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한그루, 초등학교 5학년, 집 앞에서 비를 맞으며 쪼그리고 있는 아이를 본다. 그루는 그 아이에게 우산을 씌워주지만, 아이는 이상한 질문만 던진 채 옆집으로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루는 다음날 학교에서, 그 아이가 여름방학 직전에 전학 온 이가람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 후 그루는 가람을 마주칠 때마다 아는 척 하지만, 가람은 그루를 무시하기만 한다.

승: 번번이 무시당하기를 3년, 그루도 가람도 중학생이 되었다. 그날도 가람은 그루를 모른 척 지나갔다. 순간 욱한 그루는 가람을 잡고, 같이 하교하자고 말한다. 의외로 가람도 그러자고 말한다. 하지만, 그날따라 교무실에 불려간 그루는 뒤늦게 교실로 돌아오고, 모두가 하교한 빈 교실에 가람만이 그루를 기다리고 있었다. 잔뜩 땀을 흘리고 있는 가람은 해가 지면 나가자고 하고, 둘은 어색한 침묵이 감도는 시공간에 덩그라니 남겨진다.

전: 입을 먼저 뗀 것은 그루였다. 그루는 3년 전 가람이 물었던 이상한 질문에 답을 한다. 가람은 그런 그루의 진지함에 웃어버리고, 둘은 소소한 대화를 이어간다. 그러다, 그루는 고백 아닌 고백을 하고, 가람은 신기루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 다음날 가람이 전학 갔다는 소식을 듣는다. 그로부터 10년 뒤, 그루는 문학잡지사 기자로 일하면서, 작가 B의 인터뷰를 담당하게 된다.

결: 베일에 가려진 작가 B, 베스트셀러 로맨스 소설 '소나기' 1권을 쓰고 후속편을 내지 않는 야속한 작가였다. 약속 시간을 1시간 40분 넘긴 시점, 서서히 분노에 젖어가는 그루 앞에 성인이 된 가람이 나타난다. 작가 B의 인터뷰가 무난하게 끝나고, 가람은 그루에게 맥주 마시자고 제안한다. 그곳에서, 가람은 글의 쓴 계기가 자신의 짝사랑 때문이라고 고백한다. 그리고, 그의 비밀에 대해서도... 10년, 그루는 자신의 첫사랑이 이루어졌음을 깨닫는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혼몽해 질 정도로 더웠던 여름을 기억하며...

'입추'도 지나고, 숨 막히는 더위도 한풀 꺾인 듯합니다. 잠깐이긴하지만 소나기도 시원하고 내렸고요. 바람도 불고, 아스팔트를 디디는 순간부터 끈적이던 땀도 좀 덜 나는 것 같아요. 24절기를 정하던 시절과 기후는 천지개벽할 만큼 바뀌었을 텐데, 참으로 오묘한 우주의 진리가 아닌가 합니다.(멍~) 물론, 그럼에도 아직 덥긴 덥습니다. 더워서 그런지 멍~하네요. 몇 달 내내 이 상태였던 것 같지만요.

김에...라고 하긴 면구스럽지만, 한 여름 신비로웠던 첫사랑의 기억을 담은 단편 웹툰 한편을 리뷰 해 볼까 합니다. 사실, 오늘 아침까지 잊고 있다가, 갑자기 생각이 났어요. 한 여름을 다룬 많은 소설, 영화, 만화나 웹툰은 몽환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한여름 밤에 꿈'도 여름밤에 일어난 요정들의 장난을 소재로 하고 있잖아요. 고온 습윤한 공기에 혼몽한 계절, 이성이 한없이 버벅거리는 시간 동안, 현실인 듯 꿈인 듯 살게 되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소나기' 속 그루와 가람은 여름에 만나, 여름에 헤어지고, 여름에 재회합니다. '여름'이 이들에게 특별한 이유! 바로 가람의 체질 때문이에요. 가람은 모친인 인어의 형질을 물려받았고, 체온이 올라가면 잠시 기화해 버려요. 물론, 물에 닿거나 체온이 내려가면 원래대로 돌아옵니다. 한여름 열기에 기화했다가, 문득 쏟아지는 소나기에 돌아오곤 하죠. 문제는, 한여름의 열기에 더해, 체온을 올리는 일이 발생할때예요. 가령, 좋아하는 아이와 대화하는 것처럼요.

소나기가 내리 던 날, 물웅덩이를 보고 있던 가람에게 노란 우산을 든 그루가 나타납니다. 엉뚱한 질문, 엉뚱한 대답, 별것 아닌 시간이었지만, 가람은 몸에서 기화할 것 같은 열기를 느낍니다. 집으로 돌아가던 가람은 기어코 기화되어 버려요. 그 후, 가람은 그루를 피해 다닙니다. 사람들 앞에서 사라지는 일은 막아야 했으니까요. 이런 사정을 모르는 그루는, 홀로 분이 차오르고 있었고요. 결국, 그루는 가람을 잡고, 가람은 그루의 고백(?)에 체온이 올라가 그의 앞에서 사라져 버립니다. 본의는 없었지만, 어쨌든 그루는 첫 실연을 당하죠.

10년이 지나, 그루와 가람은 재회합니다. 기자와 작가가 되어서요. 그루 앞에만 서면 기화하는 가람은 미련 덩어리인 소설을 쓰고, 덕분에(?) 베스트셀러 작가가 됩니다. 역시, 최고의 글은 '겪은 일'에서 비롯되는 것 같죠? 어쨌든, 두 사람의 오해는 풀리려고 하는 순간! 가람은 또 기화해 버립니다. 그루의 두 번째 실연인가!!!! 싶은 그때! 하늘에서 소나기가 내립니다. 그리고, 이번엔 너무 늦지 않게, 가람은 그루 앞에 나타나요. 두근두근 체온이 오르면 기화하는 인어와, 두근두근 한순간마다 실연을 당할 뻔한 그루의, 신비로운 한여름 이야기였어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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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미열

출간일: 2020.11.06

분량: 본편 3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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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나를 떠나지 마!"

