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20.12.04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미래의 존재를 지극히 불신하는 저 대신 목아가 그 존재를 강하게 믿고 있으니, 구태여 그 허상을 현실로 끌어와 깨뜨리고 싶지는 않았다. 누군가는 희망을 필요로 하고 저에게는 그 희망이 필요 없었으나 목아가 가진 희망은 그 영롱함 그대로 제 곁에 있었으면 했다.

그것이 오늘을 살아낸 연무강이 지켜내고 싶은 작은 것이었다.

point 2 줄거리

: 별호를 얻을 정도로 강한 대요괴가 다섯 있었다. 여와, 이량, 태선, 검선, 의선, 이 중 여와와 이량은 요마도에 빠졌고, 태선, 검선, 의선 셋만이 신선의 경지에 이른다. 창조의 권능을 지닌 여와는 150년 전 요마도에 들어, 인세에 요괴들을 뿌리며 살생을 거듭했고, 나머지 4명의 대요괴는 합심하여 여와를 멸했다. 그 후, 황실에 의해 아내와 자식을 잃은 이량은 살생을 저지르고 황실에 주술을 걸며 요마도에 빠지고, 남은 세 요괴는 그런 이량을 멸한다.

: 시간이 흘러, 어린 요괴에게 의술과 그림을 가르치며 선산에 조용히 살고 있는 의선은, 이량의 주술에 걸린 태자의 치료를 맞게 된다. 태자 무강은 의선의 제자가 되어 학당에 머물며, 귀찮은 요괴들을 떼어내기 위해 요괴들이 제일 싫어하는 의선의 건목 목아를 가까이 한다. 탈피가 늦은 목아는 흉한 몰골 때문에 따돌림 당하지만, 곧고 순한 성정을 가지고 있었다. 외롭던 목아는 무강과 지내며 즐거웠고, 무강은 목아의 맑고 고운 마음에 조금씩 마음을 연다.

전: 한편, 다시 태어난 여와는 오래 산 노요괴 만큼의 힘이 없었기에, 지옥에서 염라마 영백을 불러 복수를 계획한다. 동시에 노요괴를 멸할 운명을 타고난 인간인 무강의 뱃속에 자신의 요괴 구술을 넣은 이량은 어쩌다 영백과 친구가 된다. 여와는 모략을 꾸며 태선과 검선을 천운세가로 이끌고, 홀로 남은 의선에게 영백을 보낸다. 다행히 태선과 무강의 빠른 복귀로 의선은 살지만 큰 부상을 입고, 의선을 살리기 위해 무강은 요마독에 찌든 의선의 요괴구술을 품는다.

결: 의선은 긴 안면에 들고, 학당의 요괴들은 하산한다. 태선은 여와의 계획을 저지하기 위해 선산을 떠나고, 무강과 목아만이 학당에 남는다. 무강이 언제나 좋았던 목아와, 오로지 목아만을 '가진' 무강은 연인의 밤을 보낸다. 탈피가 끝나지 않아 함께 떠 날 수 없는 목아에게, 무강은 탈피가 끝나면 꼭 자신의 왕부로 찾아오라 당부한다. 목아는 알았다고 하고 약속하며, 실제로 찾아가기도 하지만, 끝내 무강을 만나지 않는다. 그 후 검선이 목아를 찾아 올 때까지...

point 3 진지충의 Review: ... 이런 느낌,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신작 캘린더를 보고, 기쁜 마음으로 4일 만리연가를 영접했죠. 하지만, 소개 페이지에 크게 적힌 "1부"라는 안내를 보고 멈짓 했습니다. 과연, 내가 완결이 아닌 이 글을 보고 2부가 나올때까지 참을 수 있을까? 차라리, 2부가 나오면 한꺼번에 보는 것이, 부족한 나의 인내력을 조금이라도 아낄 수 있는 방법이리라... 하지만... 결국은 참지 못하고, '만리연가'의 첫 페이지를 열고 말았습니다.

그리고, 분명 "1부"라는 사실을 알고 봤는데! 그것 때문에 망설이기까지 했는데! 3권 마지막 페이지를 보는데... 왜 당혹감과 배신감이 드는 걸까요? '텐시엘님... 정말 이렇게 절단신공... 어떻게 참으라고!!!' 독자를 배려하는 차원에서, 3권은 재미도 '중상'정도로 맞춰 주셨으면 좋았을 텐데... 3권 마지막 줄을 읽는데, 목아가 45도 각도로 상공을 바라보고 있는 비장한 시선과 함께, 보일리 없는 카페베네 문구가 보이고, 들릴리 없는 '커즈 유얼~' BGM이 들리더군요.

제가 텐시엘님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약하지만 곧고, 상처 입어 움추려도 지지 않는, 강한 "수" 때문입니다. 여기서 "곧다"는 스스로를 '지탱'하기 위한 곧음 뿐만이니라, 모호한 세상을 '바로 비출' 곧음을 말합니다. 그래서, 극강의 지위를 가진 "공"들이 이런 "수"의 면모에 감화 되기에 이르죠. 그런데, 그 모습이 단순히 '능력수'나 '외유내강수'의 차원을 떠나, 독자에게도 공감을 일으킵니다. 이런 시선, 시각, 해석이, 책 밖의 세상에서도 강한 끌림과 여운을 선사합니다. 정말 멋지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라, 많이 애정하고 있어요.

