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9.27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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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이게 바로 오로라 조각이야."

이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황급히 오로라 조각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너무 귀한 존재라 손에 들고 있기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다. 어떻게 오로라를 조각으로 만들 생각을 하셨지......?"

"이걸 만들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연구하셨대. 나도 우리 아버지가 대단해. 몇 년 동안 한 가지 연구에만 몰두할 자신이 없거든, 나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각에 작은 자국이 나 있음을 발견했다. 그건 다름 아닌 앙증맞은 용의 손자국이었다. 이안은 손가락으로 그 자국을 가리켰다.

"이건 네가 한 거야?"

그 말에 루도 고개를 숙여 자국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번져 갔다.

"맞아, 내가 한 거야."

"다시 만져 봐도 왜?"

"얼마든지."

이안은 오로라 조각을 조심스럽게 다시 들었다. 루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만든 오로라 조각이야. 그런데 내가 구경하다가 오로라가 굳기도 전에 만져 버렸대. 결국 이렇게 아기 때의 내 손자국이 남아 버린 거고."

이안은 그 옛날 아기 용이 남긴 손자국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작디작은 크기의 이안은 말랑말랑한 기분이 들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0살이 된 루! 아버지들로부터 기어코 카스티야 마법 학교 입학 허락을 받아 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시험장에 도착한 루는 대기장에서 보석같이 예쁜 펠로데로스 황자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무례하게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루를 불쾌해하지만, 루는 그저 이안과 친해지고 싶었다. 루는 수석, 이안은 차석으로 입학하고, 같은 방에 배정되면서, 루는 '이안과 친구 되기!'에 박차를 가한다.

승: 이안은 정통 황위 계승자였지만, 아버지가 요절하자 숙부는 어린 조카의 자리를 빼앗는다. 이안은 어머니와 궁에서 쫓겨 곤궁한 생활을 하지만, 황제가 후사를 낳지 못하자 부득불 궁으로 다시 불려온다. 그 후, 자신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황제와 황후에 박대를 받으며, 결국 타국의 마법학교로 쫓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루와 시몬과 친해지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루에게도 점점 빠져들어갔다.

전: 그러던 어느 날, 루가 편해진 이안은 황제가 되기 위해서 용을 잡겠다는 계획을 말하지만, 루는 그런 이안과 언쟁을 벌인다. 두 사람은 화해하려다 고백하게 되고, 사귀게 된다. 그 후, 우연히 루는 용의 비늘을 들키면서 얼떨결에 용이라는 사실도 고백한다. 그때, 북쪽 마을에서 블레어는 루의 친구 이안이 펠로데르스의 황자라는 소식을 듣고, 카스티야로 찾아간다. 그리고, 살얼음 같은 아버지들의 시험대를 통과한 이안은, 루와의 관계를 인정받는다.

결: 4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모두 마법학교를 졸업한다. 아버지들에게 졸업 축하를 받고 있을 때, 이안은 펠로데르스 황제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급하게 돌아가야 하는 이안을 졸라, 루는 왕궁으로 함께 간다. 황제와 황후는 이안을 괴롭히며, 황위를 물려주지 않으려 수작을 부린다. 이를 지켜 본 루는 용이 되어 황제 앞에 나타나, 이안의 수호룡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안은 무사히 황제가 되고, 황제와 황후는 사필귀정의 결말을 맞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연작의 부작용, 반사효과와 역차별

'용의 황자님'은 저에게 실망감을 줬습니다. '햇살 세 스푼'만의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대형견 공과 비운의 황자수에 몰빵했는데, 그 깊이도 매우 얕습니다. (전)루비 (현)루와 황자는 평면적 성격, 일차원적 관계, 전형적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 해요. '햇살 세 스푼'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세계관, 인물들은 카메오수준으로 줄어들고, 분량은 늘어났지만 풍성함은 없습니다.

만약, '햇살 세 스푼'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낙담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용의 황자님'도 작품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결국, '용의 황자님'은 '햇살 세 스푼'의 반사효과 때문에 선택됐지만, 감상 결과는 역차별이 된 셈이죠. 그래서 두 작품을 읽을 예정이 있다면, '용의 황자님'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햇살 세 스푼'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마을의 평화가 우선이지만 어느 선까지는 선의를 베풀려는 이장, 이익과 인정의 양면을 가진 마을 사람들, 겁도 걱정도 많지만 용기 있는 쥬드, 자존심도 정의감도 강한 루시, 까칠하고 냉소적 이면에 따뜻함을 바라는 블레어... 입체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동화는 어디로 가고, 갈등과 의심을 모르는 울보공과 츤데레수만...흑 ㅠ.ㅜ

물론, 대형견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원래 단순하긴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러버를 지키는 충성심,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강함, 프로펠러 꼬리와 축 처진 귀로 어필하는 귀여움까지! 이 모두 가져야만 비로소 대형견공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누가 꼬셔도 갈등하지 않고, 수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해결사면서도 둘 만 있을 때는 절대 '을'이 되죠. 여기에 직업과 출생 배경만 정해지면, 모든 독자는 이미 예언자!

'용의 황자님'도 그런 면에서, 대형견공이 보고 싶은 날에는 좋은 작품입니다. 반짝이는 보석을 좋아하는 용, 루는 이안을 보자마자 반합니다. 이안은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예쁜 황자 님이었거든요. 마법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루는 입학식 선서에서 차석인 이안을 보며, 운명을 확신했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룸메이트! 루는 이안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이안이 지키는 든든한 가디언이 되죠. 이안도 순수한 선의를 가진 루에게 점점 빠져듭니다.

