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8.04.26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네가 극알파가 아니었다면, 우린 그때 같이 자지 않았을 거야."

조쉬는 한 마디 한 마디 힘을 줘 천천히 말을 이었다.

"네가 극알파라서 의식을 잃지 않았다면 우린 자지 않았을 거고, 피트도 세상에 없었을 거고, 다시 만나 이렇게 사랑하게 되지도 않았을 거야."

"......"

"또 내가 오메가가 아니었으면 네 페로몬에 휩쓸리지도 않았을 테고, 그저 너를 피해다니기 급급했을 거야. 넌 내게 표식을 새기지도 않았겠지."

조쉬는 사이를 뒀다 말을 이었다.

"그럼 우리는 그냥 지나가서 영원히 서로 모른 채 살다 죽었을 거라고. 네게 수없이 키스한 것도, 사랑한다고 말한 것도 전부 없던 일이 되는거야. 그러면 좋았겠어?"

"......"

"이 모든 게 네가 극알파고 내가 오메가라서 있을 수 있었던 일들이야."

거기까지 말한 조쉬는 똑바로 체이스의 눈동자를 들여다보며 선언했다.

"나는 단 하나도 후회 안해."

point 2 줄거리

기: 조쉬 베일리는 톱스타 체이스 밀러를 경호하던 중 체이스의 러트에 휘말려 뜨밤을 보내고, 임신을 한다. 그리고 몇년이 흘러, 아들 피트를 키우며 지내던 조쉬는 다시 체이스 경호일을 맡는다. 체이스의 폭력적이고 거친 말과 행동에 고액의 계약금에도 기피 대상이 되었고, 어머니 병환으로 목돈이 필요했던 조쉬는 부득불 수락 할 수 밖에 없었다. 다행히 다시 만난 체이스는 조쉬와 '그 사건'을 기억하지는 못하고, 명불허전 행패로 끊임없이 트러블을 일으킨다.

승: 본인도 미남이면서, 얼빠기질이 다분한 조쉬는 폭력이 난무하는 경호 속에서도 체이스와 묘한 기류를 형성한다. 그러던 중 극알파 혐오 단체에 의해 체이스는 위기에 빠지고, 조쉬는 온몸을 바쳐 체이스를 구한다. 이후 체이스는 병아리마냥 조쉬를 쫒아다니며 집착한다. 조쉬는 모든 것을 용서 할 수 있는 체이스의 얼굴을 보며, 얼빠의 힘으로 연애를 이어나간다. 그러면서도, 체이스에게 피트의 존재를 알려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 시작한다.

전: 그러던 중 체이스는 납치 당하고, 조쉬는 체이스를 구하는 과정에서 숨겨둔 표식을 들킨다. 체이스는 조쉬가 오메가이며 각인 된 상태가 있다는 것, 그리고 피트라는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충격 받는다. 그리고, 자신을 버리고 피트의 생부이자 조쉬를 각인한 상대에게 돌아갈까봐 두려워한다. 조쉬는 체이스의 불안을 보고 체이스가 피트의 파파라는 사실을 고백하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피트와 체이스를 만나게 해준다.

결: 체이스는 피트를 위해 놀이 공원을 대여하고, 조쉬는 둘이 친해 질 수 있는 시간을 줄 수 있도록 자리를 피해 준다. 그 잠시 동안, 피트는 혼자 개 사육장으로 가서 위험에 처하고, 개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체이스는 공포를 무릅쓰고 피트를 구한다. 그 모습을 본 조쉬는 체이스에게 피트의 파파라는 사실과, 그날의 일을 고백한다. 그리고, 그레이슨이 조작한 체이스의 과거의 진실 역시 알려 준다. 조쉬는 체이스에게 각인을 세기고, 둘은 결혼한다. 그리고 피트 외에도 아들과 딸을 한명씩 더 낳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죽고 싶은 욕구

'사람은 누구나 죽고 싶어한다.' 언젠가 읽었던 일본 스릴러 소설에 나오는 구절로 기억합니다. 물론, 살인자가 한 대사라 실제 소설에서는 그다지 설득력 없는 자기변명이었지만, 저는 살짝 뜨끔했어요. 살아있는 모든 생명은 존귀하다, 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말이 유일한 진실이었으면 좋겠지만, 저는 의외로 사람 안에는 '살고 싶어하는 욕구'와 비등한 만큼의 '죽고 싶은 욕구'도 있다고 생각했었거든요.

그저 사는 것이 가치있어 계속 살고 싶다면 좋겠지만, 어느 순간 어떻게 살고 싶다는 기준이 내 안에 생겨버립니다. 물론, 그 기준에는 직업이나 학업 이력도 있겠지만, 어떤 유형의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정성적인 부분이 더 큰 것 같아요. 나는 절대 저렇게 안 살거야! 저런 사람이 되지 않겠어! 하지만 어느 순간 내가 아니었으면 좋겠는 사람이 되어 있거나 혹은 그런 사람처럼 생각을 하고 소름끼치도록 똑같은 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면... 스케치북을 찢는 것 처럼 생을 리셋하고 싶어집니다. 다시 시작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망한 생을 끝내고 싶어서요.

그 기준의 정도가 강하면 강할수록 '죽고 싶은 욕구' 역시 강해집니다. 하지만, 그 욕구의 천칭의 반대편에서는 '일상을 유지하고 싶은 욕구'가 놓여있죠. 의외로 '살고 싶은 욕구'는 잘 등판하지 못합니다. 아직까지는 죽고 싶은 욕구는 욕구가 아니라 스트레스나 병이라고 치부하고, 일상을 살아 갑니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 반대편 천칭의 무게가 더 무거웠기 때문이죠.

체이스 밀러의 저울은 저와 달랐던 모양입니다. 한쪽에는 '죽고 싶은 욕구'가 다른 한편에는 '살고 싶은 욕구'가 놓여진 그의 천칭은 언제나, '죽고 싶은 욕구' 쪽으로 쳐져 있었어요. 사는 것은 공포스러웠고, 죽는 것은 마침내 이루어낼 일이었죠. 그러나 아름다움으로 비교대상이 없는 그는 톱배우가 됩니다. 수만개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고, 엄청난 부를 지닌 밀러가는 막내 아들을 그냥 내버려두지 않습니다. 결국, 밀러는 세상을 향해 난폭해지고, 무시무시한 약을 입에 털어 넣는 것으로, 죽음과 가까워 질 수 밖에 없었죠.

