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인앤아웃

출간일: 2020.05.04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그 동물의 왕국에서 고고하게 동정을 유지하고, 오로지 기도와 성경 읽기로 버티던 헌터병계의 성스러운 종교인은 마의 오 년을 채우지 못하고 죽었다. 아무리 고고하게 살고 동정을 유지하고 신을 믿어도 죽는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였다.

그의 시체 앞에서 그를 비웃는 헌터병은 아무도 없었다. 그의 신앙생활 또한 방식만 다를 뿐, 이 미쳐 돌아가는 생과 사의 경계에서 버티기 위한 발악 중 하나였다는 걸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으니까.

 

 

point 2 줄거리

 

기: 어느 날 갑자기 세계 곳곳에 던전이 열리며, 몬스터들이 쏟아지는 '몬스터 웨이브'가 발생한다. 그리고, 일반인 중에 일부는 '헌터'로 발현된다. 전무후무한 사태에, 갓 발현된 헌터들과 군인, 일반인들이 희생되었다. 국가는 일반인을 보호하기 위해, 헌터로 발현한 국민은 최소 10년간 복무해야 하는 법을 제정하고, 1가정 1헌터법을 만들어 한 명의 헌터가 군 복무를 하면 형제자매는 면제해 주었다. 경제적 보상도 있었지만, 헌터들의 생존율을 극악했다.

 

승: 자신의 자녀가 이런 끔찍한 희생양이 되는 것을 막고 싶었던 부모들은, 고아를 입양해 헌터로 발현시켜 군대에 보내려 했다. 그런 목적으로 입양된 아이들은, 헌터로 발현되지 못하면 파양됐고, 길러지는 동안도 학대와 냉대를 받아야만 했다. 연우 역시 3번 파양 되었고, 4번째로 입양 된다. 그리고 그 곳에서 자신보다 한 살 어린 정우를 보며 사랑에 빠지고, 정우를 위해 헌터로 발현하고 싶다는 소원을 가진다. 연우는 헌터로 발현된다.

 

전: 연우는 입대 전날, 정우를 결박하고 강압적 정사를 가진다. 그리고 지옥과 같은 던전에서, 수많은 죽음을 목격하고 혹독한 부상과 공포를 견뎌내며 살아남는다. 5년 뒤, 서울 대학로에서 새로운 '타임 홀' 던전이 열리고, 정우가 입학한 대학이 있는 장소라는 것을 떠올린 연우는 투입조에 자원한다. 그리고 연우는 시간 벌기 미끼로서 역할을 하다가, 던전에서 죽는다.

 

: 연우가 눈을 떴을 때, 그 던전에 누워 있었고, 삼십 대 중반의 대령이 옆에 있었다. 그의 왼쪽 가슴에 '모정우', 동생의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정우는 연우가 대학로 던전에 들어 간 직후 헌터로 발현했고, 연우를 되찾겠다는 일념으로 능력과 권력을 손에 넣었다. 그리고 던전의 왕들을 죽여 '죽은 자를 살릴 수 있는 엘릭서'의 제작법을 손에 넣어 연우를 살린 것이다. 정우는 다시 만난 연우와 헌터는 하루에 10번 발기한다는 속설을 몸소 확인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이 불편함은 무엇?

 

 

제목을 보고 가벼운 킬탐용 게임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절륜한 헌터들의 뽕빨물을 예상했으나, 읽으면 읽을수록 마음이 답답해졌어요. BL은 BL 일뿐이다.라고 생각하려 해보았지만, 불편함은 사라지지 않더군요. 뭐랄까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그런 것 같아요. 어쨌든, 저쨌든, 시리어스물입니다. 극피폐물이고요.

 

세상에 불현듯 재앙이 닥칩니다. 갑자기 던전이 열리고, 몬스터들이 쏟아져 나오죠. 미증유의 사태, 우왕좌왕하는 동안 많은 사람들이 죽습니다. 던전과 함께 발현된 헌터들은 희생을 강요받습니다. 혼란과 혼돈 속에서, 인권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묵살되고, 소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재물처럼 바쳐져요. 그리고, 늘 불행은 약자들에게 더욱 가혹했죠.

 

모든 헌터가 똑같은 처우를 받는 것이 아니라, 한 가정 당 한 명의 헌터가 지옥의 무게를 지게 됩니다. 그리고, 돈 있는 사람들은 고아를 입양해 자신의 아이들을 대신할 총받이로 키워요. 그마저도, 헌터로 발현되지 않으면, 파양합니다. 헌터의 생존율은 극악, 그나마 천재 헌터가 있었던 시절 40%, 그가 제대한 이후 20%를 전전하던 생존율은 16%까지 떨어져요. 부모들은 입양한 아이들을 정성 들여 키우지 않습니다. 입양된 아이들의 미래는 죽거나, 학대 당하거나, 파양 당하거나... 차라리 고아원 생활이 더 행복했죠.

 

그래서, 연우는 4번째 입양 부모가 왔을 때, 입양되지 안길 바랍니다. 다행히, 대기업을 운영하는 부모는 돈에 관대했고, 친아들을 보호하기 위해 입양을 계속하고 있지만, 헌터로 발현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입양한 아이들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정상적으로 키워줬어요. 연우에게는 이전 3번의 양부모에 비해, 우호적 대우였죠. 그리고, 그곳에서 정우를 만납니다.

 

연우는 한 살 어린 정우를 사랑하게 됩니다. 낯을 가리던 정우는 서서히 연우에게 익숙해져가고, 입은 거칠지만 형을 많이 좋아합니다. 연우는 정우를 살리기 위해 헌터가 되고 싶어졌어요. 열심히 훈련하며, 헌터로 발현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연우는 결국 헌터로 발현돼요. 입대하기 전날, 양부모들은 제대 후 보상을 약속합니다. 하지만, 국가나 양부모의 보상은 의미가 없었어요. 어차피 살아 돌아올 확률은 희박했으니까요. 입대 전날, 마지막으로 연우는 정우를 겁탈합니다. 물론, 정우에게는 겁탈이 아니었지만요.

