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19.03.15

분량: 본편 2권 + 외전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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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나는 꼭 오늘 밤을 아주 편안하고, 행복하게 보내고 싶었다. 아침에 눈을 뜰 때까지 내내 안락하고 행복해서 태어나 가장 행복한 밤이었다고 느끼고 싶었다. 20년 뒤, 30년 뒤에도 꼭 오늘 밤처럼 따뜻하고 싶었다. 그래서 나는 다정한 차현재의 목소리와 함께 그의 품으로 얼굴을 더 깊게 묻었다. 그리고 빠르게 뛰는 심장 위로 입을 맞췄다.

너와의 미래를 사랑한다. 감히 기대도 할 수 없고, 꿈도 꿀 수 없는 저 먼 미래를 사랑한다. 그 미래의 현재를 사랑한다.

그리고 나의 기억 속에 있는 모든 과거의 현재를 사랑한다. 하지만 내가 가장 사랑하는 것은...... 지금의 너.

현재의 현재.

우두커니 선 나의 감정들이 그의 품에서 다정히도 무너졌다. 너의 온기는 틀리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 이연하는 OT 때 자신을 대신해 술을 마셔준 차현재에게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차현재는 빛, 이연하는 어둠, 연하는 어둠 속에서 현재를 바라만 봤다. 하지만, 제대 후 복학한 학교에서 다시 만난 차현재는, 그 각오를 허물어트렸다. 현재는 자신을 계속 바라보고 있는 연하의 시선이 거슬리기 시작했다. 그래서 연하에게 이유를 묻자, 연하는 물건을 모두 떨어뜨릴 정도로 과하게 떨며, 연신 사과만 하다 도망쳐 버렸다.

승: 현재는 연하와 친하지 않았지만, OT에서 만난 예쁜 연하를 기억하고 있었다. 하지만, 연하가 도망친 이후, 현재는 연하가 신경 쓰였고 지켜보기 시작한다. 연하는 시키면 다 한다고 '콜'이라 불리며, 커피 셔틀, 책 반납, 조별 과제 등 자잘 자잘 한 심부름을 도맡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날은 얼굴에 멍을 달고 나타나기도 했다. 현재는 연하의 삶 속으로 들어갔다. 연하를 무시하는 동기들에게 쪽을 주며, 연하를 챙기기 시작한다.

전: 그러던 어느 날, 안진수가 연하를 희롱하고, 보다 못한 다른 동기가 말리면서 싸움이 벌어진다. 그때 연하는 갑자기 뛰쳐나가 창밖으로 투신하려하고, 현재는 급하게 연하를 잡는다. 연하는 공포에 떨며 아버지에게 용서를 빈다. 그제서야 현재는 연하의 상처와 불안의 원인이, 그의 아버지임을 알게 된다. 연하의 아버지는 연하를 폭행하고, 모욕하고, 갈취했다. 고립된 환경 속에서 오랜 학대에 시달린 연하는, 여러 정신이상 증세를 홀로 견디고 있었다.

결: 현재는 연하를 더 적극적으로 보호한다. 연하의 고독하고 검은 우주를, 현재라는 빛이 밝혀주고 있었다. 연하는 용기를 내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심한 폭행을 당한 채 현재를 찾아간다. 그 후 연하의 아버지는 학교까지 찾아와 연하를 다시 폭행하고, 그의 동기들이 경찰에 신고하면서 수감된다. 그 후 아버지는 다른 수감자와 다투다 죽고, 연하는 비로소 아버지에게 벗어난다. 연하는 현재와 동거를 시작한다. 연하는 처음으로 설레는 미래를 떠올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저는 재탕을 많이 하는 편입니다. 그냥 뭐든 반복해서 보는 걸 좋아해요. 3년 내내 한 시즌 미드만 본다든지, 기본적으로 좋아하는 책은 20번, 좋아하는 영화는 10번 이상 봐요. 참고로 최다는 1작 100번입니다. 그래서, 발 빠르게 최신작을 섭렵하거나, 많은 작품을 보지는 못하죠. 장단이 있습니다. 저는 저의 상황과, 나이와, 경험이 바뀌어 같은 작품에서 다른 감상을 느낄 때, 보물찾기 한 것 같은 짜릿함이 느껴져요. 재발견의 묘미죠.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도 그중 하나예요. '격정 멜로' 리뷰 때도 잠시 언급했지만, 저는 원래 클레어님 작품과 잘 안 맞았어요. 저는 강수를 좋아하는데, 클레어님의 수는 예쁘고 유약해요. 결정적으로... 그 수가 고구마 100만 개 먹은 것 같은 생각이 나 행동을 계속하죠. 그나마 나은 수가 '언제나 타인'의 '태이'나 '러브론'의 '유현'인데, 그들도 딱히 정상으로 보이진 않았어요. 약간의 분열증, 망상증, 맹목적 복종, 흡사 사이비 종교 추종자 같다고 할까요.

그러다, '결정 멜로'를 보고 다시 클레어님의 작품을 복기해 봤습니다. 저는 성실한 연재 작가님들을 아주 높이 평가하거든요. 그러다 발견 한 작품이 '우두커니 나의 우주는'이었어요. 이 작품이 매력적인 이유는, 연하의 심리 묘사 때문이에요. 내용은 불쌍하지만 착하고 예쁜 수가 공에 의해 행복해지는 일방적 구원물로, 다소 뻔합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 이것이 연하가 본 현재가 아닐까... 생각해 봤어요. 연하는 무중력, 무호흡, 무광의 우주에 홀로 우두커니 서 있습니다. 자신의 존재를 뿌리내릴 힘도 없고, 숨 쉴 수도 없으며, 한 줄기의 빛도 없는, 어둡고 추운 우주에 연하는 외롭게 부유하고 있어요. 족쇄에 묶여 자유를 빼앗긴 사람에겐 '해방'이라는 희망이 있지만, 연하의 고립은 탈출이 불가능하죠. 다만, 연하는 이곳에서 아름다운 별, 지구를 꿈꿀 뿐이에요.

잘라내야지, 포기해야지, 가질 수 없다는 걸 아는데도 불구하고, 연하는 그곳에서 시선을 뗄 수 없었어요. 그때 그 찬란한 빛이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옵니다. 연하는 겁이 났어요. 그래서 열심히 피해 다니죠. 연하의 아버지는 연하가 예쁜 얼굴로 몸을 팔고 다닌다는 망상을 떠벌리고 다녔고, 연하는 자신에게 호의를 가진적 있던 사람들이 보내는 혐오의 눈빛을 기억해요. 진실이든 아니든, 연하는 자신의 얼굴과 존재가 죄스러웠어요. 현재에게는 들키고 싶지 않았죠.