이런 체이스 밀러에게 한 줄의 구원이 내려옵니다. 그 이름은 조슈어 베일리, 줄여서 조쉬... 얼빠인 그는 체이스의 얼굴에 반해 그와 러트를 보냅니다. 본능이 제 짝을 알아 본걸까요? 아무와도 러트를 보낸 적 없는 체이스는, 그 러트만큼은 조쉬에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리고 귀에 각인을 남기죠. 하지만, 각인에 임신까지 하게 된 조쉬는 그 얼굴과 보낸 밤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사랑스러운 아들 피트와 행복하게 살죠.

다시 만난 체이스는 더 개차반이 되어 있었어요. 얼굴만으로 사랑하기 힘든 경지에 이릅니다. 하지만, 이미 자신의 귀에 각인을 남긴 자신의 알파이기 때문에, 조쉬는 체이스를 올라타고 싶은 욕구를 느껴요. 체이스 역시 그런 조쉬를 완전히 밀어내지 못하죠. 조쉬가 코요테들에 뜯겨 만신창이가 된 날, 조쉬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체이스의 집착에 불을 부칩니다. 이로써 체이스가 그토록 외면하고 싶었던 자신의 역린과 마주하게 됩니다. 바로, 극알파의 본능 말이예요.

체이스는 극알파를 혐오합니다. 미치는 것이 싫었고, 미쳐서 누구인지도 모르는 대상과 정사를 맺고 싶지도 않았죠. 그래서, 러트를 끔찍히 여기지만, 극알파인 자신은 러트를 피할 수도 없었고, 러트의 강도 역시 일반적이지 않았어요. 체이스에게 '절대 되고 싶지 않은 나'를 회피 할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죽는 것 뿐이었죠. 체이스는 내일을 염두에 두고 살지 않습니다. 언제나 죽을 준비를 하고 살아요.

체이스의 사이코패스 가족들은 이런 체이스를 궁지로 몹니다. 러트로 기억을 잃은 체이스에게, 개와 성교를 맺었다고 거짓말을 해요. 체이스는 자신이 그런 사람이라는 것을 온전히 부정하지 못합니다. 왜냐면, 언젠가 러트를 함께 보낸 꿈같은 상대 역시 기억하지 못했으니까요. 기억을 잃은 동안, 수간을 했을까? 강간을 했을 했을까? 자신이 통제하지 못하는 짐승의 존재는 공포 그 자체였죠.

하지만, 러트로 자해를 하며 정신을 놓는 체이스에게 조쉬는 그 공포를 행운으로 바꾸는 주문을 읊어줍니다. 극알파였기 때문에, 오메가인 조쉬를 만날 수 있었고, 극알파였기 때문에 러트때 피트를 갖을 수 있었다고 말해주죠. 체이스의 저울은 기울기를 달리 합니다. 저주와 같았던 극알파로서의 삶이, 만약 나의 오메가를 만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을 세상에 존재케 하기 위한 것이었다면... 살 만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조쉬와 함께 살아가는 삶을 선택하죠.

일방구원물이든 쌍방구원물이든, 서로의 삶에 서로가 없었다면 어땠을까? 참으로 오싸해요. 하지만, '죽도록 힘든 삶'과 '죽기를 희망하는 삶'은 다르기 때문에, 키스미이프유캔의 구원은 좀 결이 다른 듯 합니다. 정말 정말, 체이스가 조쉬를 만나서 참 다행입니다. 체이스가 잘 생겨서 진짜 진짜 다행이예요. 1센치 빗겨 떨어져 간신히 변기에 빠지지 않은 핸드폰을 봤을 때 만큼이나, 가슴을 쓸어내리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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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2 - [BL 소설] - [오메가버스/리맨물/삽질물] Kiss me, Liar - ZIG

 

[오메가버스/리맨물/삽질물] Kiss me, Liar - ZIG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7.01.18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 ​ point 1 책갈피 ​ "아프고, 아프게 하고, 다치고, 다치게 하고, 그리고 키스하고 화해하고. 다시 고백하고, 외롭지 않게 안아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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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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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랑시아

출간일: 2018.09.14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괜찮을 것이란 말은 못하겠지만, 어린 연왕이 다자랄때까지는 이렇게 앞에서 바람을 막아주고, 옆에서 손을 잡고, 뒤에서 단단히 안아 줄 것이다.

"기왕에 왕비가 된 것, 돈이나 원 없이 쓰면 좀 어떻습니까. 하루 아침에 그 허름하기 짝이 없는 왕부로 떨어졌으면 그런 것이라도 남아야지요."

작고 아담하지만 너무나 아늑한.

"왕비, 왕비 하지만 저도 사냅니다. 솜떨도 안 가신 어린애 뒤치닥꺼리도 지겹습니다."

하루하루, 조금도 심심할 틈이 없는 작은 세상을.

"역모보다야 사치를 좀 했다는 것이 낫지요. 하, 전하만 말을 잘 했어도 들키지 않을 수 있었을 것을."

내가 지켜줄께.

point 2 줄거리

기: 황후와 대척하던 귀비가 실각하고, 귀비의 유일한 황자였던 희유원은 초라한 왕부에 홀로 버려진다. 황후는 귀비측 인사로 세력을 잃고 낙향한 귀족의 자제 유도영을 유원의 비로 들인다. 강호 명문 천문산 출신으로 촉망받는 무인이었던 도영은 허름한 왕부에 외롭게 살고 있던 희유원을 친동생처럼 아끼고 보살핀다. 어려운 살림을 꾸리고, 무술과 학문을 가르치고, 따뜻하게 챙기고 보듬어 준다. 유원은 그런 도영을 사랑하게 되고, 이를 알게 된 도영은 복잡한 감정을 느낀다.

