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코미코

분량: 본편 67화 + 외전 3화

 

 

 

 

 

 

 

 

 

 

 

 

 

 

 

 

point1: 한 컷

코미코

 

point2: 줄거리

기: 유지환이 있는 JS 디자인 팀 신입사원으로 고등학교 동창 현호채가 입사한다. 지환은 고등학교 심각한 집단폭행에 지속적으로 시달렸고, 자퇴 후 유학을 갔다. 그리고, 그 최초 선동자가 바로 현호채였다. 지환은 처음에 현호채를 피하다가, 곧 심술을 부리며 괴롭히기 시작한다. 하지만, 현호채는 여유롭게 받아 넘긴다. 그러던 어느날 진심으로 자신을 피하던 지환에 욱한 호채는 힘으로 지환을 누르고, 과거의 공포가 떠오른 지환은 팀장의 도움으로 패션쇼 협력차 장기출장을 가게 된다.

승: 하지만, 그곳에서 고등학교 단찍인 주상욱과, 자신을 괴롭힌 임유성을 만난다. 임유성은 비열하게 지환을 괴롭히지만, 지환을 돕기 위해 온 호채에 의하 실패로 돌아간다. 호채는 지환에게 용서를 구하고, 과거부터 좋아했었다고 고백을 한다. 지환은 호채를 용서하고 연인이 된다. 한편, 지환을 뽑고 한국지사로 보낸 오영하 이사가 한국 지사에 돌아온다. 오영하는 지환을 좋아하지만, 호채와 달달한 연애 중인 지환을 그저 바라보기만 한다. 그러던 중 지환은 큰 실수를 하게 되고, 오영하는 그 책임을 지게 된다.

전: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정신질환이 재발한 지환은 호채를 피하고, 호채는 불안함을 느낀다. 그러던 중 약에 취한 지환이 오영하를 호채로 착각하게되고, 이를 본 호채는 지환을 난폭하게 다룬다. 호채는 과거에도 현재에도 자신은 지환을 상처입히는 존재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고, 지환에게 이별을 고한다. 한편, 지환과 호채에게 복수를 벼르던 임유성은 지환을 폭행하고, 호채를 찌른다. 둘은 입원을 하고, 지환이 눈을 떴을 때 호채를 찾을 수 없었다. 지환은 회사를 그만두고, 집에서 폐인처럼 지낸다.

결: 오영하는 그런 지환에게 함께 독일에 가자고 하지만, 지환은 거절한다. 그리고, 우연히 모교를 방문한 지환은, 호채가 그린 자신의 초상화를 발견한다. 지환은 과거 호채가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았지만, 맞물려 악화되어 있는 관계를 회복하지 못하고, 결국 호채를 괴롭게 만들고자 죽었다고 거짓말을 하고 자퇴를 했다. 우여곡절 끝에 모든 오해의 발단이 된 수학여행지에서 둘은 재회한다. 지환은 호채에게 사랑을 고백하고, 두사람은 아품을 딛고 다시 연인이 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굴림수' 연구원, 이그린!

이름은 '그린'이고, 작가 캐릭터에는 푸릇한 새싹이 피어 있지만, 수를 굴리는 것을 보면... 네, 대단한 작가님입니다. 가끔 이그린님의 '수'는...작가님이 한 사람이 처할 수 있는 고통스러운 상황을 얼마나 철저히 연구하면 이런 굴림수가 나올 수 있나?란 생각이 듭니다. 그럼에도 이그린님의 굴림수들은 은근히 굳세고 강한 면모를 가지고 있죠. 아이러니한 것은, 이 작품들 모두가 서정성이 매우 높다는 것입니다. 극도의 피폐한 삶을 사는 굴림수가 있음에도, 촉촉한 감정선이 유려하고 간드러지게 묘사되어 있어 애절함이 피폐함보다 더 강하게 느껴집니다.

현재 연재 중인 '골든 그레이'에 그레이가 그나마 가장 원만한(?) 굴림수라고 볼 수 있습니다만, 실험체로 만들어져 재벌승계를 위한 도구로 이용되죠. 반면에, 최강 극한의 굴림수는 '화관의 사막' '키릴'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족은 공이 다 죽이죠, 온갖 고문은 다 받고 사창가에 끌려가 비참하게 살다가 마약에 쩔어서 기억이 변조 되죠, 숲에서만 살 수 있는 신체임에도 공이 숲을 모두 태워버려 고통에 시달리며 죽음을 기다리죠, 수는 공이 만든 새장에서 사는데, 공은 결혼합니다. 마지막엔 변조된 기억이 부분적으로 돌아오는데... 작가님 컨디션 난조로 시즌1을 급하게 마무리 된 뒤 시즌2가 나오지 않아 어떻게 됐는지는 모르겠습니다.

그리하여, 완결이 난 작품이 '연애의 공정성'뿐이기에 중등도 굴림수 지환에 대해서 이야기 해보고자 합니다.

지환과 호채는 서로 첫눈에 호감을 느낍니다. 수석입학, 키크고 잘생긴데다, 힘세고 돈많은 호채는 지환에게 자랑스러운 친구였죠. 반면에 무심한 부모님의 방치에 제대로 된 애정을 받지 못하고 자란 호채는, 첫사랑 지환에 대한 감정을 어찌 표현해야 할지 모릅니다. 호채는 지환이 다른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이 화가나고, 누군가와 부딪치기라도하면 타인과 살을 맞댔다는 것이 못견디게 불쾌합니다. 호채의 집착이 나날이 심해지던 와중, 호채는 우발적으로 지환에게 키스를 해요. 놀란 지환은 호채를 피하고, 호채는 난폭해집니다. 그리고, 수학여행지에서 상욱과 키스하는 지환을 발견합니다.

폭팔한 호채는 지환을 괴롭히고, 호채가 무서웠던 반 친구들은 지환을 피합니다. 그리고, 보호해 줄 사람 하나 없던 지환은 비열한 임유성 무리에게 너무 쉬운 먹이가 됩니다. 지환은 끔찍한 학교 폭력에 시달리면서도, 호채와 관계 회복을 위해 학교를 나오지만, 무의미하고 괴로운 1년이 지나고 결국 지환은 자퇴를 선택합니다. 그리고, 죽었다고 거짓말을 합니다. 호채는 지환이 죽었다는 사실을 듣고, 미쳐서 정신병원에 가게 되요.

이렇게 불행한 과거가 있다면, 성인이 된 후로 보상 해 줄 법도 한데, 진정한 굴림은 계속됩니다. 호채는 삼촌이 팀장으로 있는 팀에 지환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입사를 준비합니다. 때리고, 욕하고, 비난해도, 그저 지환이 살아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용서를 빌겠다고 다짐하죠. 하지만, 눈앞에 자신을 피하는 지환을 볼때마다 참을 수 없는 폭력성이 깨어나요. 지환은 호채와 연인이 된 후에도, 그런 거친 호채를 무서워합니다.

