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모드

출간일: 2020.09.01

분량: 본편 4권

 

 

 

 

 

 

 

 

 

 

 

 

 

 

point 1 책갈피

 

 

"잘못 판단하고, 다른 이들과 다른 생각을 해도 괜찮다."

 

"......"

 

"네 삶을 가진 내가 네 모든 생각과 행동을 이상하다 생각하지 않아. 그러니 이대로도 괜찮다. 억지로 바꾸려 할 필요 없다."

 

"폐하를, 화나게 할지도 모릅니다. 이번처럼......"

 

"혼이 나고 잘못된 행동이라 배우면 돼. 그리고 용서받으면 된다."

 

어둠 속에서 그의 목소리가 가까이 다가왔다.

 

 

 

point 2 줄거리

 

 

기: 수리엘 테이터는 ESP 98% 제국 2위의 에스퍼로 결정되자 훈련소로 강제 차출 된다. 그리고, 그곳 교관에게 학대를 받고, 명문가의 귀염둥이로 사랑받던 수리엘은 감정을 잃고 황가의 충성을 세뇌 당하게 된다. 다행히 유지니아 황태자로부터 구출되지만, 수리엘의 세뇌는 치료 되지 못했고 때때로 폭주하는 불안정한 정서상태를 가진다.

 

승: 그런 수리엘을, 테이터가 사람들은 망가졌다고 동정하고, 동생 테이터은 독점적 관심을 받는 형을 시기한다. 하지만, 유지니아는 그런 수리엘의 세뇌가 싫지만은 않았다. 황가의 충성을 세뇌당한 수리엘에게 자신은 절대자 였고, 자신은 그저 늦된 수리엘을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수리엘은 유지니아의 비호아래 제국과 황궁 생활에 적응해간다. 그러던 중 테이터가 사람들의 쓸데없는 오지랖에 의해 수리엘은 클럽에 가서 헌팅을 하다 유지니아에게 들킨다.

 

전: 수리엘이 자신의 연심을 알길 기다렸던 유지니아는 분노하고 수리엘을 겁탈한다. 그 후 한결 같은 충성심으로 잘못을 비는 수리엘에게 연인의 사랑을 알려주려고 노력한다. 그러나 수리엘 그런 유지니아에게 애정을 느끼려 하며, 극심한 두통을 겪는다. 그리고 10일 간의 북부 별장 휴가에게 두 사람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고 꿈같은 시간을 보낸다. 제국으로 돌아오는 길, 유지니아의 황후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수리엘은 돌연 자살을 시도한다.

 

결: 황궁에 와서도 수리엘의 자살시도는 멈추지 않았다. 유지니아는 달래고, 화내고, 구속하고, 감시를 붙히고 모든 방법을 썼지만 제국2위 에스퍼를 막긴 힘들었다. 그러던 중 유지니아는 수리엘을 죽이려는 것이 '유지니아를 사랑하는 것을 황가의 결함'이라고 판단한 수리엘의 세뇌인 것을 알게 된다. 유지니아의 기지를 활용하여, 수리엘은 세뇌에서 벗어나고, 다시 해맑은 장난꾸러기가 되어 유지니아와 행복하게 산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살고 싶다.

 

 

모아이 님의 신작이 나왔습니다. 마침 이때 입원을 해서, 저는 병실에서 신작을 봤죠. 항생제로 몽롱한 와중에도, 모아이님 답지 않게 다크다크한 스토리에 빠져 봤습니다. '기믹'이나 '도원'에서 볼 수 있었던, 따뜻한 시선과 퐁실퐁실한 러브라인이 없었던 점은 아쉽긴 하지만, '세뇌'와 '자살'이라는 키워드 흡입력이 또... 병실의 밤을 지켜주었기에 모아이님을 사랑합니다. 그래도 은근 울보들을 기다렸기에, 혹시 놓친 울보 있나 다 읽고 바로 다시 재탕하긴 했습니다. 없더군요. 모아이 님이 '로맨틱 캡틴 달링'으로 울보들 몰이를 하셨나봅니다. ㅠ.ㅜ

 

'노블레스 오블리주'... 현실에서도 스스로 하는 경우는 없죠. 소설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황가와 척을 지는 귀족 대표 가문 테이더가, 이 둘은 서로를 배척하기 위해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이용하죠. 처음 희생량은 황가였습니다. ESP 94%로 판명 된 황태자가 군대로 차출됩니다. 그 후에, 보란듯이 테이더가에서 ESP 98%가 나오죠. 울며 불며 가기 싫다는, 곱게 키운 셋째를 군대에 빼앗겨 버립니다. 물론, 수리엘이 에스퍼에게 열등감을 느껴 폭력을 휘두르는 교관을 만난건 불행이었지만, 어떻게든 수리엘의 비극이 피하기 어려웠을 거예요. 황태자로 교육받고 자란 유지니아와 교육은 전혀 받지 않고 애정만 받고 자란 수리엘이 받아 드릴 수 있는 세계의 깊이는 달랐을 테닌까요.

 

수리엘은 살기 위해 매일 세뇌 영상을 봅니다. 그곳에서 단 5분 나오는 유지니아를 보며, 그 힘으로 살아보려고 하죠. 하지만, 이런 노력은 결국 수리엘 안에 '세뇌'라는 자아를 만듭니다. 역설적이게도, 살기 위해 만들어진 자아가, 수리엘을 살 수 없게 만들어요.

