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비올렛

출간일: 2021.03.23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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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재판 결과를 처음 들었을 때는 그게 꼭 제 고통이 2년짜리라는 통보 같아서 속상했어요. 저는 그런 기억이 고작 2년만 가지 않는다는 사실을 이미 알거든요. 어쩌면 평생 그림자처럼 뒤를 따라다니다가 중요한 순간 저를 약하게 만들 거라는 것도."

역시 자신의 인생은 극적인 해피엔딩이랑은 거리가 먼 것 같다는 자조 어린 생각도 했다. 정헌에게도 말하지 못한 생각이었다. 아니 정헌이라서 말하지 못했다. 이단보다 더 마음이 아파하고 걱정할 테니까.

"처벌이 약해서 또 여러 사람을 다치게 했다고 생각하면 화가 나지만, 그 사람한테 사형이 나왔다고 해서 제가 마법처럼 행복해지지도 않을 것 같아요. 그 말은...... 판사님 입에서 나온 숫자는 감히 누군가가 겪은 고통의 수치가 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해요."

이단이 재판정에 서지 않았다고 해서 그가 겪은 사건들이 없는 일이 되는 게 아닌듯이, 그 냉엄한 숫자는 고통의 유통기한이 될 수 없었다. 누구도 평가하고 강요할 수 없는 일이었으니까.

"그래서 저는 또 판결문에 어떤 숫자가 적히든 상관없이 마음껏 슬퍼하다가 다시 행복해지려고 해요. 어쨌든 저는 싸웠잖아요. 아니 설령 싸우지 않았더라도......"

호박빛 조명이 비친 눈이 안쪽에서부터 조용히 빛났다. 작지만 분명한 빛이었다.

"제 삶은 여기 그대로 있고 저는 살아 있어요. 늘 바라 왔던 대로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게요. 저는 상처를 입은 거지 죄를 지은 게 아니니까요."

부끄러워해야 할 사람은 따로 있었다. 과거를 끊임없이 곱씹고 후회하며 불행해져야 할 사람은 이단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자 지원이 부드러운 눈빛으로 이단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혼자 말을 늘어놓은 것이 부끄럽고 머쓱해져서 뒷덜미를 어루만졌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데, 안 될까요?"

point 2 줄거리

기: 빨간 카디건에 싸여 버려졌기에, 이름이 단(붉을 단)이 된 이단(열성 오메가)! 예쁜 얼굴과 다소곳한 성격으로 충분히 사랑스러운 아이였지만, 3번이나 파양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첫 번째는 양부모의 이혼, 두 번째는 양부모의 사망, 세 번째는 성폭행 하려는 이부형 때문에 가출... 결국 17살부터 길거리에 내몰리게 된 단은 22살이 된 지금까지 자신을 '줍는'이들의 손을 전전하며 살아야 했다. 그리고 그들이 원하는 것도 해주는 대우도 똑같았다.

승: 그날도 단은 하룻밤 잠자리를 구걸하기 위해 폭력을 견디려 하고 있었다. 일하던 슈퍼에서 도둑으로 몰려 쫓겨나고, 연인이 다른 이를 데려오면서 지내던 곳에서마저 나왔기 때문이다. 그때, 정헌(극우성 알파)이 나타나 단을 구하고 '주워' 준다. 좋은 집, 포근한 잠자리, 따뜻한 식사... 하지만, 정헌은 단에게 아무것도 요구하지 않았다. 숙식의 '대가'를 치르기 위해 몸을 내주려는 단을 되려 밀어냈다.

전: 정헌은 단에게 얼마든지 집에서 머물러도 좋다고 말하며, '대가'없는 호의를 한결같이 베푼다. 단은 주제넘은 줄 알면서도 그런 정헌을 점점 좋아하게 되고, 정헌의 마음에 들고 싶어졌다. 단은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고, 월급을 받아 정헌의 선물을 살 희망에 부푼다. 단이 알바를 시작한 햄버거 가게 지점장과 동료들은 단에게 친근하게 대했고, 단은 행복한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부지점장이 본심이 드러내면서, 단은 위기에 빠진다.

결: 하지만, 단은 달라졌다. 부지점에게 저항했고, 정헌은 그후 부지점장을 고소한다. 정헌은 2년 전 단과 우연히 만나 한눈에 반했고, 단의 히트에 휘말려 각인도 되지만, 자신의 감정에 혼란스러워 단을 잡지 못했다. 그 후 간신히 단과 재회하자, 집으로 데려와 귀하게 여겨주었던 것이다. 단과 정헌은 서로에 대한 사랑을 깨닫고, 쌍방 각인 후 부부의 연을 맺는다. 한편, 부지점장은 제 무덤을 스스로 파고, 제대로 파멸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쌍방'성장'물

'스위트 낫 슈가'의 단을 보면서, '뉴욕뉴욕'의 멜이 계속 떠올랐습니다. 최악의 환경을 타고나 몸을 팔 수밖에 없었지만, 그럼에도 사랑에 헌신적인 모습이 단과 멜이 참 많이 닮아 있었어요. 게다가, 예쁜 얼굴과 순한 성격, 차별과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도덕을 지키는 모습까지도요. 심지어,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는 것이 아니라 동정하는 모습까지도 너무 비슷했습니다. 참고로, 마리모 라가와님의 '뉴욕뉴욕'의 저의 인생작 중 하나랍니다. 갓띵작이죠!

반면, '스위트 낫 슈가'의 정헌과 '뉴욕뉴욕'의 케인은 완전 반대였어요. 정헌과 케인 모두 사랑이 넘치는 가정에서, 모범적인 부모님께 교육받죠. 다만, 정헌은 그대로 자랐고, 케인은 반대의 길을 갑니다. 물론, 오메가버스와 뉴욕이라는 배경차도 있지만, 감정적 혼란 상태에서 정헌은 인내하고 자제하지만 케인은 일탈했다는 점에서 캐릭터차가 더 큰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스위트 낫 슈가'는 쌍방성장물, '뉴욕뉴욕'은 쌍방구원물로 느껴집니다.