승: 한편, 도영에게 잘 보이고 싶었던 유원은 종친시에 나가 뛰어난 기량을 보이고, 황제의 눈에 뛴다. 그런 유원을 견제하기 위해 황후는 음모를 꾸미고 유원은 위기에 처한다. 도영은 유원을 구하기 위해 스스로 누명을 자처하고, 이로인해 모진 체벌을 받고 쓰러져 혼수상태에 빠진다. 유원은 도영을 살리고 황후에게 복수하기 위해 남부로 내려가 세력을 키우며 권토중래를 준비한다. 그리고, 전쟁에서 혁격한 공을 세우고 막강한 군벌을 형성하여 도영이 있는 왕부로 금의환향한다.

전: 도영은 4년만에 깨어난다. 유원은 강한 권력을 지닌 영친왕이 되어 있었고, 허리께오던 키는 도영보다 커져있었다. 도영은 오랜 병환으로 걷지 못할 위기에 처하자 유원은 도영이 자신을 원망하며 떠날까 두려워한다. 하지만, 불굴의 연상수 도영은 혹독한 재활로 과거의 기량을 일부 되찾는다. 그리고, 희유원과 같은 의미로 유원을 사랑하게 되고, 두 사람은 달달한 신혼을 마음껏 즐긴다. 한편, 황제의 건강은 나날이 악화되고, 도영은 그것이 중독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결: 황후의 몰락을 계획하던 유원은 황후가 황제에게 독을 먹였다는 증거를 찾지만, 황제가 문왕비에게 행했던 악행의 죄값으로 죽음에 이르도록 방관한다. 황제의 죽음과 함께 황후에게 복수를 감행하지만, 갑자기 외적의 침략 소식이 전해진다. 풍전등화의 상황 속에 도영은 무인으로서 마지막 출정을 감행하고 천산문과 연합하여 큰 승리를 거둔다. 돌아온 도영은 무인이 아닌 왕비로서 살 것을 선택한다. 황후는 친아들 손에 세력이 잘려나가고, 유원은 태제로 봉해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내가 지켜줄께

모아이님의 소설에는, 상사든 친구든 선후배든 어떤 관계로든 내 곁에 있어주었으면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냥, 이런 사람이 한시대에 한장소에서 같은 시간을 공유하면 인연을 맺고 있다는 것이, 그저 그 사람이여서 너무 다행이고 좋은 사람 말입니다. 그 사람이 주는 이해득실이나 인기도 평가도 의미가 없는, 그 자체로 귀한사람.... '로맨틱 캡틴 달링'에 단테와 '도원'에 유도영이 그렇습니다.

두 사람의 공통점이라면, 일단 장난을 좋아하고 울보 동정공에 신세계를 열어주죠. 그리고, 사랑하는 이를 지키는 가디언들입니다.

지킨다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돈과 권력이 있다면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시나요? 하지만, 재벌이나 장관의 자녀들이 다 강하고 바르게 자라는건 아니잖아요. '무엇'을 다치지 않게 지키냐에 따라서 난이도는 달라지겠지만, 확실한 것은 '사지가 멀쩡히 숨쉬게 하는 것'을 지킨다고 말하긴 어려울 겁니다.

돌뿌리에 걸려 넘어지는 것을 잡아주는 것은 쉽지만, 인생에 장애를 만나 실패를 경험한 사람을 다시 일어서게 하는 일은 쉽지 않을거예요. 그 사람이 깊은 절망에 빠져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위로해야하고, 세상을 비관하지 않고 원인을 직시 할 수 있도록 바른 시야를 알려 줄 수 있어야 하고,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방향과 방법을 제시 해 줄 수 있어야겠죠. 누군가를 지키고 보호한다는 것은 이렇게 어렵습니다. 스스로가 얼마나 뛰어난 공감과 깨어있는 혜안을 갈고 닦아야 할까요?

도영은 5살 때 천문산 문하로 들어가 정치와 무관한 강호 무인의 생활을 합니다. 하지만 쇄락한 가문의 운명에 따라, 정치적 이유로 무인의 삶을 포기하고 팔자에도 없는 왕비 노릇을 하게 됩니다. 밉고 원망스러울 법한데도, 혼례식에 덜덜덜 떨며 합혼주도 제대로 마시지 못하는 유원을 보고 안스러운 마음을 품습니다. 버림받은 황자, 왕부는 형편없고 유원의 대우는 더 형편없었죠. 도영은 왕부의 뒷방에서 숨죽인채 살겠다는 계획을 접고, 적극적으로 유원을 돌봅니다. 좋은 음식을 먹고, 잘 배우고 재능을 키울 수 있도록, 아이답게 잘 웃고 즐겁게 살 수 있도록 노력하죠.

유원을 잘 가르치기 위해 책을 읽고, 유원이 잠든 새벽에 일어나 무술 수련도 게을리 하지 않습니다. 처음해 본 안살림도 똑부러지게 해내죠. 나를 위해 열심히 사는 사람, 밑도 끝도 없는 애정을 쏟아 부어주는 유일한 사람, 희유원이 유도영을 사랑하지 않을 방법은 없어보이죠?

하지만, 정치력은 쉽게 얻을 수 있게 아니어요. 황궁은 소리없는 전쟁터였고, 황후는 유원과 도영에게 적의를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황후가 쳐놓은 덧에 걸릴때마다 도영은 쌓아 온 것들을 하나 둘 잃어버립니다. 하지만, 유원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었기에, 후회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끝내는 자신의 목숨 역시도 내어 놓습니다.

다행히도 4년만에 깨어나지만, 유원은 이미 상처 입었고 비정해져있었죠. 도영이외에 것에는 연민조차 느끼지 않는 무정한 사람이 되어버렸습니다. 도영은 아이였던 유원을 지키는 방법이 아닌 다른 것이 필요해집니다. 깊은 상흔에 너덜너덜해진 그의 마음을 지켜줘야 했을 테니까요. 그건 유원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는, 그의 연인만이 해 줄 수 있는 일이기도 하죠.