설상가상 임유성이 나타납니다. 하... 이 타지않는 쓰레기는 무엇인가, 최소한의 연민조차 느껴지지 않는 진정한 악역입니다. 성공하기 위해 눈이 먼것도 아니고, 불행한 가정환경을 가진 것도 아니고, 그냥 자신이 무시했던 최약체가 꿈틀거리는 것을 참을 수 없으면서 강자에게는 손이 발이 되게 비는 강약약강의 전형입니다.임유성은 지환을 만나자마자 학교폭력 피해자라는 사실을 떠벌립니다. 패션쇼에 나갈 지환 회사 신발은 다 찟고, 과거 지환의 옷 벗기고 오줌 싸질렀던 사진 터트린다고 협박하죠, 정말 가지가지 합니다. 그것도 먹히지 않으니, 창고에 묶어 놓고 때리고, 택배기사인 척 집에 들어가 강간하고, 경찰에 끌려가는 순간까지 호채를 찌릅니다.

이렇게 구르고 또 뭐가 있냐구요? 예, 또 있습니다. 호채는 지환보다 먼저 깨어나 지환의 병실을 찾아가고, 지환의 부모는 그런 호채를 비난하고 탓합니다. 그 모습을 본 호채의 삼촌이자 지환의 전 팀장은, 부모에게 사랑받는 지환과 함께 할 수록, 부모에게 한톨의 관심도 못받으며 자란 호채가 불쌍해 질거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호채를 애타게 찾으며, 무릎꿇고 매달리는 지환을 냉정하게 쳐내버리죠. 다행히, 호채를 만나 힘들게 서로 용서하고 동등한 연인이 되지만...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지환의 부모에게 들킵니다. 아버지는 분노해서 지환에게 손지검을 하죠. 지환은 호채에게 도망치고, 거기에 또 화난 아버지는 지환의 집을 팔고, 그 안에 모든 물건을 폐기해 버립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가족에게 버림받아요.

그럼에도 지환은 호채에게 청혼합니다. 거친 호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드리죠.

굴림수가 구르는 이유는, 약하기 때문일 겁니다. 하지만, 이 정도 되면 정말 약한것이 맞는가 의심하게 됩니다. 누가 뭐래도 '연애의 공정성'에 진정 최강자는 지환이라고 생각합니다.

굴림수 장인 이그린 작가님! '화관의 사막' 시즌2 언제나오나요? ㅠ.ㅜ 굴림수의 해피엔딩을 보지 못하면, 커피 쏟은 치마 입고 일하는 것 같은 찜찜함이 느껴집니다. 2시간의 긴 코스요리에 마지막은 늘 달달한 디저트로 끝나죠. 해물이든 육류든, 짠것이든 매운 것이든, 마무리는 달달해야 깔끔하게 식사가 종료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어서 행복해진 키릴과 칼을 보여주세요! 외전에서 지환과 호채가 꽁냥꽁냥 재밌게 사는 것 처럼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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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

출간일: 2015.08.18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아무것도 모르면서!"

굳은 표정으로 마사히코가 소리쳤다.

"애완동물이라면 옆에 있는 것만으로 만족했을 테지. 하지만 넌 다르잖아. ... 섹스를 좋아하잖아."

덜컹 소리를 내며 소파에서 일어섰다.

마사히코가 놀라 한걸음 뒤로 물러났다. 아키사와는 그대로 무릎을 굻고 바닥에 네 발로 엎드렸다. 그리고 주인에게 복종을 맹세하는 종처럼 마사히코의 운동화 끝에 입을 맞추었다.

"날 거세해도 좋아."

"너... 무슨 소릴 하는 거야."

"난 정말 애완동물로도 충분해."

곁에 있는 것 그이상, 더이상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 이 사랑을 되찾을 수만 있다면, 뭐든 할 수 있다. 뭐든 참을 수 있어. 떨면서, 울먹이면서... 아주 조금이나마 그 손을 내밀어 준 마사리코가 사랑스러웠다. 애뜻해서 견딜 수가 없다. 목 위로 미적지근한 물방울이 떨어졌다.

마사히코는 '나도 구제불능이지만, 너도 머리가 이상해.'라며 빨개진 눈가를 팔로 가렸다.

point 2 줄거리

기: 떠오르는 수제 악세서리 브랜드 CRUX의 창업자인 형 마사히코 마사미츠와 동생 쿠스다는 CRUX 전속 모델을 찾지만, 쉽지 않았다. 어느날 드라마DVD를 보던 쿠스다는 아역 연기자 아키사와 카이토를 보고 관심을 갖지만, 성인이 된 아키사와는 영화감독 도몬 요이치과 다툰 후 변변치 않은 역만 전전한 패배자로 살고 있었다. 좌절한 남성을 이미지로 작업하고 있었던 마사미츠는 그런 아키사와에 영감을 받아 슬럼프를 끝내고, 다사다난한 작업이었지만 아키사와는 CRUX 모델을 계기로 제기에 성공한다.

승: 한편, 연기 천재인 아키사와는 역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사회성도 전혀 없는 '날 것' 그 자체로, 쉽게 폭주해서 다루기 어려웠다. CRUX 모델로서 물의를 일으켜 화제가 되는 것 만큼은 막고 싶었던 쿠스다는, 도몬 요이치와 다투는 아키사와를 달래기위해 우발적으로 키스를 한다. 쿠스다가 자신을 좋아한다고 착각한 아키사와는, 쿠스다에게 욕구와 애정을 숨기지 않고 급발진 고속질주를 멈추지 않는다. 그런 아키사와에게 휩쓸려 얼떨결에 쿠사다는 그의 연인이 된다.

전: 아키사와는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처럼 쿠스다에게만 의지하고, 자제 없이 쿠사마를 탐한다. 그런 비정상적인 행동을 힘들어하면서도, 쿠스다는 순수한 아키사와의 애정에 아키사와를 좋아하게 된다. 그러던 중 오키나와에 촬영 중이던 아키사와의 스캔들이 터지고, 추궁하는 쿠스다에게 아키사와는 여자 배우와 잤다는 사실을 당당하게 말한다. 화가 난 쿠스다는 연락을 끊고, 아키사와는 촬영을 때려치고 도쿄로 온다. 아키사와는 오키나와라 안 가겠다며 쿠스다를 협박하며 공항 화장실에서 강제로 안는다.

결: 결국, 쿠스다는 아키사와에게 이별을 통보한다. 흥분한 아키사와는 쿠스다를 폭행하고, 감금한채 강간하고, 낯선사람에게 쿠스다를 강간토록 시킨다. 다행히 쿠스다는 아키사와의 매니저에게 구출되지만, 트라우마가 생기고, 죽은척 아키사와를 속이고 뉴욕으로 떠난다. 연기자로 성공한 아키사와는 3년 뒤, 쿠스다를 찾아 뉴욕으로 간다. 쿠스다는 아키사와를 거부하고, 아키사와는 다시 찾아오지 않겠다고 약속한채 떠난다. 하지만 그 후 매일 사과 편지를 보내는 아키사와를, 결국 쿠스다는 용서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COLD HEART 시리즈'는, 토오루에 든든한 아군이자 조언자인 쿠스다가 주인공인 'COLD 시리즈'의 스핀오프 작품입니다. COLD 시리즈 Short story에 나온 후지시마와 토오루의 나체 사진 포스터가 히트하면서, CRUX 포스터 모델이라는 것이 주목받는 자리가 됩니다. 반면, 회사가 커지고, 큰 관심을 받으면서 '사장'으로서 부담을 느낀 마사미츠는 '디자이너'로서 위기를 맞습니다. 마사미츠는 나이가 들어가고, 트렌드는 빠르게 바뀌어가죠. 그래서 마사미츠는 자신과 함께 나이 들어가며 변하는 디자인처럼, 함께 나이들어 갈 CRUX 전속 모델을 찾습니다. 그리고 절망적인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표현한 이번 시즌 작품에 어울리는 아키사와가 선택 되죠.

