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베아트리체

출간일: 2020.03.09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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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왜."

"성병 검사하고 와."

"... 뭐?"

유신이 저런 바보 같은 표정을 짓는 건 처음 보는 것 같다.

"네가 멋대로 휘두르고 다닌 좆대가리 나한테 넣으려면 그 정도는 해야지. 안그래?"

나는 반찬을 입에 넣고 우물우물 씹으며 이어서 말했다.

"결과 나올 때까지 너랑 섹스할 생각 없어. 그게 싫으면..."

유신은 뭐라고 말하고 싶은 듯 입을 벙긋대다가 내 말을 끝까지 듣지도 않고 먹던 숟가락을 식탁 위에 내려놓은 채 방으로 가 버렸다.

유신이 사라지자마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렇지. 순순히 응해 줄리가 없었다. 이미 입에 넣기까지 했는데 성병 검사가 무슨 소용인가 싶긴 했지만 솔직히 불공평하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는 게 사실이었다. 앞을 사용하기도 전에 뒤를 먼저 쓰게 생겼으니 충분히 그럴 만도 했다.

유신이 다른 사람들과 많은 관계를 가졌다는 것에 뭐라 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다. 유신은 그저 궁금하니까 한번 넣어 보고 싶은 마음도 없지 않아 있을 것이다. 막상 해 보고 거부감이 들거나 만족스럽지 않으면 그 후에 나와의 관계는 자연스럽게 끝날 것이고, 그건 나에게 위험 부담이 너무 컸다.

유신이 콘돔 없이 관계를 갖지 않는다는 건 나도 잘 알고 있다. 다만 나랑 하기 전에는 그 정도의 정성이라도 보여 주길 바란 것이다. 싫다고 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그저 농담이었다고 알겠다고 하겠지만.

그나마 화내면서 나에게 욕하지 않은 걸 다행으로 여겨야 하나. 방에서 계속 나오질 않은 걸 보면 삐진 것 같은데, 저걸 또 어떻게 풀어 줘야 되나 싶었다. 갑자기 밥맛이 떨어져서 숟가락을 놓는 사이 유신이 휴대폰을 손에 들고 방에서 나왔다.

"예약했어."

유신이 식탁 의자에 앉으며 내뱉은 말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병원. 내일로 예약했다고."

​ point2: 줄거리

기: 연오는 13년째 친구 유신을 짝사랑하고 있다. 매우 독특한... 연오는 유신 이름을 부르며 자위하는 것을 들켜 혐오 받았고, 유신은 연오의 마음을 알고도 상대를 바꿔가며 자유로운 연애를 했지만, 연오는 유신의 으리으리한 집에 얹혀살며 유신이 사준 명품 옷을 입고 다녔다. 유신은 자신을 보면 좆을 세우는 연오를 탓하면서도, 연오가 늦게 들어오거나 연락이 안 되면 삐진다. 그러던 어느 날, 이 오묘한 관계는 전환점을 맞는다.

승: 대리인 연오는 같은 팀에 일하는 인턴 수인에게 게이라는 사실이 들키면서, 수인의 연애사에 도움을 주게 된다. 사실, 게이라고 하기엔 좋아하는 사람은 수인뿐인, 무연예 동정남이었지만, 수인의 적극성에 말려들어 이런 저런 사건을 겪는다. 한편, 연오와 수인이 가까워지면서, 유신은 불편함을 느끼고 연애도 잘 안 풀리며 짜증도 늘어갔다. 결국, 유신은 관계를 정리하고 연오의 오랜 짝사랑에 응답해 주는 듯하지만... 이들 사이에는 큰 장애물이 있었다.

전: 상상 속 수인과의 관계에서, 연오는 늘 탑이었다. 하지만, 수인에게 동정남 연오에게 탑은 가당치도 않았고, 결국 둘은 합의 안된 마지막 보루(?)만을 남겨둔 채 열심히 서로를 탐한다. 한편, 연오의 마음은 심란해진다. 첫사랑이자, 외로움을 많이 타고, 쉽게 곁을 내주지 않은 유신에게 힘들게 얻는 친구의 위치마저, 유신과의 섹스 후에는 지킬 수 없을 것 같았다. 선을 넘은 후, 자신에게 호기심이 떨어진 유신이 다른 사람과 연애하는 걸 볼 자신이 없었던 것이다.

결: 하지만, 더 이상 미룰 없는 상황에 오자, 연오는 유신에게 탑을 양보한다. 그렇게 둘은 마지막 보루를 넘게 되었다. 그 후, 연오의 예상과 다르게, 유신은 연오를 더 갈구하고, 집착하고, 수인과의 관계를 질투하기에 이르렀다. 수인은 연오가 회사의 미국 연수를 신청했다는 사실을 알고, 연오를 감금하려 하지만, 연오는 그런 유신에게 청혼한다. 둘은 비록 사귄 적은 없지만, 결혼하기로 한다. 연오도 유신도, 서로가 떠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견딜 수 없었으므로....

point3 진지충의 review: 찐친구의 리얼 연애 라이프

사회생활을 하다 알게 된 사람들이랑 여행을 가면 잘 안 싸웁니다. 물론, 갈등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럭저럭 원만하게 잘 넘어가죠. 그런데, 학창 시절부터 알아 온 녀석들과는 갈 때마다 싸웁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렇게 안 맞으면 다시 안 가면 될 텐데, 똑같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또 여행을 다니고 있다는 거예요. 물론, 사회생활하다 알게 된 친구들 역시 미주알고주알 털어놓고, 추한 모습도 수토록 보이며, 마음을 터놓고 지내긴 합니다. 그래도, 찐친이랑은 좀 다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찐친이란, 내가 어떻게 변해도, 어떤 갈등이 생기더라도, 그 다음이 걱정되지 않는 사람입니다. 화도 나고, 싸우기도 하고, 실망도 하고, 골치 아프기도 하겠지만, 그래도 별일 없듯, 언제나처럼 실 없는 얘기하며, 당연히 서로의 일상 어딘가에 있겠죠. 오래 보지 않아도 서먹해질 거라 여기지 않고, 수고스러운 부탁을 해도 미안하지 않아요. 만약, 반대 상황이 돼도, 나 역시 그것을 수고스럽게 여기지 않을 거라고 의심하지 않기에 말이죠. 확실히, 세련됨이랑은 거리가 먼 관계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저는 드라마나 소설, 영화 속에서 절친의 의리를 멋진 미사여구가 잔뜩 들어간 대사로 화려하게 포장 한 것들을 보면, 좀 간지러울 때가 있어요. "너는 꼭 살아남아... 너의 친구일 수 있어서 행복했다."...... 이런 장면에 찐친의 얼굴을 대입하자면, 손이 오그라들죠. "야! 정신 똑띠차리고 살아라! 나 개죽음 만들지 말고!" 실제는 이렇게 말하지 않을까요? 같은 선택, 다른 장면입니다.

