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사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물에 빠진 물고기: 매일 싸우는 부모를 피해 키시가 피한 곳은 욕실이었다. 키시는 바깥세상과 격리된 물속에 잠기는 버릇이 생겼고, 고등학생이 되어 수영부에 들어간다. 키시는 우사미 유키히코와 같은 반이었다. 호텔 재벌의 사생로 태어나 뒤늦게 생부에게 입양된 우사미는, 바람둥이 탕아로 살고 있었고,키시는 그런 우사미를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의 지시라며 우사미를 강제로 차에 태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욱한 키시는 우사미를 데리고 도망친다.

그 이후 두 사람을 급격히 친해진다. 두 사람 중 사랑을 먼저 깨달은 것은 키시었다. 하지만, 키시는 사랑과 함께 실연을 깨닫는다. 우사미는 자신에게 냉정한 키시를 좋아했고, 키시는 우사미에게 마음을 속이며 수영장 깊이 잠수한다. 한편, 키시의 부모님은 이혼을 결정한다. 키시는 그날도 수영장 물속 깊이 잠수하고, 익사 할 뻔한 순간 우사미에게 구출된다. 순간 감정을 숨기지 못한 키시는 우사미에게 안기고, 혼란스러웠던 우사미는 키시를 떠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수영장에 있는 키시에게 우사미가 다시 찾아온다. 우사미는 키시에게 네가 원하는 내가 되겠다며, 사랑을 고백한다. 키시는 그런 우사미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진실'해진다. 키시는 수영부를 그만두고 알바를 시작하고, 우사미는 명문고에 편입을 한다.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 사막을 횡단하던 캐러밴 무리는 쓰러진 알파르드를 발견하지만, 내버려 두고 떠나려 한다. 그때, 그 캐러밴에 일하던 낙타 지기 카마르는 그를 구하고 정성껏 간호한다. 깨어난 알파르드는 카마르를 도둑으로 오해하지만, 곧 사실을 깨닫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알파르드는 아픈 카마르를 자신의 저택에 데리고가 요양하도록 돕는다. 알파르드는 거부 무역상의 아들, 카마르는 사막에 남겨진 청나라 이방인이었다.

두 사람을 서로에게 물들어 갔다. 알파르드는 카마르를 사랑하게 되고, 카마르는 사막에 수로를 건설하려는 알파르드의 꿈을 지지해 줬다. 그러던 어느 날 카마르는 알파르드와 그의 형의 대화를 엿 듣는다. 그리고, 사막은 몰락하고 바다의 시대가 왔다는 것, 알파르드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막의 사람들을 버릴 수 없어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카마르는 알파르드가 그러하듯, 사막 낙타 지기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알파르드를 떠나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카마르는 가축을 팔고, 캐러밴을 해체한 뒤 마을을 떠나려는 계획을 듣게 된다. 그리고, 카마르는 유일한 이해자이자 친구였던, 낙타 사딕을 팔수 없었다. 카마르는 사딕과 함께 거친 사막으로 도망치다가 모래 폭풍이 휘말리고, 알파르드의 저택에서 눈을 뜬다. 카마르는 사딕이 자신을 알파르드에게 데려다준 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막의 배, 낙타는 사막을 건너 카마르를 알파르드에게 이어주고 떠났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갈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은 두 편의 짧은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입니다. 오가와 치세님의 대표작은, 착각 시리즈에요. '내가 너 따위를 좋아할 리 없어' '착각의 하트' '끝없는 불행에 관한 이야기' '착각과 불행의 사랑 이야기'로 이어지는, 개성 강한 두 커플의 밝고 유쾌한 연애담이죠. 이외도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발칙한 이야기들을 많이 쓰셨어요. 그런 점에서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은 기존 작품과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잔잔하고 여운이 긴 이야기였어요.

모든 역사는 역사가의 역사라고 합니다. 역사를 쓴 사람의 주관적 이야기라는 거죠. 국사 시험으로 울고 웃은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 공교육 경험자 1인은, 그럼 내가 그토록 외웠던 것들이 객관적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외칩니다. 물론, 불변의 '정보'도 있죠. 하지만, 모든 시간에 대한 모든 장소의 기록이 아닌 만큼, 선택과 정의, 명명과 해석을 거치지 않은 역사란 없고, 따라서 역사를 확정적 진리라고 주장하긴 힘들거예요. 그리고, 그 역사는 주로 승자들이 씁니다.

그래서, 마지막보다는 시작을 부각합니다. 망한 것은 망할 만했고, 메시아적 영웅이 나타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시대의 마지막을 지켰던 사람들은 어리석고, 부패하고, 수구적인 것처럼, 시대의 처음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깨어있고, 후덕하고, 진보적이라고 여겨요. 하지만, 역사를 잘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시류의 흐름에 읽고 새 시대의 빗장을 열어주지만, 스스로는 마지막 사람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많고, 전 시대에 벌린 부패와 과오를 덮기 위해, 새 시대의 깃발을 꽂은 자들도 있어요.

다만, 마지막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작하는 사람에 의해 쓰일 뿐이고, 그래서 갈 때는 아는 자의 뒷모습은 너무나 쉽게 묵살되죠. 그것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마지막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유독 더 감동받는 것 같아요.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처럼요.

카마르는 청나라 어머니의 뱃속에서, 사막을 건넙니다. 그리고, 3살이 됐을 때, 카마르는 캐러밴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이방인이 되죠. 카마르는 가족이자, 친구이자, 이해자인 낙타 사딕에게 위로받으며, 낙타 지기로 사막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하얗고 여린 피부의 카마르는 자주 아팠고, 마을의 짐처럼 여겨져요. 하지만, 캐러밴 대장은 사막의 시대는 끝나가고, 카마르는 이후 새 시대를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파르드 역시 무역로가 육로에서 해로로 바뀌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막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살고 있었고, 알파르드는 그들을 지키고 싶었죠. 하지만, 먹고 살 길이 바다로 돌아서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사막의 마을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갔어요. 사막의 주민은 더이상 주인공이 아니고, 낙타도 필요 없는 시대 오고 있었어요. 그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죠.

카마르는 그 선택들의 집약체 같아 보입니다. 캐러밴 대장은 카마르에게 마지막에서 시작으로 이어지는 바통을 건네 주었고, 사딕은 마지막 낙타 지기를 새로운 동반자에게 건네며 생을 마감합니다. 사막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알파르드는, 카마르와 함께 살아갈 바다로 눈을 돌립니다. 아마도, 여름이 되어 카마르가 동행한 알파르드의 새로운 터전은, 황금빛 모래가 아니라 푸른 수평선이 펼쳐진 곳이겠죠.

알파르드는 마을로 돌아가는 카마르에게 아스트롤라베를 건네 줍니다. 아스트롤라베는 별을 읽는 도구예요. 그렇게 별을 읽어서, 시간이나 위치를 알아내요. 아스트롤라베는 사막에서도, 바다에서도 오랫동안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줬습니다. 고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하늘 아래 어느 곳이든 별은 뜨고, 별이 뜨는 어느 곳이든 사람은 살아가고 있어요. 갈 때를 알고 떠나가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는, 빈자리를 채워 올 누군가를 희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진짜 승자들을 떠올려 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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