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더클북컴퍼니

출간일: 2018.07.05

분량: 본편 2권

 

point 1 책갈피

"제일 새로운 건 뭐였어?"

"글쎄요...... 새와 뱀은 워낙 달라서 이곳에 온 뒤로 새로운 게 한둘이 아니었지만, 처음에 오자마자 시선을 뗄 수 없었던 것은 숲이었습니다."

"숲"

"예, 이렇게 넓은 숲은 이곳에 와서 처음 봤거든요. 제가 살던 곳에도 숲이나 산이 있긴 하지만, 이렇게 끝이 보이지 않도록 광활한 숲은 본 적이 없어요. 그게 꼭,"

혼잣말처럼 읊조리는 뒷말은 그의 입속에서 끊겼다.

천창 위로 기울어진 나뭇가지를 바라보는 그의 시선은 나무를 거쳐 숲, 그리고 그 바깥의 어느 먼 곳을 본다. 사화현이 불현듯 중얼거린 것은 그 눈동자가 물빛이었던 탓이었다.

"바다 같았어?"

야휼이 사화현을 돌아보았다. 뜻밖인 듯 웃음이 사라진 얼굴이다. 사화현은 기묘하게 바라보다 고개를 끄덕이는지 아닌지 미묘하게 턱을 기울인 그의 낯에 이내 웃음이 다시 돌아왔다.

point 2 줄거리

기: 600년간 이어진 용족과 붕족의 전쟁은, 두 왕의 평화협정으로 끝났다. 그리고, 두 나라는 오랜 반목 관계를 청산하고 공존과 공영을 위해, 양국의 군사 협력 훈련을 합의 후 붕족의 땅 남단에 첫 훈련소를 개설한다. 그리하여 붕족의 남방신장이 다스리는 광활한 숲속, 붕족과 용족의 젊은 장교들이 냉정한 사화현 교관 아래 훈련 받게 되었다. 남방신장의 최측근 가신이자 죽마고우인 사화현은, 전쟁에서 6개의 날개 중 한 장이 찟긴 큰 부상을 입었다.

승: 한편, 술 게임 벌칙으로 '담당교관에게 한달간 음란 편지 쓰기'가 걸린 훈련병은, 담당 교관인 사화현에게 매일 연애편지를 보낸다. 그리고, 사화현의 사택으로 심부름을 간 훈련생 창틈에 끼여 있던 그의 마지막 연애편지를 우연히 줍는다. 사화현은 그 편지를 들고 있는 야휼을 보고 대답하려 하지만, 말을 맺기 전에 나타난 훈련생들로 인해, 그 편지가 벌칙의 일부였음을 알게 된다. 그러나 야휼은 사화현의 마음을 눈치채고, 사화현은 야휼이 알았다는 걸 안다.

: 야휼은 언제나 자신을 쫓는 사화현의 눈빛을 느끼고 있었고, 그날 그 의미를 알게 됐다. 두 사람의 성격은 과묵하고 무덤덤했고, 훈련생과 교관으로서만 서로의 일상에 잔잔히 스며들었다. 한편, 남방신장 고도가 자리를 비운 사이 눌린 흉신이 풀리면서, 고도는 제도에서 급하게 복귀한다. 용족을 끔찍이 혐오한 고도의 등장으로, 훈련소 내 두 종족 간의 대형 사건사고가 터지기 시작하고, 사화현이 마음을 준 야휼은 고도에게 경계와 미움을 동시에 받는다.

: 그리고 용족의 북방신장의 아들이자 후계자인 야휼의 정체가 알려지면서, 깊어지기 시작한 야휼과 사화현 사이에 갈등이 생긴다. 그러던 중 사화현은 야휼의 마지막 탈피에 휘말리면서 함께 고치에 갇히게 되고, 7번째 용으로 변태한 야휼의 격렬한 사랑을 받는다. 용이 된 야휼은 사화현을 데리고 고향으로 가, 프러포즈한다. 첫 군사 협력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무리되고, 사화현은 제대 후 용족의 북방신장의 땅, 야휼이 가꾼 숲에서 야휼의 반려로서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평화

평화가 뭘까요? 총포가 쏟아지고 지뢰가 널리지 않은 땅에 태어났거나, 굶거나 맞거나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해 있지 않다면, 평화로운 걸까요? 그럼, 지금 평화를 느끼지 못하는 이유는, '평화병'에 걸려 태만해졌기 때문일까요? 원래, 동서고금 막론하고 살만한 사람들의 목소리가 더 큽니다. 살만하지 않은 사람들은 목소리를 낼 힘도, 기회도, 여유마저 없으니까요. 극한에 몰리고 나서야, 비로소 세상을 향해 비명을 지르죠. 그래서, 어쩌면 세상은 살만한 것처럼 보이고, 그 정도가 '일반적'이 되어, 마치 그런 것처럼 보이도록 가장하며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렵습니다.

그런 점에서 재해와 전쟁은 명확합니다. 모두에게 살만하지 않은 세상이죠. 그래서, 모두가 평화를 찾으려고 노력합니다. 그들은 상실한 것들을 기억하고, 엇물린 것들을 풀어내며, 무너진 것들을 재건해요. '평화'에 대해 고민하고, 그렇기에 평화를 느끼기도 할 거예요. 밉상스러운 말 한마디, 예상에 못 미치는 결과, 막연한 불안감으로, 깨지지 않는 평화 말입니다.

용족과 붕족은 무려 600년간 전쟁을 치러왔습니다. 몰살된 마을이나 전쟁고아에 대한 이야기는 흔했죠. 재능 있는 자들은 모두 전장으로 모이고, 세상에 모든 승리와 성취는 그곳에서만 이루어져요. 학교도, 연구실도, 아틀리에도, 경기장도 아니라요. 전쟁터는 집 앞에 있었고, 누구나 그곳에서 친구나 가족을 잃을 수 있었어요. 600년이라는 시간은, 그 모든 현실이 무감해질 만큼의 긴 시간이었죠. 그러던 어느 날 평화가 찾아옵니다.

