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블리스

출간일: 2020.10.01

분량: 본편 4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이리 오렴."

헤리엇은 작은 고양이에게 손짓하며 다가 오라고 속삭였다. 얼마 남지 않은 마지막 힘을 쥐어짜 내느라 몸을 둥글게 말고 계속해서 속삭였다.

작은 아이는 감각이 뛰어난 모양인지 본인의 상태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경계하면서도 헤리엇에게 다가왔다. 물그림자 속에 집어삼켜질 것처럼 어린 날의 엔저가 조금씩.

어린아이는 조금 소심해 보였다. 하지만 아주 아름답고 빛나는 루비를 가지고 있었다. 붉은색 눈동자가 불안하게 흔들리는걸 본 헤리엇은 눈을 휘면서 활짝 웃었다.

"나는 궁금했어.

그러니까,

나를 사랑해봐."

"전부 선배가 만든 거죠??"

엔저 맥과이어는 손을 뻗어 헤리엇의 하얀 얼굴을 잡고 격정적이고 난폭하게 입술을 부딪쳤다. 얼굴에 피가 여기저기 묻어났다. 목구멍으로 엔저의 피가 쏟아져 들어왔다.

그럼에도 엔저는 너무나도 황홀하다는 듯 어그러진 미소를 지었다.

"잡았다... 헤리엇. 나의 신."

헤리엇은 사랑이 궁금했다.

point 2 줄거리

: 땅에는 인간들이, 바다에는 인어들이 서로의 영역을 지키며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날 인간들의 대표 단테 막심의 아들 알시타가 타고 있는 거대 무역선이 동쪽바다 인어들의 영역을 침범하고, 단테의 간청에도 불구하고 인어들은 잔혹하게 그 배를 침몰시킨다. 많은 인간들이 죽고, 분노한 단테 막심과 인간들은 인어와의 전쟁을 선포한다. 군병기로 출전한 헤리엇은 동쪽 바다의 인어들로부터 큰 승리를 얻어내지만, 한 쪽 꼬리를 크게 다치고 조절능력을 잃게 되어, 군에서 쫒겨나 변방 시골로 좌천된다.

승: 초능력자들을 모아 놓은 군부 아카데미, 그 시절부터 헤리엇을 사모했던 엔저는 인어들과의 전쟁에서 단연 두각을 들어내는 전쟁 영웅이었다. 그리고, 대통령 단테 막심은 그 공로를 등에 업고 20년간 장기 집권한다. 하지만, 그 이면에서 단테는 잔인한 인체실험으로 많은 사람을 죽이고, 성공한 군병기 헤리엇을 자신의 초능력인 정신지배로 세뇌한 뒤, 인질 삼아 엔저를 이용했다. 엔저는 헤리엇에겐 온갖 변태짓을 다 하면서도, 한편으로 단테를 칠 기회를 벼른다.

: 그러던 어느날 헤리엇이 있는 시골로 인어들의 대표 앤이 찾아와 알시타의 유언을 전해 준다. 그리고, 길고 험난한 인간과 인어와의 전쟁이 모두 단테의 음모와 계략이었고, 인어들의 무역선 침몰은 조작이며, 알시타 역시 단테에 의해 죽은 것이라는 것이 밝혀진다. 그리고 알시타를 사랑했고, 알시타와 함께 헤리엇을 입양했던 제이든의 도움으로, 헤리엇과 엔저는 엔저의 보좌관인 안쉘을 대통령으로 만들려고 한다.

결: 우여곡절 끝에, 단테의 악행을 밝히고 선거를 통해 안쉘을 대통령이 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제이든이 죽고, 단테가 인어와 낳은 아이가 알시타이며, 알시타의 친아들이 헤리엇이라는 사실이 알려진다. 단테 막심은 자신을 버린 인어를 원망하며 인어를 말살시키고자, 자신의 손자인 줄도 모르고 헤리엇에게 끔찍한 실험을 했던 것이었다. 안쉘은 고군분투하며 혼란한 정국을 수습하고, 엔저와 헤리엇은 늘 그렇듯 둘만의 세계에서 행복하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무엇을 느끼고 있습니까?

'루비를 삼킨 인어'를 연재로 보았던 계절은 여름이었습니다. 정확히 기억하는 이유는... 저는 제가 더위를 먹어서, 뭘 잘 못 본 줄 알았습니다. 그간, 꾀나 많은 변태물을 보았다고 생각했는데, 제 자만이 지나쳤습니다. 원래 일탈을 모르는 모범생은 술만 마시면 '과음'이라고 하지만, 물과 술을 구분하지 않는 이들에게는 음주란 생활인 것을요. '과음'이라는 단어 자체가 부재하죠. 그렇습니다. 진짜 변태들 사이에서는 '변태적' 행위 자체가 없을지도 모릅니다.

잘 모으고, 잘 빨고, 잘 듣고, 잘 보여 주는 것이 '변태적'이라 생각하셨다면, 아마 그 사상의 지평을 넓히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하울의 움직이는 성'에서 공중 댄스씬에 버금가는 공중 정사씬과 더불어, 삐짐을 부르는 정액과 가장 로맨틱한 도청기를 감상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이 것은 '이 곳'에서 만큼은 참신도 높은 부류가 아님을 다시 한번 꼭! 말씀 드리고 싶네요.