아케론이 루키우스를 올려다보았다. 일그러진 얼굴이 눈물로 물들어 있었다.

"제발...... 제발......"

마부가 당황하여 말의 고삐를 잡아당겼다. 서서히 멈추는 마차. 사내의 발이 피로 물들어 있었다. 루키우스의 창백한 입술이 달싹거렸다.

"아케론."

사내는 흐느끼며 머리를 쥐어뜯었다.

"죽을 테니까."

피로 물든 몸. 그것을 아랑곳하지 않고 사내는 흙투성이 위에 무릎을 꿇었다. 마차의 틀을 부여잡고 고통스러워했다. 무너져 내리는 혼이 그것에 있었다. 루키우스가 얼어붙을 그 순간에 아케론의 입술 밖으로 헐떡거리는 숨이 흘렀다.

"죽을 거야."

충혈된 눈.

흐르는 눈물.

"죽을 테니까......"

고통에 쩍쩍 갈라진 목소리를 사내는 힘겹게 토해 냈다.

"내가 죽을 테니까."

고꾸라진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척추가 도드라지게 몸을 웅크린 사내가 이마를 땅바닥에 깊이 박고 흐느꼈다. 그는 절규했다.

"...... 가지 마."

루키우스의 푸르스름한 입술이 달싹이는 순간, 마차를 움켜쥔 손이 흘러내렸다.

"책임져......"

거구의 몸이 애처롭게 떨렸다. 가늘게 떨리는 어깨가 늘어져 있었다. 사내는 더 이상 말을 내뱉지 못했다. 처참한 모습을 루키우스는 멍하니 바라보다가 숨을 멈추었다.

point 2 줄거리

기: 검투사 아케론, 집정관 마르쿠스의 노예, 이스카리아의 왕이라 불리는 그는 섬에 팔려 온 3년간 단 한 번의 패배도 없는 절대 승자였다. 검투장의 주인이기도 한 마르쿠스는 황금 알을 낳는 거위인 아케론을 결코 팔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갑자기 마르쿠스는 절벽 위 로마식 저택의 주인에게 아케론을 팔았다고 말한다. 그렇게 아케론은 검투장을 떠나 저택의 주인, 루키우스의 노예가 된다. 그가 아케론에게 바라는 것은 하나, 매일 밤 자신을 안으라는 것!

승: 노예가 된 지 7년, 하지만 아케론은 로마의 개선장군 게르마니쿠스였다. 아케론은 금발의 가녀린 소년 루키우스를 안으면서도, 그를 창부마냥 무시했다. 반면, 루키우스는 아케론에게 시중들 노예를 붙여주고, 별채에서 호화로운 생활을 하게 해 준다. 한편, 아케론은 나날이 변해가는 마음을, 루키우스의 몸에 미혹된 거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저택을 찾은 원로원 의원인 달마티카가 루키우스를 겁간하려 하고, 분노한 아케론은 그를 죽인다.

전: 아케론은 루키우스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한편, 루키우스는 아케론을 살리고자 재판장에서 신분을 밝힌다. 그는 로마 황제 카이사르의 사촌이자 아케론의 원수, 포스투무스의 친동생이었다. 풀려난 아케론은 루키우스의 출신에도 불구하고 구애하지만, 루키우스는 아케론의 사랑을 냉정하게 쳐낸다. 아케론은 그런 루키우스를 술에 취해 잔인하게 강간하고, 후회하며 자해한다. 루키우스는 아케론을 용서하지만, 사랑은 인정하지 않았다.

결: 7년의 시간이 흐른 뒤 저택에 불이 나고, 루키우스는 갑자기 저택을 떠난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여름, 루키우스가 돌연 나타나 아케론의 신분을 해방시키고 그를 로마로 보낸다. 작가 우티스가 쓴 로마사 '네체시스타스'가 지중해를 장악하고 있었고, 그 책엔 누명을 쓴 게르마니쿠스에 대한 진실이 담겨 있었다. 포스투무스를 경계한 황제의 도움이 더해져, 게르마니쿠스는 복권된다. 1년 뒤, 게르마니쿠스에게 아이깁투스로부터 온 루키우스의 편지가 도착한다.

point 3 전지 충의 Review: 숙명

'아울루스 셈프로니우스 달마티카' '우티스 루키우스 아르카디우스 풀케르'..... 주문 아닙니다. 사람 이름입니다. '게르마니쿠스 막시무스', 10글자 이름이 짧게 느껴지는 신비! 서양풍, 특히나 유서 깊은 가문 귀족님들이 많이 등장하는 소설은 눈이 뱅뱅돌아요. 그래서 손이 잘 가지 않는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제 서재에는 동양풍이 서양풍에 비해 3배 정도가 많아요. 그럼에도, 서양풍을 완전히 놓을 수 없는 이유는, 역시 좋은 작품이 너무 많기 때문일 거예요.

'네체시스타'는 게르마니쿠스의 '노예 14년'입니다. 포스투무스에 의해 몰락해서 루키우스에 의해 부활 할 때까지, 노예 검투사 아케론이 잃어버린 자유와 숙명을 찾는 이야기죠. "로마인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자유다."라는 작중 루키우스의 말처럼, 자유가 있어야만 숙명을 증명할 수 있을 테니, 결국 '존재하는 인간'과 '소유되는 노예' 사이에 가장 큰 차이는 '자유'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유 시민들의 유희를 위해 잔인하게 죽임 당하는 노예의 서사로 시작하지만, 사실 '네체시스타'는 고요한 절벽 위 저택을 배경으로 한 잔잔하고 애절한 서사를 메인으로 합니다. 스펙타클하다기보다는 서정적이예요.

