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뉴욕뉴욕

작가: 마리모 라가와

출판사: 대원씨아이

출간일: 2017.03.14

분량: 본편 4권

 

 

 

 

 

 

 

 

 

 

 

 

 

 

 

 

# point 1 한 컷

 

 

대원씨아이

 

대원씨아이

 

 

# point 2 줄거리

 

 

기: 뉴욕 경찰로 일하는 케인워커는 파트너를 구하러 온 바에서 완벽한 이상형인 멜 프레데릭스를 만난다. 두 사람은 곧 사랑에 빠진다. 하지만, 극도로 아웃팅을 기피한채 가벼운 만남만 이어왔던 케인과 헌신적인 멜 사이에 갈등이 발생한다. 케인의 지난 멜의 연인들에게 질투하며 멜을 배신하지만 멜은 케인을 용서한다. 어느날 멜은 마약범죄에 휘말리고 칼에 찔린다. 케인은 멜이 자신에게 잃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음을 깨닫는다. 

 

승: 케인은 부모님께 아웃팅을 하고 멜을 소개하기 위해 보스턴 본가로 간다. 고교 교사인 아버지는 멜의 존재를 받아드리지만, 어머니는 멜의 존재를 받아드리지 못한다. 오랜만에 만난 케인의 친구도 그의 아웃팅에 배신감을 느끼며 그를 비난한다. 케인은 어머니에게 멜의 어두운 과거를 이야기하고, 상처 입은 멜을 감싸 안아준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케인의 부모님은 멜을 받아드린다.

 

전: 한편, 직장동료이자 게인인 고슈가 에이즈로 죽는다. 케인은 멜에게 청혼한다. 케인과 멜은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돌연 멜이 사라지고, 실종 18일째 결혼반지와 함께 멜로 추정되는 시체 일부가 발견 된다. 실의에 빠져 있는 케인에게 FBI 루나 피츠버그가 찾아와 멜이 살아 있을 가능성과 함께 범인으로 죠지 클라인을 지목한다. 케인은 루나와 함께 사건을 쫒는다.

 

결: 죠지는 자신의 죽은 형, 에릭과 닮은 사람을 납치하고 감금, 강간, 폭행 후 살인을 반복한다. 천신만고 끝에 케인은 멜을 구해내고, 루나는 죠지의 누나라는 사실이 밝혀진다. 이 사건은로 멜은 극심한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여론과 주변사람들은 게이커플을 비난하고 조롱한다. 케인과 멜은 뉴욕을 떠나 보스턴으로 간다. 멜과 케인은 그곳에서 가족이 되어, 자랑스러운 아버지들이 되어 살아간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누군가에겐 '꿈'인 삶

 

 

비야흐로 클레식의 시즌입니다. e-book으로는 2017년에 나왔지만, 종이책으로는 오래 전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겠네요. 마리모 라가와 작가님은 '아기와 나'로 한국에 잘 알려진 작가님이라, 의외로 BL 서적의 존재는 모르는 사람이 많습니다. 사실, '뉴욕뉴욕'을 떠올리게 된 계기는 '흡협귀와 유쾌한 친구들'입니다. 고노하라 나리세 원작과 마리모 라가와 작화라니... 읽기 전부터 기대를 했는데, 역시나 실망이 없는 작품이었습니다만, 미완입니다. 언젠간 리뷰 할 수 있겠죠. ㅠ.ㅜ

 

마리모 라가와 작품에는 특유의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습니다. 사회의 터부를 일상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봅니다. 사회의 그늘에서 네가 손가락질 했던 것들이, 네 이웃이 되고 네 동료가 되었을 때 너는 무엇을 느끼는가?라고 묻는 것 같아요.

 

'뉴욕뉴욕'에 있어서는, 작가가 하고 싶은 말은 고든의 대답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여전히 차별받고, 외롭고, 곤란한 일은 많을거예요. 하지만, 누군가는 바뀌려고 노력하고 있을 겁니다. 그렇게 조금씩 이해의 지평이 넓어지고, 그것은 과거에 누가 꿈꾼 세상의 일면에 가까워 올지도 모르죠. 마치, 케인의 삶처럼요. 그래서, 전 '뉴욕뉴욕'이 '상냥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PC(Political Correctness)운동을 아시나요? 미국에선 꾀 오랜역사를 가지고 있는 운동입니다. 소수자를 차별하는 표현을 쓰지 말자는 운동인데, 정치적으로 올바른 표현을 쓰자는 의미에서 PC라고 불립니다. 물론, 논란도 많고, 해석에 따라 논점도 여러갈래로 나뉩니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소수자 차별에 대해서 사회가 불편해하기 시작했다는 겁니다. 삿대질하는 사람들이, 이제 그 사람들에게 불편해지는 사회... 정말 누군가는 꿈에 그린던 세상이 아니었을까요?

