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조은세상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point 2 줄거리

기: 미대 동기인 미키 히라쿠와 츠루마 류, 츠루마는 미키를 10년간 짝사랑 중이다. 물론, 여러번 고백하긴 했지만, 서글서글한 미키는 두리뭉실하게 대답을 회피했고, 그렇게 둘은 친구 관계를 유지해왔다. 30살인 된 미키는 고등학교 미술 선생님이, 츠루마는 촉망받는 화가가 되었다. 그리고, 츠루마는 미키에게 마지막 고백을 건넨다. 더 이상 친구로 있기 힘들어진 츠루마는, 미키에게 이별을 고한다. 미키는 충격을 받는다.

승: 미키는 할머니 핑계를 대고 츠루마를 집으로 부른다. 그리고, 츠루마와 마음을 터놓고 대화한다. 미키는 츠루마를 남에게 빼앗기기 싫었고, 츠루마가 고한 대로 '이별'한 채로 살고 싶지도 않았다. 결국, 미키는 츠루마의 마음에 응하고, 두 사람은 사귄다. 하지만, 10년 차 사랑과 1년 차 사랑의 속도를 달랐고, 두 사람은 10년간의 일상과 같은 듯 다른 나날을 보내게 된다.

전: 한편, 츠루마의 그림이 전시되고, 미키는 인기 화가 츠루마의 일면을 보게 된다. 친구였을 때는 자랑스럽기만 한 재능 있는 화가 츠루마가, 연인이 되고 나니 프로페셔널하게 감상자와 갤러리 관계자를 대하는 모습에 괜히 뾰루뚱해졌다. 그제서야 미키는 대학교 시절부터 늘 있었던 츠루마의 여자친구에게 질투심을 느꼈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결: 미키와 츠루마의 마음은 닮아가기 시작하고, 둘은 드디어 거사(?)를 치른다. 미키는 그제서야 츠루마에 대한 감정을 확실히 알게 된다. 둘은 온천여행을 떠나고, 그 료칸에 걸린 츠루마의 그림을 본다. 미키는 츠루마가 탄생시키는 화폭 속 세상을 계속 보고 싶다고 생각한다. 60이 넘어서도, 계속 그림 그리는 츠루마와 함께 있을 미래를 꿈꾸게 되었다. 한편, 누나의 임신 소식과 함께 미키는 독립을 결심한다. 미키와 츠루마는 새로운 일상을 함께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리버리 친구들

최근 읽은 찐친들의 리얼 러브 라이프! 소설로는 '짝사랑의 비밀', 만화로는 이 작품이 있습니다. 명대사 명장면은 없지만, 잡스런(?) 일상을 엿보는 재미가 있죠. 물론, 미키를 좋아하는 츠루마는 제법 멋지게 보이려 노력합니다만... 이미 서로가 너무 많은 것을 알고 있어서 쉽지 않아요. 결국, 츠루마는 미키와의 이별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죠. 아무리 긴 시간이 있어도, 관계가 변하긴 어려울 테니까요.

누가 끝은 또 다른 시작이라고 하던가요? 미키는 츠루마가 없는 생활을 상상하니 너무 어색했습니다. 곁에 있는 것이 너무 당연해 갑자기 두근두근해지기 힘든 관계, 하지만 떨어지고 나니 곁에 없으면 너무 허전한 사람이 된 거죠. 미키는 츠루마와 사귀기로 합니다. 다소, 그 결정이 의아한 츠루마였지만,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남자였어요.

그런데 어찌 보면 '평생 같이 있고 싶다.' '이 사람이 없으면 나는 너무 외롭다.'라는 감정은, 친구나 연인이나 마찬가지잖아요. 결국, 미키는 츠루마가 자신을 좋아하는 감정과, 자신이 츠루마에게 가지고 있는 감정이 같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다만, 그전에 넘어야 할 산이 하나 있었죠. 바로 스킨쉽입니다. 연인이라면 해야 하는 것! 츠루마는 아리까리 우왕좌왕하는 미키를 몰아붙여요.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기회를 놓치지 않는 남자였거든요.

고비(?)를 넘고 나니, 다음은 쉬웠습니다. 두 사람은 10년 넘게 친구로서 함께 해온 당연하고 평범한 일상을, 연인으로 함께 할 당연하고 평범한 미래의 자양분으로 삼습니다.

사실, 어떤 계기가 있기 전에는, 결코 깨닫기 어려운 것들이 있습니다. 황사 철이 돼야만 느껴지는 맑은 공기의 참맛이라든가, 외지 생활을 하고 나서야 그리운 집 밥이라든가, 떠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인연이라든지요. 당연히 후회를 피할 순 없지만, 의미 없는 것도 없는 것 같아요. 가령, 비 온 다음날 아침 공기를 좋아하게 되거나, 엄마표 집 밥을 따라 만들다 보니 제법 요리 재주가 있다는 말을 듣게 되는 것처럼, 나에게 어떤 흔적으로 남아있죠.

결핍을 메우면, 의미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허전하고, 후회되고, 신경 쓰이는 것이 있다면, 그건 내가 소홀히 여겼던 내 안에 땜빵들이 보내는 신호 일지도 몰라요. 나도 의미가 되고 싶다! 땜질을 해달라!!! 라면서요. 저는 가끔 제 안에 파업 중인, 징글징글한 그들의 이미지를 그릴 때가 있어요. 이렇게 좋을 줄 알았다면, 10년 전부터 사귈걸!이라고 말할 만한 촉촉한 후회가 없다는 것이 현생과 가상세계의 차이긴 합니다...... 조금 슬프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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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쉬(DASH) 본편 Review

2021.05.02 - [BL 소설] - [오메가버스/스포츠물/달달물] DASH - 이젠(ijen)

 

[오메가버스/스포츠물/달달물] DASH - 이젠(ijen)

​ ​ ​ ​ point 1 책갈피 ​ ​ 그래, 어떻게든 방법은 생기겠지. 찾아보면 어딘가에는 있겠지, 둘 다에게 좋은 방법이. ​ 생각하며 지헌은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 터널을 지나듯 짧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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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엄청 따뜻해."

"그치? 엄청 따뜻하고 포근하지?"

지헌은 웃으면 말했다. 재경이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편하게 꼬인 팔을 조심조심 움직여 마침내 바른 자세로 아이를 안았다. 그대로 자신의 품에 더욱 꼭 끌어안으며 그가 말했다.

"뭔가 안심돼요."

"그래? 난 너무 작아서 불안하던데. 내가 좀만 잘 못 안으면 숨도 잘 못 쉴 것 같아."

"그런 뜻이 아니라."