'만리연가' 목아 역시 텐시엘님 '수'다운 사랑스러움을 뿜뿜하죠. 하지만, '만리연가'는 이전의 다른 작품들에과 비교 해 볼 때, '공''수'에만 집중하지 않고 좀 더 다채로운 인물들로 시야를 확장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계관과 이해관계도 촘촘히 날실한 씨실처럼 맞물려 있어요. 게다가, 특유의 위트와 유쾌함이 녹아 있는 서술은, 무거운 줄거리에도 너무 쳐지거나 심각한 분위기를 만들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의선은 선산, 어린 요괴들이 아웅다웅 사는 학당에서 시작합니다. 하지만, 그 저면에 꼬인 실타래는 요마도에 빠진 여와로부터 이어지죠. 창조의 권능을 가진 여와는 모든 요괴의 어머니입니다. 당연히 4명의 대요괴 역시 여와에 의해 만들어졌죠. 하지만, 여와의 능력은 창조일 뿐, 창조 된 요괴들의 권능을 이길 수 없었어요. 그래서, 150년 전 인세에 요괴를 뿌리지만, 이미 도를 닦아 신선의 반열에 든 4명의 대요괴를 이기지 못하고 사라집니다.

노요괴가 일으킨 환란을 경험한 인간은, 그 4명의 요괴에게 감사함보다 두려움을 느낍니다. 이 때문이었을까요? 황실은 네 요괴 중 가장 순한 이량의 아내와 아이를 잔혹하게 죽입니다. 분노한 이량은 살생을 저질러 요마도에 빠져들고, 황제들이 더 이상 후사를 가질 수 없도록 주술을 걸죠. 태선, 의선, 검선은 이량을 멸하고, 이 것은 이 들 모두에게 큰 상처가 됩니다. 황가와 남은 대요괴의 관계는 회복 될 수 없을 정도로 멀어져요. 한편, 황가는 이량의 주술에도 불구하고 후사를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급한 마물과 통정하는 모멸감을 감수하고 황제의 씨를 이어가죠.

그러나, 이를 참지 못한 현 황제는 사랑하는 황후에게서 자식을 보기 위해 주술사를 부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섞여 든 이량에 의해 무강을 낳습니다. 무강의 탄생은 백성들에게 길한 징조로 받들어졌지만, 무강 자신은 죽음을 가까이 둔 일생을 살게 됩니다. 결국, 황제는 의선을 찾아가기에 이르죠. 이량은 황후가 황제의 씨인 무강을 낳게 해줬지만, 인간이 감당 할 수 없는 요괴구술을 넣어 독에 취하게 합니다. 이로 인해, 대요괴를 멸할 무강의 운명은 변합니다. 어쩌며, 이량은 자신의 힘과 생명을 걸고 누이들과 형을 지키려 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운명이랑 길을 바꿔도 가지가지 굽어 예상치 못한 길로 뻗어 나가는 법이죠. 의선은 명이 다한 무강을 살립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난 무강은 죽어가는 의선을 살려요. 인간 무강은 이량의 요괴구술이 뿜어낸 요마독에 의해 죽지 않았고, 대요괴의 요괴구술을 두 개나 몸에 품은채 요괴가 되었죠. 태자의 자리에 물러나 왕부로 나온 무강은, 인세의 황실보다는 요괴에 더 가까운 '무엇'인가가 됩니다. 그리고, 힘은 쎄지만 전투력은 0에 가깝고, 재주는 많지만 머리는 조금 맹한 나무요괴를 사랑해요. 집착 광공의 향기가 폴폴나는 무강이지만, 1부에서는 오로지 풋풋한 첫사랑의 연심만이 애절하게 나옵니다.

2부에서는 안타까운 이별을 해야만 했던 목아와 무강의 뒷이야기가..... 그려 질 리가 없죠!!! 뜨밤을 보내고, 오매불망 기다린 목아가, 실은 자신에게 도망쳐 숨아 버렸다는 사실을 알아낸 무강이!!! 그래서 의선바라기 검선을 협박(?)해 기어이 목아를 찾고 속여 왕부로 데려온 무강이!!! 어떤 미친 집착질(?)을 할지 심히 기대가 됩니다.

더불어, 1부를 통해 노출 된 장기말들의 행로에 귀추가 주목됩니다. 특히나, 1부에서 여와의 존재는 비교적 자세히 나오지만, 이량에 관해서는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또, 다섯 요괴의 대치인 줄 알았지만, 판세의 키는 운명이 몇번이고 뒤바껴 버린 무강이 쥐고 있을테고, 그 사패 소패 무강의 관심은 오로지 목아에게 향해 있으니, 실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는 탱탱볼 같은 상황이기도 하죠.

그래서... 언제 2부가 냐오나는 건데말이죠... 글쎄요... 이런 기분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좋은 작품을 읽어 기쁘고 감사한 한편, 무기약 2부를 기다려야 하는 막연한 절망감과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을!!! 이라는 원망도 드는데 말이예요. 저는 기다림를 설렘이라 부르는 감수성따윈 없습니다. 부디, 빠른 2부를... 어지럽단 말입니다! ㅠ.ㅜ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08/25 - [BL 소설] - [수인물/애절물] 광야 - 텐시엘

 

[수인물/애절물] 광야 - 텐시엘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10.31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걱정하지마. 무서워 할 거 없어. 우리 엄마는 등대야. 우리가 죽음의 강에 빠지기 직전에 빛을 밝혀주는 존재야." poi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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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05 - [BL 소설] - [할리킹/연예계/시리어스물] 찬란한 어둠 - 텐시엘

 

[할리킹/연예계/시리어스물] 찬란한 어둠 - 텐시엘

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6.11.11 분량: 본편 4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미련 한줌 안 남게 원 없이 뛰었다. 그렇지?" 에녹이 귓가에서 나지막이 웃으며 물었다. 정난우는 울 것 같은 얼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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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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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5.04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별것 아닌 내 농담에도 신이든은 금방 웃는다. 그리고 그 웃음소리를 들으면 나는 안심이 된다. 이렇게도 웃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걸 내가 발견해 냈다는 사실이 나를 벅차게 만든다.

point 2 줄거리

기: 신이든의 데뷔작이자 첫주연을 맡은 영화 <사인 랭귀지>는 칸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그 외에도 무수한 상들이, 연기자 신이든의 '가치'를 앞다퉈 증명하고 있던 중, 이든은 돌연 마약 스캔들에 휘말린다. 설상가상, 클럽 VIP룸을 아지트 삼아 모였던 동갑 연예인들에 대해 확인 되지 않은 악성 기사들이 줄지어 터지자, 이든은 여자친구 소영과 헤어진 채 군대로 도피했다. 그리고, 군대 휴가 마지막날 자신을 데리러 온 민규형이 교통사고로 죽으면서, 신이든은 혼자만의 세계에 완전히 갇힌다.