하지만, 연하는 너무 눈에 띄었어요. 늘 주눅 들어있었고, 부당한 대우에 익숙해 보였고, 무엇보다 자주 다쳤어요. 게다가 자신을 노골적으로 피해하는 것까지 느껴지는데, 성격 급한 현재가 가만있을 리 없었죠. 그리고 현재는 연하가 자신을 좋아한다는 것도, 자신이 연하에게 과한 관심과 애정을 가지게 됐다는 것도, 일찍 알아채요. 하지만, 연하는 목까지 올라온 말들을 꾹 눌러 담기만 하죠.

현재는 연하에게 막연히 말할 수 없는 무엇인가가 있다는 걸 짐작하고 있었지만, 굳이 헤집지는 않았어요. 연하는 늘 위태로워 보였으니까요. 그러다, 연하가 투신을 시도하고 발작하는 모습을 보면서, 그 상처의 뿌리가 매우 깊다는 걸 알게 돼요. 그리고, 그런 연아를 더 소중히 감싸줘요. 현재는 연아를 먼 우주로부터 조금씩 끌어안아요. 그리고, 그럴수록 현재의 중력은 연하를 더 잡아당기고, 연하는 서서히 현재에게 정착하죠.

연하는 자신의 두려움이 아버지를 더 폭력적으로 만든다는 것도, 동기들의 무리한 부탁을 들어 줄수록 점점 심해진다는 것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연하에게 두려움을 이기거나 불편함을 만드는 것은 불가능했죠. 그건 용기가 필요한 일이 아니라, 우주에서는 일어나지 않는 일이거든요. 연하는 현재에게 이상한 자신을 숨기고 싶다고 말하지만, 그건 당연한 거였어요. 우주인은 지구인이 아니니까, 지구인에게는 이상해 보일 수밖에요.

하지만, 현재를 만나고 연하의 우주는 무너집니다. 연하는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고, 동기들에게 자신을 더 이상 '콜'이라고 부르지 말라고 선언하죠. 현재에게 아프다고, 못하겠다고, 용서가 아니라 진심을 입 밖으로 끄집어 냅니다. 태아가 세상에 나와 첫 울음을 울 듯, 옹알이만 하던 아가가 첫 단어를 내뱉듯, 연하는 그렇게 지구인이 됩니다.

저는 현재라는 이름을 정말 잘 지었다고 생각했어요. 과거의 현재는 연하에게 '이상'이었어요. 만질 수 없는 별이었고, 삼키면 안 되는 빛이었죠. 가질 수 없기에 체념해야 했지만, 바라보는 걸 멈추지 못했어요. 그래서 고통스러웠지만, 그랬기 때문에 현재에게 발견됩니다. 그리고 현재의 현재는, 연하에게 살아있는 사람이 돼요. 만지고, 대화하고,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실체! 연하는 미래의 현재를 그리며 비로소 우두커니 선 우주에서 지구를 향해 걷기 시작합니다.

솔직히 다시 봐도 클레어님 작품은 분열증 환자의 일기 같은, 공감하기 어려울 정도로 답답한 수가 있습니다. 그래서, 수가 아예 '진짜 환자'인 '우두커니 선 우주'는 오히려 집중하기 쉬웠죠. 물론, 클레어님은 굉장히 섬세하고 감각적으로, 비정상적 수가 바라보는 정상적 공의 세계를 묘사하고 있고, 이 강점이 새롭게 비춰질 시점이 저에게 찾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탕은 무한히 필요하다는 자기 합리화를 해 봅니다.(끄덕)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3.27 - [BL 소설] - [현대물/할리킹/달달물] 격정멜로 - 클레어

 

[현대물/할리킹/달달물] 격정멜로 - 클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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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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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9.27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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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이게 바로 오로라 조각이야."

이안이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는 황급히 오로라 조각을 책상 위로 올려놓았다. 너무 귀한 존재라 손에 들고 있기가 무서웠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보니 더 대단하다. 어떻게 오로라를 조각으로 만들 생각을 하셨지......?"

"이걸 만들기 위해서 몇 년 동안 연구하셨대. 나도 우리 아버지가 대단해. 몇 년 동안 한 가지 연구에만 몰두할 자신이 없거든, 나는."

이안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조각에 작은 자국이 나 있음을 발견했다. 그건 다름 아닌 앙증맞은 용의 손자국이었다. 이안은 손가락으로 그 자국을 가리켰다.

"이건 네가 한 거야?"

그 말에 루도 고개를 숙여 자국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 밝은 웃음이 번져 갔다.

"맞아, 내가 한 거야."

"다시 만져 봐도 왜?"

"얼마든지."

이안은 오로라 조각을 조심스럽게 다시 들었다. 루는 부드럽게 말을 이었다.

"아버지가 처음으로 만든 오로라 조각이야. 그런데 내가 구경하다가 오로라가 굳기도 전에 만져 버렸대. 결국 이렇게 아기 때의 내 손자국이 남아 버린 거고."

이안은 그 옛날 아기 용이 남긴 손자국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작디작은 크기의 이안은 말랑말랑한 기분이 들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0살이 된 루! 아버지들로부터 기어코 카스티야 마법 학교 입학 허락을 받아 낸다. 설레는 마음으로 입학시험장에 도착한 루는 대기장에서 보석같이 예쁜 펠로데로스 황자 이안을 만난다. 이안은 무례하게 자신을 뚫어지게 보는 루를 불쾌해하지만, 루는 그저 이안과 친해지고 싶었다. 루는 수석, 이안은 차석으로 입학하고, 같은 방에 배정되면서, 루는 '이안과 친구 되기!'에 박차를 가한다.

승: 이안은 정통 황위 계승자였지만, 아버지가 요절하자 숙부는 어린 조카의 자리를 빼앗는다. 이안은 어머니와 궁에서 쫓겨 곤궁한 생활을 하지만, 황제가 후사를 낳지 못하자 부득불 궁으로 다시 불려온다. 그 후, 자신을 눈에 가시처럼 여기는 황제와 황후에 박대를 받으며, 결국 타국의 마법학교로 쫓겨난 것이다. 하지만, 이안은 루와 시몬과 친해지면서 즐거운 나날을 보내고, 루에게도 점점 빠져들어갔다.