문제는 이안이 알인 '루비'를 강탈하려고 루의 어머니를 죽일 뿐만 아니라 그 가죽을 장식으로 걸어 놓은 황제의 나라, 펠로데르스의 황자라는 거였죠. 심지어, 그 황제는 황자에게 황제가 될 조건으로 용을 잡아오라고까지 합니다. 당연히, 그의 아버지들을 포함해 루를 사랑하는 이들은 두 사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루는 대형견공의 공식에 맞게, 절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년이 되어서일까요? 블레어와 쥬드도 의외로 쉽게 마음을 바꿉니다.

이안은 그의 아버지들에게, 펠로데르스 황제의 만행을 듣게 돼요. 그리고 루가 처한 위험도 알게 되죠. 그래서, 결코 루를 위험에 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졸업 후 그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요. 물론, 루의 선택이었지만, 저는 이 부분부터 뭥미?싶었어요. 아픈 황제는 이안을 대신할 소국의 왕자를 입양하고, 황후는 이안 어머니의 유품을 불태워 버리려고 해요. 미증유의 절대적 위기에서도, 이안은 '용'이라는 패를 쓸 갈등조차 하지 않죠.

앨런 우드를 포함한 대마법사는 죽거나 죽임 당했고, 황제는 쇠약해졌어요. 그리고, 이안은 신관의 증언이 있으니 용을 데리고만 오면 황제가 될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루가 어마 무시하게 강했답니다. 오히려 루는 황제를 많이 봐줘요. 이안을 위협하는 모든 이에게 살의를 품은 것 치고는, 이해 안 갈 정도로 관대한 처사였죠. 소리 소문 없이 황제를 악몽이 시달리게 할 수 있으면서, 그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 루와 이안은 심각한데, 전 음...이었어요.

'용의 황자님'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외전이었어요. 두 사람은 루의 고향이, 먼 북쪽 마을로 떠납니다. 황제와 수호룡이 아닌, 이안과 루만의 조용하고 은밀한 여행이었죠. 사랑하는 아버님들이 있는, 천방지축 아가 용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오로라 조각에 우연히 찍힌 아가 용의 발자국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죠. 특히 루가 썰매를 타고 마을을 돌며, 사람들에게 이안을 소개하는 장면은 좀, 뭉클했어요.

루가 인간의 수명으로 살기로 한 선택이나, 루의 오랜 보호자였던 아버지들이 수호룡이 된 아들을 떠나보내는 장면이나, 어머니의 잔인한 죽음과 납치될 뻔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안을 위해 복수를 포기하는 부분같이, 극적인 씬도 많았는데 너무 평이하게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아요. 또, '아싸' 아버지들이 들려줄 수 없는 '인싸' 마법사의 세계 같은 판타지 양념도 부족했어요. 저의 기대가 너무 많았나 봐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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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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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4.18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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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햇살 조각."

"햇살 조각이요?"

"햇살 줄기가 떨어지는 땅에 마법진을 그리면 햇살의 일부를 봉인할 수 있지. 그것을 지붕에 매달아 두어서 바람에 말려 둔 뒤 칼로 조각낸 거다."

쥬드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렇다면 아까 우유에 넣었던 것이 햇살이군요!"

"4월 햇살이라고 말했잖아. 4월의 가장 볕이 좋을 때 모아 둔 조각 중 하나지."

블레어는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햇살 조각을 하나 꺼내 들었다. 쥬드는 "우아" 하고 탄성을 내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 얹혀진 조각은 샛노랗게 반짝거렸다.

쥬드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헉, 따뜻해. 꼭 햇볕 쬐고 있는 병아리 솜털 같아요."

병아리를 만져 본 적 없는 블레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쥬드는 온기가 흐르는 조각을 만지작대다 그것을 코에 가져다 대었다.

놀랍게도 햇살에서는 좋은 향이 났다. 촉촉한 흙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 본 적 있는 이름 모를 꽃향기, 그리고 땅콩 잼 같은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3세 쥬드 워커, 카스티야 마법 학교의 촉망받는 장학생, 남은 졸업요건은 하나! 바로 대마법사 밑에서 1년간 조수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쥬드 워커는 빛의 마법사, 블레어 애틀리를 찾아 먼 북쪽 마을로 떠나고, 블레어의 저택으로 가는 길에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줍는다. 한편, 까칠한 블레어는 조수는 필요 없다며 쥬드를 돌려보내려 하는데, 그때 눈치 없이 알이 깨지고 아가 용이 나온다. 아가 용은 처음 본 쥬드와 블레어를 아버지들로 각인했다.

승: 블레어는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은 두 동거인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쥬드는 보면 볼수록 착하고 성실했고, 아가 용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늘 굳어 있던 블레어는 간간이 웃게 됐고, 곧 따뜻하게 변한 집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블레어의 집에 물건을 배달하러 온 루시의 썰매를 타고 아가 용이 탈출한다. 블레어와 쥬드는 식겁해 그 뒤를 쫓고,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용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회의를 통해 아가 용을 기르는데 힘을 보태기로 한다.

전: 서툰 아빠들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아가 용은 '루비'란 이름을 가진 '마을의 아기'가 된다. 한편, 용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펠로데르스 황국의 황제는 거금을 들여 용을 찾지만, 총책임자 앨런 우드가 고용한 용병들이 알을 빼돌리려다 눈사태 맞으면서, 알은 분실된다. 그 알이 바로 '루비'였다. 앨런 우드는 홀로 눈사태가 일어난 마을을 찾아가고, 블레어의 자택에도 도착한다. 그날은 블레어가 그토록 기다리던, 여신의 드레스, 오로라가 내려온 날이었다.

