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주)고렘팩토리

출간일: 2017.11.27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익제는 유리의 고충을 알고 있었다. 잠든 사이 눈물짓고 그저 하루하루 맘 졸이면서 오늘이 괜찮았으니 내일도 괜찮을 거라 불안한 가슴을 남몰래 달래는 걸 알았기에 마지막 갈 때까지 유리에게 내색 한 번 하지 않았다.

결국 유리는 크게 오열하며 화사에게 기댔다. 서른의 인생에서 유일하게 사랑했고 가장 많이 의지했던 정인의 죽음 앞에 모든 일에 초연했던 유리마저도 버텨 낼 재간이 없었다.

"내가 너무 나빴어요, 그래도 곁에 남은 건 나 하나뿐이었는데! 고단한 마음 기댈 수도 없게 미워해서, 그래서 그렇게 가셨나봐요... 이제 괜찮다, 나 아픈 만큼 아프셨던 거 다 안다... 그리 말 한마디 못했는데......"

"......"

"마마...... 사평관도 결국 저희가 돌아갈 곳은 아니었어요."

유리는 그제야 깨달은 마음을 화사에게 토했다. 나의 정인과 나의 고향, 이 둘 사이에서 갈등하며 나는 어찌하냐고 물었던 유리는 두 가지 모두를 잃고 나서야 슬픔의 무게를 잴 수 있었다.

절절한 깨달음을 말하는 유리를 보듬어 주며 화사는 지긋한 눈물을 한 방울 흘렸다.

point 2 줄거리

기: 망국의 길을 걷던 후평국을 바로 세운 창제 야무는, 스스로 황제가 되어 국정을 농단한 직미의 우군, 무신상단을 괴멸시킨다. 그리고, 불타는 전각에서 야무는 화사를 구한다. 화사는 무신상단의 연동이자 직미의 최측근 대귀족 아진건의 부인이었다. 화사는 야무를 원망하며 살기를 거부하고, 야무는 화사에게 황후로 만들어 줄 테니, 자신에게 복수하기 위해 살라 한다. 신료들의 극렬한 반대에도, 오랜 짝사랑의 대상인 화사를 기어이 반려로 맞이한다.

승: 과거 선황은 직미를 사랑해, 아진건과 약혼한 직미의 가문을 역적으로 몰아 그녀를 강제로 취한다. 독을 품은 진미는 황제의 양위와 대귀족의 수락을 받아 여제가 되고, 유일하게 생존한 황손인 야무는 무신상단에 숨는다. 그리고 그곳에서 야무는 천하일색 화사를 만난다. 천생이 장사꾼인 상주 사마걸은 야무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화사를 대귀족 아진건에게 비싸게 판다. 이에 사마걸과 틀어진 야무는 무신상단을 떠나고, 익제를 만나 반정의 시기를 앞당긴다.

전: 한편, 아진건을 사랑하게 된 화사는 직미를 사랑한 아진건과 혼례 하지만, 첫날밤 아진건은 직미에게 가고 신방에는 야무가 나타난다. 다음날 뒤늦게 아진건이 찾아오고, 화사는 야무에게서 아진건을 살리려고 불을 질러 화상을 입는다. 화사는 아진건과 함께 고향이자 직미군이 주둔한 무신성에 가려 하지만 야무에 의해 실패하고, 이 과정에서 아진건은 죽는다. 형식상으로나마 대부인이 된 화사는 복수를 위해, 사마걸은 이익을 위해, 직미군을 돕기 시작했다.

결: 화사는 야무를 괴롭히기 위해, 황후로서 온갖 패악과 사치를 부리면서, 자신의 안위를 인질 삼아 후궁을 간택하고 합방하도록 강요한다. 그런 화사는 귀비 일가에 의해 습격 당하고, 이 과정에서 야무는 큰 부상을 입는다. 깨어난 야무는 마지막 반군을 소탕하기 위해 길을 떠나고, 끝내 직미를 처결한다. 그리고, 화사는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다. 화사는 지독히도 한 길밖에 몰랐던 야무를 '낭군'으로 맞이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잃어버린 것과 잃어버릴 것

BL 서적은 프로모션이 많은 편이지만, 대상이 되는 서적들은 비슷합니다. 베스트셀러, 스테디셀러들은 부동의 위치를 점유하고, 그렇기 때문에 또 읽히게 되는 선순환이 발생합니다. 그렇게 폭발적으로 구매되는 작품 중에서는 당연히 명불허전도 있지만, 빚 좋은 개살구도 많습니다. 지적 재산을 단순 비교한다는 것이 쉽지 않지만, 동일 클리셰, 유사 디테일, 크게 차이 않나는 문장력의 책들 중에 유독 '그' 책만 '베스트셀러'인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물론, 홍보 효과에 의한 전략적 우위를 나쁘다고 할 수 없겠으나, 독자로서는 좀 아쉽습니다. 특히나, 제값 주고 읽은 작품이 몇 년째! 매번! '반복'해서! 할인 프로모션에 포함되면, 내가 산 '정가'는 정가가 아닌 것 같고, 또 대상 작품이 많은 듯 보이지만 실제로 읽을 건 없습니다. 심지어 신작 프로모션도, 일부 작가에 편중돼 그다지 공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결국은 독자가 평가한다고 하지만, 모든 작가들이 공정한 기회를 얻는 것 같지도 않고, 독자가 충분히 다양한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것 같지도 않아요. 물론, 전대 후문, 미증유의, 대체불가 작품이라면 어떻게든 인정받겠지만, 그런 극소수를 이유로 선택받지 못한 작가나 작품을 탓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바라건대, 다양한 작가의, 다양한 작품을, 다양한 기회로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독자는 그저 재미있는 책이 보고 싶을 뿐입니다.

씁쓸한 마음에 서두가 길었습니다. '화사, 황제의 꽃'은 저에게, 이렇게까지 안 읽힐 작품인가?라는 의문이 든 작품이었어요.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것 같다는 아쉬움이 느껴지는 소설이었습니다. 다소 각진 서술과, 튀는 말투, 노골적 일면은 있지만, 충분히 개성이라고 납득할만했고, 무엇보다 독특하고 일관성 있는 인물들이 매력적이었거든요.

화사는 무신상단의 연동으로 키워집니다. 상단에 팔린 아이들의 사정이 좋을 리 없었고, 도망친 황손 역시 예외는 없었죠. 당차고 어여쁜 화사와의 강렬한 첫 만남 이후, 야무와 화사는 10년간 친한 지기로 지내며, 서로에게 애틋한 마음을 품습니다. 하지만, 화사는 손님을 기쁘게 해 주는 도구로서 훈육 받으며, 야무에 대한 마음을 접습니다. 야무는 황제가 아닌 자신에게 화사를 주지 못하겠다는 사마걸과, 일개 호위의 것이 되어 주지 않는 화사를 보며, 빨리 황제가 되려 하죠.

