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애코믹스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 유타카는 타인과 함께 하는 식사가 불편했다. 그래서, 매일 점심시간이 되면 공원 벤치에서 주먹밥 도시락을 먹었다. 그러던 어느 날, 꼬르륵 소리를 내며 한 꼬마가 다가오고, 미네는 자신의 주먹밥 하나를 건네준다. 그 후 그 공원에서 그 꼬마와 꼬마의 형을 다시 만난다. 꼬마는 그날 먹었던 주먹밥이 너무 맛있었다며 다시 먹고 싶어 했고, 꼬마의 형은 주먹밥 만드는 법을 알려달라고 부탁한다. 얼떨결에 유타카는 주말에 집에 찾아가기로 약속까지 한다.

: 꼬마의 이름은 미네, 꼬마의 형은 미노루, 이 형제는 2년 전 어머니를 잃었고, 도자기 빚는 재주는 있지만 요리는 영 창의적인 아버지와 함께 살고 있었다. 예상외로, 정말 찾아온 유타카와 함께 주먹밥을 만들어 먹으면서, 세 사람은 함께 하는 식사가 주는 평화를 나눈다. 이후 매주 주말 미네와 미노루는 유카타를 기다리고, 유타카는 행복한 식탁으로 향하는 생활이 이어진다.

: 여느 주말처럼 함께 마트를 간 날, 세 사람은 우연히 유타카의 형과 마주치고, 미노루는 순간 경직된 유타카를 발견한다. 한편, 세 사람은 점점 서로의 삶 속에 깊이 스며들고, 미노루는 회사 점심시간에 유타카가 점심을 먹는 공원에 찾아가 함께 도시락을 먹기도 한다. 시간은 흘러, 크리스마스이브가 되고, 감기에 걸린 미네의 초대에 응하지 못한다. 그리고, 집에 홀로 있는 유타카를 찾아가 우동을 끓여주고, 간호해 주며 쓸쓸하지 않도록 함께 있어 준다.

: 건강을 회복한 유타카는 미노루에게 혼자 밥을 먹게 된 사연을, 미노루는 유타카가 기억하지 못하는 그들의 첫 만남을 이야기한다. 그리고, 미노루는 유타카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유타카는 미노루, 미노와 함께 한 시간이 너무 행복한 나머지 잃을까 두려워지기 시작한다. 한편, 유타카는 미노루의 집에서 신년을 함께 보내고, 미노루의 아버지에게 용기를 얻어 미노루의 고백에 대답한다. 두 사람은 함께 밥을 먹고, 함께 살기로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함께 먹는 밥의 맛!

민족의 대명절 설입니다. 두둥! 하지만, 명절 분위기 참 안 나네요. 작년 추석에 '우리 집 신령님'을, 크리스마스이브에 '섹시 산타 카리스마'를 리뷰하면서 같은 류의 멘트를 했던 것 같은데, '완전히'는 아니지만 이렇게 조금도 나아지지 않을 줄이야... 올해 추석은 좀 나아질까요? 기대의 기회비용이 실망인 것을 알아도, 도무지 기대를 버릴 수 없네요.

혼밥족이라는 말조차 어색할 정도로, 근래에는 밥을 혼자 먹는 사람들이 정말 많아졌어요. 저는 좀 많이 바쁜 대학생활을 할 수밖에 없었는데, 그러다 보니 혼자 밥 먹는 것이 익숙했습니다. 틈을 놓치면, 식사 타이밍을 잡기 애매했거든요. 그래서, 밥, 국, 반찬 다 나오는 한식도 10분 만에 클리어하는 재주도 생겼습니다.(흐뭇) 어쨌든, 그 시절 혼자 밥 먹고 있으면, 지나가던 친구들이 불쌍하게 밥을 왜 혼자 먹냐고 부러 앞자리에 앉아, 본인에게만 자애로운 불편함을 주었었죠. 근데, 특정인을 비난하기엔, 그땐 제가 혼자 밥 먹는 걸 보는 열 중 아홉은 안타깝게 여졌습니다. 정말 여~세월의 이야기예요.