BL을 읽으면서 가끔 그들의 육아법에 감동 받을 때가 있습니다. 아이 셋을 나아도 떠나지 않겠다는 도영의 약속이 하늘에 닿은 건지...도영은 아이를 셋 낳습니다. 천산무라는 것이 참으로 기묘한 무예입니다. 어쨌든 말이죠.^^ 어떠한 사람이 사랑스럽다면 그 사람은 사랑받고 자란사람이다.란 말이 떠오르더군요. 이기적인 사람은 사랑은 받았을지언정, 바르게 보호받았다고 보기는 힘들죠. 좋은 사람이 좋은 부모가 되는 것도 그래서인 듯 합니다.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어' 그 희생정신도 위대하죠. 하지만, 그런 호기로만 지킬 수 있는 것은 온전한 사람은 아닐겁니다. 짧은 시간의 그 사람의 부분은 될 수 있겠지만요.

'내가 지켜줄께' 이 말 한마디를 위해서, 얼마나 현명해져야 하는건지 감도 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그 말을 한다면, 그 사람을 가장 귀하게 여기는 일을 쉬지 않겠다는 의지의 표현일겁니다. 옆에만 있다면, 정말 멘토 삼고 싶네요. 유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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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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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유즈

출간일: 2019.06.07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단 한번만. 내게 천 년을 날아가자 약조했던 그 사내를 보여줘. 마지막으로

원제의 입술을 물었다. 입술도 손처럼 떨렸다. 곡여흔은 다물려 있는 입술을 비집고 혀를 넣었다. 꺼져가는 체중이 온전히 그에게 매달렸다. 목을 양팔로 감아쥐고 입을 탐했다.

말을 할 걸 그랬지. 네가 만지면 싫으냐 묻던 그때. 싫다고 했지만 사실은 그게 아니라고. 네게 닿고 싶은 것을 감추려 필사적이었노라고.

말을 하지 않길 잘했지. 내가 먼저 너를 좋다 했으면 네가 어찌 굴었을지를 겪지 않을 수 있었으니까.

형님의 말대로 내가 너를 미치게 한 것인지, 아니면 네가 원래 미친 자였던 것인지 끝까지 알지 못한 것 하나는 다행이다. 내가 미치게 한 것이었다면 안타까웠을 것이고, 원래 미쳤다 한다면 자괴했을 것이다. 이도 저도 모를 지금은 허무하기만 하니 다행이다.

내가 네게 바라던 것이 있다. 네가 부수었지만 지금은 덧없다.

내가 네게 바라는 것이 있다. 우리 둘, 다시는 어떻게라도 엮이지 말자.

나는 이제 새가 되겠다. 다시 나를 본다면 너는 아무렇지도 않게 활로 내 날개를 뚫어 죽여라......

공들여 입술을 적셔 놓은 곡여흔이 입술을 미끄러트리며 요대를 풀었다.

point 2 줄거리

: 북방출신 원제가 세운 파국에는 오왕이라 불리는 오대세가가 황실과 위태로운 세력균형을 유지하고 있다. 그 적대적 토착세력 오대세가 중 하나인 곡가 장남 흔은 5세부터 모각에 갇혀 살았다. 원제의 궁을 지었고 무품의 귀인이었지만 광인이 되어 죽은 곡여흔과 같은 푸른눈을 띠고 태어났기 때문이다. 곡흔을 대신해 소가주가 된 동생 곡진성은 모각을 찾아 흔에게 일방적 애정을 강요했고, 그것을 알게된 가주는 흔을 노역장으로 보낸다. 그리고 그곳에서 황제 강제를 만나다.

승: 동침한 여자를 죽이는 괴벽이 생긴 강제는, 무너진 성터 노역장에서 파란눈의 흔을 본다. 광인의 환생이라 곡가에서 버린 장남 흔, 그을 궁으로 데리고 온다. 하지만, 곡흔에게 설명할 수 없는 감정과 끌림을 느끼는 강제를, 곡흔은 원제와 비교하며 계속 밀어낸다. 강제는 그런 흔에게 미약을 먹여 몸을 취하려하지만, 그때 불현듯 전생을 떠올리게 되고 자신이 원제의 환생임을 알게 된다. 강제는 원제의 실수를 다시 하지 않기위해, 흔의 눈치를 보며 곁을 맴돈다.

전: 전생, 원제는 천재 건축가이자 곡가의 소가주 곡여흔을 아꼈지만, 형인 곡진성의 왜곡된 애정으로 상처 받은 적 있던 곡여흔은 원제가 다가 올 수록 피한다. 어느날 원제는 곡여흔이 형과 불순한 관계을 맺었다는 사실을 알고, 분노하여 곡여흔을 강제로 취한다. 그리고, 10년간 폭력과 미약으로 여흔은 망가트려서라도 곁에 두었다. 그리고 여흔은 모반을 꾸미는 오대세가로부터 원제를 살리기 위해 대신 죽는다. 한편, 곡진성은 술사가 피술사의 신체를 조종 할 수 있는 벌레 '고'를 가지고 곡흔을 찾아 간다.

결: 곡흔을 만난 곡진성은 곡여흔의 형이었던 전생의 기억을 찾은 뒤였다. 곡진성은 여흔에게 '고'를 먹이고, 독이든 병을 주며 강제에게 먹이라고 한다. 전생에 실패한 모반과 다르다며 설득하지만, 이미 흔은 강제의 옆에 남기로 결정한 뒤였다.여흔은 곡진성과 강제 모두 살리려 하지만, '고'에 의해 몸을 가누지 못한 흔은 강제에게 독을 뿌리고, 곧 자신이 그 독을 빨아 먹고 쓰러진다. 강제는 흔에게 자신의 피를 먹여 살리고, 흔과 명줄이 엮인다. 살아난 흔은 강제와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진심 어린 용서를 구하는 방법

바르도의 궁은 사연이 많은 책입니다. 오래전 종이책으로 발간 된 후 단종이 되었던 소설이 웹툰화가 되면서 관심을 끌게 됩니다. 하지만, 어디서도 바르도의 궁을 찾을 수가 없다보니, 암암리에 단종 된 책을 돌려보는 기현상까지 생겼다고 합니다. 그러다, 리디북스에 짠~하고 이북으로 발간됩니다. 그때는 리디only 작품이어서 바르도의 궁을 읽기 위해 리디북스 아이디를 만들기도 했다는... 나름 전설의 회귀라고 말 할 수 있는, 힘겨운 재등판인 셈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도화선이 되었던 바르도의 궁 웹툰은 이후 연출상 부족함이 거론 되곤 했죠. 저 역시 새로 연재되고 있는 외전까지 보고 있지만, 솔찍히 아쉬움이 많습니다.

