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9화 + 외전 1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정민은 신입생 환영회에서 자신을 도와준 이룸을 좋아하게 됐고, 이후 우연히 술 취한 이룸의 실수로 얼떨결에 뜨밤을 보냈다. 그리고, 정민은 짝사랑 상대 이룸과 섹파라는 애매한 관계가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이룸과 섹스를 마치고 돌아오는 씁쓸한 길, 한 남자를 만난다. 그 남자가 정민의 몸의 손을 대자 오색빛깔 산호가 피어나고, 그는 그 산호를 떼어먹었다. 그는 학교 선배 사로였다. 그 후, 정민은 사로 제안에 요상한 아르바이트도 시작한다.

승: 사로의 일족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저주에 걸렸고, 부득불 타인의 감정으로 피어난 산호를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왔다. 그리고, 순수한 감정으로 피어난 산호는 맛있지만 희귀했기에, 사로는 맛없는 산호를 먹어야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마주친 후배 정민은, 산호를 눈으로 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너무나 순수하고 맛있는 '짝사랑'의 감정을 뿜어내고 있었다. 사로는 정민에게 맛있는 산호를 얻어 내기 위해 알바를 제안한다.

전: 이룸은 정민의 마음을 알고 정민에게 독점욕도 느끼지만, 금기를 넘을 용기가 없었다. 그러던 중 사로의 계략에 말려 여자친구를 사귀고, 그 모습을 본 정민은 크게 상처 입는다. 짝사랑에 힘겨운 정민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사로에게 편안함을 느낀다. 반면, 정민이 가진 이룸에 대한 지고 지순한 사랑의 감정을 지켜본 사로는, 정민을 사랑하고 싶은 욕구를 느낀다. 그래서, 사로는 일족의 저주를 풀기 위해 어머니를 만나고, 진짜 저주의 실체를 알게 된다.

결: 한편, 사로의 계략을 알게 된 이룸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민에게도 이 사실을 알린다. 그리고,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정민에 대한 이룸의 집착은 나날이 심해진다. 한편, 사로는 정민을 이룸에게서 구하겠다며 정민을 감금한다. 하지만, 비극적인 전생의 기억을 되찾은 사로는 정민을 놓아 준다. 이룸은 사로의 집을 나오는 정민을 보고 흥분해 도로로 밀치고, 그 순간 사로는 정민을 구하고 대신 죽는다. 그때 용왕이 나타나 사로의 저주를 풀어준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감정의 맛

욕구의 종류는 많지만, 결국 그 본질은 대동소이한 것 같습니다. 때론 서로 간의 경계를 넘나들기도 하는데, 제일 범용적으로 쓰이는 욕구가 식욕! 바로 맛! 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BL에서도 제법 많은 맛집들이 존재하지요~ 집착광공은 매운맛, 대형견공은 달달구리, 쌍방구원물 속 공수는 쓰지만 중독성 짙은 에스프레소가 연상되기도 해요. 여기 감정을 느끼고, 보고, 맛보는 초능력자의 이야기가 있습니다.

언어가 아닌 방법으로 정보를 얻는 초능력자들을 많습니다. 문자를 읽는 향현사나, 이미지를 읽는 사이코메트리스트, 타인의 감정에 동화할 수 있거나 이세계 존재와 소통할 수 있는 신력을 지닌 사람도 있습니다. 그들은 그 능력으로 인해 힘든 삶을 살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런 소재가 꾸준히 그리고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었던 것은, '진의'를 알고 싶은 보통 사람들의 간절함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맛보는' 초능력까지 등장했습니다. 두둥! 저는 굉장히 신선했어요. 그런데, 이 능력... 정말 보통 사람보다 우월한 걸까요? 물론, 웹툰 속에서 사로는 시시각각 변하는 정민의 감정을 맛본 덕분에, 능수능란하게 이룸과 정민 사이를 이간질 하긴 합니다. 하지만, 감정의 산호를 먹지 않으면 죽으니까 손해도 만만치 않은 것 같습니다. 애당초 이 능력은 용왕의 산호 정원을 망친 죄로 내려진 벌이니,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로는 999년을 산 예비 용이었어요. 하지만, 거사를 1년 앞둔 검은 뱀은, 용왕의 산호 정원을 가꾸는 아름다운 정원사에게 첫눈에 반하죠. 하지만, 정원사는 사로를 거절했고, 분노한 사로는 정원 깊숙이 숨겨진 진주를 훔쳐 먹습니다. 불행히도, 그 진주는 가장 순수한 사랑을 모아 만들어진 보옥이었고, 엇나간 연심으로 가득 찬 사로에게 그 결정체는 독이었어요. 용왕은 꾀씸한 뱀에게 벌을 내리려 하지만, 그때 정원사가 앞으로 나섭니다. 그리고 뱀의 죄를 함께 지기를 청합니다. 그 모습을 갸륵하게 본 용왕은, 진정한 사랑을 깨우치게 되면 저주를 풀어주겠노라 선처를 베풀어, 두 존재를 인간 세계로 떨굽니다.

사로의 일족은 사랑을 느끼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있기에, 타인의 감정을 먹어야만 살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저주의 실체는 '사랑하면 미치는 저주'였어요. 수없이 반복되는 윤회 속에서, 사로는 환생한 정원사를 만나고 필연인 듯 사랑에 빠집니다. 그리고, 집착과 광기로 인해 진정한 사랑을 깨닫지 못하고, 결국 미쳐 환생한 정원사를 죽이고 맙니다. 이번 생에 정민으로 환생한 정원사 역시 또 같은 위기에 처하게 되죠. 물론, 결말은 달랐지만 말이에요.

'산호가 피는 소리'에 재미있는 설정 중 하나는, 역시 '맛'인데요. 집착, 독점욕, 질투 같은 악의적 감정들은 흔히 독처럼 묘사되잖아요. 하지만, '산호가 피는 소리'에서 맛은, 순수할수록 좋습니다. 그 감정이 무엇이든 꾸미지 않을수록 맛있다는 거죠. 사로는 이룸의 독점욕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상처 입은 정민의 감정은 맛난 아이스크림이 돼요. 부산물이 뒤섞이지 않은 질 좋은 재료들은, 밀폐용기에 잘 보관되어 훌륭한 음식으로 재탄생하기도 합니다.