그래서, 저는 이 작품을 처음 접했을 때 '병맛 코믹물'이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하지만, 단행본을 물론, 외전까지 나온 지금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물론, 진짜 현실은 아니고 '그 곳'에서의 현실을 다룬 다큐죠. 단순히 비정상 두 사람의 러브 스토리인 줄 알았지만, 사실은 정상적 일상을 누렸어야 하는 대다수의 사람과 인어들의 '현실'이 '단테 막심'일가에 의해 어떻게 통제 되었는지 보여주는 기록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단테 막심은 '정신 지배' 초능력과 대중들을 선동 할 수 있는 화술, 대통령이라는 지위와 정치력을 사용해서 인어를 몰살 시킬 계획을 세우고, 은밀하고 주도면밀하게 실행하죠. 그리고, 단테 막심의 아들 알시타는 선의와 우정으로 그런 아버지에게 반기를 들며 인어들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려다 죽고, 그런 전말을 알지 못하는 단테 막심의 손자 헤리엇이 그 꼬인 실타레를 끊어내는 이야기죠. 삼대의 걸친 사건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루비를 삼킨 인어'에 '변태'적 인물과 '심각'한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엔저는 헤리엇에 대해 절대적 사랑을 느낍니다. 그리고, 아무런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헤리엇은 엔저만은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헤리엇은 알시타의 친자이지만, 헤어져 고아원에서 자랍니다. 그리고, 제이든과 알시타에 의해 입양 되었을 때 헤리엇은 감정을 느끼지 못하죠. 그런 헤리엇을 알시타는 애정과 관심을 다해 돌봐 줍니다.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스스로를 이상하게 생각하게 여기지 않도록, 언젠가 사랑을 배울 수 있는 사람이 되도록 말이예요. 하지만, 알시타를 태운 무역선은 침몰하고, 사랑하는 알시타를 잃은 제이든이 실의에 빠져 정신을 놓은 사이, 헤리엇은 실험실 차가운 수조 속에 갇혀 버리죠.

인어의 피를 가진 헤리엇은 그 잔인한 실험에서 살아 남지만, 머리가 하얗게 새 버릴 정도로 고통을 받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웅크리고 지친 몸을 물 속에 띄우고 있을 때, 루비를 박은 듯 빛을 내는 고양이를 보게 되죠. 그때 헤리엇이 느꼈던 감정은 분명 사랑이 아니었을 거예요. 하지만, 마지막 힘을 써서 이룬 하나의 소망이 흔한 것, 쉬운 것, 값싼 것일 수도 없습니다. 사랑하고 싶은 바람, 그 것이 꼭 그 고양이이길 바라는 희망, 그 희망이 이루어 지길 바라는 간절함, 헤리엇은 몇번이고 몇번이고 속삭이죠. '나를 사랑해봐' 그 세뇌가 어린 고양이에게 꼭 삼켜 질 수 있도록...

그리고, 엔저는 그 뒤로 헤리엇을 사랑합니다. 사랑하는 방법에 있어서 동의를 구하기 어렵다 하더라도, 사랑하는 마음 자체에 대해서 만큼은 논란의 여지가 없죠. 그리고 엔저는 훗날 헤리엇이 자신에게 '사랑하라'는 세뇌를 걸었다는 암시를 걸었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렇다면, 엔저는 헤리엇을 사랑한 적이 없고, 헤리엇도 엔저를 사랑한 적이 없는 걸까요?

'순수한 사랑'이라는 것은, '사랑'을 주제로 한 모든 문학 작품에 주된 갈등 소재로 등장합니다.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내 옆에 있는 커플도 이런 이유로 싸우고 있죠. "정말 날 사랑하는게 맞아?"라고요. '순수한 사랑'이 무엇인지 논한다는 것이 의미 없는 일은 아닙니다. 사람은 왜 존재 하는지, 왜 태어나서 죽는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고민이 빵도 밥도 떡도 주지는 않지만, 분명 이런 질문들은 삶을 바라보는 시야와 깊이를 넓고 깊게 해 줄테닌까요. 하지만, 정답을 바라고 시비를 따지는 일은 정말 어리석은 일 입니다. 저는 '순수한 사랑' 역시 그렇다고 생각 합니다.

그런데, 보지 않으면 보고 싶고, 울고 있을까 생각하면 눈물이 나고, 웃고 있을까 생각하면 웃음이 나고, 배고플까 생각하면 걱정이 되고, 오늘 먹은 점심 메뉴는 잊어버려도 당신에 대해서 들은 것은 조금도 흘려듣지 않게 되는 것... 그런게 사랑이라는 것은 어린 아이도 알고 있지 않나요? 엔저는 세뇌의 사실을 깨닫고 사랑하는 헤리엇을 잃은 것이 아니라 나의 신의 실체를 찾았을 뿐이고, 헤리엇 역시 꿈 속을 걷는 고양이가 덩치 큰 후배가 되었을 뿐이었죠. 그런 마음을 부를 단어는 하나 밖에 떠오르지 않네요.

"느끼는대로 행동하면 그건 동물이지!" 저 고등학교 다닐 때, 담임 선생님이 입버릇 처럼 하셨던 말씀입니다. 그런데, 자주 쓰는 감각은 발달 되는 거 알고 계시나요? 흔히 눈치라고 말하는, 부정적 시그널도 사회생활의 소산이죠. 그런데, 정작 내가 느끼는 수 만가지 긍정적인 감정은 그 순수성을 따지며, 의심하고 계산하며 인정 받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정상이고 상식적이지만 잿빛 세상을 살아가는지도요.

무슨 감정을 느끼고 있습니까?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헤리엇보다 더 느끼고 살고 있는 것은 맞나요? 변태적 행위는 노노노지만, 그래도 그 원인이 '무감'이라면 조금은 슬퍼 질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이클립스

출간일: 2018.02.14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사랑해"

청량한 웃음 끝에 이어지는 하나의 수순같은 저 말. 늘 듣는 말인데도 들을 때마다 두가지의 감정이 양극단으로 나를 옭아맨다. 하나는 이상한 설렘으로, 다른 하나는 미칠 것 같은 분노로.

