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LYNUE 블리뉴

출간일: 2020.03.25

분량: 본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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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은 나밖에 모르잖아. 나만 보면 발정하고. 아니야?"

"맞...아."

"내가 아니면 말라죽을 거지? 불쌍하게."

채우를 불쌍하다 말하는 이현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이미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채우와는 대조적인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신과 신도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이 비록 만들어진 신이라고 하더라도 믿는 자 앞에서 그 신은 진실된 신이었다.

"으흑..."

"그러니 내가 형을 가져줄게. 형은 그냥 지금처럼, 나만 원하면 돼. 쉽지?"

이현의 손이 머리를 쓸어 넘기곤 이내 이마에 입을 가볍게 맞춰주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소유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지금처럼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채우에게 이현을 원하는 것은 쉼 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당연하게 살아있으면 자신을 소유해 주겠다고 하는 이현은 채우에게 있어 다정한 신이나 다름없었다.

point 2 줄거리

기: 16살 채우는 10살의 이현을 만난다. 채우는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세상에, 단 하나에 아름답고 찬란한 존재를 발견한다. 그 후 채우는 오로지 이현에게만 집착하며 가까이 지낸다. 이성적 애정이나 형제의 우애로 설명할 수 없는 맹목적인 관계였지만, 이현의 친누나 우현을 제외하고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나마 우현마저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채우와 이현의 이런 관계를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23살의 이현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승: 채우는 이현에게 최면을 통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전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도록 암시를 건다. 하지만, 최면 중 이현과 키스하게 되고, 채우는 성적 쾌락에 빠져든다. 채우는 완벽한 생명체인 이현의 온몸을 핥고, 이현에게 하인처럼 복종하면서, 사랑을 구걸한다. 그리고, 최면에 깨어난 이현과는 일상적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성애의 열락에 들뜬 몸은, 최면이라는 무기를 얻어, 점점 깊은 쾌락의 늪으로 빠지기만한다.

전: 채우는 최면에 걸린 이현과 섹스를 하며, 완벽한 피조물을 받아들이는 황홀감에 느낀다. 그 뒤 채우는 기구를 사용한 야외 섹스부터, BDSM, 여장 코스튬 섹스까지, 다양한 섹스를 시도한다. 그리고 암시에 걸린 이현 역시, 채우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진다. 한편, 채우는 이현에게 최면을 걸고 섹스하는 것에 중독돼 그만두지 못하면서도, 완벽한 이현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결: 채우는 이런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최면상태의 이현에게 죽을 것처럼 때려달라고 요청한다. 늘 암시에 따르던 이현은, 채우에게 못한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이현을 만나지 않은 채우는 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이현에게 최면을 걸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 하지만, 우현에 의해 실패하고, 이현이 최면에 걸린 적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채우를 소유하겠다는 이현에게, 채우는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드디어 호!박!곰!

하드코어의 명가, 호박곰님의 작품을 드디어 리뷰하게 되었네요! 두둥! 진지충의 Review로 하드코어를 써봐야지~ 생각했을 때, 당연히 호박곰님 작품을 먼저 떠올렸지만, 결국 망태기님의 '욕망 형제'를 썼었죠. 그 이유는 호박곰님의 작품에 지뢰가 많기 때문이었어요. 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하드코어 작품 선택의 최대 난제는, 바로 호불호와 개취가 지나치게 강한 '지뢰요소'를 잘 가려내는 것입니다.

호박곰님 작품의 총체적 지뢰요소 활용(?)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지뢰요소는 '자보드립'입니다. 핥고, 먹고, 맞는 것은 당연하고, 에그나 요도 플래그 같은 기구 사용이나, 처녀드립도 있어요. 장내배설은 없는, 배설 플레이는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것이 10만 자, 단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중 나의 지뢰가 없다면, 제대로 된 하드코어물을 즐기 실 수 있습니다. 하드코어의 매력은 비일상적이고 특이한 소재를, 자극적이고 빻빻한 빨간맛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씁쓸한 현실을 반추하게 되는 피폐는 싫지만 빨간맛은 좋다!라고 생각하신다면, It's 따뜻한 쓰레기통 time!

'만들어진 신'은 L이 꼭 필요한 독자나 스토리가 중요한 독자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듯합니다. 일단, 채우가 최면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현이 최면에 안 걸렸다는 결말이 예상됩니다. 그러면, 최면에 걸리지 않은 이현과의 대화와 최면에 걸린 이현과의 대화를 보고, 이현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결국, 최면이라는 설정은 더 이상 배덕감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채우의 감정 변화선을 따라가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채우는 무기력, 무관심, 무반응의 정서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부모도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로 맺지 못하고 살았죠. 그런 채우의 눈에, 처음으로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완벽한 피조물이 나타납니다. 그건 나르시스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나르시시즘을 느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신 이외의 존재를 하등하게 여기던 채우에게, 자신보다 우월한 절대자가 등장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현이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느끼는 채우의 절박함은, 사랑을 빼앗긴 고통이라기보다는 완벽한 존재의 훼손 혹은 이현을 만나기 전 무채색의 세계로의 회귀였을지도 모릅니다. 채우가 바란 것은, 이전처럼 '나만의 이현'으로 돌리는 일뿐이었어요. 하지만, 암시에 걸린 이현과 키스를 하게 되고, 채우의 성욕은 깨어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키스만 했다는 이현의 말을 듣고, 입술 이외 이현의 '처음'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느낍니다.

그래서 채우는 이현의 몸을 핥고, 타인이라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조차도 쾌락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현의 첫 섹스를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스스로의 성감대를 키우죠. 최면이라는 베일 아래 채우의 시도는 점점 과감해지고, 이에 비례해서 현실 속 이현을 보는 죄책감과 괴리감도 커지기만 해요. 결국, 채우는 이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의 고통과 공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린 이현에게 폭행을 요구해요.