용족과 붕족 모두, 한 명의 왕과 사방을 지키는 네 명의 신장들을 주축으로 서열이 매겨집니다. 소수의 용들이 다수의 뱀들을, 날개가 많은 새들이 적은 새들을 지배합니다. 용>반 용>이무기>큰 뱀>작은 뱀, 날개8장>6장>4장>2장 정도가 되겠네요. 사회현은 8장의 날개를 가진 남방신장의 최측근 가신이자 소꿉친구로, 6장의 날개를 가진 강한 붕족이었어요. 그러다 날개 한장이 전장 중 뜯겨 나갑니다. 사경을 헤매다 간신히 정신이 들었을 때, 전쟁은 끝나있었죠.

전쟁고아이자 상흔 군인인 사회현은, 종전 후 제대하려합니다. 하지만, 남방신장이 허락하지 않았고, 결국 용족과 붕족이 최초로 시도하는 군사 협력 훈련의 담당 교관이 되어, 양 종족의 장교들을 가르치게 되죠. 언제나 무표정인, 유명한 전쟁 영웅... 사화현은 훈련생들에게 여러모로 어려운 사람이었습니다. 하지만, 사회현 역시 낯선 평화가 어려웠습니다.

'숲바다'는 이야기가 시작하자마자 엉뚱한 해프닝에 휘말려, 절대 고백 할 일 없는 수가 공에게 마음을 들키게 됩니다. 사화현은 한 달 내내 받았던 러브레터를 들고 집 앞에 서 있는 야휼을 보자, 얼떨결에 대답의 서두를 내뱉습니다. 하지만, 야휼은 떨어진 편지를 주웠을 뿐이고, 진짜 편지를 쓴 이는 곧 발각됩니다. 심지어 그가 편지를 쓴 이유마저요. 사화현의 고백은 온전하지 않았고, 야휼 역시 되묻지 않은 채, 마치 없었던 일인 것처럼 지나가요.

하지만, 둘 사이는 미묘하게 바뀝니다. 교관과 훈련생, 감정 표현이 서툰 두 사람은, 대화를 하기 시작합니다. 산책을 하고, 사소한 관심사를 주고받고, 작은 약속들을 해요. 사화현은 야휼이 지나는 시간에 맞춰 산책을 하고, 야휼은 붕족의 무기를 사화현에게 가르쳐 달라고 하죠. 사화현은 휴가를 맞아 집으로 돌아가는 야휼을 마중하고, 야휼은 사화현의 곁을 맴돌고, 틈이 날 때마다 노래를 불러달라고 해요. 두 사람은 훈련이 이후의 삶을 이야기하죠.

남방신장이 다스리는 광활한 숲에서 사화현은 숲지기를 꿈꾸고, 야휼은 고향의 푸른 바다를 떠올려요. '숲바다'의 풍경 속 두 사람은 '새로운' 평화를 경험합니다. '숲바다'의 갈등은, 오로지! 단 한 사람으로부터 발생합니다. 바로, 남방신장 고도 말입니다. 8장의 날개를 가진, 최연소 신장, 잘 생기고 카리스마 있는 의리남이죠. 하지만, 감정적이고, 입이 험하며, 일중독자예요. 그리고... 용족을 혐오하는 '뱀 포비아'입니다.

고도는 마치 끝나지 않은 전쟁 같아요. 고작 두 왕이 만나서 서명했다고 진정한 평화는 오는 게 아니라는 듯 말이에요. 용족 훈련병들에게 적대감을 숨기지 않고, 폭력적으로 행동하며, 간신히 만들어 놓은 유대감을 송두리째 뽑아 버리죠. 사화현을 보호해야 한다는 의무감도, 사화현의 부상에 대한 죄책감과 책임감도, 심지어 사화현을 죽을뻔하게 만든 용족에 대한 복수심도 버리지 못합니다.

덕분이라고 해야 할까요? 어쨌든, 고도의 등장으로, 잔잔하던 두 사람의 관계는 급물살을 타게 됩니다. 매사 무감한 인생을 살았던 야휼에게 격정적 분노와 독점욕, 힘에 대한 절실함이 생겨나죠. 얼음 같던 사화현이 화를 내고, 실망 하고, 욕구하게 돼요. 죽고 사는 전장에서, 딱딱해 굳어 마비되었던 감정들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감각'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평화의 시기가 되어서야 바랄 수 있는 소소하지만 위대한 미래를 함께 꿈꾸기로 해요. 고도의 목적과는 다르지만, 고도가 있었기에 얻을 수 있는 '평화'였던 셈이에요.

평화는 전쟁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전쟁과 평화'... '신과 바늘'같이 한 쌍 일 때 의미가 있는 존재 말이에요. 어쩌면, 나에게 평화가 느껴지지 않는 이유는, 내가 진정으로 치열한 전투를 경험하지 못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지치고, 힘들고, 만성 두통에 시달리는 이유는, '치열의 대가'라기보다는 불안해하고, 걱정하고, 기다리는데 너무 많은 에너지를 썼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후회 없이 싸운 전사는 평화를 얻고, 미련과 후회가 많은 전사는 전쟁을 끝내지 못하는 건지도요. 마치, 사화형과 고도처럼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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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애노블

출간일: 2018.07.20

분량: 본편 3권

 

point 1 책갈피

"한철아, 사람이 꿈을 위해서 사는 거냐, 사람을 위해서 꿈이 있는 거냐."

박한철은 대답이 없다.

"너한테 내가 어떤 존재인지는 잘 알지만, 그래 봐야 우린 세상 앞에 다 핏덩이인 어린애들이야. 미래에 대해서 우리가 뭘 알겠냐. 지금 자신의 감정과 신념에 최대한 솔직하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 뿐인 거지. 꿈이 변했다고 해서 내가 다른 인간이 된 게 아니야."

