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 노멀인 마오와 게이인 히사시는 룸메이트다. 둘은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다. 마오가 소속한 영화부는 BL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기로 하고, 히사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고 싶어 한다. 날라리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배려심있는 히사시와 영화 속 주인공을 함께 떠올리며 마오는 마음 속에 걸리는 감정을 느낀다.
승: 지금까지 어디에 소속된 적 없었던 히사시는 영화를 찍기로 결정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마오를 보고 진지해지고 싶졌기 때문이다. 순간, 마오는 마음 속에 걸리는 그 감정을 깨닫는다. 그리고 바로 실연을 경험한다. 히사시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전: 히사시는 날라리처럼 생긴 외모때문에 꼬인 인생을 살았다. 재혼한 가정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고, 애인인 중학교 담임과도 겉도는 관계를 위태롭게 이어왔다. 하지만, 마오를 만나고 그 관계를 정리 할 용기를 얻었다. 헤어지고 온 날 마오는 히사시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진전은 없고 영화 촬영은 속계되었다.
결: 진지하게 영화를 찍는 마오를 보며, 히사시 역시 정신을 바짝차리로 영화를 찍지만 카메라 넘어로 마오를 보며 한편으로 섭섭함을 느낀다. 하지만, 히사시의 키스씬이 있는 날, 마오는 정신줄을 놓고 둘 사이를 급진전 된다. 히사시는 연기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고, 연극부에 들어간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뷰파인더 안의 세계
저는 SNS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스타나 트위터는 하지않고, 모먼트, 틱톡, 밴드는 존재만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카톡은 하긴 하지만, 마지막 보루로 스마트폰 자체를 거부했었죠. 어떻게 살 수 있었냐고요? 많이 불편하긴 했습니다. 친구, 후배, 선배는 어쩌겠습니까? 그러려니 했겠죠. 문제는 회사였습니다.
참다 참다 어느날 불러서 21C에 스마트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노동계약서에 스마트폰이 필수라는 조항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개인 기호품이라고 주장했죠. 결국,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스마트폰도 사고, 카톡도 깔긴 했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우울했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닌텐도에 삽질하는 캐릭과 보험회사 챗봇, 그리고 카톡에 '내'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아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사소한 표정, 음성, 대화 간극 침묵에 느껴지는 분위기, 손버릇,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눈동자 호선, 향수는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그 사람을 체취, 자주 쓰는 단어, 짜증나는 사람에게 시작하는 문장 첫머리, 기분을 보여주는 입꼬리... 이런 것들로도 나는 사람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물며 웃지 않는 표정으로 치는 'ㅋㅋㅋ', 전혀 닮지 않은 이모티콘이라니... 리뷰하다 이 자기고백은 무엇인가요? 저와 다르게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소년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너무 길게 왔습니다.
예술, 특히나 영화, 사진은 BL에서도 정~~말 많이 다루는 소재죠. 그러다보니 사진이나 카메라 전문용어들도 제법 많이 알게 됐습니다. ^^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카메라는 진실을 찍고 있다는 것!
마오는 카메라 앞에서만은 솔찍해 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기록을 남기죠. 연인에게 차이고 술취해 게이라는 것이 틀킨 룸메 히사시를 위해서도 카메라를 켭니다. 마오는 절대 히사시의 비밀을 밝히지 않겠다고, 히사시는 마오를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하죠. 잘생긴 날라리에서 비밀을 공유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차가운 미남은 유난히 다정해 집니다.
마오가 소속한 영화동아리에서 동성애 영화를 찍기로 하고, 카메라 너머로 주인공역인 히사시를 보기 시작하면서 마오는 히사시에 대한 감정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실연이 찾아옵니다. 히사시는 연인이 있었으니까요.
카메라라는 신기한 기계예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거짓과 가식을 벗고,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사람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앞에 선 사람을 응시 할 수 있죠. 눈이 마주쳐 급히 피할 필요도 없고,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아닐까 고민 할 필요도,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두려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참 사랑하기 좋은, 메신저 같은 도구죠?
히사시는 마오가 영화동아리에 있었기 때문에, 일상이 너무 무료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을 수락합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섭니다. 진지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생이지만, 그건 진지함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누구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죠. 당연히, 잘 놀고 가벼울거라고... 외모를 보고 판단해 버렸으니까요.
카메라 앞에 선 히사시는 진지해집니다. 자신을 곧게 바라보고 있는 마오의 시선을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 함께, 공간을 내어주는 룸메이트와의 시간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히사시는 끌려다니는 생활을 그만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늘 연상의 연인과 헤어질까봐 불안했지만, 실제로 헤어지니 후련했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오가 있는 방으로 빨리 가고 싶어졌죠. 그리고 그날 마오는 히사시에게 고백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히사시는 연극부로 들어갑니다. 본격적으로 연극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히사시의 옆에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마오가 있죠. 영화같다. 두 사람에게 영화같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순간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여행을 갔는데, 쌍무지개가 평원 끝과 끝을 널뛰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풍경, 제 친구는 '사진을 찍어야겠어!'라고 핸드폰을 찾길래, 순간 울컥한 마음에 '눈에 담아!'라고 화를 냈죠.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작은 렌즈을 통해서만 보겠다는 것이 답답했는데... 어쩌면, 제 친구가 남기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
기: 언령술사 미토가에 강한 피를 가지고 태어난 리키이치, 그는 자신의 동생 우타를 위협하는 마을 사람들을 모두 죽이고 피의 업으로 불노의 육신을 갖게 된다. 그는 사도를 익히고 인육을 먹은 불노불사의 타계승 와키를 만난다. 리키이치는 지루한 삶을 살아가던 와키에게 즐거움과 희망을 약속하고, 와키는 언령의 저주를 대신 받을 수 있는 카미사마를 만드는 인형사가 된다. 마음껏 언령을 쓸 수 있게 된 리키이치는 돈을 벌어 땅을 일구고 그들만의 도원향을 만든다.