게르만족의 정벌자, 그래서 게르마니쿠스가 된 (구)개선장군, (현)노예 아케론! 유례없는 승리와 수려한 외모로 로마인들의 영웅이 된 게르마니쿠스! 그의 개선식은 성대했습니다. 모두가 광란에 도가니였죠. 그리고 이 개선식은 아르카디우스 풀케르가의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꿉니다.

한 사람은 당연히, 루키우스에요. 약한 몸을 가진 루키우스는 명문 풀케르의 흠이었고, 어머니는 루키우스를 절벽에 던져 죽이려고 합니다. 하지만, 때마침 개선식을 열리고, 어머니는 루키우스를 놓고 개선식을 가요. 그 개선식이 루키우스를 살린 셈이죠. 다른 이는 포스투무스예요. 그는 동생을 살린 개선식을 보고, 개선식에 대한 선망과 집착을 갖게 돼요. 그리고, 이 꿈에 방해가 되는 상사 게르마니쿠스를 고발하기에 이릅니다.

"더 찾아봐라. 신이 너를 세상에 내린 이유가 한 가지는 있겠지." 연회에서 만난 로마의 영웅 게르마니쿠스는 어린 소년 루키우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그리고 루키우스는 자신의 숙명이 게르마니쿠스에게 닿아 있음을 확신하죠. 신이 세상에 나를 내린 이유, 그것이 진짜 숙명이라면 말이에요. 반면, 게르마니쿠스의 숙명은 '생존'이었어요.

과거 게르마니쿠스는 승리에 기쁨에 도취되어 보지 못한, 전쟁의 참상을 직시하게 됩니다. 게르마니쿠스는 더 이상 영토를 넓히기 위한, 무용한 전쟁을 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지만, 전쟁을 하지 않으면 개선식도 없죠. 게르마니쿠스의 부관인 포스투무스는 겁쟁이가 되어버린 상관에 크게 실망합니다. 왜냐면, 포스투무스의 숙명이 바로 '개선식'이었으니까요. 결국 포스투무스는 게르마니쿠스를 이민족과 밀회하여 로마를 배신한 반역자로 몰고, 게르마니쿠스는 소중한 벗 군나르를 남기고 홀로 도망칩니다. 그리고, 반드시 살아남으라는 그의 유언이, 살아남은 게르마니쿠스의 숙명이 되죠.

그런데 문제는, 게르마니쿠스와 포스투무스의 숙명이 명료한 데 비해 루키우스의 숙명이 모호하는 거예요. 루키우스는 자신의 영웅, 구원자, 사랑하는 게르마니쿠스를 위해 남은 수명을 쓰려 합니다. 그러면서도, 검투장에서 환호 받는 게르마니쿠스를 보고, 가지고 싶은 욕망도 생기죠. 결국, 루키우스는 게르마니쿠스를 옆에 두고 아끼며, '네체시스타'를 통해 그의 명예를 찾아주려고 합니다. 좋은 음식, 편안한 잠자리, 안온한 생활, 그리고 자유를 주려 해요.

하지만, 루키우스의 계획이 어그러집니다. 창부같이 구는 자신을 혐오해 마지않던 게르마니쿠스가 점점 변하면서요. 그가 절대 나를 사랑하지 않을 것이다. 노예 아케론을 주인으로서 통제할 수 있다. 하지만, 대쪽 같은 장군 게르마니쿠스는 사랑에 있어서도 우회로를 몰랐어요. 사랑을 자각한 게르마니쿠스는 폭풍처럼 루키우스를 몰아칩니다. 그의 형과 사촌, 심지어 신분도 막을 순 없었죠. 루키우스가 애타게 부르던 '장군'이 자신이고, 자신이 사랑하는 이가 '그'라는 것만이 중요했어요.

루키우스의 몸에는 종양이 자라고 있었고, 로도스 섬의 밀교조차도 치료에 도움이 되지 못했죠. 간신히 위험한 진통제를 먹으며 '네체시스타'에 몰두 하던 루키우스에게, 아케론은 사랑하지만 사랑하면 안되는 사람이었어요. 게다가, 게르마니쿠스의 복권은 포스투무스의 몰락을 의미하죠. 루키우스는 게르마니쿠스가 마땅히 해야 할 복수에 걸림돌이 되고 싶지도 않았어요. 하지만, 루카우스는 결국 이 사랑을 참아내지 못합니다.

'네체시스타'는 전형적인 비극의 서사를 가지고 있어요. 병약한 주인공과 원수의 혈연, 생명을 태워 숙명을 이룬 헌신적 사랑... 하지만, 놀랍게도 '네체시스타'는 해피엔딩입니다. 포스투무스는 죽거나 노예가 되지 않고, 루키우스도 아이깁투스에서 수술을 받아요. 흐름상 튀는 결말이라고 생각합니다. 급건강해진 주인공과 쉽게 벗은 복수의 고리,,, 그럼에도 왜일까요? 어색해도 해피엔딩이라 좋아요. 정말, 죽~~도록 마음 고생한 둘의 행복한 모습이 흐뭇해요.

이번 리뷰를 쓰면서, 정말 이름... 후덜덜하네요. 웬만해선 4글자를 넘지 않는 동양의 작명 전통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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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사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기: 어릴 때부터 게임이 만들고 싶었던 미사키는 전문학교에 입학한다. 제법 재능도 있기에 자신만만했지만, 그곳엔 카나메라는 진짜 천재가 있었다. 하지만, 카나메는 사회성이 없었고, 덕분에 쉽게 미움을 샀다. 그러다 과제 USB가 도난당하면서 진급을 못할 위험에 처하고, 그때 마사키가 카나메를 도우면서 간신히 진급 과제를 제출한다. 성격 좋은 노력파 마사키를 카나메는 좋아하게 되고, 두 사람은 친해진다.