 

동성애가 차별 받은 이유 중에 하나는 동성애가 '에이즈를 옮긴다'는 루머 때문이었습니다. '뉴욕뉴욕'을 처음 봤을 때만해도, 멜이 동성 범죄자에게 강간 당한 후 에이즈 검사를 받는다던지, 그 결과가 나오지 않아 케인과 잠자리를 하지 못하거나, 고든이 게이 파트너에게 옮은 에이즈를 중국인 게이에게 옮긴 부분들에 대해 의아함 없이 봤습니다. 불편하지 않게 봤다는 사실이 불편해지는 부분이죠.

 

'뉴욕뉴욕'은 케인이 멜을 만나 인생이 바뀌게 된 이야기입니다. 케인은 중산층 가정에서 태어나, 부모님의 지지와 사랑을 받고 정상적인 교육과정을 마쳤어요. 잘생긴 외모와 무례하지만 직설적인 화법에 인기도 많습니다. 하지만, 누군가를 진심으로 사랑해 본적이 없습니다. 지금의 생활을 유지 할 수 있다면, 적당한 거짓말과 거리감은 당연하다고 생각하죠.

 

하지만, 멜은 그렇지 않습니다. 세상에 유일한 신을 섬기듯 '사랑'자체에 헌신적입니다. 케인은 그가 자신했던 것처럼 사랑했던 모든 이들을 질투합니다. 그 서툰 사랑의 방식은 멜을 상처 입힙니다. 하지만, 멜은 상처 입고도 다시 케인에게 돌아와 그를 사랑하죠.

 

멜이 기억하는 최초의 기쁜 날은 친모가 자살하던 날입니다. 놀이동산에 데려가, 맛있는 음식도 사주고, 짙은 화장도 없는 수수한 얼굴로 웃어 준 날이었죠. 멜에게 그날, 그 멘하탄은 상처이자 추억의 장소였습니다. 의부에게 학대를 당하고 도망쳐 올 수 있는 곳도, 그 멘하탄 뿐이었죠. 멜은 그곳에서 콜보이가 됩니다. 악질적인 어른들에게 몸을 팔고 하룻밤 침대를 빌리는 생활을 하죠. 

 

그런 멜이 하는 순수하고 맹신적인 사랑은 케인에게 모든 것을 바꿀 이유가 됐어요. 케인은 적당주의 생활을 청산합니다. 그리고 가족에게, 친구에게, 끝내는 동료에게 멜의 존재를 밝힙니다. 멜과 가족이 되고, 멜의 지지자가 되죠. 사실, 그런 것들은 멜을 잃는다는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으니까요.

 

가족의 비난, 사회의 편견, 자기 부정, 소수자라는 것만으로 메야만 하는 짐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지켜야 할 것들이 생기면서, 그 위에 자기만의 십자가를 집니다. 하지만, '지켜야 할 것들의 존재'은 무겁지만 소중합니다. 행운이고 행복이 되기도 합니다.

 

'무엇을 무서워 하고 있는걸까?' 케인은 극초반에 생각하죠. 멜을 숨기고, 동료들에게 거짓말을 하며, 숨어 파트너를 찾는 생활... 하지만, 케인의 말년은 딸의 눈에 비추어 보아도 편안해 보이죠. 그는 아픈 멜의 곁에서 노래를 불러주었고, 멜과 함께 했던 시간만큼 혼자 살아야 했지만, 그건 멜을 만나지 못했던 시간과 같지는 않았습니다. 멜이 남겨준 것이 있었고, 멜을 기다릴 수 있는 시간이었죠. 편안하게 눈을 감는 케인의 앞에는 이상형의 천사가 나타나요. 그날, 그 바에서 처럼...

 

만약, 누군가가 바라던 삶이 있다면 그건 이런 삶이 아니었을까요? 행복한 삶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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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인연

작가: 그웬돌린

출판사: 요미북스

출간일: 2018.01.05

분량: 본편 5권

 

 

 

 

 

 

# point 1 한 줄

 

 

"이신연. 너는 네가 원하는 곳으로 가라. 나는 그리 해주겠노라고 나 자신에게 약속했었다. 어느 누구도 네게 강요하지 못하게 해주겠다고. 빛 속을 걸어라. 네가 좋은 곳으로 날아가 뿌리를 내려라. 이 내가."

 

황제의 입술 사이에서 기어코 울음이 샜다. 그는 울음을 삼키고 잠시 헐떡이다 말했다.

 

"이 내가, 화의 우기련이. 너의 자유를 보증한다. 이 세상 누구도 너의 자유를 해할 수 없을 것이다."

 

 

 

point 2 줄거리

 

 

기: 화제국 태자 우기련은 12살, 황궁에서 길을 잃은 5살 이신연을 만난다. 우기련은 두려움에 떨면서도 자신의 얼굴을 멍하게 보는 눈이 큰 아이에게서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한편, 이신연의 쌍둥이 여동생 이세연은 높은 지위에 대한 욕심으로 태자비가 되려한다. 신연 역시 첫만남부터 기련을 마음에 담았기에, 동생의 꿈을 지원해주면서도 아픈 연심을 숨기지 못하고, 험한 변방 군부대에 자원한다.