하지만, 확실히 정말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맛있었던 밥을 생각해 보면, 혼자 먹은 식사는 딱히 떠오르지 않아요. 혼자 여행하며 맛있게 먹었던 음식은 많지만, 그래도 음식 맛에 즐거운 분위기를 더 한 것을 이길 수 없는 듯합니다. 유타카의 주먹밥처럼요.

식사의 목적은 오로지 배고픔을 잠재우기 위한 것! 유타카는 빨리 간편히 먹을 수 있도록 속 재료를 잔뜩 넣은 주먹밥을 만들어 먹었어요. 유타카의 주먹밥은 조금도 특별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렇게 맛있다고 느끼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미네가 맛있다고 하는 순간 맛있는 주먹밥이 됐고, 미노루 형제와 함께 만들면서 특별한 주먹밥이 됐죠. 유타카는 이 주먹밥을 함께 만들어 먹는 것이 행복하다고 느낍니다.

그리고, 세사람은 매일 주말 함께 장을 보고, 요리를 만들고, 함께 먹는 것을 기대하고 기다리게 돼요.

 

유타카, 미네, 미노루 모두 서로를 몰랐던 시절에도 밥을 먹고 살았을 거예요. 먹지 않으면 살 수 없으니까요. 하지만, 그들이 먹은 것은 밥만이 아니었고, 그들에게 부족한 것은 영양소만이 아니었죠.

유타카는 어린 시절 부모님을 잃고, 조부모와 함께 살다가, 친척 집에 양자로 입양됩니다. 재정적으로 풍족했던 양부모님은 유타카를 아낌없이 지원해 주지만, 그 집에 형제들을 유타카에게 나누어지는 부모님의 것들이 싫었어요. 그래서, 부모님이 안 계신 식사 자리에서, 유타카를 식사 예절이 없고, 송곳니 같은 이도 더러워서, 밥맛이 떨어진다고 구박을 해요. 유타카는 혼자 밥 먹기 시작했고, 그 이후 친구나 동료들과도 함께 식사하기 무서워졌죠.

 

유타카는 이렇게 '밥의 맛'을 잃어가요. 반면, 미노루는 '밥의 맛'에 허기를 느낍니다. 미노루는 어머니를 병으로 잃습니다. 그때, 미노루는 아픈 어머니가 언제 자신을 떠나갈까 불안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사실에, 조금은 편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미노루가 느끼게 됐던 건, 속이 비어버린 것 같은 허기였어요. 미노루가 먹고 싶은 어머니의 밥은 더 이상 먹을 수 없었죠. 미노루는 밥을 먹으면서, 그 밥의 맛을 그리워합니다.

이런 유타카와 미노루이기에, 다시 찾은 행복한 식탁을 잃고 싶지 않았어요. 유타카는 미노루의 고백을 받고, 미노루의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행복할수록, 어느 날 찾아올지도 모르는 상실의 아픔이 무서워졌어요. 유타카는 겁이 나기 시작했고, 결국 미노루의 아버지에게 어머니와 헤어지고 느끼는 슬픔에 대해 묻기에 이릅니다. 그리고, 훌륭한 어른은 아이들에게 용기를 주는 법이죠.

 

어딘가에서 가장 오래 기억되는 감각은 후각이라고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예전에 살았던 집에 항상 밥 냄새가 났었는데, 저는 그것이 참 싫었습니다. 꽃향기나 상큼한 과일향같이 좋은 냄새가 나는 집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디퓨저 따위는 낭비라는 신념(?)을 가진 가주에 의해, 그 집 벽지에, 가구에 베인 향은 압력 밥솥에서 폴폴폴 올라오는 밥 김 냄새였었어요.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며 식후 나른함을 즐기며 툇마루에 앉아있는 유타카, 미네, 미노루의 모습을 보는데, 문득 그 밥 냄새가 떠올랐습니다.

명절 밥상에 대한 좋은 기억은 없습니다. 조용한 명절도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혼자 먹는 밥은 썩 맛있지 않네요.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먹고, 그 순간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그런 밥에 대한 기억이 차곡차곡 쌓여, 매일 내가 먹는 밥의 맛을 감칠맛 나게 만들어 줄 것 같아요. 맛소금보다, MSG보다 강력한, 그때 먹었던 그 맛에 대한 기억이라는 조미료 말이에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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