승: 어느날 칼에 찔린 형제가 마을로 흘러 들어오고, 이 중 동생인 호즈미를 사랑하게 된 우타는 마을을 나가 아들 쇼우이를 낳는다. 행복하게 사는 줄 알았던 우타는 병이 들어 죽고, 호즈미는 쇼우이를 이용해 마을에 쓰레기를 버리다 리키이치에 들킨다. 이 과정에서 쇼우이를 구하기 위해 리키이치는 죽고, 마지막 언령으로 와키에게는 '살 것'을 남은 카미들에게 '지킬 것'을 명한다.
전: 리키이치를 따라 죽지 못한 이들은 남아 살아 간다. 가주 쇼우이를 중심으로, 실권을 진 인형술사 와키에 의해 미토가는 언령을 써서 명맥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착한 외국인 라이조가 미토가의 가정부로 들어오면서 미토가의 분위기는 바뀐다. 언령술사의 폭주로 인해 홀로 남아 버린 카미 콘을 좋아하게 된 라이조는 콘의 언령술사가 되겠다고 하고, 콘은 라이조를 선택한다.
결: 이 선택은 와키가 오랫동안 잊고 있던 "희망"에 빛을 보여준다. 이후 수명을 다한 아사리가 쇼우이에 대한 깊은 사랑으로 기억을 되찾고 부활하자, 와키는 기적을 믿어보고 싶어졌다. 자신이 소중히 여겼지만, 자신의 것이 되지 않은채 리키이치의 카미로서 죽어버린 마가네를 깊은 잠에서 깨운다. 와키는 리키이치가 없지만, 그가 남긴 혈육들이 지키고 있는 도원향에서 마가네와 함께 살아간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인형사가 바란 기적 "마가네"
제가 진짜 ZE를 리뷰하고 있는건가요? 잠시 눈물을 좀 닦겠습니다. 정말 가슴이 벅차오르네요. ㅠ.ㅜ 감개 무량합니다. 2004년입니까? BLer로서 ZE만한 작품을 만났다는 것은, 그리고 끝내 완결을 보았다는 것은... 정말 울컥하네요.
11권이... 길었습니다. 1권을 펴자마자드는 생각, "이건 무슨 코스프레, 변태물이야?" 였습니다. GL, BL, 포르노 그냥 자극되는건 다 섞어 보겠다는 뽕빵물이군! 솔찍한 저의 첫 인상이었죠. 그래서 지금 시작하시겠다는 분이 있으면, 손목을 꼭~잡고, 3권까지는 제발 속는셈 치고 읽어보셨으면 좋겠다고... 강력하게 주장합니다!!!
ZE에는 많은 언령술사와 카미사마가 나옵니다. 그리고 그들의 이야기는 인형술사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방향으로 나아갑니다.
와키는 기억이 있던 순간부터 산 속에서 알지 못하는 수행을 하고, 약을 먹고, 인육을 하며 사도를 익혔죠. 이후 산을 떠나 세상을 떠돌지만, 자신은 늙지도 죽지도 않고 인간들은 진절머리가 납니다. 그렇게 무력한 삶을 살아내던 자신에게 한마리 늑대가 다가옵니다. 고독의 냄새가 유독 닮았던 둘은 그저 함께 있는 것 많으로 서로에게 안식이 되죠. 하지만, 자신에게 돌은 던지던 마을 사람들의 낫질에 늑대는 배가 갈려 죽습니다.
카미를 만들 때 우연히 그 늑대의 어금니가 섞여 들어가고, 그렇게 마가네가 만들어집니다. 와키는 자신이 만든 인형에 마음을 뺏깁니다. 하지만, 카미는 언령술사를 위해 만들어 진 존재 였고, 마가네 역시 라키이치를 충직하게 지키죠. 꽃잎이 되어 흩어지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마가네는 리키이치를 찾습니다. 와키는 그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그만큼 리키이치는 강하고 멋졌으며, 카미가 언령술사를 선택하는 것은 거스를 수 없는 법칙이닌까요. 그래서 마가네를 복원시키고도 깨우지 못합니다.
그런 와키에게 희망을 보여주는 존재들이 나타납니다. 리키이치의 피를 이어받은 그의 후손들이죠.
라이조 X 콘 : 카미는 언령술사가 아닌자를 선택 할 수 있는가?
콘은 마토가의 방계 긴카의 아들, 아키미츠의 카미로 만들어지지만, 카미를 받기도 전에 급하게 언령을 써버린 언령술사는 죽고 콘은 홀로 남아버리죠. 하지만 마가네와 비슷하게 만든 콘을, 와키는 곁에 둡니다.