 

승: 신연은 매일 생사를 넘는 극한의 생활 속에서도 기련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세연은 황제의 병환일 길어지면서 태자비 간택이 미뤄지자, 가림국의 왕비단자를 넣고 간택 된다. 태자의 약혼녀로 6년을 지낸 세연의 배신에 놀란 신연은 제도로 올라와 기련을 찾아 간다. 그리고, 기련은 동생을 대신 해 용서를 빌겠다는 신연의 옷고름을 푼다. 매일밤, 신연의 참회의 밤은 이어진다.

 

전: 신연은 말라간다. 기련은 위태로운 시기 황후로부터 신연의 존재를 숨겨야했고, 신연은 세연을 대신 해 몸만 섞으며 기련의 마음을 갈구하는 연심을 버리지 못한다. 그러던 중, 신연은 친구인 소승서를 위해 재상의 딸 희사와 거짓약혼을 한다. 이 소식을 들은 기련은 신연을 간혹하게 겁간하고, 세연과 함께 가림국으로 떠난 신연을 잡아와 약을 먹이고 감금한다. 신연은 자해하고, 기련은 신연을 집으로 보내준다.

 

결: 기련은 자신을 두려워하는 신연을 곁에 두지 못한다. 기련은 비로소 신연이 듣고자 하는 대답을 해줄 수 있게 됐지만, 신연은 거부한다. 신연은 일을 그만두고 어머니와 함께 가림국으로 가는 도중, 홀로 여행을 선택하고 떠돌이 검객으로 지낸다. 1년 뒤, 신연은 다시 기련에게 돌아간다. 떠돌던 금잠화는 뿌리 내릴 곳을 찾아 간다. 기련은 신연과 '관례'라는 이름의 '혼례'를 치르고, 평생토록 함께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고민 해 봤지만... "재밌다."고 밖에...

 

 

BL소설이 E-book, 웹소설로 이렇게 활발하게 유통되리라 예상하기 힘든 때도 있었습니다. 호랑이 담배 피는 시절이 되어버렸지만요. 지금은 '장르문학'이라고 불리지만, 그땐 아마추어가 쓴 동인지가 거의 유일한 판로였었죠. 당시 한국BL은 아이돌이든 애니주인공이든, 패러디가 주류다보니 이미 알고 있는 인물들이 '사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치중되어 있었죠.

 

하지만, 그때도 옥석같은 창작 작품들이 있었습니다. 정말 독보적이었죠. 그런 선구적인 작가들이 생동감 넘치는 BL소설 업계에 시금석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그 분들이 아직도 '네임드'작가로 불리면서 창작 활동을 하시는 것이, 저는 굉장히 의미 있어보여요. 물론, 그웬돌린님도 그 중 한 분입니다.

 

그웬돌린님 작품 중에 '인연'은 초기 작품입니다. 위에 적은 출판일은 리디북스 e-book기준인데, '인연'이 태어났을 시점을 '출판일'로 보자면, 정말 멀~~리 거슬러 올라가야 하죠. 솔찍히, 언제라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네요.

 

그웬돌린님 작품중에서도, 타 작가님의 유사 클리셰의 작품 중에서도 '인연'보다 세련되고 디테일이 훌륭한 작품들은 많습니다. 죽은자와 산자는 동명이인인가? 좌식과 입식의 하이브리드? 자객 앞에서 입트이는 신기한? 등등...'인연'을 읽다보면, 설정, 구성, 때론 문장 자체가 뚝뚝 흐름을 끊을 때가 있습니다. 사족 같은 문단도 잊을만 하면 등장하고요. 물론, 우기련과 이신연이 사랑하는 것 이외에 모든 것은 부수적일 뿐이다!라면 괜찮을지 모르겠으나, 저는 어?하면서 꾀나 뒤적거리면서 봤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상해요. 아직까지 '인연'보다 재밌는 책을 못 찾겠어요. 세면서 본 재탕 횟수만 20번이니, 실제로는 수십번을 봤을 텐데... 아직도 보면 재미있어요. 책을 보면, 제딴에 어떤 포인트에 꽂칩니다. 때론 죄없는 친구를 잡고 열변을 토하고, 때론 홀로 도취해 불꽃 리뷰를 쓰고, 때론 구매처에 영혼을 끌어 모은 영업글을 쓰게 되는 원동력이 되죠. 

 

가슴을 울린 진동수에 따라 리뷰에 혼신을 다한다면, '연인'은 정말 영혼을 불살라 하얗게 태워야 할텐데... "재밌다." 읽어도 읽을 때마다 재밌는데... 그런 원초적이고 단순한 말만 맴도는... 하지만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단적으로 동일 작가의 '화도월해'만 '인연'에 비해, 원앤온리 다정공과 사랑스러운 미인수 등장은 기본, 문장은 훨씬 잘 다듬어졌고, 구성과 설정은 더욱 조밀해지고, 디테일은 세밀하게 공들인 것이 확연히 보임에도... 저는 '인연'같은 중독성... 물론, '화도월해'도 진심 대작입니다. 