 

맛없는 음식도 있습니다. 바로 거짓이 섞인 감정이요. 상대방을 위해 인내하고 희생하는 사랑, 상처 입지 않기 위해 스스로에게 한 위로, 이런 것들은 맛이 없습니다. 신선하죠? 단순한 욕구보다 고차원적인, 흔히 어른스럽고 성숙하다고 불리는 감정들인데 말이에요. 하지만, 결국 이런 감정들은 이기심, 사랑받고 싶은 욕구, 혹은 미움이나 슬픔 따위의 '진짜' 감정에, 불순물을 잔뜩 첨가한 '네 맛도 내 맛도 아닌' 짝퉁이라는 거죠.

사로는 정민을 만나기 전, 그 맛없는 산호들만 먹으며 살고 있었어요. 불순물들이란, 결국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우리'에게 필요해 생긴 것들일 테니, 자의든 타의든 '우리' 주변에 널려 있을 거예요. '우리'로 사는 사람들 사이에서 맛 좋은 산호를 먹기는 힘들었겠죠. 그러다 순수한 짝사랑의 산호를 퐁퐁 내뿜는 정민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날 사로가 맛본 정민의 산호는, 냉동 닭 가슴살만 삶아 먹다 튀긴 치킨을 먹었을 때만큼 충격적이었을 거예요. 그래서, 사로는 말도 안 되는 알바를 제안하고, 뒷수작을 부려 정민을 곁에 붙들어 놓죠. 포기할 수 없는, 한 번 맛본, 그 환상적인 맛 때문에...

 

그러다 사로는 정민의 그 순수한 애정을 먹는 것에 만족하지 못하고, 가지길 원하게 됐죠. 오랜 짝사랑에 지친 정민은, 마음속에서 이룸을 끊어 내고 싶어졌고요. 결국, 사로와 정민은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노력'해 보기로 해요. 물론, 그전에 먼저 사로의 저주를 풀어야 했어요. 두 사람은 사로의 어머니를 만나 저주의 진실을 듣게 됩니다. 한편, 부쩍 가까워진 사로와 정민을 보는 이룸의 질투는 한계에 다다릅니다. 결국, 이룸은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정민에게 고백합니다. 동시에, 사로의 뒷공작(?)이 들키면서, 정민은 사로에게 배신감을 느끼게 되고, 결국 이룸을 선택합니다. 이후, 장르는 급 피폐물의 길을 걷게 되죠.

마무리는 좀 아쉬웠습니다. 폭행, 감금, 탈출, 사고, 깨달음... 복잡 미묘한 감정들을 느린 템포로 섬세하게 다루던 초중반과 다르게, 후반부는 대형 사건들이 몰아칩니다. 물론, 빠른 템포가 긴장감을 고조시킬 때도 있지만, 인물의 심리 중심이던 '산호가 피는 소리'가 후반부로 가면서, 사건 중심으로 급변하는 모양새다 보니... 전 좀 잉?했어요. 지리멸렬한 몇 갑절의 시간 동안 벗어나지 못했던 저주의 굴레가, 너무 툭 끊어진 느낌이랄까요. 사로가 정민을 위해 희생하는 건 그렇다 쳐도, 사로가 정민을 죽이지 않고 이룸에게 보내주는 장면은 이해가 안 갔어요. 과거의 사로와 현재의 사로가 반대의 결정을 하는, 엄청나게 위대하고 핵심적인 심리 변화가 빠져 있는 느낌이랄까요.

공들인 밑 작업의 마지막 화룡점정이 초큼 부족한 것 같은... 이어지는 외전에서 용왕이 등장해 과거 스토리의 여백을 메꿔주고, 서툰 사로와 정민의 연애 분투기가 본편에서 중단된 '사랑하기 위한 노력'을 보충해 주긴 하지만, 저의 갈증은 완전히 가시지 않았죠. 그래도, 이제는 사로와 정민을 떠나보내야 하는 시간이 왔음을 알고 있습니다. ㅠ.ㅜ 미련 많은 이 여자의 아쉬움은, 정민의 귀욤 귀욤 짤로 달래보도록 하겠습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웹툰 리뷰

 

2020.10.24 - [BL 웹툰] - [SF물/시리어스물/애절물] 별이 잠들 때 - TOU, 상혁

 

[SF물/시리어스물/애절물] 별이 잠들 때 - TOU, 상혁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4화 + 외전 10화 ​ ​ ​ point1: 한 컷 ​ ​ ​ ​ ​ ​point2: 줄거리 ​ ​ 기: 2020년 가을 소행성이 지구에 떨어지고 , 소행성을 파괴하기 위해 쏘아 올린 수 많은 미사일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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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74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 친일파 관료 최기호의 차남, 최호윤은 아버지에게 고문에 가까운 학대를 당하지만, 기껏 할 수 있는 반항이란 종로 남창 거리에서 몸을 팔아 그의 명성에 먹칠하는 것뿐이었다. 그마저, 첫 손님으로 검사인 형, 최태주의 친구 이세환을 만나면서 끝난다. 아편 무역으로 큰돈을 번 거상의 아들인 세환은 호연의 복수를 도와주겠다며 동업을 제안한다. 그 첫 단계는 최기호의 후계자인 태주를 아편으로 중독시켜 그 자리를 호윤이 대신하는 것이었다.

승: 호윤은 태주에게 접근한다. 호윤의 친모 정혜인은 유쾌하고 예쁜 사람이었다. 하지만, 최기호의 동생 최기윤과 야반도주를 하다 발각되면서, 최기윤은 즉살되고 호윤은 기윤의 아들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 후 태주는 호윤을 살리기 위해, 최기호에게 이용당하는 한편, 호윤을 모른척할 수밖에 없었다. 호윤을 누구보다 아꼈던 태주는 늘 죄책감에 시달렸고, 그래서 호윤이 주는 것이 아편인 줄 알면서도 먹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호윤을 기꺼워한다.

전: 한편, 세환은 태주가 칼에 찔리도록 꾸미고, 의사를 매수해 진통제도 맞지 못하게 한다. 아편에 중독된 채 고통에 시달리는 태주는 무의식중 세환을 찾는다. 과거 세환은 왜곡된 애정으로 일을 꾸며, 태주의 유일한 피난처가 되는데 성공한다. 하지만, 진실을 안 태주는 세환을 떠났고, 세환은 태주를 되찾기 위해 호윤을 이용했던 것이었다. 호윤이 최기호의 후계자가 되면서 세환과의 거래는 끝난다. 한편, 호윤은 태주의 동료 사사키를 통해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된다.