야무가 상단을 떠난 후, 화사는 다정한 아진건을 만나요. 값비싼 화대를 치르고도, 함께 좋은 곳에서 풍류를 즐기며, 연동이 아닌 사람으로 자신을 아껴주는 대귀족이었죠. 사마걸은 기꺼이 아진건에게 화사를 내어주고, 화사는 아진건에게 마음을 줍니다. 하지만, 아진건은 화사에게 '아진'의 모든 것을 주었지만, 마음만은 주지 않습니다.

직미는 아진건의 약혼자였어요. 하지만, 황제의 눈에 띄고 난 뒤, 그녀의 비극은 시작됩니다. 직미는 집안을 멸문시키고 강제로 자신을 취한 황제를 증오합니다. 그래서, 자신의 몸에 움튼 황제의 씨를 혐오하죠. 결국, 아이는 친모에게 부정당한 채 버려지고, 아진건은 그 아이를 찾아, 직미를 대신해 보상해 주려 합니다. 그게 바로 화사였어요. 다만, 아진건의 예상을 엇나간 것은, 직미의 아이가 자신을 사랑했다는 겁니다.

많은 사랑꾼 황제공 중에서도, 야무는 진짜 짐승 같습니다. 영민하지만 요령은 없죠. 야무는 화사를 이용하고, 기만하고, 부정한 자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길고 긴 전쟁을 치릅니다. 하지만, 자신을 이용한 자를 가족이라 믿고, 기만한 자를 지아비라 여기며, 부정한 자를 살려 달라고 매달리는 화사의 바람은 단칼에 끊어냅니다. 야무는 화사를 위해 살았지만, 화사에게 늘 약탈꾼일 뿐이었어요.

야무는 노련한 무장이고, 카리스마 있는 리더지만, 표현력은 꽝입니다. 숨기거나 거짓말을 하진 않지만, 기본적으로 사람을 달래지 못하고, 능구렁이같이 넘어가는 면이 없어요. 목표를 포획하는 방법에는 전략가지만, 목표를 물고 나서는 맛있게 요리하는 법을 몰라, 날 것 그대로를 물어뜯는 모양새랄까요. 야무는 화사에게 휘둘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당초 야무에게 화사를 곁에 둘 수만 있다면 '잘 두는 방법' 따위는 상관없어 보여요.

'화사, 황제의 꽃'에서는 '연동'의 삶에 대해 다소 신랄하게 보여줍니다. 그래서 화사는 여리고 어리석으면서도, 닳고 거친 초연함을 보이기도 합니다.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연정 따윈 초탈한 것처럼, 값을 주고 정사를 팔면서도, 정에 굶주린 것처럼... 참 양가적이죠. 게다가, 화사의 지병은 아름다움을 위해 명줄을 줄여야 했던, 연동들의 직업병이었어요. 야무는 화사를 궁에 데리고 오자마자 지병을 치료하는 탕약부터 먹입니다. 탕약을 먹지 않겠다는 협박에, 딴 여자와 합방을 하면서까지요.

야무는 아진건을 '직접' 죽이지 않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아진건이 직미에게 가서 죽겠다며 말에 실려간 일을 설명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야무는 화사의 고향이었던 사평관, 가족이었던 무신상단을 도륙하면서도, 사마걸과의 거래나 화사의 지병에 대해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에게 욕정 하느냐 괴롭게 묻던, 연동의 기억을 헤집기 싫었을 테니까요. 아진건의 기만도, 화사의 출신도 말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부정한 친모에 대해 알릴 수 없었으니까요. 참 요령 없는 남자예요.

화사와 같은 사평관 무신상단 출신인 유리는 익제의 첩이 었지만, 야무의 부탁으로 화사의 수발을 듭니다. 그러다 승상 익제가 노환으로 물러나자, 그를 간호하기 위해 궁을 떠납니다. 익제가 죽은 후 빈소를 찾은 화사 앞에서, 유리는 애절하게 후회합니다. 야무와 익제는 후평국을 통일했고, 그로 인해 화사와 유리는 고향을 잃었어요. 야무와 익제는 화사와 유리에게 죄인이었고, 화사와 유리는 연심에도 불구하고 그들에 대한 미움을 완전히 놓지 못합니다. 하지만, 잃고 나서야 진정 내가 가지고 있었던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죠. 유리는 익제가 죽고 난 다음날 목을 메 자살합니다.

화사는 자신이 잃었던 것들을 내려놓지 못했기에, 제대로 받아들이지 못했던 야무를 생각합니다. 야무로 인해 품고 있는 슬픔과, 야무를 잃는다면 품게 될 고통은 비교가 되지 않았죠. 화사는 유리의 선택을 공감합니다.

화사가 야무에게 정착하며, 실 없어진 황제의 기행담은 드디어 해피엔딩이구나!!! 안도케하지만, 이어 지병이 심해진 화사가 살고 싶다고 절규하며, 야무와 함께 천년목을 찾는 장면은 여운을 남깁니다. 두 사람이 이루어졌으니 해피엔딩이라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잠든 화사의 숨소리에 기뻐하는 야무의 모습은 많이 슬펐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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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넥스큐브

분량: 본편 1권

 

 

 

 

 

 

 

 

 

 

 

point 1 한 컷

넥스큐브

 

point 2 줄거리

기: 마시로 케이타, 게이지만 이성애자를 좋아하는 불운의 '금사빠'다. 그런 케이타의, 필연적이고 반복적인 실연 후 상처를 달래 주는 것은, 고교 동창 류지로였다. 류지로는 고교시절 싸움꾼이었던 케이타에게 다정하게 대해준 유일한 친구였지만, 게임 벌칙으로 키스하게 된 날 이후 시작된 짝사랑의 대상이기도 하다. 케이타는 이성애자인 류지로와 비슷한 사람에게 쉽게 사랑에 빠졌던 것이었다.

승: 번듯한 직장인이 된 류지로와 편의점 알바인 케이타는 성인이 된 후 우연히 만났고, 어렵게 만난 짝사랑을 잃고 싶지 않았던 케이타는 고백을 하지 못한다.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뜨밤을 보내고 있었으며, 류이치로는 케이타가 사랑에 빠질 때마다 삐지지만, 두 사람은 서로를 친구라고만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케이타는 류이치로가 샤이한 여성과 대화 중인 것을 발견하고, 여자친구라고 오해한다. 그리고 류지로와 연락을 끊는다.