스스로를 고정된 존재로 여기기 쉽지만, 존재하는 모든 것은 매 순간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었다. 이전에 꾸었던 낡은 꿈으로 현재와 미래의 자신을 만족시키려는 의도야말로 위험하지 않을까. 현재의 자신은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계속해서 면밀하게 살펴 나가는 그 과정이 삶이 아닐까. 변화의 흐름 속에 놓인 핏덩이에 불과한 나는 그렇게 생각해 볼 뿐이다.

"그리고 너, 예전 내 꿈의 진짜 허점이 뭔지 아냐?"

박한철은 나에게 허점 같은 게 없다고 믿는 놈이었다. 그런 믿음이 나를 더 일으켜 세워준 것도 사실이었지만, 가끔은 부담이 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 모든 게 합쳐진 복잡한 관계가 바로 가족이겠지.

"사랑은 둘이서 하는 거고, 가정도 둘이서 꾸리는 건데, 난 내가 누구와 사랑하게 될지도 모르면서, 사랑의 방식과 형태를 혼자 미리 정해 뒀다는 거야. 아마 사랑을 안 해봤기 때문에 그랬겠지."

사랑이라는 단어를 말할 때마다 내 안에서는 자연스럽게 안다미로의 얼굴이 떠올랐다. 예전에 나는 사랑의 감정을 떠올릴 수 없었다. 내가 생각하는 사랑의 방식만을 생각할 수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나에게 사랑은 이렇게 해주고 저렇게 해줘야지, 하는 계획이 아니었다. 안다미로라는 구체적인 인간을 중심으로 다시 구축되는 삶 자체였다. 나 같은 놈에게 그게 어떤 행복인지, 안다미로는 알까.

point 2 줄거리

기: 시설에서 동생 한철과 독립한 19세 최무이는 중식집 대흥각 배달원 면접을 보고, 마의 진상 VIP 고객 124 맨션 펜트하우스 배달을 성공하며 채용된다. 속칭, 124맨션 또라이로 불리는 21세 안다미로는 D건설사 막내아들로, 망나니 게이 라이프를 즐기고 있었다. 어느날, 맛 좋은 대흥각 짬뽕 배달을 온 잘생긴, 일반인 형아에 흥미를 느낀다. 하지만, 잘빠진 아들(?)을 보여줘도, 라이브 자위쇼를 해도, 300만 원짜리 파카를 선물해도 이 형아는 요지부동이다.

승: 안다미로는 정글 같은 집 안에서 우아하고 과묵한 첫째 형을 짝사랑했다. 한편, 다미로는 중학교 시절 상류층 자제들이 모인 게이 클럽 다비드에서 첫동정도 떼고 연애도 한다. 그러던 중 첫째 형에게 키스하는 모습을 들키고, 형은 다미로를 보호하며 통제한다. 형의 그런 관심이 좋았던 다미로는 부푼 마음을 형의 그림을 그리며 풀었고, 그 결과물을 형에게 들킨다. 하지만, 형은 묵인한채 결혼하고, 딸 다미를 낳았으며, 이혼했지만 재혼할 예정이다.

전: 한편, 다미로는 무이를 꼬시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지만 모두 실패한다. 반면, 무이는 엉뚱한 짓을 일삼으며 눈앞에 알짱거리는 무개념 도련님이 귀여워 보이기 시작했다. 무이는 곧 다미로는 좋아한다는 것을 인정하지만, 방만한 성생활에 절여진 늑대소년에게 다른 즐거움을 알려주기 위해, 쉽게 함락당해주지 않는다. 사랑의 신세계에 몸달은 다미로와 이런 무이가 밀당하는 사이, 다미로는 다비드 멤버들과 약에 취해 난잡해진 모습을 무이에게 들킨다.

결: 무이는 다미로에게 독설을 내뱉고, 124맨션에 배달도 가지 않는다. 그러던 중 무이가 교통사고를 당하고, 다미로는 무이의 판잣집에서 수발을 들며 반동거를 시작한다. 하지만, 무이의 동생 한철이 둘의 정사 장면을 우연히 보게 되면서 난관에 부딪친다. 동시에, 이 반동거를 알게 된 다미로의 첫째 형은 역시, 다미로를 유학 보내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은 의외로 쉽게 가족들을 설득한다. 그 후 무이는 소설가로 데뷔하고, 다미로는 인테리어 디자인을 시작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 진짜 너희 나이를 말해봐!

김다윗님하면 차가운 도시를 배경으로 한 관능적 씬이 가장 먼저 떠오릅니다. 전체적으로 차갑고, 날카롭고, 세련된 느낌... 씬장인으로 불리는 작가님들이 많으시지만, 이런 풍의 정사씬은 김다윗님이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봄보로봄봄'은 의외로 따뜻하고 유쾌한 작품이에요. 물론, 이 작품에서도 시크, 도도, 엣지의 느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지극히 개인적인 소견입니다. 저는 김다윗님의 글을 읽을 때마다 '내가 얼마나 잘 쓰는지 보여줄게'라는 목소리를 들리는 듯해요. 거만하다기보다는, 자신만만하고 거침없는 필법이라는 인상에 더 가깝죠. 문장에서 여유가 느껴져요. 얼마나 보여주고 싶은 것이 많은지, 보여 줄 수 있는 것이 많은지, 벼르고 있는 모습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하지만, 풀어내는 법에 비해 풀어내는 알맹이는 좀 아쉽습니다.

'봄보로봄봄'은 극과 극의 공수가 만나, 서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쌍방구원물이자 쌍방성장물입니다. 흔한 클리셰긴 하지만, 극단의 삶을 살고 있는 두 사람이 '보통의 행복'을 찾아가는 개연성이 쫀쫀하고 찰지게 구성되어 있습니다. 많이 가지고 있는 쪽이, 많이 가지지 못한 쪽에게 시혜적 베풂을 내리고, 그 대가로 애정을 얻는 할리킹물이 아닙니다. 돈 많고 철없는 도련님은 첫째 형을 마음에서 떠나보냈고, 염세적 냉소적이었던 고아 소년은 소설가가 되었죠. 두 사람의 보금자리는 124 맨션 펜트하우스가 아닌, 판자촌에 더 가깝습니다.