물론, 나름 반전이지만 반전스럽지 않게도, 이현은 암시에 걸린 상태에서도 채우의 요청을 거부합니다. 또, 자신에게서 도망가려는, 최면 아래 가감 없이 드러낸 날것의 욕구를 끊어내려는, 채우를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이현이 채우의 어설픈 연기에 동참해 준 동기는 채우의 절실함이었지만, 이현 역시 채우에 대한 지독한 소유욕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채우는 '완벽한 예술품'인 이현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현이 채우를 사랑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단호하게 아니라고도, 기라고도 대답하긴 힘들 것 같아요. 채우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그저 이현의 사랑과 자신의 사랑이 결이 다를 뿐이라고 단정합니다.

만약, 이성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채우와 이현은 '사랑'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채우의 사랑은 신에 대한 경외적 사랑이었고, 이현은 자신의 것에 대한 독점적 사랑일 테니 말이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보지 않으면 살 수 없고, 같이 있으면 쉴세 없이 요동치는, 심리적 울림이라고 한다면, 두 사람은 격정적 사랑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피폐든 하드코어든, 마지막은 달달이길 바라는 독자의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장르든 사랑이 넘치는 알콩달콩 외전이 사랑받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에 다정한 이현이 채우와 상량한 섹스를 한다면, 그것대로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드코어의 묘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길 주저하는 음습한 욕구를, 비틀어진 주인공을 통해 엿보여주는 거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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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모드

출간일: 2018.03.05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폐하께서 용왕이 아니고, 제가 용왕비가 아니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겁니다. 아니, 만났더라고 하더라도 친구가 되었을 겁니다. 키도 크고 덩치도 큰, 귀엽지 않은 사내에게 어찌 연심을 품겠습니까. 전 이렇게 만나서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세시얀은 긍정적인 생각만 하고 있는 자신이 우스웠다. 반편이 왕족으로 태어나 온갖 구박을 받고 자라면서 이렇게 태어나지 않았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그런데도 지금은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사랑한다고 고백을 받고, 또 그런 그를 사랑스럽다고 생각하면서 끌어안을 수 있어서 눈물이 날 만큼 기쁘니 말이다.

point 2 줄거리

기: 치엔리운 왕세자의 아들로 태어났지만, 기녀인 어머니와 불길한 검은 머리를 타고난 반편이 왕족 세시얀은, 로말쉰에서 차별을 받으며 궁핍하게 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붉은 사막 너머에 국가 랑쿤이 로말쉰의 요충지 유스투안을 공격하고 점령한다. 랑쿤은 유스투안의 반환 조건으로 국혼을 요구하고, 그 대상으로 세시얀을 지목한다. 로말쉰은 치욕스러운 조건이지만 거부하지 못하고, 세시얀은 자예린 한 명만을 데리고 이국의 왕비로 팔려간다.

승: 세시얀은 무리한 일정을 강행하며 제대로 된 설명도 없는 호위대장에게 폭발하고, 랑쿤에 도착해서야 그가 왕인 슈카이란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용의 나라 랑쿤은, 호수에 깃든 용이 선택한 용왕비가 없으면 비가 내리지 않는다. 세시얀과 슈카이란이 혼례를 올리자, 3년간 비가 내리지 않은 랑쿤에 단비가 내린다. 로말쉰에서 냉대 받던 세시얀은 랑쿤에서는 너무도 귀한 사람이었고, 만인의 호의 속에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전: 슈카이란과 세시얀은 랑쿤의 평화를 위해 서로를 이해하고 좋아하려고 노력한다. 그리고, 그 결실로 부부다운 관계로 발전한다. 하지만, 슈카이란은 세시얀에게 숨기는 것이 많았고, 세시얀은 그 점이 늘 불만이었다. 한편, 로말쉰은 남자로서 타국의 왕비가 된 세시얀이 수치라며 자살을 종용하는 사신을 보내고, 슈카이란은 상처 입은 세시얀을 위로하고 보호한다. 로말쉰은 자살을 거부한 세시얀을 죽이기 위해 계략을 세우고, 두 사람은 위기에 빠진다.

결: 미래를 보는 보석안을 가진 세시얀은 슈카이란이 절규하는 모습을 보고 알려주지만, 슈카이란은 또 설명 없이 세시얀의 조언을 무시한 채 궁을 비우고, 그 틈을 노린 암살자를 피해 달아나던 세시얀은 오른손을 잃는다. 한편, 세시얀이 죽었다고 생각한 슈카이란은 용의 본신으로 폭주하고, 그런 슈카이란을 세시얀은 따뜻하게 안아준다. 슈카이란은 세시얀을 위험에 몰아넣은 로말쉰과 전쟁을 하고, 승전보를 울린다. 그리고, 용신은 세시얀의 오른손을 돌려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른들을 위한 동화

불면증을 앓은지도 제법 시간이 지난 것 같습니다. 소싯적 머리만 대면 기절하는 능력으로 많이 이들의 감탄을 자아냈던 것 같은데 말이죠. 숙면 도우미들은 많지만, 제가 애용하는 것은 수면유도제도 라벤더 티도 아닌 바로, 이 책 '꿈꾸는 용이 잠든 나라'입니다. 지루하다고 이해하시면 안 됩니다. 좋은 꿈을 가져다줄 것 같은, 포근한 이야기거든요! 누워 읽다 보면 소록소록 잠에 빠져들어요.

