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BLYNUE 블리뉴
출간일: 2020.03.25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형은 나밖에 모르잖아. 나만 보면 발정하고. 아니야?"
"맞...아."
"내가 아니면 말라죽을 거지? 불쌍하게."
채우를 불쌍하다 말하는 이현의 목소리에는 웃음기가 섞여 있었다. 이미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 채우와는 대조적인 얼굴이었다. 그야말로 신과 신도의 모습이 아닐까 싶었다. 그것이 비록 만들어진 신이라고 하더라도 믿는 자 앞에서 그 신은 진실된 신이었다.
"으흑..."
"그러니 내가 형을 가져줄게. 형은 그냥 지금처럼, 나만 원하면 돼. 쉽지?"
이현의 손이 머리를 쓸어 넘기곤 이내 이마에 입을 가볍게 맞춰주었다. 사랑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소유하겠다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것도 그냥 지금처럼 있기만 하면 된다고 했다. 믿을 수 없는 말이었다. 채우에게 이현을 원하는 것은 쉼 쉬는 것만큼 당연한 일이었다. 그냥 당연하게 살아있으면 자신을 소유해 주겠다고 하는 이현은 채우에게 있어 다정한 신이나 다름없었다.
point 2 줄거리
기: 16살 채우는 10살의 이현을 만난다. 채우는 무기력하고 무관심한 세상에, 단 하나에 아름답고 찬란한 존재를 발견한다. 그 후 채우는 오로지 이현에게만 집착하며 가까이 지낸다. 이성적 애정이나 형제의 우애로 설명할 수 없는 맹목적인 관계였지만, 이현의 친누나 우현을 제외하고는 눈치채지 못했다. 그나마 우현마저 성인이 되어 독립하면서, 채우와 이현의 이런 관계를 계속 되었다. 그러던 어느날, 23살의 이현에게 여자친구가 생긴다.
승: 채우는 이현에게 최면을 통해,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전처럼 자신만을 바라보도록 암시를 건다. 하지만, 최면 중 이현과 키스하게 되고, 채우는 성적 쾌락에 빠져든다. 채우는 완벽한 생명체인 이현의 온몸을 핥고, 이현에게 하인처럼 복종하면서, 사랑을 구걸한다. 그리고, 최면에 깨어난 이현과는 일상적 관계를 유지했다. 하지만, 성애의 열락에 들뜬 몸은, 최면이라는 무기를 얻어, 점점 깊은 쾌락의 늪으로 빠지기만한다.
전: 채우는 최면에 걸린 이현과 섹스를 하며, 완벽한 피조물을 받아들이는 황홀감에 느낀다. 그 뒤 채우는 기구를 사용한 야외 섹스부터, BDSM, 여장 코스튬 섹스까지, 다양한 섹스를 시도한다. 그리고 암시에 걸린 이현 역시, 채우에 대한 집착이 점점 심해진다. 한편, 채우는 이현에게 최면을 걸고 섹스하는 것에 중독돼 그만두지 못하면서도, 완벽한 이현을 망가트리고 있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결: 채우는 이런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최면상태의 이현에게 죽을 것처럼 때려달라고 요청한다. 늘 암시에 따르던 이현은, 채우에게 못한다고 말한다. 그날 이후 이현을 만나지 않은 채우는 이 비정상적인 관계를 끝내기로 결심하고, 마지막으로 이현에게 최면을 걸고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자 한다. 하지만, 우현에 의해 실패하고, 이현이 최면에 걸린 적 없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채우를 소유하겠다는 이현에게, 채우는 기꺼이 자신을 내어준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드디어 호!박!곰!
하드코어의 명가, 호박곰님의 작품을 드디어 리뷰하게 되었네요! 두둥! 진지충의 Review로 하드코어를 써봐야지~ 생각했을 때, 당연히 호박곰님 작품을 먼저 떠올렸지만, 결국 망태기님의 '욕망 형제'를 썼었죠. 그 이유는 호박곰님의 작품에 지뢰가 많기 때문이었어요. 그 리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하드코어 작품 선택의 최대 난제는, 바로 호불호와 개취가 지나치게 강한 '지뢰요소'를 잘 가려내는 것입니다.
호박곰님 작품의 총체적 지뢰요소 활용(?)은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가장 대표적인 지뢰요소는 '자보드립'입니다. 핥고, 먹고, 맞는 것은 당연하고, 에그나 요도 플래그 같은 기구 사용이나, 처녀드립도 있어요. 장내배설은 없는, 배설 플레이는 있습니다. 놀라운 것은, 이 모든것이 10만 자, 단 한 권에 모두 담겨 있다는 것이지요.