재경이 뭔가 말하려다 말고 입을 다물었다.

"왜, 얘기해봐."

지헌이 부추기자 재경은 잠시 머뭇거리다 말했다.

"조금 전에요, 형이 아기 안고 있을 때."

"응."

"형이 진이 보면서 웃는데, 갑자기 이 상황이 너무 꿈같고 실감이 안 나는 거예요."

지헌은 이번에도 웃으며 응, 했다.

"진짜 갑자기 이게 말이 되나 싶으면서, 이거 혹시 정말로 꿈이면 어떡하지, 나 지금 꿈꾸고 있는 거면 어쩌지, 그 생각이 드는 거예요."

"뭐?"

생각도 못 한 이야기에 지헌은 그만 크게 웃음 터뜨리고 말았다.

"아니, 진짜요."

재경이 웃지도 않고 진지하게 말했다.

"나 호주 처음 갔을 때 그런 꿈 되게 많이 꿨거든요. 형이 은퇴 안 하고 계속 수영해서, 형이 같이 전지훈련도 가고 대회도 나가고 그러는 꿈."

그래서 혹시 이것도 그런 꿈이 연장일까 봐 겁이 났다는 거다. 사실 나는 지금 중학생이고 이제 막 호주에 도착한 참인데, 그냥 한국에 가고 싶고 형이 너무 보고 싶어서 내 멋대로 주제넘은 꿈을 꾸고 있는 걸까 봐.

"...... 같이 전지훈련 가는 꿈이랑 결혼해서 아기까지 낳는 꿈은 장르가 좀 다르지 않아? 너무 급발진인데."

"네? 네, 그런데 꿈은 원래 그런 거니까."

개연성도 없고 자기 멋대로잖아요. 재경이 태연하게 말했다. 그러고는 다시 제 품 안의 자그마한 존재를 소중히 보듬었다.

"그래서 아기 안자마자 안심했어요. 이렇게 따뜻하고, 아기 냄새도 나고... 이 정도로 감각이 선명한 거면 꿈은 아니겠구나 싶어서."

point 2 줄거리

COMBI 상&하: 2차 선발전 이후부터 지니 탄생까지의 에피소드: 투혼의 올림픽 2차 선발전 이후, 재경은 재활 치료에, 지헌은 카바와의 '문서 전쟁'을 치르고 있었다. 한편, 입원 생활이 심심했던 재경은 각종 앱과 동영상, 검색을 통해 임신과 육아 정보를 습득하고 있었다. 다행히 괴물 같은 회복력과 환자 본인의 강력한 의지로, 재경은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따뜻한 '가정'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한편, 8개의 금메달을 지헌에게 걸어주며 프러포즈 하고 싶었던 재경은, 부상으로 기권한 접영 대신 계영에 나가기로 한다. 겸사겸사 진천 전지훈련에도 참석한다. 한편, 지헌은 재경의 부재, 연달은 소송, 호르몬 급변으로 감정이 널뛰기 시작한다. 하지만, 올림픽 직전인 재경에게 이런 상태를 말할 수 없었고, 상태는 점점 심해진다. 그러던 차에, 재경과 통화하게 된 지헌은 울컥하는 마음에 폭발하고 만다. 재경은 사실, 지헌의 상태를 알고 있었다.

FISH 상&하: 4살이 된 지니와 그의 아빠들, 예능에 출연하다: 지니에게 자랑스러운 아빠가 되겠다며 은퇴를 미룬 재경! 올림픽이 끝나고, 임신 중 지헌에게 약속한 대로 육아에도 금메달감 아빠가 된다. 더불어, 선수로도 최전성기를 보내고 있었다. 광고를 비롯한 기타 등등의 스케줄을 소화하며, 세계선수권, 범태평양 대회, 아시안 게임에서도 본인의 기록을 경신했고, 그건 세계신기록 경신을 의미하기도 했다. 당연히 대중들의 관심도 커졌다.

그러니, 재경의 판박이, 태명 지니, 본명 권진에 대한 궁금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때, 지헌은 인엽이 프로듀싱하는 예능 제의를 받고, 단발성 출현, 촬영지는 보라카이 풀빌라, 그리고 본인의 꿍꿍이가 보태져 출연을 결정하게 된다. 사실, 지헌은 재경에게 지니의 동생을, 서프라이즈 선물로 가질 계획을 세운다. 지헌은 비밀스럽게 히트를 보낼 준비를 한다. 한편, 이런 아빠의 속셈을 모르는 지니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웠고, 그 모습은 방송을 통해 낱낱이 공개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보낼 수가 없다!!!

말잇못... 어디서부터 운을 떼야 할지... 일단, 작가님 감사합니다. 16만 자 외전을 내주신 것도 감사하고, 효자 지니를 세상에 보여주신 것도 감사하고, 무엇보다 일러스트... 정말 감동입니다. 연재 표지모델인 재경을 보면서, 내심 단행본 표지모델로는 지헌을 바라던 간절한 독자의 희망사항을... 아니, 그런데 정장 입고 풀 들어간 건 자극이 너무 쏀거아닙니까? ㅠ.ㅜ 흑, 둘 다 물 안에 있는 거... 너무 좋아요 ㅠ.ㅜ 흑.. 죄송합니다. 제가 너무 감격한 상태예요.

몸살에도 참을 수 없는, 리뷰 본능을 자극하신 작가님! 둘째를 임신한 상태에서 이렇게 끊으시면... 외전2 완전 땡큐합니다. 예... 정신줄, 흡! 정신줄을 잡아 볼게요.

대쉬 본편은, 성격파탄자이자 불세출의 수영 천재인 재경이 10년간 짝사랑하던 형 지헌과 우연히 재회한 후, 얼굴과 능력과 정력과 끈기로 '형의 남편'이 된 이야기예요. 다만, 그 과정에서 대형 스포츠 레이블 카바의 존심을 건드립니다. 카바는 재경이 꼴 보기 싫었지만, 재경의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기에는 그의 실력은 넘사벽이었고, 결국 온갖 더러운 술수를 다 부리게 됩니다. 하지만, 전형적인 내유외강 지헌은 재경이 몸담을 '수영장'을 깨끗이 정리해 주죠.

본편 중, 2차 선발전과 올림픽 출전 사이는 짤막한 서사로 처리돼 있었어요. 외전의 절반은 바로, 그 공백을 다룹니다. 지헌은 노 입덧의 행운과 우울증이라는 불운을 겪어요. 올림픽을 앞둔 재경의 부재는 빈번했고, 지헌은 그런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때때로 주체할 수 없는 파도에 휩쓸렸죠. 자기통제에 능숙한 지헌이었기에, 변하는 몸, 낯설어지는 성격, 컨트롤 안되는 감정들이 혼란스러웠죠. 사실, 이 부분 묘사가 너무 리얼해서, 전 좀 마음이 꺼슬꺼슬해졌었어요.