아키사와는 천재적 재능을 가진 연기자였지만, 일찍이 연기를 시작해서 제대로 학교를 다니지도 못했고 주변에 변변한 인간관계도 없었어요. 원초적이고, 본능적인 아키사와는 '인간'으로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합니다. 도몬 요이치의 방해로 오디션에 줄줄이 낙방하지만, 그런 아키사와는 연기 이외에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고, 아키사와를 이해해 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죠.

반면, 쿠스다는 전형적인 '사교형' 사람이었어요. 후지시마와의 대화처럼, 토오루나 아키사와 같은 천재적 재능은 없지만, 그들을 빛나게 해주는 훌륭한 보조자였죠. '그' 토오루마저 마음을 열게 만든 이해심 갑, 인성 갑, 사회성 갑! 그런 쿠스다는 자신의 감정을 숨기고 타인을 배려하는 것이 몸에 밴 사람이었죠. 자신이 무엇을 원하는가 보다는, 무엇이 가장 원만한 해결책인가에 따라 움직입니다.

본능에 충실한 아키사와, 양보가 삶 그자체인 쿠스다... 참 상극의 만남이죠. 천재를 다루는 작품에서 등장한 갈등은 일상성을 벗어나 신선하고 흥미로운 반면, 결론을 맺기위해 갑자기 '그' 천재가 인간성을 회복하는 캐붕이 일어나기 쉽죠. 그런면에서 'COLD HEART 시리즈'에서 쿠스다 캐릭터는 신의 한수였다고 생각합니다. 아키사와 역시 노력으로 변할 수 없는 것 처럼, 쿠스다 역시 바뀔 수 없는 본질이 있습니다.

'폐를 끼치지 않는다.' 정확히 '양보'와 '배려'라기 보다는, 일본 문화 특유의, 교육 된 금기라고 할까요. 왜 아키사와의 폭주를 단호히 제지하지 못하고 받아 줄 수 밖에 없었나? 왜 아키사와를 신고하지 않고 도망 갈 수 밖에 없었나? 왜 아키사와를 피하고, 또 용서 할 수 있는나? 모두 정말 그런 쿠스다다운 결정이었다고 수긍가게 만들죠.

아키사와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COLD HEART 시리즈는 읽으면서 무라카미 류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 가 생각이 났어요. 자기상실 상태에서 바닥으로 곤두박질 친 젊은 영혼들에게 남은 것은 질주하는 본능 뿐이죠. 왜 질주하는 본능이 섹스와 마약 밖에 없냐! 무라카미 류의 소설이나 한국 영화 '청춘'처럼 젊은이들의 방황을 다룬 작품들을 많이 받는 비판이긴 합니다. 뭐... 그런데 깊은 무기력과 내가 누군지 모르겠는 불안, 그래서 뭘 해야하는 지도 모르겠는 방황하는 자아들이, 폭식이나 폭면을 선택하긴 힘들지 않을까요. 상실감을 덮을 수 있을 만큼, 더 강한 쾌락을 쫒아야 하는 원초적 동물들의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키사와는 타인의 역할에 완벽히 빠져 연기 할 수 있는 천재 연기자지만, 그런 연기자 아키사와는 이해 받지 못합니다. 누군가를 연기하지 않는 아키사와는 초라하고, 겁이 많고, 늘 아버지에게 야단을 맞죠. 그렇게 많은 사람이 되어 살 수 있는 재능을 가졌으면, '아키사와'로 사는 방법은 알지 못합니다. 아키사와는 어떻게 행동할까? 어떻게 생각할까? 무엇이 아키사와다운가? 오로지 '그 사람'만은 제대로 연기 할 수 없습니다. 아키사와에게 아키사와의 삶은 혼돈 그 자체였죠.

상식적인 쿠스다를 대하는 비상식적인 아키사와를 보면, 정말 뭐 이런 미친놈이 있나 싶습니다. 개아가공도 유형을 달리한다지만, 이건 정말 밑도 끝도 없는 벽창호가 따로 없죠. 그런데, 아키사와는 정말 최선을 다해 쿠스다를 사랑합니다. 때리고 싶어도 참고, 오키나와를 가기 싫어도 가고, 용서 할 수 없는 일이어도 용서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사랑은 할 줄 알아도 '소중히 여기는 법'은 알지 못한 아키사와는 결국 쿠스다를 놓치고 맙니다. 그건, 아키사와가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결국 도달 할 수 밖에 없는 실패였죠.

가끔, 청춘의 방황을 다룬 소설을 읽으면, '비극은 피 할 수 없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사람은 '그 사람'이기 때문에 결국 실패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단지, 실패 할 수 있는 상황이 나타나는 시기만 다를 뿐이죠. 저 역시 그렇습니다. 고통스러운 실패를 하고 되돌아 보면, 그건 '나'이기에 피할 수 없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로지 실패를 통해서만, 너무 익숙해서 직시 할 수 없었던 나의 '근본적 결함'을 발견하죠. 차이는, 그래서 계속 생긴대로 사느냐? 사람은 바뀔 수 없다지만 그래도 바뀌려고 노력하고 사느냐?인 것 같습니다.

아키사와는 바뀔 수 없지만, 그래도 노력합니다. "날 거세해도 좋다." 아키사와는 '본능'을 포기하고 '본능이 아닌것'을 선택하죠. 아이는 언제 어른이 되는가 묻는다면, 저는 '포기하는 법을 배울 때'라고 답하고 싶습니다. 그건 체념이라기 보다는, 내 안에 있는 것보다 내 밖에 더 소중한 것이 생겼다는 것이고, 그것을 갖는 법을 알고 있다는 의미 일테니까요.

도서 후기에 코노하라 나리세 작가님이 남겨 주신 코멘트 처럼, 1년 뒤에는 쿠스다의 트라우마도 사라졌으면 좋겠습니다. 실패하고, 아파하고, 시도하고, 성공하는 스토리를 보고 싶은 독자1의 희망입니다.

아! COLD HEART시리즈에서 쿠스다에게 조언하는 토오루를 보면 정말 뿌듯합니다. 토오루... 그 이후에도 행복하게 잘 사는 구나. 주변을 돌아보고, 소신을 가질 정도로 안정되었구나... 상황은 심각한데, 묘하게 흐뭇해진달까요. 토오루와 후지시마... 정말 아끼는 이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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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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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6.07.1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어쩌면......

"그러니까 같이 가요."

꿈결같은 목소리 하나가 맴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네."

"밥 다 먹고."

"네."

"제가 사 온 파이도 먹고."

"아......네"

어쩌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생각하기를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알거야.' 미소는 그렇게 말했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언제, 어떻게 알 수 있게 되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생선 냄새가 다 빠져나가지 않은 자그마한 방 안에서, 몇 달이나 봐 왔는데도 여전히 자신을 조금쯤 어색해 하는 듯 보이는 덤덤한 남자의 얼굴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문득 알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은,

미처 몰랐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서승혁은 조직 보스의 동생인 김경우가 저지른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복역했다. 출소 후 조직이 있었던 건물로 찾아가지만,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곳에는 '서정 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히 승혁에게 우산을 씌워 준 사람이 그 책방의 주인 서정이었고, 그 인연으로 승혁은 책방에서 일하게 된다. 전과자인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편안한 쉴 공간을 준 사람... 서승혁은 서정을 좋은 사람이라고, 고마워하고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사랑이 된다.