 

많은 BLer들의 인생공 '우기련'... '연아~'귓가를 맴돌죠.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라는 제목만 과격한 애니메이션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기련의 애정은 문자 그대로의 폭력성을 지니고 있죠. '다섯 살의 너를 먹고 싶었다. 맛있을까, 궁금했었지.' 너를 먹고 싶고, 안고 싶고, 팔다리를 자르고 싶고, 나 없이 눈에 들어간 속눈썹조차 뺄 수 없는 너를 보고 싶다. 그것이 기쁨이라고 말하는 살벌한 집착남이지만, 그는 늘 다정한 태자이자 사촌으로서 다정히 신연을 부릅니다. 봄꽃나무와 닮은 어여쁜 나의 님, 신연에게는 늘 아련한 사랑이었죠.

 

하지만, 이런 우기련은 단 한번 그 가면을 던져 버립니다. 신연이 자신에게 작별을 청하는 순간 말입니다. 사모한다며 자신을 어찌 생각하지 묻는 신연에게, 기련은 몸으로 화인을 찍으려는 듯 잔혹하게 굴죠. 그리고, 신연을 태운 세연 혼례 행렬을 습격하고, 감히 자신의 사람을 탈취한 세연을 죽이려 합니다. 신연은 세연을 살리기 위해 기련과 함께 황궁으로 돌아오고, 감금은 시작 됩니다. 신연은 약에 취해 몸에 주도권을 잃어 버립니다. 몇 일인지 몇 개월인지, 앞은 보이지 않고, 온통 단편적인 음성뿐... 스스로 미쳐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공포감에서 깨어나기 위해, 결국 스스로를 칼로 찌르죠. 

 

기련은 다정한 가면을 내려 놓았던, 일주일 안 되는 시간의 대가로 신연을 잃어버립니다. 신연은 이제 기련을 두려워합니다. 그 손길에 경기를 잃을 킬 듯 공포에 떨죠. 기련이 다가갈수록 신연은 불행해집니다. 그리고 기련은 아주 오래 전, 스스로를 백치라 서럽게 울던 신연에게 약속했던, 어디든지 자유롭게 날아 갈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언약을 지켜야 할 때가 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우기련이 원했던 애정은 그렇게 아름답지 않을 지 모릅니다. 재회의 순간, 신연은 기련에게 '죽게 되면 시체를 드리겠다'고 말하죠. 정말 낭만적인 고백법입니다. 하지만, 우기련이 많은 BLer의 인생공이 될 수 있었던 이유는, 그 도착지가 '신연의 행복'이었다는 겁니다.

 

'내 사랑의 방식은 원래 폭력적이야! 나를 사랑한다면 이런 나조차도 사랑해줘! 너는 이런 내가 유일하게 본 모습을 보여 주고 싶은 사람이니까, 외로운 나를 제발 받아주면 안 되겠니?' 네, 이런 '공'들이 없으면, 피폐물에 굴림수는 누가 예뻐해 주겠습니까?

 

하지만, 빻빻한 아름다움에도 불구하고, 분명 이런말 조차도 너를 공포스럽게 만들어 떠나가게 할까 두려워 참아내는 애정도 있습니다. 그리고, 분명 그 애정이 더 절실할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기련이 더욱 애절하게 느껴지는 것은, '방식'보다는 그 절대적인 '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인연에서 '세연'을 지뢰요소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세연은 가문의 영달이나 신연의 노고를 고려하지 않죠. 자신의 목표를 위해 무소의 뿔처럼 달려나가는, 좋은 말로 하면 추진력 있고 나쁜말로 하면 이기적입니다. 아랫사람에게 윗전노릇하기 좋아하고, 신연의 친구 승서에게도 예의를 갖추는 법이 없어요. 확실히 '발암'이라 불릴 요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저는 신연을 좋아하는 마음과 겉과 속이 같은 투명함이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미인은 두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떼어 놓고 봐도, 합쳐 놓고 봐도 완벽한 신의 걸작품과 설명하기 힘들지만 길거리를 걷고 있으면 눈이 절로 따라가는 미인... 제에게 '인연'은 후자같은 '미인'입니다. 눈이 가고 손이 가고, 그렇게 계속 찾게 되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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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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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툰제목: 기억연기

작가: 돌샤

연재처: 봄툰

분량: 본편 38화

 

 

 

# point1: 한 컷

 

 

봄툰
봄툰

 

 

 

# point2: 줄거리

 

 

기: 심리상담사로 일하고 있는 이현오 앞에 내담자로 대학교 선배 서은우가 나타난다. 10년 전에 말 없이 휴학하고 소설가로 데뷔한 서은우는, 아내의 자살 후 1년이 지났지만 소설을 쓸 수 없었다. 은우 역시 같은 방법으로 자살 시도를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현오는 결국 은우를 상담하기 시작한다. 처음엔 비협조적인 은우도 점점 자신의 이야기를 시작하고, 현오는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를 알게 된다.

 

승: 어린 은우는 동성 친구를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부모님은 은우를 정신병자로 대하고, 은우는 자해를 시작한다. 이후 그의 부모는 은우를 폭행, 방치, 무시한다. 은우는 고등학교 때 우연히 자살 모임에서 레즈비언인 한빛을 만나고 둘은 친구가 된다. 대학생이 된 후 한빛은 동성애를 들키게 되고, 보수적인 군인인 아버지에게 폭행 당한다. 강제로 맞선에 나갈 위기에 처한 한빛에게 은우는 결혼을 제안한다.

