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폼리스(Formless) 본편 Review

2020.08.04 - [BL 소설] - [현대물/피폐물] 폼리스(Formless) - 원리드

 

[현대물/피폐물] 폼리스(Formless) - 원리드

출판사: BLYNUE 출간일: 2020.05.13 분량: 본편 3권 ​ ​ point 1 책갈피 ​ 자잘한 유리 조각들은 천장에 달린 화려한 조명을 반사하며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렸다. 희운은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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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그때는 겁 좀 주고 옆에 두면 그만이었는데......"

강우의 시선이 못생긴 케이크를 지나 희운의 얼굴에 닿았다.

"이제는 그게 아닌 것 같아서."

서강우가 눈을 내리깔고 호흡 같은 웃음 흘렸다. 희운은 문득 가슴을 죄는 듯한 알싸한 통증을 느꼈다.

"나중에 선배가 또 도망치려고 하면, 그땐 어떡하죠?"

"... 도망 안 가."

"그렇겠지."

그렇게 물어놓고 서강우는 당연하다는 듯 대꾸했다. 희운이 모호한 표정을 짓자 강우가 평소처럼 여상히 말했다.

"겁도 많은 게 도망칠 용기나 있겠어?"

그가 눈을 휘어 웃으며 희운의 턱을 톡톡 두드렸다. 희운은 입술을 달싹이다가 그냥 고개를 끄덕였다. 서강우 없이 산다는 게 상상도 되지 않는 지금, 도망이란 건 너무 낯선 단어였다.

"혹시라도 그런 용기 생겨도, 가지 마요."

"응."

"잘해줄게."

"......"

"잘해줄게요."

서강우가 꼭 부탁하는 것 같아서 이상했다. 희운은 미소 짓는 강우의 얼굴을 멍하게 바라보았다.

"나중엔 네가 기라면 기게 생겼으니까."

중얼거린 강우가 못내 우스운 듯 피식 웃었다.

point 2 줄거리

특별 외전 1: 희운은 대기업에 취업한다. 강우는 희운의 취업이 탐탁지 않았지만, 취업을 했다며 가장 먼저 전화해 너무도 기뻐하는 희운을 막지 못했다. 희운이 회사를 때려치우길 바라며, 인내하던 날들... 그러던 어느날 희운이 회식에 가서 술을 조금만 먹겠다고 말한다. 다행히 희운의 애교짓으로 회식은 가고, 술은 먹지 않는 것으로 타협하지만, 회식을 마치고 돌아온 희운은 처음으로 술에 취한 강우를 만나게 된다. 인내의 고삐를 풀어버린 강우말이다.

특별 외전 2: 드디어 희운이 벼르고 벼르던 첫 월급날이 왔다! 희운은 강우에게 맛있는 고기를 사주고, 강우는 자신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생겨서 너무 기뻐하는 희운을 보며 감동받는다. 그리고, 희운이 고대하던 두 번째 해외여행 날도 다가온다! 강우는 이탈리아 여행 중 희운의 생일을 축하해 주고, 선물로 커플링을 준다. 근래 회사 동료들과 친해진 희운을 보며 불만이었던 강우는, 희운이 모르는 뒷공작과 더불어 결혼반지급 커플링을 채우고 매우 만족한다.

특별 외전 3: 희운은 올해 처음으로 강우의 생일을 준비한다. 3년간 강우에게 받기만 하고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지만, 이제 직장인인 희운은 명품관에서 강우의 목도리를 산다. 희운은 깜짝 선물을 주고 싶었지만, 희운이 거짓말하며 숨기는 것을 본 강우가 무섭게 변하자, 바로 실토한다. 하지만, 포기하지 않은 희운은, 점심시간 쿠킹클래스를 다니며 생일 케이크를 만든다. 그 구겨진(?) 케이크를 받은 강우는 희운에게 서프라이즈를 금지시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람은 참으로 변하지 않고, 또 참으로 잘 변한다.

두 번째 외전 리뷰를 써 봅니다. 외전을 본편 감상을 돕거나, 본편 이후의 후기를 들려주는 보조적 존재로 여겼기 때문에, 그 자체로 '하나'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본편과 다른 이야기를 다룬다면, 그건 2부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하지만, 이제는 그 생각도 변해야 하나 봅니다. 'Kiss me, Liar 외전' 을 보면서도 생각했지만, 외전이 본편과 다른 메시지를 담고, 단순히 A/S 차원을 넘어서고 있는 것 같아요.

3월 신작 캘린더를 보며, 찜해둔 유일한 작품! 바로 폼리스 외전이었어요. 짧은 분량이라 아쉬웠지만, 희운과 강우를 볼 수 있다는 기쁨에 전광석화 같은 클릭으로 내 서재에 담았죠. 4만 6천 자, 연재로는 13편 내외 단행본으로는 반권 정도의 분량에, 3개의 에피소드를 실어 놓았어요. 신입사원 희운과 강우의, 약간 맵지만 베이스는 달달한 일상물입니다.