승: 3년의 시간이 흘러, 신이든은 주위의 간곡한 요청으로 <사인랭귀지>를 찍었던 감독의 신작 <레테:망각의 강>을 촬영하게 되고, 다른 주연 현서윤을 만난다. 자타공인 최고의 몸값을 자랑하는 슈퍼스타 현서윤은 신이든을 까칠하게 대하고, 신이든은 과거 '그 사건'과 함께 엎어진 영화<레드존>으로 인해 현서윤이 엄청난 빚을 지게 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신이든은 현서윤에게 사과하지만, 현서윤은 냉담한 태도는 바뀌지 않았고, 불편한 촬영은 계속 된다.

전: 하지만, 신이든의 완벽에 가까운 연기와 여리면서도 강하고 순수한 내면을 경험한 현서윤은, 묻어 둔 이든에 대한 덕심을 불태 운다. 그러던 중 빚에 쫒긴 현서윤이 용역일을 했다는 기사가 뜨고, 올곧은 이미지를 가진 서윤은 이중인격 배우로 언론의 공격을 받는다. 현서윤은 3년간 신이든을 가두었던 고통을 실감하고, 묵은 감정을 떨쳐낸다. 한편, 신이든은 <레테> 속 최기영을 연기하며, 죽은 민규형과의 제대로 된 이별을 할 수 있게 된다.

결: 현서윤은 민규형의 죽음으로 신이든이 난독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것을 목격하고, 연민과 연정을 느낀다. 이든 역시 자신의 재기를 물심양면으로 돕는 서윤에게 고마움보다 더 깊은 감정을 가지기 시작한다. <레테>촬영은 결말을 향해 달려가고, 동시에 서윤의 연심도 커져간다. 결국, 서윤은 신이든을 찾아가 고백하고, 신이든은 그런 현서윤을 받아준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달달한 연애를 즐기는 한편, 영화<레테>는 성공을 거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걱정 안 해도 돼.

'라스트 씬'은 2AM 소설입니다. 새벽2시, 머리가 아닌 심장이 열심히 일하는 고요의 시간, 그 때에만 빠져 들 수 있는 감성이 있습니다. 몸에 힘을 풀고 천천히 물 속에 잠수하는 것 처럼, 시각과 청각이 아닌 내 안에 감각과 감정에 집중 할 수 있죠. 새벽2시에 감수성을 지닌, 새벽2시에 읽을 때 가능 좋은, '라스트 씬'은 그런 이야기였어요.

신이든은 데뷔와 함께 스타덤에 오릅니다. 타고난 연기력과 집 안의 재력, 결혼까지 생각했던 여자친구 소영과 마음 잘 맞는 동갑친구들... 신이든은 모든 것을 가진 슈퍼스타였죠. 하지만 일찍이 인기를 얻은 그들은 수 많은 시선과 관심에서 벗어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클럽 VIP룸에 모입니다. 그리고 치킨을 양 손 가득 사오기도 하고, 피자를 시켜 먹고, 보드게임도 하며 시끌벅적하고 유쾌한 시간을 보내요. 이든은 유독 대본이 잘 외워지는 VIP룸 가죽 쇼파에서 죽치기도 하죠. 클럽 VIP룸에 모여 있는 그들을 보는 불온한 시선을 무시한 채, 주변의 만류 역시 듣지 않고 말이예요.

그러다 평소에 잘 찾지도 않던 보드카를 마신 날, 검찰은 이든과 소영을 불러 약물 검사를 합니다. 두 사람은 그저 의례적인 일로 가볍게 생각했죠. 하지만, 밖의 상황은 달랐습니다. 이든과 소영은 마약을 한 적 없고, 검사는 기소도 하지 않았지만, 연일 오르는 기사 속에서 둘은 이미 마약쟁이가 되어 있었죠. 그리고 클럽 VIP룸 친구들 역시, 하지도 않은 온갖 난잡한 추측들에 대해 항변 할 기회조차 얻지 못합니다. 이든은 만신창이가 된 소영을 두고 도망치듯 입대합니다. 더 이상 최악은 없을 것 같은 상황, 하지만 휴가 나온 이든이 술 취해 매니저 민규를 부른 날, 그런 믿음은 무너져요.

빗길에 미끄러진 차량에서, 민규는 이든을 보호하고 죽습니다. 자신이 민규를 죽였다고, 그렇게 속절 없이 무너지는 이든에게 민규의 친동생 봉규는 새로운 매니저가 되어 이든을 챙기기 시작하죠. 하지만, 이든은 용서 해 줄 민규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은 결코 용서 받을 수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이든은 <레테>의 주인공 최기영과 닮아 있습니다. 최기영은 돈을 벌며 야간학교를 다니는 고학생입니다. 그리고, 유일한 혈육인 누나의 공부를 뒷바라지 하죠. 누나는 공무원에 합격하고, 애인 김민중과 혼인 신고를 마치고 여행을 가요. 하지만, 도중 버스사고로 두 사람은 죽고, 기영은 죽은 누나의 유품에서 누나가 남긴 보험금과 일기를 찾습니다. 최기영은 누나의 마지막 여행, 그 행적을 따라 떠납니다. 그리고, 그 곳에서 김민중이 동생 김석중을 만나죠. 그리고 추억이자 속죄 여행에 동행합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보내기 위한 여정 말이예요.