 

전: 은우는 한빛과 결혼하여 서로의 연애를 즐기며 잘 지내는 것 같았지만, 한빛의 연애가 실패하고 둘의 집안에서 임신 압박이 들어온다. 한빛은 거짓말이 들킬가 두려워한다. 은우는 한빛의 자살 후에야 결혼부터 모두 잘 못 되었음을 깨닫고 죄책감에 시달린다. 은우는 현오에게 모든 일을 고백하고 상담을 끝내고자 한다. 돌아간 은우는 술과 수면제를 함께 먹고 쓰러지고, 현오는 그런 은우를 병원으로 데려간다.

 

결: 현오는 은우의 상담을 종료하고 연인으로서 은우의 치료를 돕고자 한다. 은우 역시 이번엔 피하지 않는다. 은우는 가족들과의 묵은 감정을 정리하고, 한빛의 헤어진 연인을 만나 못다한 말과 물건을 전달한다. 그리고 현오를 한빛의 납골당에 데리고 간다. 은우는 한빛과 함께 살았던 아파트를 정리하고 현오와 함께 살기로 한다. 은우는 글이 쓰고 싶어졌다.

 

 

# point3: 진지충의 review: 괜찮은 척

 

 

돌샤님의 바나나 스캔들 시즌2가 시작했습니다. 두둥! 하지만, 완결이 나지 않아 리뷰를 할 수 없기에, 돌샤님의 다른 작품을 중 어떤 작품을 리뷰 할까 고민을 해 보았죠. 후보는 '심각한 거' '귀여운 거' '웃긴 거' 세 작품이 있었습니다. 어떤 작품인지 아시겠나요?^^ 사실, '귀여운 거'를 하고 싶었지만, 이 직전에 '카메라 소년' 마오 이야기를 다뤄 보았기 때문에 소재가 겹치는 경향이 있어 결국 '심각한 거'로 낙점이 되었습니다. 물론, 돌샤님 작품 중에 개인적으로 제일 좋아하는 작품이 '기억 연기'라는 것도 초큼~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기억 연기'는 웹툰의 제목이자 작중 은우가 쓴 소설을 제목이기도 합니다. 참 잘 지은 것 같아요. 연기로 기억 되는 사람, 연기가 되어 버린 기억, 기억이라 이름의 연기... 담배연기, 과거기억로 두 가지로부터 벗어나지 못하는 은우가 쓴 글에 참 어울리는 이름이라고 생각했어요.

 

은우는 담배를 손에서 놓지 못하는 골초입니다. 은우와 연호의 첫 만남, 은우는 버스정거장에서 자신의의 담배연기에 노골적으로 인상을 쓰는 연호를 기억합니다. 하지만, 두번째 만남, 대학교 선후배 사이로 만난 자리에서 연호는 은우를 기억하지 못하죠. 괜히 놀려주고 싶은 마음에 담배를 권합니다. 싫어하는게 분명한데도, 완고하게 생긴 얼굴로 담배를 받아 무는 연호의 행동에 당황하죠. 연호는 그렇게 담배를 배웁니다.

 

학교 건물 뒤, 평소라면 절대 듣지 않았을 1교시  교양수업을 들으면서 은우는 연호와 늘 맞담배를 피웁니다. 그리고, 그렇게 편안한 선후배가 되었을 때, 자신이 게이라는 소문에 신경쓰지 않는 연호가 신경 쓰이기 시작하죠. 은우는 가볍기만 한 자신의 연애사에 무겁고 무서운 감정이 피어오르고 있다는 것을 자각합니다. 그리고 그즈음, 학교 건물 뒤편에서, 담배를 무는 시간보다, 연호와 입술을 맞대는 시간이 늘어나기 시작하죠.

 

아버지에게 맞고 엉망이 된 한빛을 보며, 은우는 자신이 한빛을 보호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연호에게서 도망치고 싶어지죠. 은우는 쉽게 결혼을 선택합니다. 처음에는 모든 것이 잘 풀리는 것 같았습니다. 양가 부모님은 모두 안심했죠.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을 하고 나서야 한빛은 자유롭게 사랑 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거짓 평화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한빛의 연인은 '진짜'결혼을 하고, '거짓'결혼 후 매일 거짓말을 하며 살아야만 했던 한빛은, 이제는 되려 그 꾸며낸 말들에 맞춰 살아야 할 것 같은 불안감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자살모임에서 은우를 만난 뒤, 한빛의 피난처는 은우였습니다. 동류, 그럼에도 당당한 태도, 대담한 결단력, 친구이자 오빠같은 나의 유일한 이해자 은우지만, 이번만은 안식처가 되어 줄 수 없었습니다. 은우는 공범자였으니까요. 결국, 한빛은 극단적 선택을 하고야 맙니다.

 

은우는 좋아하는 남자친구에게 뽀뽀를 한 날, 아버지에게 맞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날 어머니는 상담사를 부르죠. 그때부터 은우는 자해를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은우가 자해를 한 만큼 폭행을 휘두릅니다. 은우는 자해도, 폭행도 아프지만 멈추지 못합니다. 하지만, 부모님은 은우가 아파한다는 것보다, 멈추지 못한다는 것만을 중요하게 생각하죠. 그러다 결국 방치과 무시과 일관해요.