승: 대기업 재벌3세 서정은 탐욕스러운 집 안 권력싸움에 신물을 느끼고 도망친다. 그리고, 도망친 곳에서 술집 여자 윤미소를 만난다.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는 미소와의 만남은 지속되고, 미소는 서정에게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서정이 편안한 삶을 원하는 미소를 위해 책방을 준비하는 사이, 미소는 잔인하게 살해 되어 쓰레기처럼 버려졌고,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무마되었다. 서정은 복수를 위해 끔찍히 여긴 아버지 사업을 돕고, 그 범인 후보 중 하나인 서승혁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전: 서정은 서승혁이 윤미소와 애뜻한 남매관계였고, 미소를 죽인 김경우에게 이용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승혁은 윤미소가 죽었고, 자신이 뒤집어 쓴 범죄가 그 살인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서정은 그런 서승혁을 위로해 준다. 한편, 서정은 김경우가 밀엽꾼에게 잔인하게 죽었고, 그 밀엽꾼은 서승혁을 버린 친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승혁에게 계속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서정은 김경우가 죽었다는 것 이외에 모든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서정은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 한편, 서정의 약점을 찾고 싶었던 그의 사촌은 책방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서승혁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퍼트린다. 서정은 증거인멸을 위해 책방을 불태우고, 그 장면을 본 서승혁은 충격을 받는다. 서정은 책방을 불태우게 된 이유와, 서승혁에게 마약과 도박장을 하고 있으며,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고백한다. 그런 서정조차도 좋았던 서승혁과, 그런 승혁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서정을 뜨밤을 보낸다. 서정은 집안의 권력구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고, 승혁은 북카페를 새로 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본격적 독서 권장 BL소설! 김모래님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이 맘때면 꼭 한번씩 재탕하게 되는 책입니다.

승혁은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김경우에 괴롭힘과 집단따돌림을 경험했죠. 우직하고, 순하기만 승혁을 챙긴 건 승혁의 누나 정승희뿐이었어요. 정승희를 좋아했던 김경우는 조직 두목인 형을 만나고, 고아원에서 승희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죠. 그리고, 승희는 승혁이 함께가는 조건으로 김경우를 따라갑니다. 김경우는 승희에게 집착하면서도, 승희를 이용해서 술집을 운영하고, 승희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승혁을 눈에 가시처럼 여깁니다. 승희에게는 승혁이 인질이었고, 승혁에게는 승희가 인질이었죠. 불행했던 남매는 이곳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합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승혁은 승희가 술집에서 일하기 위해 만든 가명이 '윤미소'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김경우가 승희를 돌봐주겠다는 말만 믿고, '윤미소'의 살인죄를 뒤집어 쓴 채 감옥에 가게 되죠. 고아원에서도, 김경우의 꼬봉으로 일하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승혁은, 교도소에서 처음 책을 읽게 됩니다. 교도소 내 작은 도서관, 사서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독서는 승혁의 인생을 '서정적'이게 만들죠.

출소 한 후 서정 책방에 일하면서, 승혁은 헌책방을 체운 책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서정이 추천해 준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서정을 떠올리고, 책을 낭독하는 서정의 목소리를 즐기게 되죠.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에는 여러권의 책이 나옵니다. '어린왕자'나 '빈 집'처럼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책들도 있지만, 스치는 듯 분위기를 형성하는 책들도 제법 나옵니다. 책 속에 '책'인 셈이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는 마음으로 보면, 종이 냄새와 창으로부터 밀려드는 빛 속 둥둥 떠다니는 책먼지가 연상되요. 하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이 중요하다면 다소 텐션이 떨어지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책'이라는 것이 승혁과 서정의 간접적 연결고리가 됩니다. 만약, 승혁이 교도소에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무리 갈 곳이 없어도 '책 방'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 승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서정은 승혁을 '범인 후보'로만 여겼을테니까요. 교도관 사서가 조언대로 승혁은 계속 책을 읽었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던거죠. 물론, 승혁과 서정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 승희에 관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혁은 몰라서 불행하지 않고 서정은 숨겨서 얻은 평화를 누렸으니까 좌우지간, 해피엔딩입니다!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책의 한 구절 처럼, 책 속 주인공들은 사랑을 한 후 '서정적'이 됩니다. 암울한 현실이 장밋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죠. 승혁과 서정의 삶은 조금도 서정적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정적 연애를 하고 있어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당신의 단단하고 안락한, 그 작은 세계 속에서, 세상 이토록 서정적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커버 문구처럼, 서정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승혁의, 승혁에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서정의 세상은 서정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정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서정시'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련하고 아련한, 미려한 단어들로 나열 되어있는 '시'말입니다. 가을이면, 시를 읽고 싶은 이유는, 한해의 끝자락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에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바람에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내 세계를 서정적이게 만들기 위해서요.

승혁도, 서정도 없는 현생에 대체품인 셈이죠. 물론,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16 - [BL 소설] - [캠퍼스물/일상물/달달물]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 - 김모래

 

[캠퍼스물/일상물/달달물]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 - 김모래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6.26 분량: 본편 2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진짜 맞으면서 운동했어요? 이제는 그런 거 없어진 줄 알았는데." ​ 사진 보는 도중 프레임에 걸려 있는 선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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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현대지능개발사

출간일: 2013.10.11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강해지고 싶어..."

중얼거리며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끌어 안았다.

"나는 강해지고 싶어."

누구에게도, 무엇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로 강해지고 싶어. 도망치는 게 아니라 싸울 수 있게 되고 싶어.

내 마음에 이기고 싶어.

그리고 언젠가 토오루의 기억이 돌아와 자신의 곁을 떠나는 날이 온다 해도..., 상대방의 행복을 빌 수 있는 자신이 되고 싶어. 이 마음을 강한 힘으로 바꾸고 싶어.

어머니와 얘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무서워했건만 다시 한 번 마주 서 보기로 한 것이다. 동정이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토오루와 함께 있는 거라고 말하자. 계속 이 남자를 좋아했었다고 말이다.

경멸을 당해도 그것이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이다.

'용기를 주세요.' 후지시마는 자신에게 생각지도 못한 행복을 선사한 신에게 기도했다.

어떤 것에도 맞설 수 있는 용기와 받아드릴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모든 것을 드러내고 사랑할 수 있는 용기를 주세요.

후지시마는 연인의 손을 잡아 자신의 가슴에 갖다 댔다.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세게, 아주 세게 눌렀다.

point 2 줄거리

COLD Sleep:

타카히사 토오루는 기억을 잃은채 병원에서 깨어났다. 곁에는 자신과 같이 일한 적 있는 친구라 말하는 후지시마 케이시가 있었다. 후지시마는 퇴원한 토오루를 집에 데려와 보살핀다. 후지시마는 토오루에게 사진 전문학교 입학을 권유하지만, 토오루는 그것이 '과거의 토오루'를 강요하는 것 같아 거부감을 느낀다. 토오루는 자신의 과거를 알기 위해 이전에 살았던 집과 직장을 찾아가고, 자신이 다혈질에 폭력적이었다것, 카메라를 좋아해 전문학교 진학을 준비했다는 이야기와, 자신을 찾는 여자가 있다는 소식을 듣는다.