할리킹이 보여주는 신데렐라 판타지도 좋습니다. 가진 게 많아서, 내 님에게 주겠다는데 그것이 어려운 일은 아니겠지요. 그래서, 주는 것보다 어려운 '공유하는 것'에 깨인 주인공의 이야기를 더 좋아합니다. 다미로처럼 말이에요. 무이의 공간을 공유하고, 동생을 이해하고, 그의 삶을 공감해 주고, 선택을 존중해 줘요. 판잣집보다 좋은 집을 사주는 것이 더 쉽고, 동생 알바를 묵인해 주는 것보다 노트북 값을 주는 것이 더 쉽고, 배달을 그만두고 소설 쓰게 해주는 것이 더 쉽지만, 그렇게 하지 않죠.

다만, 읽는 내내 적응이 안 됐던 것은 이들의 '나이'입니다. 무이는 헐벗은 남자의 무리들 사이에서도, 돈 많고 태가 다른 상류층의 거만함 앞에서도, 여유를 잃지 않아요. 또, 본능적이고 육감적인 사랑을 너머, 그 사람의 습관과 진로의 방향성이라는 장기적 시점도 고찰해요. 게다가, 극강의 소유욕과 독점욕을 느끼면서도, 다미로가 엔조이 게이 라이프를 단 번에 끊을 수 없다는 점을 고려하고, 본인의 거친 언사와 분노를 자제하려고 노력합니다.

물론, 19살 이란 나이에도 불구하고, 오랜 시설 생활로 인해 눈치가 발달했고, 폭력 사건을 일으켜 퇴학 당할 정도로 뜨거운 가슴이지만, 반대로 자신의 신념을 관철시킬 만큼 주관이 뚜렷한 성격일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이를 참작해도 이것이 정말 19세의 생각이고 행동인가... 괴리감이 느껴집니다.

다미로도 마찬가지예요. 아무리, 재벌이고 15세에 동정을 뗀 선구자(?)라고 하지만, 21살 나이에 그렇게 많은 경험과 유명세를 가진 게이가 될 수 있을까? 심지어, 다미로가 중학교 때 활동했던 다비드는 비밀 클럽 아니던가요? 게이 클럽, 게이 바 할 것 없이 이 정도의 입지(?)를 가지기 위해서는, 정말 24시간이 모자랄 듯 해요. 물리적 한계도 있는데, 분신술을 쓰지 않고서는, 이 정도의 경험과 노련미는... 그저 대단한 게이라고 인정을 해줘야 하나 싶어요.

다미로의 절친이 무이의 판잣집에서 사회적 지위와 한계에 대해서 설교를 늘여 놓는 장면에서도, 21살이라고 생각하니... 심각한 장면인데도, 묘하게 귀여워 보이더라고요. 어쨌든, 문득문득 나이가 떠오르면 몰입에 방해가 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무이는 25살, 다미로는 28살이라고 바꿔 생각하고 읽으니, 편안하더라고요.

더불어, 갈등 부분도 아쉬움이 남습니다. 다미로와 첫째 형의 관계는, 무이와는 또 다른 극과 극의 관계였죠. 모범적이지 않아 기대를 받지 못하고, 그 덕에 자유로운 다미로와 모범적이고 우월하지만, 덕에 선택 없는 삶을 살아야 했던 첫째 형... 배다른 두 형제 사이에 애정은 있었지만, 다미로의 것은 성애였고 형의 것은 우애였어요. 형은 다미로를 보호하고 싶어 했고, 다미로는 형에게 관심받고 싶었지만, 둘 다 이루었다고 볼 수도 있고, 모두 이루지 못했다고도 해석할 수 있을 듯합니다.

다미로에게는 유일하게 진지하고, 인내하고, 상처 입은 사건이었지만, 이런 형과의 갈등은 좀 어이없이 풀립니다. 형의 진심이 담긴 편지 한 장과, 다미로의 설득으로 말이죠. 오히려, 한철과 무이의 갈등이 좀 더 밀도 있게 다루어진 느낌입니다. 다미로는 과거 형에 대한 마음을 정신적 외도라고 생각했고, 형의 행복하지 못한 결혼생활, 이혼, 다미의 출생, 재혼, 각각의 계기마다 양가적 심정에 혼란을 겪었죠. 그런데, 그에 비해 허무한 마무리였습니다. 다미로와 형이 가지고 있는 깊고 오래된 이야기들이, 급하게 봉합 된 것 같았어요.

그럼에도, '봄보로봄봄'이 가지고 있는 재미를 모른척하기는 쉽지 않아요. 김다윗님의 현재 연재작 '초이스 오브 초이시스'와 비교 할 때, 확실히 초기 작품이기 때문인지 힘이 들어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공들인 작품임을 틀림 없는 듯 합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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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코미코

분량: 본편 56화 + 외전 3화

 

 

 

 

 

 

 

 

 

 

 

 

 

 

 

 

point1: 한 컷

 

코미코

 

point2: 줄거리

기: 30살 강호수. 흔한 백수다. 아는 형 김도현의 연락을 받기 전까지는 그랬다. 김도현은 갑자기 나타난 친모의 등장으로 정서가 불안해진 이서를, 비슷한 가정환경을 가진 호수에게 보내고, 일당 20만원에 혹한 호수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그렇게 뼛속까지 서민인 강호수와 저세상급 이서와의 좌충우돌 동거는 시작된다. 불우한 가정사를 가졌음에도 밝고 솔직한 호수에게 이서는 점점 마음을 열고, 그런 이서에게 호수는 빠져든다. 그리고 그 마음을 쉽게 들킨다.

승: 한편, 호수는 이서가 어린 시절 친모의 학대와 친부의 자살로 인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으며, 친모의 등장으로 인해 극심한 공황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에 가슴 아파한다. 호수는 운동선수로서 성공할 기회도 잃고 양모에게 갈취 당하는 삶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며, 주변의 한심한 시선을 담담히 받아낸다. 그런 강한 모습에 이서는 끌리기 시작하고, 호수가 발작을 일으킨 이서를 온몸 바쳐 보호하면서, 이서는 호수에게 제대로 코가 꿴다. 두 사람은 연인이 된다.