'짝사랑의 비밀'은 이런 리얼 찐친들의 이야기예요. 아름다운 미사여구 따위는 없습니다. 짝사랑을 하면서, 학도 접지 않고,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며 눈물 한 방울 흘리지도 않습니다. 연우는 어렸던 유신을 보고 첫사랑에 빠졌고, 그 후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났을 때 역시 유신이 좋았어요. 이 까칠한 도련님의 비위를 맞춰가며, 간신히 절친의 직위를 하사(?) 받았을 때는, 유신이 마음을 준 친구가 자신밖에 없다는 사실에 으쓱하기도 했죠. 문제는 건강한 남학생의 아랫도리 역시 으쓱했다는 거...

유신에게 고백을 했을 경우에 성공 확률? 연우는 감히 0라고 확신했습니다. 성격은 모났지만, 잘생기고 돈 많은 유신은 본능에 충실한 연애를 꾸준히 해왔거든요. 그리고 연우는 가장 가까운 곳에서 그것을 지켜봐왔죠. 그것이 서럽거나, 절망스럽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짝사랑의 향후 향방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었어요. 연우는 유신을 끊어내기 위해 입대하지만, 실패합니다. 이후, 유신에게 마음도 들키고, 건강한 아들내미의 기상(?)도 빈번히 목격 당하지만, 유신과의 인연은 끊어지지 않아요.

그 이유는 유신이 이 관계를 놓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었죠. 인기 많은 친구가, 나만을 챙겨 줄 때의 만족감! 연우가 으쓱하고 있을 때 유신 역시 뿌듯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제멋대로인 나를 한결같이 챙겨주던, 성격 좋은 친구가 어느 날 군대를 갑니다. 누가 봐도 핑계인 변명을 대면서요. 유신은 연우가 제 성격을 버티지 못해 질려 떠났다는 생각에 두려워지죠. 연우가 없는 유신은 너무 외로웠어요. 연우의 자리는 여자친구도, 가족도, 향락으로도 채울 수 없었어요. 비록, 연우가 자신만 보면 발정한다고 하더라고요. 결국, 유신은 연우의 마음을 받을 순 없었지만, 연우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기 싫었어요. 그래서, 연우를 자신에 집에 데리고 삽니다. 명품을 입혀가면서요.

그러다가 아주 작은 조약돌이 이 미묘한 관계에 던져집니다. 연우는 팀 내 인턴 수인의 저돌적 요구에 전복(?) 당해, '질투 유발 대작전'에 투입되죠. 수인의 남자친구를 도발하기 위해, 수인과 호텔에 가고, 수인의 전화를 대신 받아 으름장도 놓습니다. 굴곡 많은 수인의 연애사에 상담사가 되어주기도 해요. 문제는 그 장면을 모두 목격한 유신이 매우 불편해지기 시작했다는 거죠. 유신은 영인의 우선순위가 바뀔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영인이 원하는 대로 섹스해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다다릅니다.

처음부터 순서를 지키며 시작한 사이는 아니었지만, 연우와 유신은 모든 게 뒤죽박죽입니다. 하지만, 조금씩 길을 찾아가요. 그건, 이성적이거나 합리적이고, 멋있거나 단호하진 않습니다. 질질, 질척, 우발적이고 즉흥적이죠. 그런데, 저는 이런 게 찐친의 러브 라이프가 아닌가 싶어요. 대부분 사람들에게 이미지메이킹 하며, 좋은 사람으로 비치기 바라면서도, 찐친에게만은 긴장감 0의 아메바가 되고 마는... 저만 그런 건 아니겠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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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9.01.04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남자들의 성기가 입안과 배 속을 후비고 그들의 손이 재경의 유두며 성기를 장난감처럼 주무르는 동안, 재경의 눈동자는 열심히 굴러가며 방안을 훑었다. 거의 생존본능에 기인한 행동이었다.

 

그러나 이 방에는 시계가 없었다. 시간제한도, 단서도 없었다. 그저 벽에 걸린 합성사진과 지독한 약품냄새가 전부였다. 재경은 그저 그를 범하는 이들 사이에 둘러싸여 죽을 것 같은 기분과 죽고 싶은 기분 사이에서 헤매었다. 동창들은 죄다 미쳐버린 것 같았고, 지금 그들이 재경을 범하고 있는 것은 이 방을 탈출하는 것과는 완전히 상관없는 일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재경은 고등학교 동창회에서 술을 마시고 필름이 끊겼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4명의 동창들이 있었다. 두루두루 원만했던 송우진, 반장 이준환, 체대를 다닌다는 김태우와 정영호, 모두 별로 친하지 않았던 아이들이었다. 그들은 밀실에 갇혀 있었다. 마지막으로 눈을 뜬 재경은 시간이 줄어들고 있는 타이머와 방의 구조를 보고 방탈출 게임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힌트를 찾기 시작한다. 그때 재경은 자신의 주머니에 든 백신을 발견하고, 혼자 마신다.

 

승: 한편, 4명의 동창들은 본인들이 잔인하게 살해당한 모습을 합성한 사진을 발견하고, 흥분한다. 그리고, 재경이 섹스 토이에 농락당하는 사진이 추가로 발견되자, 탈출을 명분으로 재경을 사진과 똑같은 모습으로 만든다. 재경은 격렬히 거부하지만 중과부적이었고, 그 고통의 시간이 끝나자 탈출구는 개방된다. 하지만 그들을 기다리고 있는 건 또 다른 방이었다. 그곳은 더 노골적인 퇴폐의 장소였고, 이미 광기 어린 4명의 동창들은 앞다퉈 재경을 유린한다.