전: 타치바나 류지로, 게이지만 좋아하는 사람이 '이성애자만 좋아하는 게이'라 이성애자를 연기하는 불운한 짝사랑러다. 금사빠인 케이타를 좋아하는 것은 힘들지만, 케이타의 연애는 늘 오래가지 못했고, 실연을 당하면 반드시 류지로에게 돌아왔다. 고등학생 류지로는 혼자 잘 울고, 웃을 때면 화사한 케이타를 좋아했다. 일부러 게임에 져서 키스도 하지만, 떨려서 정신 못 차리는 케이타를 보고 자신과의 키스를 싫어한다고 오해한다.

결: 류지로는 고향에 돌아와 취직 후 케이타를 만나지만, 계속 이성애자라고 속이며 때때로 몸만 섞었다. 그러다 갑자기 자신을 피하는 케이타에게 깊은 상처를 입고 게이바에 가고, 그곳에서 케이타와 마주친다. 케이타는 게이바에 있는 류지로의 친구들을 통해, 류지로의 고단한 짝사랑에 대해 듣게 된다. 케이타는 류지로를 찾아가 고백하라고 다그치고, 두 사람은 기나긴 삽질을 끝내고 연인이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도대체, 누굴 보고 있는 거니?

'실연 중독'은 삽질물입니다. 대놓고 좋아하는 게 티 나는 공수가 열심히 삽질하는 내용이죠. 진지와 개연은 내려 놓고,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유쾌한 작품입니다. 읽으면서고 귀여운 두 사람의 모습에 피식피식 웃게 됩니다. 특히, 부끄쟁이 케이타의 편의점 사장님이 나오는 장면에서는 빵! 터지고 말았죠. 뭐에 꽂혔는지 모르겠지만, 너무 깜찍하게 느껴졌어요.

오해의 시작은 고교시절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케이타는 싸움만 하느라, 변변한 친구하나 없지만, 마음 여린 겁쟁이었어요. 어느 날부터 계속 무시해도 자신을 졸졸졸 따라다기 시작한 류지로를 좋아하게 됩니다. 하지만, 관찰 결과 류지로는 모두에게 친근한 사람이었다고 확신하고 말아요. 반면, 류지로는 정말 케이타에게 관심이 있어 따라다닌 거였고, 실험 삼아 해 본 키스에게 확실히 사랑을 깨닫습니다. 다만, 당황한 케이타를 보며 길고 긴 삽질을 시작해요.

결국, 두 사람은 사랑을 깨닫자마자 실연 당한 셈입니다. 그리고, 졸업 후 성인이 되어 만나요. 두 사람은 이번에는 절대로 실패하지 않겠다고 각오를 다져요. 그래서, 케이타는 류지로와 친구로 지내며 류지로의 대체품을 찾아 번번이 실연 당하고, 류지로는 이성애자 밖에 좋아할 수 없는 사랑 많은 케이타의 위로처가 되어버렸죠.

금사빠 케이타의 행동력은 대단했고, 류지로는 삐짐과 초췌를 반복하는 생활을 이어갑니다. 류지로는 게이바를 찾아가 게이 친구들에게 연애상담을 받고, 케이타가 좋아하는 좋은 몸을 만들기 위해 근육통을 이기며 근력운동을 해요. 외로움을 참지 못하는, 욕망쟁이 케이타를 붙들기 위해 잠자리 연구도 게을리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자신을 피하기 시작한 케이타를 보며, 뭐가 잘 못 됐는지 깨닫지 못한 채 우왕좌왕해요. 슬프게도, 삽질을 하는 자들은 삽을 보지 못하지요.

케이타는 좋아하는 이성애자에게도, 좋아하는 이성애자의 대신인 이성애자에게도 사랑받지 못한다고 낙담합니다. 케이타는 지하철에서 다정한 연인들을 보며,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서로 좋아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어떤 느낌인지 궁금해하고 부러워하죠. 물론, 마지막에는 그 감정이 눈물 나게 감동적이라는 몸소 체험하게 되지만요.

'어떻게 저 타는 듯한 눈빛과, 발그레한 볼, 달구어진 몸댕이를 보고도 모를 수 있어?'라고 생각할 정도로, 두 사람은 '말'을 제외한 모든 수단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앞에서 말했듯, 진지와 개연은 내려놓자고요. 다만, '실연 중독'의 '삽질'의 이유 중 공감 가는 부분도 있습니다. 바로, 서로가 서로를 '눈'이 아닌 '머리'로만 본다는 거예요.

케이타는 류지로에게 우리가 무슨 사이인지 묻습니다. 류지로는 '친구'라고 대답하죠. 한껏 기대했던 류지로는 상처 입습니다. 그리고 오늘도 '실연'을 당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대화는 케이타와 사귀기 위한 류지로의 혼신을 다한 연기였습니다. 케이타에게 이성애자로 보여아만,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류지로는 이성애자를 좋아한다고 말하는 케이타의 모습이, 케이타에겐 이성애자라고 말하는 류지로의 모습이 각인되어, 실상 눈 앞에 서로를 제대로 보지 못합니다.

저는 첫인상에 영향을 많이 받는 편입니다. 많은 시간과 여러 번의 시험을 통과해야 좋아하는 감정이 생긴다기보다는, 첫인상으로 대부분 호불호를 결정되는 편이죠. 물론, 첫인상과 실제 성격이 다른 경우도 많지만, 첫인상의 각인이 유독 강하게 남아 노력해도 잘 지워지지가 않아요. 그래서, 객관적으로 '그 사람'을 인식하기 위해 별도의 수고로움을 들여야 합니다. 물론, 이런 자각에도 불구하고,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정말 힘든 일이긴 합니다.

껄껄 웃으면서 보다가도, 이 프로 삽질러들을 바보라고만 비웃을 수 없는 이유도, 감정의 색 안경을 쓰고 너무 뻔한 '진실'을 놓쳤던 경험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어떤 실패든 '중독' 될 정도로 반복 중이라면, '그 실패'가 아니라 씐 색안경이 있는지 더듬어 봐야 하는지도요. 그런데, 왜 딱! 그 상황에는 이 생각이 안드는 걸까요? 뭐... 그래서 삽질물이 재밌는거겠지만 말이에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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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7.01.13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감정이 깊어지면 후에 겪을 괴로움과 상실감도 깊어지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나이가 들수록 깊이 빠져드는 걸 경계하게 되는 법이다. 여유가 생기고 현명해지는 거라고들 하지만 실상은 그저 겁이 많아지는 것뿐이야."