재벌공을 만나 자낮수가 호강하는 건 할리킹입니다. 공은 수에게 큰 부를 쥐여 주며, 출구 따윈 없었던 환경의 굴레를 손쉽게 정리해 줘요. 정헌이 단에게 누명을 씌운 슈퍼에서 못 받은 월급을 받아주거나 단을 죽이려고 하는 부지점장을 뭉게버리는 것, 그리고 최상의 의식주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재벌공'처럼 보여요. 하지만, 단이 정헌을 만나 '행복'해졌다면, 정헌이 단을 만나 '생명'을 잃지 않게 됐으니, 정헌이 얻은 것이 더 커 보이기도 합니다.

'스위트 낫 슈거'는 공수는 서로에게 '성장의 계기'가 되어 줘요. '구원'보다는 말이죠. 정헌을 만난 후, 단의 가장 큰 변화는 '자존감'이 생긴거예요. 단은 몸을 파는 일이 비난받을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잠자리가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주워달라고 해야 했지만, 처지는 건 핑계고, 자신은 올바르게 살지 못한 한심한 사람이라 여기죠. 단은 더럽게 살기를 선택한 자신이 받는 부당한 대우는, 자신이 치러야 할 죗값이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부지점장에게 저항하는 단은 "당신에겐 나를 만지 권리가 없다!"고 외쳐요. 그리고, 지원에게 "자신은 상처 입은 거지 죄를 지은 것이 아니다."라고도 말하죠. 정헌은 단을 존중해줬고. 단은 정헌이 존중해 준 사람을 자신도 존중하려 합니다. 물론, 정헌이 알 밖에서 도움을 주긴 했지만, 알을 깨고 나온 건 분명 단의 의지라고 볼 수 있어요.

정헌 역시 마찬가지예요. 청교도인가? 의심하게 만드는 이 남자, 정헌은 단에 대한 감정에 혼란스러워합니다. 독점욕, 집착 같은 폭력적 감정들은 몽실몽실한 사랑의 감정과는 다른 각인의 증거였으니까요. 하지만, 인생은 타이밍이고, 정헌이 단에 대한 감정을 갈무리했을 때부터 정헌은 단을 찾을 수 없게 됩니다. 정헌은 2년간, 각인된 오메가를 곁에 두지 못한 채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내야만했죠. 생명의 위협을 받으면서요.

그래서, 정헌은 단과 재회한 후, 정말 조심합니다. 각인으로 인한 강한 욕구에, 사랑이라는 고삐를 채워 두죠. 단을 귀하게 여기며, 모든 걸 가진 정헌은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단에게 한껏 몸을 낮춰요. 그러느라 '사랑하는 일'을 피합니다. '지키는 일'만 열심히 하죠. 단은 그런 지헌에게 파렴치해질 것을 요구합니다. 그건 단을 상처 입힐 수도 있지만, 행복하게 만드는 일이었거든요. 참는 익숙한 것에서, 참지 않은 필요한 것으로, 정헌은 용기를 냅니다.

결정적으로 정헌과 단은 '구원'이라는 말을 쓰기엔, 너무 바른 사람들이었어요. 늙은이 같은 소리지만, 정헌을 보면 '그 부모에 그 자식' '자식 교육 참 잘 했네!'같은 말이 하고 싶어집니다. 내가 할 수 있었는데 못 해준 일은 미안해하고, 남이 할 수 없는 것을 못하는 건 당연하다며 타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이런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차이는 타고난 환경이며, 그건 선택도 노력도 아닌 감사해야 할 행운이라고 여겨요.

단은 거의 기적 수준입니다. 단은 빨간 카디건과 함께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원망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나에게 카디건을 주고 한 겨울, 온 길을 뒤돌아 갔을 어머니가 추웠을 거라고 말해요. 정헌의 돈이 많은 줄 알아도, 그 돈을 받는 걸 당연하게 여기지 않습니다.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은 삶을 살았어도, 도둑질은 커녕 다른 사람에게 피해 준 적도 없었죠. 할 수 있어서가 아니라 해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스스로만 손해 보는 선택을 해왔어요.

자존감의 무게와 상관없이 두 사람은 자기 철학과 의지가 아주 강한 사람들이죠. 그래서 그런지, 읽는 내내 이모 미소를 짓게 됩니다. 기특하다. 기특하다. 하면서 보게 돼요. 너무나 경건한 작품이라, 19금이고 절륜공과 경험 많은 오메가수가 등장하는, 심지어 러트. 노팅, 히트가 모두 나옴에도!!! 왜 이렇게 건전하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또, 지나친 배려심 때문에 늘어지는 삽질 구간도 있습니다. 사건 중심보다는 인물 중심이에요.

저는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기승전결이 스펙터클하지 않아도, 심장을 쫄깃쫄깃하게 만드는 긴장감은 없어도, 흐뭇하게 볼 수 있거든요. 하지만, 밀당을 좋아하신다면, 다소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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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09.09

분량: 본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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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하언아. 흠이 아닌 것도 내가 흠이라고 생각하면 그게 흠이 되더라."

"......"

"그러니까 너는, 나를 좋아하는 너를 흠으로 여기지만 않으면 돼."

서노영이 나를 돌아보았다. 그가 코끝을 찡그리며 장난스레 웃어 보였다.

"그거면 돼. 그러니까 맞고 다니지 말고."

서노영의 시선이 검붉게 물든 내 광대 위를 안타깝게 맴돌았다. 그의 머리 위로 달빛이 번져 보였다. 문득, 이 사람을 좋아하게 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멈춰 섰다. 하고 싶은 말은 무척 많았다. 생각을 정리하느라 잠시 까맣게 물든 호수 위로 시선을 던졌지만, 어떤 말도 섣불리 꺼낼 수가 없었다.

그의 말을 단박에 부정하고 싶었으나 망설여지는 것은 내가 여전히 무언가를 걱정하고 있기 때문일까? 단지 상대의 성별이 바뀐 연애일 뿐인데 보통의 연애와는 완벽히 다른 지점이 생긴다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하지만 그건 서노영의 잘못이 아니었다.