원작소설이 웹툰화 되면 원작 팬심에 챙겨보지만, 개인적이고 주관적으로 원작보다 재미있거나 비슷한 웹툰은 두 편입니다. 소설의 디테일을 전부 작화 할 수는 없으니 생략 및 각색 될 수 밖에 없는데, 만약 웹툰 연출이 매끄럽지 못하면 암호 같은 웹툰이 되어버립니다. 특히나, 원작의 팬들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기대치가 있다보니 실망으로 이어지기 쉽죠. 그럼에도 문자를 읽으며 발동동 팔동동했던 주인공들이 이미지로 그려진다고하는데, 거부하기는 쉽지 않아요. 뭐... 그래서 대작을 발견하는 환희가 더 큰 거겠죠.

곡여흔은 전생의 업으로 다시 환생합니다. 잘 살기 위해 환생한 것이 아니라, 전생의 업을 풀지 못해 한 생을 더 살게 된 것입니다. 그래서 다시 태어난 곡흔의 삶의 목표는 과거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짧은 생을 잘 마감 할 수 있는 것 뿐이었죠. 왜냐면 자신의 업은, 사내를 미치게 하는 몸으로 원제를 만나 그로인해 많은 인명이 죽게 된거라고 생각했으니까요. 그래서, 주어진 불합리와 불행을 묵묵히 받아드립니다.

불행히도 다시 시작된 삶 역시 전생과 다르지 않았죠. 형제의 비틀린 애정을 밀어내지도 못했고, 강제를 피하지도 못했고, 자신으로 인해 사람이 다치거나 죽을 위험에 몰리는 상황은 발생했으며, 강제는 흔에게 다시 미약이 든 술을 먹이고 맙니다. 하지만, 무엇인가 조금씩 달랐어요.

원제는 여흔의 발꿈치를 부셔 절름발이로 만들지만, 강제는 사람을 해치지 않은 대가로 흔의 발을 받아냅니다. 여흔은 원제가 아꼈던 머리카락을 잘랐지만, 흔은 강제에게 머리카락을 줍니다. 원제는 여흔에게 말을 내어준 어마감을 쓸어버리지만, 강제는 흔을 말에 태우죠. 흔은 여흔을 바라보던 원제의 마음을 생각하게 되요. 무엇 하나 내어주는 것 없이 자신을 거부하던, 여흔을 곁에 두었던 원제의 희구를 알게 되죠. 그리고, 그 남자가 자신에게 했던 약속을 떠올립니다.

여흔은 원제의 삶에서 유일한 구증이었고, 원제는 여흔의 작은 몸짓이라도 기꺼이 받아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채찍질을 하고 사지를 결박해도, 새처럼 날아갈 것 같은 여흔의 마음만은 묶어 둘 수 없었어요. 여흔은 원제가 준 미약에 중독되었지만, 강제는 스스로 안겨오는 여흔에 중독됩니다.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여흔이 망가진 이후에야 여흔은 미약을 끊을 수 있었죠. 이로써 원제의 미몽같은 시간도 끝나버리고 죽을듯한 후회의 시간만 남아버립니다.

북방 부족에서 쫒겨나, 죽음의 사막을 건너 중양에 황제가 된 강제가 토착 호족의 소가주이자 천재건축가로 살았던 여흔... 한 사람은 빼앗지 않으면 삶조차 가질 수 없었고, 한 사람은 이미 지켜야 할 것이 너무 많아 참고 숨기는 것에 익숙했죠. 원제는 여흔 하나를 가져야 했고, 여흔은 남자를 홀리는 요물로 살고 싶지도 않았지만 어깨에 진 가문의 영달도 버릴 순 없어요. 쫒는 호랑이와 쫒기는 사슴의 경주는, 당연히 잔인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서 굳이 원제가 통증을 느낄 수 없다는 설정이 필요한가 싶습니다. 일단 용서를 부르는 만능치트키인 것은 알겠지만, 좀 어울리지 않는 자기변명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장시간 우린 찐 사골국에 시판 다시다 넣는 느낌이었죠.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황제들의 후회는 남다릅니다. 하지만, 앞치고 뒷쳐도 황제인 것을... 결국은 이해하기보다는 이해받는 것이 더 많습니다. '네가 한 잔인한 일이 다 이유가 있었어.'가 환생 후 수에게는 다시 사랑 할 동력이 되죠. 하지만, 바르도의 궁에서 강제는 변명하지 않고 바뀝니다. 흔 역시 묻지 않고 봅니다. 바뀌겠다 하였으니, 정말 바뀌었는가를 지켜봅니다. 강제가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본 것이, 흔에게는 다시 사랑 할 동력이 됩니다.

용서란, 이 정도는 되야 하는 것 아닌가요? 어떤 사람이 그 순간 주어진 조건으로서 결정 할 수 있는 선택이 오직 그뿐이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누군가에게 엄청난 고통으로 이어졌다면, 그때 필요한 건 변명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악의가 없다는 설명은 기본이지 최선은 아니죠. 변명은 참작사유는 될 수 있을지언정 면죄부가 되진 않을테고요. 진심이라는 것은 보여주는 것이지, 세치혀로 하는 것이 아닌데 말입니다.

문득, 어떤 사고를 치든 이유는 있고 본인은 잘못이 없다는 변명쟁이가 떠오르네요. 이런 사람들의 존재가 사람은 고쳐쓰는게 아니라고 하는 말이 이치에 맞다고 여겨지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이것이 진심으로 후회하고 용서를 구하며, 스스로 변할 수 있는 사람에게 박수를 보내 줘야하는 이유입니다. 바로 강제처럼 말이죠.