잠시 말을 끊은 태해랑이 잠시 생각에 잠겨 있다 다시 입을 열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일단 빠지고 나면 절대 물러서지 않지. 내 인생에 다시 이런 깊은 감정을 느끼게 될 수 있을지 어떨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못할 짓이 없어진다."

point 2 줄거리

기: 정복왕조 현은 소국인 아라국을 멸망시키며, 아라인들은 비참한 처지에 내몰린다. 그중 역경을 딛고 성공한 아라인 중, 공녀로 받혀져 태후가 된 흔씨와 무역으로 부상이 된 란씨가 있었다. 란씨는 고아가 된 아라인 이사야를 데려와 키우고, 자색 눈을 가진 미인으로 자란 이사야는 황후의 오라비인 타이지 타무르 눈에 든다. 타무르는 란가를 겁박하고, 이사야는 타무르에게 자신을 판다. 그리고, 1년간 이사야는 황제 하슬라의 대체품으로 타무르에게 안긴다.

승: 흑발과 자색 눈을 지닌, 잔혹하고 변덕스러운 황제 하슬라를 사랑한 타무르는, 똑같은 얼굴의 이사야를 다정하게 대해준다. 그 사실을 알고도 이사야는 타무르를 연모한다. 그러던 중 이사야의 이야기를 들은 하슬라는 이사야를 불러 모욕을 주고, 타무르는 묵인한다. 상처 입어 울고 있는 이시야는, 태해랑을 타무르로 착각하고 안긴 채 쓰러진다. 한편, 타무르를 이용해 온 하슬라는 이사야에게 흥미를 느끼고, 낙인을 찍은 채 자신의 대역으로 활용한다.

전: 그러던 어느 날 이사야는 하슬라가 란가와 자신을 도륙할 것이라는 급보를 받는다. 이사야는 황가의 혈통을 가지고 있었고, 이를 알게 된 하슬라는 관련인들을 제거하려 한 것이었다. 이사야는 란가를 지키기 위해, 하슬라를 죽이고 황제가 되려 한다. 그리고, 뒤늦게 이사야에 대한 연정을 깨달은 타무르가 하슬라를 죽이고 이사야를 돕는다. 하지만, 이사야는 타무르를 용서하지 못했고, 자신에게 구애하는 태해랑을 이용해 타무르를 견제하려 한다.

결: 태해랑과 타무르에게 공평히 몸을 나누면서, 후궁전에 발을 끊은 황제를 려귀비는 의심한다. 려귀비는 자신의 가문인 아젠타의 힘을 빌려, 타무르, 태해랑, 황제를 이간질해 분열시키고, 반정을 일으켜 자신의 아들을 황위에 올리려 한다. 하지만, 이사야는 이미 이를 간파하고 있었고, 모반은 실패로 끝난다. 타무르는 안정적인 황권을 확립한 이사야가 태해랑에게 고백하는 모습을 보며, 이사야를 떠나려 한다. 하지만, 이사야는 타무르를 놓지 못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아픈 뿌리

뜅굴이님의 소설은, 좋은 말로 군더더기가 없고 나쁜 말로 생략이 많습니다. '어떻게'라는 부분이 매우 간소하고, 메인 갈등이외에 잔 갈등도 거의 없습니다. 얼기설기 얽혀 있는 다사다난한 궁중물을 원하신다면, 만족도가 높지 않을 수 있어요. 이런 나쁜 짓을 했고, 그래서 위기가 생겼으며, 황제는 이 사실을 알고 있고, 문제는 잘 해결되었다!를 좀 길게 쓴 것 같은 느낌입니다.

그렇다고 엉성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암투나 정쟁을 심플한 뼈대로 세워두고, 그 위에 화려한 인물들을 장식해 놓은 느낌이랄까요. 선택과 집중! 하지만, 그 선택과 집중된 부분 이외의 요소들을 보는 편이라면, 아쉬움은 있을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저는 캐릭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재미있게 봤습니다.

제일 매력적인 인물은 타무르였습니다. 이사야 일 듯도 하지만, 그보다는 저에겐 타무르!였습니다. 타무르는 과묵한 외골수예요. 무재인 아버지의 기질을 물려받은 훌륭한 무인이었고, 황후의 오라비이자 2황자의 외숙이었죠. 명실상부 최고의 명문가, 짐승 같은 몸에 미형의 얼굴을 가지고 있었지만, 정치적 행보만큼은 늘 한걸음 물러나 있었습니다. 바로, 황제인 하슬라를 사랑했기 때문이죠. 그는 탄탄한 배경을 내려놓고, 폭군의 사냥개로 사는 것을 선택합니다.

하슬라는 아라인 흔씨의 소생으로, 아라인다운 작은 체구, 아름다운 얼굴, 고운 흑발과 자색 눈을 가지고 있었어요. 하지만, 하슬라에게 이런 외모는 멸망한 나라의 흔적이었고, 공녀로 태후에 오른 어머니의 존재도 인정하고 싶지 않았어요. 하슬라는 변덕쟁이 폭군으로 잔인한 성정을 숨기지 않습니다. 그리고, 그 뒤처리는 타무르의 몫이었죠. 필요가 있다면 죽이지 않는다. 그만큼의 가치인 것을 알면서도, 한길밖에 모르는 타무르는 기꺼이 하슬라에게 이용당해 줍니다.

결코 가질 수 없는 존재, 그렇게 생각했던 하슬라와 꼭 닮은 이사야를 발견하죠. 타무르는 협상을 모르는 남자였어요. 그리고, 이사야는 장사꾼이었죠. 타무르는 란가를 멸문시키겠다고 협박 하고, 이사야는 란가를 지키기 위해 돈을 받고 자신을 팔아요. 타무르는 이사야를 소중히 대해줍니다. 하지만, 안을 때면 언제나 하슬라의 이름을 부르죠. 거금을 받고 내어 준 몸이니, 연심이 깊어져도 이사야는 불평하지 않습니다. 다만, 속은 점점 곯아갔죠.

하슬라는 타무르가 그토록 아낀다는 이사야에게 흥미를 느낍니다. 그리고, 이사야를 불러내고, 타무르의 진심을 알게 돼요. 하슬라는 자신이 싫어하는 아라인의 특징을 빼다 박은 이사야에게 모욕을 줍니다. 그리고 하슬라의 잔인함을 알고 있는 타무르는 이사야를 살리기 위해 입을 닫아요. 하슬라의 대체품으로 산 것은 '화대'의 대가라지만, 조롱의 대상이 된 것은 '연심'의 대가였어요. 설상가상 황명을 거부할 수 없었던 타무르는, 상처 입은 이사야를 황제에게 바치기 까지 합니다. 그렇게 이사야는 사랑하는 남자에 의해 궁에 갇히고, 노예처럼 몸에 낙인이 찍히죠.