너의 사랑은 나를 좀먹어 들어가고 있어.

나날이 썩어서, 그 껍데기만 남게 되겠지.

언젠가 그것마저 썩어 버리면, 너는 어떤 표정일까.

"나도"

녀석의 말에 부드럽게 대꾸하며 나는 추악하게 쓴 가면 밑으로 떨리는 감정을 숨겼다.

그리고 녀석의 사랑한다는 말에 오늘도 활짝 웃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수혁과 영우는 배다른 형제지만, 수혁은 영우를 살뜰히 챙기고 영우도 수혁에게 의지한 채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어느날 고등학교 동창인 지철이 제대하고, 전화와 외출을 싫어하는 영우도 제대 축하 모임에 나간다. 그리고 그 다음날 평소 수혁을 의식해 영우에게 말을 걸지 않았던 학과 동기들이 영우에게 축제를 도와달라고 한다. 수혁은 타인과 교류하려하는 영우에게 갑자기 난폭하게 굴며 당황스러운 스킨쉽을 한다. 영우는 그런 수혁을 달래면서도 뭔가 어긋났다고 느끼기 시작한다.

승: 한편, 고등학교 시절부터 영우를 좋아했던 지철은 수혁으로부터 영우를 탈출시키려하고, 그런 지철이 영우의 앞에 나타날때마다 수혁 집착은 점점 심해진다. 그러던 어느날 지철은 영우를 데리고 무작정 속초로 떠나고, 영우를 찾아온 수혁은 지철을 폭행한다. 서울에 올라온 영우는 지철이 입원한 병원에 찾아가 수혁을 대신해 용서를 빌지만, 그런 영우에게 지철은 본인만 모르는 '사실'을 알려준다. 혼란을 느낀 영우는 수혁에게 따로 살자고 제안한다.

전: 수혁은 영우를 감금하고, 영우는 수혁에게 길들여지면서도 탈출을 노린다. 그리고 수혁이 잠든사이 영우는 탈출에 성공하고, 지철에게 전화한다. 지철은 수혁이 가스폭팔사고를 가장해서 영우를 죽였다고 속이고 장례식까지 치렀다고 알려준다. 지철은 영우를 외가로 피신시키고, 영우에게 사랑을 고백한다. 한편, 영우는 자신이 죽은후 어머니가 정신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병원으로 가지만, 어머니를 보기 전에 수혁에게 다시 잡혀 온다.

결: 영우는 수혁이 영우를 가지기 위해서 했던 일들과, 자신이 잊고 있었던 원죄에게 관하여 듣게 된다. 충격에 쓰러진 영우는 기억을 잃는다. 그리고, 그런 영우에게 수혁은 다시 거짓말을 시작한다. 부모님은 돌아가셨고, 영우는 몸이 약해 밖에 나갈 수 없다고 알려준다. 수혁은 영우를 다시 길들이기 시작하고, 스스로 밖으로 나가지 않게 된 영우는 수혁이 준 안락한 감옥에서 수혁을 사랑하게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원색적 피폐물

개정증보판으로 e-book발간이 된지도 제법 되지만, '꼭두각시'는 훨~~ 씬~~ 이전에 쓰여진 작품입니다. 그래서 '옛날 냄새'가 많이나요. 피폐물에도 트렌드라는 것이 있어, 똑같은 감금이고 근친물이여도 분위기가 좀 다릅니다. 좋은말로 '집착'에만 포커스를 맞춘 농도 진한 피폐물이고, 나쁜말로는 세련미가 떨어지는 경향이 있어요.

'꼭두각시'는 BL판 '미저리'입니다. 눅눅하고 어둑한 공간, 비정상을 숨기지 않는 노골적 행동과 도망치지 않는 소극적 사냥물... 제대로 압박감 오는 전개지만, 한편으로는 개연성이 떨어지는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그 '분위기'가 느끼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이것저것 머리쓰지 않고 감각적으로 느껴지는, 원색적이고 직접적인 배덕감, 피폐감, 공포감 말이예요. 그런점에서 '꼭두각시'는 정말 좋은 작품입니다.

많은 계략 집착공들이 수의 인생을 설계(?)하긴 하지만, 그런경우 공은 월등한 권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이든, 지위든, 아니면 수를 원활하게 통제가능한 초월적 능력이든 말이죠. 그러고도, '트루먼쇼'처럼 완벽하게 개인을 속이는 것 쉽지 않기 때문에, '자낮수'를 설정하거나 공에 대한 맹신, 냉정한 판단이 어려울 정도로 급박하고 절실한 상황을 깔아 놓습니다. 하지만, '꼭두각시'는 쿨하게 이 과정을 패스하죠.

수혁과 영우는 배다른 형제예요. 영우는 본부인의 아들이었고, 수혁은 밖에서 낳아 온 아이였죠. 수혁의 어머니는 수혁의 아버지를 가지기 위해, 수혁의 아버지 앞에서는 가련한 여자를 연기하고, 아버지를 만나기 위한 목적으로서 수혁을 대합니다. 그리고, 뒤에서는 영우의 어머니를 스토킹하며 협박도 서슴치않죠.

영우는 어릴때 아버지와 함께 수혁을 만나러 갔습니다. 몸이 안 좋았던 수혁의 어머니는, 자신이 죽은 뒤 수혁을 거둬달라고 말하고, 그 이야기를 들은 영우는 아줌마가 죽으면 수혁과 함께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분명히 상식적이고 소심한 모범생인...영우는 우발적으로 수혁과 함께 살기 위해 아줌마의 인공호흡기를 떼서 죽여요. 그리고 수혁은 그 장면을 보죠.