과거를 알고 싶어하는 토오루와 그런 토오루를 이해하지 못하는 후지시마는 다투고, 토오루는 집을 나온다. 다시 집에 돌아왔을 때, 술에 취한 후지시마는 토오루에게 키스를 한다. 토오루는 그것이 싫지 않았고, 오히려 후지시마가 좋아하는 케익에 질투 할 정도로 좋아지기 시작했다. 한편, 토오루는 단 것을 좋아하는 후지시마를 위해 양과자점 '포트'에서 매일 케익을 사오고, 그 인연으로 '포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제빵을 배우게 된다. 그러던 어느날 한 여자가 자신을 찾아와 칼을 휘두르고,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대신 그 칼에 찔린다.

그리고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입원한 병원에서, 자신이 교통사고 가해자이며 그 여자의 동생을 죽였고, 후지시마가 그의 대부분의 재산을 사용해 사고를 무마한채 자신을 데리고 도망쳤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토오루는 그 여자에게 용서를 빈다. 그리고 토오루는 후지사마에게 '진실'을 묻고, 후지시마는 토오루가 자신을 싫어했다고 말한다. 후지시마를 싫어했던 기억을 잃어서 다행이라는 토오루에게 후지시마는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COLD Light:

후지시마는 유서깊은 기모노 기업 '나기류'의 장녀 치에코의 장남으로 태어난다. 능력을 인정받아 데릴사위가 된 아버지는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고, '후지시마 혈통'에 집착이 심했던 어머니는, 병약한 그녀의 오빠 야스아키와 통정해 후지시마를 낳았다. 후지시마는 어머니의 광적 집착 속에 끔찍한 통제를 받으며 비정상적으로 성장한다. 한편, 아버지는 어머니에게 복수하기 위해, 피가 섞이지 않은 토오루를 양자로 입적하고 어머니는 토오루를 학대한다. 초등학생이던 토오루는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 본가로 숨어든다.

후지시마는 그런 토오루를 발견하고 숨겨준다. 그 후 매일 밤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찾아오고,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친동생처럼 보살펴 준다. 하지만, 어느 순간 후지시마의 토오루에 대한 감정은 이성적인 성애의로 변하고, 참지 못한 어느날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만진다. 토오루는 그런 후지시마를 밀치고 도망친다. 그 다음날 치에코는 토오루의 별채에 들이닥쳐, 후지시마가 준 물건들을 훔친 도둑이라며 토오루를 무차별 폭행한다. 후지시마는 뒤늦게 어머니를 말리지만, 학습된 공포로 경직된채 토오루를 돕지 못했다. 그 후 토오루는 기숙사제 학교로 보내진다.

고등학생이 되어 돌아온 토오루는, 행패를 부리며 후지시마를 때린다. 하지만, 아버지가 죽고 자신의 출신의 비화를 듣자 곧 후지시마가를 떠난다. 홀로 사는 토오루를 후지사마는 찾아가지만,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때리고 말을 들어주지 않는다. 토오루가 교통사고 난 후에야 후지사마는 토오루를 볼 수 있었다. 토오루는 후지시마 퇴원 후 계속 연인이 되어 달라고 조르지만, 후지시마는 거부한다. 토오루는 자신을 경멸하고 있고, 기억이 돌아 온 후 '지금의 토오루'에게 사랑받은 기억을 가진채 버려지는 것이 두려웠다.

한편, 후지시마는 토오루와 쇼핑 중 전 부인과 딸을 만난다. 이를 오해한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유부남이라고 생각하고, 그에게서 독립하려한다. 하지만, 이사 당일, 전 부인으로부터 토오루의 거처를 알게 된 치에코는 집으로 찾아와 난동을 부린다. 토오루는 후지시마의 거짓말을 눈치채고, 후지시마가 도망 칠 수 없도록 열혈히 구애한다. 후지시마는 어차피 괴로울거면 함께 있자고 말하는 토오루에게 항복한다. 두사람은 애뜻한 연인이 되어, 잔잔하지만 사랑이 넘치는 생활을 한다.

COLD fever:

그 후 6년 뒤, 토오루는 기억을 되찾고 6년간의 기억을 잃은채 깨어난다. 혼란을 느낀 토오루는 길거리로 뛰쳐나가고 난동을 부리다 경찰서에 가고, 후지시마에게 인도된다.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경계감을 숨기지 않는다. 후지시마는 6년간의 기억이 없는 토오루에게 파티셰로 호텔에서 일했다고 알려준다. 토오루는 자신과 다르게 붙임성 좋고, 상점가의 아이돌로 귀여움을 받으며, 쿠스다라는 이상적인 친구를 가진 '6년 전 토오루'에 대해 낯설어한다. 한편, 자신을 보살펴주는 후지시마에게 조금씩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토오루는 사진전문학교를 다니기 시작한다.

어느날 토오루는 우연히 후지시마의 책상서랍에서 '6년간 토오루'의 사진을 본다. 그리고, 후지시마와 자신의 정사사진을 발견하고, 과거 후지시마의 배신을 떠올리며 분노에 떤다.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심하게 폭생하고, 가위로 성기를 자르려 한다. 그 후 토오루는 매일 후지시마를 폭행하고, 마치 자위도구인듯한 모욕적 성행위를 후지시마에게 강요한다. 후지시마는 토오루의 분노를 기꺼이 감내한다. 그리고, 후지시마가 회사여행을 떠난 날, 키노시타 사토코란 여자가 토오루를 찾아온다.

그녀를 통해 토오루는 자신이 6년전 교통사고의 가해자이고, 후지시마가 자신을 위해 한 일을 알게 된다. 한편, 전문학교 여자인 친구와 집에 있는 토오루는 본 후지시마는 토오루의 독립을 제안한다. 토오루는 불안함에 후지시마를 강간하려하고, 후지시마는 '토오루'에게 도움을 청한다. 후지시마가 사랑하는 '6년 전 토오루'를 지우고 싶었던 토오루는 책상 속 사진을 모두 버리고, 후지시마는 그 사실을 알고 좌절한다. 집에 돌아온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없는 것을 발견하고, 공포를 느껴 찾아나선다.

공원에 홀로 앉은 후지시마를 거칠게 안으며 바라 본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자신이 아닌 '6년간 토오루'만을 바란다고 생각한다. 토오루는 폭주하여 자신의 목을 조르며 자해한다.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6년간 토오루'인 척 할테니, 자신의 곁에 있어달라고 간절히 빈다. 후지시마는 토오루를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그 후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극도의 분리불안을 느낀다. 어느날 토오루와 후지시마는 함께 바다를 보러 가고, 후지시마는 토오루 앞에서 단 한장 남은 '6년간 토오루'와의 사진을 태운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심연을 마주보다.

이 감정을 어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코노하라 나리세 'COLD 시리즈'는 저의 BL입문작이자 인생작입니다.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2004년-5년 즈음 으로 기억합니다. 우연한 기회로 COLD fever를 보게되었고, 충격을 받았죠. 그간 접해보지 못한 새로운 이야기였거든요. 저의 BL life 첫사랑입니다.

하지만, E-book 'COLD시리즈'는 오타가 심하게 많아요. 저도 '오타의 여신'이라는 별명을 가질 정도로, 오타를 잘 발견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돈 받고 파는 책이라고는 상상 할 수 없을 정도에, 웃어 넘길 수 없는 오타 천지인 책을 보니, 훌륭한 내용을 너무 많이 훼손하는 것 같아 정말 속상합니다. 단적으로, '책갈피'에 해당하는 단락에서도 오타가 두 개나 있었답니다. 'COLD HEART 시리즈'에는 회사이름도 오타가 납니다. 절레절레예요.