 

전: 두 번째 방의 미션이 끝나자 또다시 탈출구가 개방되고, 그들은 세 번째 방에 도착한다. 두 개의 방에서 미미했던 약품 냄새가 심하게 진동했다. 순간, 재경은 Poison이라는 표시, 자신만 먹은 백신을 떠올리고, 4명의 동창을 미치게 한 것이 이 냄새라는 것을 직감한다. 그리고, 그 약품에 강하게 노출된 4명은 마지막 이성의 끈을 놓고 재경은 강간한다. 그때 3번째 방의 탈출구가 열리며 들어온 누군가는 강간 당하고 있는 재경의 모습을 사진으로 찍는다. 웃으며...

 

결: 그는 고등학교 학폭 피해자 김건우였다. 재경은 건우를 때리거나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집단 폭행 당하는 건우의 사진을, 지금의 건우처럼 찍은 적 있었다. 건우는 웃으며 자신의 사진을 찍는 재경을 보며 꼴렸고, 재경을 위해(?) 방탈출 게임을 계획한 것이었다. 건우는 강간 당하는 재경의 입에 키스하며 알약을 밀어 넣는다. 재경은 정신을 잃고, 건우의 집에서 깨어난다. 건우는 참아 온 욕구는 재경에게 무참히 푼다. 그리고, 그곳은 탈출이 불가능한 방이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흥미로운 소재와 전개에 비해, 점점 싱거워지는...

 

 

하드코어물에 대해 리뷰하면서, '하드코어' 장르에 대한 이야기도 몇 번 한 적이 있습니다. 그 안에서도 다양한 소재와 클리셰가 있지만, 결국 비일상, 비상식, 초자극의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하드코어라고 불리는 걸 거예요. 확실히 하드코어를 무난한 장르라고 부르긴 힘들 것 같네요. 그런 점에서 마크다운 백포백에서 하드코어 작품들의 등장 빈도가 늘고 있는 것이, 개인적으로 놀랍습니다. 사실, 백포백은 생각 없이 결재하는 사람으로서, '방 탈출 게임'이 하드코어인지 모르고 봤어요. 다 읽고 보니, 제목이 제법 의미심장하더라고요.

 

원래 하드코어는 따지지 않고 봅니다. 상식을 기준으로 하드코어 작품을 이해하려고 시도하면, 카오스에 빠질 거예요. 애당초, 그게 그 장르의 재미이고 기발함이니까요. 그럼에도, '방 탈출 게임'은 좀 잉?스럽긴 합니다. 상황과 인물을 납득시키려는 설명이 공연히 아귀가 엇나가게 만든 것 같달까요. 그럴 거면 차라리 분량을 늘리고, 설정을 좀 더 촘촘히 다져서 스릴러물로 만들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하드코어치고는 수위나 배덕감은 낮기도 하고 말이죠.

 

'방 탈출 게임'은 흥미진진하게 시작합니다. 밀실에 갇힌, 서로의 학창 시절 치부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대면 대면한 동창들이, 합성 사진 속 잔인하게 죽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공포를 느끼고 있을 때, 그들은 알아채지 못할 정도의 흥분성 마약에 노출됩니다. 줄어드는 시간과, 미션을 완료해야만 탈출할 수 있다는 압박감... 첫 번째 방에서 4명의 동창들은, 법률 조각 사유를 들며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재경을 섹스토이에 앉히고 유린해요. 방을 탈출하기 위해, 미션이 요구한 사진 속 재현에 충실하면서요.

 

두 번째 방으로 이동했을 때, 4명의 동창들은 장시간 마약에 노출된 상태였고, 이미 첫 번째 방에서 평소라면 감히 시도도 못할 자극적 쾌락을 맛본 뒤였죠. 게다가, 두 번째 방은 완벽한 퇴폐의 방이었어요. 그곳에는 번호가 매겨진 섹스토이와, 합성된 재경의 사진이 놓여 있었죠. 하지만, 그들은 이제 사진을 재현하는 것에만 몰두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호스트가 요구하지도 않은 방법으로 섹스토이를 사용하며, 괴로워하는 재경의 모습을 즐기다가, 준환을 시작으로 재경을 강간하기 시작하죠.

 

넝마가 된 재경이 세 번째 방에 도착했을 때, 자신이 먹은 백신의 정체를 확신해요. 그리고, 세 번째 방에 노골적으로 쏟아지는 마약에 취한 4명의 동창들은 미션도 없이 재경에 달려들어요. 오로지 재경만이, 맑은 정신으로 그 고통을 당하고 있었죠. 그 백신은 재경에게 진짜 Poison이었어요. 그리고, 그때 등장하는 이 게임을 만든 호스트! 바로 클라이맥스라고 생각했지만... 안타깝게도 글을 그다음부터는 좀 싱거워집니다.

 

'방탈출 게임'은 하드코어치고는 씬의 특이점이 없어요. 24세 청년들은 그다지 창의적이지 않았답니다. 게다가, '폭행당하는 자신을 찍는 재경의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뻤다!'는 것이 방 탈출 게임을 기획한 이유였다는, 호스트 건우도 좀 허무했습니다. 차라리, 짧게 끝내야 했다면, 호스트의 정체를 밝히지 않고 열린 결말로 마무리 짓는 것이 더 완결성 있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솔직히, 방 탈출 이후 건우의 집으로 이동한 후 이야기는 긴장감도 없고, 의미도 없고... 건우는 절륜하고, 재경은 갇혔다.라는 말을 늘려 쓴 것 같달까요.

 

게다가, 고등학생인 건우가 따돌림당했던 이유는 아버지가 낙선한 의원이었고, 선거 자금을 많이 소진해 경제적으로 어려웠기 때문이라는데, 24살의 건우는 엄청난 재력가이고 약지가 잘린 동창의 고용주예요. 그 연결고리가 너무 헐거웠어요. 차라리 건우에 대한 구구절절한 설명 없이, 학폭 피해자였던 찌질이가 사실은 사이코였다! 면 미싱 링크는 없었을 듯해요. 잘 조작된 장소, 모호한 관계, 생존 본능과 폭력적 욕구가 가학적 행위를 합리화해주는 '미션'이라는 설정... 정말 매력적인 요소들이 많은 작품인데, 아쉬워요. 뒷부분에서 너무 많이 희석됐어요.

 

'방탈출 게임'의 외전 격인 '방탈출 게인-보너스 트랩'는 정말 사족이었습니다. 재경이 건우의 집에서 탈출하는 내용인데, 긴장감도 없고, 예상하다시피 건우는 모든 것을 알고 지켜보고 있었죠. 그리고 재경은 건우에게 길들여진 자신의 모습에 안절부절못하면서도, 결국 다시 건우에게 안착합니다. 건우는 손쉽게 재경을 다시 감금하고, 재경은 탈출의 의지를 완전히 포기해요.