승: 카나메는 점점 마사키에게 속절없이 빠져들었지만, 마사키는 점점 열등감에 시달린다. 마사키에게 카나메는 더 이상 대단한 동기도 라이벌도 아니었다. 그냥 넘을 수 없는 절벽이었고, 마사키는 점점 좌절에 빠진다. 그러다, 카나메는 마사키가 동경했던 '골드 게임스'에 스카우트되고, 마사키는 더 절박한 심정으로 '골든 게임스' 입사를 준비한다. 그런 마사키를 도우려다 카나메는 마사키의 열등감을 자극하고, 마사키는 폭발한다. 둘은 그 상태로 졸업한다.

전: 그 후 미사키는 원래 하고 싶었던 모델러는 아니지만 언젠가 모델러를 할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CG 애니메이션 회사에서 성실하게 일하고 있었다. 하지만, 대형 프로젝트에서 마사키가 아닌 '골드 게임스'를 나와 프리로 일하던 카나메가 모델러를 맡게 된다. 둘은 그렇게 재회하게 된 것이다. 카나메는 여전히 뛰어났고, 또 여전히 마사키를 좋아하고 있었다. 마사키는 한결같은 카나메의 마음에 넘어가고, 프로젝트가 끝난 뒤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있었다.

결: 두 사람은 함께 게임을 제작하기로 하지만, 마사키는 극복하지 못한 카나메에 대한 질투심과 깊어지는 사랑 사이에서 괴로워한다. 결국 마사키는 게임을 그만두고 도망친다. 그 후 편의점에서 일하던 마사키는 카나메가 모델링 한 게임을 하고, 잊었던 꿈을 떠올리게 된다. 마사키는 다시 시작한다. 게임회사에 재취업해서 실력을 키운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마사키는 카나메가 만든 게임 회사의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된다.

point 3 전지 충의 Review: 지긋지긋한 열등감!

오게레츠 타나카님 하면, '이스케이프 저니'나 '플레잉☆보이부'가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저의 원픽은 '이스케이프 저니'지만, 모두 사랑스러운 작품이에요. 오게레츠 타나카님 작품의 특징은 섬세한 심리묘사라고 생각합니다. 캠퍼스물이든 뽕빨물이든 시리어스물이든, 뻔한 스토리를 오게레츠 타나카답게 만드는 매력이기도 하죠. '데이지 젤러시' 역시 마찬가지였어요.

스토리는 전형적인 '그' 클리셰를 벗어나지 않습니다. 까칠한 성격의 천재와 사교성 좋은 범재의 만남, 그리고 천재의 순애보에도 열등감 때문에 혼란스러워 하는 범재의 이야기... 둘의 갈등은 범재의 폭발로 시작해서 극복으로 봉합되죠. 연애에 서툴지만 사랑에 우직한 천재와, 연애엔 능숙하지만 사랑엔 우왕좌왕하는 범재의 좌충우돌 연애담이에요. 다만, 오츠카레 타카가님이 그 뻔한걸 뻔하지 않게 쓰시는 금손이시죠. 역시, 차별점은 디테일이 아닐까 싶습니다.

미사키는 어릴 때부터 게임이 좋았어요. 게임을 즐겼고, 또 모델링을 취미 삼아 할 정도로 재능도 있었죠. 하지만, '나 좀 한다.'고 생각한 마사키는 전문학교에서 진짜 천재를 만났습니다. 처음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좋은 자극제라고... 세상은 넓고, 저렇게 잘하는 사람도 있으니, 분한 마음에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말이에요. 그 천재는 말만 하면 주변에 미움을 샀고, 동료들과 잘 어울리지도 못했어요. 재능 이외에는 분명 부족한 부분도 있는 사람이었죠.

그래서 진급과제도 도와준 거였어요. 열심히 하는 카나메가, 열심히 하지 않는 동료들의 시기로 진급이 누락되는 것이 싫어서... 노력하는 자는 노력하는 만큼 인정을 받아야 분하지 않은 거니까요. 하지만, 이 사건을 계기로 카나메의 첫사랑은 시작되지만, 미사키의 열등감은 본격화돼요. 어깨너머로 보던 천재성을 가까이서 보니, 애당초 카나메를 라이벌이라고 생각한 것 조차 어불성설이었죠. 마사키는 더더더 노력합니다. 주변에 걱정을 살 정도로 피폐해지지만, '골드 게임스'가 선택한 사람은 결국 카나메 뿐이었어요.

 

 

그 후 4년의 시간이 흐릅니다. 마사키는 원하던 모델링일은 하지 못했지만, 열심히 일하고 있었어요. 언젠가 이렇게 성장하다 모델링 일도 할 수 있을 거라고 희망하면서... 하지만, 그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을 때, 신예 프리 모델러 카나메가 등장합니다. 마사키는 어른이 됐고, 비록 자신이 바라던 일은 카나메가 하게 됐지만, 학교를 다닐 때처럼 심한 열등감이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간 한 번도 변한 적 없다는 카나메의 일편단심에 감동을 하죠.

두 사람은 연인이 되어 행복한 연애를 합니다. 프로젝트는 끝나고, 마사키와 카나메는 게임을 만들기로 해요. 하지만, 마사키의 열등감은 극복된 게 아니었어요.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카나메와의 실력차는 절실히 느껴지고, 한편으로는 카나메가 자신에게 실망을 해주길 바랍니다. 카나메는 연인으로서, 동료 개발자로서, 마사키에게 최선을 다하지만, 그런 카나메의 모습이 오히려 마사키를 더 비참하게 만들어요. 마사키는 결국 평생 단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선택을 하게 됩니다. 바로, 게임을 포기하는 거 말이에요.

