만들다가도 눈시울을 붉히고, 정원을 산책하다가도 콧등이 빨개지는 모습을 볼 때마다 헤베는 매우 놀랐다.

테이든이 그렇게 상처받은 줄 몰랐던 것이다.

'내가 너만큼 이기적이지는 않으니 말이다...'

헤게르미의 말이 옳았다.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했다.

헤베는 사람들이 그를 싫어하든 말든, 타락한 배신자라고 부르든 얼마나 증오하든 상관없었다. 그러나 이것을 상관없어하는 건 아주 이기적인 행동이었고, 그를 사랑하는 이에게는 상처가 되었다.

누군가 나를 아끼는 이가 있다는 걸 받아들이지 않았다. 타인의 행동을 부정적으로 해석하면서 진심을 인정하지 않고 외면했다. 결국 중요했던 건 자신 안의 감정일 뿐이었다.

'나는 이기적이었어.'

인정하고 나니 홀가분한 동시에 무거워졌다.

죄책감을 자극하는 부담스러움이 아니었다.

그것은, 헤베를 세상에 붙들게 하는 다정한 무게였다.

point 2 줄거리

기: 비센티아는 마물과의 전쟁으로 위기를 맞는다. 그때 나타난 최연소 대 마법사 헤베 뮨, 이어 헤게르미의 신탁을 받은 초월자 테이튼은 전쟁은 마무리 짓고 인간들에게 승리를 선물한다. 하지만, 종전 전 헤베 문은 돌연 흑마법을 받아들이고, 타락자로 지탄받으며, 흑마법으로 인해 죽음을 맞이한다. 그 후 1년 반 뒤 헤게르미는 헤베를 깨운다. 헤베 사후 헤베를 사랑한 테이튼은 세계를 멸망시켰고, 헤베는 회귀해 테이튼이 헤베를 사랑하지 않도록 만들라는 것이다.

승: 회귀한 헤베는 테이튼에게 매정하게 굴지만 그런 헤베의 태도는 너무 어색했다. 헤베의 눈치는 뮨치만큼도 없었고, 테이튼의 머리는 심하게 좋았으며, 뮨의 친위대는 헤베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들은 헤베의 이상 변화를 감지한다. 과거 헤베는 뛰어난 재능으로 여덟 살 어린 나이 참전하고, 선황과 궁사는 헤베를 정신적으로 학대하며 전쟁터로 내몰았다. 덕분에 승리는 거뒀지만, 헤베는 극도의 피해 망상과 자기혐오에 시달리며,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못했다.

전: 한편, 헤베는 갖은 노력을 다해도 테이든의 사랑을 멈출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반면, 테이든과 뮨의 친위대는 헤베의 행동을 유도하며, 헤베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파헤친다. 헤베는 회귀 전 피해 망상과 자기혐오로 오해하고 있는 친위대나 테이든에 대해 진실을 알아가기 시작한다. 왜곡된 착각을 바로잡은 헤베는, 테이든과 친위대에게 흑마법으로 인해 곧 죽는다는 사실을 고백한다. 그즈음 테이든은 헤베의 회귀 사실을 짐작한다.

결: 헤베는 자기 사후 세상을 멸망시키지말라고 설득하지만, 그들은 무시하고 헤베를 살리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럼 모습을 보며, 헤베는 담담히 죽음을 받아들였던 회귀 전과 달리, 살고 싶다는 욕구를 느낀다. 예정된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고, 절망에 빠지기 직전, 헤베가 기억상실 마법을 걸었던 의원이자 전 부궁사였던 하베트가 나타나 중화제를 건네준다. 살아난 헤베는 테이든에게 흑마법을 받아들인 이유와 죄책감을 고백한다. 모두들 행복해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불행은 뮨치만큼만 있고, 행복은 테친놈처럼 와라!

 

소림님의 소설은 긴장하고 읽어야 합니다. 깜찍한 먕먕이, 귀여운 헤베, 개그콤비 같은 테이든과 친위대를 보며 태평하게 웃다가는, 감동 크러쉬에 심장 직격탄을 맞습니다. 방어 가드를 올리지 않고 맞는 훅은 제법 아려요. 하지만, 안심하셔도 좋습니다. '뮨의 그늘'은 헤베 뮨에게 빚을 진 세계가, 온힘을 다해 합심하여 그에게 빚을 갚는 내용이니까요. 신도, 황제도, 각각의 사람들도 나름의 방식으로 말이죠.

 

- 뮨치: '헤베 뮨의 눈치'의 줄임말; 동의어-거의 없음: 활용 - '눈치가 뮨치만큼 있네.' '이번 달 잔고가 뮨치만큼 남았다' '님 양심이 뮨치네'

- 테친놈: '테이든 미친놈'의 줄임말: 동의어-세상 멸망급 사랑꾼, 다른 동의어-본태성 스토커; 활용 - '이런 테친놈 같으니라고!(칭찬)' '이 사랑은 정말 테친놈급이야!(칭찬)'

 

'뮨의 그늘'은 헤베의 죽음과 함께 시작합니다. 헤게르미는 마지막힘을 다해 헤베를 회귀시킵니다. 그리고 헤베는 주어진 1년도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테이든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도록 만들어야하죠. 하지만, 헤베 뮨의 눈치는 뮨치였어요. 테이든이 사랑하는 줄도 몰랐는데, 사랑하지 않게 만드는 방법을 알 리가 없죠. 하지만 그런 헛된 노력은, 헤베가 과대망상과 자격지심으로 알지 못했던 '진실'을 마주할 수 있는 키가 돼요. 이것이 헤게르미가 평생을 전쟁터에서 보내고, 죽음조차 희생에 불과했던, 대마법사 헤베 뮨에게 빚을 갚는 방법이었어요.