그 사건은 수혁이 영우와 함께 살게 되는 계기이기도 하지만, 영우에게 집착하는 도화선이 되기도 합니다. 수혁은 영우의 친구들이 모두 알 정도로 유명인사였습니다. 입학 전에는 교문에서, 입학한 이후로는 교실 문 앞에서 매일 형을 기다렸거든요. 영우의 어머니는 수혁을 학대하고, 어린영우는 어머니에게서 수혁을 구해내지 못한다는 죄책감이 있었죠. 그래서, 영우는 어머니가 없는 공간에서만큼은 언제나 수혁을 우선으로 생각합니다. 친구들은 영우의 이상한 동생과, 그 이상한 동생 때문에 늘 친구들을 뒤로 하는 영우가 정상적이지 않다고 말했지만, 영우에게는 더 강한 의무감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영우조차도 어쩔 수 없이 수혁을 떼 놓아야 하는 일이 생깁니다. 그때마다 수혁은 영우를 망가트려요. 껌딱지 동생 말고 자기랑 생일을 보내자는 지철의 애원이 있던 날, 영우는 스토커를 만나고 그 이후에 온갖 협박, 성추행 등에 노출됩니다. 그로 인해 밖을 나가기 싫어하고, 전화 사용을 무서워하게 되죠. 그리고, 군대를 들어가기 몇 일 전 수혁이 운전대를 잡은 차에서, 영우는 사고를 당합니다. 그리고 다리에 큰 부상을 입어 다리를 절게 되요. 따로 살자고 말하는 영우는 가스폭팔사고로 죽은 사람이 되고, 수혁에게 도망쳐 잡혀 온 뒤로는 기억을 잃고 피부병 환자가 되어 반 감금 된 유령으로 살아갑니다.

아쉬운 점은, 한 사람의 인생을 이렇게 수세로 몰아넣은 수혁의 '방법'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미성년 학생이었던 수혁이 어떻게 영우를 범죄자에게 던져 줄 수 있는지부터, 수혁이 폭행, 살인, 방화, 문서조작 등 엄청한 범죄를 벌임에도 세상은 수혁에게 작은 생채기 조차 내지 못한채 그의 의도대로 흘러가는 것 까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은 '이사법' 같은 디테일은 제쳐두더라도, 큰 줄기 속에서도 밑작업에 대한 복선이나 암시는 없고, 그저 '수혁의 계획'이라는 '전제'만이 깔려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암울하고 칙칙하면서도 공포스럽고 숨막히는 분위기가 끊김없이 누적되는 순효과 역시 생기는 듯 합니다. 마지막, 수혁을 속이고 낮 산책을 하는 영우를 보면서, '여운이 느껴진다.'는 감상을 받는 이유도, 열심히 쌓아 온 '검은 진실의 무게'에 비해 영우의 '하얀 작은 거짓'이 그 차만큼이 공백으로 느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수의 정서적 불안만으로 하드캐리하는 것이 어색한 면이 있긴 하지만, '꼭두각시'는 선택과 집중에 강한 작품입니다. 그리고, 수시점으로 바라보는, 점점 늪에 빠져 들 것 같은 침전감도 이 작품의 특징이죠. 형을 위해 치킨을 튀기는 살림꾼 동생이라 동생이 형을 키우는 느낌이지만, 그래도 영우의 고뇌에 분명 '동생'이라는 허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역키잡 특유의 배덕감도 있습니다.

가끔 어느 키워드로 분류되기 좀 애매한 작품들이 있어요. 그래서 '꼭두각시'는 그냥 '꼭두각시' 인 것 같아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52화 + 외전 7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작은 동네, 군인 아버지와 엘리트 형을 둔 김지성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숨긴채 공기업에서 일해 왔다. 하지만, 결혼을 강요 당하자 참지 못하고 가출을 단행한다. 그 후 진지한 사랑을 바라던 모범생 지성은 게이바에서 상기를 만나고 강간당한다. 상기는 지성에게 돈을 주고, 빈손으로 가출한 지성은 상기의 돈을 받고 계속 잠자리를 이어간다. 지성은 원래 하고 싶었던 애견 미용에 관련 된 일은 하지 못하고, 경력을 살려 사무직 단기 아르바이트를 구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이대리를 만난다.

승: 친절한 이대리를 좋아하게 된 지성은 곧 그가 게이이고 자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지성은 꿈꾸던 진지하고 행복한 연애를 하며 동물병원 취직도 성공한다. 지성은 상기에게 받은 돈을 갚고 관계를 정리하기 위해 만나고, 그 장면을 본 전 회사 직원은 이대리에게 고자질한다. 이대리는 지성을 의심하기 시작하고, 상기는 대놓은 두 사람을 훼방논다. 지성은 이대리에게 진심이 담긴 편지를 쓰지만 고열로 쓰러져 건내지 못한채 헤어지고, 상기는 아픈 지성을 자신의 집으로 데리고 온다.

전: 상기는 약과 섹스로 지성을 길들이며 집에 붙잡아 둔다. 그리고 아웃팅을 두려워하는 지성과 그런 지성이 섭섭한 상기는 갈등을 겪지만, 오히려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하지만, 상기는 지성이 과거를 물을 때마다 폭력적으로 변하고, 결국 최악으로 치달은 상황에서 지성은 상기의 얼굴을 칼로 긋는다. 둘은 헤어지고 지성은 고향으로 돌아가려하지만, 결국 지성은 다시 상기를 찾아가고 둘은 더 깊이 사랑하게 된다. 그런 두 사람에게 상기의 '아버지'라는 사람이 나타난다.