'COLD시리즈'는 아소우 미츠아키님이 작화한 만화책으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소설을 작화하는 경우에 생략과 편집이 발생 할 수 밖에 없고, 연출력이 부족하면 원작 기대치가 있는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아소우 미츠아키님의 'COLD시리즈'는 코노하라 나리세님의 소설과 다른 감동을 줍니다. 같은 내용이지만 다른 메세지를 읽을 수 있어, 저는 두 가지 컨텐츠를 모두 접해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소설'과 '만화'의 다른 감상에 대해서는, 후에 아소우 미츠아키님의 'COLD시리즈'를 별도로 리뷰 하도록 하겠습니다.

"괴물과 싸우는 사람은 이 싸움에서 괴물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만일 네가 오랫동안 어떤 심연을 들여다보면, 심연 또한 네 안으로 들어가서 너를 본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선과 악의 저편'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BL리뷰하다가 니체가 왠말이냐! 토오루를 보니 생각이 나더라고요.

'나답다.'라는 것이 실존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장소, 어떤 상황, 어떤 사람에 따라 다르게 표출되지만, 나는 어떤 '본질'적인 나라는 부분이 있을거라고 말이죠. 대학생 까칠수가 이세계로 넘어가도 까칠한 황후가 되는 것 처럼요. 빈민가에서 태어났을 때와, 재벌가에서 태어났을 때의 성격과 습관은 다르지만, 결국은 '나 다운' 자아로 수렴한다고 말입니다.

"자신에 관해서 많이 이야기 하는 것은, 자신을 숨기기 위한 하나의 수단 일 수 있다." 역시 '선과 악의 저편'에 나오는 니체의 말입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쩌면 '나'의 본질을 알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라는 이미지를 만들고자 하는 노력일지 모릅니다. 파란색을 좋아하고, 단음식을 싫어하고, 건방진 사람과 친해지지 않는다. 그런 사람이 '나'라고 믿는 것은, 세상에 나의 일부를 정착시키는 것 같은 안정감을 느끼게 하죠.

그러면, 진짜 토오루는 누구일까요? 여자의 얼굴에 담배 연기를 내 뿜으면서 폭력을 휘두르고, 요리는 전혀 하지 못하면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하는, 후지시마에게 배신 당해 절대 그를 용서하지 못하는 토오루가 진짜일까요? 6년간의 토오루는 환상이고, 6년 뒤에 기억을 찾고 본래의 토오루가 된 것 뿐일까요? 왜 기억을 잃은 토오루는, 후지시마에게 배신당 했던 이야기를 듣고도 그를 여전히 사랑 할 수 있었고, 식빵하나 제대로 못 굽는 똥손이 호텔 파티셰가 되어 프랑스 연수까지 갈 수 있게 된걸까요? 상황이 달라져 토오루가 밝아 질 수는 있겠지만, 정말 본질적인 부분까지 기억과 상황에 따라 변할 수 있을까요?

'피투'와 '기투'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존주의 철학에 나오는 말인데, 사람은 누구나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는 겁니다. 태어났는데 그냥 세상에 있다는 거죠. 이것이 '피투'이고 그래서 그저 살아가는 사람을 '비인간'이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사람은 이성을 통해서 스스로를 세상에 주체적으로 던 질 수 있는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합니다. 이런 '기투'를 통해서 사람은 비로서 '인간'이 되죠. 깊이 들어가면 '자살론'으로 넘어 갈 수 있기 때문에, 여기서까지 하겠습니다. 제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자신의 심연을 마주할 의지'입니다.

꽃이 그 자리에서 피는 건, 바람의 세기와 씨의 무게가 그 자리에 떨어 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일거예요. 분명히, 나의 많은 부분들 역시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져 있을 겁니다. 토오루는 호스티스 어머니에게서 태어나길 선택하지 않았고, 방치되서 영양실조에 걸리길 원하지 않았을 거예요. 하필이면, 연락 간 곳이 후지시마의 아버지였고, 연고도 없었던 그는 복수심 하나로 토오루를 호랑이 굴로 데리고 옵니다. 토오루는 아버지를 찾아 왔지만, 아버지는 보지도 못하고 외딴 별채에서 목욕도, 세탁도, 청소도 할 수 없이 최소한의 밥만 제공되는 가축과 같은 생활을 하죠. 모두 토오루가 거부 할 수 없었던 것들이고, 이는 토오루를 숨박이는 외로움 속으로 몰아 넣습니다.

토오루가 증오심을 느낄 대상은 많습니다. 하지만, 용서 할 수도, 무뎌지지도 않은 상처는 오로지 후지시마 뿐이었죠. 토오루는 자신을 방치한 친모지만, 돌아가게 해달라고 아버지를 찾아갑니다. 자신을 이런 집에 데리고 오고 만나주지 조차 않는 아버지지만, 정학을 맞고나서 꼭 집으로 돌아옵니다. 자신을 늑골이 부러져 폐를 찌를 정도로 구타한 치에코에게 복수 하지 않습니다. 때리는 것은 그 옆에 후지시마 뿐이었어요. 토오루는 자신에게 한 번도 따뜻한 적 없었던 사람들이 아닌, 유일하게 따뜻했었던 사람만을 원망합니다.

토오루는 외로운 것이 싫었습니다. 축제에 잡은 물고기 한 마리가 죽었을 때, 남은 물고기를 방류하면서 생각하죠. 큰고기에게 먹혀 죽는 한이 있어도, 홀로 남는 것을 볼 수 없다고요.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경멸하지만, 언제나 외롭고 힘들 때는 후지시마를 부릅니다. 토오루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공포는, 사실 후지시마가 아닐 지도 모릅니다.

그건 후지시마의 손길을 밀어냈던, 자신의 선택에 대한 후회라고 생각합니다. 그날 후지시마가 자신을 계속 만지도록 했다면, 후지시마는 치에코로부터 나를 지켜줬을 지도 모른다고, 언제나 처럼 매일 밤 나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신의 기모노를 입혀 축제에 데려가주는, 따뜻한 형과 함께 잠들 수 있었을지 모른다는 후회 말이예요.

아무리 살아봐도 후지시마는 오로지 후지시마였고, 토오루는 후지시마가 없으면 누구도 필요없었어요. 정말, 토오루가 만나고 사귀었던 많은 사람들 중에 진심이었던 사람이 한 명도 없었을거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매정하다고 토오루에게 화내는 여자친구도 없었겠죠. 토오루는 이 감정을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거예요. 후지시마는 자신을 배신했는데, 그 배신자에게 기대지 않으면, 고독의 덫에서 벗어 날 수 없는 불행한 삶을 받아 드릴 수 없었을 겁니다.

기억을 다시 찾은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용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자신과 후지시마의 정사 사진을 보고 심연 속 숨겨운 공포가 고개를 들죠. 후지시마가 어린 토오루에게 품은 욕정 때문에 시작된 후회로, 끔찍하게 고독했던 생활이 떠올랐을거예요. 후지시마가 토오루를 욕정의 대상으로 보았다는 것이, 토오루를 다시 검고 깊은 심연 속으로 끌어 내렸죠. 토오루는 또 자신이 외로워 질거라는 공포를 느끼고, 패닉에 빠져, 후지시마를 폭행합니다.