전: 그러던 중 호수의 양모와 이서의 친모가 호수를 찾아온다. 자신을 빌미로 이서에게 돈을 뜯으려는 두 사람을 보며, 호수는 애절하게 매달리는 이서에게 일방적 이별을 통보한다. 그 후 이서는 호주로 떠나고, 친모가 죽었다는 기사와 함께 귀국한다. 도현은 정사가 불안한 이서를, 다시 한번 호수에게 부탁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던 호수는, 힘들어하는 이서를 찾아간다. 그렇게 호수는 계략공의 덫에 스스로 발을 들인다.

결: 이서는 뻔히 자신을 좋아하면서 계속 도망치는 호수가, 스스로 자신을 선택할 수 있게끔 밀고 당기고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며 애간장을 녹인다. 그리고 이서 역시 더 호수가 좋아진다. 한편, 과거의 사건 이후 인연을 끊고 지내던 양모에게 연락이 오고, 수호는 출생의 비밀과 양모의 진심을 듣게 된다. 수호는 스스로를 옥죄던 공포로부터 벗어나, 이서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한다. 다소의 방해는 있지만, 쓰레기는 쓰레기통에 잘 버리지고, 두 사람은 행복하게 산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가족이 되자!

'바람이 머무는 자리'가 절찬리 연재 중입니다. 두둥! 하지만 완결이 나지 않았죠. 작화와 스토리, 분량, 어느 하나 빠지지 않는 작가님... 부디 손목과 허리 건강을 지키며, 언제까지 작품 활동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유사님 작품은 대원씨아이에서 나오기 때문에, 웹툰으로 연재하고 단행본으로도 발간됐어요. 아마도 '바람이 머무는 자리' 역시 단행본으로 나오지 않을까 예상해 봅니다. 다만, 제가 유사님 작품을 웹툰으로 봤기 때문에 웹툰란에 소개해요.

유사님의 작품을 보면 '가족'에 대해 생각하게 됩니다. 유사님 작품 속 주인공들은 '가족' 혹은 '가문'으로 인해 고통받는 삶을 살아요. 그리고, 진정한 '가족'을 만들면서 행복을 찾아가죠. 그 과정에서 신랄한 난장판에 휘말리기도 하고, 혹독한 이별을 경험하기도 해요. 가족이란 대가 없이 주어진 절대적 내 편이기도 하지만, 끊어 낼 수 없는 업보나 평생 지고 가야 할 십자가가 되기도 합니다. 완전한 타인이 아닌, 통제할 수 없는 분신처럼, 그림자가 되어 따라다니죠.

'적의 심장, 그를 가지다.'에서도 '가족'이라는 키워드는 주요한 역할을 합니다. 카산의 아버지는 이겐의 집안을 몰살시키고, 이겐은 카산의 집안을 도륙합니다. 하지만, 카산은 이간을 보며 연민을 느끼고, 이겐은 카산을 믿고 싶어 합니다. 아이러니하죠? 결국, 카산에게 이겐은 가족이 되고, 카산은 이겐에게 상처만 되는 원래 가족을 버립니다. 가족과 가문이 얽매여 행복을 잃은 두 사람이 그 묶은 고통의 고리를 끊어내는 이야기예요.

하지만, 저에게 유사님의 대표작은 아직까지 '미치기 좋은 날'이기 때문에, 이 작품을 리뷰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미치기 좋은 날'은 '이별'을 중심으로 전반부, 후반부가 나뉩니다. 전반부는 호수의 옥탑방에서 숨어 살았던 다사다난한 동거기를, 후반부는 이별하게 만든 장애물이 사라진 뒤 재회한 두 사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전반부의 묘미는 얼빠수에게 빠져버린 미인공의 풋풋한 첫사랑이 반면, 후반부는 첫사랑의 독한 시련을 견뎌내고 계략공으로 거듭난 집착공의 밀당입니다.

공과 수 모두 겁쟁이지만, 수가 공을 위해 겁쟁이가 됐다면, 공은 수 때문에 겁쟁이에서 벗어나죠. 게다가, 두 사람은 일생에 중요한 시기 우연히 3번 만나게 되는데, 이 부분이 비장하게 예고된 것에 비해 잘 활용되지 못한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어쨌든, 재미있는 짜임새가 곳곳에 배치된 작품임은 틀림없는 것 같아요.

호수의 애환은 불륜남 친부로부터 시작합니다. 고아원에서 자란 호수는 파양을 두 번이나 당하고, 친부에 의해 마지막으로 입양됩니다. 쓰라린 파양 경험을 가진 호수는, 양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되려고 노력합니다. 하지만, 여동생이 태어나고, 양모는 호수가 남편의 불륜 증거라는 사실을 알게 되죠. 호수에게 온 정을 주며 키운 것이 기만 당한 것처럼 느껴지고 있었을 때, 양모는 호수가 동성애자라는 것을 알게 됩니다. 설상가상 그런 호수를 비난하는 소리를 엿듣고, 뛰쳐나간 여동생이 사고로 크게 다치면서, 양모에게 호수는 재앙 덩어리가 돼요.

그 후 호수는, 선수 생활을 그만두고 돈을 벌어 동생의 병원비와 집안의 생활비를 대기 시작합니다. 홀로 사는 옥탑방, 외로운 생활에도 호수는 가족이라는 끈을 놓을 수 없었죠. 호수에게는 그 조차도 절실했어요. 이용이라도 당하지 않는다면, 가족을 가질 수 없는, 사랑받지 못할 존재라고 스스로를 확정 짓는 것 같았으니까요.