타무르는 하슬라를 사랑했고, 이사야를 하슬라의 대신으로 삼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하슬라와 이사야는 만났고, 하슬라는 이사야를 괴롭힙니다. 그 모습을 보며, 미묘한 틈이 생겨요. 둔한 남자는 그 균열의 답을 찾지 못하고, 고통을 토하는 이사야에게 무언의 긍정을 보냅니다. 그리고, 늦된 남자의 깨우침은 이사야와 타무르를 돌이킬 수 없는 관계로 만들었죠. 타무르는 이사야에게 구애하고, 용서를 구하고, 심지어 하슬라를 죽이기까지 하지만, 이사야는 타무르를 믿고 싶지 않았어요.

그래서, 타무르를 견제 할 수 있는 태해랑을 곁에 둡니다. 타무르는 이사야를 위해 짝사랑 상대를 죽이고, 가족 역시 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죽음의 위기를 몇 번이나 넘으면서도 이사야를 충실히 지켜내죠. 수완 좋고, 말 재주 있는 태해랑이 이사야를 녹여 가졌다면, 타무르는 깨지고 부서지고 나서야 이사야 곁에 설 수 있게 됩니다. 이사야는 타무르는 빼 낼 수 없이 깊이 박힌 가시라고 말하고, 타무르는 진심으로 기꺼워하죠.

부상의 막내아들, 혹은 사위가 되어 평안한 삶을 살 수 있었던 이사야... 하지만, 타무르에 눈에 띄었다는 것으로, 운명은 배배 꼬여 버립니다. 친모가 숨겨 온 자신의 혈통을 알게 되고, 죽지 않기 위해서 가짜 황제가 되어 많은 사람들을 죽입니다. 천성이 장사꾼인 이사야는, 현명하게 위기를 모면하지만, 불안과 불행의 나날을 견뎌내야만 했어요. 비록 타무르가 욕심낸 것은 이사야 하나뿐이었지만, 타무르는 이사야에게 애증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었죠.

다공일수에서, 유혹수가 아니라면 칼자루는 공들이 쥐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사야는 여왕수가 아님에도 정치적으로 두 공을 이용하고, 감정적으로 통제하는 노련함을 보입니다. 두 사람을 저울질해서 원하는 행동을 유도하면서도, '애정'이라는 보상도 적절히 분배해 주죠. 이 보수적인 무인 남자들은, 그렇게 이사야를 나누어 가지게 됩니다.

이사야는 황궁을 내려다보며, 금빛 밀림 속에서 자신을 황제로 지탱해 주는 두 뿌리의 존재를 생각합니다. 다정한 뿌리 태해랑, 아픈 뿌리 타무르... 타무르는 이사야에게 상처 없는 사랑을 나눌 수 있는 태해랑을 부러워하고, 태해랑은 자신이 모르는 이사야와 타무르만의 시간을 인정해요. 화려한 잎사귀를 자랑하는 나무는, 어둡고 습기진 흙 속에 단단히 뿌리 내리고 있습니다.

타무르가 이렇게까지 개발싸개가 되어야 하는가? 타무르는 억울할지 모르겠지만, 원래 인생은 타이밍이니까요. 그래도, 아프게라도 이사야의 한 뿌리가 될 수 있었으니, 결국은 해피엔딩이라고 봐야겠죠? 물론, 지분은 1/2이지만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1/01/06 - [BL 소설] - [시대물/동양풍] 귀비장군 - 뜅굴이

 

[시대물/동양풍] 귀비장군 - 뜅굴이

​ ​ ​ ​ ​ point 1 책갈피 ​ ​ "아버님께서는 항시 전장에 계셔 길게 뵌 일이 없으나, 집에 돌아오면 꼭 저와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하셨습니다. 아버님께서는 항상 무인은 자신을 쓸 주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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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0/27 - [BL 소설] - [인외존재/무협물/달달물] 소백전 - 뜅굴이

 

[인외존재/무협물/달달물] 소백전 - 뜅굴이

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09.21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 소백아. 소백아. 숲에 돌아가지 말고 나랑 평생 같이 살자. 응?" ​ 무흔이 소백의 귓가에 속삭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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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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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필연매니지먼트

출간일: 2020.11.01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 주인아, 문자를 너무 맹신하지마. 우린 단편적인 마음의 한 가닥만 읽을 수 있을 뿐이야. 문자를 바탕으로 타인의 마음을 짐작한다고 해도 얼마든지 각색될 수 있다는 소리고."

지친듯 잠시 소파에 주저앉은 남자는, 삼십 대 중후반쯤으로 보였던 얼굴이 일순간 쉰 살은 넘은 것처럼 느껴졌다.

"향현사...... 그게 저 밖에서 우리를 부르는 용어야."

"네?"

"향현사들은 사이코메트리스트보다 훨씬 드물거든. 우린 'snare'로 불리기도 해."

새로운 지식은 늘 그렇듯 놀라움을 불러온다.

"한국말로는 향현이란 뜻을 가졌지. 죽은 지 수십 년은 더 됐지만 영국 수사관으로 알려진 한 남자가 있어. 그 남자도 우리와 같이 문자를 읽을 수 있었고, 그는 자신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들을 찾아내서 그렇게 물렀어. 'snare'라고. 그건 향현이라는 뜻과 더불어 덫이나 올가미라는 뜻도 가지고 있지. 주인이 네가 보는 문자도 참 아름답지? 그런데 우리 눈에 보이는 문자는 아름다운 음악을 울리는 향현줄 같은 게 아니라 덫이기도 해.

point 2 줄거리

기: 이주인은 강한 사념을 형상화한 글자를 볼 수 있다. 어느 날, 주인이 운영하는 조용한 시골 카페로 원두로 둔갑한 마약 K3 오배송 된다. 폭력조직 사파의 이사, 묵야는 그 K3를 회수하기 위해 경찰인척 주인의 카페를 방문하고, 무채색의 세계에 오색빛을 뿜어내는 주인에게 한눈에 반한다. 주인 역시 글자를 읽을 수 없는 묵야에게 관심이 생기고, 둘의 관계는 급진전된다. 주인은 서울로 올라와 형사 태형의 수사를 도우며, 사파의 전무가 된 동생 주율을 만난다.