결: 호윤은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태주를 세환에게서 구한다. 오해를 푼 두 사람은 합심하여, 최기호에게 복수하는데 성공한다. 한편, 또 태주를 잃은 세환은 폭주해서 호윤을 납치하지만, 태주는 호윤을 구하고 세환을 체포한다. 세환은 모든 죄를 시인하고 감옥에서 자살한다. 그 후 태주는 아편 부작용을 치료받으며 변호사가 되어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호윤은 복학한다. 많은 것들이 변했지만, 두 사람은 형제가 아닌 연인이 되어 새로운 세상을 살아나간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그 시대를 산 사람들(feat. 연출력 대박)

BL소설을 읽다 보면, 때때로 이것을 문자로만 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애정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완벽하게 이 세계를 구체화시켜 보고 싶어지죠. 그래서, 음성은 '드씨', 이미지는 '웹툰'이 돼요. 그런데, 음성은 소설과 거의 동일한 스크립트인데 반해, 웹툰은 좀 많이 다릅니다. 소설의 모든 구문들을 다 연출할 수 없으니, 생략되고 재편되죠. 그런데, 이 과정에서 원작의 변질이 생깁니다.

'웹툰'자체가 독립된 하나의 작품이니, 다른 것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다만, 주요 줄거리 이외의 부분에서 많은 생략이 발생하고, 표현이 까다로운 부분은 재편집이 발생하다 보니, 원작의 감동을 기대했던 독자들에게 실망스러운 경우가 많습니다. 잔잔한 장면이 쌓여야 느낄 수 있는 깊이 있는 감동들이 소실되기도 하죠. 차라리 원작을 몰랐다면 지나칠 수 있지만, 소설 팬심으로 시작한 독자에게는 해당되지 않죠. 특히나 웹툰화 되는 작품들의 원작이, 대작들이 많아서 더더욱 그렇습니다. 기존 팬층을 쉽게 끌어들이는 대신, 그들을 만족시켜야 하는 부담도 있는 듯합니다.

서두가 길었지만, 결국 요점은 이런 이유로 '원작 수준의 웹툰'이 참으로 귀하는 것이죠. 그러니, '원작은 뛰어넘는 웹툰'의 발견이 얼마나 벅찬 일이겠습니까? 저에게 '부서진 소년'은 그런 작품이었습니다. 그럼, '부서진 소년'이 무엇이 특별하냐! 연출력이 대박입니다. 이런 장면이 있었나? 소설에서 찾아볼 정도였죠. 좀 가혹하게 표현하자면, 소설 '부서진 소년'이 중작이라면 웹툰 '부서진 소년'은 대작에 반열입니다. 특히나, 인물 표현이, 감동적이었습니다.

사고는 남자가 치고, 수습은 여자가 한다. 해결사 신여성들!

 

 

'사고는 남자가 치고, 수습은 여자가 한다.' 구한말, 일제강점기에 산 여성들도 예외는 아니었어요. 다만, 그들은 전면에 나서지 못했고, 이름을 남기지 못해요.

'부서진 소년'의 최고 능력자는 '할멈'입니다. 하지만, 누구도 '할멈'의 이름을 알지 못하죠. 할멈은 이세환이 필요한 정보를 수집하고, 아편을 실제로 다루는 사람이며, 의사 면허가 없는 의사이기도 합니다. 세환이 한 것은 '지시'이고, '실현'한 것은 할멈이니, 세환은 업적은 할멈의 업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합니다. 또, 스스로 판단해서, 세환이 극한에 치달을 때 브레이크를 걸어 준 것도, 세환이 죽은 후 뒷수습을 했던 것도, 모두 할멈이었죠.

악역 같은 우군, 미에코도 있습니다. 일본 명문가에서 태어난 미에코는 조선인이 싫었지만, 돈이 권력인 시류에 휩쓸려, 어쩔 수 없이 친일파 관료 최기호 집안에 발을 들이게 됩니다. 미에코는 이세환은 비정상적 집착, 최 씨 집안의 뒤틀린 관계, 유약한 태주의 성격을 알고 있었죠. 하지만, 태주를 성공시키고, 태주의 아이를 낳아, 최 씨 집안에 권력을 손에 넣기 위해 고군분투하죠. 그러나 미에코는 결국 세환과 맞서, 중독된 태주를 피난시킵니다. 그리고, 호윤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돌아온 남편에게 쿨하게 이혼을 요구하죠. 그리고, 전남편 태주가 호윤에게 숨겨왔던, 아편 후유증을 치료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할멈과 미에코가, 위기의 남성 동지들을 직접 구했다면, 그들에게 간접적으로 도움을 준 여인도 있습니다. 호윤과 태주의 동생 은수말이에요. 최기호는 동생과 달아난 아내를 잡아온 뒤 겁탈하죠. 그 흔적으로 생긴 아이가 은수였어요. 하지만, 은수는 자신을 죄의 흔적이라고 말하면서도, 우울에 빠지지 않습니다. 은수는 순진한 아이를 연기하며, 오랫동안 최기호가 벌인 부정의 증거를 수집하고, 엄마의 약을 바꿔치기하죠. 결국, 태주와 호윤은 은수가 모아둔 증거를 통해 최기호를 고발하고 제거합니다.

이 여자들은, 그의 아내이자 오빠이자 도련님이 혼란 속에 정신을 못 차릴 때, 냉정하고 조용하게 해결책을 찾아 준비합니다. '부서진 소년'을 보면, 남자 캐릭터는 뜨겁고, 여자 캐릭터는 차갑습니다. BL에는 멋진 여자 캐릭터가 잘 안 나와요. 그래서, 저는 멋진 친구이자 현명한 가족으로서, 여자 캐릭터가 등장하는 작품이 매우 반가워요. '부서진 소년'은 시대와 상황에 굴하지 않, 의지의 신여성들을 미화 없이 보여줍니다. 꾸미지 않아도, 조연이어도, 충분히 멋지니까요.

그들도 변한다.

하지만, '부서진 소년'의 주인공은 어디까지나 3명의 남자들입니다. 게다가, 앞서 '부서진 소년'의 연출력이 대박이라고 했는데, 특히나 이들의 '씬'이 국보급입니다.

 

'부서진 소년'의 '소년'은 호윤입니다. 어머니의 야반도주가 발각되어 아버지가 즉살 당하자, 어머니는 호윤을 원망합니다. 왜 혼자 살아남았냐고요. 그리고 최기호는 자신이 괴롭혀 온 입양아 동생, 그 부정한 사생아 자식을 죽이고 싶어 합니다. 태주를 부리려는 미끼로 호윤을 살려주긴 하지만, 수시로 서재에서 폭행하고 지지고 모욕을 주죠. 호윤이 종로 남창가에 갔었다는 소문을 들은 후로는, 강간도 서슴지 않습니다. 호윤은 그렇게 부서져 갔지만, 호윤의 살 타는 냄새가 진동해도 도와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어요. 유일한 구원자는 세환이었어요.