반면, 이서는 아름다운 외모와 악독한 성격을 가진 친모로부터 시작하죠. 이서는 어머니에게 학대받았던 기억, 어머니가 버리고 떠난 후 자살한 아버지의 사체와 함께 방치되었던 기억, 아들을 죽인 어머니 대신 할머니의 비난을 감내해야 했던 기억으로 멍들어 있습니다. 가수로 성공을 하고, 스타가 되어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도, 그때의 기억들은 단편적 영상, 구토감, 두통과 공포로 각인이 되어 있었죠.

친모는 자신이 버린 아이가, 그 이서라는 것을 알자마자 돈을 뜯어내려 갖은 수법을 동원합니다. 소속사 사장이 그녀를 끊어내자, 기자들을 찾아가 비련의 생모처럼 연기를 하죠. 이서를 죽고 싶게 하는 트리거는 온 세상에 깔려 있었어요. TV도, 인터넷도, 길거리에 사람들도 모두 그녀와 이서의 이야기를 떠들어대고 있었으니까요. 심지어, 친모와 똑같이 생긴, 이복동생이 눈앞에 나타나기까지 합니다. 이서에게 가족은 그저 괴로운 기억에 불과했죠.

두 사람은 그럼에도 가족이라는 존재를 끊어내지 못합니다. 이서도 호수도 그들의 어머니를 용서하고 싶어 하죠. 그런 이서와 호수는 가족보다 더 소중한 존재가 생기고 나서야, 마음속에서 그 오래된 존재들을 밀어내요. 서로에게 가족이 되어 줄 준비를 하듯이 말이에요.

분명, '미치기 좋은 날'의 큰 즐거움은 슈퍼스타에게 사랑받는 신데렐라, 계략공에게 제대로 걸려든 자낮수의 이야기 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좋아한다.'는 고백보다 '나의 가족은 형'이라는 대사가 더 가슴에 와닿는 것을 보면, 이들이 겪은 가족이라는 시련이 제법 강도가 높았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서의 어머니는 마지막까지 독한 유언을 남기며 자살하고, 호수의 어머니는 호수에게 진실을 고백하며 용서를 청해요. 어떤 형식으로든, 두 사람은 묵은 과제를 끝낸 셈이죠. 게다가 스토커에서 남창이 될 뻔한 이서의 동생과, 김도현 사장이 나이차를 극복한 열애에 빠지면서 가족의 경계선은 묘~하게 넓어집니다. 더블데이트인 듯, 가족 회동인 듯 추억을 쌓아가요.

유사님 작품은 작화를 빼놓을 수 없죠. 한 땀 한 땀 수놓은 듯한 머리카락, 공들인 배경, 옷과 장신구를 비롯한 자잘한 소품까지... 손재주뿐만 아니라, 자료조사, 디테일까지 신경 쓰는 세심함까지 감동이에요. 배경 프로그램을 쓰는 건 작가님의 선택이겠지만, 이질적 3D, 사진을 뭉개 놓은 배경부터 심지어 인물만 있고 배경이 단색인 웹툰들도 수두룩 한데, 이렇게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작화를 보면 명화를 감상하는 것 같습니다.

자율 가격제라면 더 높은 가격으로라도 사보고 싶은, 평준 가격이라는 것이 아쉬운 작품 중 하나예요.

2020년도 몇 시간 안 남았네요. 고럼 마지막은 호수와 이서의 반짝반짝 새해 인사로 대신합니다. Happy New Year!!!

 

코미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모드

출간일: 2021.04.09

분량: 본편 3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그의 고동색 눈동자가 자신만을 가득 담고 있는 연녹색 눈동자를 마주 보았다.

"나는 사는 데 대단한 목표가 있진 않았어. 주어진 데서 큰 욕심 없이 적당히 살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왔는데."

라파엘은 겨우 이 정도 말로도 퍽 속상한 얼굴을 했다.

"네 옆에 있으면 계속 현재 이후의 시간에 대한 기대가 생겨나."

"......"

일그러졌던 미간이 금세 풀리고 눈꺼풀이 깜빡였다. 가을바람이 귓가에 꽂힌 꽃잎을 흔들었다. 놀란 눈으로 멈춰서 있는 라파엘에게 단테가 한 반짝 다가갔다.

"너는 내게 생각보다 더 벅차고 행복한 일이더라."

단테에게도 라파엘만큼 달콤하지는 못하겠지만 고대하던 날에 대한 계획이 있었다. 몇 번이고 먼저 문을 두드려준 후배를 대신해, 이번 고백만큼은 자신이 하겠다는 마음을 먹었었다.

"네가 준 것들을 내가 알아챌 때까지 기다려줘서 고마워."

point 2 줄거리

기: 특수부대 ODA-133 팀장 단테 베일리는 3개월간 진행된 작전을 마치고, 제도로 돌아와 팀원들과 회포를 푼다. 팀막내 헤인스워스 라파엘의 6개월간의 수습 마지막 날이자 다음날부터 장기 휴가에 돌입하는 팀원들은 취할 때까지 마시고, 단테는 만취한 라파엘을 연회장이 있는 호텔 빈방으로 데리고 간다. 그리고, 둘은 뜨밤을 보낸다. 그 다음날부터 라파엘은 연락 두절되고, 단테가 그런 태도에 실망을 하고 있을 때 폭행 당한 얼굴이 상한 라파엘이 나타난다.

승: 라파엘은 그날 자신이 단테를 강간했다고 판단하고, 자수 전 육군 총사령관인 아버지에게 그 사실을 고백하다 맞았던 것이었다. 단테는 라파엘과 함께 헤인스워스가를 찾아가 강간이 아니었고 화간이었다고 정정하며, 총사령관에게 라파엘 폭행의 부당함을 주장한다. 단테의 그 모습에 헤인스워스가는 단테를 라파엘의 약혼자라고 단정 짓고, 졸지에 단테는 명문 귀족가인 헤인스워스의 사위가 된다. 그리고 라파엘은 숨겨왔던 단테에 대한 연심을 밝힌다.