 

예정된 지옥이었고, 연우는 공포와 고통과 상실만이 반복된 삶을 꾸역 꾸역 버텨냅니다. 절반은 연우와 같은 입양아, 나머지는 친부모가 있는 헌터들... 그 중 연우와 같은 고아출신들은 우선 투입됐고, 그래서 생존율도 훨씬 낮았죠. 하지만, 헌터의 인권을 부르짖는 사람들은 나머지 헌터의 '가족'들이었어요. 그리고 이들의 목소리는 대선을 앞둔 정치인들에 의해 효과를 발휘합니다. 당연하게 위험에 내 몰려 죽고도, 스스로 목소리를 내지 못한 사람들의 권리는, 이렇게 회자됩니다.

 

연우는 미쳐가는 한국사와 함께 보스몹을 잡다가, 상부에서 원했고 스스로도 알고 있었던, 시간 끌기의 목적을 완수하고 죽습니다. 그리고, 정우에 의해 살아나죠. 물론, 정우는 연우가 헌터로 발현해 입대하면서, 헌터가 되더라도 지역군이나 공익근무로 대체 가능한 권리를 얻었지만, 그럼에도 연우를 구하기 위해 그 혜택을 거부합니다. 하지만, 5년 동안 연우는 '소위'가, 10년 동안 정우는 '대령'이 돼요. 그리고 정우가 능력과 권력을 얻을 수 있었던 것도, 연우가 제대하고 나서야 일부 얻을 수 있었던 양부모의 부가, 정우에게는 제약 없이 주어졌기 때문이겠죠.

 

굴림수, 상처수, 빈익빈 부익부, 존잘님과 소공녀... 할리킹과 피폐물, 쌍방구원물을 만들어내는 키워드들이에요. 그런데, '헌터는 하룻밤에 10번...'은 그 제목에서 유쾌하고 가벼운 내용을 예측했었고, 소개 키워드에도 이런류의 단어들이 없었기 때문인지... 반전의 묘미를 넘어서 다소 충격을 받았습니다.

 

게임은 애당초 사냥이 목적이니 당연히 죽고 죽이는 설정과, 연하남의 형 정복기에서 볼 수 있는 배덕함도 있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잔인함은 사냥이 아닌 인간들에게 느껴지고, 동생의 배덕감보다 형에게 무한 연민이 생기네요. 못 쓴 글은 아닌데... 왜 이렇게 불편한 마음이 드는지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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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고렘팩토리

출간일: 2020.07.03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열아. 너도 알고 있겠지만 경기를 운용할 때는 한 가지 자세를 고수하는 것만으로는 안 돼.

인파이팅만 하기에는 경기가 너무 길고, 아웃파이팅만 하기에는 링이 너무 넓어. 상대에 따라서 또 상황에 따라서, 치고 들어갈 때가 있는가 하면 빠져야 할 때도 있어.

상대가 강한 펀치를 날리면 쓰러질 수도 있어. 괜찮아. 녹다운된다고 해서 진 게 아니야.

물론 일어나는 건 힘들지. 링 위에서 다시 일어난다는 건 앞으로의 라운드, 거기에 맞을 펀치를 다 감수하겠다는 뜻이니까. 무겁지.

그래도 일어날 때는 일어나는 것만 생각해야 해. 링 밖에 네 팬들, 상금, 앞으로 이어질 라운드...... 다른 건 다 일어나고 생각해. 일어날 건지 아닐 건지, 그것만 생각하는 거야.

point 2 줄거리

기: 정열의 여자친구 이유진은 졸업식 날, 정열에게 정열의 소꿉친구이자 슈퍼스타 최수호를 좋아한다고 말한다. 그렇게 정열의 첫 연애는 장열하게 끝나고, 정열은 쿨한 척 수호에게 유진을 부탁한다. 하지만, 수호는 그 이유진을 까고 정열에게 숨겨왔던 사랑을 고백한다. 그리고, 수호의 뒤 공작(?)을 깨달은 정열은 수호에게 펀치를 날린다. 그 후, 수호는 정열에게 폭주하듯 구애하고, 정열은 가족과 다름없는 수호를 매몰차게 밀어내지 못한다.

승: 수호는 홍희백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어머니 윤서화가 제작한 대형작을, 성인으로서 참여하는 첫 작품으로 선택한다. 수호는 어머니를 사랑하고 인정받고 싶어하지만, 수호 친부에게 버림받은 후 어렵게 재기에 성공한 윤서화는 좋은 어머니가 되어 주지 못했다. 한편,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정열의 형, 정진이 경기 중 사고로 장애를 입고, 가족들은 정열이 복싱하는 것을 반대한다. 결국, 전도 유망한 복서였던 정열은, 재수학원을 등록한다.

: 그러던 어느 날 황춘식 감독이, 주인공이 복서인 퀴어 영화 <록키 키드> 시나리오를 들고 정열과 수호 앞에 나타난다. 황춘식 감독은 홍희백 감독에게 아웃팅 후 절교 당했고, 그 후 계속 영화를 만들지 못하다가, 자신의 자전적 스토리를 다룬 <록키 키드>로 복귀하려 한 것이었다. 때마침 수호를 좋아하기 시작한 정열과, 일편단심 직진남 수호의 연애 상담사가 되어 준다. 삽질과 밀당을 반복한 두 사람은, 결국 결혼을 전제로 한 예비(?) 연인이 된다.

결: 정열은 복싱을 포기하지 못하고, 가출 해 천관장의 체육관에서 훈련을 시작한다. 그리고, 메달을 따고 수호를 책임지겠다고 공언한다. 수호는 홍희백 감독의 영화가 아닌 황춘식 감독의 영화를 찍기로 결정하고, 어머니 윤서화에게 제작을 요청한다. 그리고 두 모자는 묵은 대화를 하고, 윤서화는 수호의 부탁을 수락한다. 정열과 수호는 서로의 가족과 상견례(?)를 마치고, 정열은 복서로서, 수호는 배우로서 치열한 삶을 함께 살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boys be ambitious!

성장 소설을 읽다 보면, 심장이 간질간질 할 때가 있습니다. 물론, 절대적 신뢰와 애정을 받으며, 시련을 극복하고 한걸음 앞으로 나아가는 자의 뒷모습은, 뭉클한 감동을 선사해 줍니다. 다만, 쏟아지는 명언들과 소나기처럼 내리붓는 애정의 말들은... 조금 쑥스럽습니다. 광대를 치솟게 하는 뿌듯함과 손발이 오그라드는 민망함... 그 어느 즈음에 있는 듯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유치한 응원이 필요한 날이 있습니다. 노골적인 동기부여가 간절한 순간이 있습니다. 무기력에 한없이 가라앉는 시간들 말이에요. 이럴 때 불끈하는 소년들의 성장담은, 극약처방으로 꾀나 효험이 있습니다.