 

본권 2/3까지가 좋았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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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미담드디카

출간일: 2018.11.09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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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윤회가 가장 좋지 않을까?"

강은 한의 손을 부드럽게 잡으며 다정히 물었다.

"왜요?"

"글쎄다...... 다음 생에도 다시 태어나 새로운 세상을 살아 보고 싶어서. 궁금하잖아, 미래에는 어떤 세상이 되어 있을지."

"꼭 인간으로 태어나리란 법이 없잖아요."

"그건 그거대로 나쁘지 않지. 인간은 너무 골치 아픈 존재야. 머릿속에 잡생각이 많아서 평생을 어지럽게 살아야 해."

한은 나지막한 목소리로 혼잣말처럼 뇌까렸다.

"만약 짐승으로 태어난다면...... 그래, 새가 좋겠다. 이곳저곳을 자유롭게 날아다니니까."

"......"

"이런 이야기 별론가?"

"아뇨."

강이 미소 지었다.

"상상이 되어서 좋아요. 이런 이야기 싫어하면 전 시를 쓰지 못했을걸요."

한도 마주 웃었다. 강은 아까보다 한층 밝아진 음색을 내었다.

"저도 그럼 새가 되는 게 좋겠네요."

"왜?"

"선생님이 새가 되고 싶다 하셨으니까."

"나 말고 네 생각을 해야지."

"네, 생각한 거예요. 뭐가 되었든 선생님 곁에 있으면 좋겠거든요."

강은 한의 손등을 자신의 입가에 갖다 댔다. 그리고 한의 손에 입술을 도장 찍듯이 누른 다음 읊조렸다.

"제 마음 아시죠?"

한은 강의 애정이 마음을 충만하게 만드는 걸 천천히 느꼈다. 한은 강의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는 만족감과, 안도, 그리고 기쁨 속에서 담담히 말했다.

"알다마다."

두 사람은 집으로 돌아가기까지 한참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생에 무엇이 되어 어떻게 살아갈 것인지에 나누는 두 시인의 얼굴은 즐거움이 가득했다. 어느덧 잔별이 하나둘씩 뜰 때까지 두 사람은 이야기를 멈추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 문학계의 전설인, 시인 한은 북향 작가 강의 시집을 발간한다. 북향 작가에 대한 해금 조치는 풀렸지만, 아직 빨갱이 취급 일색인 부정적 분위기 속에서도 강의 시집은 큰 인기를 얻는다. 그리고, 고령의 대문호 한은 강에 대한 인터뷰에서 과거 이야기를 푼다. 1935년 경성, 25세 한은 경성 멋쟁이로 불리는, 잘나가는 시인이자 기자였다. 그러던 어느 날, 한의 신문사로 무명작가의 시들이 도착한다. 평안도 말씨의 부드러운 시들, 특히 '길'은 큰 파문을 낳았다.

승: 한은 신원불명의 천재 시인 강을 만날 날을 고대했다. 그러나, 실제 신문사에 찾아온 강은 18세의 학생이었고, 한은 어린 천재 시인에게 강한 열등감을 느껴 매정하게 대한다. 하지만, 한을 동경해 시를 쓰게 됐다는 강은, 끈질기게 한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마치 사고처럼 술에 취한 한은 강을 유혹하고, 몸을 섞게 된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되지만, 강은 곧 시인으로서 한계에 부딪히고, 시인 강의 성장을 바라는 한은 그를 일본 동경으로 유학 보낸다.

전: 한편, 일제의 문화 말살정책이 심화되고, 친일로 돌아선 문학계 변절자들은 그럴싸한 자리를 받아 권력을 누린다. 반면, 사회주의 반일 작가 인혁은 일장기가 뒤덮인 경성을 떠나고, 한은 붓을 꺾는다. 물론, 경성 대표 시인이었던 한에게 친일 전향 압박과 검열은 계속된다. 그렇게 3년이 흘러, 21살의 강이 돌아온다. 그리고, 북녘 고향을 읊은 강의 시는, 1938년 경성에서 최고의 호황을 누린다. 그러던 어느 날, 병든 인혁은 한을 찾아와 소설 한편을 맡기고 떠난다.

결: 한편, 고향을 소재로 시를 쓰던 강은 경성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 점점 고향을 잊어갔고 그 불안감은 시에 나타난다. 하지만, 강은 한의 곁을 떠날 수 없었고, 결국 한은 강과 함께 북향을 선택한다. 둘은 산속에서 농사를 지으며 산다. 그러던 중 한에게 형이 아프다는 전보가 오고, 한은 경성으로 향한다. 강과 한은 서로의 시를 주고받고, 한은 곧 돌아오겠노라 약속한다. 하지만, 곧 전쟁이 터지고 38선이 남과 북을 가른다. 한은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딜레마

BL에 배드 엔딩은 드물어요. 하드코어와 극피폐물조차 나름의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되죠. 다소 억지스러운 전개를 넣어라서도 말이에요. 그런데, 일반적으로 기쁨이라는 감정보다 슬픔이라는 감정이 강렬하고 여운이 길기 때문에, 사람들은 희극보다는 비극에 더 감명받는다고 합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사랑받아온 명작들 중에는 비극이 더 많고, 심지어 오디션 프로그램에서도 댄스보다 발라드가 더 많은 표를 받는다고해요.

하지만, 저만해도 BL 소설을 선택할 때 배드 엔딩은 쉽게 손이 가지 않습니다. 아마도, BL이라는 장르소설이 감동보다는 오락의 목적이 더 강해서 그런 것 아닌가 예상해 봅니다. 물론, 그 목적에도 불구하고 흠결 없는 설정, 완벽한 구조, 풍성한 줄거리도 요구하죠. 감동적인 버라이어티쇼와 대중적인 예술작품을 바라는 것처럼요. 웃으려고 본 쇼프로에서 울고, 깊이를 바라는 작품이 쉬웠으면 좋겠고... 딜레마는 이렇게 사소한 곳에도 있습니다.

만약 누가 저에게 이런 딜레마 상황에서 지금 당장, 하나만, 반드시 선택해야 한다! 고 강요한다면... 멘붕에 빠질 것 같습니다. 더욱이, 이 문제가 여가의 문제가 아니라 보다 근본적이고 영향력 강한 사안이라면, 그리고 그 선택이 불시에 빈번히 강제된다면, 아마 높은 확률로 미치거나 자포자기하겠죠. 불행히도, 이 고약한 가정은 누군가에겐 현실이었습니다. 사회의 지식인과 한 명의 작가, 모두를 선택할 수 없었던 사람들 말이에요.

