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사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기: 교실에서 BL을 읽던 이마이에게 코노스가 말을 건다. 코노스도 사실 BL을 읽고 있었던 것! 이마이는 자신이 게이인 것 같다고 고백을 하게 되고, 비밀을 공유한 이마이는 부모님의 사이가 안 좋아 늘 혼자인 코노스에 집에 드나들게 된다. 그리고, 그때마다 코노스는 이마이에게 애무해 준다. 이마이는 다정한 코노스와의 시간이 늘어나면서 코노스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코노스는 이마이에게 섹스를 제안한다.

승: 코너스와 첫 경험을 끝낸 이마이는 코노스에게 자신과 잠을 잔 이유를 묻는다. 하지만, 코노스는 이유는 필요 없다며, 남자랑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한다. 이에 상처를 받은 이마이는 코노스에게 화를 내고, 때마침 부모님의 이혼 때문에 코노스가 이사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오해를 풀지 못한채 헤어진다. 그 후 이마이는 BL를 보지 않는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된 이마이는 새로 이사 한 집의 이웃 주민인, 코노스를 만난다.

전: 이사하자마자 이마이의 집에는 물이 새고, 이마이는 코노스의 신세를 지게 된다. 어색한 이마이와 다르게 코노스는 한결같이 다정했고, 남자를 찾으러 니초메로 간다는 이마이의 섹파도 되어 준다. 집이 수리하는 동안 코노스의 집에 머물면서, 회계사가 된 이마이와 웹디자이너가 된 코노스는 서로의 생활에 자연스럽게 물들어 간다. 그리고, 이마이가 감기에 걸린 날, 두 사람은 묵혀 둔 진심을 토로하게 된다.

결: 오해를 풀게 된 두 사람은, 삽질 구간을 지나, 고백을 하고 연인이 된다. 이마이는 코노스와 함께 BL을 고르러 서점에 가며, 즐거운 데이트를 즐긴다. 한편, 과거와 다르게 BL 수위는 과격해져 있었고, 두 사람은 첫 경험을 막 끝낸 풋내기가 아닌 야한짓에 목마른 성인이 되어 있었다. 이때도, 두 사람은 다소 과한 삽질을 하지만, 결국 가상과 현실을 오가는 즐거운 BL라이프를 즐기는 것으로 Happy ending!

point 3 진지충의 Review: Fac, si facis.(만일 그 일을 하고자 한다면, 그 일을 하라!)

만약, 쉽다면 이런 라틴 속담이 있지도 않겠죠. 다이어트를 하려면 식사량을 줄이거나 운동을 해야 하지만, 피트니스센터를 끊거나, 운동복을 사고, 다이어트 보조제를 깊이 연구합니다. 공부를 하려면 책상에 앉아 문자를 눈에 비추고 뇌에 새겨 넣는 작업을 해야 하지만, 왜 책상 청소나 카페인 한 잔이 먼저 생각날까요? 의외로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하고자 하는 일과 비슷하거나, 하고자 하는 일과 간접적으로 연관있는 일을 하면서, 하고자 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착각합니다. 하지만, 알고 있어요. 분명히 다르다는걸...

제3자 관찰자 시점에서 이런 모습을 본다면, 참 한심스러울 것 같아요. 바로, 삽질물을 보는 독자1의 시점이죠. 그럼에도, 삽질물을 보는 이유... 세상은 모호하고, 감정은 애매하고, 선택한 되돌릴 수 없으니, 결단을 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그것이 어려운 일이기에, 뻔히 보이는 길도 돌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 공감하고, 안따까워 하는 거겠죠. 그리하야, 삽질물의 묘미는, 고구마 뻑뻑미와 답답 귀욤 멍충미가 아니겠습니까?

'우리들을 위한 권장도서'는 가는 선을 잘 쓰시는 요시다 유코님의 작품답게, 단정하고 깔끔한 작화가 소소한 일상을 배경으로 담백하게 표현되어 있습니다. 그림 보는 맛이 있죠. 반면, 서로 좋아하는 게 뻔하지만, 공연한 삽질로 시간을 보낸 주인공들이, 재회 후 오해를 풀고 꽁냥꽁냥하며 사는, 단순하고 전형적인 클리셰를 다루고 있어요. 내용은 딱 그 한 줄 요약 이상도 이하도 아닙니다.

수줍음 많은 이마이 자리에 찾아가 아는 척을 했을 때부터, 누가 봐도 코노스는 이마이를 좋아하는 거였지만... 뒤돌아 걷는 코노스가 자신을 돌아 봐주길 바랄 때부터, 누가 봐도 이마이는 코노스를 좋아하는 거였지만... 이마이는 코노스에게 몸을 내주면서도 고백하지 않고, 이마이를 늘 탐하는 코노스는 이마이에게 '남자'랑도 상관없다는 식의 객기를 부립니다. 두 사람이 하고 싶은 건 연애지만, 두 사람이 실제 하는 일은 삽질인 셈이죠.