올해 나온 외전 '반월몽'이 정말 '찐'입니다. 살면시 투텀증 업! 그곳에서 여흔이 실현 될 수 없으나 간절히 바라던 것, 그건 사람을 죽이지 않는 원제를 보는 것이었죠. 사람을 죽여서라도 너를 가져야만 했던, 서투른 자신에 대한 변명이 아니라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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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너, 나랑 끝까지 갈래?"

"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 미워했으니까, 이번엔 죽이고 싶을 정도로 나 사랑 해 볼래?"

나는 범사준이 무슨 말을 하는건가 싶었다. 당연히도 실없는 농담 따윈 아니었고, 밑바닥을 드러낸 끝에 흘러나온 진심일 터였다.

point 2 줄거리

: 김유완은 1년간 짝사랑한 선배 이경에게 술김에 고백하고 사귀게 된 날 범사준에게 납치 당한다. 눈을 떳을 때 유완은 호텔 스위트룸에 감금 된 채, 한번 시작하면 도저히 멈추지 않는 하반신 절륜 괴물에게 학대(?)당하며 '사랑'을 강요당한다. 탈출을 계획하던 유완은 사준을 안심시키기 위해 그가 원하는 연인을 연기하지만, 거짓말은 들키고 폐소공포증으로 인해 탈출도 실패한다. 재벌3세, 미친집착남, 스토커 사준에게 벗어날 수 없다고 생각한 유완은 그를 죽이려 목을 조르다 돌연 떠오른 기억에 쓰러진다.

승: 유완이 다시 눈을 떳을 때는 저택 침실이었다. 그리고 유완은 사준을 보고 선배 이경이라고 생각한다. 사준은 호텔에서와 다르게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유완을 보며, 사준은 죽었고 자신이 이경이라고 말한다. 유완은 살인자인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이경의 노력에 감동하며 저택에 갇혀지낸다. 유완은 정서가 불안정하고 폭압적 행동을 하는 사준을 사랑으로 포용한다. 사준은 한편으로 불안하지만, 늘 꿈꿔왔던 연인 유완과 애정이 넘치는 동거를 이어간다.

전: 어느날 유완은 데이트 중 사준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대학 친구 곽지훈을 만난다. 그 날 이후 극도로 초조해하는 사준을 보며, 유완은 사준이 뭔가 숨기고 있다고 추측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보게 된 사준의 핸드폰에서 위치추적 지표를 보고 무작정 찾아간다. 그곳에서 진짜 못생긴 이경을 보고, 유완은 자신과 함께 살고 있는 이경이 범사준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분노한 유완한 자택을 부시며 폭주하다 지하실에서 10년전 사준과 자신의 접점이 있음을 알게 된다. 유완은 자살시도를 하고 쓰러진다.

결: 유완은 10년 전 과거를 기억해낸다. 그리고 사준이 자신의 무의식 속에서 계속 찾던 구원자였고, 이경을 좋아한다는 감정은 착각이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깨어난 유완은 유완이 몰랐던 사준의 11년 간의 이야기 듣는다. 그리고, 자신이 이경에게 느꼈던 애정, 그리고 함께 지내면 쌓아온 사랑이 모두 사준임을 깨닫지만, 납치, 강간, 폭압을 자행한 사준에게 복수하기 위해 마음을 숨기려한다. 하지만, 이미 자각한 마음을 숨기기 힘들었던 유완은 이틀을 넘기지 못하고 사준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사준과 행복해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파랑새

'기억'과 '실제'는 얼마나 동일할까요? 사실, 무엇이 '실제'라고 정의 할 수 있는지부터 복잡해지는 문제이긴 합니다. 근래 핫하다는 뇌과학 서적마다 공통된 의견이 있다면 '기억'과 '실제'는 많이 다르다는 거예요. 9.11테러 피해자들은 실제하지 않는 사람이나 연기, 장소를 경험했다고 확고히 믿기도 한다죠. 멀리서 찾지 않아도, 똑같은 사건을 겪은 다수의 완전 다른 해석은 드물지 않게 경험 할 수 있습니다.

기억이란 이렇게 불확실함에도, 그 기억을 통해 판단하고 느낀 것이 진짜라고 믿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가끔 나의 일생을 지켜 본 절대자가 있다면, 나의 '회고집'은 그의 '소설'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것이 아무리 나 스스로 진실하게 쓴, 여과없는 사실의 기술일지라고 말입니다.

로맨틱 크라임... '잘생긴 미저리가 사랑한다고 이쁜이 감금하고 잉야잉야하고, 이쁜이는 처음엔 거부하다 결국 사랑에 빠지는 내용이구만....' 역시나, 첫장이 납치 1일째, '내가 너를 너무 사랑해서 미쳐버리겠는데, 납치, 감금, 강간 말고 방법있어?' 돈 많고, 잘 생기고, 힘 쎄고, 절륜한 전형적 집착광공이 등장합니다. 오히려 수가 납치 당하고도 어물전 망둥이처럼 날뛰는데 되려 머리가 나쁘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런데, 보면 볼 수록 요 작품이 물건이데요~

일단, 가스라이팅이 없습니다. 처음엔 소심했던 자낮수가 마지막에 굳세어라 금순이로 변신하는 캐붕도 없습니다. 이 작품에서 포인트는 육체적 '감금'이 아니라 기억의 '감금'이거든요. 마치, 파랑새를 찾아 긴 여행에서 돌아와보니, 이미 나의 집에 파랑새가 있었던 것 처럼... 소설은 유완과 사준이 다시 만난 감금1일째, 이미 해피엔딩입니다. 단지, 돌고 돌아와서야 깨닫게 될 뿐이죠.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어린 유완은 어느날 아버지가 아이를 납치해 컨테이너에 묶고 있는 장면을 목격하죠. 유완은 그런 아버지를 말리다 무참히 폭행 당하고 만신창이가 되어 컨테이너에 함께 갇혀요. 어둠의 공포 속에서, 유완의 손을 꼭 잡고 위로해 준 것은 납치 된 어린 사준이었습니다. 이미 풍부한(?) 납치경험이 있던 냉철한 사준은 무사히 탈출하지만, 그 과정에서 유완의 아버지는 산채로 불에 타 죽고 어린 유완은 그 장면을 목격합니다.