라이조는 언령술사 없이 존재하는 카미는 가치가 없다고 생각하는 콘에게, 자신이 언령술사가 되어주겠다고 합니다. 어처구니 없는 의식을 치르고, 콘은 자신의 언령술사로 라이조를 받아드립니다. 카미로서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어 험한 일도 가리지 않았던 콘에게 와키는 남는 언령술사가 있다면 어떻하겠냐고 묻습니다. 하지만, 콘은 대답하죠. 나의 언령술사는 라이조라고요. 자신은 라이조를 선택할거라고 말입니다. 와키는 콘을 만들어서 다행이라고 대답합니다.
그러면서도 라이조를 보고 생각합니다. 콘이 라이조를 선택한 것은 밝기 때문일까? 하고 말이죠.
겐마 X 히미 : 카미는 의지는 믿을만한가?
라이조와 콘이 와키에게 사랑을 받았다면, 유독 와키의 독설에 시달리는 커플도 있습니다. 바로 겐마와 히미 커플입니다. 본의 아니게, 와키의 희망을 꺽었기 때문이죠.
물론, 와키와 다르게 한 잡지 인터뷰에서 보니 ZE의 커플 중에 확고불변 가장 사랑받는 공, 수, 커플 3 분야 모두 겐마, 히미, 겐마와 히미라고 합니다. 쇼우이와 아사리는... 아! 물론, 저도 겐마와 히미가 좋습니다.^^
히미는 세이마의 카미로 만들어졌죠. 하지만, 세이마는 히미에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습니다. 정말 아무것도요. 소중히 여겨만 집니다. 세이마는 언령을 쓰지 않았고, 히미는 카미일을 하지 않았죠. 사람을 만나거나 가업을 거드는 것 조차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세이마가 죽기 전에 히미에게 한 가지 유언을 남깁니다. 바로, 자신의 집을 남겨달라는 거였어요. 히미는 자신이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주인에게 받은 명령을 지키기 위해, 백지로 돌아가는 일을 거부합니다. 그리고 와키는, 히미의 선택을 허락하죠.
세이마라는 언령술사의 카미로 만들어진 히미는 겐마를 언령술사로 모십니다. 겐마가 젠틀한 언령술사였어도, 히미에게 쉽지 않은 일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겐마는 입을 대화의 용도로, 도무지도 쓰지 않는 작자였죠! 하지만, 와키는 괴로워하는 히미를 지켜봅니다.
히미는 겐마를 지키다가 핵이 파괴되어 백지로 돌아갑니다. 겐마는 히미를 부활시키지만, 깨어난 것은 모양만 같은 다른 히미였어요. 와키는 그 비극을 봅니다. 결국, 겐마는 새롭게 깨어난 히미를 또 다시 사랑하게 되기에 둘은 해피 엔딩이지만, 와키에게는 그렇지 않았어요.
와키는 히미의 의지를 믿습니다. 믿지 않는 것은 기적의 존재였어요. 하지만, 기적이 없다는 것을 보여준 존재에 대해 심술 돋은 말을 멈추지는 못합니다.
쇼우이 X 아사리 : 기적은 일어나는가?
리키이치의 첫 번째 카미인 아사리, 자존심 강하고 정 많고 책임감 강한 카미 대장은 두번째 언령사를 쉽게 받아드리지 못합니다. 아시리에게 리키이치는 단순한 언령술사가 아니었으닌까요. 코노하와 코노에, 쇼우이와 아시리 두 커플의 가장 큰 차이는 리키이치의 잔흔이라고 생각합니다. 똑같이 리키이치의 카미였지만, 역시 첫번째라는 것은 특별한가 봅니다.
쇼우이가 기억하는 한, 만악의 근원인 아버지나 안스러운 어머니, 위대한 외삼촌은 없었겠지만, 그들의 흔적은 너무나 짙어 그림자가 되어 한시도 빠짐없이 자신을 쫒아 다니고 있었을 거예요. 자신이 존재하는 순간부터 미워하고 있는 카미를 믿고 언령을 평생 써야만 하는 미토가의 저주라니... 이 소년이 어린 자신이 든 가방을 받고 죽은 리키이치를 기억하는 아사리와 사랑하기까지의 험난함을 말해 뭐하겠습니까?
오래, 많이, 두들긴 철이 더 견고하다던가요. 단단해진 두 사람은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카미로서 리키이치의 언령의 의무를 끝낸 아시리는, 바라마지 않던 리키이치 곁에서 맞이한 평안을 거부합니다. 쇼우이의 목소리를 따라 그에게 스스로 가죠. 그리고, 쇼우이에 모든 것을 기억한채 부활합니다.
와키는 마가네가 잠든 관을 엽니다. 그 기적의 가능성을 아사리를 통해서 보게 되죠.
코노하 X 코노에 : 운명은 벗어 날 수 있는가?
제목 是(ぜ)는 ZE라고 음독하는데, 뜻은 한자 그대로 "옳다."입니다. 이것은, 리키이치가 자주하는 대답이기도 하죠.