이든은 억울 할 자격 조차 없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숨는 것 뿐이었어요. 하지만, 최기영이 된 이든은 말 할 수 있었고, 울 수 있었고, 떠날 수 있었죠. <레테>에서 최기영이 누나에 대해 그랬듯, 현실 속 이든은 민규형에 대한 기억을 찾아갑니다. 그리고 민규에게 했어야 했지만, 하지 못한 말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자신이 죽인 민규형이 아니라, 자신을 살리기 위해 죽은 민규형에게 "형, 이제 ...걱정 안 해도 돼."라고 말이예요.

이든은 여리면서도 강하고, 순진하면서도 요망해요. 그 사건 이후, 클럽 VIP룸 친구들은 모두 한국을 떠나 공부 하거나 새로운 직업을 찾죠. 소영은 연예계를 떠나 디자이너가 되고, 모델이었던 의건은 사진작가 되요. 하지만, 이든은 두꺼운 암막 커튼을 치고 틀어 박힐 지언정, 한국도 연예계도 떠나지 않습니다. 그 곳에 남아 민규의 가족들을 책임지겠다고 약속하고, 또 그렇게 행동합니다. 자신감 없이 기어들어가는 목소리일지언정 서윤에게도 피하지 않고 용서를 구하죠. 이든이 잘 못한 것은, 너무나 편했던 VIP룸을 자주 찾았던 것, 비오는 날 사고차량에서 살아 남았다는 것 뿐일지라도 원망하지 않습니다.

그런 이든이었기에, 서윤은 사랑에 빠집니다. <사인 랭귀지>를 몇 십번씩 돌려보며 배우를 꿈꿨던 서윤은, 우여곡절 끝에 성덕이 되죠. 도도하고 차갑던 그는, 대형견공으로 진화합니다. 물론, 견종이 '댕댕이'는 아니지만요.

저의 몇 안 되는 금기 중에 하나, '새벽에는 메일을 쓰지 않는다.'입니다. 꼭, 그 다음날 아침에 읽어보면, 발송 버튼을 누른 손가락을 부러트리고 싶을 정도로 민망함이... 쿨~함을 지향하는 낮시간에, 그 감정과잉의 흔적들을 본다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입니다. 온 몸이 철판 위에 마른 오징어처럼 말리는 것 같죠.

하지만, 그래도, 저는 언제나 그 잉여로운 감성에 허덕이고 싶습니다. 물론, 돌뿌리 처럼 튀어 나온 설정오류, 비문, 오타, 캐붕, 그리고 공감부족으로 인해, 올연히 빠진다는 것이 그렇게 쉽지만은 않습니다. 그때, 새벽의 힘을 빌리죠. 물론, 평일은 좀 힘들어요. 쿨~한 낮이 아니라 멍~한 낮은 절래절래랍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10/21 - [BL 소설] - [시대물/동양풍/애절물] 농담 - 조우

 

[시대물/동양풍/애절물] 농담 - 조우

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3.31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 ​ point 1 책갈피 ​ ​ "... 물처럼 그치지 않고, 산처럼 흔들리지 않고, 그렇게 연모하게 해 달라고... 소원을 빌었습니다." ​ 날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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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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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B&M

출간일: 2019.05.08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속마음이 입 밖으로 흘러나온 것도 모르고 은형은 말갛게 태범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상체를 완전히 기댄 탓에 높은 코끝이 턱 아래에 닿았다. 태범의 턱에 단단히 힘이 들어갔다.

짧은 숨을 내쉰 강태범이 얇은 허리를 감싸고 천천히 밀었다. 덕분에 은형의 발뒤꿈치는 바닥에 닿았지만, 뒤로 물러나며 태범의 목을 붙잡는 바람에 이제는 코끝이 맞닿았다. 정은형은 눈을 깜빡거리며 강태범의 눈동자를 보았다. 지금 막 생각난 말이 입 밖으로 툭 던져졌다.

"진짜 나를 좋아하면 어떡하지?"

"말했잖아."

"생각 안 나."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가 입꼬리를 살짝 말아 올렸다. 아래로 내리 깔린 태범의 눈동자가 은형의 얼굴을 바삐 담았다. 얼마간의 침묵이 흐른 뒤에 낮은 목소리가 은형의 귓속을 파고 들었다.

"좋아해 줘."

"......"

"나 좀 좋아해 줘, 은형아."

point 2 줄거리

기: 잘 생기고, 공부도 운동도 잘하는 인싸 강태범과 이불 밖은 위험한 앗싸 정은형은 베프다. 같은 대학, 같은 과, 같은 집, 심지어 듣는 수업도 모두 같을뿐만 아니라, 어디든 붙어 다닌다. 하지만, 이 들의 속 사정은 좀 다르다. 강태범에게 정은형은 공부시켜 대학까지 합격시킨 짝사랑 상대였고, 정은형에게 강태범은 고등학교 시절에는 자신을 방셔틀, 부하로 부리다가 대학생이 되고 나서야 부하 같은 친구로 승격시켜 준 무서운 친구였다.

승: 사실, 일찍이 자신의 성향을 깨달은 은형에게 태범은 첫사랑이었다. 반면, 태범은 은형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어느날 태범은 장난을 치는 은형을 위압적으로 대하고, 은형은 갑자기 변한 태범을 무서워하며 그만 좋아하게 된다. 하지만, 은형과 계속 같이 있고 싶었던 태범은, 은형과 같은 대학을 가기 위해 은형을 공부시키고, 체력을 보충시키기 위해 아침 운동과 먹을 것을 챙겨 준다. 물론, 은형에게는 모두 태범의 괴롭힘 일 뿐이었다.