오랜 폭력에 방치 된, 어둠을 무서워 하는, 착한 아이 유완은 충격에 기억을 잃어버리죠. 사준은 그런 유완에게 진실을 알려 줄 수 없었고, 결국 둘은 그렇게 헤어집니다. 그리고, 유학을 떠난 사준은 유완이 쉽게 잊혀질 인연이 아니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11년간 혼자 끔찍하고 고통스러운 '사랑'을 하며 유완을 지켜만 봅니다.

유완은 대학교 엘레베이터가 멈추면서, 과거와 같은 경험을 합니다. 그때 역시 손을 잡아 준 사람은 사준이었지만, 이경이라고 착각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무의식이 기억하고 있는 사준에 대한 감정을 이경에 대한 사랑이라고 오해하고, 1년간 짝사랑하죠. 처음부터, 유완의 무의식과 의식이 찾았던 사람은 모두 사준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예요. 이 비극적 고백은 사준의 11년의 인내에 종말을 고합니다.

소설 속에서 유완은 사준과 이경의 얼굴을 계속 겹쳐봅니다. 하지만, 사준은 매끈한 미남인데 이경은 믹서기에 갈다만 구황작물처럼 생겼어요. 생긴게 그 모양인데, 성격은 그보다 못합니다. 갈다만 구황작물은 그래도 식품이지만, 이 자식은 정말 타지않는 쓰레기거든요. 어찌 조리해도 먹을 수 없죠. 이렇게 다른데, 유완에게는 무의식과 기억의 간극에 갇힌 '내가 사랑하는' 한 사람 입니다.

이경으로서 서준이 유완과 함께 지내는 동안, 알콩달콩 깨 볶던 생활은 '거짓'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것이 '진짜'였던거죠. 그래서, 이 작품은 감금이되 감금이 아닌듯한 인상을 줍니다. 유완은 언제나 사준을 바랐지만 기억하지 못했고, 그저 그 작은 분출구 언저리에 이경이 있었을 뿐이죠. 사준 역시 유완을 언제나 바라고 기억했지만, 유완이 원했던 사람이 자신인줄은 알지 못했고요. 둘은 이미 서로가 찾던 파랑새였습니다.

그래서 재탕할때가 처음 읽을 때보다 더 재미있습니다. 단순히 결말이 궁금한, 흥미진진함 이외에도 즐길 수 있는 재료들이 많은 소설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만, 초반이 너무 뻔하길래 만만히 보고 자기 전에 시작했다가 밤을 꼴랑 세워 하루내내 두통에 시달렸어요. 개인적으로도 단짠이라고 할 수 있죠.

어릴때 파랑새의 결말이 별로라고 생각했습니다. '원하는 것은 가까이 있다!'라는 것이 설렘반 두려움반으로 도전하는 사람들을 '어리석은 행동가'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별을 보다 눈 앞에 웅덩이를 빠진 천문학자 더러 '하늘 볼 생각하지 말고 땅이나 제대로 봐!'라고 한다면, 천문학자는 넘어지지 않는 일반인이 되겠죠. '쓸데없는 시도'가 '하지 않은 실패'보다 가치있다고 생각하는 저로서는 마음에 안 들었습니다.

하지만, 문득 내가 가지고 있었지만 가지고 있는지도 모른채 하늘로 날아가 버린 파란새가 얼마나 많을까?란 생각이 드네요. 내가 괴씸하다 끊어낸 인연 중에, 실제로 파란새가 있었을지도...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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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20.01.14

분량: 본편 5권

 

 

 

 

 

 

 

 

 

point 1 책갈피

"라온아. 사랑하면 욕심이 생기나봐."

사람을 정상에서 어긋나게 하는, 격렬한 감정. 사랑에 빠지고 나서야 알았다. 무엇을 바쳐서라도 포기하고 싶지 않은 마음같은 건, 이번에 처음이었다. 라온을 잃고 싶지 않았다. 라온이 온몸으로 거부할지라도, 그를 살리고 싶었다. 욕심이 피어오른다.

"라온아. 내가 널..."

"그만."

라온은 더는 듣기 싫다는 듯이 얼굴을 일그러뜨렸다. 너무나도 원해서 비참하기까지 했던 그 사랑을 이제야 받게 되었으나, 라온은 온몸으로 거부하고 있었다.

"내가 널 살리게 해줘."

point 2 줄거리

기: 하급 늑대인간 구역에 살고 있는 주건일에게, 그의 첫사랑이자 무정히 결혼해 버린 차재민이 나타나 그의 아들 차라온을 1년만 맞아 달라고 한다. 그의 아내 혜라가 누명을 쓰고 사형선고를 받아 도망치는 중이라며 도움을 요청하고, 건일은 거절하지 못한다. 건일은 늑대구역에 라온을 살게하기 위해, 라온의 해지가 예정된, 잠시간 각인을 맺는다. 하지만,1년 뒤 차재민과 혜라는 사망했다는 소식을 전해오고, 외할머니에게 마저 버림받은 차라온은 결국 각인한 채 계속 주건일과 함께 살게 된다.

승: 강한 힘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평온한 삶을 바랐던 건일은 평범한 인간 고등학교 교사로서 살아왔다. 라온은 조건없는 건일의 애정과 헌신에 경계하지만, 곧 연민을 가진 착한 늑대인간에게 감화된다. 그리고 과거 '차원의 틈'에서 봤던'그'가 건일이라는 사실과 건일에 대한 사랑을 깨닫지만, 건일은 '가족'으로서 라온을 규정하고 벽을 친다. 한편, 라온은 초강한 마법사로 각성하고, 우이헌의 도움으로 마법을 배운다. 그러던 중 수학 여행지에서 두 사람은 마법사 첸위의 공격을 받고, 이 사건을 통해 리치앙에게 노출된다.