하지만, 출산 육아 앱을 9개나 깔아 놓고, 각종 사이트와 동영상을 통해 온갖 지식을 섭렵해 온 재경은 지헌의 상태를 알아챕니다. 그리고 지헌의 변화를 기민히 살피며 기다려주죠. 그리고, 지헌이 재경을 필요로 할 때 곁에 있어줍니다. 진천 합숙소를 탈출(?) 하면서까지 말이이요. 재경의 우선순위는 늘 지헌이었고, 지헌 역시 마찬가지로 재경이었어요. 그리고 결과는 아시다시피! 재경은 8개의 메달을 따고 지헌은 무사히 우울증에서 벗어납니다.

그리고, 드디어!!! 사람은 하난데 부르는 이름은 각양각색인, 진짜 지니, 권진이 태어납니다. 권진은 이상적이었어요. 재경의 껍데기에, 지헌의 내용을 담고 있는, 완벽한 피조물!!! 당연히, 재경과 지헌의 가족들 모두, 그 사랑스러운 아가의 열혈한 팬이 됩니다. 그리고, 모두들 이렇게 귀여운 아이를 많은 사람들에게 자랑하고 싶었죠. 심지어, 재경마저도!!! 하지만, 예능이 내키지 않았던 지헌은 수없이 받은 제의를 모두 거절하고 있었어요.

그러다, 인엽이 등장합니다. 이직한 인엽은 본인이 프로듀싱 한 '아빠하고 나하고'에 재경의 가족을 출연시키려고 하죠. 그리고, 제2의 적동참 사태가 발발합니다. 재경 지헌 커플의 염병 첨병은 여전했고, 지헌에게만 반전 매력이 있는 줄 알았던 재경은, 진이에게도 반전의 아버지였죠. 아이에게 너무나도 다정하고 상냥한 재경의 모습은, 또 대박을 터트립니다. 물론, 재경에게도 대박은 있었습니다. 몰디브는 아니었지만, 진이에게도 새 가족이 생길 예정이거든요.

본편에서 지헌은 외롭지 않은 수영장을 꿈에서 봅니다. 재경이 계속 함께 있겠다고 말하는 수영장이었죠. 지헌은 수영을 포기한 후회와 열등감을 어린 후배에게 보였던, '그날'을 더 이상 꿈꾸지 않습니다. 외전에서 재경은 외로운 꿈에서 벗어납니다. 지헌이 재경을 사랑한 이후에도, 재경은 불안했어요. 지헌을 홀로 사랑했던 시간도, 이루어질 수 없다는 절망감도 길었으니까요. 하지만, 진이를 안은 지헌을 보며, 이제 재경은 이 행복이 '진짜 현실'이라고 실감하죠.

사랑이 이루어지기도 힘들지만, 일생의 대부분을 지고 있던 마음의 짐이나 상처를 내려놓는 건 더 힘든 일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이 결말이 가장 완벽한 해피엔딩이 아닌가 싶어요. 이제는 5살이 된 권진이랑 지헌이 닮은 새침데기 여동생 이야기만 들려주시면 되겠네요? 이번엔 지헌 껍데기에 재경 내용이겠죠? 질척거리고 싶진 않지만!!! 전 아직 작가님을 보내드릴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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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3.21 - [BL 소설] - [서양풍/초능력물/시리어스물] 극야 - 이젠(ij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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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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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6.12.20

분량: 본편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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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악이 떠오르면 무엇이 가라앉을까요?"

데라가 물었다. 간단한 질문에 반해 내 고민은 길었다.

"글쎄요. 선입니까."

"틀렸어요."

데라는 접시 위의 부스러기를 모아 포크에 조심스럽게 올려 두었다. 그리고 포크를 집어 마지막 한 입을 먹었다. 빈 접시에 재를 턴다.

"그 악을 붙들고 있던 더 큰 악이 가라앉아요."

"시소처럼요?"

"맞아요."

"데라씨가 가라앉힌 건 어떤 악이었는데요?"

나는 그 대답을 듣지 못했다. 방해꾼이 나타났기 때문이다.

point 2 줄거리

기: 댈러웨이 북숍에 일하는 리엘 위스덤은 총에 맞은 마피아, 유피테르 마르첼리노를 구해준다. 그 후, 유피테르는 매일 리엘의 책방에서 책을 사고, 100일이 되던 날 데이트 신청을 한다. 리엘은 게이가 아니라며 거절하지만, 유피테르의 설득에 결국 저녁 식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리엘은 유피테르의 절친 메이가 운영하는 레스토랑, '레드 테이블'에서 괴한들의 습격을 당한다. 그리고, 리무진을 타고 도망치던 중 운전사에게 테러도 당했다.

승: 리엘이 눈을 떴을 때는 병원이었다. 리엘은 병원을 나가자고 요청하고, 유피테르는 리엘과 함께 그린베리의 별장에 숨으려 한다. 그런데 중간 정착지 랑데뷰 모텔에서 '그' 리무진 운전사에게 다시 공격당하고, 빈스 빌리지로 목적지를 변경한다. 두 사람은 공격 배후로 최종 5명의 후보를 선택하게 되고, 그들의 공통분모인 포르네이아 클럽에 다다르게 된다. 6번째 회원인 '케인'을 포함한, 그들은 유피테르의 '고객'이었다.

전: 케인은 그 5명을 경계하라는 문자와 만월단 기부 명단을 보내기도 했었다. 한편, 유피테르는 리엘을 어머니 데라의 집에 데려가고, 뒤뜰에 마련된 아버지의 묘소도 보여준다. 유피테르의 아버지는 '그리스인'이라 불리는 유명인이었고, 평생 어머니를 괴롭힌 악인으로 아들에 손에 의해 죽었다고 말한다. 리엘은 당황한다. 사실, 리엘은 '그리스인'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댈러웨이 작전'에 투입된 경찰, 카샬 플랫 경위였기 때문이다.

결: 카샬은 유피테르의 어머니 데라와 다과를 하며 스몰톡하다, 그녀가 진짜 그리스인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하지만, 카샬은 그녀를 죽이지 않고 집을 나와, 자신에게 살인청부를 시키고, 댈러웨이 작전에 투입 시킨 상사이자 은사인 시장을 찾아간다. 그는 강력계를 복귀를 희망하는 카샬을 손쉽게 이용한, 포르네이아의 케인이었다. 카샬은 그리스인은 죽었다고 보고하고, 강력계가 아닌 자료 보관소로 돌아간다. 그리고, 그곳으로 유피테르가 찾아온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정의로운 범죄자(?)