'꿈꾸는 용이 잠든 나라'는 꿈과 희망을 보여주는 예쁜 동화도 아니고, 현실의 이면을 풍자한 신랄한 글도 아닙니다. 비정한 환경에, 현실적 이득을 계기로, 눈치 보고 노력하며, 일상을 살아가는 이야기예요. 다만, 색골 오골계가 사과 덕후이고, 용왕비가 용왕에게 원펀치를 날려요. 태양신에게 받은 보석안으로 미래를 보고, 손짓으로 만든 태양신의 화살을 쏘며, 절대 무적 신체를 가지고 있는 용왕이 나오죠. 그래서, '어른들을 위한 동화'라는 표현이 제일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

세시얀의 아버지는 비극적 죽음을 맞고, 어머니에게 한 아버지의 언약을 지켜지지 못해요. 천한 신분의 어머니는 왕족의 아이인 세시얀을 낳습니다. 하지만, 세시얀은 불길한 검은 머리와, 신성한 보석안을 가지고 태어나죠. 혼란과 갈등은 있었지만, 세시얀은 왕족으로 인정받고 로말쉰 왕자에게 입양됩니다. 그리고, 그 전날 증인 없는 사고로 어머니는 죽어요. 그 후, 떼쟁이 공주에 의해 세시얀의 출생이 폭로되면서, 반편이 왕족으로 조롱당하며 삽니다.

세시얀은 로말쉰 왕국의 계륵이었고, 그래서 왕족이었지만 가난하고, 똑똑하고 아름다웠지만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는 허락되지 않았죠. 심지어, 세시얀이 국익을 위해 타국에 팔려 국혼을 맺을 때도, 로말쉰 왕은 세시얀을 비난하고 상처 줘요. 랑쿤의 왕비가 된 이후에도, 스스로 자진하라며 여러 번 단도를 보냅니다.

세시얀은 스스로 태생을 선택한 적이 없고, 미움받을 행동을 저지른 적도 없지만, 불길하고 수치스러운 존재가 되어버렸어요. 그리고, 자신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슈카이란도, 세시얀이란 사람이 아니라 비를 내리는 용왕비가 필요했던 거였죠. 슈카이란이 세시얀에게 친절하고 상냥한 것은, 사과농장의 풍작을 바라고, 랑쿤의 평강과 안녕이 간절했기 때문이었어요.

그 자체로 귀한 존재,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 일편단심 연심을 받고, 노력하면 끝내 인정받고 살 수 있는 세계! 아이들에겐 동화 속 현실, 어른들에겐 현실 속 동화죠. 어쩌면 아이들의 동심을 지켜주고 싶은 어른들의 마음은, 그 유통기간이 결코 길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치열한 행복이 삭막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세시얀은 랑쿤의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인 이유가 비 때문인 것을 알지만, 그래도 충분히 만족합니다. 계기는 이득이라도, 세시얀이 얼마나 현명한고 귀여운지 알게 된 사람들은, 어느 순간 용왕비가 아닌 세시얀을 좋아해요.

슈카이란은 용왕비가 랑쿤을 버릴까봐, 많은 것들을 숨깁니다. 알을 낳아야 한다는 것도, 용신의 가호를 받은 괴물의 몸을 가지고 있다는 것도 말이에요. 또,

슈카이란은 연애 경험이 많았고, 세시얀은 외롭고 차별받으며 자랐으니, 굉장히 쉽게 꼬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세시얀이 바란 건 크리스탈 성과 황금 드레스가 아니었고, 신뢰와 진실이었어요. 사람은 쉽지 않고, 사랑하기는 더 쉽지 않아요. 세시얀과 슈카이란은, 서로 맞춰가기 위해 많은 시행착오를 겪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세시얀은 아플 정도로 강력하게 느껴지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경험해요.

세시얀과 슈카이란은 완벽한 용왕비와 용왕이 아니었고, 그들 주변의 사람들 역시 내기를 하고, 질투하고, 실수하며, 일상을 살아갑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따뜻한 볕처럼 머릿속에서 그려지며, 나른한 기분이 들어요. 분명 이 세계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친구의 연애담처럼 저 세상의 이야기도 아니죠. 물론, 왕자님이 엑스칼리버를 뽑고 마왕을 무찌르고 공주를 구하는, 화려하고 카리스마 넘치는 이야기는 아니에요. 색골 오골계는 겁이 많습니다.

그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넘기면, 계단을 밟아 수면에 세계로 내려가는 것 같아요. 그 끝에는 랑쿤의 일상이 있을 것 같은... 하지만 아쉽게도 아직 꿈을 꾼 적은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꿈꾸게 된다면, 용왕과 용왕비의 동침 내기판이었으면 좋겠네요. 저는 결론을 알고 있고, 판돈은 크니, 그곳에라도 부자가 되지 않을까요? 어른의 해석법이라고 구차한 변명을 첨언해 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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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9.02.28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내 선물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았어."

렌레이는 내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 대며 다시 속삭였다.

"그래도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 하루. 내가 당신을 섬기고 있잖아."

귀중한 뭔가를 아루듯 애틋한 손길로 내 얼굴을 매만진다. 렌레이는 차가운 입술을 내 입술에 맞대었다.

"......다신 나를 울리지 마."

point 2 줄거리

기: 형사이자 친형인 나루의 부탁으로, 의대생 하루는 마약 하나비라를 입수하기 위해 클럽을 찾는다. 그리고 클럽을 나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 하루는 해일금융 서해일이 렌레이 조직의 보스 리자오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리자오의 어린 아들 렌레이를 구출해 달아난다. 그리고, 이 사실을 형 나루에게 알리고, 하루는 나루의 지시가 있을 때까지 레인 레이를 보호한다. 그동안 10살인 렌과 친해진 하루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고받으며 추억을 쌓는다.

승: 하루는 나루를 믿고 렌을 보내려 하지만, 나루가 정부에 렌을 맡기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된 하루는, 조부모에게 렌을 보내주기 위해 상해로 밀입국한다. 친구 태민이 만들어 준 위조 여권으로 힘겹게 상해에 도착하지만, 렌의 막내 이모 리자영은 렌과 하루를 택시에 태워 도피시킨다. 하지만, 택시는 전복되고, 하루가 깨어났을 때, 렌과 형은 죽었고, 심지어 형이 부패 형사였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하루는 진실을 찾기 위해 형사가 된다.