전: 리치앙은 라온과 건일을 위기에서 구출하고, 혜라에게 누명을 씌우고 재민과 혜라를 죽게 만든 세력이 자신의 동생을 죽고 사건을 덮었다고 말하며 공조를 제안하고, 라온과 건일은 부득이 수락한다. 라온과 건일을 리치앙의 정령의 도움으로 자연계에 있는 혜라를 만나고, 그 과정에서 건일의 '정체'와 적의 배후에 대해 알게 된다. 한편, 자해를 하며 사랑을 강요하는 라온을 거부하지 못하고 받아주던 건일은 라온을 무서워하기 시작한다. 라온은 그런 건일을 온전히 가지기 위해 기억을 지우는 마법을 받은척 연기를 한다.

결: 건일은 일부 기억을 지운 라온을 죄책감에 돌보고, 라온의 계획대로 둘의 관계는 연인으로 발전한다. 그러던 중 적의 공격에 의해 건일과 라온은 위기를 맞고, 라온이 거짓말을 고백하며 빌지만 건일은 라온 대신 죽는 것을 선택한다. 리치앙은 건일을 죽음으로 복수를 포기한다. 라온은 건일을 살리기 위해 자연계로 넘어가 시간을 되돌리는데 성공하고, 몰라던 이면의 '진실'을 알게된다. 라온과 혜라는 자연계를 떠나, 현실로 돌아와 복수에 성공한다. 라온과 건일은 짝으로 살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물망초

근래 수술을 받고, 한 동안 입원 생활을 했습니다. 다인실, 커튼이 쳐진 작은 공간에 누워있자니 많은 생각이 들더군요. 처음 든 생각은 병원 안과 병원 밖의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것, 그 다음은 내가 손바닥 만한 주사로 사지의 자유를 빼앗긴 고기덩어리가 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시간이 길어 질 수록 나의 존재가 바람에 흩어지는 모래처럼 사라지고 있는 것 같다는 허무감...말이죠.

병실은 마치, '이변'의 '차원의 틈' 같아요. 시간의 흐름도 다르고, 세상과 격리되어, 나 홀로 떠도는 공간 말입니다. 세상 속에서도, 차원의 틈에서도 나를 지워 낼 것 같아요. 처음엔 세상 밖의 것들을 생각 하지만, 나중에는 아무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것 조차 자각이 안 되요. 그래서, 나의 존재가 사라지지 않기 위해서, 타인의 기억 속에 나를 남기는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나를 기억해주는 누군가가 반드시 필요하죠.

퇴원 후 '이변'을 읽게 된 저로서는 과진지, 과몰입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도 이런 사념의 연장선상에 있는 듯 합니다.

'건일'의 존재는 '무'입니다. 세상에 닻을 내리지 못한, 잘 못 창조된 존재... 그래서, 건일은 자연계로 넘어 올 수 없었죠. 건일은 그 사실을 알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때때로 자신이 세상에 섞이지 못 하고 있다고 느껴왔습니다. 모두가 함께 있는 공간 속에서도, 유난히 존재감이 희미한, 기억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살아왔죠. 그리고, 연기처럼 사라져 어떤 사람의 기억 속에도 남지 못하고 잊혀질 운명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 건일에게 라온은 자신의 존재를 각인한 유일한 사람입니다. 운명보다 사랑이 강하다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일까요?

라온은 건일의 존재하지 않는 운명을 존재하게 만든, '이변'이 됩니다.

건일이 죽고 난 뒤 모두가, 건일이 세상에 존재했음을 잊어 갈 때도 홀로, 상실의 고통속에서도 건일의 존재를 더욱 강하게 각인해내죠. 결코, 그 사람을 잊어 사라지지 않게 만들겠다는 의지를 아로새깁니다. 그리고, 라온은 끝내 건일의 운명을 세상에 발디딜 수 있게 바꾸어 놓습니다. 잘 키운 역키잡 집착 광공, 진정 브라보입니다!

라온에게 붙은 '후회공' 키워드는, 그래서 살짝 의미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후회공이 후회하는 대상은 사랑을 대하는 자신의 태도지만, 라온이 후회하는 것은 자신의 거짓말입니다. 모두 공이 한 행동이라는 점은 비슷하지만, '수'의 입장에서는 차이가 큽니다. 라온의 거짓말로 건일과 라온의 관계가 변하는 것은 맞습니다. '자신이 키운 아이'에서 '젠틀한 성인'이 된 라온은, 보통의 연인들처럼 다정한 말과 진심어린 고백으로 사랑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굳이, 자해라는 공포가 필요 없어졌죠. 하지만, 라온이 거짓말을 고백했을 때, 건일은 적어도 두 라온 사이에서 혼란을 겪지 않습니다. 어떠한 라온이든 자신이 사랑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했기 때문이죠. 발닦개가 되고서야 비로소 '수'의 사랑을 얻어낸 후회공들과는 달라 신선했어요.

'이변'은 너무나 신박하여 초반에 공부가 필요한 세계관을 설정하진 않았지만, 독특한 디테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또, 조연 캐릭터들의 스토리 라인도 너무 뻔하고 단조롭지 않아 구성이 다채롭습니다. 그래서, 다소 '구전 동화' 느낌이 나는 부분적인 전개에도 불편함 없이 읽을 수 있었어요.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이름을 남긴다.'고 하는데, 한 영화 속 대사처럼 '호랑이는 가죽 때문에 되지고 사람은 이름 때문에 되지는 것' 일 수도 있습니다. 많은 사람에게 이름이 기억된다는 것이, 그 유명세가 반드시 성공의 기준이 된다고는 생각 하지 않습니다. 훌륭한 작품을 남기고도 개인의 삶은 형편 없었던 작가들이, 그 예술적 공로에도 불구하고 손가락질을 피할 수는 없는 것 처럼요.

그럼에도 누군가는 나를 기억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에게 나의 기억이 부디 따스하길 바랍니다.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비로소 꽃이 된 시의 구절 처럼, 라온이 기억이 만들어 낸 건일의 운명처럼, 그렇게 기억 될 수 있다면 부디 물망초의 꽃말을 남기고 싶네요.

'나를 잊지 마세요.'

 

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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