결: 죽은 친부의 연인이었던 '아버지'는 어린 상기를 학대하고, 성인인 된 후 돈을 뜯어냈다. 한편, 이대리는 지성에게 찾아와 다시 만나자고 하지만, 지성은 거절한다. 그리고 이대리를 만났다는 것을 알게 된 상기는 지성에게 이별을 통보하고, 둘은 헤어진다. 하지만 헤어진 뒤로도 상기와 지성은 서로를 잊지 못한다. 둘은 우연히 다시 만나고, 그때 상기에게 '아버지'가 사고로 죽었다는 연락이 온다. 그런 상기의 곁에 지성이 함께 있어준다. 두 사람은 용기내어, 서로의 가족이 되어 준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더 나은 사람이 되다.

'나쁜 버릇'은 하드코어합니다. 보면서도 덜덜덜 떨려요. 소심한 모범생, 아직까지 운명의 상대를 믿는 순정남 지성이 상기를 만나면서 점점 나락으로 떨어져가는 모습이 숨 막히기도 하고, 폭력적이고 강압적인 상기가 지성을 협박하고 모욕적 행동을 강요하는 것 보면 흠짓하기도 합니다. 특히나, 자동차 탈출씬은... 탈출씬이 아니라 잠금씬이라고 해야 할까요? 고강도 피폐씬으로 손꼽을만 합니다. 그럼에도, '나쁜 버릇' 자체가 그렇게까지 피폐하다고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결론이 완벽한 해피엔딩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퍼즐이 맞춰지는 것 처럼, 서로에게 꼭 맞는 진정한 운명의 상대로 마무리되거든요. 게다가 달달한 외전은 보너스!

압력이라는 것은 무섭습니다. 본래 성질을 바꿔버릴 만큼의 힘이 있어요. 수면을 노닐던 어종이 가라앉아 심해어가 되면, 수압을 견디지 못해 눈이 튀어나오고 몸이 변경되어 다소 괴기스러운 모습이 됩니다. 심지어 퇴적암도 열과 압력으로 변성암이 되면 성질이 변하게 되죠. 하지만, 이것도 엄청한 스트레스를 견뎌내 살아남은 경우에 이야기 입니다. 변하지 않는다면, 죽어가는 줄도 모르고 서서히 생에서 멀어지거나 소멸할거예요.

지성은 오랜세월,집 안에 압력에 숨막힌 생활을 해왔습니다. 아버지를 화나게 만들고, 집안에 분란을 일으키고, 자신의 존재 자체가 잘 못 된 것 같았죠. 그래서, 형을 따라 하려고 했지만, 그렇다고 지성이 이성애자가 될 순 없었습니다. 한번도 일탈이라는 것을 해 본 적 없는 순둥이는, 압사 당하기 직전에 살기위해 집을 뛰쳐 나옵니다. 월급 통장, 핸드폰 명의도, 본인의 것이란 없는 의존적인 삶에 종지부를 찍었지만, 온실 속에 화초처럼 자란 지성에게 세상은 만만치 않았어요.

상기는 게이인 아버지가 결혼을 해서 낳은 아들이었습니다. 자신의 정체성을 속여야 했던 아버지를 지켜본, 그의 연인은 상기가 미웠어요. 꼭, 결혼식에 만난 그 여자를 떠올리게 했죠. 하지만, 상기는 두 아버지에게 사랑받고 싶었고, 조금씩 친구들과 다른 생활을 하게 되요. 그건, 상기를 폭력적이고 감정적이게 만들었죠. 그리고, 친부가 죽자마자 남은 '아버지'는 자신을 버리고 떠납니다. 텅 비어버린 집을 보며, 상기는 자신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됩니다. 바로, '혼자 남겨지는 것' 말이예요. 그래서 상기는 관계를 만들지 않고, 즐기는 생활만을 이어갑니다.

그런 상기는 주변에 절대 없을 신기한 유형의 사람을 만납니다. 운명의 상대를 찾고 있다는, 좋은회사 출신의 순진한 지성... 지성은 술김에 잘생긴 상기에게 입맞춤을 하고, 그 간질거리는 스킨쉽은 상기에게 욕망이 섞이지 않은 최초의 스킨쉽이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상기는 지성에게 집착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돈도 없고, 겁도 많은 지성을 손에 넣는건 쉬운 일이었죠. 지성은 처음엔 상기에 돈에, 그 다음은 상기와의 섹스에, 마지막엔 게이인 자신이 돌아갈 유일한 장소라는 것 때문에 상기를 찾습니다.

문제는 상기였어요. 너무나 바랐지만 바란적 없는 것 처럼 살았던, 자신을 기다려 주는 존재를 만나요. 상기는 행복해하지만, 그런 지성의 존재는 곧 트리거가 되어 자신을 눌러옵니다. 지성도 자신을 떠날 수 있다는 공포감 말이예요. 그 압력은 상기를 폭주시킬만큼 무거웠고, 지성은 그 때마다 큰 상처를 입어요. 상기와 지성은 몇 번이고 그런 위기를 겪으면서도, 서로를 놓지 못하고 다시 만납니다. 상처주고 헤어지고 다시 만나고... 그때마다 지성은 울고, 우는 지성을 보면서 상기는 지성을 놓아주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자기혐오의 순간들이 상기에게 쌓여갔을 때, '아버지'와 이대리가 나타납니다. 그리고 상기는 '작은 오해'를 풀지 않고 이별을 선택하죠. 몇번이고 매달리는 지성을 모질게 떼어냅니다. 하지만, 상기에게도 지성에게도 서로는 끝나지 않은 상처이고 사랑이었어요. 다시 만났을 때, 상기는 지성에게 주지 못했던 커플링을 건내줍니다. 그렇게 같은 반지를 끼고 있는 순간에도, 상기는 지성에게 다시 시작하자는 말을 하지 못해요.