'드레스드 투 킬' SUMMARY MEMO를 작성하면서, 문득 과거 리뷰한 리다조님의 '적신'이 떠올라 찾아 봤더니, 내용이 복붙한 것같아 놀랐습니다. 둘 다 요점은 '아쉬운 소설'이라는 거였어요. 전개 디테일도 강하고, 의미심장한 메시지도 있는 스릴러지만, 한편으로 '스릴러'라는 약점에 퐁 빠져버린 느낌이랄까요. 스릴러의 꽃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 결말인데, 그 부분이 아킬레스예요. 어쩌면, 단편의 한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의 축은 두 갈래입니다. 하나는 부정의한 공권력인 시장 토니 트랑블리와 경찰 카샬 플랫! 다른 하나는 정의로운 범죄자 그리스인과 유피테르! 이 두 축이 서로 벼르다 맞부딪치는 24시간, 단 하루의 이야기가 바로 '드레스드 투 킬'입니다. 흥미롭죠? 그래서, 극초반에 시장이 배후라는 걸 알지 못했다면...이라는 아쉬움이 더 큰것 같습니다.

토니 트랑블리 시장은, 오로지 '그리스인'을 잡아 미테라시티의 평화를 지키겠다는, 단 하나의 공약으로 혜성처럼 등장합니다. 그리고, '시장이 어떤 이유로 그리스인의 엉덩이를 핥는 대신 철퇴를 내리기로 했는지는 알 수 없다.'라는 구절이 나오는 순간! 아... 시장님이 구린 곳이 많아 꼬리 자르기를 하는데, 불쌍한 경찰 하나가 희생되겠구나. 하지만, 다정한 마피아는 모든 걸 알고도 사랑해 주겠지...

그렇게 예상하다 보니, '교수'가 카샬의 작전을 지시한 직속상관이라는 점과, '케인'을 유피테르가 '충직한 개의 탈을 쓴 늑대'라고 한 것이 이어져, 못된 놈=시장=교수=케인이 되더라고요.

카샬 플랫은 '정의로운 출신'이지만, '정의를 포기'한 경찰입니다. 카샬의 세 삼촌과 아버지는 '정의' 그 자체예요. 특히, 3명의 삼촌은 정의롭게 공무를 수행하다, 모두 순직합니다. 은퇴한 아버지는 작은 낚싯배를 타며 소박한 노년을 보내고 있고요. 카샬 역시 정의로운 경찰이었습니다. 부인과 자식을 패는, 법무부의 잘난 양반을 두드려 패 전치 8주를 입히기 전엔 말이죠. 카샬은 정의로운 삼촌과 아버지의 명예에 힘입어 퇴출만 간신히 면합니다.

그리고, 지하 창고, 자료 조사실로 보내지죠. 삼촌들과 아버지의 정의는 생명과 일생을 바쳐 이룩한 것임에도, 그것은 권력을 가진 법무부 입김만은 못했어요. 카샬은 그 지하방에서 탈출하고 싶었지만, 정의로운 '기회'는 따윈 없었습니다. 그때, 과거 경찰학교 은사였던 토니 트랑블리가 손을 내밉니다. 카샬은 강력계 복귀라는 유일한 희망으로, 시장에게 해가 되는 범죄자들을 죽여왔습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기억할 수도 없는 다양한 종류의 많은 사람들을요.

물론, 그리스인은 선인이냐? 아닙니다. 그는 '범죄자'예요. 부정 자산을 축적하자 측근들을 모두 처리하고, 작은 어촌마을 미테라시티로 피신 온 도망자였습니다. 하지만, 부를 모으는 재주가 있었던 그리스인은 미테라시티를 향락에 도시로 만듭니다. 미테라시티는 관광도시로 성장하는 한편, 온갖 검은 것들이 몰려들어 타락의 길로 들어서기도 합니다. 그리스인은 정체를 철저히 비밀에 붙였기 때문에 누구도 그 실체를 알 수 없었죠.

그러다 런던의 작은 양로원에서, 그리스인의 충복이라고 밝힌 노인이 실마리 하나를 남기고 죽습니다. 바로, 그리스인이 살아 있으며, 아들이 하나 있는데 이름이 '유피테르 마르체리노'라는 것! 당연히, 미테라시티는 유피테르에 주목합니다. 그리고, 카샬을 호랑이 굴로 보내게 되죠. 카샬은 이 작전만 성공하면, 드디어 강력계로 갈 수 있다고 믿어요. 하지만, 애당초 시장이 바라는 것은 '모두' 죽는 것... 아니었을까요?

추측하자면, 포르네이아 클럽의 회원들은 마피아 유피테르에게 돈을 빌렸고, 그중 '케인'도 있었겠죠. 시장은 자신이 케인이라는 것, 케인으로 살았던 이력 모두를 없는 일로 하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카샬을 통해 '범죄자 출신'들은 살해했지만, 문제는 카샬을 통해 처리할 수 없는 이들이었어요. 그러던 중, 유령 같은 그리스인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고, 시장은 그리스인, 유피테르, 아는 것 많은 카샬까지... 한큐에 끝낼 계획을 세웠을지도 모르겠어요.

물론, 처음엔 카샬을 죽일 생각까지는 없었을지 몰라요. 하지만, 유피테르에게 접근하기 위한 공작에서, 의외로 유피테르가 중상을 입고, 유피테르가 죽으면 그리스인을 찾을 수 없으니, 급해진 카샬은 그를 구해 치료하게 되죠. 그리고, 유피테르가 카샬을 사랑하는 해프닝이 발생합니다. 매일 잠입 중인 책방을 찾아 되도 않는 플러팅을 날리며 100일간 애정공세를 이어가죠. 시장은 복귀를 위해 살인까지 불사한 카샬이라는 '패'를, 과감하게 버립니다.

시장은 카샬의 정체를 유피테르에게 알리는 모험을 합니다. 그리고, 암살자들을 카샬에게 보내요. 카샬에게 정신없이 빠져있는 유피테르가 '그리스인'에게 카샬을 데리고 가도록 말이죠. 다만, 예상하지 못한 것은 카샬의 태도였어요. 유피테르는 빌린 만 달러를 변제하기 위해 자신의 열 살짜리 딸을 마음껏 가지고 놀게 해 주겠다는 쓰레기 채무자를 죽입니다. 그리고, '그리스인' 데라는 불쌍한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요.