승: 주율 역시 주인처럼 글자를 볼 수 있었다. 과거 두 사람은 그 이유로 친부에게 학대를 당해 왔고, 동시에 주율은 주인의 사랑을 갈구했지만 주인은 주율을 동생으로만 대했다. 그러던 어느날 사고로 부모가 죽고, 주율은 잠적했다. 한편, 주인이 시골로 내려간 사이, 태형의 의붓동생이자 사이코메트리스트인 유진은 주인의 집에 살고 있었고, 돌아온 주인과 주율은 유진과 어색한 동거를 시작한다. K3수사를 돕는 주인은, 번번히 묵야의 흔적을 발견한다.

전: 묵야는 주인에게 거짓이 없었고, 주인은 '읽지' 않아도 믿을 수 있는 묵야에게 안식을 느낀다. 주인은 묵야와의 신뢰가 쌓이는 반면, 점점 변해가는 태형의 모습를 보며 실망한다. 결국 주인은 태형에게 수사에서 손을 떼겠다고 말한다. 태형은 글자로 주인을 힐난하고, 주인은 깊은 상처 입는다. 한편, 과거 친부의 학대 트리거가 되었던 '이성일'이 나타난다. 인터폴인 성일은 친부의 동생이었고, 친모의 연인이었으며, 친부를 사랑한 마음을 접기 위해 도망쳤었다.

결: 성일은 주인의 집에서 우연히 만난, K3 유통책 유진을 알아보고, 놀란 주인은 태형과 묵야에게 그 사실을 알린다. 하지만, 실제 배후인 태형이 보낸 가출 청소년들에게 납치당한다. 그리고 K3 사건 이면에, 묵야를 실각시키려는 사이남과 태형의 공모가 있었음이 밝혀진다. 다행히 묵야는 주인을 구하고, 사건을 정리한다. 한편, 성일의 비극을 목격한 주인은 단호한 결단을 내리고, 그 결정 따르기로한 주율은 집을 떠난다. 주인은 다시 시골 카페로 내려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말'의 굴레

힘들면, '힘들다.'라는 말 해야할까? 언젠가 이런 생뚱맞은 주제로 지인들과 대화 한 적 있습니다. 한 미식축구 감독은, '남에게 힘들다고 말하면, 그들 중 98%는 관심이 없을 것이고 2%는 고소해 할 것이다. 그러니까 타인에게 힘들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확실히, 입버릇 처럼 '힘들다.'고 하는 사람과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 집니다. 피하고 싶은 사람이에요. 하지만, 힘들다는 말을 하지 않으면, 공연한 오해가 생길 수도 있고, 뒤늦게 죄책감이 되어 서로에게 상처가 되기도 하죠. 무엇보다, 속이 곪아요. 뭐가 정답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힘들다.'라는 '말'에는 '힘'이 있다는 겁니다.

채팔이님의 소설은, 세상을 비틀어, 세상을 직시하는 작품들이 많아요. 비현실적인 설정들이, 되려 신랄하게 현실의 민낯을 보여주는 이야기들 말이에요. '향현문자' 역시 그렇습니다.

강한 사념은 문자로 형상화 되어 스스로 '의지'를 가집니다. 머리에서 '뽕' 생겨난 문자들은, 자신만의 색과 기운을 가지고 있죠. 그리고, 비슷한 기운을 가진 글자들끼리 서로 끌어 당깁니다. 가령, '자살'은 어둡고 독한 기운을 가지고 태어나서, '절망' '실패' 같은 단어들과 모입니다. 뭉칠수록 기운은 강해지고, 그 글자들은 공중을 떠다니다 '자살'을 생각하는 다른 사람에게 들러붙어요. 반대로, 밝은 기운을 타고난 단어는 주변의 사람들을 유쾌하게 만들어 줍니다. 상처가 나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으로 태어난 '후시딘'은, 주인의 아픈 부위를 찾아가곤 합니다.

슬픈것은, 독기를 머금은 글자는 좋은 기운의 글자를 먹어 치운다는거에요. 글자에 있어서는 빛이 어둠을 밝히는 것이 아니라, 어둠이 빛을 잠식시키는 거죠.

글자는 그 문자에 반응하는 사람의 '의지' 역시 반영합니다. 주율의 방에 가득 찬 단어들은 주인에게는 독이 돼요. 주인은 자신을 향해 달려드는 글자들로 인해 피를 토하죠. 주율은 주인을 사랑하는 마음에 당당하고, 주인은 주율의 사랑을 집착과 광기라고 느끼니까요. 문자에 담긴 사념은 같지만, 두 사람에게 문자의 기운은 다른 셈이죠.

또, 글자를 볼 수 있는 사람은, 그 글자를 보관하거나 파괴할 수도 있습니다. 좋은 기운을 모아 놓으면 그 장소는 밝고 즐거운 기운이 만연하고, 나쁜 기운의 글자를 파괴하면 독기도 함께 사라집니다. 하지만, 그 대가는 파괴한 사람에게 고스라니 돌아옵니다. 안방을 가득 매운 '이성일'이라는 글자를 모두 파괴한 이성일은, 업보와 같은 고통을 스스로 감내합니다.

그리고, 문자를 많이 생성하는 사람이 있고 아닌 사람도 있습니다. 주로, 자아가 약할수록 문자가 많이 보입니다. 불안한 마음에 머릿속으로 많은 말들을 하기 때문이죠. 반면에, 자기 확신이 강한 사람은 문자를 잘 만들지 않아요. 마치 묵야처럼요. 또, 진심과 다른 문자를 생성할 수도 있고, 회피할 수도 있어요. 형사 태형은 주인을 속이기 위해 문자를 통제하고, 주인은 말과 문자가 동일한 태형이 겉과 속이 같은 사람이라고 철석같이 믿어버려요. 그리고 그런 맹신이 비극의 단초를 제공하죠.

사이코메트리나 독심술, 마인드 컨트롤 같은 초능력을 다룬 작품은 많습니다. 그리고, 이 '진실을 보는 무기'는 주인공에게 불행한 비밀을 무차별 노출시키기도, 거대한 사건을 풀 실마리를 제공해 주기도 합니다.

하지만, 문자를 읽는 '향현사'의 초능력은 좀 다릅니다. 그저, 그 순간, 그 사람의 '단편'을 볼 뿐이에요. 하지만, 그것을 '진실'이라고 믿기 시작하면, '문자의 굴레'에 갇혀 버리고 맙니다. 마치, 사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말'을 하면 '사실'이 되어버리는 것처럼요. 향현사였던 친부는, 부인에게서 넘쳐흐르는 '이성일'이라는 글자를 평생 보지만, 주율이 그 단어를 말하고 나서야 '이성일'이라는 존재를 현실로 끌어내요. 안개처럼 흐리기만 한 실체가, 형태를 굳혀 '진실'이 되어버린 것처럼 말이예요.