전: 은형은 태범 몰래 입대를 하고, 제대 후 태범의 노력(?)으로 태범과 동거하게 된다. 은형은 본격적인 게이 라이프를 즐기기 위해 게이바를 가고, 그곳에서 대학동기인 박원진을 만난다. 한편, 은형이 게이인 줄 모르는 태범은 원진과 게이바를 다니는 은형이 여자친구가 생겼다고 오해를 한다. 그 사이 원진은 은형을 꼬시지만, 은형은 뒤늦게 난 춤바람에 본 목적(?)을 잊는다. 태범의 마음 고생은 점점 심해지던 어느날, 은형은 게이라는 사실을 들킨다.

결: 태범은 바로 은형에게 고백하지만, 은형은 노멀인 태범이 게이인 자신을 놀린다고 생각하다가, 태범의 신체적 변화(?)를 목격하나서야 고백의 진실성을 믿어준다. 하지만, 첫사랑 태범의 갑작스러운 태도 변화를 경험한 적 있던 은형은, 태범을 선뜻 받아드리지 못한다. 태범은 묵묵히 직진하고, 술에 취한 은형은 고등학교 시절 태범에게 받았던 상처의 기억들을 토로한다. 태범은 은형에게 용서를 구하고, 오해를 푼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그 날, 그 한마디

'오래된 오해'는 정말 제목에 충실한 소설입니다. 주제이자, 소재이자, 줄거리이자, 심지어 메세지까지 '오해'로 함축하죠. 은형과 태범의 시점이 무차별적으로 섞여 있어, 두 사람 사이에 발생하는 오해들을 병렬적으로 보여줍니다. '오해인 것 같은데...' 추측 할 수 있는 여지를 조금도 남겨 두지 않아요. 그래서, 고조감과 긴장감은 거의 없는 편입니다.

장점은 삽질물 치고는 목막힘이 적고, 달달함이 많다는 거예요. 은형의 시점에서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태범을 피해다니게 되는 사건이, 바로 태범의 시점에서는 눈물겨운 희생의 스토리였다는 것을 알 수 있죠. 단지, 챕터나 섹터가 별도로 나누어 져 있지 않은채 시점이 섞여 있기 때문에, 다소 번잡해 보일 수는 있습니다. 게다가, 큰 줄기는 '오해로 삽질해 온 두 사람이 오해를 풀고 서로에 대한 오랜 사랑을 확인 하는 것'이지만, 에피소드로 전개 되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이야기가 낱알처럼 흩어지는 느낌입니다.

그래서! '오래된 오해'의 감상 포인트는, 그냥 이 삽질 자체를 귀엽다! 깜찍하다! 풋풋하다! 즐기셔야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폼리스'에 희운이가 술 먹고 하는 요망짓만 모아 놓으면 '정은형'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물론, 희운이가 처한 극한 상황이나 흥미진진한 사건 전개가 없다보니, 아무래도 매력은 좀 떨어지는 감이 있었습니다. 단짠과 단단의 차이랄까요.

태범과 은형의 관계에서, 태범은 늘 손해만 봅니다. 하지만, 태범의 희생과 배려에도, 은형은 늘 괴롭힘 당한다고 생각하죠. 그 갈림길의 시초는 고등학교 교실, 사소한 장난으로 폭팔한 첫사랑의 혼란이었어요. 단 하루, 한 순간, 태범이 도망쳐버린, 은형이 태범을 무서워하기 시작한 날 말이예요.

태범의 시련은 그 날 하루 은형의 손목을 세게 쥐고, 밀친 죄의 대가로는 가혹했을지도 모릅니다. 태범은 은형을 공부시키기 위해 함께 과외를 하고, 다닐 필요 없는 과학 학원도 다녔죠. 이미 취미인 운동으로 넘치는 체력을 가지고 있지만, 공부 할 체력도 없는 은형을 위해 매일 새벽 일어나 은형을 깨워 운동을 시킵니다. 그리하여 8등급 은형을 기어이 명문대에 합격시키고만 기적을 일으킵니다. 그런 태범이 은형을 챙겨 먹이고, 어지르기 바쁜 은형의 뒷 정리를 하는 것은 너무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릅니다.

물론, 태범이 좀 더 솔찍했더라면, 태범의 속 앓이는 좀 더 일찍 끝낼 수 있었겠지만, 결국은 그 하루에 대한 대가를 치루지 않을 방법은 없었을 거예요. 은형이 게이이고 심지어 태범이 은형의 첫사랑이라는 것 역시 밝혀 진 후에도, 태범은 은형과 사귀지 못합니다. 은형은 늘 다정하게 웃어주던 태범이 폭력을 휘두를 것 처럼 무시무시한 기운으로 자신을 위협했던 순간을 기억해요. 그리고 은형은 다시 그런 일을 겪고 싶지 않았어요. 혼자 좋아했던 그 시절보다, 서로 좋아하는 지금, 돌연 사나워지는 태범의 변화가 더 큰 상처로 남을 것이 분명했기 때문에 말입니다.

태범은 자신이 그 날 도망치지 않았다면, 5년의 기나긴 오해는 시작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을 깨닫습니다. 후회의 눈물을 흘리죠. 다행히, 은형은 태범의 셔틀로 살았던 불우한 학창시절의 기억을 가볍게 드러냈고, 태범은 켜켜이 쌓인 오해를 한 장씩 풀고 용서를 구합니다.

그 날 이후 갈래길에 나뉘어 진 채 점점 멀어지던 두 사람은, 다시 하나의 기점에서 새롭게 출발합니다. 연인이 되어서요.