유피테르는 '돈'을 포기한 채권자이고, 데라는 '약자'를 보호 중인 권력자인 셈이죠. 반면, 카샬은 '복귀'를 포기하지 못해 살인청부업자 노릇을 하고 있었고, 시장은 '권력'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을 죽이고 있었어요. 선택 받은 '벗어난 자'들로 구성됐다는 '만월단'도, 범죄자를 죽이는 범죄자 집단이기에 '법'의 틀에서 '벗어난 자'들처럼 보이지만, 어쩌면 한 권력에게 충성한다는 점에서 '정의'에서 '벗어난 자'들 일지도 모르겠네요.

카샬은 결국, 다시 지하 창고 자료 조사실로 돌아옵니다. 카샬이 잃은 것은 강력계로 돌아갈 가능성, 얻은 것은 일편단심 사기캐 마피아 애인(후보)였죠. 제 생각엔 카샬에겐 최고의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합니다. 카샬 역시 무고하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시장을 배신한 것이 '희생적 결단'처럼 보이진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정의로운 범죄자'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탐관오리를 혼내주는 폭력 무리를 '의적'이라고 부르는데, 의적이 '의적 일'만 하는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의로움을 부르짖으며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은, 소히 큰 정의를 위해 작은 정의는 쉽게 무시하죠. 그런데, 누가 큰 정의와 작은 정의를 나눌 수 있을까요? 큰일 하러 가는 길이니, 배고프면 빼앗고, 저항하면 죽이고, 사기를 위해 강간도 방치하고요. 전리품도 챙기죠.

유피테르의 검은 돈이나 그리스인의 사업들도, 구원자인 경우보다 약탈자의 경우가 많았을 거예요. 평화를 외치는 '악'의 무게가 더 무거울 수는 있습니다. 그렇다고, 더 큰 악을 가라앉히기 위해, 악을 물 위에 띄우는 자를 '정의로운 범죄자'라고 긍정하고 싶지는 않아요. '늑대를 잡으려면 늑대가 되고, 귀신을 잡으려면 귀신이 돼라.' 하지만, 늑대를 잡은 늑대가, 귀신을 잡은 귀신이, 소임을 마치고 퇴장하지 않는다면 그 또한 늑대고 귀신을뿐이죠. 스스로를 정의롭다고 믿는 늑대와 귀신이라는 점에서, 더 골치가 아파요. 자기 확신만큼 맹신적 신념이 없으니까요.

언젠가, 리다조님의 최고 화제자 '격발'에 대해 리뷰 할 날이 오겠지만... 리다조님의 작품을 읽을 때마다 '아쉬움'이 드는 이유는 범죄 스릴러를 잘 쓰는 작가님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많은 작가님들이 뚜껑을 열었을 때 짠~하는 결론을 위해 과정을 허술하게 쓰시는데, 리다조님은 정말 디테일이 좋으시거든요. 가령, 이 작품에서도 유피테르와 카샬이 주고받는 '책' 제목이 의미심장하죠. 정의로운 예수가 범죄자로 죽게 되는 과정을 그린 '십계'라든지요. 고로... 저는 리다조님의 '장편'의 신작을 기다립니다.(충성!)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1.30 - [BL 소설] - [현대물/조직물/시리어스물] 적신 - 리다조

 

[현대물/조직물/시리어스물] 적신 - 리다조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9.02.28 분량: 본편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내 선물을 마음에 들지 않아 할 것 같았어." ​ 렌레이는 내 얼굴에 키스를 퍼부어 대며 다시 속삭였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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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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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9.01.11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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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이주."

그리 딱딱하지 않은 효운의 목소리에 이주의 손이 조금 느슨해졌다. 그러나 효운의 입에서 이어지는 물음은 날을 숨기지 않은 칼과 같았다.

"네가 조금 미쳐 있다는 것을 너도 알고 있지."

굳게 다물렸던 이주의 입이 조금 벌어지더니 곧장 대답했다.

"예."

무서우리만치 서슴없고 선선한 대답이었다. 왜 아니겠냐는, 약간의 웃음기도 섞인 목소리였다. 이리 미쳐 있는데 스스로 모를 리가 있는가. 자신의 광증을 서슴없이 인정하는 이주의 목소리에 웃음이 터져 버린 효운은 잡혀 있던 팔 한쪽을 들어 그의 곧은 턱뼈를 길게 쓸어 올렸다.

"오해받는 건 익숙한 일이지만 이런 오해는 또 처음이군. 내가 너를 미워할 일은 없다고 분명 말했건만."

확실히 안심시켜 주었다고 생각했는데. 나는 내 의지로 너를 떠나지 않았고 앞으로도 떠나지 않을 것이라고 그리 확실하게 말했는데 참 어지간히도 말을 듣지 않는 아이였다. 턱 끝에서 떨어진 효운의 손이 이주의 목을 훑어 내리곤 가슴 한가운데에 닿았다.

"몇 번을 말해야 여기에 닿는 거지?"

숨을 멈추고 있던 이주의 목 너머로 꿀꺽 소리가 났다.

"혹 네가 정말 미쳤다 해도, 앞으로 더욱 미쳐 갈 거라고 해도."

"...... 효운 님."

"다신 날지 못하게 내 날개를 자른다고 해도 내가 너를 미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이주가 고개를 들었다. 불안함과 조급함, 그리고 죄스러움으로 물들어 있던 눈동자의 테두리 속으로 밤 하늘 별이 우수수 쏟아져 들어왔다.

"너를 물어 와 키우기 시작했을 때부터 나는 이미 그리되어 있었어."

point 2 줄거리

기: 푸른 깃털의 흑매를 신수로 모시는 교국, 어느 날 신수가 태자를 물고 사라져 버렸다. 신수 효운은, 무인 영손과 산속을 떠돌며 태자 이주를 키웠다. 황손 중 등에 매흔을 가진 자만이 황제가 될 수 있는 신수에 나라, 이주는 가장 완벽한 매흔을 가지고 태어난 4번째 태자였다. 외숙부 좌상을 등에 업은 둘째 태자 이견은, 황태자 이현에게 누명을 씌워 폐위시키고, 황제를 중독시켜 병들게 했다. 그가 이주를 쫓고 있었던 것이다.

승: 신수는 황가와 이어져 있었고, 황족이 죽거나 다치면 신수도 신력을 잃고 병들었다. 이견이 횡포를 부린 22년간, 효운의 상태도 나날이 악화되어 갔다. 그러다 황제의 죽음이 다가오자, 이견은 노골적으로 이를 드러내, 황위 계승권도 없는 황자까지 죽인다. 신수의 신력을 떨어트리기 위해서, 그가 보호하는 이주를 찾기 위해서 말이다. 원래 황제의 무인이었던 영손은 이주와 효운을 지키기 위해, 폭죽으로 위치를 노출시켜 우상과 환국의 신수 미송을 부른다.