결: 하지만, 블레어는 오로라 조각을 모으는 것을 포기하고, 앨런 우드로부터 루비와 쥬드를 지킨다. 앨런 우드는 격전 끝에 절벽으로 떨어지고, 블레어는 루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블레어는 사라지려는 오로라 조각을 간신히 모아 학회의 인정을 받고, 쥬드는 졸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블레어는 다시 북쪽 마을로 돌아가고, 졸업을 마친 쥬드 역시 블레어에게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용은 진짜 가족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여신의 치맛단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햇살 세 스푼'을 동화 같은 BL 소설이라고 구매하시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쥬드와 블레어는 사제에서 연인으로, 결국 부부(?)가 되죠. 파란 표지를 가르는 빨간 딱지가 예고하듯, 씬도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트러플 오일 파스타에 들어간 트러플 버섯만큼입니다. 데코 수준이라는 거죠. 동화를 일부 차용한게 아니라 , 전체 플롯 자체가 동화 서사로 전개되거든요. 물론 저는 훈훈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용을 무찌르러 떠난 기사의 모험담... 크고 나서 보면 좀 이상합니다. 기사는 용의 집에 무단 침입해, 강도, 방화, 살해를 저지르고 돌아와 영웅이 되죠. 그전에 왕이 약속을 어겨 공주가 끌려간 거니, 왕은 의도에 따라 계약 위반자나 사기범이 될테고요. 이렇게 잔인하고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이들의 배게 맡에서 읽히고 있다는 게 불편할 때가 있어요. 만약, 진짜 동화라면, 그건 '빼앗는'자가 아니라 '지키는'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점에서 '햇살 세 스푼'은 정말 아! 동화! 였어요. 내용은 위기에 빠진 용을 구해 악당으로부터 지켜낸 빛의 마법사와 그의 조수! 정도 일 거예요. 하지만, '햇살 세 스푼'의 진짜 재미는, 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그 용을 지키는 과정이에요.

빛을 형상화하는 마법을 구사하는 블레어는, 계절마다, 매달, 매일 달라지는 각각의 햇살을 모으고 말려 종이처럼 굳히죠. 그 조각들은 세면대 바닥에서 따끈하게 물을 데우고, 우유에 넣어 포근하고 따뜻한 양식이 돼요.

블레어가 마법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북쪽 마을까지 오게 된 건 희귀한 빛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어요. 바로, 여신님의 드레스라고 불리는 오로라 말이에요. 하지만, 오로라는 그 마을 주민 루시도 3번 경험한 귀한 순간이었죠. 달과 해가 동시에 뜨고 은빛 늑대들이 설원에 춤을 추는 날이 지나면, 여신님의 드레스가 검은 밤 하늘에 살포시 내려앉아요. 블레어는 그 오로라 조각을 학회에 가져가야 했기에, 몇 년을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 지루한 기다림에 선물처럼, 쥬드와 루비가 찾아옵니다. 블레어는 햇살 같은 쥬드를, 사고뭉치 루비를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흉포한 용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위협이었고, 둘은 루비를 숨깁니다. 물론, 늘 그렇듯 아기들이 부모(?) 마음대로 되진 않죠. 누군가가 해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 아가에 불과하다. 마을 사람들은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결국 '선의'가 '불안'을 이기고 루비는 마을의 귀염둥이가 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꾀 긴 시간을요.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우는 아이를 볼 때, 공공장소에서 뛰는 아이들을 볼 때, 도대체 부모는 뭐하고 있나? 기를 능력이 없으면 낳질 말던가? 인상을 썼어요. 물론, 아이를 가장 안전하고, 주위에 폐 끼치지 않게 키우는 법은 있습니다. 집에 감금해 키우는 거죠. 하지만 그건 '사람'을 기르는 법이 될 수 없고, 결국 아이는 세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때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지 않는다면, 아이의 안위는 위태롭겠죠. 가령, 쏘카 사태도, 콜 센터 직원은 매뉴얼을 어긴 적 없고, 그 매뉴얼이 부도덕하진 않았겠지만, 아이의 무사함을 바라는 마음에 관해선 의문이에요. 잘 못한 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아이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애당초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루비'는 태어나자마자 수없이 위기를 겪습니다. 루비의 어머니는 앨런 우드에게 살해당해요. 성인 용은 길들이기 힘들다는 황제와, 헤츨링을 연구하고 싶다는 앨런 우드의 필요때문에요. 그렇게 남겨진 루비는 돈에 눈먼 용병에 의해 팔릴 뻔 하다가, 눈사태가 일어나면서 설원에 내버려지죠. 자연스럽게 물범의 먹이가 될 위험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쥬드에게 발견되고, 블레어의 허락을 받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라나요.

물론, 최대 위기는 앨런 우드였어요. 앨런은 쥬드를 만신창이로 만들지만, 곧 나타난 루시와 그의 썰매견 로빈에게 공격 당해, 블레어의 집에 불을 지른 채 도망칩니다. 또, 그가 탄 썰매의 썰매꾼은 밧줄에 묶여 숨을 쉬지 못하는 루비를 발견하고, 앨런에게 풀어 달라고 빌어요. 동시에 앨런 우드를 수상히 여긴 이장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저지하고, 그동안 블레어가 앨런에게서 루비를 되찾죠. 그리고 그런 블레어를 또 루비가 구합니다.

황제가 루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모두 루비를 숨겨줘요. 루비가 자라서 축제가 가고 싶은 나이가 되자, 마을 아이들은 쥬드와 블레어 몰래 루비를 축제에 데리고 갑니다. 용이라는 걸 들키지 않게, 뿔을 가릴 수 있는 고양이 귀 모자를 씌워서요. 물론, 아이들의 이런 노력 때문에, 쥬드와 블레어, 마을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용 한마리를 기르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애정이 필요해요.