가끔 천청벽력 같은 사건을 맞닥드릴 때가 있습니다. 부지불식 간에 들이 닥쳐 무슨 사태인지 파악하기 전에, 나의 멘탈을 탈탈 털고 폭풍처럼 지나가는... 정신이 들면 떨리는 손으로 소주 한 잔을 쥐고 있죠. 물론, 기가 빨린 그 날은 생각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원인인지 따져보면, 의외로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 시초가 되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뭔가 삐그덕거리는 사소한 불협화음, 그 이후 같은 사건을 겪어도 해석이 다르고, 그래서 다른 감정이 쌓이게 되죠. 그 발전 과정은 예측 할 수 없습니다. 태범이 본인의 배려와 인내를 은형이 괴롭힘으로 여기고 고통 받았을 거라고 상상이나 했을까요?

알 수 있는 건, 그 '시초'뿐입니다. 살짝 불편하고, 달그닥 거리는 마음을 무시했던 그 날, 그 한마디가 긴 시간이 지나면 불어난 눈덩이가 일으키는 산사태처럼 재난이 되곤 합니다. 춤바람 난 은형을 기다렸던, 태범에게는 눈에 핏줄서도록 지옥같았던 밤처럼요.

외전에서 태범은 그 날로 돌아가는 꿈을 꿉니다. 그리고, 태범은 바로 은형에게 사과하고 고백하죠. 물론, 꿈에서 깨어난 태범 옆에도, 은형은 사부작거리며 한껏 귀여움을 난발하고 있습니다. 같은 결말이지만, 그래도 꿈 밖에 33살 태범은 꿈 속 17살 태범에게 머리를 쥐어 박으며 이렇게 소리치고 싶지 않았을까요. "너는 하루 용기를 못 낸 값으로 5년의 행복을 놓쳤다! 멍청아!"라고요. 멍충수와 더불어 멍충공 키워드도 추가해야 한다고 봅니다.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0/08/04 - [BL 소설] - [현대물/피폐물] 폼리스(Formless) - 원리드

 

[현대물/피폐물] 폼리스(Formless) - 원리드

출판사: BLYNUE 출간일: 2020.05.13 분량: 본편 3권 ​ ​ point 1 책갈피 ​ 자잘한 유리 조각들은 천장에 달린 화려한 조명을 반사하며 눈이 부실 정도로 반짝거렸다. 희운은 그게 좀 이상하다고 생각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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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블리스

출간일: 2020.10.01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이리 오렴."

헤리엇은 작은 고양이에게 손짓하며 다가 오라고 속삭였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느라 몸을 둥글게 말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작은 아이는 감각이 뛰어난 모양인지 본인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경계하면서도 헤리엇에게 다가왔다. 물그림자 속에 집어삼켜질 것처럼 어린 날의 엔저가 조금씩.

어린아이는 조금 소심해 보였다. 하지만 아주 아름답고 빛나는 루비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걸 본 헤리엇은 눈을 휘면서 활짝 웃었다.

"나는 궁금했어.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봐."

"전부 선배가 만든 거죠??"

엔저 맥과이어는 손을 뻗어 헤리엇의 하얀 얼굴을 잡고 격정적이고 난폭하게 입술을 부딪쳤다. 얼굴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났다. 목구멍으로 엔저의 피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럼에도 엔저는 너무나도 황홀하다는 듯 어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헤리엇. 나의 신."

헤리엇은 사랑이 궁금했다.

point 2 줄거리

: 땅에는 인간들이, 바다에는 인어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들의 대표 단테 막심의 아들 알시타가 타고 있는 거대 무역선이 동쪽바다 인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단테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인어들은 잔혹하게 그 배를 침몰시킨다. 많은 인간들이 죽고, 분노한 단테 막심과 인간들은 인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군병기로 출전한 헤리엇은 동쪽 바다의 인어들로부터 큰 승리를 얻어내지만, 한 쪽 꼬리를 크게 다치고 조절능력을 잃게 되어, 군에서 쫒겨나 변방 시골로 좌천된다.

승: 초능력자들을 모아 놓은 군부 아카데미, 그 시절부터 헤리엇을 사모했던 엔저는 인어들과의 전쟁에서 단연 두각을 들어내는 전쟁 영웅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단테 막심은 그 공로를 등에 업고 20년간 장기 집권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단테는 잔인한 인체실험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성공한 군병기 헤리엇을 자신의 초능력인 정신지배로 세뇌한 뒤, 인질 삼아 엔저를 이용했다. 엔저는 헤리엇에겐 온갖 변태짓을 다 하면서도, 한편으로 단테를 칠 기회를 벼른다.

: 그러던 어느날 헤리엇이 있는 시골로 인어들의 대표 앤이 찾아와 알시타의 유언을 전해 준다. 그리고, 길고 험난한 인간과 인어와의 전쟁이 모두 단테의 음모와 계략이었고, 인어들의 무역선 침몰은 조작이며, 알시타 역시 단테에 의해 죽은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알시타를 사랑했고, 알시타와 함께 헤리엇을 입양했던 제이든의 도움으로, 헤리엇과 엔저는 엔저의 보좌관인 안쉘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

결: 우여곡절 끝에, 단테의 악행을 밝히고 선거를 통해 안쉘을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이든이 죽고, 단테가 인어와 낳은 아이가 알시타이며, 알시타의 친아들이 헤리엇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단테 막심은 자신을 버린 인어를 원망하며 인어를 말살시키고자, 자신의 손자인 줄도 모르고 헤리엇에게 끔찍한 실험을 했던 것이었다. 안쉘은 고군분투하며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엔저와 헤리엇은 늘 그렇듯 둘만의 세계에서 행복하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무엇을 느끼고 있습니까?