<록키>를 대 놓고 오마주 삼은 <록키 키드>! 이 소설은 바닥에서 일어난 인물들의 감동 스토리를 쓰겠노라 강한 의지를 보입니다. 물론, 성장하는 주인공은 정열과 수호지만, 성공신화의 대상은 비단 이 두 사람만이 아닙니다. 황춘식, 윤서화, 정진 같은 꾀 굴직한 조연들도 포진해 있거든요.

윤서화는 유부남이었지만, 그 사실을 속인 수호의 친부를 믿고, 수호를 가집니다. 하지만, 결국 남은 것은 제기 불능한 여배우로서의 삶과 아들 수호였죠. 미숙한 엄마였던 윤서화는 수호의 친부가 받았어야 하는 원망을 어린 수호에게 내뱉어요. 그래서, 수호는 어머니를 사랑하면서도 사랑받을 수 없다고 느낍니다. 수호는 애정에 늘 목말랐고, 그런 수호에게 정열은 오아시스였죠. 수호는 정열에게 정말 미움받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고백하지 못한 채 친구의 자리를 지킵니다.

하지만, 정열이 여자친구를 사귀고 졸업이 가까워오면서, 수호의 마음은 급해집니다. 그 절박함에 수호는 오래 참아 왔던 고삐를 풀고, 무소의 뿔처럼 정열을 향해 돌진합니다. 정열이 다른 사람을 좋아하라기에, 좋아해 보려 노력은 하지만, 결국은 더 뜨거워진 애정을 가지고 정열에게 돌아가죠. 물론, 중간에 열이 들뜬 정열의 고백을 듣고 착각한 정진에 의해, 잠시 나쁜 남자(?)가 되기도 하지만... 웃픈 에피소드로 끝납니다.

황춘식 감독의 <록키 키드>는, 작게 보면 홍희백 감독에 대한 황춘식 감독의 대답이었고, 크게 보면 수호와 정열에게 전환의 계기를 만들어 준 '오답노트'였습니다. 황춘식 감독은 수호를 생각하며 시나리오를 썼다지만, 실상 수호와 황춘식 감독에게는 큰 차이가 있었어요. 황춘식 감독이 가지지 못한 '정열'이 수호에게는 있었고, 황춘식 감독은 수호와 정열의 해피엔딩을 감히 꿈꿀 수도 없었죠.

물론, 황춘식 감독은 제기에 성공합니다. 홍희백 감독에게 인정받는 영화를 만들죠.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기도 합니다. 크리스천인 홍희백 감독이 황춘식의 고백을 받아들이는 세계는 없을지라도, 그것이 황춘식 감독이 당당히 살아갈 세계를 부정한 것 아닐 테니 말이에요. 황춘식 감독은 홍희백 감독 앞에서 바로 서기 위해, 스스로를 숨기지 않기로 합니다.

스포츠물은 역경을 이겨낸 승리의 드라마를 연출하곤 합니다. 그리고, '스윗하게 녹다운' 역시 사각 링 안에서 벌어지는 한 판 승부를 통해, 링 밖에 세상에 문제를 해결하는, 극적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 중에서도 저는, 정열이 재수학원 낙제를 받고 돌아서는 장면이 유독 기억이 남았습니다.

정열은 형이자 영웅이었던 정진의 추락, 뇌출혈, 재활, 장애, 그리고 은퇴를 지켜봅니다. 정열은 사고로 선수 생활을 할 수 없게 되는 위험보다, 복서 동생을 바라보는 형의 마음을 걱정해요. 물론, 눈물로 결사반대를 외치는 어머니도 마음에 걸렸지만요. 결국, 전도 유망한 복싱 선수는 생전 해 본 적 없는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가는 '일반' 학생의 생활을 하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처음 받은 성적표는 '낙제'였죠. 복싱의 '녹다운'말이에요.

물론, 녹다운은 경기의 끝이 아니고, 일어나서 다시 경기를 시작할 수 있습니다. 경기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죠. 하지만, 그건 언제까지나 내가 '선택'한 경기에 한 합니다. 일어 날 의지가 없는 선수에게 녹다운은 패배의 다른 말일지도 모릅니다. 재수학원은 정열이 선택한 경기장이 아니었고, 정열은 그곳에서 어떠한 투지도 느끼지 못해요. 배우인 수호를 위해 좋아하는 마음을 접을 수 없는 것처럼, 가족들을 위해 복싱을 포기할 수도 없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수호와 복싱은 대체할 수 있는 건 없다는, 쌈빡한 진실을 발견해요.

노력하면 성공한다. 적게 먹고 운동을 하면 살이 빠진다. 관대하고 여유로운 사람의 주변엔 사람이 모인다. 안다구욧!!! 그걸 모르는 사람은 없습니다. 그럼 정말 의지만 있으면 되는 걸까요? 정열도 낙제로 들어간 재수학원에서 수능 대박을 이룬, 전설이 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즐겁지도, 행복하지도, 두근거리지도, 뿌듯하지도 않을 거예요. 소년이여~ 야망을 가져라! 의지보다 중요한 건 야망일지도 모릅니다. 수없이 녹다운 되고 일어나고 싶은 원동력 말이에요.

소년은 아니어도 야망이 필요합니다. 심장박동이 불안이 아닌 설렘으로 가열하게 운동을 해봤으면 좋겠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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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BLYNUE블리뉴

출간일: 2021.01.14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 달래 줄 수 없으니, 울지 마십시오."

그리 말하면서, 태윤은 묘한 손길로 이세희의 고운 손등을 문질렀다. 다행이었다. 바깥쪽에서 볼 때는 발목을 잡는 자신의 손만 보이기에. 이세희와 태윤은, 몸에 가려진 그 틈 사이에서 손을 꼭 붙잡고 있었다.

"그렇게 말하지마. 네 아버지를 닮은 얼굴로..."