1935년 경성... 어떤 분위기였을까요? "일본이 어찌 망하겠습니까! 망할 일이 없는 나라에 언제까지 반항하시려고요." 소설 속 젊은 시인 서주영은 한에게 이렇게 호소합니다. 아마도 그 시대를 살았던 많은 사람들, 일본이나 조선인 모두 식민지가 끝날 거라고 믿진 않았을 거예요. 그래서, 분명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에 불평등은 있었지만, 조선인들의 숨통은 막진 않았어요. 길들이는 방식일지라도 공존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교과서에서 소히, 문화통치라고 불렀던 시기요. 조선인 지주가 더 나쁘냐? 일본인 소작농이 더 나쁘냐? 최인혁도 그때라 이런말을 할 수 있었을테고요.

하지만, 1929년부터 사정이 급격히 바뀝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부자가 된 일본의 돈줄이 세계 대공황 이후 막히고, 1931년 만주에 괴뢰정부를 만들면서 일본은 내선일체를 강요하기 시작해요. 1941년 진주만까지, 창씨개명 같은 사상 탄압의 수위가 점점 높아집니다. 1941년부터는... 정말 개싸움이었죠. 추락하는 일본은 조선의 젊은 남자는 징용 징병으로, 젊은 여자는 위안부로, 조선에 있는 것은 문고리까지 떼어가며 바락을 합니다. 1945년 광복까지요.

1935년 경성은, 1905년 을사늑약 이후 30년 뒤의 세상입니다. 어쩌면, 그 사이 태어나고 자란 사람들은, 그 세상은 만족스럽지는 않았어도 나름대로 적응했을지도 모릅니다. 조선인 한은 경성에서 인정 받는 문학가이자 인기인이었고, 집안은 부유했죠. 한과 형일은 신문사를 운영하고 있었고, 한의 최고 관심사는 어떤 무명작가의 시였어요. 1935년은 숨통을 서서히 조이기 시작한, 하지만 아직은 버틸만한 그 어디쯤 되는 시기였을 거예요.

그리고 드디어 막다른 시기가 옵니다. 그때, 어떤 사람들은 흑과 백, 양극단에 섭니다. 박영후나 서주영를 포함한 많은 문인들은 친일을, 최인혁은 항일을 선택해요. 박영후나 서주영은, 뛰어난 글재주를 지닌 작가이자 영향력 있는 경성의 엘리트로서, 교과서나 선동문을 써요. 물론, 내용은 황국신민의 강령이었지만요. 반면, 최인혁은 한에게 작가로서 빛보지 못할 마지막 소설을 맡기고, 독립운동을 하다 광복도 보지 못한 채 차가운 이국땅에서 죽고 말죠.

어떤 이들은 회색 지대에 서 있습니다. 한과 형일처럼 붓을 꺾는 작가들이나, 강처럼 자연과 전통시를 쓴 작가들 말이에요. 이들은 검지도 않았지만 하얗지도 않았어요. 한과 형일은 신문사가 폐관된 이후, 가족을 먹여 살리기 위해 일본이 배급해 주는 쌀 한 자루를 받으러 긴 줄을 섭니다. 그리고, 경찰서에 잡혀간 한을 구한 것 역시, 매섭게 내쳤던 친일파 서주영이었어요. 무엇도 선택하고 싶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선택하길 강요받는, 고뇌하는 지식인들이었죠.

사실, '1935년, 경성'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씬은, 피난길 찾아간 교회, 무너진 십자가 앞에서 한이 오열하는 장면이었어요. 1938년 28살이었던 한은, 식민지 조선에서 태어나 식민지 조선에서 시인이 된, 모던보이였어요. 비판의식이 투철한 깨어있는 지식인이었지만, 어쩌면 한이 경험한 '진짜 상실'은 조국이 아니었을지도 모릅니다. 강과 다시는 만날 수 없다는 상실감, 그것이 가슴으로 맞는 첫 상실이었을지도요. 그 순수한 절망을 말이죠.

그럼에도 책갈피에는 강과 한의 가장 행복한 시기를 넣고 싶었습니다. 1935년 경성에서 최인혁은 강의 시를 보고 비평하고, 한은 강의 성장을 바라며 그를 동경으로 보냅니다. 그리고 3년 뒤 강의 시를 본 최인혁은, 또 한에게 강이 고향을 잊어가고 있다고 말해요. 하지만, 이때는 한이 강과 함께 떠납니다. 추운 북녘의 산속, 강의 시에 녹아 있는 그의 고향, 둘만의 세상으로 말이죠.

이래저래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었습니다. 읽으면서, 각각의 인물들과 연상되는 현실 속 시인들도 생각나고 말이죠. 그리고, 윤동주 유고 시집에 정지용이 쓴 서문도 떠올랐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구절 담아봐요.

청년 윤동주는 의지가 약하였을 것이다. 그렇기에 서정시에 우수한 것이었고, 그러나 뼈가 강하였던 것이리라.

그렇기에 일적에게 살을 내던지고 뼈를 차지한 것이 아니었던가?

무시무시한 고독에서 죽었구나! 29세가 되도록 시도 발표하여 본 적도 없이!

일제 시대 날뛰던 부일문사 놈들의 글이 다시 보아 침을 배앝을 것뿐이나,

무명 윤동주가 부끄럽지 않고 슬프고 아름답기가 한이 없는 시를 남기지 않았나?

시와 시인은 원래 이러한 것이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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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돔성 본편 Review

 

2020.08.31 - [BL 소설] - [현대물/피폐물] 소돔성 - Dips

 

[현대물/피폐물] 소돔성 - Dips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2.19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뒤로는 빽빽한 산림과 앞에는 축축한 물안개가 올라오는 호수 사이에 숨겨진 별장만은 성도와 우진의 것이다. 이 눈 덮인 아름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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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걸음을 돌릴까 망설이던 우진은 익숙한 목소리를 듣고 홀린 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예상대로 성도가 있었다. 그는 미친 듯이 별장 안을 헤집으며 누군가를 찾고 있었다. 우진은 헛숨을 삼키며 이성을 잃은 성도와 별장의 내부를 응시했다.