그러다 '아버지'가 죽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매번 돈을 뜯어가는 아버지에게 돈을 주고 친부의 기일에 찾게 되는 이유는, 그가 상기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가족'이었기 때문이었죠. 상기는 친부의 납골당 근처에 정착 할 정도로 '가족'을 바랐지만, 더 이상 혼자 남겨지는 것이 무서워 새로운 가족을 만들지 못합니다.

이럴때 연상의 힘이 발휘 됩니다. 지성은 상기의 곁에 남습니다. 그리고 가족이 되어주죠. 상기는 여전히 지성에게 집착하지만, 지성은 더 이상 휘둘리지 않습니다. 상기의 집착보다, 상기의 불안함을 달래 줄 수 있는 여유가 생깁니다. 제일 통쾌한 것은, 드디어 지성이 집에서 월급 통장을 가지고 온다는 것! 성인 샐러리맨의 월급을 부모가 관리한다니... 저로서는 절래절래한 설정이었어요. 어쨌든, 지성은 자신을 인정하지 않는 집과는 완전히 절연하죠.

지성과 상기는 자신들을 누르는 무거운 압력으로부터 더 나은 사람이 됩니다. 순두부 지성은 단단해지고, 천둥벌거숭이 상기는 소중한 걸 소중히 여기는 법을 배워요. 지성의 가족은 여전히 지성을 불량품이라고 생각하고, 상기가 가족이라 여겼던 두 사람은 모두 죽고 없습니다. 압력이 없어진 것이아니라, 압력을 이기지 못했던 과거로부터 변한거죠. 그래서, 두 사람이 가족이 되는 결말이 완벽한 해피엔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상처 입고 암울한 삶을 살던 주인공이, 서로를 만나 행복을 찾은 이야기라 '힐링물'로 분류 될 법도 하지만.... 그 피폐한 장면들을 보았던 저로서는, 도저히 '힐링'이라는 글자가 써지지 않더라고요. 중간 부분에는 정말 심장이 뜁니다. '상기야 제발 그만해!' 그런데, 다음 편은 더 심한 씬이 나오고... 그래서, 한 동안 심호흡한 뒤 보곤했습니다. 저 같은 독자1를 위해 한컷 남깁니다. 고 구간을 넘으면, 상기는 이런 표정을 지을 수 있게 된답니다. 안심 안심!

봄툰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12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기중은 졸업 후 우연히 만나게 된 대학교 선배인 우신에게 고백하고 사귀게 된다. 기중이 우신에 대해 아는 것은 대학시절 소문 많았고, 드라마를 좋아한다는 것 정도였다. 그래서, '드라마 같은 사랑을 꿈꾼다.'는 우신의 말을 그저 '나한테 잘해'쯤으로 이해했지만, 실제로 우신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승: 기중은 혼자 드라마 속 주인공을 설정하고 연기를 하는 우신에게 맞춰 주면 연애를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한량 남자친구에게 헌신적인 연인역을 연기하는 우신은, 잘하지도 못하는 요리를 하며 고군분투하지만, 기중이 진심으로 원하는 것은 스킨쉽이었다. 우신 역시 장면 설정에 열중하며, 기중과 진도를 빼려고 노력하는 것이 보이나, 기중은 타이밍을 잡지 못한채 욕구불만에 쌓여가고 있었다.

전: 그러던 중 한량 남자친구의 강압적 스킨쉽을 재연하며 우신을 밀어부치던 기중은, 우신의 눈물어린 싸다구를 맞는다. 기중의 방으로 도피한 우신은 다음전개를 고민하던 중, 현관문을 열고 기중이 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우신은 과거 자신의 이런 연애를 혐오하며 헤어졌던 연인들을 떠올리며 기중 역시 자신에게 질렸을 거라고 생각하며 낙담한다. 하지만, 기중은 한량 남친에게서 주인공을 구하는 연하의 섭캐로 꾸미고 우신의 앞에 나타난다. 설정은 급물살을 타고, 드디어 뜨밤을 보낸다.

결: 그 후 우신이 아플 때나 건강할 때나, 환자역이나 상남자역에 빠져 있을 때든, 기중은 훌륭한 상대역을 소화하며 사랑을 이어나간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어쨌든... 해피엔딩!

이전 리뷰에서도 살짝 언급했습니다만, 저는 가끔 너무 잘 쓴 글을 보면 짜증이 납니다. 글쓰는 직업이 아님에도, 절대 내가 연출하거나 상상 할 수 없는 디테일의 경지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스치면, 뭐가 속에서 욱하는 감정이 올라온달까요. 그 감정은 감동이기도 하고 열등감이기도 합니다. 그런면에서, 클리셰덩어리는 다소 지루하지면 편안하게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요.

'드라마틱하게 사랑해줘'는 그런류의 짜증이 나는 작품은 아니지만, 상상초월이라는 점에서 만큼은 인정입니다. 정말 골때리거든요. 아주 많은 사람들이 드라마같은 사랑을 꿈꿉니다. 그래서, 드라마를 따라 프로포즈하거나, 특정 드라마의 대사를 어떤 상황의 대명사인것처럼 쓰기도하죠. 드라마는 시대의 이상을 보여준다고도 하잖아요. 그런데, 정말 나의 연인이 드라마 속에 살고 있다면... 어떨까요?

시험하고 의심하고 또 다시 믿고... 이런 과정을 몇번이고 반복해야만 비로소 굳건해 지는 것이 '진심'에 대한 신뢰일텐데, 타인을 연기하는 것으로만 유지되는 연애는 어떤 느낌일까요? 이런 전개가 가능할까요? 사랑한다 말하면서, 사랑이 아닌 것 같은 이야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기중이... 진짜 우신을 사랑하는구나! 느끼게 됩니다. 정말, 레알, 찐 사랑입니다.