전: 그러던 어느 날, 루가 편해진 이안은 황제가 되기 위해서 용을 잡겠다는 계획을 말하지만, 루는 그런 이안과 언쟁을 벌인다. 두 사람은 화해하려다 고백하게 되고, 사귀게 된다. 그 후, 우연히 루는 용의 비늘을 들키면서 얼떨결에 용이라는 사실도 고백한다. 그때, 북쪽 마을에서 블레어는 루의 친구 이안이 펠로데르스의 황자라는 소식을 듣고, 카스티야로 찾아간다. 그리고, 살얼음 같은 아버지들의 시험대를 통과한 이안은, 루와의 관계를 인정받는다.

결: 4년의 시간이 흐르고, 두 사람은 모두 마법학교를 졸업한다. 아버지들에게 졸업 축하를 받고 있을 때, 이안은 펠로데르스 황제의 병세가 악화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급하게 돌아가야 하는 이안을 졸라, 루는 왕궁으로 함께 간다. 황제와 황후는 이안을 괴롭히며, 황위를 물려주지 않으려 수작을 부린다. 이를 지켜 본 루는 용이 되어 황제 앞에 나타나, 이안의 수호룡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안은 무사히 황제가 되고, 황제와 황후는 사필귀정의 결말을 맞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연작의 부작용, 반사효과와 역차별

'용의 황자님'은 저에게 실망감을 줬습니다. '햇살 세 스푼'만의 매력은 온데간데없고, 대형견 공과 비운의 황자수에 몰빵했는데, 그 깊이도 매우 얕습니다. (전)루비 (현)루와 황자는 평면적 성격, 일차원적 관계, 전형적 클리셰에서 벗어나지 못 해요. '햇살 세 스푼'의 다채로운 볼거리와 세계관, 인물들은 카메오수준으로 줄어들고, 분량은 늘어났지만 풍성함은 없습니다.

만약, '햇살 세 스푼'을 읽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낙담하진 않았을 거 같아요. '용의 황자님'도 작품 그 자체로는 나쁘지 않습니다. 결국, '용의 황자님'은 '햇살 세 스푼'의 반사효과 때문에 선택됐지만, 감상 결과는 역차별이 된 셈이죠. 그래서 두 작품을 읽을 예정이 있다면, '용의 황자님'을 먼저 읽을 것을 추천드립니다.

제가 가장 아쉬웠던 부분은, '햇살 세 스푼'의 매력적인 인물들이 사라졌다는 거예요. 마을의 평화가 우선이지만 어느 선까지는 선의를 베풀려는 이장, 이익과 인정의 양면을 가진 마을 사람들, 겁도 걱정도 많지만 용기 있는 쥬드, 자존심도 정의감도 강한 루시, 까칠하고 냉소적 이면에 따뜻함을 바라는 블레어... 입체적이고 다양한 사람들이 만드는, 아름다운 동화는 어디로 가고, 갈등과 의심을 모르는 울보공과 츤데레수만...흑 ㅠ.ㅜ

물론, 대형견공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원래 단순하긴 합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나의 러버를 지키는 충성심, 누구와 싸워도 이길 것 같은 강함, 프로펠러 꼬리와 축 처진 귀로 어필하는 귀여움까지! 이 모두 가져야만 비로소 대형견공이 될 테니까요. 그러니, 누가 꼬셔도 갈등하지 않고, 수의 문제를 깔끔하게 정리하는 해결사면서도 둘 만 있을 때는 절대 '을'이 되죠. 여기에 직업과 출생 배경만 정해지면, 모든 독자는 이미 예언자!

'용의 황자님'도 그런 면에서, 대형견공이 보고 싶은 날에는 좋은 작품입니다. 반짝이는 보석을 좋아하는 용, 루는 이안을 보자마자 반합니다. 이안은 반짝이는 금발을 가진, 예쁜 황자 님이었거든요. 마법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루는 입학식 선서에서 차석인 이안을 보며, 운명을 확신했을지도 몰라요. 게다가 룸메이트! 루는 이안을 졸졸졸 따라다니며, 이안이 지키는 든든한 가디언이 되죠. 이안도 순수한 선의를 가진 루에게 점점 빠져듭니다.

문제는 이안이 알인 '루비'를 강탈하려고 루의 어머니를 죽일 뿐만 아니라 그 가죽을 장식으로 걸어 놓은 황제의 나라, 펠로데르스의 황자라는 거였죠. 심지어, 그 황제는 황자에게 황제가 될 조건으로 용을 잡아오라고까지 합니다. 당연히, 그의 아버지들을 포함해 루를 사랑하는 이들은 두 사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죠. 물론, 루는 대형견공의 공식에 맞게, 절대로 흔들리지 않습니다. 중년이 되어서일까요? 블레어와 쥬드도 의외로 쉽게 마음을 바꿉니다.

이안은 그의 아버지들에게, 펠로데르스 황제의 만행을 듣게 돼요. 그리고 루가 처한 위험도 알게 되죠. 그래서, 결코 루를 위험에 처하지 않겠다고 약속하면서도, 졸업 후 그와 함께 궁으로 돌아가요. 물론, 루의 선택이었지만, 저는 이 부분부터 뭥미?싶었어요. 아픈 황제는 이안을 대신할 소국의 왕자를 입양하고, 황후는 이안 어머니의 유품을 불태워 버리려고 해요. 미증유의 절대적 위기에서도, 이안은 '용'이라는 패를 쓸 갈등조차 하지 않죠.

앨런 우드를 포함한 대마법사는 죽거나 죽임 당했고, 황제는 쇠약해졌어요. 그리고, 이안은 신관의 증언이 있으니 용을 데리고만 오면 황제가 될 수 있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루가 어마 무시하게 강했답니다. 오히려 루는 황제를 많이 봐줘요. 이안을 위협하는 모든 이에게 살의를 품은 것 치고는, 이해 안 갈 정도로 관대한 처사였죠. 소리 소문 없이 황제를 악몽이 시달리게 할 수 있으면서, 그 이상은 하지 않습니다. 루와 이안은 심각한데, 전 음...이었어요.