 

오랜 전쟁으로 인간들은 수세에 몰리고, 매일 전장에서 목숨을 잃는 자들 역시 많아집니다. 끝을 알 수 없는 막막한 전쟁터, 그 지리멸렬한 악몽을 끝내 줄 대마법사의 등장에 모두가 환호할 수밖에 없었죠. 다만, 그 대마법사의 나이가 고작 8살이었다는 것만 빼면요.

 

선황과 궁사는 쓰레기가 맞습니다. 어린 헤베를 정서적으로 학대하며, 정신통제를 일삼죠. 그 덕분에 무시무시한 전쟁터에서 어린아이는 도망칠 수 없었고, 부작용으로 끔찍한 피해 망상과 자기혐오에 빠져요. 그들은 헤베에게 전장을 '일상'으로 만들어주기 위해, 칭찬도 보상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책임감과 죄책감을 지우며,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죠.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구했지만, 헤베에겐 상처를 치유하는 최소한의 휴식조차 '나 때문에 사람들이 죽은 것이다.'라는 자책이 되고 말아요. 헤베는 뼈가 부러지는 상처 입어도, 쉬지 않고 전장에 나갑니다.

 

'한 개인이 지독하게 불행해지면,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다.' 지배자는 그 선택을 안 할 수 없었을 거예요. 그 개인이 순수한 어린아이라 할지라도 말이에요. 그래서, 테이든과 뮨의 친위대가 등장합니다. 세상의 평화나 다수의 행복 따위는 조금도 관심 없는, 오로지 헤베 뮨을 위해 움직이는, 헤베 뮨을 사랑하는 사람들이요. 하지만, 회귀 전 헤베는 그들의 사랑을 곡해하고 인정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자신을 싫어하고 몰아내려 한다고 생각하죠. 그들이 보여준 올곧은 진실은, 전쟁후울증으로 망가진 헤베의 눈에는 깨진 잔상처럼 흩어지기만 했어요.

 

천재 대마법사 헤베 뮨이 그토록 연구해도 발견하지 못한, 중화제가 어떻게 하베트에 의해 짜잔! 하고 등장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이 이야기는 세상이 헤베 뮨에게 빚을 갚는 내용이니까요. 헤베는 회귀를 통해, 선황과 궁사가 헤베에게 씌운 고문과 같았던 편견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마땅히 헤베가 가지고 있었던, 헤베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존재를 깨닫죠. 그리고, 헤베가 실패라고 자책했던 작전에서 살아남은 사람들의 간호과 보살핌을 받으며 살게 됩니다. 헤베 뮨은 살고 싶어 한다. 이 간단한 진심 하나를 깨닫습니다.

 

'뮨의 그늘'을 읽으면, 모든 등장인물이 '이기적'이라는 걸 알 수 있어요. 아이러니하죠? 이 이야기 속 전쟁 영웅들은 세상을 구한 '이타적'인물들이 아니던가요? 황제는 뮨의 희생을 알았지만, 보상을 해주면 된다는 합리화로 방치합니다. 테이든은 뮨의 친위대가 헤베의 방황을 보고 분열 할 때, 이를 악용해서 헤베 곁에 남는 유일한 사람이 되려고 합니다. 뮨의 친위대는 헤베 주변에 접근하는 사람들을 차단하고, 가득이나 자기혐오에 시달리는 헤베를 독점하려듭니다. 마지막으로 헤베는, 자신을 고통 속에 몰아넣으므로서,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더 큰 절망으로 밀어 트리죠.

 

하지만 솔직해지자고요. 사람은 이타적이기보다는 이기적인 존재예요. 다만, 이기적인 것이 '권리'는 아니기에, 이기적으로 구는 것이 합리화되지 않을 뿐이죠. '뮨의 그늘'에 인물들은 모두 이기적이지만, 이타적인 선택을 합니다. 황제는 헤베의 숨은 조력자로 많은 도움을 주고, 테이든과 뮨의 친위대는, 헤베를 살게 하고 행복하게 만들어주죠. 헤베는 이제, 자신의 곁을 묵묵히 지켰던 이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할 수 있게 됩니다.

 

모두가 행복해지는 동화 같은 이야기! 하지만 그늘 없는 빛은 없죠. 본편에서 테이든의 숨겨진 무기는 끝내 빛을 보지 못합니다. 왜냐면, 15세거든요. 헤베와 테이든은 키스를 하거나, 입을 맞추거나, 숨결을 나누기만 합니다. 네... 키스만해요. 그래서, 외전을 기대했지만... 테이든의 단도는 빛을 보되 독자들은 보지 못합니다. 19세일거라는 예상을 뒤엎고 또 15세였거든요. 다만, 키스와 뜨밤을 즐기는, 요망한 헤베를 보면... 너는 좋았구나. 나도 좋고싶다... 라는 씁쓸함만 곱씹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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