하지만, 이 중 나의 지뢰가 없다면, 제대로 된 하드코어물을 즐기 실 수 있습니다. 하드코어의 매력은 비일상적이고 특이한 소재를, 자극적이고 빻빻한 빨간맛으로 읽을 수 있다는 거예요. 씁쓸한 현실을 반추하게 되는 피폐는 싫지만 빨간맛은 좋다!라고 생각하신다면, It's 따뜻한 쓰레기통 time!
'만들어진 신'은 L이 꼭 필요한 독자나 스토리가 중요한 독자에게는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을 듯합니다. 일단, 채우가 최면을 성공했다고 생각하는 장면에서, 이현이 최면에 안 걸렸다는 결말이 예상됩니다. 그러면, 최면에 걸리지 않은 이현과의 대화와 최면에 걸린 이현과의 대화를 보고, 이현이 정상적인 사고방식을 지닌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죠. 결국, 최면이라는 설정은 더 이상 배덕감을 제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채우의 감정 변화선을 따라가보면 매우 흥미롭습니다. 채우는 무기력, 무관심, 무반응의 정서장애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의 부모도 이상하다고 여기고 있고, 정상적인 인간관계로 맺지 못하고 살았죠. 그런 채우의 눈에, 처음으로 심장을 요동치게 만드는 완벽한 피조물이 나타납니다. 그건 나르시스가 자신이 아닌 타인에게 나르시시즘을 느꼈다고 표현할 수 있을까요? 자신 이외의 존재를 하등하게 여기던 채우에게, 자신보다 우월한 절대자가 등장한 것이었으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이현이 여자친구가 생기고 나서 느끼는 채우의 절박함은, 사랑을 빼앗긴 고통이라기보다는 완벽한 존재의 훼손 혹은 이현을 만나기 전 무채색의 세계로의 회귀였을지도 모릅니다. 채우가 바란 것은, 이전처럼 '나만의 이현'으로 돌리는 일뿐이었어요. 하지만, 암시에 걸린 이현과 키스를 하게 되고, 채우의 성욕은 깨어납니다. 그리고, 여자친구와 키스만 했다는 이현의 말을 듣고, 입술 이외 이현의 '처음'을 가지고 싶은 욕망을 느낍니다.
그래서 채우는 이현의 몸을 핥고, 타인이라면 더럽다고 생각하는 행동들조차도 쾌락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현의 첫 섹스를 선점하기 위해 준비하면서, 스스로의 성감대를 키우죠. 최면이라는 베일 아래 채우의 시도는 점점 과감해지고, 이에 비례해서 현실 속 이현을 보는 죄책감과 괴리감도 커지기만 해요. 결국, 채우는 이 중독을 끊어내기 위해, 죽을 만큼의 고통과 공포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최면에 걸린 이현에게 폭행을 요구해요.
물론, 나름 반전이지만 반전스럽지 않게도, 이현은 암시에 걸린 상태에서도 채우의 요청을 거부합니다. 또, 자신에게서 도망가려는, 최면 아래 가감 없이 드러낸 날것의 욕구를 끊어내려는, 채우를 보고만 있지 않습니다. 이현이 채우의 어설픈 연기에 동참해 준 동기는 채우의 절실함이었지만, 이현 역시 채우에 대한 지독한 소유욕에 중독되어 있는 상태였으니까요.
채우는 '완벽한 예술품'인 이현을 사랑한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현이 채우를 사랑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글쎄요... 단호하게 아니라고도, 기라고도 대답하긴 힘들 것 같아요. 채우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현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적은 없지만, 사랑받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며, 그저 이현의 사랑과 자신의 사랑이 결이 다를 뿐이라고 단정합니다.
만약, 이성에 대한 순수한 애정만이 사랑이라고 한다면, 채우와 이현은 '사랑'없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채우의 사랑은 신에 대한 경외적 사랑이었고, 이현은 자신의 것에 대한 독점적 사랑일 테니 말이죠. 하지만, 사랑이라는 것이 보지 않으면 살 수 없고, 같이 있으면 쉴세 없이 요동치는, 심리적 울림이라고 한다면, 두 사람은 격정적 사랑을 한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피폐든 하드코어든, 마지막은 달달이길 바라는 독자의 희망이 있습니다. 그래서, 어떤 장르든 사랑이 넘치는 알콩달콩 외전이 사랑받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만들어진 신'에 다정한 이현이 채우와 상량한 섹스를 한다면, 그것대로 안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드코어의 묘미는, 누구나 가지고 있지만 드러내길 주저하는 음습한 욕구를, 비틀어진 주인공을 통해 엿보여주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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