전: 신력은 바닥나고 생명이 위태로웠지만 효운은 이주를, 이주는 효운을 서로 놓지 않았다. 이견의 추적으로부터 이주를 보호하고 효운을 살리기 위해, 우상과 미송은 둘을 떼어 놓아야 했다. 결국, 신수의 무기를 써서 효운을 해치고, 정신을 잃은 효운을 이주에게 빼앗은 미송은 효운을 데리고 선운산으로 사라진다. 한편, 황제의 붕어와 동시에, 우상과 첫째 태자 이현은 이견과 죄상을 낱낱이 밝혀 퇴출시킨다. 이견은 망국 환국의 잔당을 모아 교국을 공격한다.

결: 이들로 인해 교국은 크고 작은 내전에 시달렸고, 이주는 그 선봉에 서서 승리를 거두며 백성의 신임을 받았다. 그날 이후 4년, 이주는 드디어 황제 즉위식을 올린다. 그때, 이견은 또 교국을 공격하고, 이주는 검은 새의 무리를 이끌고 나타난 효운과 재회한다. 효운은 갓난 이주를 데리고 궁을 떠나야 했던 이유를 알려준다. 어느덧 완연한 성인이 된 이주에게, 효운은 쓰~윽~한다. 이견 무리를 발본색원한 뒤, 이주는 이현에게 양위하고 효원과 산속으로 들어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비빔밥 소설(이것저것 섞였다 + 맛있다.)

연휴 마지막 날이네요. 흑... 그래도 대체 공휴일에 감사드립니다.(꾸벅) 책은 '또' 여름휴가의 동반자였죠. 불안한 것은, '또' 추석의 동반자도 될 거 같다는... 취미가 여행인데, 취미를 몇 년간 못하면 그것도 취미라고 할 수 없겠죠. 여권은 갱신하자마자 '보관 중'이고, 곧 쓰겠지 싶어 환전 안한 외폐들은 파우치 안에 쿰쿰한 냄새를 풍기고 있네요. 3배 정도 증가한 독서량과 2차 대유행 전후로 시작한 블로그 정도가, 그나마 위로라면 위로예요. ㅠ.ㅜ

저의 마지막 동반자, 주효록입니다. 주효록은 출판 당시부터 눈여겨봤지만 손이 가진 않았어요. 바로, 리뷰 때문에요. 주효록의 호불호 리뷰는 대게 필력과 설정이 좋거나 지루하다고 나뉘더라고요. 제 당시 느낌은, 배경과 문체에 엄청 힘이 들어가서 잘 쓴 것 같긴 한데, 역키잡이라는 자극적 소재와 호감형 캐릭터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낮은 작품! 여유로울 때 읽으면 풍성하지만, 지쳤을 때 읽으면 더 지치게 하는 작품! 이었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주효록... (쌍따봉) 물론, 쎅턴이 약해 5점을 주진 못했지만, 색이 분명한 작품이었습니다. 비슷한 클리셰 중에 제일 재밌는 작품이 아니라, 특정 키워드로 분류하긴 애매하지만 매력적인 작품이었어요. 그래서 왜 리뷰들이 그렇게 쓰였는지도 충분히 공감하겠더라고요. 틀을 살짝 비껴간 작품은, 기대한 바가 명확한 독자에게는 혹평의 대상이 되고, 그렇지 않은 독자에게는 유레카가 되니까요. 호불호는 나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 초반 - 잔잔물: 긴 세월을 산 신수도 아이를 키우는 건 처음이었죠. 다행히 영손이 있었지만, 그래도 철렁하는 일들이 연속인 서툰 양육자였어요. 초반은 이런 에피소드들로 채워져있습니다. 가령, 효운의 긴 머리카락을 잡아당기는 이주를 보며 어쩔 줄 모르는 동안, 이주가 앞으로 넘어져 이마에 멍이 들고, 효운은 머리를 짧게 자릅니다. 또, 효운은 따뜻한 방을 이주와 영손에게 내주고 자신은 냉방을 썼는데, 이를 몰랐던 이주가 시모방만 불 빼는 악덕 며느리마냥 영손을 세모나게 쳐다보기도 하죠. 산속에 사는 순박한 남자 셋의, 잔잔한 일상물이라고 보시면 될 듯해요.

2) 중반- 애절물&시리어스물: 평화로운 일상은 황제가 실권하고, 이견이 본격적 사냥에 나서면서 박살 납니다. 이견은 황제가 되려는 행보를 노골적으로 드러냅니다. 첫째 이현은 이견의 모함에 억울하게 쫓겨나고, 셋째 이운은 이견이 무서워 도망갈 준비를 하죠. 이견은 이제 성군의 매흔을 가졌다는, 실종된 동생 이주를 사냥하러 나섭니다. 이를 위해, 경쟁자조차 되지 못한 막내에게 독이 든 탕약을 내리죠. 막내는 섧게 울며 독을 마셔요.

여기서부터 일반적인 궁중 암투물과 좀 다른데요, 보통은 이견 vs 반이견으로 나뉘잖아요. 하지만, 이주와 효운은 '황제'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습니다. 우상과 이현은 '황제'가 될 이주를 이견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효운이 이견을 숨겼다고 믿었죠. 하지만, 20년을 약속했던 효운은 22년이 지나도록 나타나지 않았어요. 효운은 미친개 잡는 사냥개로 이주를 쓰는 게 싫었고, 이주 역시 관심사라곤 오로지 효운 하나였으니까요. 둘은, 그들로부터도 도망칩니다.

궁에 돌아간 뒤에도 이주는 마찬가지였어요. 반면, 옹립할 태자도 있고 황제도 서거했으니, 우상과 이현은 굴욕의 시간을 견디며 모은 증거들로 이견을 단죄합니다. 무소 불이의 권력에 취해 오만방자였던 이견은 손쉽게 쓸려 나가죠. 이 과정이 빈약하긴 하지만, 대안도 없고 반역죄로 역공 당할 위험도 큰 상황! 그때 최선은 숨죽여 '준비하는 것' 뿐이라는 점에서 설득력 있었어요. 물론, 이때도 이주는 노~관심으로 관여하지 않습니다.