태윤이 쓰게 웃었다. 그네를 타듯, 흔들거리는 이세희의 눈빛에 태윤은 부드럽게 웃었다. 그의 흔들림이 이리 기분 좋을 수가 없었다. 이세희가 멀어질수록 자신의 죽음을 가까워질 테지만 기꺼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다.

"전 아바마마를 닮았지만 아바마마와 다릅니다."

태윤은 웃음을 슬그머니 지우고서, 충직한 얼굴로 이세희를 응시했다.

"세희 널 지킬거야. 난 어차피 잃을 게 없어. 너만, 날 기억해주면 돼."

"건방지게, 누구 이름을 함부로..."

이세희가 입술을 깨물며 토라진 듯 중얼거렸다. 태윤은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의식하며 이세희의 손을 미련 없이 놓았다. 그의 발목에 천을 맞댄 채, 몸을 일으키며 그의 귀에 대고 나직하게 속삭였다.

"너무 늦어서 미안해."

이세희가 눈을 감았다. 눈물이 넘쳐흐를 것 같은 위태로움에 태윤은 가슴이 아파와 눈을 내리떴다. 안아주고 싶은 손은 주먹을 쥐었고, 뒤로 물러났다.

이세희를 만난 것이 우연이라면, 그를 지켜주는 것은 필연이다. 그렇다면 망설일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태윤은 담담히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장마가 끝난 하늘이 참으로 맑았다.

point 2 줄거리

기: 황제 태공은 천민인 이세희의 외모에 반해 그를 화비로 삼는다. 하지만, 강간으로 시작해, 감금, 폭행, 협박으로 이어진 황제의 집착과 광기는, 화비를 비참하고 불행하게 만들었다. 세희는 황제를 증오하며 반발하고 도망친다. 결국 태공은 세희에게 음심을 품지 않는 아들 태윤을 금군대장으로 봉하고, 세희를 감시하도록 한다. 공노비인 모친의 핏줄을 타고난 탓에, 황제가 될 수 없었지만, 태윤은 바르고 착하게 자라 황제의 사랑을 독차지한 아들이었다.

승: 너그러운 아버지가 세희에게만은 잔혹한 구는 것을 보며, 태윤은 세희에게 연민이 생기고, 곧 이 감정은 사랑으로 바뀐다. 그러다 황후의 절일, 세희는 급습을 당하고, 그 틈을 타 절벽에서 자살하려 한다. 태윤은 세희에게 울며 살아달라고 빈다. 순하고 맑은 눈으로 자신에게 연정을 고백하는 태윤을 보며, 세희는 태윤과 함께 살고 싶어진다. 장마로 길이 막힌 별궁에서 두 사람은 사랑을 나눈다. 하지만, 비가 그치고 태윤은 황제에게 세희를 보낼 수 밖에 없었다.

전: 태윤은 가산을 정리해 자금을 마련하고, 황가 제사일에 맞춰 세희와 그의 가족들을 도망시키려 한다. 대가를 바라지 않는 태윤의 애정을 보며, 세희는 태윤을 버리고 도망치는 것을 포기한다. 그리고, 세희는 태윤을 황제로 만들려 한다. 세희는 망설이는 태윤을 설득하고, 태자 태경을 이용하여 황제의 광기를 부축인다. 결국 태경은 자승자박하여 사약을 받고, 태경의 친모인 황후 역시 목을 매단다. 그리고, 황제 역시 세희가 먹인 독으로 쓰러진다.

결: 졸지에 황제와 태자의 자리가 빈 혼란의 정국, 황자들은 각자 다른 이유로 모반을 일으키고, 태윤은 아우들을 목숨을 스스로 거두며 황제에 오른다. 태윤은 화비가 훔친 옥쇄로 황제의 유언을 가짜로 작성하고, 황제는 화비와 사이좋게 저주를 주고받으며 죽는다. 한편, 태윤은 자신이 죽인 동생 태건의 아들을 데려와, 자신의 아들로 삼는다. 태윤은 악습을 타파하고 혼란을 바로잡아 성군에 이르고, 그 옆에서 세희는 반려로서 자리를 지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유아르님은 진화중!

유아르님... '격리실', '둘만의 밤' 같은 배덕감이 절정에 이른 근친피폐물에서, 배경과 설정같은 디테일의 풍미를 더한 '홍염'으로 발전했다고 생각했었죠. 하지만, 이후 발표된 '광염' '허락된 불온' '폐월' 등등의 작품에서는, 전자도 후자도 아닌 애매~한 맛이었습니다. 이전작을 충분히 즐긴 독자로서는 아쉬웠어요.

금단의 관계에서 공의 독한 집착과 수의 체념, 둘 사이에 애증을 감칠맛 난 나게 묘사한 작품! 하지만 한계가 있는 반복적 소재이다 보니, '전개'에서도 흥미를 불러일으켜야 하는데, 왠지 그 단계가 '홍염'을 끝으로 정체되어 있다고 느꼈거든요. 하지만, 저는 '화비설화'에서 유아르님의 진화를 보았습니다. 그래서 '화비설화'도 재미있었지만, 저는 이다음 작품이 더 기대가 되더라고요.

분명히 유아르님 스타일이 있습니다. 태공과 태윤을 보면 어떤 부자들이 떠오르고, 태건과 태윤을 보면 어떤 형제들이 떠오르죠. 태자와 황후를 보면, 또 작은 계기 하나 던져 주고 퇴장한 어떤 악역들이 떠오릅니다. 작품마다 다른 색으로 변신하는 작가님들이 있는 반면, 잘하는 스타일을 고수하는 작가님도 있죠. 단지, 후자의 경우는 더 깊어지거나 다채로워지는 것처럼 상승적 변화가 있어야, 그전과 동일한 만족감을 느끼는 듯합니다.

'화비설화'에서는 '극복'이라는 설정이 등장합니다. 기존의 유아르님 작품의 빻빻한 빨간맛은 수의 모럴을 붕괴하는데 이용되었죠. 이렇게 뜨겁고 강력한 애정이, 그간 수가 쌓아온 인생이나 도덕관을 부시고 길들이는 부분에서, 극적으로 발발했습니다. 그런데, '화비설화'의 집착과 광기는 수를 '체념'시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극복'의 동기를 부여해 주기 위해서 역할합니다. 물론, 그 굴림수가 절륜공이 되는 변화도 있습니다.