우신은 드라마 같은 사랑을 하고 싶었고, 드라마 주인공이 되어서 극본 없는 로맨스물을 이어갑니다. 우신을 사랑한 기중은 드라마를 좋아하지도 않고, 우신의 이런 성향을 알고 연애를 시작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 자체로 우신이었고, 우신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과, 자신이 우신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 만큼은 조금도 의심을 하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안 되는 연기를 포기하지 않으려 애쓰는 우신을 안타깝게 여기면서, 상대방역을 무난히 수행해나가죠.

우신은 자신의 성향으로 과거 연인들에게 비난을 받고, 헤어짐을 맞아 왔죠. 하지만, 연기를 하지 않는 연애를 모릅니다. 그저, 그것이 우신에게 연인을 사랑하는 방법입니다.

문제는, 우신의 연기에 대본이 없기 때문에, 상대역인 기중이 해야하는 바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거죠. 스킨쉽을 진행해야는 부분인 줄 알았지만 공연히 강간범 취급이나 받고, 상남자인척 연기하는 우신이 진짜 못 볼 정도로 베기싫기도 합니다. 하지만 기중은 절대, 우신에게 '그 이상한 짓'을 멈추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화가 나도, 우울해져도, 우신을 비정상으로 취급하진 않아요.

근데, 어쩌면 이것이 진짜 사랑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말재주가 없는 바이올린리스트는 연주로 사랑을 표현합니다. 말만 열면 상처에 갑분싸지만, 그래도 연주를 들을때면, 아~ 나 사랑받고 있구나. 라고 느낄 수 있게 해주죠. 달변가에 센스있는 사람과의 연애는 장미빛처럼 여겨질지 모르지만, 그 능숙함이 반드시 사랑의 정도와 비례하리라는 보장도 없어요.

표현방법이 아니라, 그 안에 든 진심을 볼 수 있는 눈이란 쉽지 않아서, 연애하는 방법에 관한 책들이 나오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법'을 경시 할 수 없습니다. 우리 모두는 독심술가가 아니고, 오해없이 잘 소통 할 수 있는 것도 노력의 결실이자 재능일테니까요. 하지만, 연애에 있어서 만큼은 '사랑'이 있으면, 그 방법은 귀엽게 봐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사랑이 있으면 어쨌든... 해피엔딩입니다.

아! 물론, 데이트 폭력은 절레절레예요. 피폐물에서만 보도록 해요. 현생에서는 즉시 깜빵행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시크노블

출간일: 2016.07.1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어쩌면......

"그러니까 같이 가요."

꿈결같은 목소리 하나가 맴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네."

"밥 다 먹고."

"네."

"제가 사 온 파이도 먹고."

"아......네"

어쩌면, 알게 되는 것이 두려워, 생각하기를 피했는지도 모르겠다.

'네가 알거야.' 미소는 그렇게 말했었다. '사랑이라면, 네가 알 거야.' 언제, 어떻게 알 수 있게 되는지는 알려 주지 않았다. 이른 아침, 생선 냄새가 다 빠져나가지 않은 자그마한 방 안에서, 몇 달이나 봐 왔는데도 여전히 자신을 조금쯤 어색해 하는 듯 보이는 덤덤한 남자의 얼굴을 앞에 두고, 이렇게 문득 알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은,

미처 몰랐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서승혁은 조직 보스의 동생인 김경우가 저지른 살인죄를 뒤집어 쓰고 복역했다. 출소 후 조직이 있었던 건물로 찾아가지만, 흔적은 찾을 수 없고, 그곳에는 '서정 책방'이 자리 잡고 있었다. 우연히 승혁에게 우산을 씌워 준 사람이 그 책방의 주인 서정이었고, 그 인연으로 승혁은 책방에서 일하게 된다. 전과자인 자신을 차별하지 않고, 맛있는 음식을 사주며, 편안한 쉴 공간을 준 사람... 서승혁은 서정을 좋은 사람이라고, 고마워하고 보답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마음은 곧 사랑이 된다.

승: 대기업 재벌3세 서정은 탐욕스러운 집 안 권력싸움에 신물을 느끼고 도망친다. 그리고, 도망친 곳에서 술집 여자 윤미소를 만난다. 자신의 말에 귀기울여 주는 미소와의 만남은 지속되고, 미소는 서정에게 유일한 쉼터가 되어 주었다. 하지만, 서정이 편안한 삶을 원하는 미소를 위해 책방을 준비하는 사이, 미소는 잔인하게 살해 되어 쓰레기처럼 버려졌고, 제대로 된 수사 없이 무마되었다. 서정은 복수를 위해 끔찍히 여긴 아버지 사업을 돕고, 그 범인 후보 중 하나인 서승혁에게 계획적으로 접근했던 것이다.

전: 서정은 서승혁이 윤미소와 애뜻한 남매관계였고, 미소를 죽인 김경우에게 이용 당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그리고, 서승혁은 윤미소가 죽었고, 자신이 뒤집어 쓴 범죄가 그 살인임을 알고, 괴로워한다. 서정은 그런 서승혁을 위로해 준다. 한편, 서정은 김경우가 밀엽꾼에게 잔인하게 죽었고, 그 밀엽꾼은 서승혁을 버린 친부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승혁에게 계속 좋은 사람이고 싶었던 서정은 김경우가 죽었다는 것 이외에 모든 사실을 숨긴다. 그리고, 서정은 그 마음이 사랑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결: 한편, 서정의 약점을 찾고 싶었던 그의 사촌은 책방을 찾아와 난동을 부리고, 서승혁이 전과자라는 사실을 공공연히 퍼트린다. 서정은 증거인멸을 위해 책방을 불태우고, 그 장면을 본 서승혁은 충격을 받는다. 서정은 책방을 불태우게 된 이유와, 서승혁에게 마약과 도박장을 하고 있으며, 하게 된 경위에 대해 고백한다. 그런 서정조차도 좋았던 서승혁과, 그런 승혁이 너무 사랑스러웠던 서정을 뜨밤을 보낸다. 서정은 집안의 권력구도에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게 되고, 승혁은 북카페를 새로 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가을이면 생각나는, 본격적 독서 권장 BL소설! 김모래님의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 이 맘때면 꼭 한번씩 재탕하게 되는 책입니다.