세환은 호윤을 성애로 길들입니다. 그리고 폐쇄된 별채에 갇혀 있던 호윤은 새로운 세계에 눈이 뜨죠. 특히, 요정에서 주화, 세환, 호윤 세명이 벌이는 정사 장면은 호윤이 세환의 세계에 갇혔다. 벗어 날 수 없다.고 느껴져 보는 동안 숨이 막혔어요. 순진하고 약한 호윤은 더 이상 없습니다. 그리고 이런 호윤의 변화가 세환의 계획의 결정적 장애가 돼요. 역설적이게도 말이죠. 호윤은 자신의 몸을 이용해 세환을 움직이는 법을 배우고, 후엔 능수능란하게 태주를 꼬시는 유혹수로 변모합니다.

지킬 것이 많으면 움직이기 힘들죠. 그래서 소극적 지식인처럼 보이는 태주가 수동적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습니다. 태주는 호윤의 안위를 위해, 빨리 검사가 되어 최기호의 기대에 부응해야 했죠. 그래서, 자신을 폭행하는 일본인들이 가득한 유도부도 꼬박꼬박 나갔어야 했고, 심지어 그들에게 집단 강간을 당한 후에도, 최기호가 준 루틴을 어기지 않으려 몸부림칩니다. 최기호가 짜 준 틀에서 한치에 어긋남도 없어야 하는, 속박된 삶에서 유일한 피난처는 이세환이었어요. 그래서, 세환의 일방적 애정을 거부할 수 없었죠. 심지어, 세환이 자신을 강간하게 시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로도 말이에요.

세환에게도, 아버지에게도, 약자였던 태주는 늘 죄스러웠어요. 미에코는 괴로워하는 태주에게 위선이 뭐가 나쁘냐고 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는자'는 죄책감을 떨쳐내는 말조차 스스로에게 하기 힘드니까요. 그래서, 저는 호윤의 성장보다도 태주의 성장이 더 기특했습니다. 태주가 아버지에게, 더 이상 호윤을 서재로 부르지 말라고 말하고 나오는 장면에서, 손을 덜덜덜 떠는 태주의 모습이 용자의 진모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렵지 않아서가 아니라, 미친 듯이 두려움에도, 익숙한 체념의 굴레를 스스로 걸어 나 올 수 있는 것! 그것이 진짜 용기일 테니까요.

하지만, 역시 가장 극적인 캐릭터는 이세환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세환은 진 씨 성을 가진 조선 상인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수완이 좋았던 진 씨 성의 사내는 제법 많은 부를 축적하지만, 일제의 '합법적' 갈취에 희생되어 일족은 다 죽고, 재산을 몰수돼요. 유일한 생존자인 세환은, 가상의 아버지를 만들고 그 뒤에서 부를 축적하며, 그 돈으로 권력자들을 쥐락펴락해요. 세환은 세상은 적자생존의 원리로, 그렇게 돌아가고 있었어요.

그러다, 세환은 태주를 만납니다. 만나는 순간 심장이 뛰었고, 꼭 가져야 했고, 가진 뒤에는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죠. 태주는 세환에게 '살아야만 하는 이유'가 아니라, '살아 있는 이유'였어요. 태주를 다시 찾기 위해 호윤을 이용하면서, 세환은 변해가는 호윤이 마치 태주와 자신을 섞은 존재와 같다고 생각합니다. 세환은 분명히 호윤을 좋아했고, 최기호의 후계자로서 잘 살길 바랐습니다. 하지만, 태주를 다시 잃어버리자, 세환은 서슴없이 호윤의 목에 칼을 대죠. 그 후 체포된 세환은 표독스럽게 살아내던 세상을 미련 없이 떠납니다.

'삶의 이유'가 없을 때는, '살아야만 하는 이유'로 살 수 있었고, 태주를 잃었을 때는 태주를 되찾을 희망으로 살 수 있었죠. 하지만, 세환은 태주가 변했다는 것을 깨달아요. 태주는 더 이상 자신에게 도망쳐 올 유약한 사람이 아니었고, 태주의 '사랑'이라는 자리는 호윤이 차지해 버렸어요. 비로소, 세환은 태주를 완전히 잃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다. 삶의 이유를 잃은 세환은, 자신의 진짜 아버지가 준 유품을 손에 쥐고, 그를 만나러 갑니다.

'부서진 소년' 웹툰 작가님은 '빛'과 '구도'를 정말 잘 쓰시는 것 같아요. 다음 작품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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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리디북스

분량: 본편 26화 + 외전 2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여의준은 부모님을 사고로 잃고, 형마저 의식불명에 빠진 채, 큰 빚을 지게 된다. 설상가상 장학금마저 받지 못해 학비를 벌기 위해 휴학해야 했고, 주 고객이 조폭인 편의점에서 일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부터 범건우가 편의점에 나타나기 시작한다. 조폭들의 조폭, 조폭들을 얌전히 만드는 조폭, 조폭의 왕중왕이 등장한 셈이다. 하지만, 이렇게 무서운 건우가 의준에게만은 나름대로 호의를 보인다.

승: 한편, 의준은 후배 윤현우를 오래간 짝사랑했지만, 여자친구와 함께 있는 현우를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복학 후, 현우가 남자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자, 현우에게 사귀는 사람이 있냐고 물어본다. 의준의 마음을 알게 된 현우는, 연인이 있으면서도 의준에게 치근거리며 키스도 한다. 의준이 그런 현우를 피하자, 현우는 의준'도' 좋아한다는 궤변을 늘어놓으며, 의준에게 상처를 입힌다. 그리고, 그런 의준에게 건우는 말동무가 되어 위로해 준다.

전: 알고 보니 옆집 이웃이었던 건우는, 어쩌다 의준과 뜨밤을 보낸다. 그리고, 유난히 몸 궁합이 잘 맞았던 두 사람 사이에는 핑크빛 기류가 돌기 시작한다. 이후, 건우가 의준을 도와주고, 의준이 건우에게 밥을 사기로 하면서,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데이트를 한다. 의준은 자신을 특별하게 대해주는 건우에게 설렘을 느끼지만, 입술에 립스틱 자국을 묻힌 채 편의점에 나타난 건우를 보며 크게 낙담한다. 건우는 순간 당황해서, 변명할 기회를 놓치고 만다.