3) 후반-달달물: 즉위식 날, 효운과 이주는 재회합니다. 또, 여기서부터 일반적인 역키잡과 다릅니다. 역키잡이란, 음흉한 어린아이가 '아저씨는 내 거야!' 혹은 다정한 아저씨가 '내가 어떻게 너와!!!'라며 갈등하게 되고, 곧 피폐와 집착, 광기에 휩싸이게 되죠. 하지만, 효운과 이주의 관계는 늘~ 온유합니다. 이주가 효운을 너무 꽉 껴안아, 허리에 멍이 하나 들긴 해요. 이주는 효운에게 집착하지만, 광기는 밖에다 부리고, 이조차 효운이 무마시키기 일쑤죠. 결정적인 것은! 효운이 먼저 이주를 좋아했었다는 것!!! 효운은 이주에게 '이제 그럴 마음이 사라진 줄 알았다.'며 은근한 유혹을 해요. 매 아닌 여운 줄 알았다는!

4) 외전-오~예!물: 황제위에 오른 지 며칠 되지도 않았지만, 이주는 양위의 의사를 밝힙니다. 사실, 이견의 모략만 아니었다면 황제가 되었을 첫째 이현은, 이주만큼 매흔이 뚜렷하지 않았지만, 누구보다 황제가 되고 싶었고 자질도 충분했죠. 아쉽긴 했지만, 이주를 황제로 올리는 일에 사심을 부리지도 않았어요. 즉위 후 3년 뒤, 이주는 효운과 사랑을 확인한 그 산속 너와집에서 신혼 생활을 시작해요. 드디어, 섹턴다운 섹턴이 등장하지만... 솔직히 많이 약합니다. 섹턴이 점잖다! 그래도, 없으면 서운할 뻔했다! 정도였어요.

전체적으로 '멋진 여자 캐릭터'들이 많은 것도 좋았어요. 황제가 된 첫째 이현은 여자예요. 이주의 어머니인 모영도 왈패였지만, 현명하고 사랑받는 황후였죠. 신수가 없기에 황족들이 신력을 가진 나라, 누국의 공주답게, 이주의 미래를 예지하고 효운에게 부탁합니다. '제 아들을 살려 주세요!'가 아니라, '신수님의 권태에 이주가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유언을 남기면서요. 의리파 미송도 빠질 수 없죠. 환국이 망한 뒤, 미송은 선운산으로 가지 않고 이견에게 굴욕을 당하면서도 교국에 남습니다. 미송은 생존한 환국의 황족 서단을 걱정했으니까요. 물론 실수도 하지만, 미송은 서단의 유해를 수습해 줘요.

주효록에 익사이팅은 없습니다. 자극적인 사건들은 '묘사'가 아니라 옛이야기로 전달되거나 짧은 서사로 요약되죠. 공과 수가 편하게 살지도 않습니다. 달달하고 잔잔하기에는, 많이 다치고, 도망치고, 울고, 속앓이해요. 참... 어떻다고 줄여 말하긴 힘든데, 생각해 보면 그게 주효록의 매력인 것 같아요. 그래서, 주효록의 장르는 주효록인 것으로...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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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6.26

분량: 본편 2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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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1 책갈피

"진짜 맞으면서 운동했어요? 이제는 그런 거 없어진 줄 알았는데."

사진 보는 도중 프레임에 걸려 있는 선배나 코치가 보일 때마다 가리키며 '어, 이 새끼도 나 존나 많이 팼는데.' 같은 소리를 하기에 이경은 좀 놀라서 물었다. 선호가 어깨를 으쓱였다.

"없어졌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거지. 나 초딩 때도 박지성이 막 자기 선배들한테 이유도 없이 맨날 맞았던 거 자서전에 써서 운동부 부모들이 난리 나고 그랬었어. 근데 눈치 보고 고치는 사람은 소수고, 대부분은 그냥 계속하던 대로 하니까. 위에서 한번 싹 잡아 족쳐야 되는 건데."

"얘 때릴 데가 어디 있다고."

이경이 사진 속 조그만 선호를 톡톡 두드리며 말했다. 해가 뜨거워서 그런지 인상을 한껏 찡그리고 팔짱을 낀 채 카메라를 쳐다보고 있는 차선호. 이경은 언젠가 선호가 얘기했던 것들을 떠올린다.

그냥, 형에 비해 좀 못한 애 취급을 받았단 거나 생긴 거 때문에 얼마나 구박받고 산 줄 아냐며 하소연했던 거. 그런 걸 생각하다 제 옆에 앉아 남의 어깨 위에 고개를 걸쳐 놓고 있는 차선호의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앨범에 박혀 있던 선호의 시선이 느리게 올라와 이경을 향했다.

"예쁨 좀 받고 살지 그랬어요."

그게 사람 마음대로 되는 일이 아닌 건 알지만, 그래도 말한다. 좀 속상하니까. 선호가 한쪽 입술 끝을 비스듬히 올렸다.

"네가 좀 일찍 나타나지 그랬어."

어릴 때와 똑같은 얼굴로 웃으면서 말해 놓고는 한 박자 늦게 좀 머쓱한 듯 뺨을 긁적이며 눈길을 돌려 버린다. 나 보고 오글거리는 말 잘한다며 뭐라고 하더니. 이경의 어깨가 작게 들썩거렸다.

"뭘 웃어."

선호가 검지로 이경의 입술을 툭 쳤고, 그게 또 약속된 신호인 것처럼 다시 입술을 맞댔다. 뭘 했다고 이렇게 좋은가, 차선호가 고등학생 때까지 누워 자던 침대 위에서 혀를 얽으면서 생각한다. 이렇게까지 좋을 일인가? 연애가 원래 이랬나?

point 2 줄거리

기: 입대 전 가끔 인사나 나누던 선배 차선호, 하지만 복학 후 수업이 겹치면서 친분이 쌓였고, 얼떨결에 자취방을 빼게 된 윤이경의 새로운 집주인이 되었다. 월 50의 좁은 방에서, 월 40의 쾌적한 오피스텔에 살게 된 이경은 차선호에게 감사한 마음으로, 차선호의 자유분방한 성생활을 참아줬다. 매주 다른 남자와 거실에서 질펀하게 섹스를 해도, 혐오의 시선이나 가식적 태도가 없는 이경에게 선호 역시 호감을 느낀다.

승: 선호는 소꿉친구 배우 강태주를 오랫동안 짝사랑하고 있었다. 하지만, 태주는 선호와 냉정하게 선을 긋고, 친구이길 강요했다. 선호는 태주에 대한 마음을 죽이려 노력했지만, 쉽지 않았다. 선호와 친해진 이경은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선호는 매번 상대를 바꾸기가 번거롭다며, 이경에게 섹스 파트너를 제안한다. 이경은 어이없으면서도 한 번의 시도에 큰 의미를 두지 않기로 한다. 둘은 술을 마시고 첫 섹스를 한다.