 

유지니아에게 수리엘의 세뇌는 호재였을 겁니다. 자신보다 높은 ESP를 가진, 자신에게 조용한 세상을 줄 수 있는 존재, 아주 어렸던 수리엘은 그랬습니다. 하지만, 나중에는 꼭 수리엘이여야 하는, 꼭 나의 것이여야만 하는 소유욕으로 발전하죠. 이때까지만 해도 '황가의 충성'이라는 세뇌는 유용했습니다. 심지어, 가족과 1시단 파트너, 상관 누구도 유지니아보다 수리엘에게 우선순위를 갖지 못했으니까요. 저 둔하고, 눈치 없는 군인이 답을 찾기를 기다리기만 하면 되죠. 전혀 위험요소가 없는 인내였습니다.

 

하지만, 유지니아가 수리엘과 연애가 하고 싶어지고, 수리엘이 유지니아에게 특별한 존재가 되고 싶어지면서 양상은 돌변합니다. 수리엘의 세뇌는 수리엘을 제거하려고 합니다. 황가의 번영과 황후가 누려야 할 애정을 가진 수리엘과 수리엘의 욕심이, 황가의 결함이 된다고 생각하죠. 처음 수리엘이 자살을 시도했을 때 유지니아는 분노하고, 수리엘을 닥달합니다. 하지만, 수리엘의 세뇌와 충돌하면서도 수리엘이 살아 있을 수 있었던 것은, 그 세뇌와 맞서 살려고 노력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요.

 

살고 싶은 수리엘, 사랑하고 싶은 두사람, 유지니아는 수리엘은 한시도 떼놓지 않습니다. 황제인 자신을 세뇌가 해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해서죠. 하지만, 수니엘은 점점 자아를 가지고 ESP를 다루기 시작한 '세뇌'를 막지 못 할거라고 생각합니다. 수리엘은 유니지아를 만나 얼마나 행복했는지, 죽어서도 꼭 도움이 되고 싶다고, 죽음을 준비하는 말들을 합니다. 그러다 유지니아는 총으로 자신의 머리를 겨둔 수리엘을 봅니다. 애처롭게 살려달라고 말하면서, 트리거를 당기는 모습을요.

 

그 모습은 유지니아에게 탈출구를 보여줍니다. 유지니아는 자신의 자살을 위장해서, 수리엘을 폭주시킵니다. 급격하게 떨어진 수리엘의 ESP보다 자신의 ESP가 높아 진 순간, 유지니아는 수리엘의 기억으로 들어갑니다. 그리고 세뇌가 발생했던, 그 시절의 기억을 지워버립니다. 유지니아의 모험은 성공하고, 수리엘은 세뇌는 없어지죠.

 

신파를 만드는 클리셰 중 하나가 '시한부'클리셰입니다. 나의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아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당연히, 모든걸 다해 열심히 사랑 할 것입니다. 정해진 죽음 뒤에도 후회함이 없도록... 그렇다면, 나의 존재가 나의 사랑하는 사람의 수명을 단축시킨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글쎄요. 

 

저는 혹시라도 유지니아가 수리엘은 테이더가로 보내고, 자신은 황후를 맞이한 채, 평범한 군신관계로 남을까봐 정말 두근반 세근반 하면서 봤습니다. 막 등극한 황제가, 늘 수리엘을 안고 다니기에는 한계가 있었고, 수리엘의 세뇌를 생각보다 쎈놈이었죠. 이건 쉽게 생각 할 수 있는 깔끔한 해결책일 테닌까요.

 

하지만, 유지니아와 수리엘도... 죽을지언정 누구도 그 선택지를 고려조차 하지 않습니다. 유지니아에게 수리엘 없는 삶도, 수리엘에게 유지니아 없는 삶고 '살아 있다.'고 말 할 수 있는 삶이 있을리 없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흔히 '이겨낸다.'라는 말을 합니다. 어떤 문제가 있거나 힘든 사건에 직면 할 때, 이겨내라고 합니다. 그런데, 저는 그말을 들을 때마다 무엇을 이겨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살고 싶다. 너랑 같이 살고 싶다. 잘 살고 싶다. 사는 것 처럼 살고 싶다. 살아 있는 것 처럼 살고 싶다.

 

그저 사는 것 만으로도 용량초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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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도서출판 수려한

출간일: 2017.01.18

분량: 본편 2권 + 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너랑 있으면 괜찮아."

 

그렇게 중얼거리며 강주가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 미소가 몹시 잔약했다. 태범은 가슴이 아르르해 참지 못하고 그를 끌어 안았다. 강주는 피하지 않고 품에 안겼다. 아니, 오히려 기다렸다는 듯 자진해서 안겨왔다. 어깨에 텃을 받친 패 등을 끌어 안은 강주가 속닥였다.

 

"나는 너밖에 안돼. 이태범"

 

태범은 강주가 제 손에 떨어 졌음을 확실하게 인식했다. 드디어 서장주 안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point 2 줄거리

 

 

기:이태범과 서강주는 연인이다. 하지만, 서강주는 이태범이 사장인 카페와 집의 범주 내 허락 된 사람만을 만날 수 있다. 카페에 정해진 자리에 앉아 CCTV로 이태범에 감시당하며, 집 현관 개폐시 이태범에게 문자가 발송 된다. 모든 생활이 이태범에게 통제 되는 비정상적인 관계, 어느날 이태범은 부모님과 함께 살던 집을 나와 서강주와 함께 살겠다고 한다. 그리고 서강주는 이별을 준비한다.

 

승:이태범과 서강주는 옆 집에 살았었다. 5살 많은 친절한 형과 함께 공부하면서, 숨막히는 어머님의 집착으로부터 탈출구 같았던 서강주를 19살 이태범은 사랑하게 된다. 어느날 서강주의 어머니는 칼에 찔려 잔인하게 죽고, 이를 발견한 서강주는 극심한 트라우마를 겪는다. 혼자서 생활 할 수 없게 된 서강주를 이태범은 돌본다. 둘의 비정상적 관계를 우려한 태범의 아버지는 이태범을 유학보내고 서강주를 돌봐주겠다고 약속 한다.