가슴이 아릿했다. 안타까운 것 같기도 하고, 속상한 것 같기도 하고, 정확히 콕 짚을 수 없는 감정이 소용돌이쳤다. 너를 좋아하는 나를 흠으로 여기지 말라니. 그가 그런 말을 할 수밖에 없도록 내가 상처를 준 걸까. 아니면 그의 일상에 자연스레 쌓인 버석버석한 모래일 뿐인 걸까. 슬펐다.

point 2 줄거리

기: 복학 후 자취방을 찾던 정하언은 보증금 오백에 월세 삼십, 풀옵션인 반옥탑방을 발견한다. 잘생긴 주인은 성격도 좋았고, 월세도 5만 원이나 깎아줬다. 이웃이랑 친구가 하고 싶었다는, 옆집에 사는 주인의 첫인상은 좋았다. 하지만, 게이인 이웃집 집주인은 하언에게 추파를 던지기 시작한다. 소심한 하언은 좋은 조건에 호의적으로 집을 빌려 준 주인, 서노영에게 갖은 희롱을 당하면서도 제대로 대거리를 하지 못한채 피해만 다닌다.

승: 하언은 서노영을 밀어내기 위해 무례한 행동을 하지만, 서노영은 포기하지 않고 꾸준이 하언의 주위를 맴돌았다. 사실, 서노영은 이것만 빼면 최고의 형이었다. 배려심 깊고, 센스 있고, 세심한 이웃이었다. 하언은 점점 노영에 마음을 알고도 애매하게 대하는 것이 불편해지기 시작한다. 그러다 하언의 학교 축제에 오게 된 노영은, 하언의 친구들이 하언의 여자친구에 대해 떠드는 것을 듣는다.

전: 사실, 하언과 같이 알바하는 윤희가 과팅에 나오고, 하언의 친구들은 다정한 두 사람을 보고 사귄다고 오해한 것이었다. 노영은 하언에게 묻고, 하언은 노영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한다. 하언은 화를 내는 노영에게 그간 참았던 이야기를 쏟아낸다. 이후, 노영의 하언을 무시하고 투명하게 대한다. 노영의 태도가 변하고서야, 하언은 노영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죄책감만이 아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 한편, 사이가 안 좋던 강준수는 하언에게 게이 아니냐고 비꼬고, 순간 욱한 하언은 강준수와 주먹다짐하다 경찰서에 가게 된다. 터진 얼굴로 돌아온 하언을 본 노영은 집에 불러 치료해 주고, 하언은 여자친구가 있다고 거짓말 한 사실을 고백한다. 노영은 하언의 마음을 알아챈다. 그리고, 하원과 노영은 조심스럽게 연애를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은 불편함을 싣고

다른 리뷰어님들은 어떻게 작품을 선정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저의 경우는 <매우 별로, 별로, 보통, 좋음, 매우 좋음> 5 단계로 작품을 구분한다면, <좋음>과 <매우 좋음>은 왠만하면 쓰고, <별로>는 때때로 쓰고, <보통>과 <매우 별로>는 왠만하면 쓰지 않아요. 좋은 작품은 수다 거리가 많고, 또 살짝 아쉬운 작품도 이야깃 거리가 많습니다. 하지만, <매우 별로>는 욕만 하게 되고,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보통>은 할 말이 없어요.

저에겐 선명님 작품이 대부분 <보통>이었죠. 네임드 작가님이고, 유명한 작품도 많은데... 저는 다소 심심하더라고요. 아마도 저와 잘 안 맞았었나 봅니다. 돈이 아까운 작품은 없었지만, 기억에 남는 작품도 꼽기 어려웠죠. 몇 작품은 리뷰를 쓰다가, 중도 하차하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이웃집 집주인'은 그런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작품이었어요. 완전 잊고 있었죠. 그러다 핑크빛 표지가 갑자기 눈에 띄어 재탕하게 됐는데... 또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갈등을 푸는 동기! 저는 '불편하기 싫어서'가 가장 많은 것 같아요. 껄끄러움을 피하려고, 원만한 해결을 고심하죠. 그런데 가끔 그것이 불가능한, 제대로 꼬인 관계가 있어요. 대다수가 지극히 감정적으로 촉발 된 것들인데, 그냥 싫거나 그냥 좋은 경우는 근본적으로 해결이 불가능해요. 특히나, 한쪽만 그냥 좋은 경우는... 무시조차 할 수 없는, 진정 곤란한 사태를 야기합니다. 그 어색함이 싫어, 내가 나를 설득하는 지경에 이르기도 해요.

하언의 경우가 그렇죠. 노영은 하언에게 '매우' 공을 들입니다. 노영은 하언의 서툰 삽질조차도 사랑스럽게 감싸주죠.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요즘은 열 번 찍기 전에 경찰서행이겠지만, 어쨌든 노영은 하언을 열심히 찍습니다. 그리고 잘 나가는 미남 작곡가, 돈도 많고 센스도 있는 이 남자! 게이인 것만 빼면 완벽한 이 남자에게 하언의 마음은 점점 기울어요. 하지만, 하언에게 '동성애'는 넘사벽이었고, 결국 노영을 밀어내기로 결정하죠.

'우리애기~ 우리애기~'하던 노영은 '너가 어떻듯 나랑 무슨 상관?'으로 돌변합니다. 노영은 취향인 하언에게 한눈에 반했고, 열심히 어필했어요. 하지만 하언은 노영의 마음을 알면서도 모호하게 피하는 태도로 일관했죠. 그것이 하언 딴에는 간접적 거절이었겠지만, 분명 노영에게 예의 있는 태도는 아니었어요. 그럼에도 노영은 받아줬습니다. 이상한 옷을 빌려 입고 왔을 때도, 타박하기보다는 잘 어울리는 옷을 사주면서요. 하지만, 여자친구건은 확실한 기만이었어요.