전: 몸에 상성이 좋았던 선호와 이경은, 때때로 서로의 파트너가 되어 준다. 이경은 여전히 세심히 집안일을 챙기고, 선호를 돌봤다. 선호 역시 이경에게 여전히 경제적으로 후한 선배였다. 먼저 마음이 바뀐 건 이경이었다. 이경은 선호의 가정환경과 운동선수 시절 이야기, 특히 태주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알아 갈수록 선호가 좋아졌다. 이경은 태주에게 상처 입은 선호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친절에 굶주린 선호에게 다정한 두 번째 사람, 선호는 흔들린다.

결: 이경은 선호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기다리겠다고 말한다. 한편, 태주는 이경과 부쩍 가까워진 선호를 보며 불안해하다, 결국 선호에게 고백한다. 이경은 태주의 등장으로, 자신이 모르는 두 사람만의 세계를 실감하고 역시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선호는 결단의 시간이 찾아왔음을 직감한다. 선호는 이경에게 시간을 달라고 하고, 태주와는 관계를 친구로 정리한다. 선호는 이경에게 찾아가 꽃다발을 건넨다. 선호와 이경은 낭만적 연애를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낭만을 위하여

낭만... '현실에 매이지 않은' 감상적이고 이상적인 태도나 심리, 영어로는 roman! 그래서, 로맨스 소설은 판타지인가 봐요. 현실에 얽매이지 않아서 말이죠. 현실에서 묶이면 묶일수록 사람들은 낭만과 멀어집니다. 그리하여 이 시대를 '몰낭만적 시대'라고 부를 수 있을 거예요. 소설 속 선호는 '낭만'을 꿈꾼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경이 아는 한, 선호는 몰낭만적 시대에, 가장 몰낭만적 연애를 하는 사람이었죠.

왜냐면, 선호는 몰낭만적 환경에서 살고 있었거든요. 선호의 삶은 건조했지만, 어찌 보면 평범했습니다. 딱히 선호의 부모님이 선호를 학대한 것도, 방치한 것도 아니고, 썩 좋아하지 않으셨지만, 어쨌든 선호는 하고 싶었던 축구도 했었죠. 대학 입학 이후에는 재정적 지원도 빵빵하게 받아요. 다만, 선호가 못 받은 것은 '마음'이었고, 그래서 선호는 겪어보지 못한 낭만을 갈구하게 됩니다. 문제는 '낭만'이 뭔지 모른다는 거죠.

저는 언제나, 효율적으로 시간관리하는 밀도 높은 생활을 하고 싶어!라고 간절히 바랐습니다. 그 이유는, 한 번도 효율적으로 시간관리를 하는 밀도 높은 생활을 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죠. 늘 정신없이 바쁘고, 정신을 차리며 계절이 바뀌어 있고, 연말에는 허무감에 시달립니다.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바라지만, 해보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모르겠어요. 이때는 뫼비우스 띠를 끊어주는, 띠 밖에 도우미가 필요합니다. 저는 없었고, 선호는 있었죠. 바로 이경말입니다.

선호가 태주를 7년간 짝사랑했던 계기는, 어이없게도 '낙지'였습니다. 선호와 태주의 기호는 상관없이 부모님은 큰 형이 좋아하는 낙지를 사와요. 태주는 선호가 곤란하지 않도록 낙지를 맛있고 감사하게 먹고, 부모님의 눈을 피해 살며시 뱉어요. 그건 선호가 경험한 첫 번째 '낭만'이었어요. 그리고, 대학생이 되고서야 두 번째 '낭만'이 찾아옵니다. 시키지 않은 집 안일을 하는 이경의 모습에서요.

이경은 친해진지 얼마 안 된 선배의 도움으로, 곤란 없이 적은 돈에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 조금이라도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었을 거예요. 하지만, 선호는 굳이 요청하지도 할 필요도 없는 일을, 자신을 위해 스스로 나서서 해주는 이경의 모습이 생경했어요. 게다가, 난잡한 자신의 섹스 라이프도 비난하지 않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방 값을 반으로 깎아줬지만, 이경은 원래의 금액으로 입금해요. 자주 밥을 사주는 선배에게 미안한 마음에서였죠. 이경이 아무렇지 않게 베푸는 친절이, 선호에게 낭만으로 다가옵니다.

사실, 이경에게 섹파를 제안한 것은 태주 때문이었어요. 배우 태주의 소꿉친구가, 문란한 성생활을 한다는 것이 이슈가 될까 봐 무서웠거든요.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단순한 룸메이트 이상으로 관심이 생기기 시작한 이경과, 좀 더 특별한 관계가 되고 싶기도 했죠. 이경 역시 벽 넘어 소리로만 듣던, 그 실체를 경험해 보고 싶은 호기심이 있었어요. 그리고 몸정에서 맘정으로 먼저 바뀐 건, 다정한 이경씨였어요.

이경은 할 말을 다 하지만 상대방에게 상처 주지 않는, 원만하고 사교적인 성격을 소유자예요. 게다가 연애 경험도 몇 번 있었죠. 하지만, 선호는 운동하느라, 생긴 게 사나워서, 아웃팅을 경계해서 등등등 언변이 좋지 못하고, 연애 경험도 없었어요. 당연히 둘의 관계는, 이경이 보듬어 주고, 선호가 기대오는 형태로 발전합니다. 이경은, 아직 태주를 좋아하지만 안 좋아해 보도록 노력하겠다는 선호와 사귀기 시작해요. 투투를 챙기고 싶다는 선호에게 선물을 챙기는 것도, 이경의 일이었죠.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는 일상물입니다. 중간에 태주가 사실은 선호를 좋아했었다!는 위기가 있긴 하지만, 큰 영향 없이 지나가요. 하지만, 선호와 이경의 일상은 이가 썩을 정도로 달달합니다. 덩치 큰 선호는 점점 대형견수가 되죠. 그래서 저는 '낭만적 연애'라기보다는 '낭만적 일상'이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습니다. 계산 없는 순수함으로 매일 사랑하며 살 수 있다는 것! 정말 낭만을 위하여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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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31 - [BL 소설] - [현대물/잔잔물/힐링물]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 김모래

 

[현대물/잔잔물/힐링물]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 김모래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6.07.15 분량: 본편 2권 ​ ​ ​ ​ ​ ​ point 1 책갈피 ​ ​ 어쩌면...... ​ "그러니까 같이 가요." ​ 꿈결같은 목소리 하나가 맴돈다. ​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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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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