'루비를 삼킨 인어'를 연재로 보았던 계절은 여름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저는 제가 더위를 먹어서, 뭘 잘 못 본 줄 알았습니다. 그간, 꾀나 많은 변태물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자만이 지나쳤습니다. 원래 일탈을 모르는 모범생은 술만 마시면 '과음'이라고 하지만, 물과 술을 구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음주란 생활인 것을요. '과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재하죠. 그렇습니다. 진짜 변태들 사이에서는 '변태적' 행위 자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잘 모으고, 잘 빨고, 잘 듣고, 잘 보여 주는 것이 '변태적'이라 생각하셨다면, 아마 그 사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공중 댄스씬에 버금가는 공중 정사씬과 더불어, 삐짐을 부르는 정액과 가장 로맨틱한 도청기를 감상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것은 '이 곳'에서 만큼은 참신도 높은 부류가 아님을 다시 한번 꼭!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병맛 코믹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단행본을 물론, 외전까지 나온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현실은 아니고 '그 곳'에서의 현실을 다룬 다큐죠. 단순히 비정상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정상적 일상을 누렸어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과 인어들의 '현실'이 '단테 막심'일가에 의해 어떻게 통제 되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단테 막심은 '정신 지배' 초능력과 대중들을 선동 할 수 있는 화술,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정치력을 사용해서 인어를 몰살 시킬 계획을 세우고, 은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실행하죠. 그리고, 단테 막심의 아들 알시타는 선의와 우정으로 그런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며 인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다 죽고, 그런 전말을 알지 못하는 단테 막심의 손자 헤리엇이 그 꼬인 실타레를 끊어내는 이야기죠. 삼대의 걸친 사건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비를 삼킨 인어'에 '변태'적 인물과 '심각'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엔저는 헤리엇에 대해 절대적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헤리엇은 엔저만은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헤리엇은 알시타의 친자이지만, 헤어져 고아원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제이든과 알시타에 의해 입양 되었을 때 헤리엇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죠. 그런 헤리엇을 알시타는 애정과 관심을 다해 돌봐 줍니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게 여기지 않도록, 언젠가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예요. 하지만, 알시타를 태운 무역선은 침몰하고, 사랑하는 알시타를 잃은 제이든이 실의에 빠져 정신을 놓은 사이, 헤리엇은 실험실 차가운 수조 속에 갇혀 버리죠.

인어의 피를 가진 헤리엇은 그 잔인한 실험에서 살아 남지만, 머리가 하얗게 새 버릴 정도로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웅크리고 지친 몸을 물 속에 띄우고 있을 때, 루비를 박은 듯 빛을 내는 고양이를 보게 되죠. 그때 헤리엇이 느꼈던 감정은 분명 사랑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 힘을 써서 이룬 하나의 소망이 흔한 것, 쉬운 것, 값싼 것일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바람, 그 것이 꼭 그 고양이이길 바라는 희망, 그 희망이 이루어 지길 바라는 간절함, 헤리엇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속삭이죠. '나를 사랑해봐' 그 세뇌가 어린 고양이에게 꼭 삼켜 질 수 있도록...

그리고, 엔저는 그 뒤로 헤리엇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서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 자체에 대해서 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죠. 그리고 엔저는 훗날 헤리엇이 자신에게 '사랑하라'는 세뇌를 걸었다는 암시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엔저는 헤리엇을 사랑한 적이 없고, 헤리엇도 엔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걸까요?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을 주제로 한 모든 문학 작품에 주된 갈등 소재로 등장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내 옆에 있는 커플도 이런 이유로 싸우고 있죠. "정말 날 사랑하는게 맞아?"라고요.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지 논한다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왜 존재 하는지, 왜 태어나서 죽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이 빵도 밥도 떡도 주지는 않지만, 분명 이런 질문들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와 깊이를 넓고 깊게 해 줄테닌까요. 하지만, 정답을 바라고 시비를 따지는 일은 정말 어리석은 일 입니다. 저는 '순수한 사랑' 역시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보지 않으면 보고 싶고, 울고 있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웃고 있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배고플까 생각하면 걱정이 되고, 오늘 먹은 점심 메뉴는 잊어버려도 당신에 대해서 들은 것은 조금도 흘려듣지 않게 되는 것... 그런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알고 있지 않나요? 엔저는 세뇌의 사실을 깨닫고 사랑하는 헤리엇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나의 신의 실체를 찾았을 뿐이고, 헤리엇 역시 꿈 속을 걷는 고양이가 덩치 큰 후배가 되었을 뿐이었죠. 그런 마음을 부를 단어는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느끼는대로 행동하면 그건 동물이지!" 저 고등학교 다닐 때, 담임 선생님이 입버릇 처럼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런데, 자주 쓰는 감각은 발달 되는 거 알고 계시나요? 흔히 눈치라고 말하는, 부정적 시그널도 사회생활의 소산이죠. 그런데, 정작 내가 느끼는 수 만가지 긍정적인 감정은 그 순수성을 따지며, 의심하고 계산하며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상이고 상식적이지만 잿빛 세상을 살아가는지도요.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헤리엇보다 더 느끼고 살고 있는 것은 맞나요? 변태적 행위는 노노노지만, 그래도 그 원인이 '무감'이라면 조금은 슬퍼 질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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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8.10.04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네가 가슴만 안 만지게 했어도 너 좋아하는 거 평생 몰랐을걸."

point 2 줄거리

기: 윤강우는 소꿉친구 남대영의 긴급한 호출에 그의 방으로 찾아간다. 대영은 대뜸 자신의 부푼 가슴을 만져 보라고 시키고, 대영은 대영을 만지며 우유를 흘리는 그의 가슴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병원에 가기 무서웠던 대영은 강우에게 일주일만 기다렸다가 병원에 가겠다고 약속하고, 강우는 그 동안 대영을 도와 주기로 약속한다.