나의 기억은 '사실'이 아닙니다. 하지만, 문자로 정의되는 순간 '사실'이 돼요. 이렇게 생각하면서도, 아주 많은 순간 '기억'이 유일한 '진실'인 마냥 상처받고 움츠려 듭니다. 평생 문자의 속성을 질리도록 접해 온 주인이, 그 문자의 굴레에 갇혀 위기에 빠지게 되는 것처럼요. 문자가 의지를 가진다는 사실을 알아도, 그 문자를 만들고 사용하는 사람 역시, 그 문자를 그저 믿고 싶은 의지를 가지기 때문일까요?

'항연 문자'는 채팔이님의 위트 있는 서사, 금사빠 공수의 풋풋한 연애, 주율 유진의 티카타카로 유쾌하게 전개됩니다. 하지만, 주율이 주인을 이성을 잃은채 반복적으로 폭행하거나 강간하려는 장면, 가출 청소년들이 주인에게 강제로 오럴를 시키고 사진 찍는 장면을, 매우 건조한 시선으로 보여주기도 하죠. 또, 불어 선생님과의 일화나, 살인사건이 되어버린 치정사건은, 주인이 피하든 피하지 않든, 문자를 읽는 능력은 모두 비극으로 끝날 수밖에 없다는 냉소적 결말을 던지기도 합니다.

'향현문자'는 초능력으로 수사를 돕던 주인공이, 가장 믿었던 형사에게 배신당하는 단순한 사건물입니다. 또, 사패 소패 조폭의 첫사랑과 갑자기 키스를 하며 사귀자고 해도 오픈 마인드고 받아 주는 쿨한 연애관 등 좀 잉?스러운 부분도 있어요. 하지만, 저는 '향현문자'의 재미가 비단, 이런 '줄거리'에만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비중이나 경중과 무관하게, 등장인물 모두가 결이 다른 메세지를 전해 주고 있고, 충돌 없는 독특한 설정들이 한걸음 물러나 현생을 관찰하게 해주죠. 정말... 채팔이님... 당신은!!!

※ 동일 작가의 다른 작품 리뷰

 

2020/11/03 - [BL 소설] - [SF물/애절물/시리어스물] 레인보우 시티(레보시) - 채팔이

 

[SF물/애절물/시리어스물] 레인보우 시티(레보시) - 채팔이

출판사: symphonic 출간일: 2019.12.09 분량: 본편 5권 + 외전 1권 ​ ​ ​ ​ ​ point 1 책갈피 ​ ​ 그들은 틀렸다. 고통은 진화의 시작이 아니다. ​ 모든 바이러스에서 자유롭다고 한 들 그것이 진정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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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W-Beast

출간일: 2019.10.03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형, 섹스 원래 좋아했어?"

술을 아예 병째로 챙긴 규빈이 2층 계단으로 향했다.

"응"

"왜?"

"기분 좋잖아."

"상대는 전부 여자였잖아. 넣고 흔들고 싸는 게 기분 좋았어?"

"네가 그래서 문제야. 그 행위가 아니라 무드나 상대방 반응과 체온이 좋은 거지."

"그럼 나와의 섹스는 어때."

규빈은 탄산수를 섞은 칵테일 대신 베이스가 되는 술 그대로를 입에 댔다. 도수 높은 술을 꿀꺽, 한 모금 삼키면서 계단을 올라오는 은빈에게 웃어줬다.

"넌 그 반대네. 섹스 자체에 열중하게 해주잖아."

point 2 줄거리

기: 조규빈은 금수저 집 안에서 뛰어난 동생과 차별 당하며 문제아 취급을 받아 왔다. 스스로는 독립, 주변에서는 가출이라 부르는 거사 당일, 엄친아 동생 조은빈이 규빈을 잡는다. 아버지의 SUV차를 훔쳐 나갈 생각이었던 규빈은, 그 차 키를 주지 않으려는 동생 은빈과 실랑이를 하다, 은빈이 계단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깨어난 은빈은 8살로 퇴보해 있었다. 은빈은 미국 명문 대학원 입락 예정이었고, 어머니의 마음은 급해진다.

승: 규빈은 은빈에게 죄책감을 느끼며, 은빈의 기억이 돌아올 때까지 돌보기로 한다. 은빈과 규빈은 초등학교 시절까지 껌딱지처럼 붙어 다니는 친한 형제였지만, 이후 은빈에게 열등감을 느낀 규빈이 열심히 피해 다니면서 근 10년간은 대면 대면한 사이로 지냈다. 8살 규빈 껌딱지인 은빈은 형을 졸졸 따라다니고, 갑자기 변해버린 몸과 환경에 무서워한다. 규빈은 은빈을 달래며, 은빈의 자위까지 도와주는 처지에 이른다.

전: 그러면서 규빈은 은빈과의 성교에 호기심을 느낀다. 콘돔을 들고 간 정신연령 8살 은빈의 방, 하지만 오히려 거구의 은빈에게 당하게 되고, 새로운 스타일의 쾌감을 느낀다. 그 후 규빈과 은빈의 욕망 행각은 장소와 시간을 가리지 않고 다양(?) 해지고, 장내배뇨에 현타를 맞은 규빈은 친구 최형민의 거제 펜션으로 피난을 간다. 한편, 은빈은 기억을 되찾고, 어머니에게 형과 함께 미국을 가겠다는 의사를 밝힌다.

결: 친구 형민은 규빈의 자유분방함, 은빈의 학력을 가진 금수저로 화려한 파티를 즐겼고, 규빈은 형민의 파티에서 만난 남자와 뜨밤을 보내려 한다. 하지만, 그 방엔 은빈이 있었다. 처음 어린아이인 척하던 은빈은, 돌연 어른의 모습으로 규빈을 압박한다. 규빈은 은빈이 기억상실을 가장해 자신을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하지만, 이미 규빈의 몸은 은빈과의 섹스에 길들여져 있었다. 규빈은 은빈을 따라 미국에 가고, 욕망에 충실한 나날을 보낸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어서 오세요! 따뜻한 쓰레기통으로~

하드코어 BL은 무엇인가? 두둥! 어렵습니다. 피폐물과는 좀 다릅니다. '피폐물'은 말 그대로 '피폐'해지는 '대상'이 있어야 합니다. 끝이 해피엔딩으로 끝날지라도, 누군가는 가해자의, 누군가는 피해자의 입장이 되어야만 하죠. 그런 면에서, 피폐물을 포함하는 큰 개념이 하드코어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드코어'면서도 '피폐'하지 않은 작품도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초고수위와 하드코어는 같은 개념일까? 요것도 조금 다릅니다. 초고수위는 말 그대로 성교의 수위가 높다는 건데, 하드코어는 성교뿐만 아니라 성교와 관련되어 있는 '설정'이 정상 범위 벗어난다고 볼 수 있어요. 양성의 성기를 다 가지고 있는 신체나, oo드립 시리즈, 장내배설 등 말이에요. 그런점에서, 초고수위와 하드코어는 교집합이 있는, 다른 영역의 개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하드코어 BL의 대표적 작품은 무엇인가? 저는 '호박곰' 작가님이 제일 먼저 떠오릅니다. 같은 곰이여도 '망고곰'아닙니다! 망고곰님은 달달~합니다. 이런 흐름이라면, 호박곰님의 소설을 리뷰해야 할 것 같지만, 오늘 리뷰 할 작품은 망태기님의 '욕망형제'입니다. 커버 일러스트도, 제목도 모두 레트로 스타일! 인, 피폐 없는 하드코어 BL입니다.