'용의 황자님'에서 제일 좋았던 부분은, 외전이었어요. 두 사람은 루의 고향이, 먼 북쪽 마을로 떠납니다. 황제와 수호룡이 아닌, 이안과 루만의 조용하고 은밀한 여행이었죠. 사랑하는 아버님들이 있는, 천방지축 아가 용을 기억하는 마을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오로라 조각에 우연히 찍힌 아가 용의 발자국이 그들을 맞이하고 있죠. 특히 루가 썰매를 타고 마을을 돌며, 사람들에게 이안을 소개하는 장면은 좀, 뭉클했어요.

루가 인간의 수명으로 살기로 한 선택이나, 루의 오랜 보호자였던 아버지들이 수호룡이 된 아들을 떠나보내는 장면이나, 어머니의 잔인한 죽음과 납치될 뻔한 기억에도 불구하고 이안을 위해 복수를 포기하는 부분같이, 극적인 씬도 많았는데 너무 평이하게 지나간 것 같아 아쉬움이 남아요. 또, '아싸' 아버지들이 들려줄 수 없는 '인싸' 마법사의 세계 같은 판타지 양념도 부족했어요. 저의 기대가 너무 많았나 봐요. 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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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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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8.04.18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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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햇살 조각."

"햇살 조각이요?"

"햇살 줄기가 떨어지는 땅에 마법진을 그리면 햇살의 일부를 봉인할 수 있지. 그것을 지붕에 매달아 두어서 바람에 말려 둔 뒤 칼로 조각낸 거다."

쥬드의 얼굴에 놀라움이 스쳤다.

"그렇다면 아까 우유에 넣었던 것이 햇살이군요!"

"4월 햇살이라고 말했잖아. 4월의 가장 볕이 좋을 때 모아 둔 조각 중 하나지."

블레어는 주머니 속에 넣어 두었던 햇살 조각을 하나 꺼내 들었다. 쥬드는 "우아" 하고 탄성을 내며 손바닥을 펼쳤다. 그의 손바닥 위에 얹혀진 조각은 샛노랗게 반짝거렸다.

쥬드가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헉, 따뜻해. 꼭 햇볕 쬐고 있는 병아리 솜털 같아요."

병아리를 만져 본 적 없는 블레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었다. 쥬드는 온기가 흐르는 조각을 만지작대다 그것을 코에 가져다 대었다.

놀랍게도 햇살에서는 좋은 향이 났다. 촉촉한 흙냄새, 어디서 많이 맡아 본 적 있는 이름 모를 꽃향기, 그리고 땅콩 잼 같은 고소한 냄새가 섞여 있었다.

point 2 줄거리

기: 23세 쥬드 워커, 카스티야 마법 학교의 촉망받는 장학생, 남은 졸업요건은 하나! 바로 대마법사 밑에서 1년간 조수로 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쥬드 워커는 빛의 마법사, 블레어 애틀리를 찾아 먼 북쪽 마을로 떠나고, 블레어의 저택으로 가는 길에 버려진 알을 발견하고 줍는다. 한편, 까칠한 블레어는 조수는 필요 없다며 쥬드를 돌려보내려 하는데, 그때 눈치 없이 알이 깨지고 아가 용이 나온다. 아가 용은 처음 본 쥬드와 블레어를 아버지들로 각인했다.

승: 블레어는 어쩔 수 없이, 원치 않은 두 동거인을 받아들인다. 하지만, 쥬드는 보면 볼수록 착하고 성실했고, 아가 용은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늘 굳어 있던 블레어는 간간이 웃게 됐고, 곧 따뜻하게 변한 집에 만족한다. 그러던 어느 날 블레어의 집에 물건을 배달하러 온 루시의 썰매를 타고 아가 용이 탈출한다. 블레어와 쥬드는 식겁해 그 뒤를 쫓고, 마을 사람들은 살아있는 용을 목격한다. 그리고, 그들은 회의를 통해 아가 용을 기르는데 힘을 보태기로 한다.

전: 서툰 아빠들은 마을 사람들의 도움을 받고, 아가 용은 '루비'란 이름을 가진 '마을의 아기'가 된다. 한편, 용의 주인이 되고 싶었던 펠로데르스 황국의 황제는 거금을 들여 용을 찾지만, 총책임자 앨런 우드가 고용한 용병들이 알을 빼돌리려다 눈사태 맞으면서, 알은 분실된다. 그 알이 바로 '루비'였다. 앨런 우드는 홀로 눈사태가 일어난 마을을 찾아가고, 블레어의 자택에도 도착한다. 그날은 블레어가 그토록 기다리던, 여신의 드레스, 오로라가 내려온 날이었다.

결: 하지만, 블레어는 오로라 조각을 모으는 것을 포기하고, 앨런 우드로부터 루비와 쥬드를 지킨다. 앨런 우드는 격전 끝에 절벽으로 떨어지고, 블레어는 루비의 도움으로 살아난다. 블레어는 사라지려는 오로라 조각을 간신히 모아 학회의 인정을 받고, 쥬드는 졸업을 위해 학교로 돌아간다. 하지만, 블레어는 다시 북쪽 마을로 돌아가고, 졸업을 마친 쥬드 역시 블레어에게로 돌아간다. 그곳에서, 두 명의 사람과 한 마리의 용은 진짜 가족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여신의 치맛단보다 아름다운 사람들

'햇살 세 스푼'을 동화 같은 BL 소설이라고 구매하시면 실망하실 확률이 높습니다. 물론, 쥬드와 블레어는 사제에서 연인으로, 결국 부부(?)가 되죠. 파란 표지를 가르는 빨간 딱지가 예고하듯, 씬도 있긴 하지만... 그 비율은 트러플 오일 파스타에 들어간 트러플 버섯만큼입니다. 데코 수준이라는 거죠. 동화를 일부 차용한게 아니라 , 전체 플롯 자체가 동화 서사로 전개되거든요. 물론 저는 훈훈한, 어른들을 위한 동화가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용을 무찌르러 떠난 기사의 모험담... 크고 나서 보면 좀 이상합니다. 기사는 용의 집에 무단 침입해, 강도, 방화, 살해를 저지르고 돌아와 영웅이 되죠. 그전에 왕이 약속을 어겨 공주가 끌려간 거니, 왕은 의도에 따라 계약 위반자나 사기범이 될테고요. 이렇게 잔인하고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이들의 배게 맡에서 읽히고 있다는 게 불편할 때가 있어요. 만약, 진짜 동화라면, 그건 '빼앗는'자가 아니라 '지키는'자가 영웅이 되는 이야기여야 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그런 점에서 '햇살 세 스푼'은 정말 아! 동화! 였어요. 내용은 위기에 빠진 용을 구해 악당으로부터 지켜낸 빛의 마법사와 그의 조수! 정도 일 거예요. 하지만, '햇살 세 스푼'의 진짜 재미는, 이들과 마을 사람들이 함께 그 용을 지키는 과정이에요.