결: 한편, 현우는 건우 때문에 연인과 헤어졌다며, 기회를 달라고 하지만 건우를 칼같이 현우를 끊어낸다. 돌아오는 길, 비가 내려 정거장에 발이 묶인 의준을 건우는 데리러 간다. 의건은 그런 건우에게 한번 자고 이런 관계를 정리하자고 한다. 건우는 의건의 말에 알 수 없는 분노를 느끼며, 의건을 거칠게 대한다. 기절한 의건을 보며, 건우는 의건에 대한 마음을 인정한다. 그런 관계가 아니라도 잘 지내고 싶다는 의건에게, 건우는 좋아한다고 말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댓글에 대하여...

위험한 편의점 시즌1이 완결되었습니다. 두둥! 하지만, 아직 리뷰를 쓰기에 이른 시점이긴 합니다. 건우와 차채현 이사의 관계도 아직 밝혀지지 않았고, 왜 건우가 서울에 올라왔는지도 나오지 않았죠. 물론, 현우도 쉽게 물러나지도 않을테고요.

게다가, 잘 못 물려버린 건우와 의건의 관계도 정리되지 않았습니다. 건우는 의건에게 좋아한다면서도 이것이 고백이 아니라고 말하죠.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해주는지 보고, 괜찮다 싶으면 고르고 아니면 버리라고 선택권을 줍니다. 의건과 하룻밤을 보낸 다음날 딴 여자랑 키스한 것도 사실이고, 연이은 실망에 의건이 지치기도 했을 테니까요. 건우는 의건에게 칼자루를 쥐여주고 칼날 앞에 서는, 사랑이라는 패배를 선택합니다. 예상컨대, 적어도 시즌3 이상 갈 것 같아요.

 

그럼에도, 왜 리뷰를 쓰고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바로 댓글 때문입니다. 댓글... 많이 쓰시나요? 저는 주접력도 많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사용 중인 기기로 댓글 쓰는 것이 불편해서, 잘 쓰지 않습니다. 하지만, 댓글 보는 건 정말 좋아합니다.

연재소설이나 웹툰을 보면, 댓글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물론,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댓글도 많아요. 제가 제일 싫어하는 댓글은, 댓글을 비난하는 대댓글입니다. 작가나 연재에 대해 인신공격성 댓글, 무비판적 비난 댓글, 허위사실 유포 댓글은 대표적인 나쁜 댓글이죠. 살포시 '신고'를 누르면 됩니다. 하지만, 감상이나 의견을 쓴 댓글을 비난하는 대댓글은, 보고 있자면 난감합니다. 공산당이나 질 나쁜 특수 정당 강성 지지자들처럼 보여요. 본인이 동의하지 않는 댓글은 공격의 대상으로 여기는 것 같아요.

댓글 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착한 댓글이 많아졌습니다. 하지만, 어디든 미꾸라지는 있는 법이고, 연재작마다 고유의 댓글 분위기가 있어, 때론 전쟁터를 방불케하는 설전이 오가기도 합니다. 그러다 빈정대고 비꼬기 바쁜 댓글들이 도를 넘으면, 연재작에서 하차할 때도 있습니다. 물론, 반대로 댓글러들끼리 묘한 유대감이 생기거나 댓글이 연재보다 더 재미있는 경우도 있어요. 이런 경우, 댓글을 보기 위해 연재를 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위험한 편의점'의 경우가 바로 댓글 때문에 웹툰을 보는 경우였어요. 오랜만에 댓글 반창회라도 열고 싶은, 훈훈한 분위기였죠. 기발한 주접 댓글도 많고, 댓글보다 더 창의적(?)이 대댓글도 많지만... '위험한 편의점'에는 유독 화백이 많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이런 그림을 완성하는지, 100%로 수작업인 걸까요? 저에게는 참으로 넘사벽의 경지에요.

 

상형문자 댓글도 있습니다. 무슨 내용인지 읽힌다는 것이 참으로 신기해요. 만약, 수작업으로 창조한 거라면, 정말 저는 투텀즈 업! 살며시 발사해 봅니다.

물론, 댓글계의 터줏대감은 주접 댓글입니다. 그 화의 웹툰을 보고 읽으면, 정말 현웃터지는 댓글이지만... 그냥 봐도 재밌는 것 같아요.

 

댓글만 보기는 아쉬우니, 마지막으로 건우의 귀욤컷 섹시컷 하나씩 남깁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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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95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그레이는 낮엔 카페 종업원, 밤엔 사람의 꿈속에 찾아가 정기를 먹는 몽마로 산다. 단, 어머니가 인간인 반쪽 몽마라, 약한 몸과 인간의 수명을 지닌 캠비온이라는 것이 다를 뿐! 카페 단골인 회계사 에단을 짝사랑한 그레이는 밤마다 그의 방을 찾지만, 그의 정기를 먹지 않고 지켜보기만 한다. 한편, 인간들의 돌연사가 급증하면서, 몽마의 어머니 격인 에나벨라는 라미아들을 의심하고, 라미아의 쉬운 표적이 될 수 있는 그레이를 더 보호한다.

: 에단은 카페 종업원 그레이를 짝사랑한다. 단지, 라미아 블레어의 수호를 받는 케인가 출신이라는 것이 다를 뿐! 에단은 이종족에 배타적인 케인가가 싫었고, 동생 리암을 버리고 홀로 도시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블레어의 갑작스러운 등장으로 지지부진했던 그레이와의 관계가 변한다. 그러던 중 블레어의 약점을 잡고 싶었던 그레이는 블레어의 의식으로 들어가고, 곧 들켜 정기를 모조리 빼앗긴 채 방치되다 에단에 의해 구해진다. 둘은 연인이 된다.

전: 한편, 돌연사 급증의 원인이 미숙한 그레이의 정기 흡입이라고 결론이 나면서, 에나벨라는 그레이를 감금한다. 에단은 사라진 그레이를 찾기 위해 에나벨라를 만나고, 에나벨라는 그레이에게 정기를 가장 많이 주고도 살아 있는 에단의 존재를 통해 의심을 거둔다. 그리고, 근래 종적을 감춘 칼을 떠올린다. 그레이의 아버지 아치는 반려인 인간이 살해당한 후 이성을 잃고 라미아들을 사냥을 했고, 사건이 커지자 몽마들은 동족 보호를 위해 아치를 잠재웠다.