전: 14년의 시간이 흐르고, 하루는 강력계 수사 팀장이 되었다. 하루는 가짜 하나비라 유통을 조사하던 중, 하나비라를 먹고 환각 상태에서 마약상이자 사이코 연쇄살인범 김락희를 때려죽인다. 위기에 몰린 하루를 찾은 것은 마약 수사국 최 국장이었다. 하루는 형의 절친이자 짝사랑 대상인 손중원 과장과 중국 측 친이경감과 함께, 가짜 하나비라 수사팀에 참여한다. 하루는 김락희로 위장해 잠입 수사를 진행한다.

결: 그리고 스셴의 차기 수장인 된 렌과 재회한다. 렌은 김락희로 위장한 하루를 강간하지만, 곧 사랑한다며 끼고돈다. 하루는 렌에게 양가적 감정을 느끼며, 렌과 수사팀 사이에서 정보를 나른다. 하지만, 수사가 계속될수록 하루는, 하나비라 이면에 모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음을 알게 된다. 결국, 하루는 진실에 도달하고, 형의 누명과 중원의 모략과 부패, 렌의 계략을 확인한다. 하루는 중원을 죽이고, 렌에게로 돌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만신창이

리다조님은 암흑가 조직을 배경으로, 쫒고 쫓기는 사건물을 참 잘 쓰시는 작가님이죠. 물론, 그래서 '적신'이 그중에 으뜸이냐? 물으신다면, 그건 아닙니다. 쫀쫀하고 밀도 높게 진행하던 사건이, 막판에 중원과 렌의 대사로 퉁쳐진 것 같은... 용두사미라는 인상을 받은 작품이었어요. 단권이라는 분량의 한계도 분명 있었을 테지만, 초중반부에 기대치를 너무 높이는 흥미진진한 이야기가 결론의 아쉬움을 키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리고 렌의 태도 살짝 잉???했고요.

물론, 그럼에도 '적신'은 몰입도 높은 흥미로운 작품입니다. 특히, 제목이 의미심장해요. '적신', '벌거벗은 몸' 혹은 '죽음 직전의 황폐하고 처참한 상태'... 분명히 결론을 암시하고 있지만, 그 해석에 대해서는 다양한 시각이 있을 듯합니다.

사건물은 해피엔딩과 배드 엔딩이 명확합니다. 해결되면 해피이고, 해결이 안 되면 배드인 셈이죠. 그러면, '적신'은 비밀이 밝혀지지 않고 베일에 가려진 끝나는가? 묻는다면, 아닙니다! 나름 결자해지, 인과응보의 결말을 맞습니다. 하지만, 그래서 '적신'이 해피엔딩이냐 묻는다면, 글쎄요...입니다.

수인 하루는 형 나루에게 누명을 씌운 범인을 죽였고, 공인 렌은 어머니의 원수를 갚고 스셴의 수장이 되어 하루를 가졌지만, 마지막 장면에서 하루의 모습은 '적신'을 떠올리게 합니다. 마치, 진실의 실체가, 사람의 심연이, 세상의 본 모습이, 사실은 만신창이라는 듯 말이에요.

하루와 나루는 금수저를 물고 태어났습니다. 하지만, 하루에게 선망의 대상이었던 나루는, 그 집안과 의절한 채 경찰이 됩니다. 그리고, 형보다 못하다는 열등감을 가지고 살았던 하루가, 의사인 부모님이 바라는 의대생이 되죠. 집안 좋은 마약쟁이 친구 태민이 하루에게는 가장 큰 일탈이었었죠. 하지만 예고도 없이, 수동적이지만 평화롭던 날들의 끝이 찾아옵니다.

하루는 언제나 최선을 다해 선택합니다. 살인자들은 무서웠지만, 어린아이를 방치 할 수 없어 렌을 구했고, 형이 렌을 정부에 넘기려 했을때도, 거래의 도구로 아이를 이용하려는 어른들에게서 렌을 보호합니다. 형 나루가 부패 경찰이라는 오명을 쓰고 자살했다는 소식을 듣자, 그 뒤에 있을 거대한 음모와 맞서기 위해 경찰이 됩니다. 그리고 14년, 포기하지 않고 진실을 밝히려 노력하죠.

가짜 하나비라 유통 수사를 위해 마약상 김락희로 위장 잠입했을 때도, 가장 희생적인 선택을 합니다. 하루는 렌에게 상처를 줄 수도 없었고, 수사를 어그러뜨릴 수도 없었죠. 그래서, 렌에게 하루라는 사실을 밝히지 못하고, 얼굴 예쁜 창남이 되어 렌에게 몸쓸 취급을 받습니다. 또, 오랫동안 짝사랑해 온 중원이 대시 해 올 때도, 흔들리지 않고 냉정하게 수사를 진척시켜나갑니다.

하지만, 하루는 결국 만신창이가 됩니다. 일반인이면서 동정심에, 해일 금융과 렌레이파, 크게는 상해 스셴과 엉키게 됩니다. 나루의 반대에도, 렌과 함께 상해로 가면서, 나루의 오명을 밝힐 골든타임을 놓치죠. 14년이란 시간동안 중원에게 속아, 나루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에 조금도 근접하지 못합니다. 만약, 렌이 없었다면, 하루는 마지막까지 살인자를 옆에 두고 살인자를 쫒는, 눈뜬 장님으로 살아야 했을 거예요.

그리고 진실은 더 가관입니다. 중원은 좋은 형인척하지만, 실은 금수저로 태어난 하루와 나루를 폄하하죠. 하루가 자신의 만행을 알았을 때, 하루를 향해 머뭇거리지 않고 방아쇠를 당기는 비정함을 보입니다. 여자친구와 파혼의 원인도, 나루를 살해하게 된 이유도, 모두 뒷돈을 받고 범죄를 묵인해 준 부패 행각때문이었지만, 가난을 핑계 삼아 스스로를 정당화합니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하루를 흔들기 위해, 하루를 사랑하는 것 처럼, 하루의 애정을 악용해요.