 

 

물론, 마사키는 극복합니다. 게임을 좋아하는 초심으로 돌아가죠. 사실, 마사키가 전문학교에 간 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지 카나메만큼 모델링을 잘하기 위해서가 아니었잖아요. 하지만, 어느 순간 카나메라는 목표가 생기고, 아무리 노력해도 마사키는 초라해지기만 하고 더 나아지지는 않는 것 같았죠. 하지만, 사실은 열심히 나아지고 있는 거였어요. 별에 닿지 않아도 별을 향해 나아가는 우주선처럼, 위대한 도약을 하고 있는 중이었던 거였죠.

참 어렵습니다. '목표'라는 것이 생기면, '실패'가 생기는 까닭에요. 그리고, '실패'라는 것은 그간의 노력을 무효화할 뿐만 아니라, 초심과 자존감마저 앗아갑니다.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 이것만 해도 훌륭하다! 스스로를 다독여도 안되니, 자기개발서 좀 읽는다고 '나는 이미 충분하다.'는 마음이 생길리가 없습니다. 1%의 성공률이면, 사실상 성공할 수 없다는 문장의 숫자적 표현인데도, 1%는 성공한다. 나도 1%가 될 수 있다.는 해석으로 통용되고 있는 것이 가끔 경악스럽습니다. 열등감은 학습되고, 학습된 열등감은 체화되죠. 어느 순간 내 영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샴쌍둥이같이 되어 버려요.

정말 지긋지긋한 열등감입니다. 저 역시 '극복'이라는 단어를 쓰긴 했지만, 열등감이 극복의 대상은 아니죠. 마사키도 정확는 '극복'을 한건 아닙니다. 단지, 익숙해진 거죠. '인정'해도 '익숙'해지지 않으면 괴로운 게 열등감이니까요. 마사키는 초심으로 돌아갑니다. '나, 마사키는 게임 만드는 것을 좋아한다.' 그건 목표도 아니고 비교할 필요도 없지만, 가장 흔들림 없는 진심이었어요. 나의 초심은 무엇인가? 나의 '열심히 사는 방법'은 틀리지 않았나? 저에겐 이런 질문들이, 지긋지긋한 열등감과 익숙해지는 노력인 것 같아요.

더불어, 천재 여러분! 열등감을 느끼는 존재의 일을 대신해 주거나 섣불리 위로하려 들면, 그들은 존재가 지워지는 절망감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카나메 역시 '골드 게임스' 입사 준비로 무리하는 미사키에게 그냥 본인의 모델을 쓰라고 하고, 게임 개발할 때에도 본인과의 실력차로 힘들어하는 줄도 모르고 계속 위로하려 합니다. 이로 인해 두 번이나 이별을 겪어야 했고, 카나메는 교훈을 얻습니다. 그 후엔, 그냥 기다려 줍니다. 미사키가 충분히 성장할 때까지 말이죠.

결론은 해피엔딩입니다. 해피엔딩인 줄 알았지만, 해피엔딩이라 정말 다행이에요. 열등감을 너무 리얼하게 다룬 작품이어서, 열등감쟁이인 저는 너무 몰입해 버렸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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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물/일상물/잔잔물] 오게레츠 타나카 - 이스케이프 저니

제목: 이스케이프 저니 작가: 오게레츠 타나카 출판사: (주)현대지능개발 출간일: 2017.03.24 분량: 본편 3권 ​ # point 1 한 컷 # point 2 줄거리 기: 사교성 갑인 나오토는 자신과 같은학교 같은학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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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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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레진코믹스

분량: 본편 70화

point1: 한 컷

 

point2: 줄거리

 

기: 불의 나라는 불을 숭배하는 7국의 맹주였던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대륙의 패권을 쥔다. 그 힘의 근원은 불의 악마와 불의 악마가 알려준 화약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불의 악마가 납치되고, 불의 나라 주단왕은 악마를 찾는 공문를 붙인다. 그리고, 한 왕조의 후손이지만 천한 돗자리 장수로 살고 있던 유하는 들판에서 그 불의 악마를 발견한다. 유하는 불의 악마를 궁에 데려다준 대가로 입궁을 요청하고, 허드레 일꾼으로 궁에서 일하게 된다.

 

승: 불의 나라는 과거 7나라 중 최약소국으로 차별받으며 비굴하게 살고 있었다. 타국에 굽신거리는 것이 일상인 왕족들은, 민생은 버려두고 자신들의 향락만 찾았다. 막내였던 주단은 핍박받는 백성을 구하고자 홀로 고군분투했고, 그러던 중 사랑하는 불의 악마를 형제들이 해하려 들자, 그 형제들을 죽이고 왕이 되어 전쟁을 일으킨다. 그리고, 화약을 이용해 최강국 한나라를 멸망시키고, 살아남은 5국 위에 군림하게 된다. 하지만, 그 후 주단은 화약 개발에 집착하며 불의 악마를 홀대하기 시작한다.

 

전: 1000년 전 , 불의 산에서 홀로 살던 불의 악마는 인간 세계를 가고 싶어, 불을 품을 수 있는 자를 불렀다. 그리고 그 소리에 응답한 자가 척이었다. 불의 악마를 얻은 척은 6명의 인재를 모아 혼란한 세상을 평정하고, 척의 한나라를 비롯해 대륙엔 7개의 나라가 건국한다. 그러다 척이 죽고 불의 악마는 또다시 불을 품을 자를 부르지만, 1000년이 지나서야 주단이 나타났다. 불의 악마와 주단은 서로 사랑에 빠지고, 악마는 주단과 불의 산으로 함께 돌아가길 원했지만, 주단의 점점 변해갔다.

 

결: 주단은 천재 화약 개발자 지율과 함께 더 강한 화약을 만들어, 계속 사람을 죽이고 있었다. 결국 주변국들은 주단에게 반기를 드는 지하 모임을 만든다. 중간에 지율의 고발로 작전이 실패해 우나라 왕자 무기가 목숨을 잃지만, 한나라의 왕족인 유하와 척의 유지가 보태지면서 결국 주단은 죽임을 당한다. 그리고 모든 대륙의 왕이 된 유하는 주단의 시신을 악마에게 주고, 약속한 대로 악마를 불의 산으로 데려다준다.

