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넥스큐브

출간일: 2020.12.04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넥스큐브

 

point 2 줄거리

기: 지긋지긋한 인생을 끝내기 위해, 마츠모토 쿠니미는 지하철로 뛰어 든다. 그리고 눈을 떳을 때, 과거로 돌아와 있었다. 습관처럼 모교로 발을 옮기던 쿠니미에게 육상부 후배, 가쿠 이치류가 다가 온다. 절친인듯 허물없이 다가오는 이치류를, 쿠니미는 기억하지 못한다. 다만, 고지식 할 정도로 바른, 육상부 에이스 이치류의 짝사랑 상대가 자신임은 알게 된다.

승: 쿠니미는 부상으로 육상을 그만두었고, 이치류는 쿠니미에게 육상을 계속 권한다. 쿠니미는 한결같이 자신의 곁을 머무는 이치류의 고백을 받아 주지만, 아저씨의 마음도 모르고 이치류는 순서(?)를 지키며 쿠니미를 소중히 대한다. 쿠니미는 문득 이런 이치류가 왜 자살하려는 미래의 자신 곁에는 없었는지 의문을 품으며, 막연히 중요한 것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다는 불안함을 느낀다.

전: 한편, 촉망받는 육상선수인 이치류는 세이카이 재단에서 스카웃을 받지만, 쿠니미를 위해 토우타이로 진학하려 한다. 그 모습을 보며, 쿠니미는 과거 자신이 전국체전에 나갈 정도로 뛰어난 선수였고, 그런 쿠니미와 함께 육상을 하기 위해 이치류가 지금의 학교로 따라왔다는 사실을 기억해 낸다. 그리고,열등감 때문에 이치류를 포함한 모든 사람과 연락을 끊고 지방대로 도피했었다.

결: 쿠니미는 병원에서 눈을 뜬다. 졸업 후 이치류는 육상선수로 승승장구했고, 이치류에게 도망쳐 변변치 않게 살고 있던 쿠니미는 그런 이치류를 의도적으로 잊으려 했었다. 쿠니미는 꿈에서 깨어나 이치류를 찾아 간다. 그리고 현실의 이치류는 꿈 속과 같았고, 쿠니미를 찾기 위해 인터뷰마다 그를 언급해 화제가 됐었다는 것도 알게 된다. 쿠니미는 이치류와 꿈을 속편을 살아가기로 선택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잊어버린 것들

뇌는 장기기억와 단기기억을 담는 그릇이 다르다고 합니다. 단기기억을 담는 그릇에서 장기기억을 담는 그릇으로 굳어지기 위해서, 반복 혹은 강한 감정이 필요하다네요. 그리고 대부분의 강한 감정들은 긍정적인 것보다는 부정적인 것들이 많습니다. 열등감, 수치심, 패배감, 위기감, 불안함, 두 번 다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감정은, 아이러니하게도 효과 좋은 기억의 강화제인 셈이죠. 그리고 강한 감정으로 각인 된 장기기억은, 연상작용이라는 잔인한 기능을 가집니다. 결국, 그 트리거는 고통스러운 챗바퀴 안으로 나를 밀어 넣고, 숨을 헐떡이며 달려도 그 자리에서 한발도 나아가지 않습니다.

그래서, 명상을 배우고 종교의 힘을 빌려 머리를 비우려 노력합니다. 기억과 감정, 어느 것도 남기지 않는 고요하고 평안한 상태를 지향하라는, 아주 많은 자기개발책들이 말하듯 말이예요. 한국 스님, 일본 스님, 미국 요가마스터가 쓴 책들을 저도 열심히 읽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정말 정답일까요? 확실히 편안해 지고, 여유로워 질 것 같습니다. 누구도 괴롭고 싶지 않고, 괴롭지만 않다면 그 상태만으로 충분히 '좋다.'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저는 조금 불안했습니다. 반드시, 꼭, 기억 해야 하는 것들 조차도 비워질까봐요.