 

전:10년 뒤 한국으로 돌아온 태범은 서강주에게 집착했다. 태범의 어머니는 그런 태범의 비정상적 집착을 강주의 탓으로 돌리며 헤어지기를 종용한다. 강주는 자신만 없어지만 태범이 정상적이 될 것이라 생각하고, 어느날 잠든 태범을 떠나려 계획한다. 하지만, 발각되고 감금 및 구속 당한다. 강주의 행동이 어머니의 사주였다는 것을 알게 된 태범은 절연을 선언하고, 이에 분노한 어머니는 강주의 집으로 쳐들어와 강주의 트라우마를 자극한다.

 

결:그 사건으로 발작을 일으킨 강주는 이사를 하고 태범과 함께 살게 된다. 어느날 이태범에게 서강주의 친구이자 작가인 이지영이 찾아온다. 과거 서강주를 감금한 이력이 있는 이태범에게 연락이 안 되는 서강주를 보여달라고 요청한다. 서강주와 이태범을 다룬 신작을 보여주며, 이태범이 없이도 서강주가 인간처럼 살 수 있도록 자신이 도와주겠다고 한다. 하지만, 서강주는 이지영이 아닌 이태범을 선택한다. 서강주와 이태범은 부부가 되기로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정상과 비정상

 

 

ISUE 작가님 작품 공들은 강하죠. 그런데 묘~하게 피폐하다는 느낌은 들지 않습니다. 공들이 강압적으로 수를 다루를 경향이 많음에도, 감정적 강자라는 생각이 잘 들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다른 점이라면...중도가 없다는 점입니다. 모호성을 가지고 있는, 다중적 복층적 인물이 없어요. 그래서, ISUE님의 글을 읽으면 정확히 '한'포인트에 집중하게 됩니다. 저는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소설 후반 '작가의 말'에 '서강주를 위해 사는 이태범, 이태범 때문에 사는 서강주'에 대한 이야기가 잘 쓰여 있어서, 저는 오늘 '정상'과 '비정상'에 대해서 이야기 해 볼까 합니다.

 

이태범과 서강주 사이에는 갈등이 없습니다. 이태범은 서강주를 통제하고 싶어하고, 서강주는 이태범이 통제하는 생활을 싫어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휴지 한 번 떨어진 적 없는 부족함 없는 생활이, 이태범의 노력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이건 과거 감금의 경험을 통해서 익숙해 진 것일 수 있겠지만, 그때 조차도 서강주는 이태범을 붙잡았었죠.

 

이태범과 서강주가 겪는 갈등은, 그들을 '비정상'이라 부르는 '정상'인 사람들로 인해 발생합니다. 그들은 애정이라는 반박을 거부하는 근거로, 두 사람이 헤어져야 정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인간적인 삶이라고요.

 

이태범의 어머니, 아버지, 서강주의 친구 이지영 작가가 '정상'적인 사람들로 나오죠. 그런데, 이 사람들... 정말 '정상'이 맞나요?

 

이태범의 어머니는 외아들에 대한 애정이 지독했죠. 그래서 이태범은 숨이 막혔고, 서강주에게로 도망쳤습니다. 서강주가 끔찍한 사건을 겪고 혼자서 살 수 없는 상태가 된 후로는, 탈출구에서 살아야 할 이유가 됩니다. 하지만, 19살의 이태범은 힘이 없었고, 서강주에게 먹이는 라면 한 봉지 조차 부모의 돈으로 사야만 했죠. 그래서, 이태범은 힘을 길러야 겠다고 생각합니다.

 

이태범의 어머니는 SKY를 갈 거라고 의심하지 않았던 아들이 서강주에게 벗어나지 못하는 현실을 받아 드리지 못합니다. 서강주가 겪고 있는 비극은 조금도 신경을 쓰지 않아요. 이태범이 서강주를 감금했을 때 역시, 서강주에게 이태범을 떠나라고, 너의 존재가 태범을 비정상으로 만든다고 비난하죠. 서강주는 그런 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합니다. 그래서, 이태범이 들어 올때까지 기다리는 어머니를 생각해서, 이태범을 통금 전에 돌려보냅니다. 그렇게라도 이별을, 정확히는 이태범의 어머니가 강요하고 자신은 거부권이 없는 이별을 유예하고 싶어하죠.

 

그리고 어머니는 결국 헤어지지 않은 서강주에게 분개합니다. 그리고 이태범을 정신병원에 보내려고 하죠. 아버지의 서명까지 위조해서 간호조무사와 함께 서강주의 집에 쳐들어가요. 그리고, 붉은색 트라우마를 가지고 있는 강주의 몸 위로 선지를 부어요. 이 분의 애정은 정상인가요?

 

이태범의 아버지는 아내의 이러한 집착을 압니다. 그리고 이태범이 서강주에게 가지고 있는 집착은 아내와 같다는 것도 알죠. 그래서 오히려 서강주를 걱정합니다. 이태범 옆에서 말라가고 있는 서강주에게 모질게 헤어지라고 종용합니다. 하지만, 아내도, 아들도, 서강주도 어느 누구의 행동도 막지 못합니다. 그러면서 방관자의 입장으로 있지도 않아요. 발은 안담드고 발가락만 담근 형상이랄까요.