 

point3 전지 충의 review: 홀로 타는 불은 없다.

 

비교적 비슷한 시기에 신유리님의 세편의 작품이, 각각 다른 플랫폼에 완결 났습니다. 봄툰에서 '수라의 연인', 리디북스에서 '후안무치', 레진코믹스에서 '불이 부르는 소리에'가 말이죠. 모두 동양풍 BL이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후안무치'는 진양님의 소설을 웹툰화한 개그물인 반면, '수라의 연인'과 '불이 부르는 소리에'는 시리어스물입니다. 강렬한 색채로 인간의 잔인성을 묘사한 피폐물이기도 하죠. 그 중 원픽은 단연 '불이 부르는 소리에'입니다.

 

'불이 부르는 소리에'에 가장 흥미로운 설정은 '불은 스스로 움직이지 못한다.'는 거였어요. 활활 타오르는 불의 산, 그곳에서 사는 불의 악마는 인간 세상이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자신을 세상으로 옮겨 줄 이를 애타게 부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만났거나, 자신의 욕망을 찾았거나, 일생에 한 번 가슴속에 불꽃을 태울 사람을 말이에요. 그때, 정의로운 돗자리 장수 척은 무가의 장군 무장운을 만나 어지러운 세상을 바꿀 꿈을 꾸고 있었죠. 척은 그 불꽃으로 인재를 모으고, 불의 악마의 부름에 응답 할 수도 있게 되요.

 

불의 악마는 척에게 지혜를 빌려줍니다. 뜻을 함께한 6명과, 척의 한나라... 불을 숭배하는 대륙의 7개의 나라는 이렇게 탄생한 거죠. 불의 악마는 아름다웠고,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것들을 기꺼이 알려 줍니다. 많은 이들이 불의 악마를 사랑했고, 척 역시 불의 악마에게 깊이 빠집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사람들은 척을 시기하며 악마를 빼앗으려 들고, 다른 쪽에선 불의 악마를 왕을 꼬신 요물이라고 비난해요. 불의 악마는 돌연 바뀌는 사람들의 모습에 큰 충격을 받고 깊이 상처 입습니다.

 

불의 악마는 자신을 원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 모두가 말하는 '사랑'이라는 것이 궁금해졌어요. 그리고, 곧 사랑이 하고 싶어졌죠. 사랑하는 사람과 불의 산으로 돌아갈 꿈을 꾸게 됩니다. 불의 악마를 세상으로 옮겨준 불이 '욕망'이었다면, 불의 산으로 돌아가게 해줄 불은 '사랑'이길 바란 거죠. 하지만, 현명하고 의로운 왕, 척이 죽자 불의 악마는 곤궁엔 처해요. 불의 악마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그 누구의 가슴도 불타지 않았거든요. 불의 악마는 그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1000년간 철창 안에 방치돼요.

 

그리고, 시간이 흘러 새로운 세상을 열망하는 불꽃이 한 사람의 가슴속에서 타오릅니다. 최약국, 불의 나라의 막내 왕자 주단이었어요. 7개의 나라는 건국 신념 따위는 모두 망각하고, 부패와 일그러진 욕망만이 가득한 혼돈이 되었죠. 한나라는 힘으로 약소국을 핍박하고, 그 약소국들은 더 약소국을 유린했어요. 최약국인 불의 나라 백성들의 삶은 당연히 가장 처참했죠. 주단은 그들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그때 주단은 자신을 부르는 악마에 소리에 이끌립니다.

 

불의 악마와 주단은 서로를 사랑하게 됩니다. 척과 불의 악마 역시 '사랑'했지만, 그때 불의 악마는 '사랑'이라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지 못했죠. 불이 악마를 불타게 해줄 사람은, 작품에 3명 등장합니다. 그들은 모두 강한 욕망을 가지고 있었고, 불의 악마를 사랑하게 됐지만, 결국 악마가 '진짜' 사랑했던 사람은 주단뿐이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긴 기다림, 정의롭고 약한 왕자, 불의 악마는 주단에게 화약에 대해 알려 줍니다.

 

화약을 이용하면서 주단은 삽시간에 대륙의 절대 강자가 됩니다. 불의 나라 백성들은, 괄시받는 존재에서 괄시하는 위치에 오른 것을 기뻐하며, 주단과 불의 악마를 칭송했어요. 화약으로 죽어간 사람이나, 초토화된 한나라 땅은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오랜 세월 서러운 삶을 살았을 그들에게는 타고 남은 잔열처럼, 잔잔히 깔리 분노가 있었으니까요. 반면, 주단은 초조했습니다. 그래서, 주변국이 감히 따라하지 못할, 더 강하고 오래 타는 화약을 개발하려고 골몰하죠.

 

주단은 불의 악마를 밀실에 가두고 더 좋은 화약을 만들 지혜를 강요합니다. 인간성을 상실한 지율을 이용해 살상력이 높은 화약을 개발하죠. 사랑을 갈구하는 악마를 누르고, 통제하고, 함부로 대하면서, 나를 이렇게 대하지 말라는 악마의 눈물 어린 호소를 듣지 않아요. 화약에 대한 주단의 집착은, 그를 불안과 광기밖에 남지 않은 사람으로 만듭니다. 그의 가슴에 불꽃은 꺼져가고 있었어요. 악마는 살기 위해, 새로운 불꽃으로 갈아타야 했습니다.