바닥에는 핏자국이 낭자했고, 충혈된 눈으로 성도는 바짓단에 피가 묻은지도 모르고 별장의 모든 방을 들쑤셨다. 우진과 함께 잠들었던 침실, 서재, 거실, 화장실 그리고 옷방까지. 바지에 이어 웃옷까지 전부 피범벅이 된 그는 이내 슬픔을 주체하지 못하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는 꼭 이 눈 덮인 별장에 갇힌 것만 같았다. 흡사 광인처럼 빈 정원을 홀로 걸으며 연신 사람을 찾았다. 돌아가려던 우진은 망설여졌다. 온동 눈으로 휩싸인 이곳의 풍경이 어느 전설 속의 장면처럼 신비로웠기 때문이다. 앙상한 나뭇가지들과 황폐한 호수, 삭막하기만 하던 별장 건물이 눈부실 정도로 고독하고 아름다웠다.

어쩌면 나를 찾고 있는지도 몰라. 우진은 제 품에서 꼬물거리는 아이의 온기를 느끼고 이내 그곳에서 걸음을 돌렸다. 아니야. 저쪽으로 가면 나와 아이에게 너무 추울 거야.

별장에서 등을 돌린 채 우진이 다시 눈보라를 헤치고 걸었다. 그러자 이번에는 배경이 뒤바뀌더니 따뜻한 실내로 변했다.

살을 엘 듯 휘몰아치던 바람도 몸에 올라앉아 쌓이던 눈송이도 감쪽같이 사라졌다. 그 대신 따뜻한 공기와 침대, 그 옆 의자에 앉은 남자가 보였다.

이번에도 성도였다. 성도는 병실에 가만히 누운 자신을 보며 애원하고 있었다. 그가 뚝뚝 흘리는 눈물이 침대에 누운 제 볼 위로 떨어지자, 뒤에서 지켜보던 우진의 볼에도 따뜻한 액체가 묻어 나왔다.

우진은 그것을 손으로 닦아 만져 보았다. 가슴이 아팠다.

"형이 널... 네가... 처음 봤을 때부터 너무 예뻐서...'

절망으로 타들어 가는 목소리는 끝을 맺지 못했다. 우진은 슬프게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이내 모든 것이 꿈이란 것을 깨달았다.

point 2 줄거리

기: 남성 임신이 늘고 있는 시대, 남성 임신 테스트가 버젓이 약국에서 팔리고 있었지만, 우진은 그것이 자신의 이야기가 될 줄 몰랐다. 하지만, 임신 테스트기와 다수의 산부인과 의사들은 우진이 임신한 것이 맞다고 재차 확인해 주었고, 곧 우진도 성도와의 아이를 기꺼이 받아들이기로 한다. 문제는, 우진이 산부인과 진단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성도가, 우진의 외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거였다. 성도는 우진이 어떤 여자를 임신시킨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승: 성도는 매정하게 아이를 지우라고 말하자, 우진은 상처 입은채 가출한다. 성도는 결국, 여자에게 양육권을 받아와 자신과 키우자고 빌게 되고, 그제서야 우진은 성도가 오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성도는 오해를 풀고 헌신적으로 우진의 임신 수발을 든다. 하지만, 남자의 몸으로 임신을 한 우진은 많이 아팠고 불안정했다. 성도는 남자 임신 관련 전문가들을 만나는 한편, 우진의 상태는 자연히 호전된다.

전: 다시 평화로운 생활, 그러던 어느날 돌연 주양그룹 본부장인 이성도의 결혼 발표가 방송 된다. 패닉에 빠진 우진은 성도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 하지만, 성도는 결혼은 그저 프로젝트라며 우진을 달랜다. 분노해 성도를 떠나려는 우진을, 성도는 강제로 집에 가두고, 그 안에서 우진의 배는 부풀어만 갔다. 결국, 우진은 쓰러지고 의식불명에 빠진다. 그때, 우진은 꿈을 꾼다. 성남 별장에서 괴로움과 광기에 삼켜진 성도의 모습을, 성도는 울고 있었다.

결: 한편, 성도는 피 웅덩이에 빠진 우진의 모습이 불현듯 떠올랐다. 그 후 우진이 쓰러지고 깨어나지 않자, 성도는 극도의 불안과 공포를 느끼기 시작한다. 성도는 우진이 깨어나자, 우진에게 결혼을 하지 않으면 주양그룹 입지가 좁아진다고 말하며, 그래도 나를 사랑 해 줄 수 있냐고 묻는다. 우진은 성도에게 사랑한다고 말해준다. 빈털터리여도 사랑한다고, 그걸 여태 몰랐냐고 면박을 주며... 그 후 성도는 파혼 당하고, 우진과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그때는 몰랐던, 아주 사소한 것

소돔성 외전이 나왔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외전이었죠. 작가님께서 SNS에 외전 계획이 없다고 밝히셨지만, 그래도 포기하지 못하고 바라고 바랬던 외전이었습니다. 그러니, 외전 발매일 13일 시작과 함께, 무한 새로 고침을 하며 외전 영접의 순간을 기다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겠죠. 사실, 5월 캘린더에 소돔성 외전이 나온다는 것을 보고, 저는 계속 13일을 기다리며 살았습니다.

하지만, 소돔성 외전의 첫인상은 실망스러웠습니다. 일단 임신 AU라는 거... 본편이 열린 결말로 마무리됐기 때문에, 그 후의 이야기를 고대했지만, AU! 게다가, 이 임신 AU는 작가님이 블로그에 올리신 적도 있었어요. 물론, 마무리가 되지 못한채 중간에 끊기긴 했지만, 어느 정도는 이미 본 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입꼬리가 3mm 정도 쳐진 상태에서 읽기 시작했지만... 결론적으로 작가님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계셨더라고요.

우진은 성도가 준 돈으로 사치를 부리지만, 친구의 안부도 확인 할 수 없고, 아끼던 강아지를 돌볼 수도 없었죠. 성도가 허락 한 곳에만 있을 수 있었고, 물건을 사는 것 이외에 할 수 있는 선택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우진이 그렇게 살 수 있었던 건, 성도에 대한 사랑때문이었어요. 그의 공간에 찾아와 아낌없이 사랑을 주는, 상냥한 연인을 위해, 우진은 욕을 하면서도 성도의 곁에 머물러요.