전: 단테는 라파엘의 순수하고 열정적인 구애를 받으면서 라파엘의 진심을 느낀다. 단테는 자신의 출신과 라파엘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를 설명하며 라파엘에게 포기를 설득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라파엘의 사랑은 더욱 깊어만 졌고, 우여곡절 끝에 단테 역시 라파엘을 같은 마음으로 사랑하게 된다. 그러던 중 라파엘이 있는 테네시에서 테러가 발생한다. 단테는 그 테러를 진압하며 영웅이 되고, 귀환한 단테와 라파엘의 애절한 모습이 방송을 타며 두 사람 사이는 제국적으로 알려진다.

결: 한편, 사관학교 시절부터 고아인 단테를 무시해 온 데릭슨 에프런의 시기심은 폭발하고, 결국 단테가 자란 성당을 위기에 빠뜨린다.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단테는 데릭슨과 싸우고 징계를 받는다. 그 뒤 라파엘은 데릭슨을 폭행하는 하극상을 저지르고, 제대한다. 단테는 라파엘과 동거를 시작하고, 라파엘은 단테와 같은 재능 있는 아이들을 발굴하고 돕기 위해 헤인스워스 재단 이사로 취임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Life는 단테 베일리처럼, Love는 헤인스워스 라파엘처럼

'로맨틱 캡틴 달링' 단행본이 나왔습니다. 두둥! 짧았던 크리스마스 외전의 아쉬움을 달래 줄 따끈한 외전과 함께 말이죠. 새로운 외전에서, 어린 신부를 꿈꾸던 라피의 소원이 드디어 이루어 집니다. 단테 베일리는 단테 헤인스워스가 되고, 무시무시한 시동생 11명과의 결투(?)에서 라파엘은 단테를 얻어 내죠. 본편의 방점을 제대로 찍은 외전이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대형견공과 우월능력미인수, 울보절륜공과 유혹연상수, 애절과 달달이 적절히 섞인 포근 따뜻 므흣 스토리, 모아이님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키워드입니다. 이렇게 귀여워도 되는 거야! 싶은 울보들이 순수하고 올곧게 직진하는 이야기들이죠. 하지만, 제가 모아이님의 소설에서 유독 애정 하는 캐릭터는 이런 댕댕이들보다는 좋은 사람의 표본 같은 강수들입니다. 공에게 사랑과 존경을 한 번에 받는, 정말 만나고 싶은 인간상들이에요. 물론, '노블레스 오블리주'는 좀 다른 타입의 공수를 다룬 군부물입니다.

단테는 고아예요. 하지만, 성당에서 어머니의 사랑을 듬뿍 자랐고, 80명의 동생들을 가진, 책임감 있고 정의로운 사람이기도 하죠. 어릴 때부터 뛰어난 신체 기량을 발휘한 단테는, 장학금을 받고 학군단에 들어갑니다. 그리고 우수한 성적으로, 대다수가 귀족층으로 이루어진 제1사관 학교에 차석으로 입학해요. 성격 좋고, 수려한 외모의 단테지만 차별은 피할 수 없었죠. 동생에게 후계자 자리를 밀려 군인이 될 수밖에 없었던, 한 기수 선배 데릭슨 에프런은 고아 출신의 평민과 같은 학교 다니는 것을 치욕으로 생각해요. 그래서 단테를 괴롭힙니다. 그 서러움이 익숙해져, 무감해질 때까지 말이죠.

차별을 받은 사람은 두 가지로 나뉘죠. 내가 받은 차별을 나보다 더 약자에게 대물림하거나, 내가 받은 차별을 반면교사로 삼아 반대로 행동거나 말이에요. 단테는 후자였고, 팀장, 사수, 선배가 되어도 아랫사람에게 친근한 상대가 되어 줍니다. 억울할 법도 하지만, 단테는 요령도 불평도 없이 소신껏 살아갑니다. 약자의 목소리가 묵살되는 군대가 싫었던 라파엘은, 가장 약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주는 단테의 모습에 반하게 되죠. 그리고, 오랜 군대 생활을 한 총사령관도, 3선 정치인 도시자도, 몸값 비싼 황실 변호사도 그 낯선 정직함에 빠져들어요. 아이러니하게도, 헤인스워스 가족들에게 단테는 신기할 정도로 만나기 어려운 사람이었으니까요.

단테는 월급의 8할을 성당에 가져다주고, 어머님이 없는 상황이 오면 동생들 중 일부를 맡아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지고 있었죠. 그래서 단테는 스스로를 '사랑'에는 헌신적일 수 없는 사람이라 생각하고, 가벼운 만남만을 이어왔어요. 그렇기 때문에, 라파엘이 좋은 사람일 수록, 더 자신을 많이 사랑 할 수록, 밀어내고 피합니다.  하지만 헤인스워스 패밀리는 단테를 제대로 찜 했고, 오히려 이런 노력들은 개미지옥처럼 단테의 매력에 빠지는 계기만 돼요.

 

결국, 단테는 행복한 항복을 선택합니다. 생각이 많은 단테는, 직진하는 라파엘를 이길 수 없었고, '좋은 사람' 단테는 라파엘은 만나 비로소 '좋은 사랑'을 배우죠.

'로맨틱 캡틴 달링'은 박진감 넘치고, 흥미진진한 군부물은 아닐지 모릅니다. 사건과 갈등은 있지만, 가장 아름다운 형태로 해결 되리라 예상 가능하기도 하고, 시작부터 헤인스워스의 전폭적 지지를 받기 때문에 단테의 고생은 그리 심하지 않습니다. 이야기는 댕댕이가 우리 캡틴을 너무 사랑하게 되면서, 그의 과거 상처를 안타까워하는 것을 골자로 하니까요.