빛을 형상화하는 마법을 구사하는 블레어는, 계절마다, 매달, 매일 달라지는 각각의 햇살을 모으고 말려 종이처럼 굳히죠. 그 조각들은 세면대 바닥에서 따끈하게 물을 데우고, 우유에 넣어 포근하고 따뜻한 양식이 돼요.

블레어가 마법 학교로부터 멀리 떨어진 북쪽 마을까지 오게 된 건 희귀한 빛 조각을 모으기 위해서였어요. 바로, 여신님의 드레스라고 불리는 오로라 말이에요. 하지만, 오로라는 그 마을 주민 루시도 3번 경험한 귀한 순간이었죠. 달과 해가 동시에 뜨고 은빛 늑대들이 설원에 춤을 추는 날이 지나면, 여신님의 드레스가 검은 밤 하늘에 살포시 내려앉아요. 블레어는 그 오로라 조각을 학회에 가져가야 했기에, 몇 년을 묵묵히 기다리고 기다립니다.

그 지루한 기다림에 선물처럼, 쥬드와 루비가 찾아옵니다. 블레어는 햇살 같은 쥬드를, 사고뭉치 루비를 사랑하게 돼요. 하지만, 흉포한 용의 존재는 사람들에게 위협이었고, 둘은 루비를 숨깁니다. 물론, 늘 그렇듯 아기들이 부모(?) 마음대로 되진 않죠. 누군가가 해가 될 것이다, 누군가는 아직 어린 아가에 불과하다. 마을 사람들은 갑론을박을 펼치지만, 결국 '선의'가 '불안'을 이기고 루비는 마을의 귀염둥이가 됩니다.

'아이 하나를 키우는 데는 마을 전체가 필요하다.' 저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어요. 꾀 긴 시간을요.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기차에서 우는 아이를 볼 때, 공공장소에서 뛰는 아이들을 볼 때, 도대체 부모는 뭐하고 있나? 기를 능력이 없으면 낳질 말던가? 인상을 썼어요. 물론, 아이를 가장 안전하고, 주위에 폐 끼치지 않게 키우는 법은 있습니다. 집에 감금해 키우는 거죠. 하지만 그건 '사람'을 기르는 법이 될 수 없고, 결국 아이는 세상과 부딪칠 수밖에 없어요.

그때 아이가 만나는 사람들이 '아이가 잘 자랐으면 좋겠다.'고 바라지 않는다면, 아이의 안위는 위태롭겠죠. 가령, 쏘카 사태도, 콜 센터 직원은 매뉴얼을 어긴 적 없고, 그 매뉴얼이 부도덕하진 않았겠지만, 아이의 무사함을 바라는 마음에 관해선 의문이에요. 잘 못한 자는 없고, 피해자만 있는 사건은 많습니다. 하지만, 그 피해자가 아이면 좀 달라지는 것 같아요. 애당초 아이를 키우는 데는 '마을'의 노력이 필요하니까요.

'루비'는 태어나자마자 수없이 위기를 겪습니다. 루비의 어머니는 앨런 우드에게 살해당해요. 성인 용은 길들이기 힘들다는 황제와, 헤츨링을 연구하고 싶다는 앨런 우드의 필요때문에요. 그렇게 남겨진 루비는 돈에 눈먼 용병에 의해 팔릴 뻔 하다가, 눈사태가 일어나면서 설원에 내버려지죠. 자연스럽게 물범의 먹이가 될 위험에 직면합니다. 하지만, 쥬드에게 발견되고, 블레어의 허락을 받아, 마을 사람들의 도움으로 자라나요.

물론, 최대 위기는 앨런 우드였어요. 앨런은 쥬드를 만신창이로 만들지만, 곧 나타난 루시와 그의 썰매견 로빈에게 공격 당해, 블레어의 집에 불을 지른 채 도망칩니다. 또, 그가 탄 썰매의 썰매꾼은 밧줄에 묶여 숨을 쉬지 못하는 루비를 발견하고, 앨런에게 풀어 달라고 빌어요. 동시에 앨런 우드를 수상히 여긴 이장과 마을 사람들은 그를 저지하고, 그동안 블레어가 앨런에게서 루비를 되찾죠. 그리고 그런 블레어를 또 루비가 구합니다.

황제가 루비를 찾고 있다는 것을 안 마을 사람들은, 모두 루비를 숨겨줘요. 루비가 자라서 축제가 가고 싶은 나이가 되자, 마을 아이들은 쥬드와 블레어 몰래 루비를 축제에 데리고 갑니다. 용이라는 걸 들키지 않게, 뿔을 가릴 수 있는 고양이 귀 모자를 씌워서요. 물론, 아이들의 이런 노력 때문에, 쥬드와 블레어, 마을 어른들은 한바탕 난리가 나지만... 용 한마리를 기르는데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선의와 애정이 필요해요.

이들에겐 전리품이 없습니다. 유명세도 없고, 영웅의 칭호도 없죠. 루비가 사랑스럽게 밝은 용으로 자라났을 뿐이에요. 하지만, 이 뻔하고 흔한 결말이 진짜 동화가 아닌가싶어요. 다시 말하지만, 쥬드와 블레어의 러브라인이나 씬은... 네... 좀 그렇습니다. 그래도 내내 이모 미소로 볼 수 있었던 건, 오로라보다 찬란한 사람들을 때문인것 같아요. 그럼 전 이제 성인이 된 루비를 봐야겠습니다. 금발의 황자와 사랑한다던데, 곧 '용의 황자님'도 리뷰하겠습니다.(찡긋)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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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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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문라이트북스

출간일: 2020.04.06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스탠리, 이제 알겠어?

그녀가 슬픈 미소를 지었다.

"넌 나를 좋아하지 않아."

"... 그런 말도 안 되는 방법으로-."

"좀 더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충동적으로 결혼식을 올리는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노라 하트가 뒷주머니에서 담뱃갑을 꺼냈다. 라이터로 담배를 태우면서 그녀가 씁쓸하게 말했다.