 

그런 은우에게 관심을 갖는 존재가 생깁니다. 나이 어린 동생이어요. "아프지 않아?" 그래요. 아프지 않을리 없죠. 자신을 제대로 봐주고 진심 어린 걱정의 말 한마디를 건내 줄 사람, 은우는 자해를 멈춥니다. 그리고 동생에게 정말 좋은 오빠가 되어 주려고 합니다. 하지만, 길거리에서 남자친구와 키스하는 것을 들킵니다. 하필이면, 동생이 친구들과 함께 있을때 말이예요. 그 뒤로 여동생은 자신을 피하고 무시하기 시작합니다. 연우는 자해를 다시 시작하지 않지만, 그보다 더 깊은 상처를 입죠. 

 

은우는 헌신적으로 한빛을 보호합니다. 글쎄요. 정말 한빛'만'을 위한 행동이었을까요? 하지만, 그 결과는 이번 역시 최악으로 치닫습니다. 

 

은우는 연호를 떠나 한빛과 결혼하고, 한빛이 자살한 뒤 그 아파트에서 살면서도, 담배를 피고, 친구 진우를 괴롭히면서 시덥지 않은 농담을 주고 받으며, 10년만에 만난 연호에게 빈정거리며 일상을 살아 갑니다. 웃기도 하고, 정신도 맑아보이죠. 세상에 어떤 사람은, 이렇게 힘든 일이 있어도 괜찮구나, 멀쩡하구나, 멘탈이 강하구나 싶어요. 하지만, 아프지 않을리도 없고, 괜찮을리도 없습니다. 단지, 그런 형태로 힘들어 하는 사람, 괜찮은 척 하는 사람, 괜찮은 척이 신물나게 익숙한 사람만 있는 것 같습니다. 

 

길거리를 걷는 사람들을 보면 다들 무난해 보입니다. 깔끔한 옷, 무표정, 적당한 보폭으로 목적지를 향해 걸어가죠. 문득 이 길 위에서 괜찮지 않은 사람은 나뿐일까? 이런 생각이 드는 날이 있습니다. 즐겁기만 연애를 하는 사람은 수두룩 빽빽이고, 살다보니 잘 살게 됐다는 사람들는 사람들도 한 트럭, 숨 막히게 가득찬 차도 아파트도 모두 주인이 있죠. 하지만, 어쩌면 그 괜찮아보이는 사람들도 모두 '괜찮은 척'을 하고 사는지도 모르겠습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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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좋아하면 카페를, 빵을 좋아하면 동네 베이커리를 꿈꾸게 됩니다. 우주소년이었던 CEO의 우주여행 취미나, 초호화 PC방을 차려 팀 FPS 게임을 즐기는 가수 정도까지는 아니어도, 조금이라도 좋아하는 일에 가까운 일을 하고 싶은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일'이 되는 순간 겪어야 하는 무수한 '불쾌'도 알고 있기 때문에, 실현가능해 질 수록 실현하지 않게 되는 아이러니함은 무엇일까요?^^

저에게는 동네서점이 그렇습니다. 좋아하는 책만 모아두고, 그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소통하며, 맛있는 차한자 다과 몇개 팔면서 생활 할 수 있다... 크~ 생각만 해도 배부르네요. 저는 물건을 늘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거의 이북으로 읽긴 하지만, 책방을 가는 날은 손에가는 종이책을 사곤 합니다.

주말에 방문한 동네서점은 진보적 여성작가 책들이 많이 있더라고요. 대형서점에서도 보기힘든 희귀 도서들도 제법 눈에 띄었습니다.

비판적 여성작가의 건조한 시각과 비판적 남성작가의 염세적 시각이 보여주는 날섬의 차이가 있습니다. 저는 칼과 도끼같다고 느끼는데, 호불호와 상관없이 다양성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여성작가님들 책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카프카식 이별은, '김미숙의 가정음악'라는 아침 라디오 프로그램 오프닝 시를 모아 놓은 시집입니다. 1일 1시라는 점에서 작가의 일기와 같은 시이기도 하고, 라디오 오프닝이라는 점에서 청취자를 위한 사연 소개글 같은 느낌도 있습니다. 작가 본인의 이야기도 있고, 듣고 본 이야기로 쓴 시도 있습니다. 그리고 시 끝에 짤막하게 코멘트를 남겼죠. 저는 그 부분이 좋았습니다. 쉬우나 어려우나, 시라는 것은 짧고 내용은 깊어, 읽고 머리 속으로 그릴 수 있는 이야기는 많잖아요. 그러다보니, 어떤 시는 읽고 나면, 누군가와 마구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작가의 코멘트가 남아 있으니, 아쉬운대로 작가와 짧은 수다를 떤 기분이 들어습니다.