 

아내의 집착에 아들이 희생 되고, 집착에 길들여져 본인도 그렇게 집착하기 시작하고 있을 때, 그의 아버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요? 아내로 부터 아들을 구해주지도, 격리하지도 않았죠. 역시, 서강주를 이태범의 감금으로부터 구출하지도 돌보지도 않습니다. 그저 과거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서강주에게 최소한의 치료와 생활을 도와 주었죠. 그럼 이 분의 행동은 정상인가요?

 

이지영은 이태범에게 '너는 서강주를 망치는 사람, 나는 서강주를 진심으로 위하는 사람' 처럼 말합니다. 그리고, 이태범이 미국에 있던 시절 서강주가 썼던 에세이들을 출판하겠다고 말하죠. 이것이 작가로서, 이태범 없이 살 수 있는 독립된 개체로서 서강주를 살게 할거라고요.

 

하지만 서강주는 이태범이 없으면 살 수 없습니다. 이태범이 없었던 10년은, 이태범을 만나기 위한 10년이었죠. 이태범과 함께 있진 않았지만, 역시 이태범 때문에 살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그 시간은 서강주에게는 한 여름을 살기 위해, 질척한 지하에서 인고의 시간을 감내하는 매미처럼, 그저 견뎌내고 참아야만 했던 고통의 시간이었죠. 이지영이 가지고 있는 서강주의 에세이는, 서강주의 생채기였어요. 먹으면 독이 될 약초를 권하는 이 사람은, 정말 서강주를 정상적으로 위하고 있는게 맞나요?

 

비정상은 그 자체를 정의 할 수 없습니다. 그냥 정상이 아닌 것이죠. 이태범과 서강주는 분명히 정상외의 범주에 있을 겁니다.

 

다만, 제가 누구도 정상외의 범주에 있는 사람을 비난 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누구도 '정상의 범주'에 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혹은 '정상'이 무엇인지 모르거나 아예 고민해보지 않은 사람 일 수도 있겠죠.

 

사회나 조직은 기준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정상'도 존재합니다. 하지만 사람이 기준이 필요한가요? 암묵적 '예'가 맞겠죠. 우리는 자연스럽게 누군가를 보고 '비정상'을 떠올릴 수 있으니까요. 그래서 공식적 '아니오'가 되기 위해, 아주 많은 사람들이 노력하고 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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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

출판사: 연필

출간일: 2020.02.19

분량: 본편 1권

 

 

 

 

 

 

 

 

 

 

 

 

 

 point 1 책갈피

 

 

뒤로는 빽빽한 산림과 앞에는 축축한 물안개가 올라오는 호수 사이에 숨겨진 별장만은 성도와 우진의 것이다. 이 눈 덮인 아름다운 소돔성은 이제 온전히 둘만의 요람이었다.

 

 

 

point 2 줄거리

 

 

기: 주양기업 후계자 이성도의 숨겨진 애인 여우진, 그는 이성도의 결혼 소식을 듣고 헤어지자고 한다. 하지만, 이성도는 결혼은 사업의 일환 일뿐이라며 도망친 여우진을 성남 별장으로 데려 온다. 이성도는 자신의 결혼을 받아드리지 못하는 여우진을 이해하지 못하고, 여우진은 자신에게 집착이 심해지는 이성도에게서 다시 도망 칠 것을 결심한다.

 

승: 탈출에 성공한 여우진은 중국으로 밀항을 준비한다. 그리고, 중국발 배에 탑승하지만 곧 이상한 분위기를 감지한다. 여우진 앞에 나타난 이승도는 그를 회색방에 감금한다. 창도 없고 샤워조차 불가능한, 시간마다 식사만 배식되는 공간에서도 여우진은 이성도에게 계속 헤어져 달라고 요청하고 거부당한다. 여우진은 고열로 쓰러진다.

 

전: 눈을 뜬 여우진은 병원은 침상에 누워있었다. 여우진은 극도의 스트레스로 생기를 잃고 병들어 간다. 어머니 기일, 납골당으로 향하던 여우진은 불현듯 성남 별장으로 뛰쳐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신이 아끼던 강아지가 출산을 하다가 죽고, 친구가 행방불명이 되었다는 사실을 안다. 모두 이성도가 자신에게 잘 있다고 거짓말 했던 대상들이었다. 여우진은 이성도에게 결혼을 하지 말라고 애원하지만 거절 당한다.

 

결: 이성도의 결혼식 전 날 여우진은 집에 가고 싶다고 말한다. 오랜만에 밝은 목소리로 전화한 여우진과 평화로운 대화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이성도는 허락 한다. 그리고, 이성도의 결혼식 당일, 여우진은 자살시도 한다. 그 소식을 들은 이성도는 병원으로 가서 의식을 잃은 여우진을 본다. 이성도는 깨어나지 않은 여우진을 보며 자신이 잃은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된다. 이성도는 여우진이 가는 곳이 어디든 따라 갈 준비를 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너희 가운데 죄없는 자가 먼저 돌을 던져라

 

 

소돔성을 리뷰하는 날이 오다니... 정말 감개무량 합니다. 소돔성은... 정말 수작입니다. Dips님은 소돔성 이전에 '검은왈츠' 를 쓰셨는데, 두 책은... 음... 영혼의 쌍둥이 같은 책입니다.(갑자기 장량님 생각나네요..^^:::)

 

두 작품 속 재벌의 정부는 그 절대자에게 독점적이고 절대적인 애정을 받습니다. 하지만, 그 재벌에게 결혼은 사업이고, 정부는 결코 배우자가 되지 못하죠. 이에 괴로워 하고 무너져 가는 정부는 이해 받지 못하고, 도망수 루트를 밟습니다. 네 위치에서 감내하고 버티면 보상해주겠다는 재벌과 떠나겠다는 정부의 갈등이라는 점에서 유사하죠.