이들에겐 전리품이 없습니다. 유명세도 없고, 영웅의 칭호도 없죠. 루비가 사랑스럽게 밝은 용으로 자라났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 뻔하고 흔한 결말이 진짜 동화가 아닌가싶어요. 다시 말하지만, 쥬드와 블레어의 러브라인이나 씬은... 네...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내 이모 미소로 볼 수 있었던 건, 오로라보다 찬란한 사람들을 때문인것 같아요. 그럼 전 이제 성인이 된 루비를 봐야겠습니다. 금발의 황자와 사랑한다던데, 곧 '용의 황자님'도 리뷰하겠습니다.(찡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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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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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0.04.06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스탠리, 이제 알겠어?

그녀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넌 나를 좋아하지 않아."

"...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좀 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노라 하트가 뒷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라이터로 담배를 태우면서 그녀가 씁쓸하게 말했다.

"가끔 우리는 과거의 기억, 감정까지 꾸며내곤 하잖아?"

point 2 줄거리

기: IT업계의 신화, SNS 플랫폼 '와이퍼'의 창업자인 스탠리 제이미슨! 그는 고향으로부터 온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하이스쿨 내내 짝사랑했던 노라의 결혼 소식이었다. 백만장자인 스탠리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번듯한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고등학교때는 다리 교정기를 낀 채 두꺼운 안경을 쓰고 컴퓨터 책을 들고 다니는 왕따였다. 특히, 마을 유지의 아들인 척 앤더슨과 그 패거리는 스탠리를 때리고, 가두고, 모욕했으며, 다른 클래스 메이트는 방관했다.

승: 스탠리는 승승장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향 밸린저 시티로 돌아간다. 하지만 가는 도중 차가 고장 나고, 도착한 견인차에서 첫 번째 동창을 만난다. 하이스쿨 프롬킹, 미식축구부 쿼터백, 그리고 노라의 남친이었던 리처드 베켓이었다. 리처드는 다리 부상을 입어 운동을 그만두고, 마을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밸린저 시티로 돌아온 스탠리는 조금씩 과거 일을 떠올렸고, 동창들은 예상대로 성공한 스탠리에게 굽신거렸다.

전: 한편, 스탠리는 충격적 진실도 연이어 알게 된다. 노라와 결혼하는 사람이 '그' 척 앤더슨이고, 노라는 사실 자신을 미워했으며, 리처드를 좋아하지만 리처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헤어졌다. 그 다른 사람이 스탠리다. 그리고, 스탠리는 사실 노라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 등등. 스탠리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오해와 편견의 안경을 벗고 본 리처드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하고, 술에 취해 리처드를 유혹한다.

결: 섹스 후 스탠리는 리처드와의 관계 설정을 망설인다. 한편, 노라의 결혼식에 간 스탠리는 리처드가 부상당한 사연을 알게 되고, 그 자리에서 신랑인 척을 폭행한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간 스탠리는 리처드를 잊지 못했고, 이모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 스탠리는 리처드에게 고백한다. 리처드와 사귀는 것을 주저하지만, 결국 스탠리에게 3일 카운트 다운에 넘어간다. 리처드는 벨린저 시티를 떠났고, 곧 스탠리와 함께 살 예정이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삶이 그대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백포백은 봐주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이틴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오글거려서,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냥, 풋풋하고 예쁘게 사랑하는 거면 좋은데, 저세상급 위대한 고딩들의 러브 스토리는 공감도 안 되고 부끄럽기만 해요. 아직 때묻고 마모되지 않은 순수의 영역, 학교라는 곳이 가지는 로망이 있기 때문일 테지만, 사실 그것도 때묻고 마모되봐야 아는 것 같아요. 학생들끼리는 결코 서로를 순수하다고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그런데, 읽고보니 '하이스쿨 랑데부'는 학원물이 아니었습니다. 대도시에서 성공한, 34살의 스탠리가 짝사랑했던 동창의 결혼식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 겪게 되는 이야기니까요. 다만, 회상하는 부분에서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로 스탠리가 잊었거나, 왜곡했거나, 모르고 있던 사실 위주로 나와요. 그러니까 결국 학교내 일화는 스탠리가 척 무리에게는 순수한 피해자였지만, 그 역시 노라나 리처드에게는 가해자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인 거죠.

스탠리의 학창 시절은 누가 봐도 지옥이었어요. 그래서, 스탠리는 많은 기억들을 잊거나, 자기방어를 위해 변형시켰죠. 그렇게 들어낸 덩어리에 리처드도 있었어요. '나는 노라를 사랑한다.' 스탠리에게 이 불변의 진실은, 어쩌면 유쾌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학교에 스탠리를 묶어 둘 수 있는 유일한 밧줄 같았을 거예요. 하지만, 수많은 불친절 속에 노라가 보인 찰나의 호의를 사랑이라고 착각한 스탠리의 맹신이, 노라와 리처드를 아주 많이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리처드는 빚더미에 앉은,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아버지 때문에 벨린저 시티에 오게 됩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척 앤더슨의 부친이 돈을 빌려줬거든요. 리처드는 척의 부친이 내주는 학비로 학교를 다닌 거였어요. 리처드는 스탠리를 괴롭히는 척이 혐오스러웠지만, 이미 척과는 '을'일 수밖에 없는 관계였죠. 또, 리처드는 아버지를 닮은 외모, 그리고 폭력성과 충동성 역시 혐오합니다. 리처드는 자신 안에 들끓는 감정들을 미식축구로 발산하려해요.

스탠리는 리처드를 다 가진 인싸로 기억하지만, 사실 스탠리보다 리처드가 훨씬 위태로웠어요. 그런데 그 간당간당한 균형마저 스탠리가 무너트려버립니다. 스탠리를 좋아하게 된 후, 리처드는 척의 괴롭힘을 묵인하는 것도 노라를 좋아하는 스탠리를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어요. 결국, 척과 완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척은 빚을 탕감해 주겠다며 리처드를 폭행합니다. 그때 다리가 부러진 리처드는 정비공이 되죠. 또, 노라와의 기만적 연애도 상처뿐인 결말을 맞아요.