'카프카식 이별'이라는 시는 수록 된 시 한편의 제목입니다. '카프카'라고 하면 연상 되는, 실존주의, 허무주의, 비극적 삶이 아니라, 5번의 파혼을 불러 온 사랑에 대한 예민함에 대해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시는 주로 '서민'적 '일상'에 대해 다루고 있습니다.

교통 수단으로 비유하자면 새벽녁 버스, 술로 비유하자면 한강변 깡맥주, 옷으로 비유하자면 몇군데를 돌고 돌아 없는 애교를 다 떨며 몇푼 깍아 산 티셔츠 같은 시입니다. 너무 뜨겁지 않고, 너무 차갑지 않고, 하지만 때론 뜨거운 눈물이 나고, 때론 현실이 너무 차갑게 느껴지는 시집이었어요.

그래서, 시집의 커버에 적힌 홍보 문구가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김경미 시인은 파괴자입니다. 삶에 매설된 불안과 우울, 불확실성이란 지뢰를 시로 파괴하는 미의 전사입니다.'라고 되어 있었거든요. 심지어 '심금을 울리는 시를 들으며 카프카를 만나고...'라는 구절도 있어서... 음???? 카프카가 나오긴 하지만... 뭐, 스친것도 만나긴 한거지.. 하고 혼자 떨떠름 했죠. 그 커버지는 바로 떼내 버렸습니다.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시가 필요합니다. 그래야 오는 가을이 조금 덜 춥지 않을 것 같습니다. 책만 읽고 살고 싶다는 소망은 요원하지만, 그래도 어쨌든 오늘은 책을 읽습니다.

책갈피 1:

용서의 냄새

 

아침에게서 수박 냄새가 난다

장미 냄새 같기도 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머리가 찢기듯

천벌 속이었는데

갑자기 이유도 없이

아무 이유도 없이 말끔해졌다

용서 때문이다

누가 나를 용서한 거다

나 때문에 상처받은 누군가가

여태 날 요서 않고 벼르다가

오늘 마악 날

용서한 거다 깨끗이

틀림없다

용서받은 냄새

누군가가 날 용서한 거다

책갈피 2:

나를 위한 시

 

불안과 포기를 걷어낼 것

화나 미움은 대개 열등감의 한 분출 방식임을 기억 할 것

어리석고 인색하니 헛짚는 법

끝없이 지혜와 덕을 구할 것

모든 존재에 대한 깊은 연민 때문에

마음 아플 일도 많겠지만

받지 않아야 할 상처에 지나치게 오래 자신을 방치하지 말 것

넓은 바다와 들,

높은 산과 정다운 골목들을 철학의 기준으로 두고

새와 나비처럼 자유롭고 독자적이고 독립적일 것

고유할 것

고유하되

타인의 손, 끝까지 놓지 말 것

매사 순한 마음이 불러오는 순조로움을 믿을 것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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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을빛 아웃포커스

작가: 쟈노메

출판사: BB허니밀크

출간일: 2020.07.17

분량: 본편 1권

 

 

 

 

 

 

 

 

 

 

 

 

 

 

 

# point 1 한 컷

 

 

BB허니밀크

 

 

# point 2 줄거리

 

 

기: 노멀인 마오와 게이인 히사시는 룸메이트다. 둘은 서로의 성향을 이해하고 즐겁게 생활을 하고 있다. 마오가 소속한 영화부는 BL을 소재로 한 영화를 찍기로 하고, 히사시를 주인공으로 캐스팅한고 싶어 한다. 날라리 인상이지만, 누구보다 배려심있는 히사시와 영화 속 주인공을 함께 떠올리며 마오는 마음 속에 걸리는 감정을 느낀다.

 

승: 지금까지 어디에 소속된 적 없었던 히사시는 영화를 찍기로 결정한다. 카메라 앞에서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는 마오를 보고 진지해지고 싶졌기 때문이다. 순간, 마오는 마음 속에 걸리는 그 감정을 깨닫는다. 그리고 바로 실연을 경험한다. 히사시는 남자친구가 있었다.

 

전: 히사시는 날라리처럼 생긴 외모때문에 꼬인 인생을 살았다. 재혼한 가정에서 잘 적응하지 못했고, 애인인 중학교 담임과도 겉도는 관계를 위태롭게 이어왔다. 하지만, 마오를 만나고 그 관계를 정리 할 용기를 얻었다. 헤어지고 온 날 마오는 히사시에게 좋아한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거기까지! 진전은 없고 영화 촬영은 속계되었다.

 

결: 진지하게 영화를 찍는 마오를 보며, 히사시 역시 정신을 바짝차리로 영화를 찍지만 카메라 넘어로 마오를 보며 한편으로 섭섭함을 느낀다. 하지만, 히사시의 키스씬이 있는 날, 마오는 정신줄을 놓고 둘 사이를 급진전 된다. 히사시는 연기에 대해 흥미를 가지게 되고, 연극부에 들어간다.

 

 

 

#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뷰파인더 안의 세계

 

 

저는 SNS 좋아하지 않습니다. 인스타나 트위터는 하지않고, 모먼트, 틱톡, 밴드는 존재만 알고 있습니다. 지금은 카톡은 하긴 하지만, 마지막 보루로 스마트폰 자체를 거부했었죠. 어떻게 살 수 있었냐고요? 많이 불편하긴 했습니다. 친구, 후배, 선배는 어쩌겠습니까? 그러려니 했겠죠. 문제는 회사였습니다. 