쿠니미는 훌륭한 성적을 가진 육상선수 였고, 육상부의 부장이었죠. 그런 쿠니미는 후배 이치류에게 폼을 칭찬하고, 쿠니미와 함께 달리고 싶었던 이치류는 쿠니미의 학교로 진학합니다. 타인에겐 냉정하지만, 자신에겐 연심을 숨기지 않으며 언제나 졸졸졸 뒤를 쫒는 후배... 쿠니미는 이치류와 즐거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그런 이치류를 보며 쿠니미는 자신의 성향도 깨닫죠.

그러던 어느날 쿠니미는 이치류의 스카웃에 들떠, 쿠니미와 이치류를 비교하는 선생님들의 잡담을 엿듣게 됩니다. 쿠니미가 체육선생님이든 코치든 육상을 포기하지 않길 바랐던 이치류는 '그' 스카웃을 거절하고 진학을 선택합니다. 그리고 그런 이치류를 보며, 쿠니미는 애정이 아닌 열등감을 느끼죠. 이런 비참한 비교를 졸업 이후에도 듣고 싶지 않았죠. 결국 쿠니미는 도망칩니다. 그리고 도망쳐 간 곳은 결코 피난척도 안식처도 아니었어요. 또다른 전장이었고, 쿠니미는 그 끝에서 자살을 선택합니다.

쿠니미가 뛰어든 지하철은 급정거에 성공했고, 쿠니미는 살아 납니다. 그리고, 연일 메달리스트로 오르내리는 이치류를 보지 않으려 노력했고, 끝내는 잊어버렸다는 사실을 떠올립니다. 쿠니미가 잊은 것은, 오로지 자신만을 생각했던 한 남자였고, 그건 차가운 지하철 선로로 스스로 던졌던 쿠니미에게 절실한 하나였죠. 쿠니미가 외면했던 인터뷰들은, 후배 육상선수의 성공담이 아닌 쿠니미를 애타게 찾고 있던 짝사랑남의 고백이었어요.

있으나 있지 않고, 보고 있으나 보이지 않는 것들의 존재를 짐작하고 있어도, 현실은 내가 기억하는 것이 '사실'이라고 쉽게 치부해 버립니다. '기억'은 주관적이라는 걸 알면서도, 꼭 누군가의 기억에는 객관적인 현실이 있을 것 처럼 믿어버리죠. 하지만, 꿈이 달의 이면을 비추 듯, 사실이라고 믿고 있는 진실의 뒷면을 보여준다면 어떨까요? 고통의 챗바퀴 밖으로, 드디어 걸어 나올 수 있을까요? 쿠니미처럼 말이죠.

쿠니미는 이치류를 찾아 갑니다. 과거 엉망이었던 이별과, 한심해져 버린 샐러리면 쿠니미를 비난의 눈빛으로 볼 수도 있을거라고 생각하면서도요. 하지만, 이치류는 마치 꿈 속에서 뛰어 나온 것 처럼, 펜스 밖에 쿠니미에게 다가옵니다. 가장 먼저 다친 쿠니미를 걱정하고, 변하지 않은 연심을 고백하고, 그간 홀로 절망적인 시간을 보냈을 쿠니미를 위로했죠. 무엇도 쿠니미의 예상과 같지 않았고, 쿠니미는 실패한 인생도 아니었어요.

좋은 사람, 행복한 순간, 어느 답답하고 암담한 날에 필요한 깨달음... 이런 것들은 송곳처럼 날카로운 감정을 동반하지 않지만, 꼭 기억하고 싶은 것들이죠. 하지만, 살을 애는 시린 기억을 뚫고 지나야면 만날 수 있는 수면 아래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글을 쓰는 듯 합니다. 언젠가의 내가, 오늘의 나를 발 견 할 수 있도록요. 쿠니미의 꿈은 바랄 수 없으니 말이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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