노영은 폭발합니다. 하언도 폭발해요. 그런데, 두 사람의 대화가 오묘합니다. 노영은 하언의 행동에 대해 화를 내지만, 하언은 횡설수설해요. 하언은 후한 형과 잘 지내며, 조건 좋은 자취 집에서 살고 싶었지만, 게이가 되고 싶진 않았어요. 그래서 노영의 마음을 제대로 보지 않고, 상황만 모면하려 해요. 결국, 노영은 그런 하언의 태도에 폭발했고, 하언은 이런 상황에 이르러서도 궤변을 늘어 놓습니다. 물론, 하언은 실패하고, 노영과는 불편한 관계가 돼요.

하언은 냉정해진 노영를 보며 못 견뎌해요. 무시 받는 것이 서러워 술 먹고 우는소리도 해보지만, 노영은 더 이상 다정하게 하언을 받아주지 않아요. 그러다 강진수 사건을 겪으면서, 하언은 확신합니다. 게이가 되는 것보다, 노영에게 무시당하는 것이 더 힘들다는 걸 말이에요. 하언은 노영에게 다가갑니다.

노영의 계기는 하언의 외모였고, 하언의 계기는 불편함이었죠. 하지만, 계기가 무엇이 중요하겠습니까? 두 사람은 서로 알아 갈수록 깊이 빠져듭니다. 애당초 하언을 좋아했던 노영조차도 놀랄 정도로요. 노영은 연애 순둥이 하언을 잘~ 리딩 합니다. 연상 다운 노련함과 편견을 먼저 경험한 선배의 현명함으로, 당근과 채찍을 효과적으로 사용하죠. 물론, 쩔쩔매면서도, 노영에게 매달리는 연하남 하언에게도 귀여움이라는 큰 무기가 있고요.

하언은 '성장했다.'보다 '철들었다.'가 더 잘 어울리는 수였어요. '이웃집 집주인'이 수시점이기 때문에 더더욱 두드러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문득, 선명님 작품이 거품은 없지만 심심하지만은 않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 서재에 방치된 선명님의 작품을 차근차근 재탕해 봐야겠어요. 첫 정독에는 몰랐던 재미를 발굴하는 묘미! 이것이 재탕의 매력이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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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미열

출간일: 2020.11.06

분량: 본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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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나를 떠나지 마!"

아케론이 루키우스를 올려다보았다. 일그러진 얼굴이 눈물로 물들어 있었다.

"제발...... 제발......"

마부가 당황하여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서서히 멈추는 마차. 사내의 발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루키우스의 창백한 입술이 달싹거렸다.

"아케론."

사내는 흐느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죽을 테니까."

피로 물든 몸.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는 흙투성이 위에 무릎을 꿇었다. 마차의 틀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무너져 내리는 혼이 그것에 있었다. 루키우스가 얼어붙을 그 순간에 아케론의 입술 밖으로 헐떡거리는 숨이 흘렀다.

"죽을 거야."

충혈된 눈.

흐르는 눈물.

"죽을 테니까......"

고통에 쩍쩍 갈라진 목소리를 사내는 힘겹게 토해 냈다.

"내가 죽을 테니까."

고꾸라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척추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린 사내가 이마를 땅바닥에 깊이 박고 흐느꼈다. 그는 절규했다.

"...... 가지 마."

루키우스의 푸르스름한 입술이 달싹이는 순간, 마차를 움켜쥔 손이 흘러내렸다.

"책임져......"

거구의 몸이 애처롭게 떨렸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가 늘어져 있었다. 사내는 더 이상 말을 내뱉지 못했다. 처참한 모습을 루키우스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숨을 멈추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검투사 아케론, 집정관 마르쿠스의 노예, 이스카리아의 왕이라 불리는 그는 섬에 팔려 온 3년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절대 승자였다. 검투장의 주인이기도 한 마르쿠스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아케론을 결코 팔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르쿠스는 절벽 위 로마식 저택의 주인에게 아케론을 팔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케론은 검투장을 떠나 저택의 주인, 루키우스의 노예가 된다. 그가 아케론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 매일 밤 자신을 안으라는 것!

승: 노예가 된 지 7년, 하지만 아케론은 로마의 개선장군 게르마니쿠스였다. 아케론은 금발의 가녀린 소년 루키우스를 안으면서도, 그를 창부마냥 무시했다. 반면, 루키우스는 아케론에게 시중들 노예를 붙여주고, 별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해 준다. 한편, 아케론은 나날이 변해가는 마음을, 루키우스의 몸에 미혹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을 찾은 원로원 의원인 달마티카가 루키우스를 겁간하려 하고, 분노한 아케론은 그를 죽인다.

전: 아케론은 루키우스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루키우스는 아케론을 살리고자 재판장에서 신분을 밝힌다. 그는 로마 황제 카이사르의 사촌이자 아케론의 원수, 포스투무스의 친동생이었다. 풀려난 아케론은 루키우스의 출신에도 불구하고 구애하지만, 루키우스는 아케론의 사랑을 냉정하게 쳐낸다. 아케론은 그런 루키우스를 술에 취해 잔인하게 강간하고, 후회하며 자해한다. 루키우스는 아케론을 용서하지만, 사랑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저택에 불이 나고, 루키우스는 갑자기 저택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여름, 루키우스가 돌연 나타나 아케론의 신분을 해방시키고 그를 로마로 보낸다. 작가 우티스가 쓴 로마사 '네체시스타스'가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었고, 그 책엔 누명을 쓴 게르마니쿠스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포스투무스를 경계한 황제의 도움이 더해져, 게르마니쿠스는 복권된다. 1년 뒤, 게르마니쿠스에게 아이깁투스로부터 온 루키우스의 편지가 도착한다.

point 3 전지 충의 Review: 숙명

'아울루스 셈프로니우스 달마티카' '우티스 루키우스 아르카디우스 풀케르'..... 주문 아닙니다. 사람 이름입니다. '게르마니쿠스 막시무스', 10글자 이름이 짧게 느껴지는 신비! 서양풍, 특히나 유서 깊은 가문 귀족님들이 많이 등장하는 소설은 눈이 뱅뱅돌아요. 그래서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 서재에는 동양풍이 서양풍에 비해 3배 정도가 많아요. 그럼에도, 서양풍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좋은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일 거예요.