 

참다 참다 어느날 불러서 21C에 스마트폰 없이 할 수 있는 일이 있냐고 묻더라고요. 그래서, 노동계약서에 스마트폰이 필수라는 조항이 없으니 어디까지나 개인 기호품이라고 주장했죠. 결국, 대세를 거스르지 못하고 스마트폰도 사고, 카톡도 깔긴 했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우울했습니다.

 

지금이야 그렇게 심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 닌텐도에 삽질하는 캐릭과 보험회사 챗봇, 그리고 카톡에 '내'가 무슨 차이가 있을까 생각이 듭니다. 

 

사람을 아는 것은 정말 힘듭니다. 사소한 표정, 음성, 대화 간극 침묵에 느껴지는 분위기, 손버릇, 말할 때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눈동자 호선, 향수는 바뀌어도 바뀌지 않는 그 사람을 체취, 자주 쓰는 단어, 짜증나는 사람에게 시작하는 문장 첫머리, 기분을 보여주는 입꼬리... 이런 것들로도 나는 사람을 잘 모르겠습니다. 

 

하물며 웃지 않는 표정으로 치는 'ㅋㅋㅋ', 전혀 닮지 않은 이모티콘이라니... 리뷰하다 이 자기고백은 무엇인가요? 저와 다르게 뷰파인더로 세상을 보는 소년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너무 길게 왔습니다.

 

예술, 특히나 영화, 사진은 BL에서도 정~~말 많이 다루는 소재죠. 그러다보니 사진이나 카메라 전문용어들도 제법 많이 알게 됐습니다. ^^ 이 작품들의 공통점이 있다면, 입으로는 거짓말을 해도, 카메라는 진실을 찍고 있다는 것!

 

마오는 카메라 앞에서만은 솔찍해 집니다. 그래서 중요한 순간에는 기록을 남기죠. 연인에게 차이고 술취해 게이라는 것이 틀킨 룸메 히사시를 위해서도 카메라를 켭니다. 마오는 절대 히사시의 비밀을 밝히지 않겠다고, 히사시는 마오를 절대 건드리지 않겠다고 말하죠. 잘생긴 날라리에서 비밀을 공유한 친구가 되었기 때문일까요? 차가운 미남은 유난히 다정해 집니다.

 

마오가 소속한 영화동아리에서 동성애 영화를 찍기로 하고, 카메라 너머로 주인공역인 히사시를 보기 시작하면서 마오는 히사시에 대한 감정을 깨닫습니다. 하지만, 그와 동시에 실연이 찾아옵니다. 히사시는 연인이 있었으니까요. 

 

카메라라는 신기한 기계예요. 카메라 앞에 서 있는 사람은 거짓과 가식을 벗고, 카메라 뒤에 서 있는 사람은 한 시도 눈을 떼지 않고 앞에 선 사람을 응시 할 수 있죠. 눈이 마주쳐 급히 피할 필요도 없고, 너무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아닐까 고민 할 필요도, 자신의 마음이 들킬까 두려워 할 필요도 없습니다. 참 사랑하기 좋은, 메신저 같은 도구죠?

 

히사시는 마오가 영화동아리에 있었기 때문에, 일상이 너무 무료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동성애를 다루고 있었기 때문에, 주인공 역할을 수락합니다. 그리고 카메라 앞에 섭니다. 진지함과는 어울리지 않는 인생이지만, 그건 진지함이 없기 때문은 아니었어요. 누구도 그에게 기회를 주지 않았죠. 당연히, 잘 놀고 가벼울거라고... 외모를 보고 판단해 버렸으니까요.

 

카메라 앞에 선 히사시는 진지해집니다. 자신을 곧게 바라보고 있는 마오의 시선을 느낍니다. 있는 그대로 함께, 공간을 내어주는 룸메이트와의 시간에서 편안함을 느낍니다. 히사시는 끌려다니는 생활을 그만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는 늘 연상의 연인과 헤어질까봐 불안했지만, 실제로 헤어지니 후련했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마오가 있는 방으로 빨리 가고 싶어졌죠. 그리고 그날 마오는 히사시에게 고백합니다.

 

영화가 끝나고 히사시는 연극부로 들어갑니다. 본격적으로 연극을 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물론, 히사시의 옆에는 자신을 응원해주는 마오가 있죠. 영화같다. 두 사람에게 영화같다는 것은 너무 행복한 순간의 다른 표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전에 친구와 여행을 갔는데, 쌍무지개가 평원 끝과 끝을 널뛰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보는 풍경, 제 친구는 '사진을 찍어야겠어!'라고 핸드폰을 찾길래, 순간 울컥한 마음에 '눈에 담아!'라고 화를 냈죠. 이렇게 아름다운 광경을 작은 렌즈을 통해서만 보겠다는 것이 답답했는데... 어쩌면, 제 친구가 남기고 싶었던 것은 단순히 잘 찍은 사진 한 장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드네요.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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