정발이 되고 나서 "얼마든지"로 해석 된 것을 보았을 때, 제 개인적인 감상은 잉? 이었습니다. 원본을 읽었을 때 '꼭이다!' '옳다!' '당연하다!' '반드시다!' 요런 느낌이었거든요. 과거 산속이 배경이고, 술꾼에 호쾌한 리키이치 성격을 감안했을 때 "옳타구나!", 현대식으로 표현하면 "반드시다."정도로 생각했습니다만...뭐... 전문 번역가님께서 하셨겠지만... 리키이치가 저 대사를 쓰는 부분이 좀 힘이들어가 있는! 대화에 방점을 찍는 듯한! 부분이여서 "얼마든지"는 좀 힘빠지는 어감이었습니다.
리키이치와 와키 모두 비범한 사람이죠. 늙지 않고, 초인적 능력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을 죽였고 죽이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모두 운명 밖으로 나가지 않습니다. 리키이치는 자신의 피를 저주하면서도 오로지 그 힘으로만 가족들을 지키고 자신의 세계를 만들죠. 그건 와키도 마찬가지입니다. 끔찍하더라도 그렇게 삽니다.
하지만 리키이치의 딸인, 어머니를 죽일 정도의 강한 언령술사로 태어난 코노하는 그 운명 밖으로 나옵니다. 언령술사로 살지 않는 삶 말입니다. 물론, 코노하에게 그것은 코노에가 다치지 않고 계속 함께 있을 수 있는 삶일 뿐이었을지라도 말입니다.
리키이치가 죽고 난 후, 리키이치의 카미들은 남아 그의 혈족들을 지킬 것을 명령 받죠. 그렇기 때문에, 코노에가 코노하에게 미토 가주자리를 버리게 하고, 미토가를 나간다는 결정은 엄청난 결단이었을 겁니다.
미토가에서 태어난 사람은 미토가에서 죽는다. 쇼우이도, 심지어 리키이치도 벗어나지 못한 굴레였죠. 게다가 코노하는 강한 언령술사였고, 가주였습니다. 게다가 언령술사가 없는 카미의 존재는 가치가 없는데, 코노에는 보모가 아니라 카미사마입니다. 미토의 비밀을 지키기위해서 살아서 나갈 수 없을지도 모르고, 나간다고 하더라도 언령술사가 아닌 코노하와 카미가 아닌 코노에는 무가치할 수 있죠. 미토가를 떠난 유타처럼 말입니다.
그래도 나가지 않는다면 코노하에게 양지란 없을테고, 그건 미토가에 남겨진 코노하의 운명과 같습니다. 빛을 보려면 이곳에서 발을 띠어야 합니다. 코노하와 코노에는 그 일을 하죠. 그리고 그 결과를 우리는 알고 있습니다. 제목이 말해주고 있으닌까요!
류세이X모리야 : Life just goes on
마지막까지 고생(?)에 비해서 보상을 받지 못한 커플이 있다면, 류세이와 모리야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본인들에게 인터뷰를 한다면 그다지 상관하지 않다고 툴툴대면서 편의점 도시락 사러 갈 것 같긴 합니다. 미토가의 피도 이렇게 저렇게 섞이다 보니, 본인이 미토가의 피를 타고났다는 것도 모르고, 언령이라는 것을 쓸 수 있다는 것도 모르는 언령술사가 있습니다. 그리고 돌이킬 수 없는 잘 못을 저지르고나서야 자신이 괴물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됩니다.
왜 늘 독설을 내뱉게 되는 존재들은 소중한 존재들일까요?
류세이는 자신이 언령을 쓸 수 있다는 사실을 안 순간부터, 언령을 봉인합니다. 그것은 죄의 낙인이었습니다. 감히 자살이라는 쉬운 방법으로 용서 받을 수 없고, 일생동안 살면서 속죄해야 하는 죄값이었죠. 하지만, 어느날 너의 죄가 무엇인지 잊지 말라는 듯 카미 모리야가 나타 납니다. 류세이는 언령술사라는 것을 앎과 동시에 어머니를 죽였고, 언령술사의 삶을 거부함과 동시에 모리야를 죽이게 되는 운명에 처합니다.
분명히 나 보다 못 난 것들도 많은데, 왜 그들은 나보다 잘 사는 것 같죠? 내가 나를 모르고, 내가 그들을 모르니, 이 마음은 모두 자만심이고 자격지심이다... 네... 그렇게 저를 다독거립니다. 하지만, 그래도 그 내심에는.... 떨쳐버리지 못한 못난 생각이 있습니다.
모리야는 자기보다 못난 언령술사를 만나면서, 그들을 모셔야 하는 카미로서의 삶에 자부심따위는 갖지 못합니다. 그런 언령술사 하나 죽었다고 따라 죽는 것도 싫었죠. 그래서 백지가 되는 것을 거부합니다. 그렇게 두번째 기회를 얻지만, 류세이 역시 모리야가 보기에는 자기보다 못난 언령술사였습니다. 더불어 천박하기까지한...