'네체시스타'는 게르마니쿠스의 '노예 14년'입니다. 포스투무스에 의해 몰락해서 루키우스에 의해 부활 할 때까지, 노예 검투사 아케론이 잃어버린 자유와 숙명을 찾는 이야기죠. "로마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라는 작중 루키우스의 말처럼, 자유가 있어야만 숙명을 증명할 수 있을 테니, 결국 '존재하는 인간'과 '소유되는 노예'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자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 시민들의 유희를 위해 잔인하게 죽임 당하는 노예의 서사로 시작하지만, 사실 '네체시스타'는 고요한 절벽 위 저택을 배경으로 한 잔잔하고 애절한 서사를 메인으로 합니다. 스펙타클하다기보다는 서정적이예요.

게르만족의 정벌자, 그래서 게르마니쿠스가 된 (구)개선장군, (현)노예 아케론! 유례없는 승리와 수려한 외모로 로마인들의 영웅이 된 게르마니쿠스! 그의 개선식은 성대했습니다. 모두가 광란에 도가니였죠. 그리고 이 개선식은 아르카디우스 풀케르가의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한 사람은 당연히, 루키우스에요. 약한 몸을 가진 루키우스는 명문 풀케르의 흠이었고, 어머니는 루키우스를 절벽에 던져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때마침 개선식을 열리고, 어머니는 루키우스를 놓고 개선식을 가요. 그 개선식이 루키우스를 살린 셈이죠. 다른 이는 포스투무스예요. 그는 동생을 살린 개선식을 보고, 개선식에 대한 선망과 집착을 갖게 돼요. 그리고, 이 꿈에 방해가 되는 상사 게르마니쿠스를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더 찾아봐라. 신이 너를 세상에 내린 이유가 한 가지는 있겠지." 연회에서 만난 로마의 영웅 게르마니쿠스는 어린 소년 루키우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자신의 숙명이 게르마니쿠스에게 닿아 있음을 확신하죠. 신이 세상에 나를 내린 이유, 그것이 진짜 숙명이라면 말이에요. 반면, 게르마니쿠스의 숙명은 '생존'이었어요.

과거 게르마니쿠스는 승리에 기쁨에 도취되어 보지 못한, 전쟁의 참상을 직시하게 됩니다. 게르마니쿠스는 더 이상 영토를 넓히기 위한, 무용한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으면 개선식도 없죠. 게르마니쿠스의 부관인 포스투무스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상관에 크게 실망합니다. 왜냐면, 포스투무스의 숙명이 바로 '개선식'이었으니까요. 결국 포스투무스는 게르마니쿠스를 이민족과 밀회하여 로마를 배신한 반역자로 몰고, 게르마니쿠스는 소중한 벗 군나르를 남기고 홀로 도망칩니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으라는 그의 유언이, 살아남은 게르마니쿠스의 숙명이 되죠.

그런데 문제는, 게르마니쿠스와 포스투무스의 숙명이 명료한 데 비해 루키우스의 숙명이 모호하는 거예요. 루키우스는 자신의 영웅, 구원자, 사랑하는 게르마니쿠스를 위해 남은 수명을 쓰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검투장에서 환호 받는 게르마니쿠스를 보고, 가지고 싶은 욕망도 생기죠. 결국, 루키우스는 게르마니쿠스를 옆에 두고 아끼며, '네체시스타'를 통해 그의 명예를 찾아주려고 합니다. 좋은 음식, 편안한 잠자리, 안온한 생활, 그리고 자유를 주려 해요.

하지만, 루키우스의 계획이 어그러집니다. 창부같이 구는 자신을 혐오해 마지않던 게르마니쿠스가 점점 변하면서요. 그가 절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노예 아케론을 주인으로서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대쪽 같은 장군 게르마니쿠스는 사랑에 있어서도 우회로를 몰랐어요. 사랑을 자각한 게르마니쿠스는 폭풍처럼 루키우스를 몰아칩니다. 그의 형과 사촌, 심지어 신분도 막을 순 없었죠. 루키우스가 애타게 부르던 '장군'이 자신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그'라는 것만이 중요했어요.

루키우스의 몸에는 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로도스 섬의 밀교조차도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했죠. 간신히 위험한 진통제를 먹으며 '네체시스타'에 몰두 하던 루키우스에게, 아케론은 사랑하지만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게르마니쿠스의 복권은 포스투무스의 몰락을 의미하죠. 루키우스는 게르마니쿠스가 마땅히 해야 할 복수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루카우스는 결국 이 사랑을 참아내지 못합니다.

'네체시스타'는 전형적인 비극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요. 병약한 주인공과 원수의 혈연, 생명을 태워 숙명을 이룬 헌신적 사랑... 하지만, 놀랍게도 '네체시스타'는 해피엔딩입니다. 포스투무스는 죽거나 노예가 되지 않고, 루키우스도 아이깁투스에서 수술을 받아요. 흐름상 튀는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급건강해진 주인공과 쉽게 벗은 복수의 고리,,, 그럼에도 왜일까요? 어색해도 해피엔딩이라 좋아요. 정말, 죽~~도록 마음 고생한 둘의 행복한 모습이 흐뭇해요.

이번 리뷰를 쓰면서, 정말 이름... 후덜덜하네요. 웬만해선 4글자를 넘지 않는 동양의 작명 전통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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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너굴스토리

출간일: 2019.08.0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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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주명운이 내미는 술잔을 받으며 남청인은 행복하게 웃었다. 해맑은 얼굴로 칵테일을 마시던 남청인은 전 애인과 눈이 마주쳤다. 의외로 얼마 전 바람을 피웠으면서 되려 엉뚱하게 화내던 전 애인의 경악에 찬 얼굴은 남청인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후련하리라 생각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청인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받는다는 감각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주명운과 주고받는 질량이 남청인을 채워 다른 감정은 들어올 자리가 부족했다. 남청인은 행복했다.

"난 형을 만나서 정말 좋아."

주명운도 남청인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

point 2 줄거리

기: 남청인, 27세, 수려한 외모를 가진 유능한 직장인이자 게이바 헤로스 정의 단골! 청인은 많은 찌질이들에게 새 삶을 열어 줬지만, 헌신적인 연애 패턴과 넓은 오지랖으로 처참하게 차이기 일쑤다. 청인의 전 연인들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고 청인에게 고마워하긴커녕 청인을 무시한다. 하지만, 청인은 그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준다.