요는, 메인 공과 수 사이에는 큰 자극의 요소가 없다는 것이지요. 그들은 애틋하고 애절한 사랑을 나눕니다. 희생과 구원이라는 신실하고 순수한 애정의 형태를 띠고 있죠. 반면, 매운맛 사랑은 태공이 담당합니다. 뜨겁고 지독하게 사랑했지만, 배신당하고 씁쓸한 최후를 맞이하는 황제 말입니다. 사랑의 방법이 잔혹하더라도, 사랑의 내용이 절실하다면, 공 혹은 수의 해피엔딩으로 끝났던 전작과는 확실히 달랐습니다.

또, '홍염'에서 붉은 홍염과 하얀 설원, 푸른 원림 같은 강렬한 색채대비가 공수의 감정 변화를 대변했다면, '화비설화'에서는 청명한 하늘과 장마와 같은 날씨가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합니다. 많은 소설에서 맑게 갠 하늘은 주인공의 밝은 미래를 상징하지만, '화비설화'에서는 반대에요. 거리길 것 없는 화창한 하늘은 세희와 태윤을 가려주지 못합니다. 가림막 없는 세상에서, 천민 출신에 두 사람은 태생적 약자이고 숨죽인 채 살아야 합니다. 하지만, 장마가 내려 길이 막히고, 세상에 그들을 보지 못할 때에야, 비로소 오롯이 '세희' '태윤'이라는 사람으로서 서로를 마주할 수 있죠.

'공 수 관계'에 한정된 이야기도 확장적 진화를 이룩했습니다. 두둥! 세희와 태윤은 두 예언의 대상이 됩니다. 저잣거리에서 세희의 부모는, 세희의 얼굴이 드러나면 비참한 인생을 살게 될 거라는 예언을 듣죠. 그리고, 태공은 점쟁이에게 세 아들 중 태공을 뛰어넘는 성군이 나올 거라는 말을 듣고, 그 노파를 죽입니다. 그래서, 세희의 어머니는 세희의 얼굴을 꽁꽁 쌓고, 태공은 스스로 훌륭한 황제의 자질을 갈고닦으면서, 가장 무능한 태경을 태자에 앉힙니다. 둘 모두, 정해진 미래를 거부하려고 합니다.

하지만, 세희는 동생 세형의 혼례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물을 길어 나르고, 그 중간에 마른 목을 축이러 잠시 천을 벗었다가 황제에게 발견되죠. 당시, 강간을 당한 여자는 강간한 남자와 결혼해야 하는 풍습이 있었고,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던 예쁜 세형은 결혼자금을 모아 야만 결혼할 수 있었어요. 큰돈을 주겠다는 소리에 혹해 물건을 나르러 간 대감집에서 세희는 황제에게 강간당하고, 이후 세희의 가족들은 볼모가 되어 불행한 삶을 살게 됩니다.

태공은 자신보다 뛰어난 성군이 될 아들의 존재를 시기 합니다. 하지만, 성군의 기질을 가진 태윤은 천민의 소생이기였기에, 황제가 될 수 없었고, 시기의 대상에서 빠진 태윤은 태공에게 독점적 사랑을 받습니다. 그래서, 세희의 호위가 될 수 있었고, 몇 번의 위기에서도 태윤은 살아 남을 수 있었죠. 태공은, 태건과 태경 중 어리석은 태경을 태자에 올리죠. 예상대로 어리석은 태경은 얕은 수로 세희를 꾀어보려다 멸문을 당합니다. 그리고, 태자의 부재는 다른 황자들의 모반을 부추기고, 결국 태윤을 황제로 만드는데 결정적 역할을 해요.

예정된 두 미래, 하지만 모두 천민이라는 이유로 그 운명에 사로잡히기도 하고 피하기도 합니다. 황제가 된 태윤은 가장 먼저 신분의 제약을 없애 버립니다.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을 '차악'이었다 정의하며, 사병 제도도 폐지합니다. 선황의 후궁들에게 재가도 허가하고, 허례허식도 줄여갑니다. 그건 천민 출신 황제만이 생각할 수 있고, 실행할 수 있는 일이었어요.

유아르님 소설에 볼거리가 풍성해지고 있는 듯합니다. 다만, 아직까지 다채로운 인물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태건이나 태경, 황후나 정빈, 금군 부하들을 좀 더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거든요.

'작품성'이라는 단어를 쓰면서도 참 면구스럽습니다. '좋은 작품'이라는 것은 기준이 모호하고, 그것을 하나의 특성으로 평가하는 것은 쉽지 않죠. 분명, 자극을 위해 쓰인 소설이라면 '자극'이 잘 묘사된 것으로 충분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한 작가의 사람과 배경만 바뀐, 동일한 수준의 소재 반복은 체감적 만족이 떨어져요. 그렇기 때문에, 다른 시도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시도들은 분명히 그 전작보다 '더 좋은 작품'이라고 평가받을 만한, '결과'들을 만들어 낼 테고요. 절대적이진 않지만, 상대적으로 작품성 있는 이야기가 완성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다작 작가이신 만큼, 다음 작품도 멀지 않은 시일에 볼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분명히, 예상컨대, 대박일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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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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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7.11.27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익제는 유리의 고충을 알고 있었다. 잠든 사이 눈물짓고 그저 하루하루 맘 졸이면서 오늘이 괜찮았으니 내일도 괜찮을 거라 불안한 가슴을 남몰래 달래는 걸 알았기에 마지막 갈 때까지 유리에게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결국 유리는 크게 오열하며 화사에게 기댔다. 서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고 가장 많이 의지했던 정인의 죽음 앞에 모든 일에 초연했던 유리마저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내가 너무 나빴어요, 그래도 곁에 남은 건 나 하나뿐이었는데! 고단한 마음 기댈 수도 없게 미워해서, 그래서 그렇게 가셨나봐요... 이제 괜찮다, 나 아픈 만큼 아프셨던 거 다 안다... 그리 말 한마디 못했는데......"

"......"

"마마...... 사평관도 결국 저희가 돌아갈 곳은 아니었어요."