승혁은 고아원에 있을 때부터 김경우에 괴롭힘과 집단따돌림을 경험했죠. 우직하고, 순하기만 승혁을 챙긴 건 승혁의 누나 정승희뿐이었어요. 정승희를 좋아했던 김경우는 조직 두목인 형을 만나고, 고아원에서 승희를 데리고 나가려고 하죠. 그리고, 승희는 승혁이 함께가는 조건으로 김경우를 따라갑니다. 김경우는 승희에게 집착하면서도, 승희를 이용해서 술집을 운영하고, 승희가 친동생처럼 여기는 승혁을 눈에 가시처럼 여깁니다. 승희에게는 승혁이 인질이었고, 승혁에게는 승희가 인질이었죠. 불행했던 남매는 이곳을 벗어나 행복하게 살자고 약속합니다. 결국 이루어지지 못한 약속이 되었지만 말입니다.

승혁은 승희가 술집에서 일하기 위해 만든 가명이 '윤미소'라는 것을 모릅니다. 그래서, 김경우가 승희를 돌봐주겠다는 말만 믿고, '윤미소'의 살인죄를 뒤집어 쓴 채 감옥에 가게 되죠. 고아원에서도, 김경우의 꼬봉으로 일하면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승혁은, 교도소에서 처음 책을 읽게 됩니다. 교도소 내 작은 도서관, 사서의 추천을 받아 시작한 독서는 승혁의 인생을 '서정적'이게 만들죠.

출소 한 후 서정 책방에 일하면서, 승혁은 헌책방을 체운 책들을 읽기 시작합니다. 서정이 추천해 준 책을 읽고, 책을 읽으며 서정을 떠올리고, 책을 낭독하는 서정의 목소리를 즐기게 되죠. '당신의 서정적인 연애를 위하여'에는 여러권의 책이 나옵니다. '어린왕자'나 '빈 집'처럼 스토리와 직접적으로 연관이 있는 책들도 있지만, 스치는 듯 분위기를 형성하는 책들도 제법 나옵니다. 책 속에 '책'인 셈이죠. 도서관에서 책을 뒤적이는 마음으로 보면, 종이 냄새와 창으로부터 밀려드는 빛 속 둥둥 떠다니는 책먼지가 연상되요. 하지만, 속도감과 몰입감이 중요하다면 다소 텐션이 떨어지는 요소가 되기도 합니다.

어쨌든, '책'이라는 것이 승혁과 서정의 간접적 연결고리가 됩니다. 만약, 승혁이 교도소에서 책을 읽지 않았다면 아무리 갈 곳이 없어도 '책 방'에서 일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 공간에 함께 있으면서 승혁을 경험하지 못했다면 서정은 승혁을 '범인 후보'로만 여겼을테니까요. 교도관 사서가 조언대로 승혁은 계속 책을 읽었고, 새로운 출발을 할 수 있었던거죠. 물론, 승혁과 서정의 직접적 연결고리가 된 승희에 관한 진실이 끝내 밝혀지지 않았지만, 승혁은 몰라서 불행하지 않고 서정은 숨겨서 얻은 평화를 누렸으니까 좌우지간, 해피엔딩입니다!

'사랑은 서정적인 글을 쓰게 한다.' 책의 한 구절 처럼, 책 속 주인공들은 사랑을 한 후 '서정적'이 됩니다. 암울한 현실이 장밋빛으로 변하는 경험을 하죠. 승혁과 서정의 삶은 조금도 서정적이지 않지만, 두 사람은 서정적 연애를 하고 있어요.

'오직 나만이 존재하는 당신의 단단하고 안락한, 그 작은 세계 속에서, 세상 이토록 서정적일 수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다는 당신을 위하여.'라는 커버 문구처럼, 서정이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승혁의, 승혁에 존재하는 세상 속에서 서정의 세상은 서정적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서정적'이라는 말을 떠올리면 '서정시'가 가장 먼저 생각이 납니다. 떨어지는 낙엽처럼, 가련하고 아련한, 미려한 단어들로 나열 되어있는 '시'말입니다. 가을이면, 시를 읽고 싶은 이유는, 한해의 끝자락을 알리는 차가운 바람에 헛헛한 마음을 위로하고 싶은 바람에서 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조금은, 내 세계를 서정적이게 만들기 위해서요.

승혁도, 서정도 없는 현생에 대체품인 셈이죠. 물론, 이 책도 마찬가지고요!

 

 

 

※ 동일 작가의 다른 소설 리뷰

 

2021.08.16 - [BL 소설] - [캠퍼스물/일상물/달달물]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 - 김모래

 

[캠퍼스물/일상물/달달물] 몰낭만 시대의 낭만적 연애 - 김모래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6.26 분량: 본편 2권 ​ ​ ​​ ​ ​ point 1 책갈피 ​ ​ "진짜 맞으면서 운동했어요? 이제는 그런 거 없어진 줄 알았는데." ​ 사진 보는 도중 프레임에 걸려 있는 선배

b-garden.tistory.com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