후지시마의 성기를 가위로 자르려는 장면은, 그 불행의 씨앗을 제거하고 싶은 충동적 행동이었을 거예요. 저는 성기를 가위로 자르려는 장면이나, 후지시마에게 오럴를 강요하는 장면에서, 잔인함보다는 애잔함이 느껴졌습니다. 살려고 하는, 덫에서 벗어나려고 바락하는 토오루의 절실함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요.

'6년간 토오루'와 토오루가 다른 것은 바로 그 외로움을 제대로 바라 볼 수 있는 용기라고 생각합니다. '6년간 토오루'와 토오루 모두 자신을 떠나려는 후지시마를 겪지만, '6년간 토오루'는 후지시마를 위해 케익을 만들고, 좋은 사람이 되어 주고, 거짓말을 하며 자신을 밀어내는 후지시마를 끝까지 쫒아갑니다. 토오루는 '자신이 후지시마를 거부했던 일'로 인해 후지시마에게 곁에 있어달라고 하지 못합니다. 쫒아가 잡지도 못하죠. 그 폭팔 할 것 같은 외로움은 폭력으로 표출되고, 반복되는 외로움에 할 수 있는 건 홀로 후지시마의 이름을 부르는 것 뿐입니다.

내가 심연을 바라 볼 때 심연은 역시 나를 바라보면서, 심연에 취한 나를 더 깊은 어둠 속으로 잠식 시킬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쩌면 '눈을 감지 말고, 똑바로 바라봐.'라고 간절히 외치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심연이 나일테고, 어쩌면 가장 열심히 찾고 있는 나일지도 모르죠.

여담입니다만, COLD fever 마지막 후지시마의 대사 중에 "...가지도 못해"라는 부분이 있는데, 솔찍히 좀 잉? 하면서 봤었습니다. 그 후 기회가 있으면 원서에 뭐라고 적혀있나 보고 싶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계속 미뤄지던 일본행이 아예 불가능해졌네요. 뭐, 언젠간 볼 수 있겠죠. BOOK off에서 팔아만 주신다면요 ㅠ.ㅜ

마지막으로 아소우 미츠아키 콜드피버 한 장면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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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8.05.30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나는 종종 꾸던 꿈을 떠올리려 애써 보았다. 좋은 일이 없어 살아가기 힘들 때마다 그나마 행복한 상상을 하게 해주는 꿈을 떠올리고는 했다. 아이를 낳고 황후가 되어 호아제와 행복하게 사는 꿈. 혹은 황제에게 사랑받아 임신하는 꿈.

나는 허리띠에 검을 조심스레 끼워 넣었다. 차가운 쇠와 부드러운 황금의 감촉이 마치 꿈과 현실처럼 부드럽게 맞물렸다.

나는 내꿈이 사랑받고 싶다는 내 욕망을 나타낸 것인 줄 알았다. 하지만 지금에서야 그 꿈들이 사실은 내 것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 미련하게도 이제야 깨달은 것이다. 그 꿈들은 태어나고 싶었던 작은 것들의 마지막 소망이었단 것을.

나는 시체가 잘 보이는 자리에 앉아 턱을 괴었다. 마음속에서 용서라는 단어가 찢어져 사라졌다.

point 2 줄거리

기: 토룡신을 모시는 방씨의 나라, 방씨가 방씨를 죽이면 천재지변이 일어난다. 황제의 화풀이 인형 기조는, 황제가 암살단 토벌을 위해 친정했을 때 시장에서 사온 사노비이다. 양인이 황제의 어향을 잔득 묻히고 있으면서도, 접객소에 빈궁하게 살며 온몸에 상처가 가득한 기조는 멸시당힌다. 어느날 기조는 율목친왕이 자살 한 폐궁 근처 연못에서 동부 이민족을 토벌하고 환궁한 동천왕을 만나고, 동천왕은 황제의 어향을 풍기며 떨고 있는 기조를 자신을 꾀려는 후궁이라고 생각하고, 형수라 놀린다.

승: 하지만, 동천왕은 황제의 폭력에 길들여져 비굴한 기조의 모습에 괜히 빈정상하고, 희빈에게 고초를 겪은 것에 화가 났다. 작은 선물과 음식에도 감동하는 기조를 보며, 황제의 미끼여도 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노를 달라는 동생의 요구에 황제는, 군벌이 될 위험에도 불구하고 동천왕을 동쪽으로 보낸다. 동천왕이 다시 돌아왔을 때 역시 기조는 비루하게 살고 있었다. 한편, 황제는 동천왕과 기조를 지켜보면서, 기조가 각인을 맺은 상대가 동천왕이라고 확신한다.

: 과거 살수 마을을 도륙한 황제는, 기억을 잃은 기조 역시 살수라 생각하고 신문하기 위해 데려오지만, 곧 자신에게 연정을 보이는 기조에게 애정을 느낀다. 하지만, 기조의 매캐한 향은 자신의 죄를 떠올리게했고,타인과 각인된 음인의 향이라고 생각한다. 황제는 율목친왕을 아는 듯 한 기조의 행동과 결착한 음인이 자신의 아이를 낳지 못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에 분노하여 기조를 폭행한다. 동천왕을 기조의 각인상대라고 확신한 뒤 그를 이용해 기조에게 자신의 아이를 임신시키려 하지만 실패한다.

: 결국 황제는 동천왕의 희락기에 기조를 보낸다. 희락기를 보낸 기조와 동천왕은 발현열로 잊었던 기억을 찾고, 율목친왕의 자살과 관련된 진실을 공유한다. 또한, 기조는 자신을 돌보던 권의관이 살수였음을 기억해 내고, 그가 복수를 위해 황실에 들어와 벌인 일들을 듣게 된다. 그리고, 황제는 곳곳에 발생하고 있는 지진이, 기조가 가진 자신의 아이를 때려 죽인 것에 대한 토룡의 벌이라는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황제는 동천왕에게 양위하고, 기조는 아이를 낳고 그의 황후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돌고 도는 나선처럼

이루어지지 않기에 '꿈'이라고 부르는 거겠죠. 나선몽은 세 사람의 실현 되지 못한채 비극적 현실이 되어버린 행복한 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같은 꿈을 꾸었음에도 놓치고 말았던 기회들이 안타까우면서도, 한편으로 그 트리거가 과거의 '죄'라는 점에서 원점을 벗어나지 못하는 나선을 생각나게 합니다. 그 돌고 돌아 마주 할 수 밖에 없는 나선에 대해서 풀어 보자면 이렇습니다.

1) 양인이자 관군인 기조의 아버지는 음인 사내를 만나 정을 쌓고, 임신을 기뻐하며, 출산 후 결혼을 계획합니다. 하지만, 시정잡배들의 난동을 진정시키는 과정에서, 녹슨 칼에 베이고 죽게 되죠.

2) 음인 사내는 기조를 낳고, 살수들이 위장한채 살고 있는 화전민 마을에서 기조를 키웁니다. 그곳에 살수였던, 권의원이 관군이었던 자신의 양인을 은밀히 살해했다는 사실을 알고, 복수 하기 위해서 였죠. 그리고, 음인 사내는 권의원을 신분을 속여 살리고, 나머지 마을 사람들은 관군에 고발하여 도륙합니다.