 

'검은 왈츠'를 읽었을 때 저의 감회를 말하자면... 설정이 과도한데 비해 디테일이 부족하고, 감정과잉과 전개 개연성 부족이 보이는 아쉬운 작품! 그래도 이러한 클리셰를 읽고 싶다면, 나쁘지 않은 작품! 정도 였습니다.

 

그런데 '검은 왈츠' 이후 5년이라는 시간 동안 도대체 Dips님께 무슨 일이 있었던 건지... 독자로서 작가의 성장을 함께 하는 일이 드문건 아니지만, 이렇게 한 작가의, 유사 플롯의, 통시적 성장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매우 감동적이었습니다.

 

요약하자면, 베리 귯!이라는 것... 현재 연재 중인 '캠퍼스 트립'도 정말 재미있지만, 그래도 저에겐 소돔성이 쌍따봉입니다.

 

구약성서에 나오는 '소돔'은 사해 근처 골짜기에 있는 장소라고 합니다. 타락하고 부패한 도시라 신이 멸망 시켰다고 하죠. 흔히 동성애를 이야기 할 때 '소돔'이 많이 나오는 건, 신이 유황불에 태워 죽인 '타락' 중에 동성애가 포함된다고 해석하기 때문이죠. 이번 이태원 발 코로나 사태 때, 모 정치인이 이태원을 21세기 '소돔'으로 표현해서....ㅡ_ㅡ:::: 경악했다는 것은 여담입니다.

 

소돔은 은밀하고 격리되어 있는 장소에서 짓는 죄의 상징이자, 그에 대한 신의 심판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소돔에서 짓는 죄는 '타락'입니다. 

 

이성도의 죄는 형의 연인을 탐낸 죄입니다. 여우진은 외도만 하는 아버지를 평생 기다리며, 가난하게 살았던 어머니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절대 그런 바보같은 순애보를 갖지 않겠노라 생각하고 속물이 되죠. 그래서 몸이 약하고 사회성이 없는, 주양기업 회장의 혼외자 이현도를 꼬십니다. 하지만 적당히 돈을 챙기고 헤어지려던 여우진의 계획은 성공하지 못합니다. 이현도는 여우진을 너무 사랑했죠. 여우진은 미국에 갔지만 유학자금은 받지 못했고, 이현도는 자살합니다. 

 

고등학교 때 여우진을 처음 본 이성도는 첫눈에 반해요. 하지만, 자신의 잇속을 위해 이현도를 이용하는 여우진을 두고보고, 이현도에 자살 후엔 관련된 여우진의 흔적을 지우고, 여우진을 찾아 미국에 갑니다. 그리고 미국에서 만난 여우진에게 금전적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여우진이 오로지 자신으로만 만족 할 수 있도록 말이예요.

 

여우진의 죄는 남의 남자를 탐낸 죄입니다. 이 소설은 '이성도의 결혼'부터 시작합니다. 이성도의 결혼 문제가 있기 전에 둘은 행복한 연인이었고, 성남 별장도 소돔성이 아니었을 거예요. 

 

여우진의 불행한 가정사가 이성도에게 호재 일 때도 있었습니다. 여우진에게 사랑 받기 위해서는 '돈'이 필요 했고, 그건 자신에게 너무 쉬운 일이었을 테닌까요. 하지만, 결혼을 선택한 순간부터는 악재가 됩니다. 여우진은 평생 오지 않는 남자를 기다리던 어머니와 같은 삶을 살지 않겠노라 내내 맹세 해 왔을 테닌까요. 여우진은 도망칩니다. 그건 이성도로부터의 도망이기도 하고, 어머니와 닮아 있는 자신의 운명으로부터 이기도 할 거예요. 

 

하지만, 결국 자신도 어머니와 같다는 것을 알게 되죠. 어머니의 발목을 잡은 아버지에 대한 애정처럼 자신도 이성도를 사랑하고 있었으닌까요. 자신도 다른 여자에게 가는 이성도에게 애절하게 비는 것 밖에 할 수 없었고, 자신을 상처 입히는 사람을 사랑 할 수 밖에 없음을 알죠. 그래서 성남 별장으로 돌아옵니다.

 

여우진은 이 곳에 이성도의 가족이 함께 있는 미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곳에 자신은 없죠. 여우진은 자신의 죽음으로 그 미래를 내쫒으려고 합니다.  그러면 이 곳은 이성도를 사랑해 자살한, 그의 부정한 정부가 있었던 장소가 될 테닌까요. 이성도도, 이성도의 아내도, 그의 아이도 오지 않을 겁니다. 오로지 자신과 그가 사랑했던 기억만 남아 있을 거예요.

 

요한 복음에 간음한 여자이야기가 나옵니다. 율법에 따라 그 여자를 돌을 던져 죽여야 한다는 사람들 사이에서 예수는 말하죠. "너희 가운데 죄 없는 자가 먼저 저 여자에게 돌을 던져라."

 

누가 이들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요? 정당한 이승도의 반려인 전략적 약혼녀가 던져야 하나요? 여우진에게 상처 받아 자살한 이현도가 던져야 하나요? 

 

소돔성은 열린 결말 작품입니다. 하지만, 여우진이 살아 있음을 암시하긴 하죠. 이성도와 의사의 대화로 추측을 해보건데 아마도 여우진은 기억을 잃거나 정상적인 사고를 할 수 없는 상태로 깨어 날 듯 합니다. 결혼하지 못한 이성도와 온전하지 않은 여우진... 소돔과 고모라를 휩쓴 불바다처럼 이들의 상실도 신의 심판일까요? 