승: 그러던 어느 날 하이패션을 구사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주명운이 바 헤로스 정에 나타난다. 헤로스 정 게이들은 그런 주명운을 비웃지만, 제 버릇 남 못 준 청인은 또 주명운을 변신시켜 준다. 때 빼고 광낸 주명운은 그야말로 역작이었다. 그 후 친해진 청인과 명운은 함께 술을 하시고, 명운은 헤로스에 첫사랑을 만나러 온 거라고 말한다. 청인은 첫사랑에 대해 말하는 명운이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해서, 명운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부러워졌다.

전: 결국 과음까지 한 청인은 명운에게 부축받으며 호텔로 간다. 그리고, 선물도 하나 받게 되는데... 그것은 남사스러운 여성 란제리였다. 청인은 당황하지만, 명운은 돌연 저급한 말을 내뱉으며 청인을 침대 위로 몰아붙인다. 그리고, 청인이 자신이 찾던 바로 그 첫사랑이라고 고백한다. 과거 명운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이복동생과 칼부림을 하고, 등이 찔리는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비는 내리는 길거리에 쓰러진 명운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으니, 남청인이었다.

결: 남청인은 누가 봐도 수상한 명운을 집으로 데리고 와 치료해 준다. 이후, 아버지와 이복동생의 장례를 마친 명운은 자신을 구해준 파란 우산의 남자를 찾는다. 그리고, 남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면 알수록, 남청인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어느덧 명운에게 청인은 설렘으로 스며들었고, 삭막한 명운의 인생에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명운은 청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를 가질 계획을 세운다. 물론, 청인의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복수도 잊지 않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호인 아닌 호구의 임자!

남청인은 호인이 아니라 호구였다. 남들 좋은 일은 잔뜩 해 주고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데 연애를 포기 못 해 짧은 간격으로 여럿을 사귀니 좋은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갈수록 평가는 박해졌다. 뒤에서는 남청인을 조금만 잘해 주면 무료로 꾸며 주는 부티크 취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남청인이 제가 차일 때까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점이었다. 애정 결핍 기미까지 있었다. (......) 즉 남청인의 애정 결핍은 그 본래의 성격과 갈수록 나빠지는 주변 환경의 굴레였다.

주명운의 남청인에 대한 평가... 지나치게 냉혹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좋은 사람에게 좋음 삶, 나쁜 사람에게 나쁜 삶이 배정되면 좋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 그 반대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요.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서 10번 약속을 어긴 청인의 전 남친은, 한 번 약속을 어긴 청인에게 대노하며 이별을 통보합니다. 본인이 어긴 10번의 약속을 떠올리지 못하는가? 그때 명운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역지사지할 수 있었다면, 애당초 10번이나 약속을 어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오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상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면, 참~~~ 난감합니다. 물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저도 매일 받던 배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곤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그것이 누군가의 선의였음을 쉽게 잊게 해요. 그래서 관계는 빛바래지 않도록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인이 전 남자친구들에게 받는 대우가 너무 어이없고 화나긴 하지만, 현실감이 없진 않아요. 우유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죠. 청인이 " 자기가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주제에 염치도 없기는! 나 아니었음 바람은 고사하고 동정사 할 찌질이가 은혜도 모르고 무슨 주제넘은 소리야?"라고 제대로 대거리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청인은 부당한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고, 익숙한 오류란 스스로 벗어나기가 참 힘들어요.

그리하여 요정 대모님의 봄엔 음험한 악인이 필요합니다! 더티톡크와 변태적 호기심이 가득한 두목님 말입니다. 가족들에게조차 칼 맞을 걱정을 해야 하는, 검은 세계의 주인! 그래서 주명운은 냉정한 시선으로 청인을 볼 수 있었죠. 청인의 오지랖, 외로움, 그리고 조건 없는 선의 말이에요. 청인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전 남친들은 청인이 준 호의에 취해, 청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보내 못하고 있었던 거죠. 명운은 청인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청인은 명운의 생각에 한치 엇나감 없이 움직였습니다. 피 흘리는 거구의 남자를 기꺼이 도왔던 청인은, 게이바에 창의적(?) 추리닝을 입고 등장한 명운을 당연히 돕습니다. 비웃지도 않고,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헤어스타일, 렌즈를 맞춰주죠. 그리고 청인의 주변인들도 명운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청인을 습관처럼 조롱하고, 청인이 변신시켜 준 명운에게 추파를 던지고, 청인과 명운이 그림 같은 연인이 되자 질투심에 청인을 짓밟으려 해요.

그리고, 명운은 그 계획대로 연인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정의의 사도가 됩니다. 여장조차 명운의 취향이라면 맞춰보겠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연인에게, 마땅한 대우였죠. 그래서, 청인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을 계획한 쓰레기 전 남친과 그의 친구들은, 명운에 의해 합당한 대가를 받습니다. 비로서,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 사이다가 터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는 산 줄도 몰랐던 책입니다. 분량과 가격을 봤을 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포인트가 있었거나 이벤트 조건을 맞추는데 다소 금액이 부족했던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그래도 5만자 미만의 책을 자의로 잘 하진 않거든요. 잊고 있다가 우연히 본 작품치고,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작위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독특한 인물들과 권선징악, 고진감래 클리셰 모두 좋아합니다. 의외로 횡재한 기분도 드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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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노력으로 세상 모든 것이 바뀌지 않음을 안다. 하지만 그것을 이유로 시도조차 않아 놓고 그저 핑계를 대며 타인을 미워하는 것만큼 못난 것도 없다. 자청. 네가 진정으로 원해서 시도했다면 나는 너와 경쟁을 펼쳤을 것이다. 하지만 너는 내가 세 번 국시를 시도하는 동안 그 어떤 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지."

당연한 일이었다. 자청은 당연히, 우문단이 그 시험을 통과하지 못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니 결국 우문가의 가주 자리는 자신의 것이라 여겼다.