"가끔 우리는 과거의 기억, 감정까지 꾸며내곤 하잖아?"

point 2 줄거리

기: IT업계의 신화, SNS 플랫폼 '와이퍼'의 창업자인 스탠리 제이미슨! 그는 고향으로부터 온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하이스쿨 내내 짝사랑했던 노라의 결혼 소식이었다. 백만장자인 스탠리는 철저한 관리를 통해 번듯한 외모를 가지게 됐지만, 고등학교때는 다리 교정기를 낀 채 두꺼운 안경을 쓰고 컴퓨터 책을 들고 다니는 왕따였다. 특히, 마을 유지의 아들인 척 앤더슨과 그 패거리는 스탠리를 때리고, 가두고, 모욕했으며, 다른 클래스 메이트는 방관했다.

승: 스탠리는 승승장구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고향 밸린저 시티로 돌아간다. 하지만 가는 도중 차가 고장 나고, 도착한 견인차에서 첫 번째 동창을 만난다. 하이스쿨 프롬킹, 미식축구부 쿼터백, 그리고 노라의 남친이었던 리처드 베켓이었다. 리처드는 다리 부상을 입어 운동을 그만두고, 마을 정비공으로 일하고 있었다. 밸린저 시티로 돌아온 스탠리는 조금씩 과거 일을 떠올렸고, 동창들은 예상대로 성공한 스탠리에게 굽신거렸다.

전: 한편, 스탠리는 충격적 진실도 연이어 알게 된다. 노라와 결혼하는 사람이 '그' 척 앤더슨이고, 노라는 사실 자신을 미워했으며, 리처드를 좋아하지만 리처드는 다른 사람을 좋아해서 헤어졌다. 그 다른 사람이 스탠리다. 그리고, 스탠리는 사실 노라를 좋아한 게 아니었다. 등등. 스탠리는 혼란스러워한다. 그러면서도, 오해와 편견의 안경을 벗고 본 리처드에게 마음이 쏠리기 시작하고, 술에 취해 리처드를 유혹한다.

결: 섹스 후 스탠리는 리처드와의 관계 설정을 망설인다. 한편, 노라의 결혼식에 간 스탠리는 리처드가 부상당한 사연을 알게 되고, 그 자리에서 신랑인 척을 폭행한다. 이후 뉴욕으로 돌아간 스탠리는 리처드를 잊지 못했고, 이모가 쓰러졌다는 연락을 받자 다시 고향으로 내려간다. 스탠리는 리처드에게 고백한다. 리처드와 사귀는 것을 주저하지만, 결국 스탠리에게 3일 카운트 다운에 넘어간다. 리처드는 벨린저 시티를 떠났고, 곧 스탠리와 함께 살 예정이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삶이 그대에게 레몬을 준다면, 그것으로 레모네이드를 만들어라

백포백은 봐주는 게 인지상정! 하지만, 개인적으로 하이틴물은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너무 오글거려서, 잘 못 보겠더라고요. 그냥, 풋풋하고 예쁘게 사랑하는 거면 좋은데, 저세상급 위대한 고딩들의 러브 스토리는 공감도 안 되고 부끄럽기만 해요. 아직 때묻고 마모되지 않은 순수의 영역, 학교라는 곳이 가지는 로망이 있기 때문일 테지만, 사실 그것도 때묻고 마모되봐야 아는 것 같아요. 학생들끼리는 결코 서로를 순수하다고 느끼지 못할 테니까요.

그런데, 읽고보니 '하이스쿨 랑데부'는 학원물이 아니었습니다. 대도시에서 성공한, 34살의 스탠리가 짝사랑했던 동창의 결혼식 때문에 고향에 내려가 겪게 되는 이야기니까요. 다만, 회상하는 부분에서 학창 시절 이야기가 나오는데, 주로 스탠리가 잊었거나, 왜곡했거나, 모르고 있던 사실 위주로 나와요. 그러니까 결국 학교내 일화는 스탠리가 척 무리에게는 순수한 피해자였지만, 그 역시 노라나 리처드에게는 가해자였을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부분인 거죠.

스탠리의 학창 시절은 누가 봐도 지옥이었어요. 그래서, 스탠리는 많은 기억들을 잊거나, 자기방어를 위해 변형시켰죠. 그렇게 들어낸 덩어리에 리처드도 있었어요. '나는 노라를 사랑한다.' 스탠리에게 이 불변의 진실은, 어쩌면 유쾌함이라곤 조금도 없는 학교에 스탠리를 묶어 둘 수 있는 유일한 밧줄 같았을 거예요. 하지만, 수많은 불친절 속에 노라가 보인 찰나의 호의를 사랑이라고 착각한 스탠리의 맹신이, 노라와 리처드를 아주 많이 불행하게 만들었어요.

리처드는 빚더미에 앉은, 폭력적이고 충동적인 아버지 때문에 벨린저 시티에 오게 됩니다. 아버지의 친구이자 척 앤더슨의 부친이 돈을 빌려줬거든요. 리처드는 척의 부친이 내주는 학비로 학교를 다닌 거였어요. 리처드는 스탠리를 괴롭히는 척이 혐오스러웠지만, 이미 척과는 '을'일 수밖에 없는 관계였죠. 또, 리처드는 아버지를 닮은 외모, 그리고 폭력성과 충동성 역시 혐오합니다. 리처드는 자신 안에 들끓는 감정들을 미식축구로 발산하려해요.

스탠리는 리처드를 다 가진 인싸로 기억하지만, 사실 스탠리보다 리처드가 훨씬 위태로웠어요. 그런데 그 간당간당한 균형마저 스탠리가 무너트려버립니다. 스탠리를 좋아하게 된 후, 리처드는 척의 괴롭힘을 묵인하는 것도 노라를 좋아하는 스탠리를 지켜보는 것도 괴로웠어요. 결국, 척과 완전히 대립각을 세우고, 척은 빚을 탕감해 주겠다며 리처드를 폭행합니다. 그때 다리가 부러진 리처드는 정비공이 되죠. 또, 노라와의 기만적 연애도 상처뿐인 결말을 맞아요.