노라는 그럼에도 리처드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리처드가 미워서 척과 결혼하지만, 결국 척과 파혼하고 다시 리처드에게 함께 마을을 떠나 살자고 찾아와요.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리처드는 스탠리만을 사랑하고 있었죠. 스탠리가 노라에게 느낀 '사랑'이 환상이었다면, 리처드가 스탠리에게 느낀 '사랑'은 고통이었어요. 리처드는 노라를 배신하고, 척에게 굴욕적으로 무릎을 굻고, 동창들에게 타락한 쿼터백으로 각인됐지만, 17년간 스탠리를 잊지 못했어요.

그러다 17년 만에 나타난 스탠리는 리처드를 더 괴롭게 만들죠.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실패한 사랑은 다르니까요. 리처드는 스탠리를 밀어냅니다. 그러다가도, 자신을 유혹하는 스탠리에게 넘어가죠. 리처드는 아버지와 닮은 자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탠리의 부를 강박적으로 거부하고, 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주저해요. 그건, 스탠리가 노라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리처드와의 좋은 기억을 의도적으로 망각한 것과 같은 기저였어요.

소설은 단권답게, 두 사람이 마음 속 장애물을 뛰어넘어 사랑에 골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학원물이 아니기 때문에, 동창들의 이야기는 잘 수습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서로 이루어지는 순간, 그들 중간에 있던 척이나 노라, 가족들은 모두 생략되죠. 분량을 생각하면 똘똘한 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며 성장하는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면 더 탄탄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이 한건 '오류 수정'과 '진실 확인'뿐이니까요. 물론, IF 외전처럼, 리처드가 고등학교 때 스탠리에게 고백하고 집안 사정을 솔직히 말했다면, 두 사람은 더 빨리 이루어졌겠죠. 하지만, 언제든 기억의 왜곡을 걷어 낼 수 있다면, 그 아래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예요. 두 사람은 아주 어려운 한 발짝 나아갔지만,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연애'는 처음인 두 사람의, 서툴면서 열혈한 동거기가 보고 싶습니다.

나름 깔끔한 마무리긴 한데, 그래도 질척거리고 싶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네요. 3권 분량에 1권이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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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쉬(DASH) 본편 Review

2021.05.02 - [BL 소설] - [오메가버스/스포츠물/달달물] DASH - 이젠(ijen)

 

[오메가버스/스포츠물/달달물] DASH - 이젠(ijen)

​ ​ ​ ​ point 1 책갈피 ​ ​ 그래,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겠지.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있겠지, 둘 다에게 좋은 방법이. ​ 생각하며 지헌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터널을 지나듯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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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엄청 따뜻해."

"그치? 엄청 따뜻하고 포근하지?"

지헌은 웃으면 말했다. 재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편하게 꼬인 팔을 조심조심 움직여 마침내 바른 자세로 아이를 안았다. 그대로 자신의 품에 더욱 꼭 끌어안으며 그가 말했다.

"뭔가 안심돼요."

"그래? 난 너무 작아서 불안하던데. 내가 좀만 잘 못 안으면 숨도 잘 못 쉴 것 같아."

"그런 뜻이 아니라."

재경이 뭔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왜, 얘기해봐."

지헌이 부추기자 재경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조금 전에요, 형이 아기 안고 있을 때."

"응."

"형이 진이 보면서 웃는데, 갑자기 이 상황이 너무 꿈같고 실감이 안 나는 거예요."

지헌은 이번에도 웃으며 응, 했다.

"진짜 갑자기 이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 이거 혹시 정말로 꿈이면 어떡하지,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거면 어쩌지, 그 생각이 드는 거예요."

"뭐?"

생각도 못 한 이야기에 지헌은 그만 크게 웃음 터뜨리고 말았다.

"아니, 진짜요."

재경이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 호주 처음 갔을 때 그런 꿈 되게 많이 꿨거든요. 형이 은퇴 안 하고 계속 수영해서, 형이 같이 전지훈련도 가고 대회도 나가고 그러는 꿈."

그래서 혹시 이것도 그런 꿈이 연장일까 봐 겁이 났다는 거다. 사실 나는 지금 중학생이고 이제 막 호주에 도착한 참인데, 그냥 한국에 가고 싶고 형이 너무 보고 싶어서 내 멋대로 주제넘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봐.

"...... 같이 전지훈련 가는 꿈이랑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는 꿈은 장르가 좀 다르지 않아? 너무 급발진인데."

"네? 네, 그런데 꿈은 원래 그런 거니까."

개연성도 없고 자기 멋대로잖아요. 재경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제 품 안의 자그마한 존재를 소중히 보듬었다.

"그래서 아기 안자마자 안심했어요. 이렇게 따뜻하고, 아기 냄새도 나고... 이 정도로 감각이 선명한 거면 꿈은 아니겠구나 싶어서."

point 2 줄거리

COMBI 상&하: 2차 선발전 이후부터 지니 탄생까지의 에피소드: 투혼의 올림픽 2차 선발전 이후, 재경은 재활 치료에, 지헌은 카바와의 '문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한편, 입원 생활이 심심했던 재경은 각종 앱과 동영상, 검색을 통해 임신과 육아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다행히 괴물 같은 회복력과 환자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재경은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편, 8개의 금메달을 지헌에게 걸어주며 프러포즈 하고 싶었던 재경은, 부상으로 기권한 접영 대신 계영에 나가기로 한다. 겸사겸사 진천 전지훈련에도 참석한다. 한편, 지헌은 재경의 부재, 연달은 소송, 호르몬 급변으로 감정이 널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림픽 직전인 재경에게 이런 상태를 말할 수 없었고, 상태는 점점 심해진다. 그러던 차에, 재경과 통화하게 된 지헌은 울컥하는 마음에 폭발하고 만다. 재경은 사실, 지헌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FISH 상&하: 4살이 된 지니와 그의 아빠들, 예능에 출연하다: 지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며 은퇴를 미룬 재경! 올림픽이 끝나고, 임신 중 지헌에게 약속한 대로 육아에도 금메달감 아빠가 된다. 더불어, 선수로도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광고를 비롯한 기타 등등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세계선수권, 범태평양 대회, 아시안 게임에서도 본인의 기록을 경신했고, 그건 세계신기록 경신을 의미하기도 했다. 당연히 대중들의 관심도 커졌다.