 

물론, SNS를 통해서 작가님이 소돔성에 외전이나 2부는 없을거라도 답변하셨죠. 하지만 꿈을 꿀 수 있잖아요. 부디... 소돔성 외전이 나오기를... 작가님 블로그에 여우진 IF 임신 에피소드 뒷 이야기도 마무리 될 수 있기를... 작가님... 쓰고 계신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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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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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하인드

출간일: 2016.10.31

분량: 본편 3권 + 외전 2권

 

 

 

 

 

 

 

 

 

 

 

 point 1 책갈피

 

 

"걱정하지마. 무서워 할 거 없어. 우리 엄마는 등대야. 우리가 죽음의 강에 빠지기 직전에 빛을 밝혀주는 존재야."

 

 

 

point 2 줄거리

 

 

기: 짐승의 피를 타고난 이들에게 '힐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등대'가 멸종하고, 제왕의 피를 타고난 강한 짐승들은 성체가 되기 전에 죽었다. 드물게 제왕의 피를 타고난 태국영과 멸종한 줄 알았던 등대 이승도의 만남은 고립된 생체실험실에서 이루어졌다. 5살 어린 짐승과 16살 엄마를 잃은 등대는 13년간 오로지 둘 뿐인 세상에 갖혀 살았다. 그리고 태국영이 17세 되던 해, 발정기를 견디지 못한 태국영은 이승도를 겁탈하고 그 사건으로 이승도는 아들 태이경을 낳는다.

 

승: 태국영은 성체가 되자마자 자신들을 가둔 일족을 도륙하고 등대를 모욕한 윤가 역시 멸문시킨다. 하지만, 트라우마가 심한 이승도는 태국영을 떠나 수의사가 되어 홀로 산다. 그러던 어느날 제왕의 피를 타고난 여은태는 집에서 도망쳐 이승도의 집으로 숨어든다. 우연히 들어간 그곳에서 여은태는 등대를 만나고, 어린 태국영을 떠올린 이승도는 여은태를 사랑으로 키운다. 그리고 상처를 조금 씩 극복한 이승도는 태국영과 태이경에게 다가간다.

 

전: 행복한 가정 생활을 하고 있던 중, 매춘을 가업으로 하는 최가에서 등대로 매춘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종주 여군호에게 알려진다. 여군호는 종주 은퇴 전 여가의 불순물들을 제거하고 최가의 멸문시키기 위해 태국영을 끌어 들이고, 이 과정에서 이승도와 태이경은 휘말리게 된다. 태국영은 여군호의 말이 된 것을 알면서도, 종주후보가 된 다른 가문들과 종주후보 사퇴를 조건으로 협력하여 관련된 여가 일당과 최가를 도륙한다.

 

결: 태국영에 의해 멸문 당한 윤가의 생존자 윤봄은, 사건이 일단락 되어 안심한 찰나를 노려 이승도를 찌른다. 숨쉬지 않는 이승도를 안고, 모든걸 잃어버린 태국영은 폭주한다. 그때, 제왕의 피를 타고난 이승도의 뱃속 태아가 모체를 살리려한다. 태이경은 뱃 속 동생에게 엄마를 살릴 방법을 알려준다. 다시 숨쉬기 시작한 이승도는 태국영을 부른다. 모든 것을 되 찾은 태국영은 이승도와 함께 집으로 돌아간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미숙한 가해자

 

 

BL도 트렌드가 있어서 특정 클리셰가 독점적 포지션을 취하기도 합니다. 한때는 오메가 버스가, 환생물과 빙의물이, 피폐물과 강공 광공의 시절도 있었죠. 요즘은 애매한 것 같아요. 두루두루의 시절 같습니다. 

 

지금이라면 오메가버스도 익숙하고 왠만큼 미치지 않고서 찐광공이 되기도 힘들지만, 광야가 나올 때는 등대가 임신을 하고 강간한 가해자와 함께 사는 것이 많이 불편했던 것 같습니다. 발매 당시에는 유교 공자님들이 많이 등장을 하시죠. 이게 왜 BL이냐, 가해자 두둔 심하다... 이런 평이 공감을 많이 얻었습니다.

 

BL을 읽으면서 '난 윤리적(?)이지 않다.'는 자아발견을 한 저로서는, 광야는 인생작 중 하나입니다. 물론, 저에게도 지뢰는 있습니다. 눈 먼 애정에 무엇이 사랑인지도 모르고 상처입히기 바뻤던 공이 갑자기 환골탈퇴한 캐붕을 보면... 속이 좀 안좋아요. 후회공은 참 잘쓰기 어려운 캐릭터죠. 열심히 사랑 할 때도 절대 알 수 없던 것이 '돈오'처럼 깨달을 수 있다니... 사람은 변하기 어렵고, 깨달음은 지켜가기가 힘들죠. 그런면에서, 광야는 정말 잘 쓰여진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태국영은 5살, 승도를 본 순간부터 오로지 승도가 행복하게 사는 것만이 유일한 꿈이었습니다. 하지만, 태국영은 첫 만남부터 계속 승도에게 가해자였죠. 어린 짐승 태국영은 승도의 어머니를 뭅니다. 치료하면 충분히 살 수 있었지만, 당시 태가의 가주는 치료를 해주지 않고, 승도의 어머니는 죽습니다. 어렸던 승도는 어머니의 죽음을 보고, 그 원인이 된 태국영과 밀실에 갖히게 됩니다. 서로가 도망 칠 수 없는 공간, 승도가 유일하게 할 수 있는 원망이란 외면 뿐이었죠. 