하드코어는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뉘는 소재라 시도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①피폐물이나 키잡, 역키잡물을 제법 읽어봤다. ②모럴리스나 근친물에 거부 반응이 없다. 고 생각하신다면, 이제는 하드코어에 도전할 때입니다! 물론, 가장 중요한 포! 인! 트! 지뢰 요소를 잘 피하셔야 한다는 거예요. 저 같은 경우, '성 학대'는 거북하더라고요. 수위나 사패 여부와 상관없이, 일단 L이 없는 작품 자체를 피하는 편입니다.

규빈과 은빈은 상극입니다. 규빈은 자유로운 영혼, 은빈은 전형적인 모범생이었죠. 은빈은 거침없이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형을 선망해 왔습니다. 그래서, 어릴 때부터 늘 형의 뒤를 졸졸 따라다녔죠. 그렇게 우애 좋은 형제였지만, 어느 시점부터 규빈의 태도가 돌변합니다. 규빈은 자신보다 덩치도 커지고, 잘생긴 데다가 인기도 많고, 성적도 우수한 동생에게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합니다. 타인의 시선이 중요했던 어머니는, 은빈을 편애하고 규빈은 더욱 겉돌기 시작합니다.

은빈은 늘 불안했습니다. 하지만, 미성년이었던 은빈은 규빈을 잡을 방법이 없었고, 언제나 규빈을 눈으로 좇으며 형이 사라 질 것 같은 불안감을 느낍니다. 그리고, 집을 나가려는 규빈을 보며, 은빈은 친한 동생에서 형식상 동생으로 변한 지금, 같은 집에서조차 살지 않는다면 아무것도 아닌 관계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자신은 미국으로 가고, 규빈은 자신이 모르는 어딘가에서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새로운 가족을 만든 채, 자신을 잊을 거라고요. 그래서, 은빈은 기억상실을 연기합니다.

계략공의 계획에 휘말려, 공이 유도하는 결말로 끌려 갈 수 밖에 없는 수... 하지만, 적어도 '욕망형제'에서 모든 트리거는 다 '규빈'이 제공합니다. 은빈은 분명 도덕성이 없고, 형에게 집착하며, 수치를 모르는 능욕공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형의 애정을 절실하게 갈구하죠. 퇴화해 8살을 연기한 은빈은 형을 붙들어 둘 방법에 대해 고민합니다. 그런 은빈을 한 번 따먹어보자고, 콘돔을 들고 가 유혹한 것은 규빈이었죠. 어차피, 기억이 돌아오면 미국을 갈 것이니, 남자랑 붙어먹는 재미 좀 보자는 심정이었어요.

은빈은 10년 동안 표현도 못 하고 꾹꾹 눌러 온 애정을, 욕망이라는 파이프로 분출시킵니다. 규빈은 일회성 관계를 원했지만, 은빈에게는 이제부터 시작이었어요. 그리고, 도망칠수록 빨려 드는 은빈과의 정사를 통해, 규빈은 처음으로 충만한 사랑을 느낍니다. 내가 좋아 미칠 것 같은, 은빈의 몸짓에 더 열광하고 취하게 되죠. 규빈은 분명 은빈과 같은 '사랑'을 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모두 비슷한 결핍을 가지고 있고, 욕망이 그 홈을 메우고 있죠.

은빈은 육체적 관계에서, 좀 더 깊은 관계로 넘어가려는 시점에서 주저하는 규빈을 봅니다. 규빈은 천덕꾸러기였고, 타인의 이목만이 중요했던 어머니에게 늘 짐 같은 존재였죠. 어머니의 미소와 관심은 모두, 친아들도 아닌 은빈에게 향합니다. 하지만, 규빈은 그런 것들을 잘난 동생은 마땅히 받을만하다고 여기면서, 본인은 애정결핍에 허덕이는 줄도 모르고 방황해요. 그런 규빈이라 '가족'에 대해서만은 두려움을 가지고 있었죠. 반면, 은빈은 약점을 드러낸 규빈이, 도망치거나 길들여지거나, 둘 중 하나의 기로에 섰다고 확신합니다.

규빈을 길들이지 못하면, 이 정사가 끝나는 대로 규빈은 자신을 떠나고 말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한량처럼 살아온 규빈을 길들이기 위해서는, 어줍지 않은 협박이나 달콤한 협상이 아니라, 자신이 아니면 욕망이 해갈되지 않은 몸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합니다. 그리고, 규빈을 장내배뇨에 절정감은 느끼는 몸으로 만듭니다.

미국 유학을 결정하면서도 규빈은, 은빈만큼이나 자신을 좋아해 주는 사람을 만나기 힘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은빈과의 관계가 계속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딱, 흥미를 잃을 때까지라는 규빈의 의도를 은빈은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만들지 않으리라는 자신감도 가지고 있죠. 두 사람의 욕망은 분명 다른 색을 띠고 있지만, 굳이 따지자면 은빈의 욕망이 좀 더 음습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대부분의 소설이 가지는 한계지만, 특히나 장르소설을 클리셰를 뛰어넘기 힘들고, 그 변형도 너무 유사합니다. 주인공과 약간의 디테일만 다를 뿐, 찍어낸 것 같은 작품들이 산재해 있죠. 물론, 하드코어도 그 자체의 클리셰가 정형화되어 있긴 합니다. 하지만, 어디까지 상상하고 보여 줄 수 있는가?라는 부분에서 하드코어는 그 흔함과, 뻔함의 경계를 쉽게 넘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단, 다시 말씀드리지만, 지뢰요소를 잘 피하세요! 지뢰요소는 노력해도 극복이 안되더라고요. 다양성이라고 감당하기에는 정말 개취의 영역입니다. 잘만 고른다면 색다른 재미를 즐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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