하지만, 이 남자 류세이, 여자한테 친절하고, 어린아이한테 더 친절하고, 동료한테 의리 있고, 악몽에 시달리며 밤을 세우고도 아침이면 시덥지 않은 농담을 하며 웃습니다. 모리야는 지저분하고 문란하며, 자신의 언령술사가 되어 주지도 않는 남자가 사랑스러워보이기 시작합니다. 류세의 살아가려는 힘, 버텨보려는 몸부림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자신이 존재가 류세이에게 괴로움이 된다면 백지가 되도 상관없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삶은 계속 됩니다. 모리야가 없더라도, 원죄가 사라지는 것도 아니고 자신의 출신이 바뀌는 것도 아니죠. 그렇다면, 함께 살아가자. 류세이는 모리야의 언령술사가 되기로 합니다. 그것은 언령을 쓰겠다는 의지는 아니었습니다. 그 이후로도 류세이는 언령을 쓰진 않습니다.
기: 신사에 버려진 아이 슈이치로는 참배하러 온 노부인 토시코에게 거두어 진다. 토시코가 죽고 슈이치로는 마을을 떠난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귀신이 보였던 슈이치로는 도중에 부정한 것과 마주치고, 도망치다가 쓰러진다. 눈을 떳을 때는 수상한 가면을 쓰고 있는 텐이라는 사람의 집에 있었다. 치료해 주고, 잠자리를 제공하는 텐은 슈이치로가 자신이 사랑하던 사람과 닮았다고 말한다. 슈이치로 역시 꿈에서 보던 남자와 가면을 벗은 텐이 닮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 얼덜결에 동거는 시작되었다. 슈이치로는 텐이 잡은 물고기를 마을에 팔았다. 어느날 마을에서 슈이치로는 소매치기를 잡게 되고, 지갑의 주인은 자신의 식당에서 일할 것을 권유한다. 텐은 슈이치로가 마을에서 일하는 것을 말리지 않고, 슈이치로는 텐이 자신에게서 과거에 좋아했던 누군가를 보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한편, 식당에 장갑을 두고 간 단골 손님의 집에 찾아간 슈이치로는, 그가 10대 납치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위기를 맞지만 텐에 의해 구해진다.
전: 기절한 슈이치로는 꿈을 꾼다. 꿈 속에서 귀족의 혼외자인 텐은 승려 죠닌의 제자가 된다. 텐은 덕심이 깊고 상냥한 자신의 스승을 존경한다. 그러던 중 죠닌은 천일간 걷는 고행을 떠나고 돌아오지 않는다. 텐은 법명을 받았지만, 죠닌이 떠난 후 부정한 현실에 부딪치고 마음이 검게 물들어갔다. 결국, 텐은 죠닌을 찾아 길을 떠나고, 백골이 되어 있는 죠닌과 그가 남긴 일기장을 본다. 꿈에서 깨어난 슈이치로는 자신이 죠닌임을 알게 된다.
결: 텐은 죠닌의 환생을 기다리며 산을 지키는 신, 텐구가 되었다. 돌아온 슈이치로는 텐과 가까워지고 싶지만, 텐은 언제든지 마을로 다른 사람에게로 자신을 보내 주려 한다. 그리고 끝내 슈이치로는 영원을 살아야 하는 텐의 두려움을 알게 된다. 그 두려움으로부터 도망치는 텐을 슈이치로는 찾아간다. 그리고, 자신에 남은 여생을 주겠다고 약속한다. 1953년 한 마을에는 신령에 의해 행방불면 된 소년의 이야기가 남아 있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기억과 용기
세상에는 무서운 것이 참 많습니다. 추상적이게는 어떤 방향으로 튀어 갈지 모르는 미래도 무섭고, 구체적으로는 코로나, 공포의 통장 잔고, 진절머리나지만 봐야만하는 기타등등의 인사와 미뤄놨던 일들, 요즘은 거울 보는 것도 무섭습니다. 하지만, 그 중 가장 무서운 것은 '기억'입니다.
프로이드의 말처럼 사람은 누구나 일정한 편집증과 강박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 역시 강박증을 가지고 있습니다. 저의 경우는 부정적 사고의 강박증, 즉 싫은 기억을 잘 잊지 못합니다. 임계치를 넘는 불행한 기억들을 떨치지 못하는 정도가, 일반적인 수준 보다 조금 높은 편입니다. 그렇다 보니 기억이 낙인처럼 달라붙어 무의식의 밤 혹은 정신적으로 힘든날에 어김 없이 뇌 속에서 불쾌한 영상기를 돌리죠.
시간이 지나고, 나이가 들면서, 강박증이라는 영화관에 절찬리 방영 가능한 기억들은 점점 늘어나고, 빈도도 더 조밀하게 늘어나죠. 이 감정조차 익숙해져야 마땅하겠지만, 익숙함의 정도가 기억의 속도를 따라잡지는 못하는 모양입니다. 이럴 때마다, 망각이란 가장 강력한 신경 안정제는 쉽게 선택을 당해주지는 않더라고요.
영원을 사는 사람의 기억이라는 것은 어떨까요? 그 기억이 지식이나 노하우에 관한 것이라면 만능 AI가 될지 모릅니다. 그래서 흔히 책 속에 영원을 살거나, 전생의 기억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들은 치트키를 갖고 시작하는 것 처럼 유리하게 묘사되어 있기도 합니다. 하지만, 슬프게도 강한 감정을 동반한 경우에 기억 강화가 일어나,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으로 변화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죠. 그래서, 어제 먹은 점심은 잊어도, 10년 전에 간 맛집은 더듬거리면서도 찾아을 수 있는지도요.