하지만, 성도는 우진이 오로지 돈 때문에 자신의 곁에 있는거라고 믿습니다. 과거 우진은 돈 때문에 성도의 형 현도에게 접근했고, 집안에서 더 큰 보상을 제시하자 현도를 떠났죠. 이를 경험한 성도는 우진을 잃지 않기 위해, 누구보다 더 많은 돈을 우진에게 줄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성도는 아주 강해져야 했고, 그러려면 정략결혼이 필요했어요. 그래서, 성도가 그 결혼을 선택한 순간!'소돔성'은 극피폐로 치닫게 되죠.

외전에서도 성도는 같은 선택을 합니다. 하지만, 외전은 결코 피폐물이라고 말할 수 없습니다. 시리어스물과 달달물 중에서 갈등하긴 했지만, 역시 달달물로 ... 아무리 생각해도 외전은 달달물이 맞아요.(끄덕끄덕)

외전에서 두 사람은 알 수 없는 기억의 단편을 봤고, 그 영상들은 끔찍하거나 고통스러웠죠. 우진은 결혼을 하겠다면 자신을 집에 가둔 성도가 미웠지만, 꿈속에서 괴로움에 몸부림치는 성도의 모습과 자신 품 안에 안긴 '우리 아기'를 보며 그 차가운 땅으로 건너가지 않습니다. 성도는 피 범벅이 된 우진을 보며, 우진을 완전히 가지기 위해 우진을 완전히 잃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죠. 그리고, 너무 묻고 싶었지만 무서워서 회피해 온 질문, 더 강해지고 나면 덜 무서워질 거라며 미뤄왔던 질문을, 드디어 합니다. 나를 사랑하냐는 그 한마디요.

생각해 보면 두 사람은 참 바보 같습니다. 본편에서 우진은, 그렇게 열심히 도망치다가 잡히고, 약 맞고, 감금되고, 결국 자살할 때까지, 왜 사랑한다고는 한 번도 말하지 않았을까? 헤어지지 못해서가 아니라 널 사랑해서 괴로운 거라고... 성도 역시 우진에게 어차피 돈 때문에 나랑 만나는 거 아니냐고 쏘아붙이기 전에, 돈이 없어도 나랑 만날 거냐고 빈정 되지조차 않았을까? 만약 그랬다면, 두 사람은 쿨하게 '응!'하고 행복해졌을 텐데 말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역사 속에서도 사람은 아주 당연한 질문을 하지 못했습니다. 부모가 자식을 때리는게 당연한건지, 여자가 재산으로 취급받는 게 당연한 건지,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존재하는게 당연한건지, 그리고 물을 때는 놓쳤던 기간만큼 많은 사람들은 죽거나 고통스러운 삶을 살아야 했습니다. 그 사소한 질문이 세상을 바꾸지는 못하지만, 분명 그 이전과 이후는 같지 않죠. 그래서 그때는 몰랐던 아주 사소한 깨달음 하나를 알고 나면, 많은 감회가 소용돌이 칩니다.

외전에서 성도와 우진은, 다른 평행 우주 어딘가에서, 그 사소한 질문을 하지 못해 불행해진 두 사람의 기억을 건네 받습니다. 그 작은 언지를 받고, 두 사람은 곧 해야 할 말을 찾아요. 더불어, 본편에는 없었던 성도와 우진의 아이가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두 사람을 묶은 닻 줄이 되어 주고, 극단적인 우진이 머뭇거릴 수 있도록 브레이크가 되어 주죠. 드디어 소돔성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성도와 우진이 아픔을 딛고 성장해가는 스토리를 기대했습니다. AU에서 행복해진 이야기는, 반대로 AU가 아니면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는 것 같아서요. 본편에 남겨진 두 사람은 복구 불가능!인건가 싶어 찜찜했어요. 불행을 막을 기회가 있다면, 그 기회를 잡는 것이 베스트겠지만, 만약 놓친다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는 모습이 보고 싶어 그랬나 봅니다. 아쉬움 반, 만족감 반의, 묘한 기분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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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2.28 - [BL 소설] - [오메가버스/캠퍼스물/시리어스물] 캠퍼스 트랩(CAMPUS TRAP) - Dips

 

[오메가버스/캠퍼스물/시리어스물] 캠퍼스 트랩(CAMPUS TRAP) - Dips

​ ​ ​ ​ point 1 책갈피 ​ ​ '처음에는 나도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 여자가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좀 전의 조율사가 다시 나타나서 연주자를 그 자리에서 껴안는 거예요. 그다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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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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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사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물에 빠진 물고기: 매일 싸우는 부모를 피해 키시가 피한 곳은 욕실이었다. 키시는 바깥세상과 격리된 물속에 잠기는 버릇이 생겼고, 고등학생이 되어 수영부에 들어간다. 키시는 우사미 유키히코와 같은 반이었다. 호텔 재벌의 사생로 태어나 뒤늦게 생부에게 입양된 우사미는, 바람둥이 탕아로 살고 있었고,키시는 그런 우사미를 싫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모의 지시라며 우사미를 강제로 차에 태우는 장면을 목격하고, 욱한 키시는 우사미를 데리고 도망친다.

그 이후 두 사람을 급격히 친해진다. 두 사람 중 사랑을 먼저 깨달은 것은 키시었다. 하지만, 키시는 사랑과 함께 실연을 깨닫는다. 우사미는 자신에게 냉정한 키시를 좋아했고, 키시는 우사미에게 마음을 속이며 수영장 깊이 잠수한다. 한편, 키시의 부모님은 이혼을 결정한다. 키시는 그날도 수영장 물속 깊이 잠수하고, 익사 할 뻔한 순간 우사미에게 구출된다. 순간 감정을 숨기지 못한 키시는 우사미에게 안기고, 혼란스러웠던 우사미는 키시를 떠난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수영장에 있는 키시에게 우사미가 다시 찾아온다. 우사미는 키시에게 네가 원하는 내가 되겠다며, 사랑을 고백한다. 키시는 그런 우사미를 받아들이고, 두 사람은 처음으로 '진실'해진다. 키시는 수영부를 그만두고 알바를 시작하고, 우사미는 명문고에 편입을 한다.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 사막을 횡단하던 캐러밴 무리는 쓰러진 알파르드를 발견하지만, 내버려 두고 떠나려 한다. 그때, 그 캐러밴에 일하던 낙타 지기 카마르는 그를 구하고 정성껏 간호한다. 깨어난 알파르드는 카마르를 도둑으로 오해하지만, 곧 사실을 깨닫고 미안하고 고마운 마음을 느낀다. 그래서 알파르드는 아픈 카마르를 자신의 저택에 데리고가 요양하도록 돕는다. 알파르드는 거부 무역상의 아들, 카마르는 사막에 남겨진 청나라 이방인이었다.