 

타인을 대하는 법도, 자신의 느끼는 감정이 무엇인지도 배우지 못했던 태국영은 그런 승도를 물고, 올라타고, 할퀴죠. 그리고 보름이 되어 몸이 뒤틀리고 아플 때, 자신을 외면하지 못하는 승도를 보며 안도합니다. 발정기 때도 괴로워 하는 태국영을 방치하지 못했던 이승도는 섣불리 다가가고 불행한 사태를 겪습니다. 승도에게도 이 위험한 짐승을 어떻게 대해야 한다는 것에 대해 아무도 알려 준 적이 없었으닌까요. 이런 비극 중 아이가 태어나고, 이승도는 그 아이보는 것을 두려워 합니다. 

 

성체가 되어 승도의 복수를 한 태국영은, 자신이 상처입힌 이승도를 잡지 못해요. 태이경은 엄마를 그리워 하면서도 엄마와 살지 못하죠.

 

위기라는 동전의 뒷면은 기회라고 하던가요. 제왕의 피를 타고한 여은태의 등장이 그렇습니다. 집 안의 감금과 고문을 견디지 못하고 뛰쳐 나온 은태는, 끌리는듯 등대가 있는 집을 찾습니다. 그리고 이승도는 그 가련한 짐승을 어른의 눈이 되어 봅니다. 미숙했던 자신과, 서툴렀던 태국영이 아니라, 불혹이 다가오는 어른과 12살의 어린 짐승으로서 은태의 현실을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어린 태국영이 자신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며 살아 왔는지, 그 외면했던 진심을 직시하게 되죠.

 

이승도는 태국영을 용서하려 하지만, 태국영은 용서를 구하지 않습니다. 이승도가 아이들과 태국영을 통해 행복을 느끼는 동안에도, 태국영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피해자가 관대해 졌다고 해도 죄는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는 유모의 대사처럼, 태국영은 그 오만함과 더티토크로 보여지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다가도 '그 날'에 대해서는 고개숙인 가해자가 되죠.

 

'광야'는 볼모지 입니다. 하지만, 많은 시와 소설들은 그 광야로 나아가자고 말합니다. 그 황량한 땅에서 피어난 생명을 보고 희망을 얻기 위해서 일 겁니다. 짐승의 말을 들을 수 있고, 감화 할 수 있고, 보름이 되어 아픈 몸이 낮게 해 줄 수 있는 존재... 저는 엘프 힐러가 유독 생각이 많이났습니다. 하지만, 이승도와 같은 존재는 그런 풍요롭게 평화로운 존재 일 수 없었죠. 태국영이 광야였기 때문에, 이승도는 등대여야만 했습니다. 짝이라는 것이 그러하듯 말입니다.

Posted by 진지한Bgarden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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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비욘드

출간일: 2019.11.19

분량: 본편 4권+외전 1권

 

 

 

 

 

 

 

 

 

 

 

point 1 책갈피

 

 

"아..., 음, 이 기사를 쓰면서...어떻게 보면 제가 몸 담고 있는 이 업계의 한 측면에 대한 말을 얹는다는 게 굉장히 부담스럽고... 또 겁이 나고, 또 혹여 몇 년 후, 이 기사가 나에게 고스란히 돌아오는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어, 어쩌면 제가 기자로서 가져야 할 융통성이라거나... 인간에 대한 어떤... 이해가 많이 부족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그런 고민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어... 사실 언론계에 막 들어올 때부터 했던 고민이지만, 그 고민에 대한 답은... 여전히 제대로 찾지 못한 것 같습니다."

 

 

 

point 2 줄거리

 

 

기: 게이 신규호는 동아리에 새로 입부한, 생긴 건 정말 내 타입인 서윤건을 본다. 노멀은 건드리지 않는 고로, 신경쓰지 않으려 했지만, 윤건은 목석보다 딱딱한 태도로 욱하는 회장을 건드린다. 친구인 회장과 신입부원 사이에 튀는 스파크를 진정시킨다고 오지랖을 떨어 보았지만, 결국 신입부원 전체가 봉기하는 초유의 갈등 폭파 사태를 거드는 꼴이 됐다.

 

승: 서윤건은 신규호가 자신에게 수작질을 건다고 노골적으로 비난하고, 이에 빡친 신규호는 온갖 정성을 다해 진짜 '수작질'을 걸며 서윤건을 괴롭힌다. 결국 사과아닌 사과를 받아내고 봉합하려는 찰나, 신규호는 앱을 통해 파트너를 찾는 장면을 들킨다. 아웃팅과 함께 이상하게 꼬인 윤건의 도발에, 서로 좋아하지 않고 질척거리지 않는 깔끔하고 뒤끝 없는 섹파가 된다.

 

전: 그저 오지랖 싸이코라고 생각했던 규호를 서서히 자기사람으로 생각하기 시작한 윤건은, 섹파가 아닌 친구가 되자고 제안한다. 일시적인 관계가 아니라 오래 함께 가는 관계를 원했지만, 규호는 윤건을 좋아한다며 섹파도 친구도 될 수 없다고 한다. 한편, 신문사 인턴으로 합격한 규호는 예상과 다르게 부패한 업계의 단면을 마주하고 갈등한다. 신념을 꺽지못한 규호는 인턴에서 잘린다.

 

결: 윤건은 규호와 연락이 닿지 않는 동안, 자신에게 규호가 친구 이상이었음을 알게 된다. 윤건은 규호의 절친 문강과 함께 규호가 내지 못한 폭행 기사를 내고, 규호는 신문사에서 알게 된 기자의 제안으로 다른 신문사에 입사하게 된다. 규호는 윤건과 반 부부가 되어 함께 산다. 늦게 배운 도둑질이 무섭다고, 윤건은 완벽한 의처(?)증 환자가 된다.