그런데 말이예요, 사랑이라는 것이 얼마나 강한 감정이던가요? 그럼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기억을 잊을 수 있을까요? 기억 할 수 있는 능력이 남아 있는 그 마지막까지 가지고 있을 가장 강한 기억이 있다면, 그건 무엇에 대한 기억일까요?
텐은 죠닌에 대한 기억을 가지고 슈이치로를 기다렸습니다. 죠닌의 다정함, 고행을 떠나던 뒷 모습, 백골이 되어 눈 속에 뒤덮힌 그와, 그가 죽음 직전까지 돌오아고자 했던 일기... 그 모든 기억을 가지고 살았겠죠. 그리고 다시 태어난 슈이치를 봅니다. 처녀에게 태어나 버려진 슈이치로를 신사로 데려가고, 신사에서 다시 노부인에게 거두어 진 뒤에도 계속 그를 지켜봅니다. 하지만, 섣불리 다가가지 못합니다.
마을을 떠난 슈이치로가 위기를 맞이하고서야 눈 앞에 나타나죠. 그리고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한 동거인으로 자리를 지킵니다. 슈이치로가 마을에서 사람들과 살길 바란다고 말합니다.
전생에 당신이 고행을 떠난 뒤 노승이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당신을 찾아 떠난 길 끝에서 백골이 된 당신을 만난 것이 얼마나 슬펐는지, 너무나 당신을 만나고 싶어서 내가 무엇을 했는지, 얼마나 사모하고 있었는지, 아무것도 말하지 않습니다.
전생을 알고 나서 슈이치로는 그런 텐의 태도가 못내 서운해서, 괜히 심술도 부리고 시험도 해봅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텐은 더 더욱 자신을 멀리하죠.
텐에게도 무서운 것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중에 가장 무서운 것은 슈이치로가 죽고 난 뒤에도 자신이 영원이라는 시간을 살아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때 자신이 기억하는 슈이치로의 모습 일 겁니다. 기억이란 반복되고 반복되다 보면, 내가 하는 기억이 과거의 '사실'인지, 아니면 내 두려움이 키워낸 '망상'인지, 혹은 그때 알았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후회의 산물'인지 모르게 되곤 해요. 텐은 그 고통스러운 되새김질을 아주 긴 시간 홀로 해야 합니다.
텐은 슈이치로에 관한 어떤 것도 선택 할 수 없었어요. 그 것이 무엇이든 반복하다보면 분명히 후회하게 될테닌까요. 슈이치로는 이 생이 다 할때까지 함께 하고, 늙어 병이 들면 수발도 해주고, 백골이 되면 묻어 달라고 합니다. 그리고, 이번 생에서 텐이 슈이치로를 '향'으로 찾은 것 처럼, 다음 생에서도 그렇게 찾을 수 있을까 고민을 하죠.
슈이치로는 사람이 아닌 신과 사는 일생을 선택합니다. 이것은 엄청난 용기가 필요한 일이겠죠. 하지만, 저는 텐의 선택에서 더 큰 용기를 느꼈습니다. 당신과 함께 있는 시간, 당신이 없는 시간, 그 모든 시간 당신을 기억 하며 살아갈 용기... 고즈넉한 낡은 산 속, 두 사람이 있는 전경만으로도 가슴이 아릿한 것은, 그 용기의 무게가 너무도 엄청 날 것 같아서... 그래서 인 것 같습니다.
기: 게이 데구치는 영업부 사원으로 서글한 성격에 적당히 즐기는 삶을 살고 있다. 어느날 시스템팀 시마가 게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차별받는다는 사실을 알지만 무심히 넘긴다. 한편, 노멀 친구인 사쿠마와 만난 자리에서 또다른 친구 오노다를 만난다. 착하고, 편안한 오노다와의 만남이 늘고, 둘은 친구가 된다. 그리고 노멀은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데구치는 오노다에게 마음이 기울기 시작한다.
승: 시스템팀 시마는 회사를 그만둔다. 그리고 우연히 오노다의 입에서 시마의 이야기를 듣게 된다. 오노다는 자신팀 노멀 과장과 묘한 분위기인, 게이 시마에 대한 편견이 없었다. 그 후 얼마 뒤 오노다는 시마를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곧 오노다는 자신이 '그'를 좋아하는 시마의 모습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접는다.
전: 데구치는 시마가 남자를 좋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용기를 얻어 오노다에게 고백을 한다. 하지만, 오노다는 데구치의 가벼운 고백을 장난으로 넘긴다. 하지만, 상처 입은 데구치를 본 오노다는 그의 진심을 깨닫고, 기다려 달라고 부탁을 한다. 3년간 절친, 같이 있으면 즐겁고 편한 데구치에게 느끼는 감정이 좋은 친구 이상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오노다는 게이에 대해서 공부한다.