"나는, 나는 방계라..."

"그래. 너는 방계다. 하지만 문가장의 자식이지. 만약 네가 진정으로 바랐다면 본가에서는 너를 위해 방계인 너도 국시를 볼 수 있도록 어떻게든 도와주었을 것이다. 그게 아니더라도 네 나름대로 나라에 공을 세울 수 있도록 도왔겠지. 분가라고 하나 그 역시 우문가. 가문을 빛내고 나라에 충성하는데 어찌 분가와 본가가 있겠느냐?"

"......"

"너에겐 모든 것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런데 너는 방계라는 이유 하나에 얽매여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지."

"......"

"너는 그 어떤 노력도 않고, 그저 내 실수와 실패만을 바라고 있었던 것이다. 내가 노력으로 얻어낸 것이 네 자리라 당연하게 여기며 말이다. 비열하고 모자란 놈."

point 2 줄거리

기: 패현왕의 반란이 진압되고, 황제 염과 우문단, 화와 섭청은 화목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건이 동시에 터진다. 하나는 무향현에서 연쇄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이를 조사하러 간 관리들마저 연이어 실종되었던 것! 다른 하나는 과거 범인 체포에 도움을 준 화산파 장문인이 섬서성 조사관으로 섭청을 요청한 것! 우문단은 장문인 요청을 거절하는 대신 섭청으로 하여금 선물을 보내도록 한다. 그러나 이런 사정을 모르는 화는 섭청과 싸우고 만다.

승: 한편, 무향현 살인사건을 맡게 된 섭청은 화와 오해를 풀지 못하고, 급하게 길을 떠난다. 설상가상 무향현은 섬서성에 있었고... 화는 불타는 질투심에 무향현으로 섭청을 찾아 나선다. 이때, 섭청은 무향현으로 향하는 배에서 귀편랑 송명을 만난다. 송명은 과거 독에 당해 폐를 크게 상했지만, 의형제인 문가장 가주인 우문자청이 준 약으로 연명하고 있다고 말한다. 한편, 섭청은 배에 들이닥친 수적에게 우문단이 준 우문가의 홍패를 잃어버린다.

전: 섭청이 도착해 목격한 무향현의 모습은 실로 가관이었다. 관리가 없는 무향현에는 문가장이 그 역할을 대신하고 있었고, 말도 안 되는 재판을 하며 잔인한 형벌을 내리고 거액의 벌금을 갈취하고 있었다. 더불어, 주변에 날뛰는 수적과 댐 붕괴로 주민들의 삶은 피폐해졌고, 실종된 이들의 가족들은 애달프게 길거리를 헤매고 있었다. 더불어, 시중에 폭약은 씨가 마르고 있었다. 섭청은 이상한 징후들 모두가 문가장의 가주 자청을 향하고 있다고 의심한다.

결: 한편, 섭청을 따라온 화와, 섭청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화산파 장문인 설영은, 섭청의 사건을 돕는 한편 서로를 경계하며 신경전을 펼친다. 하지만, 사건을 파고들수록 우문자청의 잔혹성에 치를 떤다. 그러던 중 변장한 섭청과 화가 문가장에 잠입하고, 화가 섭청을 대신해 독을 마시면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독 '목식'의 정체가 알려진다. 자청을 대신해 송명은 죄를 뒤집어쓰고 죽지만, 무향현에 나타난 우문단은 우문자청의 죄상을 낱낱이 밝힌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남 탓

매우 격렬하게 남 탓을 하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사실, 저는 자주 그러는 것 같아요. 원치 않은 결과를 인정해야만 할 때, 완벽하게 통제되지 않았던 과정에 관여한 모든 것들을 탓하고 싶습니다. 거기엔, 사람도 있고, 제도도 있고, 문화나 시스템도 있지만... 솔직히 사람 탓을 제일 많이 하게 돼요. "그랬었어야지! 이랬었어야지!" 하면서요. 그 작은 타인의 거슬림이 나의 중요한 미래를 망친 것 같다! 꿈에도 나오고, 호흡 곤란도 일으키죠.

하지만, 이런 일들은 너무나 많고, 억울함은 사람을 포악하게 만드는 맹독이라, 안하려 하지만 자꾸 하게 됩니다. 최상의 컨디션이라는 것은 엄청 희귀하고 드문 일인데, 요행과 행운이 모두 투입된 그 상태를 기대하게 돼요. 그러니, 요행과 행운은 고사하고 뜻하지 않은 장애와 불운이 겹치게 되면, 누군가를 탓하지 않고 견딜 수 없는 억울함과 분노가 생깁니다. 물론, 어떤 사태에도 흔들리지 않는 능력이 있었다면 좋겠지만, 그 정도의 경지는 쉽지 않으니까요.

그렇다고 모두가 우문자청이 되지는 않습니다. 동정할 이유도 되지 못하죠. 저는 개인적으로 송생원의 땅을 얻기 위해, 고의로 도난 사건을 조작한 사건이 충격적이었어요. 공개 재판에서 자백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고, 마치 자혜로운 재판관인 양 말도 안 되는 벌금을 부가하죠. 그 벌금을 내기 위해 선산인, 그 땅을 팔 수밖에 없게 말이에요. 하지만, 선산만은 팔 수 없는 송생원은 곤장을 선택하지만, 곤죽이 되어가는 아버지를 본 아들이 결국 선산을 팔겠다 외칩니다. 송생원은 후유증으로 하반신 불구가 되고, 억울한 마음에 새로 부임한 정문에게 상소를 하려 하자, 자살을 가장해 살해합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메인은 고사하고, 우문자청의 수많은 수작들 중 하나에 지나지 않습니다. 우문자청은 무관한 이들을 잡아와, 약을 먹이고, 산 채로 피를 뽑아 죽입니다. 사건을 수사하기 위해 온 수사관들도 예외는 아니었죠. 또, 주변 현에서 무향현에 관여할 여유가 없도록, 수적 때를 이용해 수탈을 일삼고, 폭죽으로 둑을 터트려 물난리를 일으킵니다. 그리고 섬서성 화산파에 수적떼를 토벌해 달라고 구조요청을 보내요. 물론, 화산파는 성공하지 못합니다. 번번이 놓치게끔 만들어 놓은 덫이었으니까요.