유리는 그제야 깨달은 마음을 화사에게 토했다. 나의 정인과 나의 고향,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며 나는 어찌하냐고 물었던 유리는 두 가지 모두를 잃고 나서야 슬픔의 무게를 잴 수 있었다.

절절한 깨달음을 말하는 유리를 보듬어 주며 화사는 지긋한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point 2 줄거리

기: 망국의 길을 걷던 후평국을 바로 세운 창제 야무는, 스스로 황제가 되어 국정을 농단한 직미의 우군, 무신상단을 괴멸시킨다. 그리고, 불타는 전각에서 야무는 화사를 구한다. 화사는 무신상단의 연동이자 직미의 최측근 대귀족 아진건의 부인이었다. 화사는 야무를 원망하며 살기를 거부하고, 야무는 화사에게 황후로 만들어 줄 테니,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라 한다. 신료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오랜 짝사랑의 대상인 화사를 기어이 반려로 맞이한다.

승: 과거 선황은 직미를 사랑해, 아진건과 약혼한 직미의 가문을 역적으로 몰아 그녀를 강제로 취한다. 독을 품은 진미는 황제의 양위와 대귀족의 수락을 받아 여제가 되고, 유일하게 생존한 황손인 야무는 무신상단에 숨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야무는 천하일색 화사를 만난다. 천생이 장사꾼인 상주 사마걸은 야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사를 대귀족 아진건에게 비싸게 판다. 이에 사마걸과 틀어진 야무는 무신상단을 떠나고, 익제를 만나 반정의 시기를 앞당긴다.

전: 한편, 아진건을 사랑하게 된 화사는 직미를 사랑한 아진건과 혼례 하지만, 첫날밤 아진건은 직미에게 가고 신방에는 야무가 나타난다. 다음날 뒤늦게 아진건이 찾아오고, 화사는 야무에게서 아진건을 살리려고 불을 질러 화상을 입는다. 화사는 아진건과 함께 고향이자 직미군이 주둔한 무신성에 가려 하지만 야무에 의해 실패하고, 이 과정에서 아진건은 죽는다. 형식상으로나마 대부인이 된 화사는 복수를 위해, 사마걸은 이익을 위해, 직미군을 돕기 시작했다.

결: 화사는 야무를 괴롭히기 위해, 황후로서 온갖 패악과 사치를 부리면서, 자신의 안위를 인질 삼아 후궁을 간택하고 합방하도록 강요한다. 그런 화사는 귀비 일가에 의해 습격 당하고, 이 과정에서 야무는 큰 부상을 입는다. 깨어난 야무는 마지막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끝내 직미를 처결한다. 그리고, 화사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화사는 지독히도 한 길밖에 몰랐던 야무를 '낭군'으로 맞이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릴 것

BL 서적은 프로모션이 많은 편이지만, 대상이 되는 서적들은 비슷합니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들은 부동의 위치를 점유하고, 그렇기 때문에 또 읽히게 되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폭발적으로 구매되는 작품 중에서는 당연히 명불허전도 있지만, 빚 좋은 개살구도 많습니다. 지적 재산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동일 클리셰, 유사 디테일, 크게 차이 않나는 문장력의 책들 중에 유독 '그' 책만 '베스트셀러'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홍보 효과에 의한 전략적 우위를 나쁘다고 할 수 없겠으나, 독자로서는 좀 아쉽습니다. 특히나, 제값 주고 읽은 작품이 몇 년째! 매번! '반복'해서! 할인 프로모션에 포함되면, 내가 산 '정가'는 정가가 아닌 것 같고, 또 대상 작품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읽을 건 없습니다. 심지어 신작 프로모션도, 일부 작가에 편중돼 그다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결국은 독자가 평가한다고 하지만, 모든 작가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는 것 같지도 않고, 독자가 충분히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물론, 전대 후문, 미증유의, 대체불가 작품이라면 어떻게든 인정받겠지만, 그런 극소수를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 작가나 작품을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다양한 기회로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는 그저 재미있는 책이 보고 싶을 뿐입니다.

씁쓸한 마음에 서두가 길었습니다. '화사, 황제의 꽃'은 저에게, 이렇게까지 안 읽힐 작품인가?라는 의문이 든 작품이었어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다소 각진 서술과, 튀는 말투, 노골적 일면은 있지만, 충분히 개성이라고 납득할만했고, 무엇보다 독특하고 일관성 있는 인물들이 매력적이었거든요.

화사는 무신상단의 연동으로 키워집니다. 상단에 팔린 아이들의 사정이 좋을 리 없었고, 도망친 황손 역시 예외는 없었죠. 당차고 어여쁜 화사와의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야무와 화사는 10년간 친한 지기로 지내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습니다. 하지만, 화사는 손님을 기쁘게 해 주는 도구로서 훈육 받으며, 야무에 대한 마음을 접습니다. 야무는 황제가 아닌 자신에게 화사를 주지 못하겠다는 사마걸과, 일개 호위의 것이 되어 주지 않는 화사를 보며, 빨리 황제가 되려 하죠.

야무가 상단을 떠난 후, 화사는 다정한 아진건을 만나요. 값비싼 화대를 치르고도, 함께 좋은 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연동이 아닌 사람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대귀족이었죠. 사마걸은 기꺼이 아진건에게 화사를 내어주고, 화사는 아진건에게 마음을 줍니다. 하지만, 아진건은 화사에게 '아진'의 모든 것을 주었지만, 마음만은 주지 않습니다.

직미는 아진건의 약혼자였어요. 하지만, 황제의 눈에 띄고 난 뒤, 그녀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직미는 집안을 멸문시키고 강제로 자신을 취한 황제를 증오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몸에 움튼 황제의 씨를 혐오하죠. 결국, 아이는 친모에게 부정당한 채 버려지고, 아진건은 그 아이를 찾아, 직미를 대신해 보상해 주려 합니다. 그게 바로 화사였어요. 다만, 아진건의 예상을 엇나간 것은, 직미의 아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랑꾼 황제공 중에서도, 야무는 진짜 짐승 같습니다. 영민하지만 요령은 없죠. 야무는 화사를 이용하고, 기만하고, 부정한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고 긴 전쟁을 치릅니다. 하지만, 자신을 이용한 자를 가족이라 믿고, 기만한 자를 지아비라 여기며, 부정한 자를 살려 달라고 매달리는 화사의 바람은 단칼에 끊어냅니다. 야무는 화사를 위해 살았지만, 화사에게 늘 약탈꾼일 뿐이었어요.