물론, 두 사람에게도 나름의 이유는 있습니다. 코노스는 불편한 가정사로 여유가 없었고, BLer인 이마이는 연애에 대한 환상이 있었죠. 그래서 코노스는 이마이에게 느끼는 감정에 대해 고민 없이 경솔하게 대답했고, 이상적 연인을 꿈꿨던 이마이의 첫사랑은 시작도 못 해 보고 꺾여버립니다. 코노스는 화를 내는 이마이를 이해하지 못하고, 현실의 비정함을 깨달은 이마이는 BL을 끊고 니초메로 가죠. 하지만, 이마이에게 누구도 코노스와 같은 마음이 되진 않았어요.

 

이마이는 '게이'이라는 정체성과 '연애'에 대한 환상으로 BL을 봤지만, 사실 코노스에겐 그런 것이 없었어요. 그저, 이마이에게 관심이 갔고, 어느새 눈으로 좇고 있었으며, 스킨십 욕구도 나날이, 충실히, 늘어갔죠. 하지만, 남자가 아니라 '이마이'에게만 가지게 되는 이 특별한 감정에 이름을, 삽질공답게 코노스는 알아채지 못합니다. 그리고, 둘은 성인이 돼서 재회를 해요.

코노스가 '네가 좋아.' 한 마디를 못해서 먼 길을 돌아왔다고 하더라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BLer들은 연애 이론만큼은 동서고금, 국경과 인종을 초월한, 전천후의 전문가들 아닌가요? 하지만, 이마이는 '나를 좋아해?' 대신에 '나를 왜 잤어?'를 물어봅니다. 선수조차도 임자 앞에서는 서툴러지는 BL계에서, 일편단심 직진공도 그 질문에만큼은 달변가가 의외로 적지만... 어쨌든, 이론과 실전을 모두 경험할 수 있었던 BLer는 상처받습니다. 참 이상하죠. 연애를 하고 싶었던 이마이는, 그토록 상처받았지만 실제로 코노스에게 고백은 한 적은 없었어요.

이렇게 불안 하고, 간절히 원하고, 중요한 일인데도, 왜 회피하거나 미루는 걸까요? 오히려, 일상적인 사건사고들은 번거롭고 사소해도 기계적으로 해결하고 있는데 말이죠. 나는 왜 하고자 하는 일을, '지금' 안하고 있을까? 싫은가? 괴로운가? 끔찍한가? 생각해 보면, 의외로 그 일 자체는 문제가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히려 미루고 피하는 동안 겪게 되는 부채감과 초조함이 더 큰 문제죠.

필사의 각오를 다지게 되는 중요한 일일수록, 완전무결한 '상태'를 필요로 한다고 여기게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늘 부족하고, 불안한 안전장비를 착용하고 번지점프대에 오르는 것처럼, 막상 시작하지 못하고 그 근처만 계속 맴돌게 되는 거죠. 그러다 때론 그 일은 시작도 하기 전에 실패하게 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때면 꼭 '안 한 것'이 아닌 다른 원인을 들어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이대로도 괜찮아.' '꼭 타인의 기준을 맞춰 살 필요는 없지.' '나에게 필요한 건 휴식이야.' '어차피 이 사회는 뭘 해도 희망이 없어.' '올해는 삼재래'

이마이는 코노스와 섹스를 하고 싶었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먼저 스킨십을 욕구한 적이 없었죠. 다만, 상냥하고 다정한 코노스와의 시간이 좋았고, 자신의 비밀을 유일하게 공유한 사람이 코노스라서 더 좋았어요. 하지만, 코노스는 이마이에게 먼저 키스하고, 먼저 방으로 가자고 하고, 먼저 애무하고, 먼저 섹스하자고 했죠. 이마이는 코노스의 요구를 거부하고 싶지 않았고, 계속 좋은 관계이고 싶었어요. 그건 분명 '연인'을 바란 거였지만,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먼저 '준비' 되어야 할 게 있다고 생각했죠.

그리고, 그 '염려'가 핵심을 빗나가 제대로 헛다리를 집게 만듭니다. 이마이는 BL를 끊을 필요도, 니쵸메를 갈 이유도 없었어요. 코노스는 이마이와의 관계를 몸뿐인 관계로 정의 한 적도 없고, 이마이가 자신을 좋아하는 줄도 몰랐을 테니까 말이죠.

'Just do it' 그냥 좀 해! 왠지 영어로 해야 더 있어 보이는 까닭은 나이키의 영향일까요? 당연한 말이지만, 하고자 하는 일을 하지 않고 하는 법은 없습니다. 말을 해야 오해가 풀리고, 고백을 해야 연애를 하죠. 하지만, 이마이를 삽질이라 탓하는 마음 한켠이 찜찜한 이유는, 저 역시 지금 리뷰로 도피 중이기 때문일 거예요. 물론, 제가 해야 할 일을 해도 권장하는 도서 속 주인공이 될 순 없겠지만, 배드 엔딩을 피하려면 이제 just do it! 해야겠죠................. ㅜ.ㅜ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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