결국, 이타적이고 최선을 다해 살아온 하루가 마주해야 하는 가장 날 것의 진실은, 첫사랑의 추악한 민낯이었고, 비겁하다고 비난했던 형의 정의, 삽질만 열심히 해온 무능한 자신과, 정의라는 가면을 쓴 부패한 공권력이었죠. 그리고 그 설계자는 렌이었고요. 하루의 믿음과 신념, 노력은 모두 허상이었습니다. 하루는 모든 걸을 놓아 버립니다. 그리고 렌을 선택하죠. 렌은 만신창이가 된 하루를 섬기겠다고 말합니다.

벌거벗은 몸, 적신, 죽음 직전의 황폐하고 처참한 상태, 역시 적신... 어쩌면, '꾸미지 않은 본신은 처참한 상태'라는 메시지를 던져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화려한 깃털로 스스로를 치장하고, 비싼 옷을 두르며 자치를 높이려는 허세가, 본질을 가린다고 여길지 모릅니다. 하지만, 실은 그 본질을 덮어야만 행복할 수 있다면, 거짓은 오히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드는 환상일 거예요. 마치, 매트리스처럼요. 빨간 알약을 드시겠습니까? 파란 알약을 드시겠습니까? 어떤 선택을 하든, 결국은 기어코 판도라의 상자를 열고 마는 것이, 인간의 예정된 비극일까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18 - [BL 소설] - [현대물/스릴러물/시리어스물] 드레스드 투 킬(Dressed to Kill) - 리다조

 

[현대물/스릴러물/시리어스물] 드레스드 투 킬(Dressed to Kill) - 리다조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6.12.20 분량: 본편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악이 떠오르면 무엇이 가라앉을까요?" ​ 데라가 물었다. 간단한 질문에 반해 내 고민은 길었다. ​ "글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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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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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체셔

출간일: 2019.03.05

분량: 본편 1권 + 외전1권

 

 

 

 

 

 

 

point 1 책갈피

"거래에 공정한 게 어디 있어요. 결국은 어느 한쪽이 이득을 보고 손해를 보기 마련인데요. 플러스마이너스 계산하면 50:50이 정확하게 딱 떨어지진 않겠죠."

과거의 어수룩한 윤은환으로선 흉내 내기도 힘든 말이었다. 윤사장과 함께 지낸 2년 동안 손익 계산에 대해 철저하게 배울 수 있었다. 누구도 알려주지 않은 것을 윤 사장이 직접 가르쳐줬다. 손해 보지 않는 행동이 무엇인지를.

"근데 우리 관계는 내가 더 이득인 거 같은데. 아닌가요? 사장님 사랑도, 돈도, 이 큰 자지도 다 내 거잖아요."

해사하게 웃는 은환이 발칙하고도 귀여워서 윤 사장은 크하하, 하고 웃음을 터뜨렸다.

"여우 같은 거."

"연예계에서 여우같이 굴라고 가르쳐준 건 사장님이면서."

"사장님 소리 계속할 거야?"

"음, 여보."

"그래, 그게 더 잘 어울려."

윤 사장이 쪽, 은환의 입술에 키스를 해주었다. 은환은 제 입술을 핥는 혀를 입 벌려 맞이해주었다. 달콤한 키스를 주고받는 동안 몸 안으로 파고드는 거대한 성기의 묵직함에 신음했다.

"깼으니 한 번만 하고 자자."

이 관계를 이득이라고 생각하는 은환과 달리, 윤 사장은 자신이 이득이라고 믿었다. 수십 년을 살면서 채울 수 없는 외로움과 결핍을 채워준 사람. 저보다 열다섯 살 넘게 어리고, 예쁘고, 귀엽고, 저만 바라보며 사랑해 주는 사람. 이런 귀한 선물 같은 사람을 얻었으니 말이다.

두 사람에게 공정거래는 없었다.

서로가 자신이 더 이득인 불공정 거래라 생각하는 철없는 연인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시그니처 엔터테인먼드의 신인 보이그룹 '데빌 보이즈', 총 8명의 멤버 중 성인인 은환, 재경, 형민, 태민 4명은 함께 숙소 생활을 한다. 그중, 어릴 때 가족과 친구를 잃고 연습생 생활을 하면서 낮은 자존감 지니게 된, 예쁜 은환은 성욕의 대상이 되었다. 형민과 재경은 욕구 때문에, 태민은 애정 때문에, 은환을 성추행 해왔고, 순진한 은환은 그를 인지하지 못한다. 그러던 어느 날, 태민은 술을 먹고 은환과 섹스를 하고, 이를 계기로 이들의 묵시적 균형은 깨진다.

승: 형민과 재경도 은환을 구슬려 섹스를 한다. 한편, 은환은 연이은 멤버들과의 섹스를 통해, 쾌락을 느끼고 결핍된 애정을 충전 받는다. 그러던 어느 날 세 사람이 은환을 두고 난교를 버리는 장면을 매니저 박실장에게 들키고, 박실장은 은환을 자신의 오피스텔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걱정과 달리 은환은 세 사람과의 섹스를 좋아하고 있었다. 이를 본 박실장은 채권자 윤영택과의 스폰을 은환에게 제안한다.

전: 순진한 은환은 박실장의 아전인수식 설득에 넘어가,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리고, 은환은 박실장에게 스폰서를 만족시킬 섹스 기술을 알려 달라고 부탁하고, 박실장은 은환의 맛에, 은환은 멤버들과 다른 박실장의 대물에 빠진다. 그 후, 은환은 윤사장을 만난다. 윤사장은 예쁘지만 비실거리는 은환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지만, 한번 은환을 맛본 뒤로는 중독된다. 은환 역시, 속궁합이 최고인 윤사장과의 섹스를 잊지 못해, 먼저 윤사장을 찾아간다.