그러니, 재경의 판박이, 태명 지니, 본명 권진에 대한 궁금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지헌은 인엽이 프로듀싱하는 예능 제의를 받고, 단발성 출현, 촬영지는 보라카이 풀빌라, 그리고 본인의 꿍꿍이가 보태져 출연을 결정하게 된다. 사실, 지헌은 재경에게 지니의 동생을, 서프라이즈 선물로 가질 계획을 세운다. 지헌은 비밀스럽게 히트를 보낼 준비를 한다. 한편, 이런 아빠의 속셈을 모르는 지니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그 모습은 방송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보낼 수가 없다!!!

말잇못... 어디서부터 운을 떼야 할지... 일단, 작가님 감사합니다. 16만 자 외전을 내주신 것도 감사하고, 효자 지니를 세상에 보여주신 것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일러스트... 정말 감동입니다. 연재 표지모델인 재경을 보면서, 내심 단행본 표지모델로는 지헌을 바라던 간절한 독자의 희망사항을... 아니, 그런데 정장 입고 풀 들어간 건 자극이 너무 쏀거아닙니까? ㅠ.ㅜ 흑, 둘 다 물 안에 있는 거... 너무 좋아요 ㅠ.ㅜ 흑..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감격한 상태예요.

몸살에도 참을 수 없는, 리뷰 본능을 자극하신 작가님!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렇게 끊으시면... 외전2 완전 땡큐합니다. 예... 정신줄, 흡! 정신줄을 잡아 볼게요.

대쉬 본편은, 성격파탄자이자 불세출의 수영 천재인 재경이 10년간 짝사랑하던 형 지헌과 우연히 재회한 후, 얼굴과 능력과 정력과 끈기로 '형의 남편'이 된 이야기예요. 다만, 그 과정에서 대형 스포츠 레이블 카바의 존심을 건드립니다. 카바는 재경이 꼴 보기 싫었지만, 재경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에는 그의 실력은 넘사벽이었고, 결국 온갖 더러운 술수를 다 부리게 됩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내유외강 지헌은 재경이 몸담을 '수영장'을 깨끗이 정리해 주죠.

본편 중, 2차 선발전과 올림픽 출전 사이는 짤막한 서사로 처리돼 있었어요. 외전의 절반은 바로, 그 공백을 다룹니다. 지헌은 노 입덧의 행운과 우울증이라는 불운을 겪어요. 올림픽을 앞둔 재경의 부재는 빈번했고, 지헌은 그런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때때로 주체할 수 없는 파도에 휩쓸렸죠. 자기통제에 능숙한 지헌이었기에, 변하는 몸, 낯설어지는 성격, 컨트롤 안되는 감정들이 혼란스러웠죠. 사실, 이 부분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전 좀 마음이 꺼슬꺼슬해졌었어요.

하지만, 출산 육아 앱을 9개나 깔아 놓고, 각종 사이트와 동영상을 통해 온갖 지식을 섭렵해 온 재경은 지헌의 상태를 알아챕니다. 그리고 지헌의 변화를 기민히 살피며 기다려주죠. 그리고, 지헌이 재경을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줍니다. 진천 합숙소를 탈출(?) 하면서까지 말이이요. 재경의 우선순위는 늘 지헌이었고, 지헌 역시 마찬가지로 재경이었어요.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재경은 8개의 메달을 따고 지헌은 무사히 우울증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은 하난데 부르는 이름은 각양각색인, 진짜 지니, 권진이 태어납니다. 권진은 이상적이었어요. 재경의 껍데기에, 지헌의 내용을 담고 있는, 완벽한 피조물!!! 당연히, 재경과 지헌의 가족들 모두, 그 사랑스러운 아가의 열혈한 팬이 됩니다. 그리고, 모두들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죠. 심지어, 재경마저도!!! 하지만, 예능이 내키지 않았던 지헌은 수없이 받은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인엽이 등장합니다. 이직한 인엽은 본인이 프로듀싱 한 '아빠하고 나하고'에 재경의 가족을 출연시키려고 하죠. 그리고, 제2의 적동참 사태가 발발합니다. 재경 지헌 커플의 염병 첨병은 여전했고, 지헌에게만 반전 매력이 있는 줄 알았던 재경은, 진이에게도 반전의 아버지였죠. 아이에게 너무나도 다정하고 상냥한 재경의 모습은, 또 대박을 터트립니다. 물론, 재경에게도 대박은 있었습니다. 몰디브는 아니었지만, 진이에게도 새 가족이 생길 예정이거든요.

본편에서 지헌은 외롭지 않은 수영장을 꿈에서 봅니다. 재경이 계속 함께 있겠다고 말하는 수영장이었죠. 지헌은 수영을 포기한 후회와 열등감을 어린 후배에게 보였던, '그날'을 더 이상 꿈꾸지 않습니다. 외전에서 재경은 외로운 꿈에서 벗어납니다. 지헌이 재경을 사랑한 이후에도, 재경은 불안했어요. 지헌을 홀로 사랑했던 시간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감도 길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이를 안은 지헌을 보며, 이제 재경은 이 행복이 '진짜 현실'이라고 실감하죠.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일생의 대부분을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이나 상처를 내려놓는 건 더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결말이 가장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5살이 된 권진이랑 지헌이 닮은 새침데기 여동생 이야기만 들려주시면 되겠네요? 이번엔 지헌 껍데기에 재경 내용이겠죠? 질척거리고 싶진 않지만!!! 전 아직 작가님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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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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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6.12.20

분량: 본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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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악이 떠오르면 무엇이 가라앉을까요?"