결: 게이로 살아 온 데구치와, 게이로 살 것을 선택해야 하는 오노다는, 갈등과 혼란의 과정을 거쳐 둘은 연인이 된다. 오노다와 사귀게 된 데구치는 자신을 좋아하는 마음과 별개로 오노다가 게이로서의 생활을 받아드릴 수 있는지 조심스럽지만, 둘은 조금씩 함께 극복 해 나간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좋은 사람, 좋아하는 사람, 좋은 연애
일본BL은.... 정말 무궁무진하죠. 아무래도 역사도 오래되고, 시장도 큰 편이닌까요. 그만큼 B급도 S급도 많고, 명작도 많습니다. 읽고 나면, '누군가와 말하고 싶어!! 이 감동을 어떻게든 해야만해!!!'라며 손 떨게 되는 경우도 제법 됩니다. 과흥분 상태를 부르는 작품을... 하지만, 그 다수는 장편인데 완결이 안났어요. ㅠ.ㅜ 리뷰를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습니다.
잡지 연재도 단행본으로 나오려면 반 년을 기다리는데, 심지어 연재작도 아닌 경우는 다음 권이 언제 나올지도 몰라요. 제가 '일본 BL 만화의 정수'라고 생각하는 ZE는... 1권을 읽은지 언제인지 생각도 안 나네요. 일본에서는 완결이 나서 원서로는 봤는데, 아직 한국에 정발은 안 됐습니다. 그 밖에도...말잇못입니다. ㅠ.ㅜ
요네다 코우님의 '지저귀는 새는 날지 않는다.'도 아직 완결이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래도 다정한 사람을 한다.'를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부디 내게 닿지 않기를'의 스핀오프 작품이죠. 이곳에는 어떤 극적인 갈등이나 트라우마도 나오지 않습니다. 하지만, 요네다 코우님 특유의 서정성이 잔득 녹아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나쁜남자 컴플렉스라는 것이 있습니다. 타지 않는 쓰레기임에도 계속 그런 못된놈을 좋아하게 되는 현상이죠. 상남자, 거친남자, 차가운 도시의 남자... 좋지 않은 사람임에도 좋아하게 되는 이유, 제 친구는 이렇게 말하더라고요.
"몸에 좋은 음식보다 맛있는 음식을 좋아하는게 당연하잖아. 건강은 나빠지겠지만..."
슬프게도 수긍 되긴 합니다. 좋은 사람을 좋아하는 것을 실패한 경험도, 좋은 사람과 좋은 연애를 하지 못한 경험도 있으닌까요. 그 찜찜한 시간 동안에 '게가 참 착한데' '게가 나한테 참 잘해줬는데' '게만큼 좋은 사람도 없어.'라고 생각하지만, 그런 되새김질 자체가 좋아하는 마음은 순항 중 이라고 말 할 순 없을 거예요.
좋은 사람은 이해해 주려고 노력해요. 늘 조심스럽죠. 그런 모습이 배려 같아서 좋았던 시절도 분명히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평행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과 같이 너는 좋은 사람이고, 나는 너를 좋은 사람이라고 부르지만, 우리는 얼마나 깊어지고 변해왔는가 생각해보면, 제자리 걸음이라는 결론이 나와요.
그럼에도 좋은 사람을 힘들게 하는 것은 언제나 나쁜 사람이기에, 나는 나쁜 사람인것도 같죠. 많이 싸워보지 않은 커플은 사소한 싸움에도 어떻게 화해를 해야하는지 알지 못하고, 별거 아닌 말에도 상처 입고 회복하지 못해요. 어색하고, 불편하고, 미안한 마음... 다시 '좋은 사람이다.' 세뇌를 해봐도 또 맴도는 기분...
오노다는 좋은 사람입니다. 데구치도 좋은 사람입니다. 오노다는 이성애자고 데구치는 동성애자죠. 오노다는 데구치의 입장에서 자신을 맞추려고 하고, 데구치는 오노다의 입장이라면 거북할 자신의 게이 요소들에 불안해 합니다. 서로에게 상처 주고 싶지 않지만, 전혀 다른 생활을 해왔던 두 사람은 서로가 불편해 할 만한 작은 돌뿌리들을 모두 제거하지는 못하죠.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었을테닌까요.
전전긍긍, 좌불안석... 왜 나는 너를 위해서 바텀이 될 각오까지 했는데, 네가 나를 좋아해만 준다면 욕심내지 않겠다고, 강요하지 않겠다고 늘 조심스러웠는데, 이렇게 노력하는데, 이렇게 좋아하는데, 왜 우리의 연애는 이렇게 힘들기만 할까요?
퇴근 후 근처 선술집에서 하는 술 한잔은 일상적이지만, 술은 술이라 취하고 독해요. 오노다와 데구치는 회사를 나가서 일하고, 사람들과 어울리고, 만나서 키스하고,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지만, 그러면서도 마음은 복잡하고 생각은 많아지죠. 하지만, 아무도 멈추지 않아요. 불안해도 대면하고, 못하는 싸움이지만 애처럼 굴어보기도 합니다.
사랑에 '해결'이라는 말은 틀린 말이었을 지도 모르겠어요. 사랑이 '문제'일리 없으니, 결국 깨지고 망가지지 않도록 갈고 닦는 부지런함이, 그 멈추지 않는 노력을 할 각오가 필요했을 뿐 일지도요.
이 책은 그 좋은 사람들이 한발짝 한발짝 함께 걸어가는 동행기입니다. 그래도 다정한 사랑을 합니다. 역시 좋은 사람과의 연애는 좋지만은 않다는 것은 변명이었는지 모르겠습니다.