결: 몸이 달은 두 사람의 스폰 관계는 순항을 타고, 윤사장은 회사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해 주고 은환에게 좋은 일감을 몰아줬다. 원래 예쁜 데다, 색기까지 절정에 오른 은환은 연예계에 탄탄한 입지를 쌓게 된다. 한편, 자연스레 멤버들과의 관계는 정리되고, 윤사장에 대한 은환의 감정은 깊어진다. 자존감이 낮은 은환은 다소 삽질하지만, 윤사장은 은환의 마음을 눈치챌 뿐만 아니라 은환과 같은 마음이 되고, 두 사람은 스폰을 그만두고 연인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다공일수의 묘~미~

다공일수! 문자 그대로라면 여러 명의 공이 한 명의 수와 관계하는 것이긴 한데... 수가 1번 공과 연애하다가 2번 공으로 갈아타는 것, 또는 수가 1번 공과 연애하고 있는데 뒤에서 몰래 2번 공이랑 바람피우는 것을 다공일수라고 하긴 좀 애매합니다. 전자는 수가 섭공과 이루어진 경우고, 후자는 수가 양다리를 걸쳤다고 하죠. 물론, 사전적 정의는 없습니다. 키워드는 자의적이고 주관적이니, 전자나 후자를 '다공일수'라 부른다고 해서, 사기다!라고 할 순 없을 겁니다.

하지만, 역키잡이라고 해서 봤더니, 그저 연하공 연상수이 있을 뿐 키우고 말고 할 것이 없는 관계일 때, 느끼는 배신감이 있어요. 맡겨 놓은 배덕감 찾으러 같더니...네, 당했다!싶어요. 기대와 실망을 반복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다공일수는 수가 공들의 시기와 부정에도 포기할 수 없을 정도로 매력적이거나, 수와 공들이 애당초 모럴 리스한 설정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L이 없는 피폐나 하드코어와 자주 어울리는 듯 해요. 또, 공들 간에 관계 설정이 일반적이지 않다 보니, 공이 단 둘인 이공일수나 다공인 경우도 피상적 난교로 끝나서 제대로 된 관계 설정이 없기도 합니다. 내용 없는 씬들의 향연으로 점철될 수도 있다는 것이죠. 잘 쓰기 쉽지 않은 키워드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불공정 거래'는 정말 키워드에 충실한 소설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맛있는 다공일수물을 본 것 같아요.

'불공정 거래'에는 무려 5명의 공이 나옵니다. 모두 각각의 이유로 수와 관계를 맺죠. 물론, 백치 같은 수를 오랫동안 유린하고 희롱했다는 점에서 강압적 묘사와 준강간적 해석이 가능한 씬도 있습니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가 피폐의 색이 짙지 않은 이유는, 결국 수가 그 공들과의 관계에서 우위를 점하게 되면서, 불공정 거래로 시작된 관계가 공정거래가 되기 때문입니다.

은환은 10대에 가족을 잃고, 함께 연습생으로 들어온 친구가 사고로 죽게 되면서, 애정결핍을 앓고 우울증 치료도 받아요. 멤버들은 은환의 위태로운 상태를 이해하면서도, 예쁜 은환을 보면서 치솟는 성욕을 이기지 못합니다. 결국, 잠들거나 술 취한 은환을 유린하는 영상을 찍어 서로 공유하면서, 아슬아슬한 마음을 다스립니다. 그러던 어느 날, 은환과 단둘이 남게 된 태민은 은환과 첫 섹스를 하게 되고, 은환은 이것이 무슨 행위인 줄도 모르면서,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태민을 거절하고 싶지 않아 받아들입니다.

태민이 선수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 멤버들은, 그간 참아왔던 봉인을 해제하죠. 방송에 서툰 은환을 벌주기 위해 형민은 스패킹과 폭력적 정사를, 그저 은환이 너무 예쁘고 꼴린 재경은 성욕에 충실한 정사를 치루죠. 물론, 중간 중간 형이 좋아 죽겠다는 태민과의 간질간질한 정사도, 넷이 함께 하는 그룹섹스합니다. 그리고, 은환은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하는 섹스가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욕망에 첫 맛에 취해요.

그 뒤, 그 장면을 본 박실장은 멤버들과 은환을 격리합니다. '데빌 보이즈' 이전에 말아 먹은 그룹이 둘 있었던 회사는, '데빌 보이즈'의 성공에도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고, 그러던 중 멤버들과 섹스가 좋다며 숙소로 돌아가겠다는 은환을 보며, 박실장은 채권자인 유 사장에게 은환을 성 상납할 계획을 세웁니다. 그리고, 은환에게는 그 스폰이 '정당한 거래'라고 설득하죠. 좋아하는 사람들과만 섹스를 해왔던 은환은, 거래로서의 섹스를 알지 못했어요. 그래서, 실장에게 거래할만한 섹스 기술을 알려달라고 요청합니다.

스폰을 제의해 놓고도, 박실장은 여러모로 복잡한 심정을 느낍니다. 하지만, 빚의 압박은 너무 컸고, 알려 주는 데로 잘 따라오는 은환을 보며 정줄을 놓습니다. 은환 역시, 지금까지의 섹스를 시시하게 느낄 만큼 노련한 어른의 섹스에 빠져들기 시작합니다.

은환의 애정결핍을 충족하기 위한 멤버들과의 정사는, 섹스 자체의 쾌락을 즐기기 위한 정사로 서서히 변질됩니다. 그리고, 멤버들이 원할 때 응하던 은환이, 먼저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즐기기 시작합니다. 그 후로 은환은 공들과의 관계에서 칼자루를 쥐게 됩니다.