데라가 물었다. 간단한 질문에 반해 내 고민은 길었다.

"글쎄요. 선입니까."

"틀렸어요."

데라는 접시 위의 부스러기를 모아 포크에 조심스럽게 올려 두었다. 그리고 포크를 집어 마지막 한 입을 먹었다. 빈 접시에 재를 턴다.

"그 악을 붙들고 있던 더 큰 악이 가라앉아요."

"시소처럼요?"

"맞아요."

"데라씨가 가라앉힌 건 어떤 악이었는데요?"

나는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방해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point 2 줄거리

기: 댈러웨이 북숍에 일하는 리엘 위스덤은 총에 맞은 마피아, 유피테르 마르첼리노를 구해준다. 그 후, 유피테르는 매일 리엘의 책방에서 책을 사고, 100일이 되던 날 데이트 신청을 한다. 리엘은 게이가 아니라며 거절하지만, 유피테르의 설득에 결국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리엘은 유피테르의 절친 메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레드 테이블'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당한다.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도망치던 중 운전사에게 테러도 당했다.

승: 리엘이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리엘은 병원을 나가자고 요청하고, 유피테르는 리엘과 함께 그린베리의 별장에 숨으려 한다. 그런데 중간 정착지 랑데뷰 모텔에서 '그' 리무진 운전사에게 다시 공격당하고, 빈스 빌리지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두 사람은 공격 배후로 최종 5명의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그들의 공통분모인 포르네이아 클럽에 다다르게 된다. 6번째 회원인 '케인'을 포함한, 그들은 유피테르의 '고객'이었다.

전: 케인은 그 5명을 경계하라는 문자와 만월단 기부 명단을 보내기도 했었다. 한편, 유피테르는 리엘을 어머니 데라의 집에 데려가고, 뒤뜰에 마련된 아버지의 묘소도 보여준다. 유피테르의 아버지는 '그리스인'이라 불리는 유명인이었고, 평생 어머니를 괴롭힌 악인으로 아들에 손에 의해 죽었다고 말한다. 리엘은 당황한다. 사실, 리엘은 '그리스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댈러웨이 작전'에 투입된 경찰, 카샬 플랫 경위였기 때문이다.

결: 카샬은 유피테르의 어머니 데라와 다과를 하며 스몰톡하다, 그녀가 진짜 그리스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카샬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집을 나와, 자신에게 살인청부를 시키고, 댈러웨이 작전에 투입 시킨 상사이자 은사인 시장을 찾아간다. 그는 강력계를 복귀를 희망하는 카샬을 손쉽게 이용한, 포르네이아의 케인이었다. 카샬은 그리스인은 죽었다고 보고하고, 강력계가 아닌 자료 보관소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으로 유피테르가 찾아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정의로운 범죄자(?)

'드레스드 투 킬' SUMMARY MEMO를 작성하면서, 문득 과거 리뷰한 리다조님의 '적신'이 떠올라 찾아 봤더니, 내용이 복붙한 것같아 놀랐습니다. 둘 다 요점은 '아쉬운 소설'이라는 거였어요. 전개 디테일도 강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있는 스릴러지만, 한편으로 '스릴러'라는 약점에 퐁 빠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스릴러의 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인데, 그 부분이 아킬레스예요. 어쩌면, 단편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의 축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부정의한 공권력인 시장 토니 트랑블리와 경찰 카샬 플랫!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범죄자 그리스인과 유피테르! 이 두 축이 서로 벼르다 맞부딪치는 24시간, 단 하루의 이야기가 바로 '드레스드 투 킬'입니다. 흥미롭죠? 그래서, 극초반에 시장이 배후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더 큰것 같습니다.

토니 트랑블리 시장은, 오로지 '그리스인'을 잡아 미테라시티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단 하나의 공약으로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어떤 이유로 그리스인의 엉덩이를 핥는 대신 철퇴를 내리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순간! 아... 시장님이 구린 곳이 많아 꼬리 자르기를 하는데, 불쌍한 경찰 하나가 희생되겠구나. 하지만, 다정한 마피아는 모든 걸 알고도 사랑해 주겠지...

그렇게 예상하다 보니, '교수'가 카샬의 작전을 지시한 직속상관이라는 점과, '케인'을 유피테르가 '충직한 개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한 것이 이어져, 못된 놈=시장=교수=케인이 되더라고요.

카샬 플랫은 '정의로운 출신'이지만, '정의를 포기'한 경찰입니다. 카샬의 세 삼촌과 아버지는 '정의' 그 자체예요. 특히, 3명의 삼촌은 정의롭게 공무를 수행하다, 모두 순직합니다. 은퇴한 아버지는 작은 낚싯배를 타며 소박한 노년을 보내고 있고요. 카샬 역시 정의로운 경찰이었습니다. 부인과 자식을 패는, 법무부의 잘난 양반을 두드려 패 전치 8주를 입히기 전엔 말이죠. 카샬은 정의로운 삼촌과 아버지의 명예에 힘입어 퇴출만 간신히 면합니다.

그리고, 지하 창고, 자료 조사실로 보내지죠. 삼촌들과 아버지의 정의는 생명과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임에도, 그것은 권력을 가진 법무부 입김만은 못했어요. 카샬은 그 지하방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정의로운 '기회'는 따윈 없었습니다. 그때, 과거 경찰학교 은사였던 토니 트랑블리가 손을 내밉니다. 카샬은 강력계 복귀라는 유일한 희망으로, 시장에게 해가 되는 범죄자들을 죽여왔습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기억할 수도 없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사람들을요.

