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IBLOS

분량: 본편 1권 + OVA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기: 쿠로다는 인형사다. 그가 만드는 인형은 하이브리드 차일드(HC)! 기계도 사람도 아닌, 주인의 마음을 비추는 거울이다. 명문가 이즈미가의 예비 당주 코타로는 HC 하즈키의 주인이다. 어느 날 하즈키가 쓰러지고, 코타로는 하즈키를 데리고 HC 인형사인 쿠로다를 찾는다. 하즈키는 초기 모델로 수명이 다 한 상태였고 고칠 수 없었다. 코타로는 새로운 HC를 구매하라고 조언했지만, 코타로는 한사코 하즈키만을 원했다. 결국, 쿠로다는 하즈키의 수명이 끝나기 전에 달의 물방울을 구해오라고 시킨다.

승: 도련님 코타로는 손에 피가 나도록 바닷가 땅을 파, 달의 물방울을 찾지만 끝내 실패한다. 그렇게 하즈키를 눈물로 떠나보내고 1년이 지나 쿠로다에게 전화 한 통을 받는다. 그리고, 청구서를 든 하즈키가 집으로 돌아온다. 은둔 무사 이치는, 또 다른 HC 유즈의 주인이다. 유즈는 이치님과 나란히 서고 싶지만 계속 키가 크지 않아 속상하다. 유즈는 깊은 밤, 정원에서 괴로운 표정을 짓는 이치님의 버팀목이 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즈는 끈적한 스킨십이 도움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이치를 찾는다.

전: 이치에게 키스+a를 받은 유즈는 키가 조금 컸다. 신이 난 유즈는 이치와 함께 새로 옷을 맞추러 시장으로 나가고, 이치는 괴한의 공격을 받아 두 눈을 잃는다. 유즈는 이치님의 과거를 듣고, 키가 안 크는 이유를 알게 된다. 유즈는 다정한 이치님이 아닌, 어떠한 이치님도 모두 알고 싶다고 말한다. 이치는 유즈의 말에 치유받는다. 이치는 과거 막부 세력과 반막부세력 간의 전쟁에 참전했다. 번의 가로인 츠키시마를 총지휘관으로, 소꿉친구인 쿠로다와 이치 역시 잔혹한 전장의 선봉에 섰다.

결: 하지만, 전쟁은 패하고, 영지를 지키기 위해 츠키시마는 할복을 요구받는다. 쿠로다는 츠키시마의 할복에 수긍하지 못하고, 할복 전날 츠키시마를 찾는다. 쿠로다와 츠키시마는 생애 마지막 밤을 함께 보내고, 다음날 아침 츠키시마는 할복한다. 쿠로다는 폐인이 되어 시간을 보내다, HC를 만들기 시작한다. 그리고 완성한 HC, 츠키시마와 닮은 그 인형은 과거 츠키시마가 건넨 벚꽃 가지 한 줄기를 꺾어 쿠로다에게 건넨다. 쿠로다의 마음을 비춘 거울, HC에 비친 건 츠키시마에 대한 사랑이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마음을 비추다.

떠올리려고 떠올리려고 해도, 도무지 이름이 생각이 나지 않는 작품이 하나 있었습니다. 그래서, 도움을 청했고, 한 이웃님이 댓글로 작품명을 알려 주셨어요. 정말, 집단 지성의 힘이란! 이렇게 위대합니다. 그 작품은 나카무라 슌기쿠님의 하이브리드 차일드! 급한 일만 마무리되면 찾아보겠노라 벼르고 있다가, 오늘 일어나자마자 영접했죠. 일단, 만화책은 원서밖에 구하지 못했습니다. 과거 나는 어떻게 봤었던 걸까요?

하지만, OVA를 발견한 호재도 있었습니다. 만든지 제법 되는지, 올드 한 느낌이긴 했지만... 엄청 울었습니다. 퀄리티보다는, 원작의 감성을 충실하게 표현한 것으로 10점 만점에 10점이었어요. 다만, 원작 만화에는 있던 외전이 없는 것은 다소 아쉬웠습니다. 사실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부분이었거든요. 츠키시마가 좋아하는 만쥬를 사기 위해, 쿠로다는 비 오는 날 긴 줄을 섰다가 감기에 걸리죠. 그런 쿠로다를 츠키시마가 병문안을 가는 이야기인데, Point1: 한 컷의 원어 만화가 그 장면이에요.