승: 대영의 가슴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우유가 흐른다. 어느날 외부라 수습 할 수단이 마땅치 않았던 강우는 대영의 가슴을 빨아 우유를 마시고, 그렇게 우유를 제거해주면 한 동안 흐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 한 두 사람은, 틈틈히 그 활동(?)을 반복한다. 그러면서 강우는 대영을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전: 강우는 대영에게 고백하고, 대영은 아주 잠깐 거부하지만 곧 강우를 보면 얼굴이 붉어지는 자신을 발견한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그간 연애 경험이 많았던 강우는 대영에게 적극적으로 스킨쉽하고, 대영도 곧 잘 강우를 따라간다. 대영은 일주일이 지나 병원을 가지만, 특별히 심각한 진단이나 주의사항을 받지 않고 온다.

결: 젊고 건강한 두 대학생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이것이... 바로 하이퍼 리얼리즘?

리뷰를 쓰기 전에 이렇게 아무 생각이 없는 작품은 처음입니다. 저는 책을 덮고 나면, 뭔가 골몰해 집니다. 작가님이 의도하신 바일수도 있고, 그저 제가 꽂힌 것일 수도 있겠지만, 요는 뭐든 생각이 많아 진다는 거죠. 그런데, 이 책을 다 읽었음에도, 마치 백지와 같은 이런 상태가 참으로 생경합니다. 분명, 달달한 일상물, 소꿉친구에서 연인으로 변하는 플롯이 결코 드문 클리셰도 아닌데 말이예요.

줄거리는 한 줄로 요약 됩니다. 공은 첫 만남부터 소꿉친구에게 특별히 끌렸으나 사랑이라 인지하지 못 했으나, 그 친구의 신체적 변화를 계기로 깨닫고 연애하는 이야기!

그 친구의 신체적 변화는 가슴이 커지고 젖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인데... 이것에 스토리를 반전 시킬 장치라고 생각했지만, 말 그대로 그냥 그런 현상입니다. 오메가버스도, 판타지고, 심지어 시한부도 아닙니다. 더불어, 이로 인해 다른 신체적 변화를 연쇄적으로 발생시키거나 기존 인간관계나 사회적 위치를 위기로 몰아 넣지도 않습니다. 심지어 병원에 가지만 특이 사례로 주목 받지 않지조차 않죠. 평범히 걸어 가서, 평범히 걸어 나옵니다.

그냥, 어느날 가슴이 부풀과 우유가 나오는 소꿉친구의 가슴을 보다가, 아! 두근두근거리네! 내가 얘를 친구가 아닌 이성으로 좋아하는 구나! 너도 나 좋아하지! 사귀자! 하고 꽁냥꽁냥...

수가 공의 누나를 잘 따르고, 수의 집 부모님이 재정적으로는 지원하되 수를 돌보지 않는 사정이라든가, 그래서 수가 공의 부모님에게 아들처럼 여겨지는 것... 이 무엇 중 하나라도 갈등의 요소가 될 거라고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갈등은 발생하지 않습니다. 누나도, 수의 부모도, 공의 부모도 아무것도 하지 않거든요.

그래, 뭐 수의 신체변화나 가족, 친구들의 관계 변화는 없다고 하더라도... 공과 연인이 되기까지, 뭔가 과정이 있겠지? 싶었지만... 공이 고백하고, 잠시 머뭇거리던 수는, 곧 공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본인도 깨닫습니다.

공은 잘 생겨서 인기도 많고, 여자친구도 있었죠. 그런 공은 어릴때부터 수에게 접근하는 사람들은 본인이 먼저 끊어버렸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집착인지도 모르고 태연히 다른 여자친구를 사귀며 절륜남으로 성장합니다. 수는 어릴 때부터 칭찬 받기 위해 책을 열심히 읽고, 수석으로 입학해서, 친구도 사귀지 않고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만 하며, 공과만 친하게 지냅니다. 그런데, 어느날 공이 고백하자, 가까이서 봐왔던 그의 연애사에 대한 불쾌함이나 공의 성향에 대한 큰 의문점을 가지지 않고, 공을 받아드려요.

뭐... 사귀는 과정까지는 순탄해도, 이렇게 다른 공과 수가 연애를 하는데, 맞춰 나가는데 여러 사건들이 발생하겠지? 싶었지만... 공은 전혀 거부감 없이, 틈만 나면 쪼물락거리기 바쁘고, 수 역시 처음임에도 별 거부감 없이 잘 느낍니다. 중간에 공이 다치기도 하고, 공의 친구들도 만나지만, 어떤 후속 사건의 계기가 되지 않습니다. 그냥, 스쳐지나가는 사건이죠.

그래요. 이게 바로 극현실주의, 하이퍼리얼리즘 아니겠습니까? 그냥 어느날 몸에 변화가 생길 수 있지만 적당히 조절하며 살아가고, 어느날 뜬금없이 연인이 생기지만 별다른 사건 없이 사랑하고, 내가 생각보다 적응이 빠르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는 생활... 기승전결은 없고, 그럭저럭 살게 되는 잔잔, 평범한 일상들 말이죠.

분명, 공이 수를 아끼는 달달물은 맞긴 한데... 원래 짜고 쓴 음식 뒤에 먹었을 때 달달함이 극대화 되는 거잖아요. 엄청 싱겁지만, 굳이 맛을 따지자면 단맛에 가까운... 그런 핫초코를 한 잔 마신 기분입니다. 음... 오늘 전화로 열변을 토한, 제 친구의 '어제 겪은 이야기'가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아요.

뭐.. 백포백은 읽어주는 것이 인지상정이니, '새로운 유형의 소설과의 조우'라고 생각해야겠죠?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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