노라는 그럼에도 리처드를 포기하지 못합니다. 리처드가 미워서 척과 결혼하지만, 결국 척과 파혼하고 다시 리처드에게 함께 마을을 떠나 살자고 찾아와요. 하지만, 과거에도, 현재에도, 리처드는 스탠리만을 사랑하고 있었죠. 스탠리가 노라에게 느낀 '사랑'이 환상이었다면, 리처드가 스탠리에게 느낀 '사랑'은 고통이었어요. 리처드는 노라를 배신하고, 척에게 굴욕적으로 무릎을 굻고, 동창들에게 타락한 쿼터백으로 각인됐지만, 17년간 스탠리를 잊지 못했어요.

그러다 17년 만에 나타난 스탠리는 리처드를 더 괴롭게 만들죠. 이룰 수 없는 사랑과, 실패한 사랑은 다르니까요. 리처드는 스탠리를 밀어냅니다. 그러다가도, 자신을 유혹하는 스탠리에게 넘어가죠. 리처드는 아버지와 닮은 자신을 믿지 않습니다. 그래서 스탠리의 부를 강박적으로 거부하고, 그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을 주저해요. 그건, 스탠리가 노라를 사랑한다고 스스로 세뇌하고, 리처드와의 좋은 기억을 의도적으로 망각한 것과 같은 기저였어요.

소설은 단권답게, 두 사람이 마음 속 장애물을 뛰어넘어 사랑에 골인하는 것으로 마무리됩니다. 학원물이 아니기 때문에, 동창들의 이야기는 잘 수습되지 않아요. 두 사람이 서로 이루어지는 순간, 그들 중간에 있던 척이나 노라, 가족들은 모두 생략되죠. 분량을 생각하면 똘똘한 구성이라고 생각하지만, 두 사람이 서로 맞춰가며 성장하는 러브 스토리가 있었다면 더 탄탄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어찌 보면, 두 사람이 한건 '오류 수정'과 '진실 확인'뿐이니까요. 물론, IF 외전처럼, 리처드가 고등학교 때 스탠리에게 고백하고 집안 사정을 솔직히 말했다면, 두 사람은 더 빨리 이루어졌겠죠. 하지만, 언제든 기억의 왜곡을 걷어 낼 수 있다면, 그 아래 애정과 관심이 있다는 걸 알 수 있었을 거예요. 두 사람은 아주 어려운 한 발짝 나아갔지만, 근본적인 불안이 해소된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진짜 연애'는 처음인 두 사람의, 서툴면서 열혈한 동거기가 보고 싶습니다.

나름 깔끔한 마무리긴 한데, 그래도 질척거리고 싶은 마음을 지울 수가 없네요. 3권 분량에 1권이었으면 참 좋았을 것 같아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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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5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대리 서윤슬, 능력 있고 잘생긴 데다가 사회성도 좋아 인기가 많다. 그런 그에게 징크스가 하나 있다. 꿈에 고등학교 동창 강준 나온 날은 옴팡지게 재수가 없다. 과거 윤슬은 고백하는 강준을 거절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윤슬은 회사 근처 빵집에서 일하는 강준을 발견한다. 그 뒤, 꿈의 빈도는 늘어가고, 징크스의 날들은 이어졌다. 윤슬은 꿈을 꾸는 이유가 강준에 대한 죄책감 때문이고, 그래서 강준에게 좋은 사람이 되면 이런 징크스도 사라질 거라고 믿는다.

승: 하지만, 그 길은 쉽지 않았다. 그 다음날부터 윤슬은 멋을 부리고 빵집 문턱이 닳도록 찾아갔지만, 강준은 그런 윤슬을 무시하기 일쑤였다. 물론, 윤슬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러다 기회가 찾아온다. 회사일로 한동안 빵집을 가지 못한 윤슬이 갑자기 나타나자, 놀란 정준은 윤슬의 정장에 빵을 쏟는다. 윤슬은 세탁비를 변상하겠다는 정준에게 대신 밥을 사달라고 한다. 이를 계기로 둘은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 선물도 주고받으며 가까워진다.

전: 윤슬은 강준의 작은 행동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강준에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술을 마신 날 강준에게 먼저 키스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인정하지 못한 윤슬은 그날 이후 강준을 피해 다닌다. 설상가상 강준에게 의도적으로 접근한 것이 들키게 되면서, 윤슬은 강준을 2번째로 차게 된다. 하지만, 윤슬은 그전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자주 멍했고, 강준을 생각했다. 윤슬은 강준에 대한 감정을 깨닫는다. 강준이 윤슬을 완전히 손절한 뒤였다.

결: 한편, 윤슬은 동창회에서 과거 강준이 한 고백으로 시비를 거는 진상과 싸우게 되고, 이를 알게 된 강준은 더 이상 윤슬을 무시하지 않는다. 이틈에 윤슬은 선물공세를 퍼부으며 적극적으로 대쉬지만, 강준은 윤슬의 진심을 믿을 수 없었다. 결국, 강준은 윤슬에게 빵집 이전에 대해 알리지 않고 사라진다. 윤슬은 자신의 생일날 텅 빈 빵집 앞에 망연자실하게 서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펄펄 내리는 눈을 맞으며 강준이 뛰어온다. 그리고, 해피엔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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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3 진지충의 review: 윤슬은 포기하지 않는다!

이상하게도 BL은 19가 아니면 손이 잘 가지 않아요. 딱히 씬을 선호하는 것도 아닌데, 19가 아니면 내용이 유치하거나 쓰다 만 것 같은 아쉬움이 남는달까요. 근데 트렌드인지, 근래 '전체 연령가'나 15세가 많이 보이더라고요. BL은 19이다!라는 저의 편견을 깨 줄 19 아닌 명작들도 곧 볼 수 있길 바라고 있어요. '세 번째 결말'은 이웃님의 리뷰를 보고 정주행한 작품인데, 사실 중반까지는 19가 아닌 줄도 몰랐습니다. 깨달았을 때는... 멈출 수 없었죠.

'세 번째 결말'은 두 명의 주인공이 있습니다. 윤슬과 강준이죠. 하지만, 저는 제목이 '세 번째 결말'이어서 그런지, 윤슬 중심으로 읽게 되더라고요. 이 작품은 윤슬이 강준과의 '세 번째 결말'을 '해피 엔딩'으로 만들기 위한 고난기 같았거든요. 강준에게는 윤슬에게 거부 당하거나 거부 당하지 않거나, 두가지 결말이 있었어요. 반면, 윤슬이 만들 수 있는 엔딩은, 과거의 결말, 꿈의 결말, 미래의 결말, 3가지가 달랐어요.