이건 리뷰를 써야 하는 외전이다!이라고 생각한 이유는, 시점의 변화 때문이 그렇습니다. 사실, 본편에서도 3권 마지막에 강우 시점의 외전이 있었고, 특별 외전은 3인칭 시점으로 서술되어 있기 때문에, 서술 시점 변화를 말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본편이 비참했던 희운의 인생이 강우라는 갑작스럽고, 예측불가하며, 비정상적인 존재를 만나 어떻게 변하고 있는가?를 다루었다면, 외전은 반대로 강우의 이야기라고 생각했어요. 그 변화의 차이를 비유하자면 희운의 변화가 불연속변이, 강우의 변화는 연속변이 같았어요.

희운의 변화는 빠르고 명확했습니다. 아버지는 거액의 빚을 남겨 놓은채 죽고, 심신이 아픈 어머니와 쓰레기 형을 의지할 수 없었죠. 희운은 똑똑하고 성실한 명문대생이었지만, 사채업자에게 시달리면서 암담하게 추락하고 있었어요. 조폭 할아버지와 기업가 아버지를 둔 강우는, 그런 희운을 가지고 싶었고, 그렇게 했습니다. 그리고, 강우는 희운의 삶에 자신 이외의 존재를 끊어내요. 그 극열한 변화가 희운의 삶을 바꿉니다. 하지만, 희운은 그대로예요. 조금은 편해졌지만 무서운 강우의 눈치를 보고, 조금은 담대해졌지만 아직도 형에게, 직장에서, 생면부지 행인에게도 약자의 위치에 서 있죠.

반면, 강우의 변화는 느리고 모호했어요. 외전에서도 강우는 여전히 가업에 종사 중이고, 여전히 희운을 통제하며, 이유를 불문하고 그 영역을 벗어나려는 희운을 강제하죠. 희운을 다루는 수단으로서 '폭력'과 '협박', '비난'도 멈추지 않습니다. 단지, 강우 안에서 서서히, 하지만 분명히 무엇인가 변합니다. 바로, 강우를 참을 수 없게 하는 것이 하나 더 늘어난다는 거죠. '희운의 감정'말이에요.

본편에서도 강우는 희운이 미소에 껌뻑 죽고, 무의식적 애교짓에 건물도 턱턱 바칩니다. 공항에서 희운을 발견한 순간, 온전한 강희운을 가져야겠다고 결심하고, 절체절명의 타이밍에 나타나 희운을 완벽하게 포획하죠. 희운을 복학시켜줄 수 있었던 것도, 희운이 손 안에 있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어요. 언제든 다시 집에 감금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죠.

하지만, 외전에서 강우는 희운의 표정을 살피고, 기죽은 모습을 보며 '자제'라는 것을 합니다. 과거 희운에게 조활동을 미룬 무임승차자, 사회생활 운운하며 술을 먹인 형, 전화 협박을 일삼던 조폭의 말로를 생각한다면, 강우의 고뇌를 짐작할 수 있죠. 그 결과로, 희운의 회사 선배는 위기를 모면 받고, 과외 학생들과 다르게 베이킹 강사와 백화점 앞 설문녀는 험한 꼴을 보지 않습니다. 강우는 생일초를 불며 희운의 퇴사를 빌면서도, 희운을 퇴사 시키지는 않습니다.

강우는 약자가 됩니다. 하지만, 희운이 강자가 된 것은 아니에요. 그저 강우가 변했죠. 그건 아주 유쾌하고 기분 좋은 패배처럼 보입니다. 강우는 깡패를 멸시하는 아버지에게 싫지만 무시할 수 없는 불편한 아들이었고, 깡패 할아버지에게는 쓸만한 후계자였어요. 강우는 이들의 품평에 신경 쓰지 않고, 착실히 얻을 수 있는 이득만을 잘 챙깁니다. 잃을 건 그 뿐이었고, 이미 가진 것은 많았으니,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을 거예요.

그런 강우에게 잃고 싶지 않은 것이 생깁니다. 강우는 이제 '희운'뿐만 아니라 '희운과의 행복한 미래'도 가지고 싶어졌어요. 그 미래에는, 희운이 웃고 있어야 하고, 계속 사랑해야 하고, 렉시를 산책시키고 해외여행을 가고 저녁을 함께 먹고 기념일을 챙겨주는 무사 평탄한 일상을 보내고 있어야 하죠. 희운은 두 발목을 부러트린다고 해도, 마취만은 꼭 해달라고 대답할지 모르지만, 덜 웃고 오래 기죽고 더 겁 먹기 시작할거예요. 강우는 희운에게 비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에 이릅니다.

독자에게는 작품을 놓아주어야 할 때가 있습니다. 계속 외전이 나오고, 속편이 나오다 보면, 결국 그 작품 자체가 산으로 갈 때가 있거든요. 그러다 보면, 애정이 실망으로 바뀌기도 하죠. 그래서, 이대로 마무리되어야 충분히 훌륭한 이야기라면, 그대로 떠나보내야 해요. 하지만... 폼리스.... 도저히 놓을 수가 없네요. 작가님... 희운과 강우의 10년 뒤, 한 편만 더 써주시면 안 되나요? 이들의 변이는 아직 진행 중이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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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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