결: 아치의 충실한 심복이었던 칼은 라미아와 에단의 동생 리암을 이용해 아치를 깨운다. 이 과정에서 그레이와 토레스는 크게 다친다. 한편, 아치는 자신의 반려를 죽인 라미아와 자신을 잠재운 동족을 공격하려 하지만, 그레이를 발견하고 옛 기억들을 떠올리며 주저한다. 폭군 아치를 선망했던 칼은, 그 모습을 보며 흥분해 지난 비극들의 진실을 발설한다. 아치는 칼을 죽이고, 그레이에게 자신의 정기를 나누어 준채 사라진다. 그 후, 라미아와 몽마들은 협정을 맺는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 끝인가요?

한 화 20컷 미만과 흑백 연재... 원래 잘 보지 않습니다. 물론, 한 컷이 일러스트 수준이거나 전투씬처럼 고퀄리티인 경우라면 예외겠지만, 저의 경험상 고퀄 작가일 수록 한 화의 컷 수도 많아요. 혹은 고퀄 작가가 컷 수를 줄이면서 저퀄이 되는 경우도 있고요. 저작물의 가치는 비교 할 수 없다!는 말에 일부 동의하지만, 다양성을 이유로 동가를 주장하는 것도 어패가 크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 차이를 평가하는 비교적 객관적 지표 중 하나가, 작화와 분량일 테고요.

그럼에도, '미드나잇메어'는 참 오래도 봤습니다. 언제나 마지막 스크롤에서는, 그 짧은 분량에 놀라면서도 끊을 수 없었던 이유! 당연히 재미가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미국을 배경으로 한 몽마와 회계사의 사랑 이야기! 더불어 메인 커플에 밀리지 않은 일편단심 서브 커플의 찌롱 스토리도 다음 편을 부르게 됐죠. Take my money!!!

하지만, 결말은 많이 아쉬웠습니다. 깨어난 아치가 너무도 어이없이 사라져서 좀 허무했어요. 결국, 이 웹툰의 최대 하드 캐리어는 '칼'입니다. 칼이 없었다면, 애당초 모든 사건은 시작도 안 했을 지도요. 그래서 장시간 비밀리에 주도면밀하게 준비 한 것에 비해, 칼이 마지막에 스스로 폭주하고 자멸하다는 것이 일관성 없게 느껴졌어요. 인간을 사랑한 아치가 아들인 그레이를 보고 흔들리는 것이 예측 못 할 사태였을까요? 깨우면 장땡!이라는 걸까요? 구태여 묻지도 않았는데, 아치를 분노케 하고 싶었던 걸까요? 죽고 싶었던 걸까요?

 

칼의 제외하고 본다면, '미드나이트 메어'의 주요 갈등은 종족 간 균열이에요. 과거, 인간과 라미아, 몽마는 협정을 맺고 균형을 지키며 평화를 유지해왔죠. 하지만, 균형이 깨지면서 인간들은 이종족을 사냥하고, 이야기 속 비극도 시작돼요. 블레어는 자신을 숨겨준 케인과의 후손들을 이종족으로부터 지켜주겠다는 계약을 맺어 종족의 이단아가 되고, 몽마는 협정을 깬 라미아를 증오합니다. 라미아와 몽마는 잔인하게 학살되었고, 살아 남은자들은 숨어 살게 돼요.

그래서, 몽마와 라미아 모두 인간에게 동족을 노출시키지 않는 것을 절대 규칙으로 여깁니다. 몽마들은 라미아를 괴롭혔고, 라미아들을 늘 당하며 살았지만, 인간에게 발각되지만 않는다면 문제없었어요. 하지만, 원인불명의 급사가 늘고, 몽마들은 미지의 존재에 대한 인간들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수 없었죠. 몽마의 어머니인 에나벨라는 과거의 전적을 기억하며 라미아가 그 범인이라고 생각하지만, 칼의 모략에 의해 그레이라는 결론에 이릅니다.

그레이는 캠비 온 이 자 아치의 아들입니다. 아치는 아주 강한 몽마였고, 많은 몽마들의 우상이었죠. 하지만, 어느 날 인간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반려로 맞이하면서, 행복한 '일반' 생활을 누립니다. 그런 모습이 아치의 추종자들에게는 용납할 수 없는 일탈이었고, 몽마에 맺힌 것이 많은 라미아들에게는 공격의 빌미를 제공합니다. 물론, 라미아들의 어설픈 납치는 실패로 끝나지만, 그 기회를 틈타 아치의 광팬인 칼은 아치의 반려를 죽이고 그 일을 라미아들에게 뒤집어 씌워요.

반려를 잃은 아치는 라미아들을 학살하고, 그 행위는 너무 잔인하고 광범위해서 동족을 노출시킬 위험에 처하게 돼요. 결국, 아나벨라는 아치를 잠재우죠. 아나벨라는 아치의 아들인 캠비온을 보호함으로서 아치에 대한 죄책감을 덜려고 합니다. 반면에, 아치의 누나였던 브렌다는 치 떨리는 아치의 아들을 무시해요. 모두 찰나와 같은 인간의 수명을 누리게 될 캠비온이라는 존재를, 아치라는 안경을 투영해서만 바라봅니다.

그런 그레이였기 때문에, 자신을 '아치'가 아닌 '그레이'라는 존재만으로 바라보고 사랑해 주는 에단에게 빠질 수밖에 없었는지도요.

그리고 영생의 존재들이, 이 어리고 약한 존재로 인해 변합니다. 오랜 시간을 살았다는 것은 앞으로 살아갈 무한의 시간도 얼마나 긴지 알고 있다는 거겠죠. 또, 오랜 시간을 살아남았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상실을 봤다는 의미기도 할 거예요. 그래서, 그 오래된 존재들은, 거만하고, 쉽게 체념하고, 염세적이면서, 엉덩이가 무거워요. 하지만, 살아있다는 것은 무엇인가를 계속 새롭게 겪을 수밖에 없고, 배울 수밖에 없고, 변할 수 밖에 없었죠. 캠비온이 알려 준 것은 그 작은 진리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특히나 이 서브커플 말입니다. 솔찍히, 어느 순간부터는 그레이와 에단보다 더 애정 했던 에피소드의 주인공들입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더블데이트도 드물지 않게 등장하고, 마지막엔 그레이와 에단의 새로운 보금자리 위층 이웃 주민이 되기도 하죠.