야무는 노련한 무장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지만, 표현력은 꽝입니다.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달래지 못하고, 능구렁이같이 넘어가는 면이 없어요. 목표를 포획하는 방법에는 전략가지만, 목표를 물고 나서는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몰라, 날 것 그대로를 물어뜯는 모양새랄까요. 야무는 화사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당초 야무에게 화사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잘 두는 방법' 따위는 상관없어 보여요.

'화사, 황제의 꽃'에서는 '연동'의 삶에 대해 다소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화사는 여리고 어리석으면서도, 닳고 거친 초연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연정 따윈 초탈한 것처럼, 값을 주고 정사를 팔면서도, 정에 굶주린 것처럼... 참 양가적이죠. 게다가, 화사의 지병은 아름다움을 위해 명줄을 줄여야 했던, 연동들의 직업병이었어요. 야무는 화사를 궁에 데리고 오자마자 지병을 치료하는 탕약부터 먹입니다. 탕약을 먹지 않겠다는 협박에, 딴 여자와 합방을 하면서까지요.

야무는 아진건을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진건이 직미에게 가서 죽겠다며 말에 실려간 일을 설명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야무는 화사의 고향이었던 사평관, 가족이었던 무신상단을 도륙하면서도, 사마걸과의 거래나 화사의 지병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욕정 하느냐 괴롭게 묻던, 연동의 기억을 헤집기 싫었을 테니까요. 아진건의 기만도, 화사의 출신도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부정한 친모에 대해 알릴 수 없었으니까요. 참 요령 없는 남자예요.

화사와 같은 사평관 무신상단 출신인 유리는 익제의 첩이 었지만, 야무의 부탁으로 화사의 수발을 듭니다. 그러다 승상 익제가 노환으로 물러나자, 그를 간호하기 위해 궁을 떠납니다. 익제가 죽은 후 빈소를 찾은 화사 앞에서, 유리는 애절하게 후회합니다. 야무와 익제는 후평국을 통일했고, 그로 인해 화사와 유리는 고향을 잃었어요. 야무와 익제는 화사와 유리에게 죄인이었고, 화사와 유리는 연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미움을 완전히 놓지 못합니다. 하지만, 잃고 나서야 진정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유리는 익제가 죽고 난 다음날 목을 메 자살합니다.

화사는 자신이 잃었던 것들을 내려놓지 못했기에,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야무를 생각합니다. 야무로 인해 품고 있는 슬픔과, 야무를 잃는다면 품게 될 고통은 비교가 되지 않았죠. 화사는 유리의 선택을 공감합니다.

화사가 야무에게 정착하며, 실 없어진 황제의 기행담은 드디어 해피엔딩이구나!!! 안도케하지만, 이어 지병이 심해진 화사가 살고 싶다고 절규하며, 야무와 함께 천년목을 찾는 장면은 여운을 남깁니다. 두 사람이 이루어졌으니 해피엔딩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잠든 화사의 숨소리에 기뻐하는 야무의 모습은 많이 슬펐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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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1.13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감정이 깊어지면 후에 겪을 괴로움과 상실감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깊이 빠져드는 걸 경계하게 되는 법이다. 여유가 생기고 현명해지는 거라고들 하지만 실상은 그저 겁이 많아지는 것뿐이야."

잠시 말을 끊은 태해랑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일단 빠지고 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지. 내 인생에 다시 이런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 수 있을지 어떨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못할 짓이 없어진다."

point 2 줄거리

기: 정복왕조 현은 소국인 아라국을 멸망시키며, 아라인들은 비참한 처지에 내몰린다. 그중 역경을 딛고 성공한 아라인 중, 공녀로 받혀져 태후가 된 흔씨와 무역으로 부상이 된 란씨가 있었다. 란씨는 고아가 된 아라인 이사야를 데려와 키우고, 자색 눈을 가진 미인으로 자란 이사야는 황후의 오라비인 타이지 타무르 눈에 든다. 타무르는 란가를 겁박하고, 이사야는 타무르에게 자신을 판다. 그리고, 1년간 이사야는 황제 하슬라의 대체품으로 타무르에게 안긴다.

승: 흑발과 자색 눈을 지닌, 잔혹하고 변덕스러운 황제 하슬라를 사랑한 타무르는, 똑같은 얼굴의 이사야를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 사실을 알고도 이사야는 타무르를 연모한다. 그러던 중 이사야의 이야기를 들은 하슬라는 이사야를 불러 모욕을 주고, 타무르는 묵인한다. 상처 입어 울고 있는 이시야는, 태해랑을 타무르로 착각하고 안긴 채 쓰러진다. 한편, 타무르를 이용해 온 하슬라는 이사야에게 흥미를 느끼고, 낙인을 찍은 채 자신의 대역으로 활용한다.

전: 그러던 어느 날 이사야는 하슬라가 란가와 자신을 도륙할 것이라는 급보를 받는다. 이사야는 황가의 혈통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된 하슬라는 관련인들을 제거하려 한 것이었다. 이사야는 란가를 지키기 위해, 하슬라를 죽이고 황제가 되려 한다. 그리고, 뒤늦게 이사야에 대한 연정을 깨달은 타무르가 하슬라를 죽이고 이사야를 돕는다. 하지만, 이사야는 타무르를 용서하지 못했고, 자신에게 구애하는 태해랑을 이용해 타무르를 견제하려 한다.