일의 발단은 꿈입니다. 꿈속에서 윤슬은 강준에게 막말을 했고, 그 다음날이면 불운한 사건사고가 반드시 터졌어요. 이건 윤슬에 징크스가 됩니다. 윤슬은 꿈속 상황처럼 욕을 하거나, 눈앞에서 과자를 밟은 적이 없었고, 강준 역시 꿈속처럼 화내거나 울지 않았어요. 의미도 모를 꿈을 반복해 꾸면서, 윤슬은 간절히 벗어나고 싶었을 거예요. 그러다 우연히 빵집에서 일하는 강준을 봅니다. 윤슬은 꿈을 떨칠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고, 강준에게 접근해요.

  

윤슬이 강준의 꿈을 반복해서 꾼 이유! 죄책감 때문입니다. 사실, 과거 그날은 윤슬의 생일이자 강준이 전학 가는 날이었어요. 강준은 수줍게 용기를 냈고, 윤슬은 정중하게 거절했습니다. 여기서 끝났다면 모두에게 좋은 추억이었겠지만, 문제는 그다음입니다. 윤슬은 좋은 사람인 척, 겉과 속이 다른 생활을 하고 있었어요. 그래서, 김원준에게 시비가 걸려도, 매우 열받았지만 참았죠. 하지만, 그 직후 우연히 강준과 마주치자 간신히 잡고 있던 인내가 끊겨 버려요.

윤슬은 강준에게 공연히 분풀이 합니다. 네가 나의 본 모습을 어떻게 알고 좋아하냐? 네가 고백해서 기분이 더럽다. 네가 준 과자를 뭘 믿고 먹냐? 다 버렸다. 실제와 다른 말들을 쏟아내죠. 하지만, 강준은 그런 윤슬에게 화내거나 탓하지 않고, 씁쓸히 웃으며 학교를 떠나요. 그러니, 더더욱 윤슬 마음 깊숙이 죄책감은 남을 수밖에 없었죠. 좋은 사람 가면을 벗고 날카로운 말들로 공격한 사람은, 자신의 화를 받아야 할 사람도 아니었으니까요.

 

꿈속에서 그 상황을 반복합니다. 매번 다른 과정, 다른 결말이지만, 공통점은 배드 엔딩! 꿈꾼 날은 배드 데이가 이어지죠. 그러다, 윤슬은 그 엔딩을 바꿀 기회를 만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세 번째 결말을 기획하기에 이릅니다. 그래서 매일 치장하고, 단전에서부터 끌어올린 친절과 다정함으로 정준을 대해요. 중학교 때부터 윤슬을 좋아했고, 윤슬이 과자를 버렸다는 충격으로 제과제빵을 그만둔! 순둥이 정준에게 다시 찾아온 사랑이었죠.

하지만, 정준은 조심합니다. 남자에게 고백받아 기분이 더럽다던 윤슬이 게이일리도 없고, 또 윤슬은 정준이 고백했다는 사실을 기억 못 하는 듯 연기하기도 했으니까요. 반면, 경계심 없이 즐거운 나날을 보내던 윤슬은 정준에게 정신없이 빠져듭니다. 다만, 윤슬은 자신의 감정이 질투나 사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아도 되고, 징크스에서도 벗어날 수 있는 것이 좋은 거라고 착각하죠.

그러나 인생은 타이밍! 이 착각은 후회공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 정준에게 두 번이나 큰 상처를 줬고, 정준에게 철저히 차단 당한 윤슬의 애정전선은 먹구름이었어요. 하지만, 윤슬은 포기하지 않습니다! 이 웹툰에서 정준은 두 번 용기를 냅니다. 고등학교 때 고백한 것, 문 닫은 빵집으로 윤슬을 찾으러 간 것! 하지만, 전자는 전학 가기 전날이었고, 후자는 눈이 내리는 혹한의 날씨와 윤슬의 문자가 등을 떠밀었어요. 하지만, 윤슬은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연속입니다.

 

 

  

​어찌 보면, 그런 윤슬의 모습은 염치없어 보이기도 해요. 징크스를 피하고자 막말을 퍼부은 동창과 친해지겠다 접근하는 것도, 자신이 좋아한다는 걸 깨닫고 나서야 찾아가고, 고백하고, 선물하고... 심지어 정준을 좋아한 회사 직원에게 유언비어도 전하죠. 정준이 계속 윤슬을 좋아하고 있었기에 망정이지, 잘 못하면 스토커예요. 그럼에도 제가 윤슬을 계속 응원하게 되는 것은, 업 앤 다운이 반복되는 상황에도 굴하지 않고 계속 계속 마음을 표현한단 거죠.

윤슬은 도망갈 구멍도 믿을 만한 구석도 없는데, 이미 마이너스 1만점부터 시작해서 고백에 성공해야 하는, 하드코어 코스에 과감히 도전합니다. 그리고 정말 다채로운 감정들을 느끼죠. 저는 이 부분이 '세 번째 결말'이 잘 묘사한 부분이라고 생각했어요. 저는 '수어메'라, 후회공을 쉽게 용서하지 않거든요.(훗) 하지만, 윤슬은 응원했습니다. 강준의 일거수일투족에 눈치 보며, 강준의 박대에도 억울해하지 않고, 마음을 수습하는 모습이 대단하다고 느껴졌어요.

저도 반복해 꾸는 악몽이 있고, 그 심연엔 죄책감과 후회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끔 과거로 돌아간다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 텐데... 하며, 다른 결말을 상상해 보곤 해요. 물론, 그것이 교훈이 되어 나를 좀 더 나아지게 만들었을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과거가 바뀌는 건 아니니 여전히 벗어날 순 없죠. 그래서, 빵집에서 정준을 발견한 윤슬의 기분에 더 공감됐어요. 다시 한번 만난다면, 결말을 바꿀 기회가 온다면... 참 설레는 일이에요.

아! 그리고 정말 눈이 번쩍 뜨이는 작가님의 마지막 코멘트!

(므흣!) 수어메라고 했지만, 사실 정준이 수인지 공인지 확인할 방법이 없었죠. ㅠ.ㅜ 이렇게 어렵게 이룬 사랑이니, 얼마나 달달할까요? 약 1년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연작 소설이 작가님 사정으로 3번이나 미뤄져서 지쳐있었는데, 이제 시즌 2를 새로운 마음으로 기다리면 되겠어요. 너무 오래 기다리게 하지 마요 ㅠ.ㅜ 작가님 파이팅!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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