몇백 년을 살았던 이 커플은, 반백년도 채 살지 않은 어린 커플들에 의해 변합니다. 남겨진 시간이 많다면, 그 시간은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해지는데 써야 한다는 당연한 진실 하나를 아프게 깨닫죠. 토레스는 몽마인 자신의 존재가 몽마들에게 라미아인 블레어를 노출시킬 계기가 될 것을 두려워합니다. 그래서 두 사람은 같이 있고 싶은 간절한 바람을 아슬아슬한 섹파라는 관계로 근근이 유지합니다.

하지만, 고작 인간인 에단과, 반쪽 몽마인 캠비 온 이 치열하게 서로를 갈구하는 모습을 봐요. 두 사람은 더 짧은 생을 살고, 더 약한 신체를 타고났으며, 더 악조건인데도 포기한다거나 석파로 남는다는 선택지는 없었고, 그 무모함이 용기라는 것을 깨닫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죠. 왠지 외전이 나온다면, 메인 커플보다는 더 보고 싶은 서브 커블이에요.

배경과 그림체 모두 미드를 감상하는 듯한 착각을 들게 합니다. 클래식 무비에서 상영해 줄 법한 드라큘라 흑백영화 말이에요. 물론, 그보다 훨씬 차분하고, 잔잔하며, 발칙합니다. 하지만, 사건의 진모가 밝혀지면서 끝을 맺는 스릴러와 다르게, 숨겨진 비밀이 아치를 깨우는 것이었기 때문에, 깨어난 아치가 묵은 갈등을 바로잡는 시즌이 다시 펼쳐질 거라고 예상했어요. 어찌 보면 반전이긴 하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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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시즌 1 - 65화, 시즌 2 - 70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시즌 1:

기: 대학생 화곡은 우연히 나가게 된 미팅 중, 으슥한 비상계단에서 한 여학생을 덮치는 남자를 발견하고, 니킥을 날린다. 그 남자는 학교 선배이자 모델인 이빈이었다. 뱀파이어인 이빈은 그 순간 곡을 물게 되고, 이때 곡과 이빈의 피가 섞이면서 서로 링크 된다. 곡은 자신이 일반인이 아닌 늑대 인간인 라이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됨과 동시에, 반은 뱀파이어, 반은 라이칸인 어정쩡한 상태로 이빈과 운명공동체가 돼버린다.

승: 반은 뱀파이어가 된 화곡은 변해 버린 몸을 통제하지 못해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이때마다 이빈의 도움을 받는다. 화곡은 이빈이 준 쾌락과 피에 의존하며 서서히 길들여지고, 곡과 빈은 서로에게 몸정이상의 감정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던 중 화곡은 라이칸 무리에 납치 당하고, 본인이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라이칸 암컷임을 알게 된다. 이어 나타난 라이칸의 차기 수장인 이노에게서, 이빈은 곡을 구하고 함께 발정기를 보낸다. 곡은 이빈에게 마킹한다.

: 곡은 이빈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하지만, 상처를 가진 이빈은 곡을 거부한다. 한편, 암컷을 뺏긴 이노는 이빈은 납치하고, 한동안 흡혈하지 못해 약해진 이빈은 위기에 처한다. 화곡은 최초의 뱀파이어 카키아를 찾아가 이빈을 도와달라고 빌고, 카키아는 조건부 수락한다. 구해진 이빈은 곡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하고, 둘은 염병천병 커플이 된다. 한편, 카키아의 조건은 뱀파이어 번식을 위한 실험 대상으로서, 곡이 약을 먹고 이빈의 아이를 가지는 것이었다.

결: 곡은 열심히 약을 먹고, 다시 찾은 발정기를 이빈과 보내면서 임신한다. 한편, 곡의 임신을 알게 된 이빈은 곡에게 아이를 지우라고 한다. 과거, 사랑했던 리아를 잃고 난 뒤, 빈은 이별과 죽음에 대한 트라우마를 가지게 되었고, 전무후무한 뱀파이어 출산으로 인한 곡의 안위를 장담할 수 없었다. 하지만, 곡은 빈은 안심시키며 무사히 이화를 낳고, 알콩달콩 육아를 하며, 영원한 반려가 되기로 약속한다. 그리고, 곡은 뱀파이어가 된다.

시즌 2:

기: 어린 화를 데리고 미국에 가서 살던 곡과 빈은, 이화의 대학 입학과 함께 한국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화는 학교에서 유독 눈길이 가는 선배 옥설현과 같은 조 활동하며 친해진다. 그러던 어느 날, 수컷 라이칸인 화는 설현이 일하는 수영장에서 갑자기 발정을 맞고, 이 날을 계기로 화는 암컷 라이칸인 설현을 열심히 꼬신다. 플로팅 클래스가 남달랐던 화는 설현을 쥐락펴락하며 뜨밤을 보낸다. 하지만, 들뜬 화와 다르게 설현은 화를 슬금슬금 피한다.

: 물론, 삽질은 얼마 가지 못해 종료되었고, 설현은 오래전부터 화를 알고 좋아했었다고 고백한다. 둘은 이 씨 유전인 염병천병 커플이 된다. 한편, 순혈 암컷인 설현은 순혈 수컷 옥신주의 부모에게 입양되어, 신주의 반려가 되기 위해 길러져 왔다. 하지만, 설현은 '순혈 암컷'으로 취급받는 생활이 싫었고, 좋아하는 화와 연인이 되면서, 집을 나와 화와 동거를 시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설현은 발정기를 맞고, 5일간 힘을 낸 이화는 설현을 임신시킨다.

: 설현, 이노의 친구인 암컷 라이칸 우노와 암컷 라이칸 나라의 아이였다. 그 둘은 사랑의 도피를 떠나고, 설현을 남긴 채 죽는다. 그 후, 순혈 암컷이자 변이종인 설현은 라이칸 무리에 끌려오고, 이노를 따라 놀러 온 어린 화와 만나게 된다. 그리고, 설현은 화에게 마킹하고, 둘은 미래를 약속한다. 하지만, 화가 사고를 당해 다치자, 이노는 화의 기억을 지우고, 설현에게 수컷이라고 암시를 걸었다. 한편, 화는 3쌍둥이의 아버지가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결: 변이종의 특성을 듣게 된 화는, 설현과의 잠자리를 피하던 와중, 설현이 납치당하는 사건이 발생한다. 설현을 찾던 화는 설현의 구출 요청 전화를 받고, 설현 구출대인 화, 곡, 이노가 라이칸 본거지에 들어가, 수장인 라젤과 전투를 벌이고, 뒤늦게 찾아온 카키아에 의해 마무리된다. 그 후 화와 설현은 온전한 기억을 되찾는다. 둘은 결혼 후 무사히 아이를 출산하고, 화는 은퇴한 이노를 대신해 라이칸 수장이 되어 설현과 행복하게 산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영생

블러드 링크가 완결되었습니다! 두둥! 웹툰은 소설에 비해 연재 속도가 느리다 보니, 완결이 해를 넘기는 일이 많습니다. 특히나, 블러드 링크는 2개의 시즌! 1개의 시즌 당 65편 이상의 장편이다 보니, 완결을 보는 독자도 감회가 남다르네요. 아마도 작가님의 소회는 말할 것도 없을 듯합니다.