 

 

 

point 3 진지충의 Review: 고문관

 

 

습관적으로 핸드폰을 보는 사람이 있듯, 저는 공백이 생기면 문자를 읽는 버릇이 있다보니, 동시에 여러 책을 읽기도 합니다. 그래도, 딱히 집중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라 책 표지를 확인하거나 이전 내용을 확인하는 일은 많이 없는데, 이 책은 정말 여러번 표지를 확인했죠. 분명히 BL섹터 책을 읽은 것 같은데... 도저히 '사랑'이 등장 할 수 없을 것 같은... 진짜 이렇게 막가고 나서 나중에 사랑을 한다고?가 매우 길~게 이어졌습니다.

 

캠퍼스, 배틀연애, 친구>연인, 몸정>맘정 키워드를 보면 우리는 예언가가 됩니다. 그리고 파트파임 파트너도 예언 적중률이 매우 높은책이죠. 상극인 두 사람이 서로 앙숙처럼 치고 받고 싸우다가 몸정들고 맘정들고 둘도 없는 연인 된다는 클리셰! 조심스럽게 다가가 작은 갈등에 헤어지는 커플에 비해, 싸움으로 시작해 사랑으로 이어진 커플이라 결속력이 해병대 전우회보다 강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싸움'이... 약간 정도를 지나치는 느낌... 차라리, 욕을 하거나 노골적인 비난을 하면, 이 사이코패스! 이해를 전혀 못하는구만! 할 텐데... 윤건과 규호는 서로의 역린을 건드리는 정도가 아니라 마구 긁습니다. 보다 보면 제가 뛰쳐가서 입 좀 다 물라고 말리고 싶어요. 서로가 상처인줄 알고 주는 상처들이 꾀 보입니다. 언듯보면 눈치 빠르고 머리 잘 돌아가고 여론을 잘 이용하는, 인간 불신남 윤건이 좀 심해보입니다. 하지만,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긴 '고문관 '신규호가 있죠.

 

정의감 강하고, 자기 신념에 확신이 있고, 사람이 겉과 속이 같은데다, 오지랖도 넓어요. 주변에 이런 사람있나요? 저는 이런 사람을 '고문관'이라고 부릅니다.

 

'고문관'의 시작은 '정의'입니다. '정의'란 정말 어려워요. 2000페이지가 넘는 철학서에서 100명이 넘는 철학가들이 박터지게 싸워도, 결론은 '어렵다.'입니다. 그런데 이런 행동파들은 정의를 '판단'하는 시간이 짧습니다. 이건 아니야! 이래야 되는거 아니야? 란 생각이 떠오르면 거침없이 행동하죠. 그리고 나의 실리가 아닌 옳은 일이라는 '믿음'이 '의심'을 살라 먹어요. 브레이크가 없다는 소리죠.

 

게다가 사람이 너무 한 눈에 보여서, 실상 그것이 진짜 '정의'로운 행동이더라도 방법론이 개판이예요. 상대방이 누구든 알기도 이용해 먹기도 쉽고, 적어도 방어하기 어렵지 않죠. 게다가 오지랖을 떤 덕분에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멀리 멀리 소문이 나요. 마지막엔 사회와 조직이 부정하다며 나라 잃은 독립투사처럼 비관합니다.

 

윤건은 정확히 '고문관'의 상극에 있는 사람입니다. 규호는 많은 연애를 해봤지만, 싸우고 화해해 본 적이 없습니다. 윤건은 연애를 해 본적 없고, 기본적으로 싸우지 않죠. 싸울만큼 선 안에 사람을 두지 않으니까요. 선 안에 있는 사람은 진심을 다해, 선 밖에 있는 사람은 무관심입니다. 선 안도 밖도 없이, 능력치에 넘어가면 수습도 못하고 방치하는 규호가 얼마나... 일만 망치고 다니는 놈으로 보였을까요.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상극 조합 정말 절묘하다는 거죠. 윤건은 방법론에 해박하고 정치적으로 해법을 찾는 사람이지만, 규호는 형이상학적 자기 철학이 있는 사람이예요. 즉, 윤건은 '길찾기' 전문가고 규호는 '목표 지정' 전문가인 셈이죠. 윤건은 해매지 않지만 가고 싶은 곳 없는 슈퍼카고, 규호는 가고 싶은 곳은 많지만 네비 없는 영업용 용달차라고 할까요. 어떻게 보면, 규호는 윤건이라는 치트키를 가지고 있는 것 처럼 보일지도 모릅니다. 맞아요. 윤건이 없었으면, 기사도 못 나갔겠지만 기자로 성공도 못했을지 몰라요. 그럼에도 윤건이 밑지는 장사를 한 것 같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어떤 일을 10개 하면 그 중 3개가 틀릴 수 있는데, 일을 3개만 하면 많이 틀려도 1개죠. 일을 10개 하는 사람은 '고문관'이 되기 쉬워요. 자기 프라이드 높고, 그래서 남의 말 안 듣고, 트러블 많아 적도 많을 확률이 높죠. 그런데 그 일 10개 하는 사람들이 꼭 임원이 되더라구요. 절대적으로 경험한게 많거든요.

 

어쩌면 '좋은' 고문관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할 실패나, 소외된 사각지대를 보여주는 사람 일 수도 있어요. 그것들을 보고 고민한다는 것은 때론, 스트레이트로 성공한다는 것보다 값질 때가 있습니다. 결국, 윤건이 무난한 대기업 샐러리맨이 아니라 좋은 일을 하는 예비 변호사 탐정이 된 건 처럼요.

 

그래서 저는 오늘도 고문관 술 사주러 갑니다. 슬픈 운명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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