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주)에이블윅스 씨앤씨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주)에이블윅스 씨앤씨

point 2 줄거리

기: 유아교육과 대학원생 켄토는 오른 기숙사비와 오르지 않는 보육원 알바비로인해, 저렴한 집을 찾아 급하게 이사한다. 그리고 한겨울 가스설비가 없는 집에서, 켄토는 죽을 위기에 놓인다. 그때 옆집에 사는 소우시가 쓰러진 켄토를 구해준다. 말 대신 표정과 분위기로 의사를 표현하는, 시커먼 메탈 애호가, 하지만 소우시는 켄토에게 난방 기구를 챙겨주고 맛있는 치즈케이크도 준다. 그날 이후 켄토는 소우시와 함께 식사하기 시작한다.

승: 사교적인 켄토는 소우시에게 친근하게 다가간다. 반면, 소우시는 서투르다. 파티쉐로 일하면서도, 그곳 점장의 술초대 거절도 잘 하지 못하고, 슈퍼 추첨에 당첨되어서도 우물 주물 한다. 그런 소우시에게 메탈은 외부의 소리를 지워주는 수단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진짜 메탈을 좋아하게 됐고, 대화도 하고 싶어졌다. 자신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기 시작한 수줍은 소우시의 모습에, 켄토는 사랑을 느낀다. 켄토는 게이였다.

전: 잠든 켄토에게 도둑 입맞춤 한 날부터 켄토는 소우시를 피한다. 소우시는 그런 켄토의 모습에 상처받지만, 용기를 내서 켄토의 크리스마스 케이크 예약증을 전달하고, 크리스마스이브에 소우지의 과자점을 찾아온다. 켄토는 소우시에게 아웃팅하고, 소우시를 좋아하고 있다고 고백한다. 한동안 혼란을 겪던 소우시는, 결국 켄토를 좋아한다고 화답해 준다.

결: 두 사람은 연인이 되었던 겨울은 지나고, 계절은 돌고 돌아 다시 겨울이 된다. 그때까지 잔잔한 스킨십만 이어가고 있던 두 사람이지만, 켄토도 소우시도 그다음 단계를 원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소우시는 '그 한 걸음이 미래를 바꾼다.'는 정치 선전 문구를 보고, 뜨밤을 결심한다. 그렇게, 두 사람은, 또 한 번 특별한 겨울을 맞이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겨울... 그 추위와 추억

'이웃집 메탈러'는 이웃님 블로그 리뷰를 보고 접하게 된 책입니다. 제가 읽은 마미타 작가님의 첫 작품인 셈이죠.

두 사람은 3번의 겨울을 함께 보냅니다. 켄토가 얼어 죽을 뻔 했던 첫 번째 겨울, 소우시와 켄토가 연인이 되었던 두 번째 겨울, 그렇게 켜켜이 쌓인 두 사람의 애정이 마지막 고지를 넘은 세 번째 겨울이요. 그리고, 소리 없이 사박사박 내리는 눈처럼, 마땅히 돌아오는 혹한의 계절처럼, 네 번째 다섯 번째 겨울도 있을 것 같은, 잔잔한 일상물입니다.

유례없는 폭설과 세금 먹보 서울시의 경악할 제설 작업으로, 눈이라면 한동안 보고 싶지 않을 정도로 질렸지만!!! 그럼에도 또 이렇게 다정한 겨울 이야기를 보면, 마음이 사르르 녹습니다. '인문학은 자살을 막는다.' 대학교 교양 수업 중, 한 교수님이 말씀하신 구절인데 문득 떠오릅니다. 감정은 칼같이 솟아올라, 뇌 회로를 끊고, 입 밖으로 나가 타인의 마음을 해치고,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내게 돌아오죠. 그렇게 내 마음을 죽입니다. 그런 면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이 확실히 자살을 막는 효과가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혀 때문에 흥한 자 현 때문에 망한다.' 영업직 출신들을 보면 가끔씩 드는 생각입니다. 달변가는 유리하게 상황을 유도하고 '우리'의 공로를 '나'의 공로로, '나'의 흠결을 '너'의 잘못으로 만드는 능력이 있어요. 그것이 이치와 충돌하는 정도에 이르면, 궤변가와 허언 증익 되겠지만, 분명 동일한 노력을 해도 더 빛나 보이는 재능은 맞습니다. 마치, 날로 사면 5천 원이 장미를, 포장하면 5만 원이 되는 것처럼요.