하지만, '로맨틱 캡틴 달링'은 몰입도가 높습니다. 단테와 라파엘이 정말 매력적인 캐릭터거든요.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인공들이죠. 눈이 따뜻한 촉감을 가지고 있다면, 이런 퐁실함이지 않을까? 눈부신 순백색의 솜뭉치 같은 포근함이 느껴진달까요. 좋고, 예쁘고, 착하고, 귀엽고, 바른 것 종합세트! 자극적인 매운맛에 쓰린 속을 땃땃하게 댑혀 주는 닭고기 스프 같은 글이죠. 그래서, 구원물이 아님에도 꼭 '힐링물' 키워드를 넣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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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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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4화

point1: 한 컷

봄툰

 

point2: 줄거리

기: 과거 금수저로 살았던 재경은 집안이 망하면서 삶이 곤두박질 친다. 지인들은 연락이 끊기고, 그럭저럭 맞는 대학을 나와 취직하지만 회사는 망하고, 월세는 독촉 받는 생활... 하지만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려한다. 그러던 중 아는 형을 통해 일하게 된 호텔 바에서 과거 옆 집에 살던 동생 세주를 만나게 된다.

승: 그리고 눈을 떳을 때는, 이미 세주와 뜨밤을 보낸 뒤였다. 자신을 쫒던 어린 아이는 근사한 미남이 되어 있었고, 다행히(?) 아직까지 건재한 재력을 유지하고 있는 세주는 재경에게 섹파와 동거를 제안한다. 갈 곳 없던 재경은, 자존심을 접고 세주의 제안을 수락한다.

전: 세주와의 생활이 계속 되면서 재경은 점점 세주에게 물들어 간다. 세주는 재경을 단순히 섹파로 대하지 않았다. 함께 밥을 먹고, 세주가 필요로 하는 것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챙겨주었다. 재경은 세주의 그런 행동을 호감으로 느끼는 자신을 비참하게 생각하며, 세주를 떠나기 위해 준비를 한다.

결: 한편 세주는 갑자기 차가워진 재경의 태도에 당황스러워 한다. 그리고, 재경이 취업을 준비하며 집을 나갈 계획을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재경을 몰아 부치고, 재경은 도망친다. 재경을 쫒아간 세주는 재경에게 고백을 한다. 재경은 세주의 곁을 떠나지 않겠다고 약속한다.

point3: 진지충의 review: <아닌 것> - 에린 헨슨

당신의 나이는 당신이 아니다.

당신이 입은 옷의 크기와 몸무게나

머리색깔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의 이름도

두 빰의 보조개도 당신이 아니다.

당신은 당신이 읽은 모든 책이고,

당신이 하는 모든 말이다.

당신은 아침의 잠긴 목소리이고

당신이 미처 감추지 못한 미소이다.

당신은 당신 웃음 속의 사랑스러움이고

당신이 흘린 모든 눈물이다.

당신이 철저히 혼자라는 걸 알 때

당신이 목청껏 부르는 노래

당신이 여행한 장소들

당신이 안식처라고 부르는 곳이 당신이다.

당신은 당신이 믿는 것들이고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며

당신 방에 걸린 사진들이고

당신이 꿈꾸는 미래이다.

당신은 많은 아름다운 것들로 이루어져 있지만

당신이 잊은 것 같다.

당신이 아닌 그 모든 것들로

자신을 정의하려 결정한 순간에는

한 해 정도는, 하얗게 불태웠다. 이만하면 됐다. 잘 살았다. 스스로를 토닥여 줄 법도 하고, 만족 할 법도 한데... 언제나 겨울철 차가운 놀이터 그네에 앉아 있으면 한 숨부터 나옵니다. 서울 하늘 별이 있을리도 없는데,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며 무엇을 찾는 건지 목이 뻣뻣해 질 때까지 움직 일 줄도 모르죠. 연말이 가까워 오면 느끼는 불안은, 저의 고질병 입니다.

올해 어피님의 장편 단행본 '향하는 길의 마지막 걸음'이 나와 물개 박수를 치며 환호 했었죠. 그 만큼 어피님의 작품이 귀합니다. 서정적 작화와 스토리로 단편을 보면서도 기대감이 많았던 작가님이라 장편을 쓰시면 대작이 나올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역시나 명불허전이었어요.

'유일적 시선'은 4편의 정말 짧은 단편입니다. 재경이 가장 비참한 시절에, 과거 자신을 동경해 쫒아 다니던 어린 동생을 만나 엮이게 되는 이야기 입니다. 물론, 세주가 어릴 때부터 쭉 일편단심 형을 좋아했기에 달달물로 끝났지만, 저는 재경이 느꼈을 복잡한 심정이 시린 겨울 날씨와 어우러져 유독 공감하며 봤습니다.

아마도 세주는 재경의 손목에 찬 만원짜리 시계는 관심조차 없었겠지만, 재경은 세주가 찬 천만원 짜리 시계를 볼 테고, 세주는 단지 재경에게 어울리는 시계를 사주는 것이겠지만, 재경은 세주에게 시계라는 화대를 받은 것일테죠. 상황 탓을 하기에, 이미 스스로 정해 버린 가치를 부정하기는 힘들고, 세주의 호의를 순수하게 받아들이기는 더욱 힘들어요. 그래서 갈등이 생기고, 그 갈등을 해결하려 하면 할 수록 비대칭한 관계는 재경을 비참하게만 만들죠.

그런 재경에게 공유가 추천 받았다는 시를 소개하고 싶네요.

'당신의 가치는 당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세주면 봉 잡은거죠. 부디, 그 입가에 걸린 웃음이 고소, 비소, 냉소에서 벗어나 가벼워 졌으면 좋겠네요. 모두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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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문

 

<Not> - Erin Hanson

 

You are not your age,

Nor the size of clothes you wear,

You are not a weight,

Or the colour of your hair.

You are not your name,

Or the dimples in your cheeks,

You are all the books you read,

And all the words you speak,

You are your croaky morning voice,

And the smiles you try to hide,

You’re the sweetness in your laughter,

And every tear you’ve cried,

You’re the songs you sing so loudly,

When you know you’re all alone,

You’re the places that you’ve been to,

And the one that you call home,

You’re the things that you believe in,

And the people that you love,

You’re the photos in your bedroom,

And the future you dream of,

You’re made of so much beauty,

But it seems that you forgot,

When you decided that you were defined,

By all the things you’re not.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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