기: 고등학교 음악교사 이치토는 감기가 심해져 수학여행 도중 집으로 돌아온다. 그런 이치도를 기다리는 것은, 바람피우고 있는 남자친구 아유무와, 그 상대방의 연인이었다. 늘 바람을 피웠지만 끝내는 자신에게 돌아 오는 아유무를 보호하기 위해서, 흥분한 상대방 연인 소우시를 끌고 나온다. 그리고 이치토는 소우시의 므흣한 분풀이 대상이 된다.
승: 아유무는 바람 상대인 사쿠를 사랑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유무의 집에서 쫒겨난 이치토는 갈 곳없이 배회하다 소우시의 집으로 찾아간다. 들어갈 땐 마음대로 들어갔으나 나올 때는 그럴 수 없었기에, 이치토와 소우지의 동거는 시작된다. 탑을 담당했던 두 사람의 탑 포지션을 놓고 벌이는 신경전도 계속 되지만, 이치토는 연일 패배한다.
전: 과거 이치토가 아웃팅을 하고 집을 나왔을 때, 자신의 소꿉친구인 아유무는 자신을 받아준다. 하지만 아유무는 이치토를 가족처럼 소중하게 생각하지만 사랑 할 순 없었다. 외과의사인 소우지는 환자인 사쿠를 사랑했지만, 과묵하고 무심한 태도가 사쿠를 외롭게 만들었다. 사랑은 했지만, 버림받은 두 사람은 서로의 헛헛한 옆자리를 메꿔준다.
결: 이치토와 소우지는 사귀게 된다. 동등한 관계를 바랐던 이치토는 소우지와 살고 있는 비싼 맨션에서 나가 집을 구하러 돌아다니다 소우지와 마주친다. 소우지는 이치토와 함께 살자고 말하고, 이치토는 서서히 바텀에 익숙해지기 시작한다. 어쨌든 happy ending!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가볍다! 예쁘다! 유쾌하다!
가끔 예쁜 그림이 보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또 생각이 하기 싫은 날이 있죠. 감정적 소모도 없이 시간을 소비하고 싶을 때, 좀 더 욕심을 부리자면 그냥 유쾌했으면 좋겠다!
그럴 때 찾는 작가가 몇 명 있습니다. 그 중에서 한분이 타카기 료님이죠.
일단, 타카기 료님은 그림이 예뻐요. 강한 할리킹물들이예요. 바보처럼 착한 소공녀 수에 위로받은 스펙갑 공이 무한한 사랑을 퍼부어 주는, 착한 헌신수를 이용해 먹었던 전 남친들의 쓸쓸한 뒷모습은 보너스입니다. 고구마가 없다는 소리죠. 하지만, 스토리 라인이 매우 약합니다. 볼 때마다 괜찮은 스토리 작가와 협업하다면, 명작도 나올만 한데... 아쉽다가도, 또 이런게 타카기 료 스타일이지!싶은... 오래 된 작가님이죠.
킬링타임용이라는 말을 길게 해 보았습니다.
마운트 포지션은 나름 신작인데, 소공녀 수치가 가장 낮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전 작품들은 어벙한 수가 하는 바보짓에, 공이 화를 내거나 뒷처리 해주는 것이 주요 플롯이었기 때문에, 공 수가 티카타카하는 장면이 길지는 않은데, 이 작품은 주류를 이뤄요. 결국, 누가 바텀이냐를 놓고 아웅다웅하는 거겠지만, 그럴 수 있다는건 그 만큼 수가 강하다는거겠죠.
외과의사, 바텐더, 음악선생님, 음대생이 나오는데, 외과의사와 바텐더는 고급맨션 집주인들이고 음악선생님과 음대생은 더부살입니다. 다행히도 크로스로 더부살이 집을 이사하는 꼴이 되서 거지꼴을 피했지만, 기본적으로 집주인과 헤어지면 홈리스가 되는 신세들이죠.
음대생이야 그럴 수 있다고 치지만, 음악선생님이 도박을 하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돈을 못 버나? 싶기는 합니다.ㅜ.ㅜ 어쨌든 소우지가 입는 명품셔츠 근처도 못가는 싸구려 넥타이밖에 선물 못하는 신세죠. 하지만, 이치토는 소우지에게 가장 필요한 한가지를 해주는 사람이죠. 바로, 잠을 잘 수 있게 해줍니다.
소우지는 인간으로는 서툴지만, 의사로서는 유능합니다. 의사가 아닌 소우지가 잘 짓지 못하는 부드러운 미소, 상냥한 음성으로, 자신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로 사람을 도와줍니다. 하지만, 가운을 벗으면 얼굴 뻣뻣해지고 말이 짧아지죠. 그런(?) 현장에서도 매정하게 자신을 버렸던 사토가 돌아 올 것을 생각해서 사쿠가 쓰던 방을 매일 챙겨요. 그래놓고 말없이 짐만 챙겨간 사토를 원망도 못하고 한없이 울적해지죠. 이 예민한 대형견공을 토닥 토닥 편히 잠 들 수 있게 해주는 것, 바람직한 수의 견본입니다.
온전하고 완벽한 것은 위대하지만, 서툴고 부족한 것은 가볍고 신경이 쓰여요. 원래 꽁냥대는 연애는 그 신경쓰임으로부터 시작하지 않나요? just like the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