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툰제목: 1305호

작가: 박모몽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0화 + 외전 2화

 

 

 

 

 

# point1: 한 컷

 

 

 

봄툰
봄툰

 

 

 

# point2: 줄거리

 

 

기: 재영은 하드코어 BDSM 플레어 매저키스트 회사원이다. 어느날 아랫집에 살았던, 자신을 잘 따르던 어린 동생 태영이 대학생이 되어 이사를 온다. 친근하게 말을 붙혀오는 태영이 불편한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게 했지만, 웃는 태영을 내치지 못하고 어색한 거리를 유지한다.

 

승: 그러다 재영은 SM플레이 현장을 태영에게 들키게 된다. 얼떨결에 태영과 3P를 하게 된 후, 재영과 태영의 관계는 급변한다. 재영은 최소한의 세이프 워드도 정하지 않고 하드코어 플레이를 하고 있었다. 재영은 속죄하려 듯, 정상적인 관계를 맺지 못하고, 늘 예민하고 지쳐있었다. 태영은 때론 하드코어 플레이어로 때론 상냥한 파트너로 재영과 관계를 발전시켜나간다. 그러던 어느날, 태영은 재영에게 자신의 살인계획에 동참해 달라고 부탁한다.

 

전: 어린 시절 재영이 있는 윗집은 태영의 피난처였다. 폭력을 휘두르는 아버지에게 시달리는 태영을 재영은 태영을 잘 돌봐주고 태영은 그런 재영을 좋아한다. 하지만, 재영이 중학생이 되면서 자신과 잘 놀아 주지 않는다. 어느날 남자친구와 함께 있는 재영을 보고, 그 사실을 아줌마에게 고자질 한다며 남자친구와 만나지 못하게 한다. 재영은, 태영의 아버지가 집에 들어가는 것을 보고 태영을 아랫집으로 보낸다. 잠시 남자친구와의 시간을 벌려던 그 거짓말로 인해, 태영은 죽을 뻔하고 태영의 아버지는 살인미수로 교도소에간다.

 

결: 이후 재영은 평범하게 연애하는 순간마다 그 날 태영의 비명소리가 들렸고, 결국은 피하적 성관계에 발을 들였던 것이다. 태영은 자신의 계획을 말리는 재영을 제외하고 계획을 진행한다. 계획의 날 갑자기 난입한 재영으로 인해 태영의 계획은 무산되지만, 결과적으로 재영은 태영 아버지에게 칼에 찔리고, 아버지는 다시 감옥으로 하게 된다. 계획에 실패하고 재영마저 다치자 태영은 사라진다. 그리고 재영은 태영에게 문자 한 통을 보낸다. 다시 만난 두사람은 죄책감 없는 연애를 시작하려한다.

 

 

 

# point3: 진지충의 review: 속죄에 대해여...

 

 

1305호는 '찐' SM물입니다.  SM 소재를 다루는 BL컨텐츠들은 많습니다. 하지만, SM플레이에는 종류와 방식이 많고, 각 내용에서 다룰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죠. 그래서, SM물임에도 단순히 S와 M만 나오고 플레이는 자세히 다루지 않은 것들이 많습니다. 혹은, 플레이 자체보다는 '둘은 굉장히 가학성이 강하고 피하적인 성관계를 즐기고 있다.'만 전달하려는 행위에 중점을 두어 묘사하는 경우도 많죠. '찐' SM물 이란 진짜 BDSM 플레이를 미화없이, 과장없이 보여주는 작품을 가리키는데, 하드코어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강도 조절이 필요하시다면 굳이 추천하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1305호는 '가학성'과 '피학성'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라, 단순히 말초신경을 자극하는 빻빻한 피폐물이나 궁극의 변태성을 보여주기 위해 SM소재를 차용한 작품과 다른면이 있죠.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물론, 저도 '흐미~'하며 흐린눈 스킵했던 장면은 있었습니다. 그래도, 동물이나 약품은 나오지 않으니, 탈현실 판타지 SM물보다는 정상(?)의 궤도에서 순항하는 작품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큼큼...^^

 

이 웹툰에서 재영은 어떠한 안전장치나 재제도 없이 폭력에 노출되는 상황을 찾습니다. 정말 피학적 도착증인가?하기에는, 그 플레이들을 재영은 힘들어 합니다. 태영과 정상적인 관계를 갖게 된 후에는 눈을 가리는 행위 자체에도 두려움을 느껴요. 재영은 매저였던 적이 없었던 거죠. 하지만, 동기에게 미친놈이라는 말을 들으면서도, 합의에 의한 폭력 속으로 자신을 방치 시키는 것은, 죄책감으로부터의 도망인셈입니다.

 

태영은 우연히 재영을 마주친 순간부터 당연히 재영이 자신의 살인계획의 보조자가 될거라고 생각합니다. 형은 나에게 갚아야 할 빚이 있고, 재영이 거짓말을 해서 자신을 아버지에게 몰아 넣은 순간부터 당연히 자신에게 속죄해야만 한다고 믿고 있죠. 태영은 재영을 때리면서 즐거움을 느끼지 못합니다. 때론, SM플레이가 준비 할 것 많고 꾀나 피곤한 일이라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재영이 형은 타인에게 맞으면서가 아니라 자신에게 속죄를 해야하죠. 

 

그런데 말이죠. 진짜 '속죄'를 해야하는 건, 진짜 '속죄'를 받아야 하는건, 정말 그 둘이 맞을까요? 이 웹툰을 보면서, 저는 아동성폭력범의 인터뷰가 생각이 났습니다. "나는 깜빵에 갔다 왔으니 죄값을 다 치뤘다. 나는 이제 죄가 없는 사람이다. 너희 누구도 나를 비난 할 수 없다. 그런데, 왜 내 정보를 공개해야하냐?" 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당시 어이없음을 넘어 오소소 소름까지 돋은, 이 무서운 답변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건 비단 이 놈 뿐만이 아니라는 거죠. 1305호에 태영의 아버지도, 태영이 일했던 식당에서 난동을 피우던 술주정뱅이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해요. '나는 죄가 없다. 단지, 재수가 없었다.'

 

죄를 용서해야하는건 그 일에 피해자이고, 용서를 구해야하는건 가해자입니다. 그리고, 죄책감에 시달려야 하는 것은 오로지 가해자의 양심이죠. 피해자가 죄를 용서했다고 죄가 없어지는 것도 아니고, 가해자가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재영이 태영에게 진 '죄'는 '거짓말'을 한 것이고, 그건 태영이 재영과 함께 놀기 위해 했던 무수한 거짓말과 다르지 않습니다. 태영의 삶을 불행하게 만든 '죄'는 그의 아버지가 오래간 저지른 폭행이고, 그 날의 살인미수는 그 폭행이 심한 하루였죠. 

 

"내가 이랬더라면..."이라는 후회는 삶에 큰 생채기을 남겨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할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태영의 거짓말이 없었더라도 태영은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어 있었고, 불행한 날은 왔을지도 모르죠. 어떠한 불행을 막을 수 있는 기회가 나에게 있지 않았을까? 그런 후회를 할 수 있는 건 '죄책감'이 아니라 애정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사람이 좀 더 나은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 이 불행이 그 사람을 피해갔으면 좋겠았겠다는 마음, 결국 죄책감을 모르는 그 사람들에게 없는 것은 그 마음인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