3) 기조를 대피 시킨 후 음인사내는 자살합니다. 그리고, 기조는 음인사내의 장사를 지내주기 위해 자신의 몸을 팝니다. 한편, 살아남은 권의원은 황궁으로 들어와 복수를 꿈꾸죠. 음인사내가 바란대로, 홀로 살아 남아 괴로워하면서요.

  1-1) 황제와 동천왕의 친모인 태후는 욕심이 많았고, 계속 수렴청정을 하고 싶었죠. 그리고 자신이 죽인 귀비가 낳은 첫째 황자 율목천황을 없애고 싶었어요. 그래서 막내이고 어린 동천왕을 황제로 옹호하고자 하지만, 동천왕은 발현 전이었고 양인으로 발현한 현 황제가 등극하죠.

  1-2) 율목친왕은 자유로워지기 위해, 자신과 닮은 기조를 대리로 황궁에 두고자합니다. 살수마을에서도 괴물같은 능력을 지닌 기조가 율목천황 대신 죽기를 바라며 그를 황궁으로 보냅니다. 반면, 율목천황은 일이 성공 후 협박 당하거나 쫒길 것을 대비해, 유서에 살수들에게 대해 자세히 기록을 남기죠. 공식적으로 율목친왕 죽은 후 관군이 살수들을 전멸시킬 수 있도록요.

  1-3) 기조는 율목친왕 대신 궁에 머물며 동천왕을 만납니다. 그리고, 서로 친해지고 정으로 발전하죠. 기조는 괴물의 의리로서 동천왕을 지켜주겠다고 약속합니다.

  1-4) 율목친왕과 왕래가 많던 황제는, 율목친왕의 궁에서 그를 기다리는 동안 첫번째 희락기를 맞습니다. 그리고, 율목천왕인 척 하고 있던 기조를 강간합니다. 그때, 타는 듯한 매캐한 향을 맡습니다.

  1-5) 기조는 율목친왕이 동천왕을 죽이라고 하자, 율목친왕을 죽이고 자살한 것 처럼 꾸밉니다. 그리고, 그때 발현열에 들뜬 동친왕이 찾아오죠. 기조는 동천왕을 기절 시키고, 그의 궁으로 데려다 줍니다. 그리고 둘은 각인됩니다.

  1-6) 기조 역시 음인으로 발현하면서, 동천왕을 데려다주고 오는 길에 쓰러지고, 권의원에게 발견됩니다. 기억을 잃은 기조를 권의원은 마을로 데려오고, 사냥꾼이었다고 속입니다.

4) 황제는 율목친왕이 남기 유서를 토대로 살수 마을을 찾고, 그들을 전멸시키고 돌아오는 길에 기조를 봅니다. 그 마을에 살아남은 살수 임이 분명하지만, 기억이 온전치 않은 기조를 바로 죽이지 않고 장례비를 주고 데려옵니다.

5) 기조가 황궁에 들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권의원은, 황제를 맞이하기 위해 단장하는 기조에게 향기 계속 독해지는 탕약을 먹입니다. 기조가 소박맞길 바란 행동이었지만, 뜻밖에 결과를 불러옵니다.

6) 자신을 진심으로 좋아하며 몸을 붉히는 기조를 보며, 황제는 초야에 기조에게 결착합니다. 대대로 황실은 결착한 상대에게서 아이를 보았죠. 향이 독하다며 내지 않던 기조는, 결착이 결착인지도 모르고 순간 고통에 향을 내게 됩니다. 그리고, 황제는 율목천왕의 궁에거 맡았던 그 향을 기억합니다. 기조는 일반 살수가 아니라, 자신이 율목천왕을 강간했을 때 그 장소에 있었던 살수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무심결에 '형'이라는 말에 반응하는 기조를 보고 확신하죠.

7) 기억이 완전치 않았던 기조는 황제에게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하고, 황제는 그것을 거짓말이라 여기고 분노하죠. 그래서 정신을 놓고 기조를 때립니다. 또, 이 매캐한 향은 태후에게서도 났던 것을 떠올립니다. 각인된 상대가 있는 음인의 향이라고 확신하고, 기조에게 아이를 보기 힘들겠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황제가 결착한 음인을 해하려는 세력에게서 기조를 보호하고자 접객소에 보냅니다.

8) 하지만, 각인은 영혼의 얽힘이라 기억이 잃은 기조는 동천왕과 각인이 끊긴 상태였어요. 기조는 매번 결착하는 황제의 아이를 임신하지만, 권의권의 방해로 알려지지 않습니다. 반면, 황제는 결착 후 한달이 지나도록 회임 소식이 없는 기조를 보며, 각인 때문이라고 생각하며 유산할 때까지 폭행하죠. 그리고, 방씨가 방씨를 죽인 벌로 천재지변인 지진이 발생합니다.

9) 음인의 향을 역하게 생각하는 동천왕을 보며, 동천왕이 극양인으로 발현한 시기고 기조의 발현시기가 비슷한 것을 떠올립니다. 또, 그 시기 살수인 기조가 궁에 있었다고 확신했던 황제는, 둘이 각인을 했다고 생각하죠. 그래서, 동천왕의 향에 취한 기조를 안음으로서 자신의 아이를 임신시키려고하지만, 실패합니다.

10) 방씨의 아이는 씨를 따지지 않기에, 결국 기조를 임신시키는 법은 동천왕에게 보내는 법밖에 없다고 생각한 황제는 동천왕의 희락기에 기조를 보냅니다. 기조는 황제의 행동에 배신감을 느끼고, 희락을 함께 보낸 두 사람 각인과 함께 기억을 되찾습니다.

사실, 나선몽에는 중간 중간 설정이 충돌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가령, 황제가 '극양인으로 발현한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며 평인이기에 자신의 신하 일 수 밖에 없는 율목친왕에게 우월감을 느껴서 친하게 지내는 거'라고 회상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율목친왕의 죽음 직전에 동천왕은 '극'양인으로 발현하는데 어찌 그 전에 친해 질 수 있을까요? 율목친왕에게 친애의 감정이 없다고 말하고 싶은거였겠지만, 그냥 평인 형에게 느끼는 아우 황제의 우월감 정도로 썼으면 좋아겠다고 생각했습니다.

3명의 관점에서 서술되고, 알고 있는 진실의 부분들이 조금 다르다 보니, 회수 안 된 떡밥도 좀 있고 상충되는 부분도 있습니다. 동친왕의 비정상적으로 길었던 발현열이 모후의 계략인지, 살수마을의 '진짜' 의뢰인은 누구인지, 평인인 율목친왕이 극양인으로 발현한 동친왕을 죽여서 얻는게 무엇인지, 만약 태후가 친아들 두명을 죽이고 율목친왕을 황제로 만들려고 율목친왕에게 동친왕을 죽이라고 시킨거였다면 애당초 두 사람은 한편이었던 건지, 등등 이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켜켜히 쌓인 복수와 원한, 숨겨두었던 죄들이, 손끝에 스칠 만큼 가까이 있는 행복을 놓치게 만든 구성이나 그 행복들을 꿈으로 꾸는 부분들이 흥미로웠습니다. 또, 기조가 서서히 기억을 찾으면서, 성격이 변하는 부분들도, 처음에는 조금 어색했지만 재탕을 하다보니 설득력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재탕 할 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소설이랄까요. 꼭, 여러번 끓여야 더 맛있어지는 카레 같은 이야기였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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