하이브리드 차일드는 크게 3편의 짧은 이야기로 이루어져 있어요. 하지만, 실은 앞에 2편은 마지막 이야기의 후일담이죠. 그 이후에도, 우리는 잘 살고 있어요~라는 말이에요. 츠키시마, 쿠로다, 이치는 신분은 다르지만 단짝 친구들이었어요. 몸이 약하고 소심한 츠키시마, 말은 걸걸하지만 다정한 쿠로다, 차분하고 진중한 이치, 이들은 만쥬와 꽃놀이를 즐기며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죠. 하지만 전쟁이 터지고, 가로 집안의 츠키시마와 무사 집안의 쿠로다와 이치는 선택 없는 비극을 맞이합니다.

결과는 처참했어요. 쿠로다는 전신에 큰 부상을 입고, 이치는 트라우마에서 헤어 나오지 못합니다. 그리고 츠키시마는 모든 책임을 지고 할복하죠. 츠키시마는 야망도 없고 건강하지도 못했지만, 가로 집안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만으로 외로운 어린 시절을 보냅니다. 그런 츠키시마를 구원해 준게 쿠로다였죠. 쿠로다는 다들 피하는 가로 집 도련님의 손을 잡고 산속을 뛰어다닙니다. 그 차가운 손이 조금이라도 따뜻해지길 바라면, 조급한 마음에 속도를 높여요.

분명, 그때부터 쿠로다는 츠키시마를 사랑했지만, 쿠로다는 끝끝내 츠키시마에게 그 말을 건네지 못합니다. 심지어, 마지막 밤 서로의 체온을 나누면서도, 둘은 서로에게 그 말을 하지 못합니다. 시간이 흘러 인형사가 된 쿠로다는 츠키시마의 얼굴을 잊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치는 쿠로다가 만든 HC를 보고 츠키시마를 떠올리지만, 쿠로다는 단호히 아니라고 해요. 잘 생각이 나지도 않는 과거일 뿐이라 여기면서요. 하지만, 쿠로다의 HC는 정확히 쿠로다의 마음을 비춥니다.

HC에 비친 것은 자신을 위해 벚꽃나무 가지를 가지고 와 건네 던 츠키시마의 모습이었어요. 쿠로다는 그날의 여름풀 향기, 하얀 구름과 바람, 그곳에 서 있던 츠키시마의 모든 것을 하나도 잊지 않았습니다. 왜냐면, 그건 뇌리가 아니 마음에 사무친 쿠로다의 연정이었으니까요. 쿠로다는 그 장면 속 자신이 느낀 강렬한 감정을 잃어 본 적이 없었던 거죠. 언제나 있었던 '사랑'이라는 것 말이에요. 쿠로다는 츠키시마에게 해주지 못한, 그 고백을 츠키마시를 닮은 하이브리드 차일드에게 드디어 건넵니다.

OVA는 없지만 원작에는 있는 짧은 이야기 속에서도, 수다스러운 두 사람은 말하지 않습니다. 시답지 않은 질문과, 핑계인 게 뻔한 답변만을 하죠. 비가 내려서, 수리를 맡긴 우산이 돌아오지 않아서, 비가 그칠 때까지는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을 간절히 여기며, 결코 말할 수 없는 연인의 시간을 보냅니다.

가끔, '나는 참으로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 소름 끼칠 때가 있어요. 절대 흥분하지 않겠노라 그토록 많이 다짐했음에도 또 욱하고 마는 자신을 바라볼 때, 해는 바뀌어도 침대에 녹은 인절미처럼 박제한 듯 빈둥거릴 때,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흘러도 같은 작품 같은 장면을 보고 질질 짜는 자신을 볼 때, 과거의 내가 데칼코마니처럼 묻어 나온 형체가 지금의 나인 것 같이 느껴져요. 참... 무섭기도 하고, 아련하기도 한 경험이 아닐 수 없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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