저는 시즌 1이 훨씬 재미있었습니다. '발칙하다.'라는 표현이 맞으려나요. 훨씬 '날 것'다운 거친 커플이었죠. 떡대수의 조건에는 설현이 더 어울리지만, 매력도로 따지면 곡이가 1등입니다. 일단, 똑같은 캠퍼스 커플임에도 빈과 곡 커플이 더 밝고(?) 맑고(?) 명랑(?)한 연애를 즐기고, 화와 설현은 상대적으로 찌롱과 애절에 절여진 헌신적 사랑을 했죠. 카키아와 이노 커플은 말해 뭐하겠습니까... 눈물 좀 닦겠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이들 중 곡만이 영생을 선택합니다.

게다가, 시즌 2는 좀 잉?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특히 라젤의 만행을 '균형'이라는 이름으로 방치하던 카키아가, '이제서야' 이노를 이유로 죽이는 부분이요. 둘의 사랑과 이별에 관해서는, 별로 공감을 느끼지는 못했습니다. 큰 줄기로 이어져 오는 별개의 이야기를 하나로 봉합하기 위해, 다소 작위적 접착제를 애써 끌어와 쓴 것 같았어요. 시즌 1은 하나의 이야기를 굵직하게 한다면, 시즌 2는 좀 산만하고 힘이 빠져있다는 인상을 받았죠.

확실히, 시즌 1과 시즌 2의 분위기는 다릅니다. 시즌 1의 주인공 커플이 간간이 나오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시즌2 메인 스토리 캐리어는 화와 설현이었고, 나머지 커플들은 비중 높은 카메오 수준이랄까요. 하지만, 시즌 1과 2 리뷰를 나누어 쓰지 않은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모든 커플들의 갈등이 한 점으로 수렴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에요. 바로, 영생!으로 말이죠.

카키아는 모든 뱀파이어들의 아버지인, 최초의 뱀파이어입니다. 뱀파이어들은 영생을 살며 자손을 남기지 않습니다. 반면에 라이칸은 유한한 삶을 살고, 자녀를 낳아 가족을 만들어요. 그런 라이칸들은 인간과 섞여 점점 종족의 경계가 모호해지고, 소수의 순혈만이 족장의 통제 아래 이질적 삶을 살아갑니다. 그렇기 때문에, '블러드 링크'에서 뱀파이어의 삶은 끔찍하게 고독하고, 끝나지 않은 고행인듯 묘사돼요. 종족의 유지는, 오로지 죽지 않음으로만 유지된다는 위태로운 약점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카키아는 화곡과 이빈을 통해 자손을 남기는 방법을 연구합니다. 저는 카키아의 직업이 생명공학자라는 설정이 매우 기발하다고 생각했어요. 많은 뱀파이어물에서 주인공은, 영생 동안 축적한 부와 지식으로 경제나 정계의 굵직한 자리를 차지합니다. 하지만, 사랑하는 사람들의 생로병사를 보면서 살아야 하는 뱀파이어라면, 마약과 술에 취해 망각을 위로 삼고 살 것이 아니라면, 그 영생의 비밀을 연구해보고 싶었을 것 같다고 생각했거든요.

카키아의 연구는 성공했고, 화곡은 이빈의 자손을 낳습니다. 이빈은 죽지 않고, 이빈의 분신은 또 다른 삶을 살게 되는 셈이죠. 영원이라는 것을 문자 그래도, 끝이 없는 시간입니다. 죽음을 경험한 뱀파이어들은, 무한의 시간 동안 홀로 느껴야 하는 상실의 고통을 느껴야만 하죠. 미카엘이었던 이빈을 사랑했던 리아 역시 그랬습니다. 그래서 이빈은 더 이상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으려 합니다.

하지만, 곡의 애정을 거부할 수 없었고, 결국 곡이 살아있는 시간 동안 사랑하기 위해, 그 후 이어질 무한의 고통을 감내하기로 합니다. 물론, 우리의 용감한 태권 소년은 경험하지도, 상상하지도 못한 영생을 과감히 선택합니다. 곡은 그 시간의 길이나 무게와 상관없이, 언제나 이빈을 사랑할 자신이 있었으니까요.

카키아는 인간이 아닌 모든 종족을 뱀파이어로 만들 수 있었고, 그 증거가 뱀파이어 곡이었죠. 하지만, 이화도, 설현도, 심지어 카키아의 반려인 이노조차도 영생의 삶을 거부합니다. 물론, 시즌 2에 나오진 않지만, 작가님 후기에 따르면, 카키아는 이노에게 약속했던 데로 이노의 무덤을 지킨다고 해요. 이화와 설현은 함께 사랑하고, 함께 살고, 함께 죽어요. 그것이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일인 듯 말이에요.

어렸을 때는, 어른이 되면 슈퍼맨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고 싶은 일도, 할 수 있는 일도, 해야 하는 일도 거뜬히 수행할 수 있는 능력자가 되어 있을 거라고 말이죠. 물론, 조금은 맞습니다. 하지만, 절대적으로 그 희망치에 미치지 못하고 있죠. 영원을 산다고, 뛰어난 혜안과 풍부한 지식, 부가 끊임없이 누적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연륜의 축적은 자동이 아니고, 노력과 시간의 콜라보 완성품이니까요. 그럼에도, 고독과 상실은 차근차근 누적될 것 같습니다. 역시, 영원히 산다는 것은 너무 무서운 일이에요.

읽는 동안은 별생각이 없었는데, '블러드 링크'의 마지막을 접하고 보니, 카키아가 너무 마음이 아픕니다. 그런 면에서, 이빈이 대어를 낚았죠. 역시, 떡대 강수 곡이 로또였어요. ....... 뭔가, 이상한 결론이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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