 

그리고 그때, 새로운 불꽃 유하가 나타나죠. 유하는 숨겨진 척의 유지를 찾기 위해 궁으로 들어갑니다. 더불어 하찮은 돗자리 장수에게 불씨를 옮겨 준, 불의 악마를 사랑하게 돼요. 불의 악마는 주단에게 당하면서도, 주단을 사랑하는 마음때문에 괴로워하고 있었죠. 그리고, 유하가 찾은 척의 유지에는, 자신이 죽고난뒤 영겁의 시간을 홀로 살아가야 하는 악마에 대한 염려가 가득 담겨 있었어요. 유하는 주단에게서 악마를 구하기로 합니다.

 

 

작품 속 모두가 자신의 '불'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불의 악마를 불의 산으로 데리고 가 줄 그릇은, 오로지 세 사람뿐이었죠. 그럼, 다른 사람들의 불은 왜 악마에게 선택받지 못한 걸까요? 왜 척이나 주단, 유하처럼 전쟁의 신, 승리의 증표, 제왕의 증거를 가지지 못한 걸까요? 그건 아마도, 그것이 세상을 비추는 불이 아니라, 자신만을 태우는 불이기 때문일 거예요. 모두 스스로 죽음으로 가거나, 타인을 죽음으로 몰기 위해 불타고 있었죠. 때론 알면서도, 때론 모르기 때문에...

 

불의 악마가 '악마'로 불리는 설정도 흥미로워요. 이 작품에 등장하는 많은 '인간'들은 복잡하고, 잔인하고, 남 탓도 잘합니다. 화약 개발에 재능이 있는 지율은, 과거 왕족들의 장난감으로 학대 당했고, 그 후유증으로 자학을 반복해요. 그럼에도 그들이 아닌, 단 한번 자신을 모른척했던 악마를 증오하고, 많은 무고한 이들을 태워 죽이죠. 무기도, 심지어 불의 나라 궁인들도, 상황과 사정이 바뀌면, 거침없이 비난의 화살을 돌리고 얼굴을 바꿔요. 오로지 악마만이 변함없이 선의를 베풀며, 계속 한결같이 사랑만을 바랍니다. 사람을 죽이지 않는 뿔을 가진 악마와, 사람을 죽이는 뿔이 없는 인간인 셈이죠.

 

불은 인력이 있습니다. 붉은색이 퍼지는 모습이 꽃 같기도 하고, 하늘하늘 흔들리는 모습이 춤사위 같기도 하고, 타오르다 허공에서 소멸하는 부티는 신기루 같기도 합니다. 타닥타닥 타들어가는 소리에 열기도 잊고 가까이, 가까이, 다가가게 되죠. 사람 안의 불도 인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연정으로, 미래에 대한 희망이나 굳건한 의지의 발현으로, 사람들을 끌어모아요. 하지만, 선을 넘어 너무 가까이 다가가면, 불은 돌연 광기가 되어 뜨거운 열기로 덮쳐 올지 모릅니다. 재가 될 때까지 모든 걸 태워야, 비로소 꺼지는 그 속성대로 말이죠.

 

사람과 어울려 살며 사랑하고 싶었던 악마가 끝내 깨달은 것은, 불은 불의 산에 있어야 한다는 거였어요. 불은 홀로 타지 않습니다. 많은 것들을 태우고, 멀리멀리 옮겨붙습니다. 재가 되지 않고, 불을 품을 수 있는 강한 사람조차 광기에 취하게 하는... 불이란 그런 거니까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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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너굴스토리

출간일: 2019.08.01

분량: 본편 1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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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주명운이 내미는 술잔을 받으며 남청인은 행복하게 웃었다. 해맑은 얼굴로 칵테일을 마시던 남청인은 전 애인과 눈이 마주쳤다. 의외로 얼마 전 바람을 피웠으면서 되려 엉뚱하게 화내던 전 애인의 경악에 찬 얼굴은 남청인에게 큰 감흥을 일으키지 못했다. 후련하리라 생각했지만 놀라울 정도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다. 남청인은 그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사랑받는다는 감각이 가득 찼기 때문이다. 주명운과 주고받는 질량이 남청인을 채워 다른 감정은 들어올 자리가 부족했다. 남청인은 행복했다.

"난 형을 만나서 정말 좋아."

주명운도 남청인의 뺨을 쓰다듬으며 다정하게 웃었다.

point 2 줄거리

기: 남청인, 27세, 수려한 외모를 가진 유능한 직장인이자 게이바 헤로스 정의 단골! 청인은 많은 찌질이들에게 새 삶을 열어 줬지만, 헌신적인 연애 패턴과 넓은 오지랖으로 처참하게 차이기 일쑤다. 청인의 전 연인들은, 올챙이 적 생각하지 못하고 청인에게 고마워하긴커녕 청인을 무시한다. 하지만, 청인은 그들을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웃으며 받아준다.

승: 그러던 어느 날 하이패션을 구사하는, 패션 테러리스트 주명운이 바 헤로스 정에 나타난다. 헤로스 정 게이들은 그런 주명운을 비웃지만, 제 버릇 남 못 준 청인은 또 주명운을 변신시켜 준다. 때 빼고 광낸 주명운은 그야말로 역작이었다. 그 후 친해진 청인과 명운은 함께 술을 하시고, 명운은 헤로스에 첫사랑을 만나러 온 거라고 말한다. 청인은 첫사랑에 대해 말하는 명운이 너무나 부드럽고 달콤해서, 명운이 사랑하는 그 사람이 부러워졌다.

전: 결국 과음까지 한 청인은 명운에게 부축받으며 호텔로 간다. 그리고, 선물도 하나 받게 되는데... 그것은 남사스러운 여성 란제리였다. 청인은 당황하지만, 명운은 돌연 저급한 말을 내뱉으며 청인을 침대 위로 몰아붙인다. 그리고, 청인이 자신이 찾던 바로 그 첫사랑이라고 고백한다. 과거 명운은 후계자 자리를 두고 이복동생과 칼부림을 하고, 등이 찔리는 부상을 입는다. 그리고, 비는 내리는 길거리에 쓰러진 명운에게 말을 건 사람이 있었으니, 남청인이었다.