결: 태해랑과 타무르에게 공평히 몸을 나누면서, 후궁전에 발을 끊은 황제를 려귀비는 의심한다. 려귀비는 자신의 가문인 아젠타의 힘을 빌려, 타무르, 태해랑, 황제를 이간질해 분열시키고, 반정을 일으켜 자신의 아들을 황위에 올리려 한다. 하지만, 이사야는 이미 이를 간파하고 있었고, 모반은 실패로 끝난다. 타무르는 안정적인 황권을 확립한 이사야가 태해랑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이사야를 떠나려 한다. 하지만, 이사야는 타무르를 놓지 못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픈 뿌리

뜅굴이님의 소설은, 좋은 말로 군더더기가 없고 나쁜 말로 생략이 많습니다. '어떻게'라는 부분이 매우 간소하고, 메인 갈등이외에 잔 갈등도 거의 없습니다. 얼기설기 얽혀 있는 다사다난한 궁중물을 원하신다면, 만족도가 높지 않을 수 있어요. 이런 나쁜 짓을 했고, 그래서 위기가 생겼으며, 황제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를 좀 길게 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엉성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암투나 정쟁을 심플한 뼈대로 세워두고, 그 위에 화려한 인물들을 장식해 놓은 느낌이랄까요. 선택과 집중!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된 부분 이외의 요소들을 보는 편이라면, 아쉬움은 있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일 매력적인 인물은 타무르였습니다. 이사야 일 듯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에겐 타무르!였습니다. 타무르는 과묵한 외골수예요. 무재인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훌륭한 무인이었고, 황후의 오라비이자 2황자의 외숙이었죠. 명실상부 최고의 명문가, 짐승 같은 몸에 미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치적 행보만큼은 늘 한걸음 물러나 있었습니다. 바로, 황제인 하슬라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그는 탄탄한 배경을 내려놓고, 폭군의 사냥개로 사는 것을 선택합니다.

하슬라는 아라인 흔씨의 소생으로, 아라인다운 작은 체구, 아름다운 얼굴, 고운 흑발과 자색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하슬라에게 이런 외모는 멸망한 나라의 흔적이었고, 공녀로 태후에 오른 어머니의 존재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슬라는 변덕쟁이 폭군으로 잔인한 성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타무르의 몫이었죠. 필요가 있다면 죽이지 않는다. 그만큼의 가치인 것을 알면서도, 한길밖에 모르는 타무르는 기꺼이 하슬라에게 이용당해 줍니다.

결코 가질 수 없는 존재, 그렇게 생각했던 하슬라와 꼭 닮은 이사야를 발견하죠. 타무르는 협상을 모르는 남자였어요. 그리고, 이사야는 장사꾼이었죠. 타무르는 란가를 멸문시키겠다고 협박 하고, 이사야는 란가를 지키기 위해 돈을 받고 자신을 팔아요. 타무르는 이사야를 소중히 대해줍니다. 하지만, 안을 때면 언제나 하슬라의 이름을 부르죠. 거금을 받고 내어 준 몸이니, 연심이 깊어져도 이사야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다만, 속은 점점 곯아갔죠.

하슬라는 타무르가 그토록 아낀다는 이사야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이사야를 불러내고, 타무르의 진심을 알게 돼요. 하슬라는 자신이 싫어하는 아라인의 특징을 빼다 박은 이사야에게 모욕을 줍니다. 그리고 하슬라의 잔인함을 알고 있는 타무르는 이사야를 살리기 위해 입을 닫아요. 하슬라의 대체품으로 산 것은 '화대'의 대가라지만,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연심'의 대가였어요. 설상가상 황명을 거부할 수 없었던 타무르는, 상처 입은 이사야를 황제에게 바치기 까지 합니다. 그렇게 이사야는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궁에 갇히고, 노예처럼 몸에 낙인이 찍히죠.

타무르는 하슬라를 사랑했고, 이사야를 하슬라의 대신으로 삼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슬라와 이사야는 만났고, 하슬라는 이사야를 괴롭힙니다. 그 모습을 보며, 미묘한 틈이 생겨요. 둔한 남자는 그 균열의 답을 찾지 못하고, 고통을 토하는 이사야에게 무언의 긍정을 보냅니다. 그리고, 늦된 남자의 깨우침은 이사야와 타무르를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들었죠. 타무르는 이사야에게 구애하고, 용서를 구하고, 심지어 하슬라를 죽이기까지 하지만, 이사야는 타무르를 믿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타무르를 견제 할 수 있는 태해랑을 곁에 둡니다. 타무르는 이사야를 위해 짝사랑 상대를 죽이고, 가족 역시 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으면서도 이사야를 충실히 지켜내죠. 수완 좋고, 말 재주 있는 태해랑이 이사야를 녹여 가졌다면, 타무르는 깨지고 부서지고 나서야 이사야 곁에 설 수 있게 됩니다. 이사야는 타무르는 빼 낼 수 없이 깊이 박힌 가시라고 말하고, 타무르는 진심으로 기꺼워하죠.

부상의 막내아들, 혹은 사위가 되어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사야... 하지만, 타무르에 눈에 띄었다는 것으로, 운명은 배배 꼬여 버립니다. 친모가 숨겨 온 자신의 혈통을 알게 되고, 죽지 않기 위해서 가짜 황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입니다. 천성이 장사꾼인 이사야는, 현명하게 위기를 모면하지만, 불안과 불행의 나날을 견뎌내야만 했어요. 비록 타무르가 욕심낸 것은 이사야 하나뿐이었지만, 타무르는 이사야에게 애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죠.

다공일수에서, 유혹수가 아니라면 칼자루는 공들이 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사야는 여왕수가 아님에도 정치적으로 두 공을 이용하고, 감정적으로 통제하는 노련함을 보입니다. 두 사람을 저울질해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면서도, '애정'이라는 보상도 적절히 분배해 주죠. 이 보수적인 무인 남자들은, 그렇게 이사야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이사야는 황궁을 내려다보며, 금빛 밀림 속에서 자신을 황제로 지탱해 주는 두 뿌리의 존재를 생각합니다. 다정한 뿌리 태해랑, 아픈 뿌리 타무르... 타무르는 이사야에게 상처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태해랑을 부러워하고, 태해랑은 자신이 모르는 이사야와 타무르만의 시간을 인정해요. 화려한 잎사귀를 자랑하는 나무는, 어둡고 습기진 흙 속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타무르가 이렇게까지 개발싸개가 되어야 하는가? 타무르는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인생은 타이밍이니까요. 그래도, 아프게라도 이사야의 한 뿌리가 될 수 있었으니,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봐야겠죠? 물론, 지분은 1/2이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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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 [BL 소설] - [인외존재/무협물/달달물] 소백전 - 뜅굴이

 

[인외존재/무협물/달달물] 소백전 - 뜅굴이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09.21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 소백아. 소백아. 숲에 돌아가지 말고 나랑 평생 같이 살자. 응?" ​ 무흔이 소백의 귓가에 속삭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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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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