그런데, '도취'라는 것은 중독되기 쉬운 성질의 것이라, 말 잘 하는 사람들은 그 '좋은' 재능을 '위험'하게 사용할 때가 있습니다. 반대로 쓰여도 영향력이 줄지 않는 것이 '말'은 많은 이들에게 생채기를 내고도, 스스로 날붙인줄도 몰라요. 그렇게 말로 다친 이들이, 말문을 닫는 방법으로 간신히 상처를 돌보고 있는 줄도 모르죠. 앙칼진 여자친구를 만나고 말 수가 줄은 남자친구가, 독설가 상사를 두고 과묵해진 사원이, 또래에 언어폭력이 시달린 피해 학생이 그렇듯 말이에요.

이웃집에 사는 메탈 애호가, 소우시 역시 그렇습니다. 소우시는 말이 느렸습니다. 하지만, 아무도 그 조금 느린 소우시의 말을 기다려 주지 않았죠. 소우시는 타인과 말할 때마다 빨리 말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고, 긴장과 불안이 극대화된 짧은 순간 '좋은' 대답을 찾을 수 없었어요. 그러게, 소우시는 세상과의 소통을 단절 시켜주는 메탈로 귀를 막고, 입을 닫고, 무시무시한 오로라를 풍기며, 자신을 말 많은 세상으로부터 지키기 시작합니다.

소우시는 자신이 파티쉐로 일하는 과자점 점장님이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알고 있고, 자신에게 추첨 사실을 알려주는 슈퍼 점원의 호의도 느끼고 있어요. 하지만, 그들이 자신의 대답을 기다려 주는 '그 순간'이 힘들었죠. 그건 중첩된 상처의 기억들이 만들어 낸 반복된 공포였으니까요. 그래도, 소우시는 사람들과 대화하고 싶었습니다. 켄토를 좋아하게 되면서, 켄토를 알고 싶어 합니다. 소우시는 소우시가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힘을 다해, 켄토에게 다가가죠.

'이웃집 메탈러'는 이웃이 연인이 되는 다소 흔한 소재를 다루고 있습니다. 자낮수와 다정공의 만남, 앞으로 나아가는 두 사람의 이야기 말이에요. 하지만, '메탈'과 '말'이라는 장치는, '겨울'이라는 배경과 더불어 특유의 분위기를 자아 냅니다. 시끄러운 음악과 과묵한 메탈러, 돈 없는 대학원생을 얼어죽이는 잔혹한 추위와 그래서 발견된(?) 따뜻함, 추운 건 싫지만 붕어빵은 좋은 느낌이랄까요.

BL 중에 주인공이 파티쉐인 작품들이 꾀 있습니다. 역시, 먹는 것만큼이나 마음을 여는데 좋은 무기는 없고, 특히나 달달한 케이크라면 가산점이 적지 않죠. 하지만, 저는 그래도 호빵과 붕어빵 파인가 봅니다. 연신 눈이 내리는 배경과, 털 모자와 목도리를 둘둘 감은 복슬복슬한 옷차림에도, 따끈한 겨울 간식만 있으면 포근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요? 요즘은 코로나의 여파인지, 길거리 겨울 간식도 보기 힘듭니다. 그래요. 어쩌면 폭설과 혹한만이 문제는 아닐지도 모르겠습니다. 올해 겨울이 유독 추운 것은, 나의 계란빵이 실종된 까닭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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