결: 남청인은 누가 봐도 수상한 명운을 집으로 데리고 와 치료해 준다. 이후, 아버지와 이복동생의 장례를 마친 명운은 자신을 구해준 파란 우산의 남자를 찾는다. 그리고, 남청인의 일거수일투족을 알면 알수록, 남청인을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어느덧 명운에게 청인은 설렘으로 스며들었고, 삭막한 명운의 인생에 유일한 사랑이 되었다. 명운은 청인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그를 가질 계획을 세운다. 물론, 청인의 전 남자친구들에 대한 복수도 잊지 않는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호인 아닌 호구의 임자!

남청인은 호인이 아니라 호구였다. 남들 좋은 일은 잔뜩 해 주고 정작 자신은 손해를 보기 일쑤였다. 그런데 연애를 포기 못 해 짧은 간격으로 여럿을 사귀니 좋은 사람은 떨어져 나가고 갈수록 평가는 박해졌다. 뒤에서는 남청인을 조금만 잘해 주면 무료로 꾸며 주는 부티크 취급하는 사람도 있을 정도였다. 문제는 남청인이 제가 차일 때까지 거기에 질질 끌려다닌다는 점이었다. 애정 결핍 기미까지 있었다. (......) 즉 남청인의 애정 결핍은 그 본래의 성격과 갈수록 나빠지는 주변 환경의 굴레였다.

주명운의 남청인에 대한 평가... 지나치게 냉혹한 것 같으면서도,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좋은 사람에게 좋음 삶, 나쁜 사람에게 나쁜 삶이 배정되면 좋겠지만, 아주 많은 경우 그 반대되는 장면을 목격하게 되요.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서 10번 약속을 어긴 청인의 전 남친은, 한 번 약속을 어긴 청인에게 대노하며 이별을 통보합니다. 본인이 어긴 10번의 약속을 떠올리지 못하는가? 그때 명운은 이런 말을 합니다. 그렇게 역지사지할 수 있었다면, 애당초 10번이나 약속을 어기지도 않았을 거라고...

오해 없이 대화를 할 수 있는 방법이 아니라, 대화가 통하는 상대인지를 먼저 확인해야 하는 사태에 직면하면, 참~~~ 난감합니다. 물론,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고, 저도 매일 받던 배려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정당한 대우를 못 받는 것 같은 불쾌감이 들곤 합니다. 익숙해진다는 것이, 그것이 누군가의 선의였음을 쉽게 잊게 해요. 그래서 관계는 빛바래지 않도록 계속 갈고닦아야 한다고 말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연장선상에서, 청인이 전 남자친구들에게 받는 대우가 너무 어이없고 화나긴 하지만, 현실감이 없진 않아요. 우유 없이 밤고구마를 먹는 것 같은 답답함이 느껴지죠. 청인이 " 자기가 바람피워서 헤어지는 주제에 염치도 없기는! 나 아니었음 바람은 고사하고 동정사 할 찌질이가 은혜도 모르고 무슨 주제넘은 소리야?"라고 제대로 대거리라도 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청인은 부당한 것들에 익숙해져 있었고, 익숙한 오류란 스스로 벗어나기가 참 힘들어요.

그리하여 요정 대모님의 봄엔 음험한 악인이 필요합니다! 더티톡크와 변태적 호기심이 가득한 두목님 말입니다. 가족들에게조차 칼 맞을 걱정을 해야 하는, 검은 세계의 주인! 그래서 주명운은 냉정한 시선으로 청인을 볼 수 있었죠. 청인의 오지랖, 외로움, 그리고 조건 없는 선의 말이에요. 청인은 있는 그대로 너무나 귀엽고 사랑스러운 사람이었습니다. 전 남친들은 청인이 준 호의에 취해, 청인이 어떤 사람인지를 제대로 보내 못하고 있었던 거죠. 명운은 청인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청인은 명운의 생각에 한치 엇나감 없이 움직였습니다. 피 흘리는 거구의 남자를 기꺼이 도왔던 청인은, 게이바에 창의적(?) 추리닝을 입고 등장한 명운을 당연히 돕습니다. 비웃지도 않고, 가장 잘 어울리는 옷과 헤어스타일, 렌즈를 맞춰주죠. 그리고 청인의 주변인들도 명운의 예상을 벗어나지 않습니다. 청인을 습관처럼 조롱하고, 청인이 변신시켜 준 명운에게 추파를 던지고, 청인과 명운이 그림 같은 연인이 되자 질투심에 청인을 짓밟으려 해요.

그리고, 명운은 그 계획대로 연인의 복수를 대신해 주는 정의의 사도가 됩니다. 여장조차 명운의 취향이라면 맞춰보겠다고 비장하게 말하는 연인에게, 마땅한 대우였죠. 그래서, 청인에게 약을 먹이고 강간을 계획한 쓰레기 전 남친과 그의 친구들은, 명운에 의해 합당한 대가를 받습니다. 비로서,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에 사이다가 터지는 순간입니다.

사실, '요정 대모의 봄날은 오는가'는 산 줄도 몰랐던 책입니다. 분량과 가격을 봤을 때, 유효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포인트가 있었거나 이벤트 조건을 맞추는데 다소 금액이 부족했던 경우가 아닐까 싶어요. 단편과 장편을 가리지 않고 좋아하지만, 그래도 5만자 미만의 책을 자의로 잘 하진 않거든요. 잊고 있다가 우연히 본 작품치고, 저는 매우 만족스러웠습니다. 작위적이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저는 독특한 인물들과 권선징악, 고진감래 클리셰 모두 좋아합니다. 의외로 횡재한 기분도 드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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