윤사장과의 스폰 역시 그렇게 흘러가요. 여자의 몸도 아니면서 튼튼하지도 않을 것 같은, 가녀린 은환을 보며 불만족했던 윤사장은 단 한 번만에 은환에게 제대로 낚입니다. 윤사장은 은환에게 무한정 다정해지고, 은환은 실장보다 크고 테크니컬 한 윤사장을 1등이라고 생각해요. 은환에게 애정과 욕구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윤사장을 사랑하게 되는 건, 자연스러운 수순이었죠. 단지, 은환도, 윤사장도, 그냥 몸 궁합이 좋아서 이렇게까지 사랑하게 될 수 있나?라는 감정적 개연성은 좀 부족한 점이 아쉬워요. 둘 사이에 사랑을 확신할 만한 갈등이나 계기가 있었다면, 좀 더 좋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미개척지인 은환은, 본인의 선택 없이 쾌락의 맛을 알면서 요부로 변합니다. 외전은 윤사장의 출장으로, 장기간 섹스를 하지 못한 은환이 박실장을 꼬시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본편이 은환은 윤사장과 사랑하는 사이가 되어 알콩달콩 산다는 것으로 마무리 됐는데, 외전에서 이것이 뭐 하는 짓이냐? 당황한 독자들도 제법 되더라고요. 물론, 박실장이 아니라 윤사장이 나왔다면 더 좋았겠지만, 하지만 저는 이것이 다공일수의 묘미가 아닌가 싶어요.

다공일수는 상식적이지 않습니다. 은환은 윤사장을 매우 사랑하지만, 다공일수의 수가 공들에게 원하는 것은 단순히 애정과 애정의 표현으로서의 정사는 아닙니다. 각각의 공들이 수에게 줄 수 있는 것은 다르고, 수가 그들로부터 얻고자 하는 바도 다양하죠. 욕심쟁이에 난잡하다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일반적이지 않음이 주는 맛이 있습니다. 가상세계에서만 즐길 수 있는, 위험한 상상의 맛이랄까요. 게다가 '불공정 거래'는 거기에 달달함이라는 덤도 있어, 만족스러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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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6.10.28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귀애합니다."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몇 번이나 말해 주어도 격은 계속 듣고 싶어 했다. 나중에는 졸음에 겨워 혀가 뭉개지는데도 졸랐다. 귀찮기 짝이 없었으나 그 한마디가 그렇게 좋다는데 어쩔 수 없지 않나. 좋다고 홰를 치는 꼴이 귀엽기도 하였다.

가물가물 거리는 와중에 격은 끊임없이 말하였다.

나도 좋아하오.

마음 깊이 귀애하고 사랑하오.

나의 황후.

나의 목단.

그래. 이리 살아도 되는 것이지. 뭐 부귀영화가 따로 있나. 나 하나 좋다고 달려드는 부군 놈 하나 붙잡고 내 성질머리 다 풀어가며 사는 길도 나쁘지 않거늘. 자손 모아 오순도순 평생을 이리 살아도 되리라.

사랑하는 이의 품에 안겨 쉬이 잠드는 날이 드디어 왔다.

point 2 줄거리

기: 노비인 목단의 어머니는, 없는 살림에도 목단을 관리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공부시켰다. 그러던 어느 날 생면부지 위재상이 친부라며 나타나, 어머니의 안위로 목단을 협박하며, 목단을 여장시키고, 병약한 황제 격의 황후로 입궁시킨다. 격은 선황이 죽고, 태제를 주축으로 한 간신배들 사이에서, 독이 든 식사를 먹고 있었다. 격은 황통을 끊으려는 위재상의 수작에 격분하여 목단을 박대하고, 자신이 먹어야 할 독이 든 음식을 목단에게 먹인다.

승: 쓰러진 목단은 혼몽한 상태에서 엄마를 찾고, 이를 본 격은 목단을 멀리한다. 그 후, 목단은 건강해진 반면 격은 다시 병들었다. 그제서야 목단은 격이 위재상이 보낸 독을 먹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목단은 독이 든 격의 탕약을 자신의 것과 바꿔치기하고, 격의 식사를 먹으면서, 두 사람은 깊어진다. 그러던 어느 날 테제가 낙마로 사망하면서, 위재강을 포함한 간신배들은 인과응보를 맞는다. 한편, 위재상이 준, 태를 만드는 환약을 먹은 목단은, 황제의 아이를 가진다.

전: 15년이 흘러, 30이 된 목단은 황자, 황녀를 낳아 격의 유일한 반려가 되고, 격은 격무에 시달리는 성군이 되었다. 표면상 평화로운 생활이었지만, 실상 목단의 우울은 깊었다. 격이 황후궁을 찾은 것은 2년 전, 후궁 없어 대화할 상대조차 없이 시간을 죽이던 목단은, 결국 탈출을 시도한다. 목단은 궁 밖에서 자유를 누리며, 아이들을 가르칠 조그마한 학당도 만든다. 그러던 중, 흑립을 쓴 시정잡배 흑영을 만나고, 월담할 때마다 계속 마주치는 우연이 이어진다.

결: 궁 안에서 목단의 우울은 중증에 이르고, 결국 폐위를 요청한다. 격은 격렬히 반대하지만, 단식을 하며 쓰러진 목단을 결국 외궁으로 보낸다. 목단은 건강을 찾고, 흑영의 정체가 격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고 밝힌다. 격은 흑영으로서 목단을 찾고, 학당 선생 목련으로서 목단은 아내 흑영과 결혼한다. 격은 목단을 다시 황궁으로 부르기 위해 셋째 임신에 박차를 가하고, 성공한다. 목단은 황후궁으로 돌아가고, 격은 매일 황후궁을 찾으며 부부애를 나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삶은 생각보다 길다. 매~~~~우~~~~~~

'목단향'은 저에겐 '재발견' 작품입니다. '목단향'을 처음 봤을 때, 천지개벽한 듯 생경한 캐붕을 보고, 참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목단이야 위재상도, 격도 무서웠을 것이고, 정글 같은 황궁에서 모르모트처럼 갇혀, 조정 당해야 했으니 본성대로 살기 힘들었을 거예요. 사실은 겁 없고, 걸걸한 왈패였다!고 하더라도, 이해하려면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황제는... 이렇게 방정 맞고, 찌질하며, 우유부단할 수 있는가? '목련'이 된 황후보다, '흑영'이 된 황제를 받아들이는 것이 훨씬 어려웠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잊고 지내다가, 책장 정리 중 '목단향'을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다시 읽어보니, 느낌이 새롭더군요. 물론, 캐릭터 변천은 여전히 놀라웠지만, 대놓고 코믹스럽게 묘사해 놓은 설정이라고 생각하니 또 납득이 갔습니다.