물론, 그리스인은 선인이냐? 아닙니다. 그는 '범죄자'예요. 부정 자산을 축적하자 측근들을 모두 처리하고, 작은 어촌마을 미테라시티로 피신 온 도망자였습니다. 하지만, 부를 모으는 재주가 있었던 그리스인은 미테라시티를 향락에 도시로 만듭니다. 미테라시티는 관광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온갖 검은 것들이 몰려들어 타락의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그리스인은 정체를 철저히 비밀에 붙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죠.

그러다 런던의 작은 양로원에서, 그리스인의 충복이라고 밝힌 노인이 실마리 하나를 남기고 죽습니다. 바로, 그리스인이 살아 있으며,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유피테르 마르체리노'라는 것! 당연히, 미테라시티는 유피테르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카샬을 호랑이 굴로 보내게 되죠. 카샬은 이 작전만 성공하면, 드디어 강력계로 갈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애당초 시장이 바라는 것은 '모두' 죽는 것... 아니었을까요?

추측하자면, 포르네이아 클럽의 회원들은 마피아 유피테르에게 돈을 빌렸고, 그중 '케인'도 있었겠죠. 시장은 자신이 케인이라는 것, 케인으로 살았던 이력 모두를 없는 일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카샬을 통해 '범죄자 출신'들은 살해했지만, 문제는 카샬을 통해 처리할 수 없는 이들이었어요. 그러던 중, 유령 같은 그리스인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고, 시장은 그리스인, 유피테르, 아는 것 많은 카샬까지... 한큐에 끝낼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처음엔 카샬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유피테르에게 접근하기 위한 공작에서, 의외로 유피테르가 중상을 입고, 유피테르가 죽으면 그리스인을 찾을 수 없으니, 급해진 카샬은 그를 구해 치료하게 되죠. 그리고, 유피테르가 카샬을 사랑하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매일 잠입 중인 책방을 찾아 되도 않는 플러팅을 날리며 100일간 애정공세를 이어가죠. 시장은 복귀를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 카샬이라는 '패'를, 과감하게 버립니다.

시장은 카샬의 정체를 유피테르에게 알리는 모험을 합니다. 그리고, 암살자들을 카샬에게 보내요. 카샬에게 정신없이 빠져있는 유피테르가 '그리스인'에게 카샬을 데리고 가도록 말이죠.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카샬의 태도였어요. 유피테르는 빌린 만 달러를 변제하기 위해 자신의 열 살짜리 딸을 마음껏 가지고 놀게 해 주겠다는 쓰레기 채무자를 죽입니다. 그리고, '그리스인' 데라는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요.

유피테르는 '돈'을 포기한 채권자이고, 데라는 '약자'를 보호 중인 권력자인 셈이죠. 반면, 카샬은 '복귀'를 포기하지 못해 살인청부업자 노릇을 하고 있었고, 시장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었어요. 선택 받은 '벗어난 자'들로 구성됐다는 '만월단'도, 범죄자를 죽이는 범죄자 집단이기에 '법'의 틀에서 '벗어난 자'들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한 권력에게 충성한다는 점에서 '정의'에서 '벗어난 자'들 일지도 모르겠네요.

카샬은 결국, 다시 지하 창고 자료 조사실로 돌아옵니다. 카샬이 잃은 것은 강력계로 돌아갈 가능성, 얻은 것은 일편단심 사기캐 마피아 애인(후보)였죠. 제 생각엔 카샬에겐 최고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샬 역시 무고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시장을 배신한 것이 '희생적 결단'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의로운 범죄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폭력 무리를 '의적'이라고 부르는데, 의적이 '의적 일'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의로움을 부르짖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소히 큰 정의를 위해 작은 정의는 쉽게 무시하죠. 그런데, 누가 큰 정의와 작은 정의를 나눌 수 있을까요? 큰일 하러 가는 길이니, 배고프면 빼앗고, 저항하면 죽이고, 사기를 위해 강간도 방치하고요. 전리품도 챙기죠.

유피테르의 검은 돈이나 그리스인의 사업들도, 구원자인 경우보다 약탈자의 경우가 많았을 거예요. 평화를 외치는 '악'의 무게가 더 무거울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더 큰 악을 가라앉히기 위해, 악을 물 위에 띄우는 자를 '정의로운 범죄자'라고 긍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늑대를 잡으려면 늑대가 되고, 귀신을 잡으려면 귀신이 돼라.' 하지만, 늑대를 잡은 늑대가, 귀신을 잡은 귀신이, 소임을 마치고 퇴장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늑대고 귀신을뿐이죠.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믿는 늑대와 귀신이라는 점에서, 더 골치가 아파요. 자기 확신만큼 맹신적 신념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리다조님의 최고 화제자 '격발'에 대해 리뷰 할 날이 오겠지만... 리다조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범죄 스릴러를 잘 쓰는 작가님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뚜껑을 열었을 때 짠~하는 결론을 위해 과정을 허술하게 쓰시는데, 리다조님은 정말 디테일이 좋으시거든요. 가령, 이 작품에서도 유피테르와 카샬이 주고받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죠. 정의로운 예수가 범죄자로 죽게 되는 과정을 그린 '십계'라든지요. 고로... 저는 리다조님의 '장편'의 신작을 기다립니다.(충성!)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1.30 - [BL 소설] - [현대물/조직물/시리어스물] 적신 - 리다조

 

[현대물/조직물/시리어스물] 적신 - 리다조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9.02.28 분량: 본편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내 선물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았어." ​ 렌레이는 내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 대며 다시 속삭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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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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