두 사람을 서로에게 물들어 갔다. 알파르드는 카마르를 사랑하게 되고, 카마르는 사막에 수로를 건설하려는 알파르드의 꿈을 지지해 줬다. 그러던 어느 날 카마르는 알파르드와 그의 형의 대화를 엿 듣는다. 그리고, 사막은 몰락하고 바다의 시대가 왔다는 것, 알파르드는 그것을 알고 있음에도 사막의 사람들을 버릴 수 없어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카마르는 알파르드가 그러하듯, 사막 낙타 지기의 본분을 지키기 위해 알파르드를 떠나 마을로 돌아온다.

마을로 돌아온 카마르는 가축을 팔고, 캐러밴을 해체한 뒤 마을을 떠나려는 계획을 듣게 된다. 그리고, 카마르는 유일한 이해자이자 친구였던, 낙타 사딕을 팔수 없었다. 카마르는 사딕과 함께 거친 사막으로 도망치다가 모래 폭풍이 휘말리고, 알파르드의 저택에서 눈을 뜬다. 카마르는 사딕이 자신을 알파르드에게 데려다준 후 죽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막의 배, 낙타는 사막을 건너 카마르를 알파르드에게 이어주고 떠났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갈 때를 아는 자의 뒷모습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은 두 편의 짧은 이야기를 묶은 단편집입니다. 오가와 치세님의 대표작은, 착각 시리즈에요. '내가 너 따위를 좋아할 리 없어' '착각의 하트' '끝없는 불행에 관한 이야기' '착각과 불행의 사랑 이야기'로 이어지는, 개성 강한 두 커플의 밝고 유쾌한 연애담이죠. 이외도 주로 현대를 배경으로 하는, 발칙한 이야기들을 많이 쓰셨어요. 그런 점에서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은 기존 작품과 분위기가 많이 다릅니다. 잔잔하고 여운이 긴 이야기였어요.

모든 역사는 역사가의 역사라고 합니다. 역사를 쓴 사람의 주관적 이야기라는 거죠. 국사 시험으로 울고 웃은 경험이 있는 대한민국 공교육 경험자 1인은, 그럼 내가 그토록 외웠던 것들이 객관적 사실이 아니란 말인가! 외칩니다. 물론, 불변의 '정보'도 있죠. 하지만, 모든 시간에 대한 모든 장소의 기록이 아닌 만큼, 선택과 정의, 명명과 해석을 거치지 않은 역사란 없고, 따라서 역사를 확정적 진리라고 주장하긴 힘들거예요. 그리고, 그 역사는 주로 승자들이 씁니다.

그래서, 마지막보다는 시작을 부각합니다. 망한 것은 망할 만했고, 메시아적 영웅이 나타나 새로운 세상을 연다고 말이에요. 그래서, 시대의 마지막을 지켰던 사람들은 어리석고, 부패하고, 수구적인 것처럼, 시대의 처음을 시작하는 사람들은 깨어있고, 후덕하고, 진보적이라고 여겨요. 하지만, 역사를 잘 보면 그렇지도 않습니다. 시류의 흐름에 읽고 새 시대의 빗장을 열어주지만, 스스로는 마지막 사람의 자리를 지키는 이들도 많고, 전 시대에 벌린 부패와 과오를 덮기 위해, 새 시대의 깃발을 꽂은 자들도 있어요.

다만, 마지막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작하는 사람에 의해 쓰일 뿐이고, 그래서 갈 때는 아는 자의 뒷모습은 너무나 쉽게 묵살되죠. 그것이 참 많이 아쉽습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마지막을 선택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유독 더 감동받는 것 같아요. '낙타 지기와 왕자의 밤'처럼요.

카마르는 청나라 어머니의 뱃속에서, 사막을 건넙니다. 그리고, 3살이 됐을 때, 카마르는 캐러밴 마을에 유일하게 남은 이방인이 되죠. 카마르는 가족이자, 친구이자, 이해자인 낙타 사딕에게 위로받으며, 낙타 지기로 사막에서 살았습니다. 하지만, 하얗고 여린 피부의 카마르는 자주 아팠고, 마을의 짐처럼 여겨져요. 하지만, 캐러밴 대장은 사막의 시대는 끝나가고, 카마르는 이후 새 시대를 살아가게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알파르드 역시 무역로가 육로에서 해로로 바뀌는 것을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사막에는 이미 많은 이들이 살고 있었고, 알파르드는 그들을 지키고 싶었죠. 하지만, 먹고 살 길이 바다로 돌아서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사막의 마을들은 하나 둘씩 사라져갔어요. 사막의 주민은 더이상 주인공이 아니고, 낙타도 필요 없는 시대 오고 있었어요. 그 갈림길에 선 사람들은 '선택'을 해야합니다. 그리고, 누군가는 떠나고, 누군가는 남죠.

카마르는 그 선택들의 집약체 같아 보입니다. 캐러밴 대장은 카마르에게 마지막에서 시작으로 이어지는 바통을 건네 주었고, 사딕은 마지막 낙타 지기를 새로운 동반자에게 건네며 생을 마감합니다. 사막에 미련을 버리지 못했던 알파르드는, 카마르와 함께 살아갈 바다로 눈을 돌립니다. 아마도, 여름이 되어 카마르가 동행한 알파르드의 새로운 터전은, 황금빛 모래가 아니라 푸른 수평선이 펼쳐진 곳이겠죠.

알파르드는 마을로 돌아가는 카마르에게 아스트롤라베를 건네 줍니다. 아스트롤라베는 별을 읽는 도구예요. 그렇게 별을 읽어서, 시간이나 위치를 알아내요. 아스트롤라베는 사막에서도, 바다에서도 오랫동안 훌륭한 길잡이가 되어줬습니다. 고대로부터 근세에 이르기까지 말이죠. 하늘 아래 어느 곳이든 별은 뜨고, 별이 뜨는 어느 곳이든 사람은 살아가고 있어요. 갈 때를 알고 떠나가는 자의 뒷모습이 아름다운 이유는, 빈자리를 채워 올 누군가를 희망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역사 속에 이름을 남기지 못한, 진짜 승자들을 떠올려 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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