목단은 격처럼 귀하게 자라지도, 뛰어난 재능이 있는 것도, 아름다운 외모를 지니지도 않은, 평범한 소년입니다. 단지, 힘든 형편에도 열심히 뒷바라지해주는 어머니와 알콩달콩 살기를 꿈꾸며, 열심히 공부합니다. 험난한 궁궐에서 격에게 난폭한 정사를 강요받아도, 위재상이 이상한 약을 가지고 와 임신을 종용했을 때도, 심지어 독약을 삼키며 버틸 때도, 언젠간 이 순간이 끝나 어머니와 잘 살 수 있을 거라고 믿어요. 바보 같을 정도로 순진하고, 순수한 어린양!

하지만, 격은 달랐습니다. 본디 영민하고, 천재적 재능과 성실한 기질을 타고났죠. 다만, 어린 나이에 황제가 되었기 때문에, 사촌인 태제에게 너무 쉬운 먹잇감이 되었다는 것! 냉험한 황궁에서, 독이 섞인 식재료가 제 몸을 갉아먹는 줄 알고도 삼켜야 했고, 후사를 끊기 위해 사내를 여자라 우기며 신방에 들이밀어도 받아들여야 했어요. 목단은 죄가 없었지만, 목단의 존재는 격에게 모욕이고 수치였습니다. 군주의 자질을 가지고 타고났으나, 너무 일찍 혼자가 되어버린, 상처 입은 어린양!

이 두 어린양은 서로를 보듬으며 힘든 시기를 견뎌내고, 천운을 입어, 살아남습니다. 서로는 서로에게 생에 가장 중요하고 유일한 존재가 되었죠. 문제는, 목단은 평범했고, 격은 비범했다는 거예요. 또, 목단은 감수성이 풍부하고 여린 성품이었고, 격은 지나치게 말이 적고 이성적이었어요. 물론, 궁에서만! 결국, 목단은 궁을 뛰쳐나가고, 그제서야 격은 무엇인가 잘 못 됐다는 걸 깨달아요. 정말 하이퍼 리얼리즘, 부부 생활 백서 같습니다.

물론, 격은 목단을 위해서, 자존심과 권위를 빛의 속도로 내려놓을 수 있는 사내였죠. 요 부분이 판타집니다.

목단은 황후가 아니었으면 누렸을, 너무도 평범한 생활에 취합니다. 야시장에서 밀떡을 사 먹고, 시원한 냇가에서 멱을 감고, 글 모르는 아이들에게 면박 당하지 않고 가르침을 줄 수 있는, 그런 생활 말이에요. 목단은 이야기를 나눌 사람이라고는 서상궁 한 명뿐인, 남자라는 사실을 숨겨야 하기에 매번 몸을 사려야 하는, 외롭고 우울한 황궁에서 도망칩니다.

한편, 격은 간신 우두머리 위재상의 자식인 목단을 지키기 급급했어요. 격은 빨리 왕권을 강화해서, 시시각각 목단을 노리는 하이에나들로부터 목단이 위협받지 않은 생활을 만들어주어야겠다고, 온몸이 썩어가도록 일합니다. 목단의 간절한 연서도, '외로워 죽겠으니까 얼굴 좀 보자!'가 아닌 '사랑하는 사람을 지켜야 되니까 열심히 일하자!'로 받아들이죠. 황자녀를 통해 황권을 위협한다는 구실에서 목단을 보호하기 위해, 아이들마저 목단에게서 떼어 놓아요. 고독의 감옥에서 목단이 질식사 할때까지도, 격은 목단을 호화로운 황후궁에 안전하고 평화롭게 살고 있다고 믿어요.

격은 후회공이나 발닦개공이라고 불리기엔, 조금은 억울한 면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돌아선 마음을 되돌린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죠. 격은 목단이 외간 남자를 만난다는 소식을 듣고도, 목단을 불러 따져 묻지 못합니다. 목단의 외도를 인정 할 수도 없었고, 목단을 폐비시키려는 하이에나들에게 실마리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격은 면피로 얼굴을 가리고, 환으로 목소리를 바꿔, 흑영이라는 사내가 됩니다. 그리고, 만난 목단은 분명히 격이 아는 목단은 아니었지만, 여전히 사랑스러웠어요. 격은 목단이 황후가 됨으로써 잃어버린 것들을 찾아주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목단이 원하는 건 탈출이었고, 격이 해줄 수 있는 건 '위로' 정도였으니, 목단에게는 한참 모자란 보상이었어요. 결국, 이 남자는 격은 발닦개가 되어, 따귀도 맞고, 걸레도 맞고, EGG도 까이고, 심지어 여장도 합니다. 참 웃기지만, 또 참 멋있어요.

이야기는 삶의 단편입니다. 가장 극적인 조각들을 모아, 흥미진진한 스토리가 연출됩니다. 하지만, 시간은 그 이전에도 이후에도 공평하게 이어지죠. 똑같이 힘을 주고 살아야 하지만,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마무리 짓는 이야기는, 그대로도 완벽하다고 착각하고 맙니다.

삶의 의외로 길어요. 산 넘어 산이죠. 하지만, 그럼에도, 잘 살아야 합니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멋있음과 쿨함을 내려놓고, 이야기 뒤에 이어질 훨씬 긴 시간을 동행하기 위해서 말이에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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