그 사이, 아들을 잃어 미친 어머니가 길거리를 헤매고, 약 한 첩 쓸 수 없어 다리가 썩어가는 여동생을 움막에 둘 수밖에 없는 아이들이 생겨나요. 섭청은 이것이 단순한 살인사건이 아님을, 그보다 더 뿌리 깊은 원한이 켜켜이 쌓여 있음을 짐작하죠. 그리고, 의외로 뚝심 있고 실력 있는 검시관과 두 강호 명문 문파의 수장들의 도움으로 사건은 실체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그 이면에는 열등감에 절어 있는 우문자청이 있었어요.

우문가의 방계 문가장의 우문자청은, 본가에 입양되어 우문가의 가주가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우문단은 여자란 이유만으로 가주일을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고, 아버지가 건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도 클리어합니다. 능력을 증명한 우문단은 당당히 가주가 되고, 우문자청은 닭 쫓던 개가 됐죠. 우문자청은 모든것이 우문단 탓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기괴한 사건을 일으켜 도성에 있는 우문단을 불러와, 무향현에서 살해할 계획을 세웠던 거였어요. 참... 허무하기 그지없죠?

물론, 우문자청이 사람들의 피를 모은 이유 중 하나는 송영에게 줄 약을 만들기 위해서였을 겁니다. 어찌 보면, 송영이 다치게 된 건 우문자청 탓이기도 합니다. 우문자청이 일으킨 수적 때가, 우문자청이 제조한 목식으로 송영을 중독시킨 거니까요. 하지만, 분명 우문자청은 송영에게, 다른 이에게 열지 않았던 마음을 보여줍니다. 후에 송영이 우문자청을 의심할 때에도, 학살자 답지 않게 머뭇거리죠. 그러나, 자신을 위해 오명을 뒤집어 쓰고 죽은 송영을 기회로 삼으려 했다는 점에서, 동정의 여지는 없어 보입니다.

전전반측 1부와 2부는 완전히 다른 풍의, 연결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전전반측 1부를 보지 않은 독자는, 전전반측 2부의 갈등을 잘 이해하지 못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전전반측 1부를 근거 삼아, 전전반측 2부의 분위기를 추측하셔도 곤란합니다. 물론, 전전반측 1부에도 패현왕의 반란군에 맞선 사건이 있었지만, 메인은 화와 섭청의 숨바꼭질 같은 연애담이었죠. 하지만, 전전반측 2부는 1부와 다르게 무겁고 진중하게 살인사건을 쫓습니다.

2부 이야기의 시작은 화와 섭청의 다툼입니다. 섭청을 포기하지 못한 화산파 장문인 설영은, 범죄 사건 해결에 지대한 공을 세운 대가로 섭청을 섬서성 관리로 보내 줄 것을 요구하죠. 하지만, 우문단은 그 요청을 거절하고,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섭청은 백옥을 세공해 설영에게 보냅니다. 하지만, 우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화는, 당연히 섭청이 자신을 위해 몰래 준비한 선물이라고 들떠하죠. 그러나, 그 선물에 진짜 주인을 알고 난 후 폭발합니다.

이유는, 1부에서 이어져 온 '설영'과 '선물'이라는 트리거 때문이었어요. 1부에서 섭청은 화 앞에서 무심결에 설영의 이름을 읖조립니다. 그리고, 화가 설영이 누구인지 묻자, 이화를 화의 연인으로 오해하고 있던 터라, 모난 마음에 대답을 피하죠. 그때부터 이화는 '설영'에 대한 질투심을 키웠어요.

그러다, 설영이 섭청에게 과일 사탕을 선물하자, 동굴 연공실 분노의 정사씬이 펼쳐집니다. 그 후, 천신만고 끝에 부부가 되지만, 그 후에 또 설영은 섭청의 생일 선물로 녹두고를 보냅니다. 그리하야, 비 오는 날 2차 대삐짐 사건이 발발하죠. 그러니, 2부 시작과 동시에 발발한 '백옥 선물 사건'은 3차 선물 사태라고 볼 수 있어요. 화는 섭청이 설영에게 선물을 준 이유 따윈 중요하지 않았어요. 결국, 섭청에게 변명의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할 말들을 뱉어 내죠.

더불어, 엽하와 정문의 팬심도요. 1부에서 천뢰검은 부패한 관리들을 타도하는 정의의 협객으로 나옵니다. 그리고 그 천뢰검의 정체는 섭청의 사매였던 엽하였고, 우문단은 자신을 죽이러 온 엽하의 능력을 인정해 중책을 맡깁니다. 하지만, 천뢰검의 명성은 여전한데 비해, 그 실체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으니, 우문자청 역시 자신이 일으킨 살인사건을 천뢰검의 소행으로 조작하려 합니다. 어차피 죽은 무향현 관리들이 정직하지도 않았고요.

그래서, 무향현에서는 천뢰검 굿즈가 대유행합니다. 덕분에 무향현 관리로 발령 받은, 원조 천뢰검빠 정문의 덕질은 호황을 맞이하죠. 그리고, 첫 사건을 훌륭하게 처리한 정문에게, 우문단은 선물인 듯 엽하를 정문의 호위이자 수사관으로 발령 내 줍니다. 정문이 성덕되는 순간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밖에도,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1부를 떠올릴 만한 소재나 인물은 자주 등장합니다. 2부를 먼저 읽고 1부를 읽어도 좋지만, 1부를 먼저 읽고 2부를 읽는 것이 더 풍부한 재미를 맛보 실 수 있을 거예요. 다만, 1부가 19세인데 비해 2부는 15세... 절륜 집착공 화와 순진 떡대수 섭청의 알콩달콩 스토리가 아쉬웠어요. 염병 첨병이 트레이드 마크인 화에게 사건을 쫓으라니... 참으로 가혹하죠. 3부가 나온다면, 화와 섭청의 달달한 애정행각이 듬뿍! 담겼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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